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r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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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나였을까. 그러니까 지난 토요일이었다. 이번 달에도 옷을 사면 내가 미친놈이다, 선언했지만 결국 미친놈이 되었고, 생각보다 택배가 빨리 도착했다.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가 와서 문을 열어보았는데, 무언가 묵직한 것이 문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상했다. 나는 갑옷을 산 게 아닌데. 힘을 주어 문을 열고 나가니 문 앞에는 대량 휴지 묶음이 있었다. 그리고 정작 내 옷은 그 뒤에 보일 듯 말듯 가려져 있었다.
내가 휴지를 주문했던가. 그런 기억은 없었다. 당연히 잘못 왔겠거니, 하고 택배 송장 위 호수를 살폈다. 203호. 호수는 맞는데 내 이름이 아니었다. 이웃들의 이름을 아는 것도 아니고, 호수를 잘못 기재했더라도 아주 다른 호수를 적은 것은 아닐 것 같아서, 적어도 같은 층의 누군가의 것이겠지 했다. 그러니까 그대로 두면 같은 층의 휴지 주인이 가져가겠지 싶었던 거다. 그래서 물건을 문 옆에 조금 밀어두었다. 이것은 내 것이 아닙니다, 라는 일종의 항변이었다. 하루가 지났다. 휴지는 문 근처에 그대로 있었다. 이틀이 지났다. 역시 그대로 있었다. 사흘이 지난 오늘. 이건 뭔가 문제가 있구나 싶었다. 아예 다른 층 사람의 것이어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고 있구나 싶었고, 집주인 어르신에게 문자를 남겨 택배 주인의 이름을 알려주고, 혹시 같은 건물 세입자가 맞다면 전해달라고 할 요량으로 출근길에 송장을 다시 살폈다.
세상에. 호수만 살핀 것이 문제였다. 처음으로 주소를 제대로 살펴보았더니, 아예 다른 건물이었다. 공교롭게도 호수가 같았을 뿐. 내비로 검색해보니 걸어서 5분 정도의 생판 다른 건물이었다. 우선은 출근을 해야 했으므로, 우리 건물 현관에 잠시 두고 문을 나섰다. 퇴근을 하면서는 누구라도 처리했기를 바라면서, 귀가했다. 그럴 리가 없지. 물건은 내가 아침에 두고 간 그대로 그곳에 있었다. 하. 물건을 들었다. 내비를 켜고 물건의 주인을 찾아 나섰다. 힘이 들어간 팔을 바라보며, 세상이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어째서 하필 내게 이런 시련이 주어지는 걸까, 생각했다. 드디어 건물을 찾았다. 뭐 개방된 건물이라면 이왕 온 거 직접 호수까지 찾아가 앞에 몰래 두고 와줄 마음도 있었지만, 어차피 개방되지 않은 곳이었고,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고, 귀찮다고 생각했고, 건물 현관 앞에 물건을 내려놓았다.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오며, 일일 택배기사 체험, 체험 삶의 현장 같은 말을 떠올렸다. 뭐 그럴 수도 있지. 택배 기사도 사람 아닌가, 실수할 수도 있지, 생각은 들었지만 역시나 귀찮은 건 사실이었다.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지금 두고두고 기억할 미담 하나를 남기기는 개뿔,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김지윤 씨 물건은 잘 받으셨나요. 아이고 의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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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제 얘길 해야 할 것 같다. 어제는 영화 <랑종>을 보았다. 관객들의 혹평 세례가 이어지고 있어 다소 우려했지만, 개인적으로 실망할 수준은 아니었다. 공포 체험을 확실하게는 시켜준다. 애초에 나홍진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가 연출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제작자이고, 시나리오의 원안을 썼으니 감독인 반종 피산다나쿤과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었다. 관객들이 실망한 몇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내가 생각하기에 그 중 한 가지는 바로 선과 악의 대결장이 일종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이다. 살아있는 자들에 대한 죽은 자들의 원한이 곧 악을 만든 것이어서, 핍박받는 인간 쪽이 꼭 절대적인 선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굳이 나눈다면 그렇다는 거다. 이 영화는 끝날 때까지 인간들의 무력함이 이어진다. 악에 대항해 뭔가 해보지만 사실상 손 쓸 도리가 없다. 관객들은 공포를 느끼다 못해 다소 지치게 되는 거다. 영리한 영화는 악당에 공을 들인다. 