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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강한 터키를 원한다

상당히 흥미로운 기사(참조 1)다. 터키가 주변에 온갖 문제를 일으키고 주변 모두를 적으로 돌리고 있어도 미국이 "이놈!"하고 혼내지 않는 이유를 러시아가 분석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해 보자. 미국 입장에서 강한 터키가 필요하다. 터키보다 더 질이 나쁜(...) 국가들을 제어하기 위해서다.

1. 러시아

터키가 남부 코카서스 지방을 휘젓게 놔둠으로써 러시아가 유럽에 신경을 집중하지 못 하도록 만들 수 있다. 도시 젊은이들이야 미국의 영향권 아래에 있지만,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는 시골 인심은 이슬람의 보호자, 에르도안에게 더 끌리게 되어 있다.

2. 중국

터키가 중앙 아시아의 각종 "스탄" 국들을 휘젓게 놔둠으로써 중국을 괴롭힐 수 있다. 지하드 전사가 많아질수록 중국 서부가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신장-위구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3. 이란

터키와 이란을 싸움 붙이는 것이 아니다.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서 드러났듯, 터키가 아제르바이잔을 무한정 지원함에 따라 거의 터키의 종속국가화 된 아제르바이잔은 물론 이란 내부의 아제르바이잔계 인구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시킴으로써 최소한 이란을 제어할 수 있었다.

4. 유럽

에르도안이 마음대로 유럽에 큰소리 칠 수 있도록, 폰 데어 라이엔에게 소파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참조 2) 유럽이 믿을 곳은 미국 밖에 없음을 더 부추기게 만들었다. 터키가 마음만 먹으면 난민을 다시 대량으로 보내거나 해안가(참조 3)에서 그리스와 (우발적인?) 전투를 개시할 수 있다.

5. 기타등등

가령 미국이 빠져나가는 아프가니스탄도 터키가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참조 4).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도 터키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터키도 바이든이 결국은 터키를 소중이 여기리라 자신하고(...참조 5) 있다. 그래서 결론은 무엇이냐, 미국이 과연 터키를 통제할 수 있을까?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미국이 상당히 터키를 갖고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텐데, 미국이 마음 먹는다면야 얼마든지 터키를 "이놈!"할 수 있을 테니 일단은 모두의 불만을 그냥 참게 한 채로 상황이 흘러가기를 바랄 것이다. 에르도안은 마음껏 계속 주위를 적으로 만들 수 있을 테고 말이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가 시작일까?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학살(참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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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사진도 이 기사에서 가져왔다. США терпят турецкую наглость из-за России(2021년 6월 29일): https://vz.ru/world/2021/6/29/1106350.html

2. 소파 게이트(2021년 4월 8일): https://www.vingle.net/posts/3650913

3. 그리스와 터키(2021년 5월 18일): https://www.vingle.net/posts/3719609

4. 이미 시작됐다. US Says Biden, Erdogan Agreed on Afghanistan, But S-400 Issue Unresolved(2021년 6월 17일): https://www.voanews.com/usa/us-says-biden-erdogan-agreed-afghanistan-s-400-issue-unresolved

5. Biden must pull himself together on ties with Turkey(2021년 6월 17일): https://www.dailysabah.com/opinion/columns/biden-must-pull-himself-together-on-ties-with-turkey

