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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본드는 누구인가?

때는 1964년 2월 18일, 주폴란드 영국대사관 무관부 소속 기록비서관(secretary-cum-archivist)이 폴란드에 도착한다. 그의 이름은? 본드, 제임스 본드.

주말 특집, 제임스 본드는 누구인가이다. 실존 인물 제임스 알버트 본드의 일거수 일투족을 기록했던 공산치하의 폴란드에서 기록을 작년에 공개한 적 있었다(참조 1). 폴란드 정보당국에 따르면 제임스 본드는 “수다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대단히 신중한데 여자에 관심이 많더라”고 되어 있다. 진짜 제임스 본드네?

1964년 가을, 제임스 본드 비서관은 동료 외교관 둘과 함께 폴란드 북동부로 간다. 기록에 따르면 “군 시설 침투”를 위해서였다. 대체로… 이 정도가 끝. 1965년 1월 그는 다시 영국으로 복귀한다. 상식적으로는 2년 이상 주재해야 하잖나 싶은데 1년만에 복귀했으니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고 앞으로도 신통치 않으리라 생각해서였을 것이다(주어는 적지 않았다).

이 폴란드 기록에 따르면 제임스 본드는 1928년 영국 Devon의 Bideford에서 태어났다. 당연하겠지만 영국 MI6는 코멘트를 거절(참조 2)했는데, 사실 그가 폴란드에 입국한 시기는 이미 영화 007이 히트를 친 이후였다. 폴란드 당국도 당연히 그 영화를 알고 있었을 것이며, 공항에서 제임스 본드라고 적혀 있는 여권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그가 일종의 “미끼”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을 흐뜨리기 위해 “제임스 본드”가 나섰다는 뜻이다. 물론 진상은 모르지만 말이다. 그런데 정말 저 비서관 이름이 제임스 본드였을까?

영국 언론도 아니고 미국 언론(참조 2)이 가족을 찾아나섰었다. 아직 살아있는 제임스 본드의 부인, Janette Bond는 남편의 업무가 뭔지 정확히 몰랐지만 아마도 스파이였으리라 생각하고 있다. 폴란드에서 1년 살 동안 도청의 위험 때문에 남편과 그녀는 메모를 통해 대화했으며, 부부 동반으로 파티에 가서는 남편을 일부러 먼저 보내고, 다른 남자랑 집에 돌아오기도 했었다고 한다.

문제는 그가 일상 생활에서 본드, 제임스 본드로 불리지 않았고, 캐릭터 제임스 본드와 출신성분(!)이 전혀 달랐다는 것? 실제로 주변은 그를 짐 본드라 불렀고, 캐릭터 본드와는 달리 정말 평범한 집안(사냥터 관리인의 아들이었다)이었다고 한다. 가족들 말에 따르면 느긋한 인물이기는 한데 골프를 잘하진 못 했지만 좋아했고, 여자를 밝히지 않았었다. 그리고 2005년에 사망했다.

그렇다면 원작자 이언 플레밍은 제임스 본드의 모델에 대해 어떻게 얘기했을까?

1962년 New Yorker 매거진 인터뷰(참조 2)에 따르면 플레밍은 “제일 흔한 이름”이어서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다만 어렸을 때 읽었던 조류학자, 제임스 본드의 ‘Birds of the West Indies’를 기억하고서는 이 저자의 이름이야말로 정말 흔해 빠진 이름이라 생각해서 썼다고 추가했다.

조류학자 제임스 본드(참조 3)는 그 사실을 알았을까? 알고 있었다. 다만 자기는 플레밍의 책들을 안 봤다고 하며 부인이 읽고 알려줬다고 한다. 그런데 말입니다? ‘bird-watcher’가 영국 속어로는 ‘스파이’를 뜻합니다? 조류학자 제임스 본드는 순수한 조류학자였을까?

이언 플레밍은 전쟁 당시 해군정보부에 복무하면서 “민스밋 작전(참조 4)”에 참여한 적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라 자메이카에도 가서 독일 잠수함 조사를 벌인 적 있었으므로 조류학자 제임스 본드와 접점이 없지 않았다. 제임스 본드 스스로 OSS(CIA의 전신)나 CIA와의 협력 정황이 상당히 많다.