악당이 너무 약하면 영화가 망작이 되기 쉽지만, 악당이 너무 비할 데 없이 강하기만 하면 그것도 문제다. 선과 악의 팽팽한 대립이 긴장감을 만드는 것인데, 악이든 선이든 어느 한쪽이 너무 강하고, 다른 한쪽이 한없이 무력하다면 관객들은 맥이 빠지기 마련이다.   몇 년 전에 보았던 <빙의>라는 한국 드라마가 떠오른다. 사실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굉장히 충격을 받았는데, 그 충격의 원인이 뭔가 하면 이 작품 역시 악의 일방적인 우세에 있었다는 거다. 게다가 이 영화는 <랑종>과는 다르게 코메디의 지분이 꽤 높았는데, 어떠한 명분도 없이 그 유쾌한 인물들의 밑바닥을 다 드러내 버리고, 갑자기 모두 말살시킨 후 전혀 다른 장르로 둔갑시킨다. 이 작품은 결국에는 악을 처단하기는 하지만 패배에 가까운, 요령부득의 작위적인 승리를 끌어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드라마는 작가가 너무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악을 키워놓은 후 수습하지 못한 꼴이다. 그때 나는 단순히 작가의 무능이라고 치부하고 덮어놓을 수가 없었다. 조금 진지하게 말하건대 그건 작가가 작품의 인물들을 살해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그건 무능을 넘어 무책임이다. 작가는 인물들을 마음대로 살리고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인물들이 스스로 말하고 움직이는 수준으로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그래야 명분이 생긴다. 모든 작품이 팽팽한 대립을 선사할 필요는 없다. 다만, 어느 한쪽이 그렇게까지 일방적이려면 그에 대한 명분 또한 갖추고 있어야 한다. 다행히, 그리고 나홍진 감독의 전작들에 대한 신뢰를 통해 보자면 어쩌면 당연히, <랑종>은 <빙의>와는 다르게 그렇게까지 일방적일 수밖에 없는 나름의 명분을 영화 마지막에 밝혀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맥이 빠진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설득이 되는 측면은 있다. 지금부터는 스포일러가 섞여 있다. 이 영화가 알려주고 싶은 것은 사실 믿음에 대한 질문이 아닐까. 결국 하고 싶은 말을 무당 '님'을 통해 밝히고 있는 것이다. 무당 '님'은 신내림을 받은 후 바얀 신을 평생 섬기며 살아왔지만, 또 조카를 어떻게든 살리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될 거라고 섣불리 희망하지 못한다. 심지어 바얀 신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고까지 고백한다. 바얀 신이 선일지 악일지 그것도 인간은 알 수 없다. 믿음이라는 것이 결국 그런 것은 아닐까. 정말로 뭔가를 느껴서가 아니라 뭐라도 믿고 살아야 버텨지는 삶. 그 믿음을 저버리는 순간 끝도 없이 추락할 수도 있는 게 인간은 아닐까.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님'은 바얀 신에 대한 흔들리는 믿음을 토로하고, 얼마 뒤 미궁의 죽음을 맞이한다. 인간이 원혼들에게 그토록 무력하게 짓밟히던 그 모든 장면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토박이말 살리기]1-63 두루치기
[토박이말 살리기]1-63 두루치기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두루치기'입니다. '두루치기'하면 먹는 게 먼저 떠오르실 겁니다. 하지만 그 두루치기가 아니랍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세 가지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먼저 '한 가지 물건을 여기저기 두루 씀. 또는 그런 물건'의 뜻이 있다고 하고 "경운기 한 대를 동네 사람들이 두루치기로 몰고 다녔다."는 보기월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두루 미치거나 두루 해당함'의 뜻이 있다고 하고 "학생들을 두루치기로 나무랐지만 실상은 모임에 빠진 학생에게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사람이 여러 방면에 능통함. 또는 그런 사람'이라는 풀이에 "그는 농사, 운동, 집안 살림 등 못하는 것이 없는 두루치기다."를 보기월로 보였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도 세 가지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첫째 '한 가지 물건을 여기저기 두루 씀, 또는 그런 물건'의 뜻이 있다고 하고 "동네 사람들은 경운기 한 대를 두루치기로 여기저기에 몰고 다녔다."는 월을 보기로 들었습니다. 둘째 '한 사람이 여러 분야에 걸쳐 잘하고 능숙함. 또는 그러한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고하고 "그녀는 일이나 공부, 놀이 등 못하는 게 없는 두루치기이다."를 보기월로 들었습니다. 