6. 동 백악관 성명서에는 터키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오토만 정권이라고만 되어 있다. Statement by President Joe Biden on Armenian Remembrance Day(2021년 4월 24일): https://www.whitehouse.gov/briefing-room/statements-releases/2021/04/24/statement-by-president-joe-biden-on-armenian-remembrance-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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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터키 지방선거를 둘러싼 이합집산
https://orientxxi.info/magazine/elections-municipales-en-turquie-erdogan-en-danger,2976 3.31(일)에 터키에서 지방선거가 열린다. 2017년 개헌 투표를 통해, 터키가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바뀐 이후 처음 열리는 지방선거이기 때문에 에르도안의 AKP가 과연 어느정도 심판을 받는지가 관건이다. 그래도 터키는 해당 지역에서 민주주의가 돌아가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에르도안의 뜻대로 AKP가 지자체를 다수 점유하지 못 하더라도 상관 없다. 테러 조직 연계로 지자체장들을 내몰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지자체 선거 당시 쿠르드 계열 지자체장들이 100곳 이상의 지자체를 석권했었다. 지금은? PKK 연루 혐의로 정부가 그들 중 96명을 "그냥" 내쫓았다. 터키 국회부터 얘기하자. 위에 얘기한 개헌을 통해 터키는 국회의원을 550명에서 600명으로 크게 늘렸고, 투표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100% 선출한다. (즉, 유권자는 정당 이름이 있는 투표 용지를 받는다.) 그래서 지역구가 따로 없고, 선거구가 존재한다. 가령 앙카라(36명)나 이스탄불(98명)은 1,2,3 선거구로 나뉜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지방선거는 우리나라 방식과 같다. 그냥 한 번의 선거에, 다수득표자가 당선되는 구조다. (일종의 소선거구제라는 의미다.) 즉? 정당별 이합집산이 심하다. 1등만 인정받기 때문에, 최대한 자기파를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연합(İttifakı)"을 결성한다는 의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야당 이렇게 연합이 결성됐다. 에르도안의 AKP 쪽은 AKP와 함께 터키 민족주의 정당인 MHP를 합쳐서 "국민연합(Cumhur İttifakı)"을 결성했다. 야당인 CHP는 바른정당(İyi Parti, 참조 1)과 함께 "인민연합(Millet İttifakı)"을 결성했다. 그러나 터키 얘기할 때 뺄 수 없는 세력이 바로 쿠르드다. 쿠르드를 대표하는 정당은 현재 의회 내 제3의 교섭단체를 구성한 HDP(데미트라슈 기억하시나? 참조 2)이며 HDP는 주요 정당과 연합을 결성하지 않았다. 왜냐, 최대한 AKP를 떨어뜨리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역시 형제의 나라?). 인민연합 측에서도 CHP나 바른정당이나 모두 다 어느정도는 반-쿠르드 정서가 심하기 때문에 굳이 HDP와 연합을 맺지 않고 지역별로 후보를 내지 않는 식으로 돕는다는 얘기다. 쿠르드 지역에 CHP가 후보를 내지 않고, 해안가 지역에는 HDP가 후보를 내지 않는다(실제로 이스탄불과 앙카라, 이즈미르 모두 HDP는 후보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HDP는 CHP에 투표하라는 식으로 선거운동도 한다. 여담이지만 앙카라는 좀 다르다. HDP가 앙카라 역시 후보를 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CHP 후보 지지표명까지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즉, 공식적인 연합이 아니니, 후보 개개인별로 달리 할 수는 있겠다. 앙카라의 CHP 후보는 반-쿠르드에 원래 민족주의 정당인 MHP 출신이다. 물론 여론조사 상으로는 AKP가 주도하는 연합이 강력하긴 한데... 만약에 말이다. 현재 야당이 우세를 보이고 있는 앙카라를 CHP가 차지하면 과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2014년 당시 개표할 때 거의 막상막하였다가 다음날 아침, 개표가 수 시간 동안 갑자기 중단되면서, 개표가 재개되자 AKP 후보가 앞서는 현상도 나타났었다. ---------- 참조 1. 메랄 악셰네르(2017년 10월 6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5679059104831 2. 데미트라슈(2015년 6월 4일): https://www.vingle.net/posts/874694 PKK 도움 및 반국가 행위로 터키 검찰은 그에게 142년을 구형했었다. 하지만 판결에서 4년 8개월을 받았던(현재 투옥 상태에서 항소 중) 그는 2018년 대선 당시 옥중출마를 감행한다. 놀랍게도 3위를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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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와 F-35, 100년 전 사례
