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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법 고백 - 박상천

가정법 고백                            박상천   사랑 고백을 해 본 사람은 안다 그 한 마디를 입에서 꺼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사랑고백을 해 본 사람은 안다 김승옥이 무진기행에서 "<사랑한다>라는 그 국어의 어색함"이라고 했던 의미를.   고등학교 시절 나는 그녀에게 고백하고 싶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가슴에 눌러둔 그 한마디를 하지 못하면 죽어버릴 것 같았다.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 주며 그 한 마디를 하고 싶었지만 입안의 침만 마를뿐,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얼굴이 희미하게 보이는 어두운 골목길에 이르러 그녀에게 고백했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면 어쩌겠니" 오, 어리석었던 가정법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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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랜만의 체기에 오른쪽 관자놀이가 쪼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버티기만 했다 비상이 아니라며 아끼다가 못 견뎌 꺼낸 흰 알약을 반으로 쪼개 삼키고  사랑의 관제에 그의 가슴판에다 착륙한 시간은 돌아온 우리의 자정 5유로라서 속는 것만 같아서 사 오지 못한 카드가 맘에 걸렸다 시말서를 써야지 무덤 위에서 입술만 오물거리다 깜박 잠에 들었다 구름이 없는 아침이었다  빼꼼히 꺼낸 눈으로 내가 해야 할 설거지를 하는 구름 바지를 훔쳐보았다 칼의 물기를 닦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당근을 잘게 썰고  양파를 까다가 고개를 들어 눈물을 달래는 모습도 바라보았다 커피 5스푼 차가운 물 900 미리리터 팬에 기름을 두르는 바지 뒤로 빨갛게 들어 올라오는 전원은 나의 것 그것은 다시 나의 7시였다 치이익 거리는 내가 겨우 일어나 앉는 유일한 나의 아침 장면 우리의 지겨운 창에는 마트를 오가는 적당히 떨어진 걸음들과 여전히 물기가 마른 세차장이 있다 다시금 자기를 그리고 있는 시곗바늘 둘 역사를 확인하기 위해 나는 당신의 얼굴에서 중력을 찾아본다 마른 가지의 나무가 어느새 흰 꽃으로 다 덮였다 저거 꽃나무더라 몰랐어 봄에 너를 만나 다행이야 어떤 밤이 꽤 길었더라도 눈을 뜨면 그곳이 봄이고  봄이면 사랑이라는 모를 것 먼저 떠올라 나는 그래 그게 참 다행이야 레오 2020.04.04 시로 일기하기_오늘 날씨 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