결론은? 실존 인물 본드, 제임스 본드(들)도 아마 스파이였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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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Britain sent the real James Bond to spy on Cold War Poland(2020년 9월 24일): https://www.thetimes.co.uk/article/britain-sent-the-real-james-bond-to-spy-on-cold-war-poland-3pf3tftc0

2. 사진도 이 기사에서 가져왔다. Declassified Files Reveal a Possible Spy in Poland—Named James Bond(2020년 10월 22일): https://www.wsj.com/articles/declassified-files-reveal-a-possible-spy-in-polandnamed-james-bond-11603391492

3. ‘The Real James Bond’ Review: The Birder and the Spy(2020년 4월 2일): https://www.wsj.com/articles/the-real-james-bond-review-the-birder-and-the-spy-11585869758

4.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사나이(2021년 7월 9일): https://www.facebook.com/historydaily/posts/4491692274198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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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끌든가, 나가든가
내가 이 Spectator를 인용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보리스 존슨이 한 때 편집장이었던 유서 깊은 보수당 매체다. 좋게 말하면 보수 오브 보수의 기관지 역할, 나쁘게 말하면 꼰대들의 집합...인데, 보수당 민심이 어떤지 알기 위해서는 매우 훌륭한 주간지라 할 수 있겠다. 물론 The Times도 빼놓을 수는 없을 텐데, 이 The Spectator도 그렇고 The Times도 그렇고 1日1메이때리기를 실천하는 중(FT도 마찬가지랄 수 있을 텐데 빈도 수가 좀 덜하다). 거의 하루에 한 번씩 메이는 물러나라고 한다는 얘기다. 이 칼럼도 마찬가지다. 아예 다른 은하계를 살고 있는(참조 1) 터리사 메이는 이끌든가, 아니면 나가야 한다. 일단 Brexit 이후 무역 협정은 어때야 하는지, Brexit 이후 EU와의 관계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영국 총리라면 마땅히 청사진을 내야 할 텐데 아무런 의견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제일 큰 잘못이다. 게다가 기회도 많았다. 올해만 하더라도 다보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메이 말로는 2월 뮌헨 안보회의 때 뭐라도 말하겠다...인데, 과연 1922 위원회(1922 Committee)가 그 전까지 소집되지 않을까(참조 2)? 오히려 벨기에가 "캐나다++"(여담이지만 내 예상이 바로 요것)을 거론하고, 이탈리아가 "금융 서비스는 꼭 탈퇴 협상에 포함되어야 함"이라 주장하는데, 정작 영국은 아무런 말이 없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필립 해먼드가 관세 동맹 유지를 거론하고, 브렉시터들은 여기에 반발하고 등등, 내각 내에서 상당히 엉망진창이라고 한다. 메이가 자리를 유지하는 이유는 순전히, 지금 메이가 물러날 경우 보수당이 쪼개지면서 새 총선이 열리고, 거기에서 노동당이 승리하리라는 예상 때문이다. 물론 JRM question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하드-브렉시트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Jacob Rees-Mogg가 신예 스타로 떠오르면서 해먼드를 경질하라는 등, 당내 질서가 안 잡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니 내각 사이에서, "내가 지금 홧김에 사임하면, 내각이 무너진다"라고 안 느낄 수 없다. 말그대로 하우스 오브 카드. 물론 보리스 존슨과 마이클 고브는 언제나 칼을 갈고 있을 것이다. 대놓고 칼을 찌르는 영국 정치가 지금 만큼 재미날 때도 드물 듯 하다. 좀 있으면 영국 지방선거 시즌이다. ---------- 참조 1. 메이, 융커와 식사를 하다(2017년 10월 23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5705033939831 2. 메이에게 남은 열흘(2017년 6월 18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5322543844831
Brexit 협상안 도출