https://orientxxi.info/magazine/la-turquie-face-a-la-perfidie-des-occidentaux,3188 오늘은 탑건:매버릭 예고편이 나온 기념으로 전투기 얘기를 안 할 수 없겠다. 터키가 기어이 S-400 시스템을 도입함(참조 1)에 따라, 터키를 향한 F-35 인도가 중단됐다. 그에 따라 공식적으로 F-35 프로그램에서 터키는 퇴출된다. 당연히 미국 입장에서는 터키에게 최신 전투기를 넘겨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역사적 선례가 있다는 말씀. 나도 몰랐다. 때는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토만 투르크 시절이다. 아니, (난데 없이) 브라질 얘기부터 해야겠다. 한창 커피와 고무 수출이 잘나가던 시절의 브라질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한 군비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영국에 드레드노트 급 전함을 주문한다. 이 드레드노트 급 전함이 지금으로 치면 F-35로 비교할 수 있는 최신 전함이다(물론 드레드노트와 F-35가 정말 똑같은 개념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문제는 잘나가던 커피와 고무 수출(참조 2)이 갑자기 꺾인다. 때마침 터졌던 발칸 전쟁 때문에 유럽 은행들로부터의 대출도 여의치 않았던지라 브라질은 거의 다 만들어진 전함 인수를 포기하고, 그 권리를 오토만 투르크 제국에게 판매한다. 게다가 신형! 업그레이드! 드레드노트에 대한 소식도 들려오던 차였다. 당시 오토만 투르크는 최신형 전함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 매물에 눈독을 들였고, 국민성금을 통해 전함을 인수한다. 무려 두 척이었다. 그래서 하나는 술탄 오스만 1세, 다른 하나의 이름은 Reşadiye이었다. 양도일도 정해졌다. 1914년 8월 2일. 연도를 보십시오. 1914년이다. 1914년 6월에 무슨 일이 있었다?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사라예보에서 저격을 받아 사망합니다. 윈스턴 처칠 해군부장관은 생각했다. 동맹이 될지 안 될지 모를 오토만에게 이 최신식 군함을 양도할 수 없다. 그래서 이미 양도받으러 와 있던 오토만 해군이 양도식을 치르기 1시간 전, 모든 것을 다 취소시켜버린다. 오토만 투르크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붙었었다. 그리고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사건으로 악화된 여론이었다.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내용인데... 사실 터키도 뾰족한 수는 없는 모양이다. (여전히) NATO 회원국인 터키 입장에서 (서방에 걸쳐 있는) 이스라엘과 한국이 대안일 수 없다(참조 3). 제1차 세계대전에서도 오토만 투르크 제국은 나라 자체가 사라졌었다. ---------- 참조 1. 터키의 F-35와 S-400(2018년 8월 28일): https://www.vingle.net/posts/2490195 2. Ciclo da borracha라고 하여 아마존 유역이 개발되면서 있었던 고무 붐이었다. 공업용 고무를 생산할 만한 곳이 브라질밖에 없었던 탓인데... 영국(탐험가 Henry Wickham)이 고무 씨앗을 훔쳐갑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스토리다.) 이후부터는 영국 식민지였던 말레이시아와 스리랑카에서도 고무가 생산된다. 3. Turkish-Russian Defense Cooperation: Political-Military Scope, Prospects and Limits(2019년 5월 13일): http://edam.org.tr/en/turkish-russian-defense-cooperation-political-military-scope-prospects-and-limits/
푸틴과 에르도안이 나온 사진
이 사진은 터키 매체(참조 1)에 나왔다. 푸틴과 에르도안이 그동안 전쟁날 뻔 했었던 지역(시리아 이드리브)에서의 휴전에 동의하고 고속도로 순찰을 러시아와 터키가 같이 하기로 했다. 이렇게 보면 터키발 세계 제3차대전을 피한 것처럼 보이는데… 사진부터 봅시다. 푸틴과 에르도안 두 대통령이 대화를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곳에 조각상이 하나 있음이 보일 것이다. 러시아-소련초기의 예술가, 예브게니 란시레(Евгений Евгеньевич Лансере, 참조 2)의 작품(참조 3)이다. 작품 이름이 “발칸을 건너며…”인데, 사실 이 조각은 크렘린 궁 안에서 푸틴이 다른 나라 정상들과 얘기할 때마다(가령 참조 4) 놓여 있던 조각상이다. 정치적으로 달리 해석할 이유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얘기인데, 하필이면 상대방이 터키의 에르도안이다. 1877-1878년 당시 러시아-오토만 제국 전쟁 당시 불가리아 전투에서 러시아의 승리를 묘사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당시 오토만 제국이 점유하고 있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루마니아, 불가리아가 해방됐었다. 