tiphe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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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年 12月 08日 흐린 하늘에 겨우 달을 찾았다. 달이 정말 뿌옇다. 창문에 불어 놓은 내 입김이 가시는 것처럼, 내 눈길에 흐릿한 달이 사라질까 두렵다. 달아 내 마음 알지?, 불안한 마음에 혼잣말로 되뇌어 보지만. 저 높게 뜬 달이 내 마음을 알아 줄리는‥‥. 2003年 12月 15日 달이 두 동강 나있다. 하ㅡ, 어느 서슬퍼런 칼날이었을까. 분명 보름달이었던 것이 반듯한 반달이 되어있다. 달을 가른게 무엇이었을까? 만 하루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리움에 대한 몰두. 그것이다. 간절한 염원 비슷한 그리움에 칠 일이 훌쩍 흐른줄 몰랐던 것 이다. 하지만 달이 그 밝음을 덜어낸 것처럼 나의 그리움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이것은 반달을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걸 나는 슬프게도 느낀다. 2003年 12月 16日 별이 아홉 개 보이고 희멀건 반달이 청초이 떠있다. 달 주위로는 구름 한 점 없고, 간간이 내 입김만이 달을 가린다. 오늘도 다행히 달은 떨어질 기색이 없다. 사랑하는 마음에 무엇도 걱정하는 노파심이 이것일까? 2003年 12月 18日 눈이 내리는, 은색 망토를 둘러써놓은 듯한 하늘은 당연하다는 듯 달을 보여 주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난, 으슥한 건물 뒤를 비추는 백색 가로등 아래 서서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사뿐히 쌓이는 눈을 본다. 눈송이는 마치 별가루 흩날려 오는 것 같고, 달덩이가 부서져 내려오는 것 같다. 눈부시게 휘영 찬란한 밤이지만, 눈 오는 날의 밤은 뜻하지 않은 것을 추억하게 한다. 예를 들어, ‥‥옛사랑. 2003年12月 19日 고흐의 그림에나 어울릴 것 같은 불타는 가지모양의 포플러도 지난 밤 내리 눈에 맛있는 아이스바가 되어 있다. 달은 점점 초승달로 덜어간다. '배고픈 초생달' 이라고 부르고 싶은 그 달은, 그녀가 두 팔 벌려 달리는 곳에 손을 흔들며 반기는 노란별이 있다. 그 둘을 막을 만한 구름은 지난 밤 모두 눈송이가 되어 세상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턱을 괸 채 물끄러미 한참을 밤하늘을 올려다 보던 나는 괜시레 질투가 나 달빛이 새어 들지못하게 커튼을 친다. 2003年 12月 20日 은빛 달이 흐린 하늘 너머로 뿌옇게 번졌다. 별도 간신히 구름을 넘은듯 아슬아슬한 호롱불처럼 위태롭 다. 간간히 차가운 바람이 불어 내 볼을 정겹게 스치며 흘러간다. 난 이 바람이 달에게로 부터 오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렇게 매번 믿는 순간 나는 안심하고 만다. 아무리 바라만 보아도 대답 못할 달이 나를 달래어주는 유일한 손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2003年 12月 21日 별이 켜질 정도로 환하지 않고, 연한 노란색과 시원한 회색빛이 어우러진 깨끗한 하늘에, 레몬 한 조각 마냥 아슬히 걸려 있는 초생달과 해를 등지고 있어 그늘진 소나무가 멋지다. 2003年 12月 22日 주황색에서 연한 하늘색으로의 멋진 그라데이션을 뽐내고 있던 하늘에 맑게 떠있던 달은 시간이 지나가도 움직일 기색이 없다. 마치 배고픈 나를 유혹하려는 듯 제자리에서 맛깔을 뽐내는 것 같다. 새끼손톱을 그 초생달에 모양에 맞추어 보다가 가만히 엄지 손가락을 대었다가 떼었다. 군청색 수채물감에 물을 타 흐려놓은 듯한 하늘에 달이 깨끗이 지워져 버렸다. 아, 놀란 마음에 엄지손가락을 들어보니, 초생달은 거기에 가만이 붙어있다. 살풋 웃음이 터진다. 요건 밀크맛 사탕 맛일까? 바닐라맛 아이스크림 맛일까? 마시는 차에 이 달을 걸어두면 그 향기가 더 은은해 질까? 후ㅡ. 달과 사랑에 빠져서 있가‥‥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다. 지나온 시간들, 앞으로 다가올 시간조차. 2003年 12月 23日 푸른색에서 주황색, 보라색에 이르기까지 부드럽게 번져간 하늘에 연홍빛 초승달 모양의 구름이 떠있다. 신기하리 만치 고운 달과 닮은 그 모습에, 난 도로를 건너다 우뚝 서고 만다. 그 초승달 구름도 고운 하늘을 베어가다 나를 보았는지, 달빛을 뿜는 양 해를 등 지고 선다. 분주한 도로 위에 그렇게 나는 한참을 그 달을 올려다 보고 있다. 닮을 게 사람이든 달이든 마음 붙들 수 없는 건, 여전한 나인가 보다. 2003年 12月 24日 어디를 둘러봐도 달은 보이지 않고, 또 어디를 봐도 막막한 달이 보이는 그믐달 즈음인 밤에, 우연히 은사시나무 아래서 멈춘 발걸음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 세상에서 가장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로 안내해 주었다. 여윈 등을 기대고, 은사시나무 아래서 올려다본 하늘엔, 그 눈부신 가지 사이에ㅡ, 파아란 색 싹이 움츠려있을 그 가지 끝에ㅡ, 푸른 별들이 애틋하게 걸려 있다. 문득, 나 자신 애처로운 나무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앙상한 가지 같은 손을 들어 노아란 샛별을 찍어보는데, 별빛이 미소를 짓는다. 후회와 한숨으로만 지냈던 몇 번의 블루 크리스마스 중, 오늘은‥‥가장 눈부신 크리스마스이다. 2003年 12月 30日 전날에 거역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와 마음을 평안케 해주는 달을 보고 싶은 생각에, 날이 환한 아침에 하늘을 올려다 보는데, 정말 동그라안 보름 달이 은은한 빛을 뿌리며 떠있다. 그 달을 한참을 바라 보다가 나는 묘한 생각에 하늘의 이곳, 저곳을 둘러본다. 역시 세상의 불을 켜는 해가 보이지 않는다. 분명 저 멀리 있는 은사시나무가 뚜렷이 보이는 낮인데도‥‥. 나는 그제야 그 신기한 보름달을 다시 본다. 회색 구름이 자욱이 흐르는 그 달은 낮달이 아니라, 눈부시지 않은 해다. 왠지 감동이다, 하고 생각한다. 누군가 나를 위해 단 한번이라도 저렇듯 날 감동시켜 주는 사람이 있을까. 그 사람에게 내 삶을 걸겠노라고, 저 달빛을 뿜는 해를 두고 맹세를 한다. 2003年 12月 31日 맹목적인 사랑에는 오류가 있고, 기다리는 사랑에는 의문이 있지만, 달을 보는 나의 사랑에는 따뜻한 마음만이 있다. 오늘은 초생달에 머리핀 마냥 은회색 구름이 톡탁 걸려 있어, 너털웃음이 터졌다. - 은사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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