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thong
6 years ago100,000+ Views
호문쿨루스. 이 만화의 제목인 호문쿨루스는 라틴어로 작은 인간을 의미해. 중세 유럽의 의학이론에서 정액에는 이미 완전한 형태로 작은 사람이 들어있으며 임신은 이 정액 속의 작은사람이 여성의 태내에서 단순히 성장하는 것이라 생각했어. 본디 호문쿨루스란 이 이론에서의 정액 속의 소인간(小人間)을 의미하는 용어였지만 지금은 신체기관을 대뇌피질에서 담당하는 비율에 따라서 그려놓은 머리와 손이 크고 이외의 부위가 작은 인형의 그림이 되었지. (입술과 손이 크다. 그래서 사랑에 빠지면 만지고 키스하지. 상대방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으니까.) 이 만화는 ‘보고, 보여지고자 하는’(이해하고 이해되어지고자 하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보여준 작품이다. 처음 보기에는 꽤나 어려운 작품처럼 느껴지는데, 그것은 만화를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적 기본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야. 작가인 야마모토 히데오는 전작 고로시야이치에서(살인자 1 이라는 뜻) 보여 줬듯이 절대 쉽지 않은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지. 호문쿨루스는 전작보다는 쉬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작품이라 블로그에 있는 감상평을 보면 작가가 의도한 의미를 파악하기 보다는 단순 스토리 전달에만 그친 경우가 많더라. (물론 정확하게 의미를 파악해낸 사람도 있었음) 잘 이해가 되지 않음에도 인기가 많으니 작가의 역량 자체는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 어느 정도 반전이 있는 만화지만, 여기서는 스토리를 전부 밝힐거야. 그래야 이 만화 안에 숨겨진 심리학적 의미를 밝혀낼 수 있으니까. 그러니 스포일당하고 싶지 않다면 보지 않길 바란다. 만화를 읽고 난 뒤에 이 글을 읽으면 더 확실히 만화를 감상할 수 있을거야.  니코시 스스무라는 남자가 주인공이야. 이 사람은 원래 잘나가는 투자은행의 직원이었지. 돈을 많이 모아 좋은 차를 타고 좋은 곳에서 살며 마구 여자를 바꾸며 살았지만 투자가 실패하여 초라한 차를 타고 노숙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러던 와중에 부유한 의사의 아들인 이토 마나부가(이 사람도 역시 의사) 주인공인 니코시에게 접근하여 실험 대상자가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그 실험은 뇌에 구멍을 뚫어서 인간에게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는지 알아보는 것. 보수는 70만엔. (환율로 대략 1000만원쯤) 니코시는 거절하지만 돈이 다 떨어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수술을 받고 머리에 구멍을 뚫어. 그런데.. 헉 이럴수가! 수술을 받은 후 정말로 세상이 달라보이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이 달라 보인다. 매우 일그러진 형태로 마치 외계인처럼) 이 황당한 시츄에이션에 니코시는 당황하지. 즉 두눈으로 보면 멀쩡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한 눈을 가리면 그 사람이 일그러져서 보이기 시작하게 된거야. 니코시는 머리 뚫은 수술을 한 이토 마나부에게 그 사실을 말하고, 마나부는 그것의 비밀을 파악하게 되. 그것은 바로 '호문쿨루스.' 인간은 오감을 이용해서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행복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면서 의식을 형성해 나간다. '나는 누구인가' 부터 시작해서 인간관, 세계관을 구축해 나간다. 니코시는 수술을 통해서 각자가 스스로에게 가진 '무의식적 일그러짐의 이미지'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위 그림에서 전화를 받았을 때 여성의 몸이 6개로 분화되고, 그 중 성기가 위치한 골반이 움직인다는 것은 스스로를 섹스를 파는 마네킹으로 인식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무의식적으로 인식될 뿐이지, 정작 당사자에게 '당신은 섹스 토이야' 라고 했을 때 강력히 부인하겠지만, 속으로는 그렇게 인지하고 있다는 거야. 즉 인간의 '일그러짐'을 니코시는 바라볼 수 있게 되었어. 사람은 모두 일그러짐을 갖고 있지만 그 일그러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 하지. 열등감, 허영심, 회피, 트라우마 등등 감정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상태가 있어도 감기처럼 드러내지 않기에 정신질환은 고치기 어려운데, 니코시는 단순히 왼쪽 눈을 가리기만 해도 상대방의 정신적 뒤틀림을 볼 수 있게 된거야. 니코시는 이 능력을 활용하여 총 5명의 뒤틀림을 가진 사람들의 뒤틀림을 고쳐줘. (이 중에는 머리 뚫는 수술을 한 이토 마나부도 포함되어 있다.) 니코시는 타인의 뒤틀림을 해결해주면서 엄청난 깨달음을 얻는다. '나는 모든 사람의 뒤틀림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오직.. 내가 가지고 있는 뒤틀림을 '공유'하는 사람의 뒤틀림만 보인다.' 즉 위의 사례를 끌어 본다면 니코시 본인 스스로도 '인간이 돈으로 섹스를 사고 파는 존재이다'라는 비틀어진 인식을 갖고 있기에 그 여성의 비틀림을 감지할 수 있다는 뜻이야. 이는 만화적인 허구가 아니라 중요한 심리적 사실이야.(물론 만화를 읽어보면 니코시가 생각하는 것은 이 세상은 기호의 교환(돈, 육체, 선물 등)이다라는 것이기에 약간 다르지만) 나는 타인을 본다. 누구의 눈으로? 나의 눈으로. 이미 나의 눈으로 타인을 보는 순간 나의 필터에 의해 상대방은 '오염'되어 인식되지. 내가 만약 사기꾼이라면, 모든 사람이 사기꾼으로 보이게 된다. 왜 나에게 친절을 베풀지? 아하! 이자식이 나를 안심시킨 다음에 나에게 등처먹으려고 하는 거구만! 