그런데 그 뿐만이 아니다. 같은 매체에 올라온 단체샷을 보면 왼쪽에 한 여인 조각상이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 또한 크렘린 궁 홀에 원래 있던 조각상인데 하필이면 상대방이 터키의 에르도안이다. 이 여인이 바로 예까찌리나 알렉세이브나, 즉 에카테리나 2세의 조각상이기 때문이다(만든 사람까지는 모르겠다). 예카테리나 2세가 뭘 했다? 위에 적은 전쟁보다 이전에 있었던 러시아-오토만의 전쟁(1783-1792)을 통해 크림반도를 포함한 흑해 영토를 오토만으로부터 뻬앗았다. 하필이면 저 자리에 터키 정부 대표단이 서 있네. 만약에 에르도안이 수박을 팔지 않고(…) 역사를 잘 알고 있었다면 예카테리나 조각상이라도 좀 치워달라 하지 않았을까? 또한 어떻게 보면 이번의 합의 또한 터키에게 굴욕적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시리아 내 러시아군이 시리아 영내로 들어온 터키를 순간 겨냥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고(이런 건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드리브 근처의 항공금지구역은 러시아가 관리하고 있다. 즉, 터키는 추가적으로 보낼 군대도 준비가 안 됐었고 항공기를 진입시킬 수가 없으며, 러시아 포대에 극히 취약했었다. 이 정도가 NATO 제2의 육군이었단 말인가? 게다가 NATO가 터키를 도울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으며, 터키는 주위의 모든 나라에 적대감을 표출함으로써 고립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언론에서 주로 우려했지만) 과연 터키가 몽트르 조약(Convention de Montreux, 1936, 참조 5)에 따라 러시아 함선의 항행을 완전히 막을 수 있었는지는 대단히 회의적이었다. 이를테면, 터키는 조지아/그루지아의 사카슈빌리의 실수를 저질렀다(참조 6)는 의미다. 도와줄 국가가 없는데 뭘 믿고 군사를 움직였냐는 비판이다. 오히려 시리아 내 터키군의 입지만 좁아졌다. 러시아랑 같이 순찰하기로 한 구역 역시 러시아가 강하게 군사적으로 통제하는 지역이다. 다만 이번 글의 주제는 에르도안이 아니라, 예술품 얘기다. 긴장관계에 있는 나라를 방문할 때, 어디에서 사진이 찍힐지, 주변에 무엇이 배치되어 있는지 사전에 좀 알아봤어야 하잖았을까? 해군 제독 정도면 괜찮다(참조 7). 하지만 나라 정상과 그 대표단이 나올 사진이다. -------------- 참조 1. Russian, Turkish leaders hold Syria meeting in Moscow(2020년 3월 5일): https://www.aa.com.tr/en/europe/russian-turkish-leaders-hold-syria-meeting-in-moscow-/1755738 사진 갤러리는 https://www.aa.com.tr/en/pg/photo-gallery/erdogan-putin-meeting-in-moscow- 2. 파리로 건너가서 작업할 때는 이름을 라틴 알파벳화, 정확히는 불어처럼 변화시킨다. 으젠 렁스레(Eugène Lanceray)로 바꾼 것이다. 3. 작품, “발칸을 건너며(Переход через Балканы)”: http://www.sothebys.com/en/auctions/ecatalogue/lot.669.html/2011/russian-works-of-art-faberg-and-icons 4. Support from Trump and Putin boosts Netanyahu’s chances in Israeli elections(2019년 4월 7일): https://thearabweekly.com/support-trump-and-putin-boosts-netanyahus-chances-israeli-elections 5. 국제연맹 주도로 스위스 몽트르에서 체결한, 보스포루스-다르다넬레스 해협의 무해항행권을 보장하는 조약이다. 법적으로 지금까지 유효한 조약으로서 터키가 해협을 관리할 수 있게 해 줬다. 여담이지만 1만 5천톤 급 이상의 군함은 통과를 못 하게 했다. 재밌게도 이 제한 때문에, 서방측의 항공모함은 조약에 따라 흑해 안으로 못 들어간다. 러시아의 쿠즈네초프급 순양함(이라 쓰고 항공모함이라 읽는다)은 자유로이 항행하지만 말이다. 6. Турция переоценила свои возможности. Итоги встречи Эрдогана и Путина(2020년 3월 6일): https://topwar.ru/168705-putin-jerdogan-kto-komu-slil.html 7. 도고 헤이하치로의 사진(2019년 11월 29일): https://www.vingle.net/posts/2707879
아야소피아의 모스크 결정