셋째 뜻으로 '두루 미치거나 해당함'이라는 풀이와 함께 "선생님께서는 일단 담배를 핀 학생들을 두루치기로 혼낸 다음, 한 명씩 상담실로 부르셨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저는 저 나름대로 좀 더 쉽게 다음과 같이 풀이를 해 보았습니다. 두루치기: 1) 한 가지 몬(물건)을 여기저기 두루 씀. 또는 그런 몬(물건) 2) 한 사람이 일, 놀이와 같은 여러 가지를 두루 잘함. 또는 그런 사람 3)두루 미치거나 두루 들어맞음 많은 사람들이 자주 쓰는 '공유'라는 말을 써야 할 때 '두루치기'라는 말을 갈음해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만능'이라는 말을 써야 할 때도 '두루치기'를 떠올려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앞으로 '공유', '만능'이라는 말을 써야 할 때 '두루치기'를 떠올려 써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더위달 열아흐레 한날(2021년 7월 19일 월요일)바람 바람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두루치기 #터박이말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한 곱 한살이 애벌레 어른벌레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한 곱 한살이 애벌레 어른벌레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57쪽부터 58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57쪽 왼쪽에 있는 그림에 보면 ‘한100곱’, ‘한200곱’이 나옵니다. 이 말은 얼른 봐서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왜냐하면 요즘에는 ‘약 100배’, ‘약 200배’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는 이런 쉬운 말이 있는지도 몰라서 못 썼다고 해도 앞으로는 ‘한 몇 곱’이라는 말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첫째 월(문장)에 ‘소고기, 송어, 돼지고기, 가재, 게, 생선’ 다음에 나오는 ‘들’은 요즘 쓰는 ‘등’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은 앞에서도 알려 드렸기 때문에 잘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다음 월인 “물은 어떻게 해서 먹어야 할가”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에 쓰는 ‘까’가 아니라 ‘가’를 쓴 것이 좀 낯설었습니다. 그 다음에 나오는 “뒷간에 갔다 올 때, 밥 먹기 전, 밖에서 놀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에는 반드시 손을”에서 ‘뒷간’이라는 말도 반가웠고, ‘전’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전’을 ‘앞’이라고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58쪽에는 ‘허파 토질의 한살이’를 그림과 함께 풀이를 해 주고 있었습니다. ‘폐’가 아닌 ‘허파’를 쓰고 있고 ‘한살이’라는 토박이말이 더욱 반가웠습니다. 왼쪽에 있는 월의 첫째 줄에 ‘피담’이라는 말은 ‘혈담’에서 ‘혈’을 ‘피’로 풀어 준 말입니다. 그 다음에 이어서 나오는 ‘까여서’는 ‘부화해서’를 쉽게 풀이해 준 말이고 ‘다슬기’라는 말도 반가웠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가재나 참게를 잘 삶든지 굽지 않고 먹으며 토질의 애벌레가 창자에서 허파에 들어가서 어른벌레가 되어 알을 낳는다.”는 ‘토질’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애벌레’와 어울리는 ‘어른벌레’라는 말이 나와 참 좋았습니다. 요즘 다른 책에서는 ‘유충(幼蟲)’, ‘성충(成蟲)’이라는 말을 쓰는데 아이들이 보는 배움책이기 때문에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말을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쪽에 있는 “다슬기를 나간 애벌레는 참게나 가재에 기생한다.”는 월에서 ‘기생한다’도 ‘붙어산다’로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지난 글에서 ‘기생충’을 토박이말로 ‘붙어살이벌레’라고 한다는 것을 알려 드렸는데 거기에 있는 말이기 때문에 그렇게 풀이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좀 더 쉬운 풀이를 하다보면 우리 아이들의 배움도 수월해지고 더 즐거워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4354해 더위달 스무날 두날(2021년 7월 20일 화요일) 바람 바람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순우리말 #고유어 #터박이말 #참우리말 #쉬운배움책 #교과서 #한 #곱 #한살이 #애벌레 #어른벌레 *이 글은 경남신문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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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청소를 하고, 또 드럼 세탁기를 세척하면서, 거품과 함께 돌고 도는 세탁기 속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것은 꽤 흥미로운 데가 있어서 아예 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내내 지켜보았다. 