내가 만약 성식자라면, 모든 사람이 성직자로 보이게 된다. 왜 나에게 친절을 베풀까? 아하!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자손이고 서로가 형제이니, 서로 조건 없는 사랑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별 대수롭지 않다. 상식이니까. 그런데.. 잠깐 질문.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면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사람은 처리할 수 있는 용량에 한계가 있어서 '나'와 관련된 것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정보는 버려버리는 특성이 있어. 내가 핸드폰이 필요해서 핸드폰을 사고 싶다고 마음을 먹으면 주위 사람들이 쓰는 핸드폰에 더 눈이 가고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이것도 대수롭지 않지. 하지만 나의 눈으로 남을 본다는 것과, 세상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합쳐지면 꽤나 신선한 결론이 나온다. 즉.. 너는 나다 A라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은 완전 아부쟁이에 수전노에다가 야비하고 소심하다. 그래서 나 B는 그 사람이 정말 싫다. 아마 내가 아는 사람중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나와 가장 닮은 사람일 가능성이 무척무척 높다. 이 경우 본인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B는 본인 스스로를 아부쟁이에 수전노고 야비하고 소심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의식적으로는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주위 사람들의 반응과 본인의 경험을 처리한 결과 나 스스로가 아부를 하는 것, 돈을 과하게 아끼는 것, 야비한 것, 소심한 것에 대한 증거를 갖고 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무의식적으로 판단을 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 가장 관심이 많으므로 사람을 볼 때 상대방이 아부쟁이에 수전노에 야비함에 소심함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부터 본다. 나에게 가장 가까운 특성을 상대방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언뜻 보면 당연하다. 같은 사람 아닌가. 만약 정말로 A가 아부쟁이에 수전노에 야비하고 소심하다 할지라도 B가 그런 성격이 아니라면 A를 싫어할 이유가 딱히 없다. 왜냐하면 B에게는 A가 가진 특징들이 보이지 않으므로. 아부는 칭찬이고, 수전노는 경제관념이고, 야비함은 현실성이며 소심함은 준비성으로 느껴진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건 뭔가요 할 수도 있다. 그건 그 사람이 정말 못된 사람이란 뜻이다 ㅎㅎ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면 모든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낄 정도의 '강력한' 특징을 지녔기 때문이다. 결국 타인에 대한 평가도 나에게서 오는 것이다. 직장에 부장님이 정말 짜증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자. 맨날 잔소리에 사사건건 간섭이고 부하의 공을 가로챈다. 그래서 밑의 사람들이 다 싫어한다. 그런데 그 부장님 부하직원으로 '신'(God)이 들어왔다. 완전무결한 존재가. 이 부장은 정말 쩌는 인간이라 신에게도 잔소리하고 간섭하고 신의 공을 가로챈다. 하지만 신은 부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면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신은 누군가를 얕보고 무시하지 않고 공을 탐하지도 않는다. 전혀 부장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저 현상일 뿐이다. 마치 나와 공감대가 전혀 없는 개미가 바닥에 떨어진 과자를 들고 자신의 집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는 것 처럼. 그냥 개미는 그런가보다. 결국 같은 인간으로서 같은 마음가짐 (나 또한 상대방을 얕볼 때가 있고 무시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보다 잘나고 싶은 공명심이 있기 때문에) 미워하는 것이다. 그 사실이 이 만화에서 모든 사람이 나의 얼굴을 가진 것으로 드러난다. 이 만화의 마지막인 15권에서 니코시는 자신의 능력으로 인간을 이해하다가 궁극적으로 타인을 '나'의 수준으로 이해하는 지경에 도달한 것이다. 니코시는 타인을 진실하게 볼 수 있게 되었으나 니코시를 제외한 어떤 사람도 니코시를 니코시만큼 이해할 수 없었다. 때문에 니코시는 모든 사람을 이해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이해받을 수 없기에 공허하고 좌절의 삶 속에서 나를 나처럼 봐줄 사람을 기다리게 된다. 나를 봐줘. 나도 봐줄테니까.. 매드로부터.
east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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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오래전 재밌게 보다가 질려버림 ㅋㅋㅋㅋ 너무 심오하게 본탓인듯해요 한장면한장면이 너무 강하게 와닿아서 불편했구 ..
내가 싫어하는게 나를 닮았다라 조금 다른방향이네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거 고딩때한번보고 한동안 심오하게 많은생각을하며 지냈다는..
이거 끝까지봤는데 완결이...
헐...이거 어릴때 보고 멘붕왓엇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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