아야소피아(참조 1)를 박물관에서 다시 종교시설(이슬람 모스크)로 바꾼다는 뉴스를 잘 아실 것이다. 게다가 이 결정이 정말로 터키를 신정국가로 만든다기보다는, 국내 정치적 요소 때문인 것으로 이해하고 계실 것이다. 그게 맞다. 다만 몇 가지 이야기를 더 추가할 수는 있겠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보기에 (오리엉21에 늘상 뜨는) 좋은 기사. https://orientxxi.info/magazine/turquie-le-mauvais-film-de-la-reconquete-de-sainte-sophie,4035 주된 목적은 에르도안 자신이 주도해서 결정을 이끌었다는 이미지를 퍼뜨리기 위함이다. 실질적으로는 제아무리 독실한 무슬림이라 하더라도, 아야소피아를 다시 모스크로 바꾼다는 소식은 그냥 kibun이 좀 좋아진다 정도밖에 없다. 이미 같은 이스탄불 내에 참르자(Çamlica) 모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이 모스크가 아야소피아보다 훨씬 거대하고 더 현대적이다. 일종의 "대형교회(mega church)"의 개념인 메가-모스크가 바로 그곳. 또한, 반드시 아야소피아에서 기도를 하고 싶다고 하는 무슬림이 있다면, 그들을 위한 기도 공간도 박물관 내에 이미 존재해 있었다. 기도 공간이라거나 모스크가 모잘라서 내린 결정이 아니라는 점은 너무나 명확하다. 게다가 아야소피아가 박물관으로서, 그리고 또한 전세계 동로마제국과 정교회 덕들을 끌어들이는 거대한 수입원 중 하나이기 때문에 모스크로의 전환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꽤 클 것으로 보인다. 세계 관광객들을 목표로 하는 동네 상권 다 죽인다는 얘기다. 다만 이 아야소피아를 둘러싼 논쟁은 터키 공화국의 국부라 할 수 있을 아타튀르크께서 1934년에 내린 결정 이후부터 계속 있었다. 이 1934년 결정의 문제는 관보에 내지 않았다는 점인데, 그래서 그런지 틈만 나면, 모스크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소송이 정기적으로 제기됐었다. 그 뒤에는 극우파 정당인 MHP(민족주의행동당)이 있는데, 문제는 이 MHP가 집권여당인 에르도안의 AKP(정의개발당)의 연정파트너라는 점에 있다. 무슨 말이냐, 에르도안이 MHP의 도움이 없으면 안 된다는 입장이라는 의미다. 술탄이라는 별명을 가졌지만 그의 권력기반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 뉴스가 바로 아야소피아 모스크 결정이다. MHP의 도움이 있어야 어젠다를 세울 수 있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이슬람과 연관되는 경우, 반대의 기미가 보이면 "국민의 적"으로 몰아붙이는 전략이 너무나 뻔하게 예상되기 때문에, 주요 야당인 CHP(공화인민당), 이스탄불 시장으로서 장래를 기대받고 있는 Ekrem İmamoğlu 시장(CHP 소속)도 조용한 상태다. 다만 쿠르드계열이 들어가 있는 HDP(인민민주당, 참조 2)은 좀 다르다. "약탈한 곳도 하느님의 집이 될 수 있겠는가?"하고 의문을 제기한 의원(참조 3)이 있기는 하지만, 터키 국내 언론이 일부러 이 정당을 담합하여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그래서 정리하자면, 에르도안이 마음대로 휘젓는 모습을 국내적으로 연출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어떤 탄압을 받을지 알기에 야당도 조용히 있는 상태라 할 수 있겠다. 그동안 잘 운영되어왔던 아야소피아를 굳이 모스크로 바꿔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에르도안의 kibun에 따라 상황이 그에게 맞춰줄지는 잘 모르겠다. ---------- 참조 1. 그리스어(Αγία Σοφία)로 하든 터키어(Ayasofya)로 하든 /아야 소피아/가 맞긴 한데, 고전 그리스어로 표기할 때 /하기아/로 바뀐다. 글자 독음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영어 표기의 경우가 바로 /하기아(Hagia)/이다. 2. 터키 내 제 3당으로서 총선 최소득표율(10%)을 넘어서 원내 정당으로 계속 활동하고는 있지만 최근, 선거재판, 혹은 선거 당일(!!) 등록 취소를 통해 지난 지방선거에서 확보했던 지자체장들 65명 중 50명을 상실하고만다. 터키 정부는 당연히 합법적이라 주장한다. 제도적으로 탄압받고 있다는 얘기다. The injustice wrought on Kurdish mayors(2020년 6월 4일): http://www.jamesinturkey.com/the-injustice-wrought-on-kurdish-mayors-hdp/ 3. 휘다 카야(Hüda Kaya) 의원이다. 지역구는 이스탄불. 평소에 히잡을 쓰고 다니는 신실한 무슬림인데다가 히잡 금지에 반대하는 입장이면서 친-쿠르드+좌파라 할 수 있을 HDP 소속 재선의원이니, 터키도 매우 복잡한 사정이 있음을 알 수 있겠다.
터키의 F-35와 S-400
http://edam.org.tr/en/is-turkey-sleepwalking-out-of-the-alliance-an-assessment-of-the-f-35-deliveries-and-the-s-400-acquisition/ 이런 연구소 리포트는 비행기에서 읽기에 제 맛이다. 아마 나의 밀덕 친구들은 알고들 계셨을 텐데, 미국 의회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2019년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서명하면서 F-35 라이트닝 II 군용기의 터키 판매를 막았고, 터키는 ‘계약대로’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터키는 러시아로부터 S-400 대공미사일 패키지(!)를 수입하겠다고 푸틴 대통령에게 약속했다. 바로 이 사건에 대한 터키 민간(?) 전략연구소의 보고서다. 다행히 영문판도 올라와 있으며, 해당 사안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를 위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지정학적인 깊은 의미를 원하신다면 좀 방향이 다를 수도 있겠다. 