https://www.thetimes.co.uk/article/may-accused-of-betrayal-as-she-unveils-brexit-deal-ks9frvbwz#_=_ 오늘 드디어 EU와 영국의 협상단들 간에 브렉시트 협상안 드래프트가 나왔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걸로 브렉시트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아주 간단하게 절차를 말씀드리겠다. EU 입장에서는 그냥 기다리면 된다. 내각에서 합의 도출 -> 웨스트민스터(하원) 표결 -> 고고씽 -> … 쉽죠? 일단 언론 보도에 나온 내용부터 봅시다. 브렉시트 관련해서 제일 화제가 됐던 북아일랜드 백스톱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생긴다. trade nerd 용어로 말씀 드리자면 북아일랜드 백스톱(CU)가 생기고, 물리적인 국경이 아일랜드 해에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백스톱을 위한 백스톱(영국 전체에 대한 CU)가 생긴다. 이렇게 보면 영국은 관세동맹에 남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실 수 있겠다. 기한이 있다. 이행기간(transitoin period)이 지난 후, 영국과 EU의 새로운 협정(제일 가능성 높은 것은 아무래도 EU-Canada FTA+일 것이다)이 생기기 전까지다. 게다가 북아일랜드의 백스톱 규정과 영국 본토(+스코틀랜드)의 백스톱 규정이 약간 다를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수영장(swimming pool)”이다. 수영장 안에서 북아일랜드는 깊고 깊은 관세동맹에 묶이고, 영국 본토는 수영장 수면 쪽에 떠 있어서, 일부만 관세동맹을 받아들인다는 개념이다. 다만 영국은 EU의 규정(국가 보조금 및 환경 규제, 노동권 보호, 경쟁법(!!) 등)을 따라야 한다. 언제까지? 2030년까지. 물론 500 페이지에 달하는 전체 드래프트가 공개돼야(즉, 내각 협의에서 통과돼야)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을 테지만, 위에 말한 것만 보시라. 누가 분노할지 뻔히 보인다. 기사 보시면 아시겠지만 당연히 하드 브렉시터들은 반대이고, 연정을 꾸리고 있는 북아일랜드 DUP도 반대이고, 노동당도 반대이다. 그렇다면 의회 통과 못 한다는 얘기이고, 이 협상 역시 체커스 플랜처럼 죽는다는 이야기? 꼭 그렇지는 않다. Remainer들은 EU가 인정한 협상안에 NO를 던지기 망설일 것이며, 보수당 의원들은 당장 다시 이뤄질 수 있을 총선을 하기 싫어한다(노동당 때문이다). 노동당의 해법은 이렇다. 메이에게 반대하고 총선을 치른다음(내년 2월쯤?), 코빈 동지, 아니 코빈 총리께서 멋지게 원래의 메이 드래프트를 갖고 협상에 타결한다는 시나리오다. 다만 “꼭 그렇지는 않을” 가능성이 낮기는 낮다. 그만큼 의회 통과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메이 불신임에 재총선(왜냐, 제이콥 리즈 모그/보죠는 메이의 실각만을 바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당이 집권할 경우라 하더라도 EU가 재협상에 나설 일은 없을 것이다. 이 경우는 그냥 노-딜이 되든가 아니면 완전한 관세협정 편입의 형태가 될 것이다. 두 번째 국민투표는? 잊어라. 노동당에게는 집권이 최우선이다. 이 경우라면 “정치적인 선언”이 몇 페이지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메이는 도박을 걸었다. 이번에야말로 운명이 걸려있을 텐데, 처음에는 no deal이 bad deal보다 낫다며? 지금의 메이는 bad deal이 no deal보다 낫다는 입장이다. ---------- 1. 한국과 FTA는 언제 체결할 수 있나요? …모른다. 최소한 백스톱이 가동할 때 이후이다. 관세동맹이라는 것이 통상협정 체결을 강요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EU랑 FTA한 다음 관세동맹인 터키랑 바로 협상에 들어갔던 것처럼, 영국과도 그 이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모든 FTA는 기본적으로 WTO+(WTO보다 더 서로 양보한다는 의미다)이기 때문에 영국의 WTO 양허협상을 봐가면서 협상을 진행시켜야 한다. 게다가 EU가 transition period를 1년 더 연장시켜줄 의향은 있다고 하니, 2020년대 중반에나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건 너무 긍정적인 예상이다. 더 늦어질 가능성이 꽤 있다. 2. 북아일랜드 문제는 해결된 것인가요? 임시적인 해결일 뿐이다. 백스톱이 가동되는 건 “임시적(temporary)”이지, “일시적(time-limited)”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서 새로운 무역 협상이 체결돼야 윤곽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위에 적은 “수영장” 모델이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3. 무역만 말씀하시는데 금융은 어떻게 됐나요? 아직 드래프트 공개가 안 됐으니 잘 모르지만 다른 기자들 트위터(…)나 언론 기사들을 볼 때, 영국은 EU로부터 동등성 대우(equivalence)를 받기로 했다는 정도가 알려졌다. 말인즉슨 패스포팅은 사라진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며, MIFID II와 EMIR을 계속 준수해야 할 것이다. 왠지 지금 그대로 이어질 것 같다는 느낌도 들 테지만, 위의 MIFID II나 EMIR은 이미 우리나라금융기관의 유럽 지점들도 다 따르는 규정들이다. 영국도 우리나라와 같은 제3국처럼 EU의 규정에 참여하지 못 한 채, 복종만 해야 한다는 얘기다. 4. 메이 언니의 운명은…? 더 이상 내각에서 장관급 사퇴가 나오지 않는다면, 어쩌면 수명이 연장될 수 있겠지만 국회 통과가 힘들 테니 (정치적으로) 살아남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5. 스코틀랜드는 독립 가즈아…? 당연히 스터전 스코틀랜드 총리는 최악의 협상이라 비난하고 나섰다. “사정변경”에 해당되어 독립투표를 재추진할 발판은 마련됐다고 볼 수 있겠다. (또한 웨스트민스터 내의 SNP 의원들도 모두 메이의 드래프트를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아예 지브롤터도 다시 스페인으로 가고, 아일랜드는 통일하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