그리고 내내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다. 아니다. 무슨 생각들을 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생각을 했다기보다 그냥 생각 없이 그것을 응시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비가 올 것 같아서 오늘은 자전거를 타지 않았는데, 결국 비는 오지 않았다. 결국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면 어느 길에선가 소나기를 맞을 수도 있었겠지만, 사실 그런 것은 상관없었는데. 책을 조금 읽고, 세탁기가 돌아가는 것을 내내 지켜보고, 비를 예감하며 집에서 가벼운 운동을 한 것으로, 자전거를 타지 않은 것으로, 하루가 다 간 것 같다. 대학원 지도제자 모임 메신저 방에서는 누군가 한 문예지 신인상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여러 축하 인사들이 오갔고, 나도 축하 인사를 보탰다. 비매품이기는 하지만 몇 년 전에 그와, 그리고 몇몇의 사람들과 공저의 책을 함께 엮은 적이 있고, 그 후로도 우연한 경로로 그의 시를 몇 번 본 적이 있고, 그의 반복되던 좌절도 먼 곳에서 지켜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와 친분이 있지는 않다. 아니, 아주 없다고 밖에. 인생을 살면서 나와 전혀 무관한, 얼마나 많은 사람과 스쳐 왔을까. 최근에는 그런 문장을 떠올렸다. 네 사람이 아니다. 잠시 비 좀 피해 가는 거다.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중년이 된 토토가, 알베르토가 남긴 키스신으로만 이루어진 편집 영상을 보는 장면을 떠올린다. 나는 요즘 여러 이별 장면으로 이루어진 시 한 편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별 장면은 그게 어떤 순간이라도 프레임에 담기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비가 올 것 같은 예감만으로 젖은 흙냄새가 나는 것만 같던 하루다. 비가 올 것 같은 예감만으로 나는 다 젖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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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꿈에 성시경이 나왔다. 이제는 꿈에까지 나온다. 좌식으로 된 어느 식당이었다. 성시경과 나는 마주 보고 있었다.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고, 좋아하는 연예인인지라 내가 여러 질문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기억나는 건 딱 두 가지다. 기억나는 지점부터는 내가 아니라 이미 성시경이 말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앞에 내가 무슨 질문을 하고 난 뒤였던 것 같은데. “정엽 그 양반이 원래 재밌는 양반은 아니라서……” 그렇다. 성시경의 말이다. 내가 무슨 질문을 했기에 성시경은 저런 답변을 내어놓은 것일까. ‘정엽 그 양반’이란 가수 정엽을 얘기하는 것일 텐데, 나는 성시경에게 정엽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걸까. 아니면, 정엽 정말 재미없지 않아요? 라고 묻기라도 한 걸까. 실제 성시경과 정엽의 관계는 물론 나야 전혀 모른다. 그들이 라디오 프로그램 <푸른밤>의 역대 진행자라는 공통점 말고는. 그런데 나는 정엽이 정말 재밌어서 미칠 것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정엽이 딱히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데. 정엽은 가수일 뿐, 개그맨은 아니지 않은가. 그가 꼭 재밌어야 할 이유도 없고. 굳이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정엽이 <푸른밤, 정엽입니다>를 진행할 때 일부러 찾아 듣기도 했고, 꽤 좋아했으니 특별히 그가 재미없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물론 당시 <푸른밤>을 찾아 들은 건, <푸른밤>을 앞서 진행한 성시경에 대한 향수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정엽이 성시경보다는 재미가 없구나, 라고 잠시 생각했을지언정 ‘정엽은 재미없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온 적은 없다. 