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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무역

사진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The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에서 가져왔다(참조 1). 1918년 9월 16일에 촬영한 사진으로서 당시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남자들의 병력 차출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여자들이 메꾼 사례 중 하나였다. 보기만 해도 무거워 보인다. 커다란 얼음이기 때문이다.

이름하며 아이스 걸즈, 여름 주말 특집으로 제격이다. 어째서 이들은 거리 한복판에서 얼음을 나르고 있는가?

우리나라에도 동빙고와 서빙고가 있었듯, 문명이 있는 나라들 곳곳에 얼음 창고는 대체로 다 있었다. 일찌기 네로 황제 때부터 알프스의 눈과 얼음을 여름에 들여와서 먹었다더라는 기록이 있었다(참조 2). 그런데 말입니다. 이 얼음으로 돈을 번 인물인 김선달… 아니 얼음 재벌, 프레더릭 튜더(Frederic Tudor, 1783-1864)가 있었더랬습니다.

혁신은 예로부터 미국이었습니다? 19세기 초 북쪽에서 얼음을 캐다가 남쪽에다가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인물이 바로 프레더릭 튜더였다. 물론 부자집들은 자기들 나름대로의 빙고가 있었지만 이걸 지역 규모로 확대시킨다면? 미국 남부에다가 얼음을 더 비싸게 팔 수 있잖을까? 게다가 시장은 미국 남부만이 아니었다. 카리브해의 프랑스 식민통치자들도 있었고 쿠바의 스페인 식민통치자들도 좋은 고객들이었다.

그래서 그는 무역 거점 여기저기에 빙고를 짓고 몇년치 독점 계약을 따고, 경쟁자들이 생기면 가격으로 후려치고 하여 “얼음 왕/Ice King”에 오른다. 그런데 이 얼음 무역이 비단 미국 동부 및 카리브에만 머무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요새도 컨테이너가 A 지역에서 B 지역으로 가면, 다시 돌아올 때 B 지역의 물품을 싣고 오게 마련인데, 튜더도 유사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얼음을 좀 배 안에 남겨둔 다음, 얼음 구매 지역의 신선제품들을 배 안의 얼음고 안에 넣어서 미국에다가 다시 비싸게 판 것이다. 무슨 소리가 들립니까? 시장이 확대되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래서 그의 시장은 중남미로, 멀리는 인도와 호주, 필리핀과 홍콩까지로도 확장된다. 게다가 한창 시장이 커져가던 영국으로도 얼음 수출을 시작한다(유럽 대륙은 알프스와 북유럽에서 자체조달했었다). 얼음만이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를 얼음에 채워넣어서 같이 수출했다.

자, 얼음왕에 어떻게 맞서느냐, 미국과 영국의 자본가들은 고민했다. 영국은 보다 가깝고 뭔가 더 깨끗할 것 같은 노르웨이 산 얼음 수입을 점차 늘려나갔다(참조 3). 하지만 세계대전 당시 유보트 때문에 영국-노르웨이 간 얼음 무역이 붕괴된 것은 안자랑. 미국은? 미국 답게 기계화로 해결한다. 양빙장을 만듭니다?

19세기 중후반까지 판매되는 얼음 절대 다수는 자연산이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점차 얼음을 양식하는 공장형(…) 인공 호수가 만들어지고, 공정을 단순화하는 여러가지 기계를 도입한 기법이 등장한다. 이런 싸움은 당연히 자연산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가끔 겨울이 따뜻해질 때도 있고, 산업으로 인한 공해가 심해가는 19세기 말, 자연산 얼음이 위생상 안 좋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장산 얼음이 결국은 승리합니다. 마침 세계대전이 터지고 식량을 “신선하게” 날러야 할 필요성이 커지자 저렇게 여자들까지 동원하여 얼음을 배달한 것이다. 다만 저 때가 바로 “얼음 무역”의 피크였고, 일반 가정이 1930년대부터 냉장고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얼음을 채워 냉장고 역할을 했던 “아이스 박스(참조 4)”의 시대는 사라진다.

그러니 빙수를 먹을 때 생각합시다. 이 얼음이 100여년간 국가들 간 무역에서 중대한 역할을 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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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Girls deliver ice. Heavy work that formerly belonged to men only is being done by girls. The ice girls are delivering ice on a route and their work requires brawn as well as the partriotic ambition to help. : https://catalog.archives.gov/id/533758

2. 아이스크림의 엄청난 역사(2014년 7월 27일): https://www.vingle.net/posts/426498

3. 19세기 노르웨이는 후진국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교통망과 유통망 때문에 노르웨이산 얼음이 실제로 미국산에 비해 큰 이익을 가져오지는 못 했지만 나무를 베지 못 하는 겨울 시기 노르웨이인들에게 얼음은 매력적인 수출품이었다. 이 내용은 아래의 논문을 참고하시라.

Melting Markets: The Rise and Decline Of the Anglo-Norwegian Ice Trade, 1850-1920(2006년 2월), Department of Economic History London School of Economics, http://eprints.lse.ac.uk/22471/1/wp20.pdf


5. 얼음 무역에 대해서는, 워낙 이것이 미국 특유의 역사여서 그런지 몰라도 영어 위키피디어의 설명이 대단히 자세하다. 19세기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얼음 배달을 본 것 같기도… https://en.wikipedia.org/wiki/Ice_tr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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