물론 기술적인 부문을 알고 있어야, 그것의 지정학적 함의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읽어야 할 문건 중 하나라고 해도 좋다고 본다. 자, F-35는 그 개발 때부터 터키도 참여하고 있던 비행기다. 오히려 뒤늦게 수입에 합류한 우리나라보다 더 빨리 계약 맺고 했으니 이미 초도분이 인도됐어야 할 상황이다. 그렇지만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에르도안의 정적, 귈렌 문제와 더불어 터키 내의 미국 목사 문제, 그리고 여기에 트럼프와 에르도안 양자의 거센 발언으로 현재 대단히 갈등이 커진 상태다. 터키는 당연히(?) 러시아에도 붙었다. 이것이 바로 이 문제의 시발점이다. 문제는 F-35가 너무나 최첨단 군용기라는 사실에 있다. (트랜스포머와 어벤저스/실드에 나온 이유가 다 있었다. 물론 어벤저스에서는 퀸젯이 더 중요한 함재기로 활약한다.) F-35는 이를테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차전에 “통신”을 도입한 독일 만큼이나 혁신적이다. 스텔스 능력을 얘기함이 아니다. 공중과 육상+해상 간의 전반적인 “네트워크”를 도입한 군용기이기 때문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터키가 NATO 동맹국이기 때문이다. 가령 터키에 F-35가 배치됐다고 가정해 볼 때, 터키의 F-35는 NATO의 정보자산을 이용할 수 있으며, 그 자신이 또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전투 지역에 굳이 들어서지 않더라도 해당 정보를 육상/해상/공중의 자산에게 공유하여 입체적인 공격을 가능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즉, 적국의 전투기는 F-35가 상대방에게 있다 싶으면 조종사는 F-35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다. 360도 전부를 살펴야 한다. 따라서... 대공 미사일 패키지인 S-400을 터키가 설치한다면, F-35에 같이 운용하기 위해서 정보 공유는 필수적일 테고, 정보 공유 방지를 전제로 F-35를 수출한다 하더라도, 결국 두 자산을 같이 운용하려면 어떻게든 연결을 시켜야 한다. 즉, 러시아 기술자들이 NATO의 방어 자산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보여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어차피 S-400은 전자전 능력도 갖추고 있기에, F-35를 공격 안 하려면(!) 그 코드를 알기는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혹시 F-35의 핵심 중 하나인 ALIS)를 빼버리면 될까? 그럴 것이라면 굳이 F-35를 배치할 이유가 사라진다. 그러나 현 상황은 터키 공군의 업그레이드를 절실히 요청하고 있다. 군용기와 대공 미사일 둘 다를 의미한다. 시리아는 물론이거니와 이란의 탄도 미사일 능력이 일취월장했기 때문이다. 시리아 및 쿠르드 군의 대공 미사일도 마찬가지의 위협이다. 해결책은? ...당장 안 보인다. 워낙 두 국가 사이가 틀어졌으니 말이다. 이 보고서 또한 양립 가능한 해결책이 없다가 결론.
리라의 가치하락
http://www.faz.net/-gq5-9dhh4?premium=0x869bcf0b3557da5cf4f5b2ae3b2362a5 리라의 가치하락이 터키에게 무엇을 의미할까? 사실 "리라"라는 통화를 사용했던 나라가 이탈리아라서 터키 통화 가치의 추락이 이탈리아의 경제 추락과 비슷한 면이 좀 보이는데, 일단은 2001년 터키 경제의 위기 및 IMF 구제금융과 비교를 해야 할 일이다. 즉, 어떻게 보면 지금의 경제 위기도 IMF 차관을 받으면 유럽에게 낮은 자세를 보일 필요 없이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하잖을까 생각하실 수도 있을 텐데... IMF에서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잖던가. 안 될 거야, 아마. 물론 2001년 위기 당시의 터키는 지금과는 달리 의원내각제였고, 대통령제로 바뀐지 얼마 안 된 현재는 일종의 "스트레스 테스트" 기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여기에 에르도안 스스로가 일으키는 정치적 불안정성과 터키 스스로의 체질 약화를 들 수 있겠다. 에르도안으로서는 당연히 이런 상황이 정치적으로 위험하다. 이미 16%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이 가치 하락을 통해 더 오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급여 수준은 인플레이션에 훨씬 못 미치고 있고, 이는 내정 불안으로 직결된다. 참고로 GDP가 11% 줄어들었던 2001년 당시의 경제위기는 에르도안의 정치적 데뷔를 가져왔었다. 에르도안은 이게 뭘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 2001년과의 차이는 더 있다. 부동산 경기의 침체다. 급여 수준 하락과 더불어 부동산 침체는 더욱 더 소비 침체를 부추길 것이다. 게다가 2001년의 위기는 공공 부채가 초래했다고 할 수 있지만, 현재의 위기는 민간의 부채가 더 문제다. 당장 갚아야 할 단기성 부채만 해도 1,250억 달러. (참고로 위기 직전 GDP가 8억 5천만 달러 수준이었다.) 물론 2001년의 위기를 호되게 겪었고 EU 가입을 위한 제도 조정을 거쳤기 때문에 터키의 은행들이 버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래서 (상당히 중요할 수밖에 없을) 터키 내 독일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별 문제가 안 된다고 보고 있는 모양이다. 독일 입장에서 보더라도 터키가 망하는 것이 EU에 그다지 좋지 않다. 당장은 구제할 생각 없다고는 하지만서도 터키를 서방의 동맹으로 묶어 두는 편이 더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터키를 전략적인 목표물(strategische Zielscheibe)로 여기고 있지...