나는 그런 삶을 살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은 내가 인지하기로 두 번째 질문이자, 꿈에서의 마지막 기억이다. 나는 성시경에게 질문했다. 참고로 나는 그를 형이라고 지칭했던 것 같다. 나는 그에게 질문했다. “그냥 준 거 없이 싫은 사람은 없어요?” 그렇다. 이것은 내가 분명히 의식하고 한 질문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좀 이상한 게, 왜 하필 그런 질문을 던졌던가 싶은 거다. 그런 질문을 한다는 것은, 성시경은 마치 성인군자처럼 싫은 사람 얘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할 것 같다. 물론 내가 아는 성시경은 적어도 팬들 앞에서 이유 없이 누군가를 험담할 사람은 아니지만, 굳이 그런 걸 숨기는 사람도 아니다. 내가 던진 질문은 마치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온화하며, 화라고는 낼 줄도 모르고 내 본 적도 없는 사람을 떠보듯이 싫어하는 사람 없냐고 묻는 격이다. 다시 생각해봐도 성시경은 차가우면 차갑지 화낼 줄 모르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성시경이 대답하기 시작했다. “조석 말야……. <마음의 소리> 조석. 그 양반 만화, 그거는 진짜 아니야…….” 내 기억은 거기까지다. 그리고 꿈에서 깼다. 거참 이상하다. 내 무의식의 발현이라고 하기엔, 나는 정엽 그 양반도 싫어하지 않고, 조석 그 양반 만화도 싫어하지 않는다. 어째서 내 무의식은 성시경이라는 거죽을 입고, 정엽 그 양반, 조석 그 양반하며 그들을 격하하는가. 심지어 이제 완결된 <마음의 소리>를 두고. 정말 이상한 양반이다. 이 꿈은 실제 성시경과 정엽과 조석과는 무관하며, 이게 다 내가 꿈을 잘못 키운 탓이다. 성시경과 정엽과 조석의 팬분들은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 또한 나의 무의식이기는 하지만, 정엽과 조석의 웹툰에 대한 내 취향과도 무관함을 밝혀둔다. 나는 그 양반들 좋아한다.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27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27-얼굴을 들어...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무더위가 이어지더니 오란비는 끝이 났다는구나. 이제부터 그야말로 불볕더위가 이어질 거라고 하는데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까지 더 널리 퍼져서 걱정이다. 아들이 있는 곳에는 걸린 사람들이 자꾸 더 늘어나고 있다고 해서 걱정이다만 지킬 것들 잘 지키고 입마개 잘 끼고 다니기 바란다.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얼굴을 들어 해를 보라. 그리하면 그림자는 뒤로 물러날 것이다."야. 이 말씀은 미국의 연설가면서 작가로 널리 알려진 지그 지글러 님이 하신 말씀이라고 하는구나. 너희들은 이 말씀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한데 나는 끊임없이 좀 더 높은 곳, 더 나은 곳을 보며 그쪽으로 나아가라는 말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가 해가 떠 있는 낮 동안 하늘이 아닌 땅을 보고 있으면 늘 내 그림자를 보게 되는데 얼굴을 들어 해를 보면 내 그림자는 내 뒤로 간다는 것은 누구나 알 거야. 뭐 그리 남다른 겪음(경험)도 아니고 해 보면 바로 알게 되는 이런 참일(사실)을 가지고 그렇게 말씀을 하신 걸 보면 왜 이름이 널리 알려지셨는지 알 것 같았지. 살다보면 때론 아무리 애를 써도 잘 안 되는 일도 있고, 힘이 든 나머지 그럭저럭 지내다 보면 값진 때새(시간)가 훌쩍 지나버리기도 해. 하지만 그럴 때마다 고개 숙이고 제몸을 깎아내리며 더 힘을 잃게 되는데 그러지 말고 떳떳하게 높은 곳 밝은 곳을 보며 그림자를 보지 말라는 말씀이지 싶어. 참으로 나를 자라도록 애를 쓴다는 것은 남들 다할 때, 내가 하고 싶을 때, 일이 닥쳐 왔을 때만 힘을 쓰는 게 아니라 남들 안 할 때, 내가 하기 싫을 때, 닥친 일이 없을 때에도 하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이 나는구나. 누군가 "애를 써도 안 되더라."는 말을 한다면 그 사람이 가야 할 쪽을 잘못 잡은 것이 아닌지 돌아보게 하라는 말도 있는 만큼 너희들도 나아가야 할 쪽을 제대로 잡는 것부터 했으면 한다. 땅을 보고 쏜 화살이 하늘로 갈 일은 끝내 없을 테니까 말이야. 오늘 하루도 기쁜 마음으로 하고 싶은 일, 멋진 일들로 가득 채워 가길 바란다. 4354해 더위달 스무하루 삿날(2021년 7월 21일 수요일) 바람 바람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좋은말씀 #명언 #터박이말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지그지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