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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공급 관련 보고서(PIIE, '21.6.7)

월요일은 상큼하게 보고서로 시작하시죠.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업적 중 하나를 말하라면 아이러니컬하게도, 코로나19 상황에서 발동했던 "워프 스피드 작전/Operation Warp Speed"라 할 수 있겠다. 현재 미국의 광범위한 백신 접종을 가능하게 했던 것도, 트럼프 정부가 그야말로 광폭적인 행보를 통해 백신 개발을 지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백신 접종의 확대 그 자체는 바이든 정부의 공이라 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다만 바이든 정부나 트럼프 정부나 하나같이 의존하는 법률이 하나 있다.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DPA)인데, 이 법률을 발동한 덕분에, 미국 내 제약회사들은 안전하게(?) 물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바로 저 "안전하게"라는 표현을 잘 생각해 보셔야 한다. 백신 개발 재료나 설비 확보는 그야말로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저 "안전하게"라는 표현은, 미국 내 백신 관련 회사들이 설비와 재료를 먼저 확보할 근거를 제공하는 DPA 때문에 말한 것이다. 즉, 이것이 백신(혹은 백신관련 제품)의 실질적인 수출제한 혹은 수출금지를 구성할 여지가 대단히 높았다. 물론 미국이 명시적으로 수출제한/금지를 발동한 적은 없었고, 조사를 해 보니 실제로도 발동하지는 않았지만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이 아래 보고서(참조 1)의 주제다.

백신 제조는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1) 원료/백신 생산(Plants to manufacture drug substance/product)과 (2) 마감/출하(Plants to fil/finish)이다. 당연히 "둘 다" 중요하다. 문제는 각 단계에서 단계별로 필요한 설비와 원재료, 마감에 필요한 유리나 냉동/냉장, 등등(주사도 중요하지만 여기서 빼겠다)이 필요한 상황에서 설비와 원재료 확보가 과연 가능하냐에 있다.
그리고 조사를 해 보니, 인도측(주로 Serum)이 주장했던 것처럼 설비와 원재료 확보가 과연 DPA 때문이었느냐...하니 그것 때문은 아니고 세계적으로 많지 않은 백신 제조사들(참조 2)이 모두 다 설비/원재료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세계적인 수요 확대/공급 미달 현상이 있었다. 조사의 주된 대상은 관련 원재료를 생산하는 미국의 Merck Millipore와 Cytiva/Pall(참조 3), Thermo Fisher, ABEC 등이었다.

그렇다고 DPA의 영향이 없었다고 보기도 좀 뭐하기는 하다. 미국은 2020년 여름부터 DPA를 발동하여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생산설비를 두 곳(Emergent BioSolutions과 Catalent) 세웠었다. 이 때부터 DPA를 통해 설비와 원재료가 무한정에 가깝게 생산설비에 제공됐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만 원재료를 요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보고서에는 안 나오지만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는 심지어 한국에서도 생산된다.

게다가 노바백스가 등장을 했으니 앞으로도 한동안은 계속 설비/원재료 부족현상이 지속될 것 같다. 그래서 무엇이 필요하냐, 투명한 정보에 근거한 주요국들간 협조이다. 왠지 모르게 공자님 말씀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백신 생산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고, 그게 또 기업 수가 우후죽순 많지는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정보 공유가 가능한 일이다.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면? 여기저기 자원 배분도 가능하다는 얘기다(이 부분은 정부 개입이 필수적일 듯 하다).

요는, "워프 스피드 작전"을 범세계적으로 발동하자는 의미다. G-7 회담이 계기인지는 좀 불확실하지만 미국과 EU는 3월부터 서로 백신 공급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는 듯 하다(참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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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PIIE의 채드 본은 영상회의로만 만나봤었는데, 실없는 농담을 좋아하는(...) 좋은 분이다. 코로나19와 통상정책 관련해서는 작년부터 발군이다. 그의 보고서는 꼭 챙겨보는 편.

The US did not ban exports of vaccine supplies. But more help is needed.(2021년 6월 7일): https://www.piie.com/blogs/trade-and-investment-policy-watch/us-did-not-ban-exports-vaccine-supplies-more-help-needed

2. 가령 짤방의 출처인 아래 AFP 기사는 유럽 내 백신 원재료 생산지/최종제품 생산지로 나눠서 보여주고 있다. 이들도 인도 Serum의 설비/원재료 확보 경쟁사(!)들이다. 여담이지만 벨기에 법원의 EC vs. AstraZeneca에 대한 최근 사전적판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좀 있는데 그건 다른 주제다.

EU asks for big penalties against AstraZeneca over dose delays(2021년 5월 27일): https://ednh.news/eu-asks-for-big-penalties-against-astrazeneca-over-dose-delays/

3. Cytiva의 경우 "워프 스피드 작전"을 통해 2020년 10월 3,100만 달러를 보조금으로 받았다. 목표는 12개월 내 메사추세츠 설비를 확대하고, 유타의 설비도 똑같이 만들어내는 것", 그 외 DPA를 통해 설비와 원재료 우선 확보권을 얻었다.

4. EU seeks closer cooperation with US on vaccine supplies(2021년 3월 6일): https://www.politico.eu/article/eu-us-covid-vaccine-coop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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