그리스와 터키
중동(...) 지방을 빼면, 국지전 혹은 분쟁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서 우리는 늘상 대만 해협이나 필리핀을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그리스-터키 접경 지역도 높은 순위에 들어간다. 아니 터키와 그리스라면 트라키아 지방을 두고 이스탄불만 접해있지 않냐, 하실 수 있을 텐데 이 지도(참조 1)를 보시라. 터키 앞에 있는 자잘한 섬들 거의 대부분이 그리스 영토이다. 삼면이 바다라고는 하지만 터키 입장에서 보면 이스탄불-갈리폴리 반도(그러니까 동 트라키아)에 있는 Dardanelles-Bosphorus 해협(참조 2) 빼고는 모조리 다 막힌 것이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울릉도는 물론 강화도나 제주도, 진도, 거제도 등등이 모두 다 일본의 섬이라 생각해 보시라. 물론 이렇게 국경선이 되어버린 이유는 존재한다. 오토만 제국이 터키 공화국으로 바뀌면서 케말 파샤가 성공리에 오토만을 무너뜨려 독립을 쟁취하기는 했지만, 완벽한 승리가 아니었고, 신생 터키 공화국이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를 한꺼번에 상대할 수도 없었기에 저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참고로 저 국경은 세브르 조약(Traité de Sèvres, 1920)과 로잔 조약(Traité de Lausanne, 1923)으로 결정됐다. 아울러 터키가 어째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가입하지 않았는지도 아실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아예 가입하지 않은 나라들(터키 외에 시리아, 교황청(?!), 이스라엘 등이 있다) 중에서는 터키가 제일 큰 나라일 듯하다(참조 3). 그리스는? 가입해있다. 그래서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나름 주장하고는 있지만 터키가 당사국이 아니니 앞으로도 계속 저 수역은 경계가 정해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지도만 놓고 보면 터키에게 측은지심이... 그러나 터키 대통령이 에르도안이네? 지도 보시면 화살표가 표시되어 있는데, 이 화살표의 의미는 2020년에 터키가 그리스로 방출(!)한 이민자의 규모를 의미한다. 터키 정부가 눈감아주니까 그리스의 각 섬에 몰래몰래? 도착하는 난민(비단 시리아만이 아니라 아프리카와 중동을 모두 포함한다)을 그리스가 죄다 막기 힘들다. 그런데 에르도안이 자기를 자꾸 쉴레이만 대제(Süleyman I, 1494-1566)로 생각하네? 케말 파셔도 자신을 쉴레이만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실제로 터키가 2020년 이래 그리스 섬들에게 드론을 위협적으로 날리고 있는 모양이다(참조 1). 다만 그 터키 드론이라는 것이 좀 웃긴 광경이기는 하다. 터키 군가를 하늘에서 틀거나 터키 국기를 뿌렸기 때문이다. 이래서야 안그래도 오토만 제국 말기, 소아시아(지금의 터키) 지방에서의 조직적인 그리스인/아르메니아인 박해, 학살과 종교별 인구 교환의 "역사 기억"이 생생한 그리스가 더더욱 국가주의로 치달을 수밖에 없겠다. 터키 남서부의 İzmir-Smyrne 지역도 그리스가 "고토"로 주장할 수 있잖을까(참조 4)? 당시 "인구 교환"으로 터키 지방의 그리스 정교회 신자들 상당수가, 바로 지도에 보이는 각 섬들로 이주해오기도 했었다. 그래서 특히 이스탄불 서쪽, 그러니까 서부 트라키아(그리스 영토)에 계속 거주하고 있으며 터키 독립 당시 인구 교환에 해당하지 않았던 그리스계 무슬림들 경우는 그리스 내부에서 토착 토구(... 참조 5) 취급을 받는 건 안 자랑. 당연하겠지만 이스탄불 쪽에 거주하는 그리스계 인구도 터키로부터 토착희구(참조 5) 취급받는 건 매한가지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지도를 보세요. 터키가 유럽으로 향하는 불법적인 이민 루트 역할을 하는 한, EU가 강경하게만 나아갈 수 없다. 물론 터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말이다. ---------- 참조 1. 출처, Sur la frontière gréco-turque, à l’épicentre des tensions(2021년 1월), https://www.monde-diplomatique.fr/2021/01/PERRIGUEUR/62666 2. 푸틴과 에르도안이 나온 사진(2020년 3월 6일): https://www.vingle.net/posts/2799868 3. 미국은 제11부 내용(심해저 관련 이행)때문에 서명만 했다. 비준을 안 해서 문제인데, 조약 비준은 상원 재적 2/3 이상이 필요하므로, 앞으로도 비준을 안 할 것 같다. 현재 상원의 관심사도 아닐 테고. 4. 세브르 조약이 유지됐다면(즉, 케말파샤가 실패했다면), 지금도 소아시아 반도 남서부에 그리스 땅이 있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지금도 이즈미르 지역은 반-에르도안 여론 비중이 높은 곳 중 하나다. 5. 터키의 한자 이름이 土耳其다. 그리스는 希臘.
오토만투르크의 언어
목요일은 역시 언어지. 주제는 오토만 제국의 언어다. 짤방은 1911년 오토만 제국에서 나왔던 달력이다. 이런 형식을 당시 오토만 제국에서는 “로마력(Rumi takvim)”이라 불렀는데, 율리우스식 달력을 탄지마트 개혁 당시(1839) 채택했기 때문이었다. 왼쪽 위는 오토만 제국 당시의 터키어로서, 숫자는 정통(…) 아라비아 숫자로 쓰여 있다. 1327년인데, 이것이 로마력에 따라 1327년이라 해서 그렇다. 오른쪽 위에는 히즈라 이슬람력인 1329년이 쓰여 있다. 두 번째 행에는 아랍어 숫자 날짜가 커다랗게 적혀 있고(월/일 순서다), 세 번째 조그마한 행에는 불가리아어 달력이 적혀 있다. (러시아어가 아니다.) 네 번째 행에는 커다랗게 라틴식 아라비아 숫자와 함께, 왼쪽에는 그리스어, 오른쪽에는 불어로 되어 있고, 다섯 번째 행에는 아르메미나어, 맨 아래에는 셰파르딤의 언어인 라디노어(참조 1)로 적혀 있다. 어떠신가? 동유럽-발칸-중근동-북아프리카에 이르는 광대한 제국의 영토에 따라 대단히 많은 언어가 쓰여 있음을 알 수 있겠다. 물론 오토만 제국을 투르크 민족이 세웠기 때문에 공식어의 위치는, 아랍어 글자를 사용한 오토만식 터키어라 할 수 있을 테고 실제로도 정부 문서는 주로 터키어로 작성됐다. 물론 취직과 교양을 위해서는 파르시(페르시아어)와 아랍어 습득이 중요한 역할이기도 했다. 그 풍조가 바뀌는 것이 바로 1830년대 말부터 시작된 동도서기의 탄지마트 개혁이다. 내용은 19세기 유럽을 본받자는 것이다(참조 2). 시작은 번역실(Tercüme Odası) 설치였다. 그전까지는 이스탄불의 그리스계 사람들을 번역에 썼다가 1821년 그리스 반란이 나면서, 아예 오토만 제국 외교부 안에다가 설치한 것이다. 이들은 온갖 법과 조약, 공공 문서를 터키어에서 불어로, 불어에서 터키어로 번역한다. 18세기 이래, 당시 외교어가 불어였기 때문이다(참조 3). 오토만 제국의 지식인들 역시 러시아처럼(참조 4) 불어가 교양어의 역할을 하기도 했었고, 심지어 탄지마트 개혁을 두고 오토만 제국 내 대립했던 당파들 모두 다 불어를 사용했었다. 그래서 탄지마트 개혁을 끝낸 1876년 오토만 제국헌법의 경우, 초안 자체를 불어로 작성했으리라는 추측이 많다. 뭣보다 중요했던 점은, 오토만 제국 내에서 투르크 계열 빼고는 모두 다 불어를 터키어보다 선호했다는 점일 것이다. 19세기 후반기에 오토만 제국 내에서 우후죽순 생겨난 신문들도 대체로 불어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것은 역시 의대 아니겠습니까. 좀 앞선 시기인 1827년, 당시 술탄은 오토만 제국 내, 이스탄불에 최초로 군 병원 및 의대(Mekteb-i tıbiyye)를 설치했는데, 여기서 교육용 언어가 불어였다. 그래서 국립 의대이든, 민간 의대이든 불어로 수업을 했었는데 투르크 민족주의자 의대생들과 비-투르크 의대생들이 교육 언어를 두고 부딪힌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비-투르크 의대생들은 당연히(?) 불어를 선호했다. 그래서 이 짤방의 달력에 서구 언어는 불어만 들어가 있던 것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터키 내에서의 불어 우선 풍조는 오토만 제국의 멸망과 아타튀르크의 등장(참조 5)으로 사라져갔다. 다만 19세기 이래 특히 레반트 지방의 크리스트교도들과 비-투르크인들이 대거 불어를 받아들였던 점을 돌이켜 보면, 프랑스가 괜히 이곳에 보호령을 세운 것이 아니었다. 이 또한 일반적인 식민지 경영의 이력과는 궤도가 약간 다르다는 느낌이다. -------------- 참조 1. 셰파르딤은 이베리아-북아프리카에 분포해 있(었)던 유대인들을 의미하며, 그들이 사용했던 언어가 바로 라디노이다. 히브리어 계열이 아니다. 오히려 히브리어 철자로 작성한 스페인어 계열이라고 봐야 한다. 2. 가령 동성애가 형법상 범죄 목록에서 이때 사라졌다. 프랑스의 동성애 합법화(2020년 7월 5일): https://www.vingle.net/posts/3024191 3. 프랑스어의 미래(2019년 11월 4일): https://www.vingle.net/posts/2695327 4. 전쟁과 평화, 그리고 프랑스어(2020년 1월 2일): https://www.vingle.net/posts/2732143 5. 터키 공화국 설립(1923년) 이후의 외국어 교육은 아래 논문을 참조하시라. The History of Foreign Language Policies in Turkey: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1877042813001638?via%3Dihub 6. 그 외 참조 문헌 오토만 제국의 언어(짤방도 여기서 얻었다): https://en.wikipedia.org/wiki/Languages_of_the_Ottoman_Empire Alliance Israélite Universelle(이들의 활약으로 투르크 내 유대인들이 프랑스어 학교를 많이 설립한다, 지금도 있는 단체다): https://fr.wikipedia.org/wiki/Alliance_isra%C3%A9lite_universel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