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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오는 귀신썰] 죽은 멤버의 베이스 소리 (+ 날씨 이야기)

덥다 덥다 계속 말했더니 정말 덥다 그치
더우면 안 되는 나라가 40도가 넘게 절절 끓고
열사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생기고
갑자기 우리도 여름에 우박을 보고 스콜이 퍼붓고 하는데
그래도 평균 기온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

날씨는 기분이고 기후는 성격이라고 하더라
기분은 이랬다 저랬다 할 수 있지만 성격이 바뀌면 '사람이 죽을 때가 됐나' 하잖아.
지금은 기후가 이상해지는 상황이니 확실히 문제가 있는 건 맞지.
재미없는 얘기지만 ㅎㅎㅎㅎ 과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기후 관측이 시작된 1880년부터 시작해서 평균 기온이 1.5도 오르면 인간의 힘으로는 걷잡을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고 해. 그리고 지금은 1880년에 비해 평균기온이 1도가 올랐지.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0.5도 뿐인 거야.

알래스카와 남극의 빙하들이 녹고 있는데, 문제는 현재로서는 측정 불가능한 '깨진 빙하'가 녹는 거래. 우리는 지금 그냥 빙하가 녹는 걸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빙하가 깨지고, 그게 떨어지고 하면 훨씬 빨리 녹게 되는 거잖아. 근데 어떤 빙하가 언제 어떻게 깨지는지 알 수가 없으니... 사실은 우리가 측정하고 있는 시기보다 훨씬 빨리 지구는 더워지게 되고, 해수면이 엄청나게 상승하게 되는 거지.

왜 이렇게 쓸데없는 얘기를 길게 하고 있지
더위 먹었나봐 ㅋㅋㅋㅋ

귀신썰이나 시작하자
문제가 아니라는 사람들이 빙글에서도 종종 보여서 이 말이 하고싶었어 ㅎ
지구 기온은 당장 우리가 어떻게 하긴 힘들지만 각자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그리고 우리 신체 기온이라도 ㅋㅋ 떨어뜨리도록 귀신썰을 보쟈 ㅋㅋㅋㅋ
시작할게!

____________________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겪은 영적인 현상 같은 거다.
무서운 얘기는 아닐 듯. 약간의 소름 정도.

2천년대 초반의 일이다.
그 당시에 음악에 관심이 있는 애들 중에,
힙합을 좋아하는 애들은 보통 비보잉을 했고, 나머지는 밴드를 했다.

미사리나 통기타 카페에 가서 노래를 부르거나, 오부리(가라오케처럼 노래 연주를 해주는 것)를 하며 짭짤하게 돈을 버는 애들도 있었지만 그런 애들은 약간 사파 취급을 받곤 했다. 

이쯤 되면 내 나이가 대충 짐작되리라 본다(아재).
그 당시에 버스킹 같은 문화도 없었고, 나는 밴드에서 기타를 쳤었다.
보컬, 드럼, 나(기타) 그리고 영재(가명 / 베이스)라는 친구로 이루어진 4인조 하드록 밴드였다.

말이 하드록이지 그냥 하드록을 좋아하는 꼬맹이들 모임이었지. 연주 다들 못했다(ㅋㅋㅋ).

신기한 건 다들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의 친구들이었는데,
보컬이 자기 밴드하고싶다고 하니까 보컬의 친구들이 어, 내 친구 기타치는데 소개해줄까?
내 친구는 베이스치는데 소개해줄까? 해서 4명이 모이게 된 것이었다.

보컬이 그나마 활발하고 나머지는 다 내성적이고 좋아하는 음악이 음악이다보니 성격도 모난 부분이 있어서, 어느새 이 4명은 밴드 멤버이자 가장 친한 단짝 친구가 되었다.

홍대 같은 곳에서 공연을 하고 같이 동네에 가서 밤새 술을 퍼먹거나 당구를 치고, 각자 집으로 가거나 서로의 집에 가서 같이 자거나 하고, 일어나서 알바뛰러 가고.
참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그 당시에 거의 다 카피곡이었고 자작곡은 딸랑 2개 있었는데, 그마저도 다른 음악에서 따오고,말도 안되는 구간들 이어붙이고 해서 만든 난장판 수준이었다. 

그래도 그 당시엔 워낙에 '인디밴드' 라는게 적은 시대여서 그랬는지 홍대에서 같이 공연하는 형들이 참 예뻐했었다.
야! 니네 얼른 자작곡 더 만들어서 우리 레이블 들어와야지! 같은 얘기들. 

솔직히 멤버 모두 직업으로 음악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그런 말들을 들으며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조금씩 키워나갔다.

그러다 사고가 났다.
영재가 죽어버린 것이다.

음주운전 차량이 어마무시한 속도로 영재를 치었고,
호프집에서 서빙 알바를 마치고 돌아가던 영재는 목부터 떨어져 어찌 손 쓸 사이도 없이 그대로 즉사했다. 

지금도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은 개판이지만 그 당시엔 더 개판이어서, 피의자는 얼마 되지도 않는 형량을 받았다.

영재나 나나 둘 다 말이 없는 성격이어서, 멤버 모두가 친했지만 우리 둘은 특히 더 친했다. 같이 밤에 알바를 하는 것도 컸고, 끝나는 시간이 비슷해서 둘이 같이 돌아가기도 했으니까.

나는 너무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멍하니 장례식 3일 간을 지키다 집에 돌아갔다.

물론 밴드는 그대로 활동중지였다.

그리고 한 3개월 흘렀을 때였나.
같은 합주실을 쓰던 다른 밴드의 두 살 어린 동생놈에게 문자가 왔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 당시엔 합주실을 당구장이나 피씨방처럼 시간별로 렌탈해서 썼다.
1시간에 얼마... 그런 식으로. 

그러다 보니 같은 합주실을 쓰는 다른 팀들끼리 친해지는 경우도 많았고, 오래 다니다보면 사장님이 시간 서비스를 주거나 가격을 좀 깎아주거나 그런 경우가 있었다.

문자 내용은 이랬다.

[형 우리 합주실에서 영재형 귀신나온대요. 합주실에 아무도 없는데 베이스 소리 난다던데ㅋㅋ  ㅇ팀 보컬 여자애도 들었대요. 개무서움]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너무 화가 나서 문자를 받자마자 전화를 해서 쌍욕을 퍼부었다.

이 씨x놈아 장난쳐?
영재가 어떻게 갔는데... 그따위 장난들을 쳐.
이딴 문자 한번만 더 보내면 다 죽여버릴 줄 알아.

걔는 연신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다.
그리고 며칠 후에 그 괴소문의 진상을 확인할 날이 왔다.

합주실 사장님이 마누라랑 결혼기념일 여행을 간다고, 나한테 하루만 합주실을 봐달라고 한 것이다. 연습해도 좋고 잠도 여기서 자도 좋으니 오는 손님만 받아달라고. 일급은 그 당시에도 엄청 쎈 10만원이었다.

나야 뭐 설렁설렁 손님만 받으면 되는 거고, 오랜만에 손도 풀고 싶어서 콜을 했다.

손님들 다 받아서 보내고.
나는 거기서 잘 요량이었으므로 맥주를 몇 캔 비우고 카운터에서 기타를 치고 있었다. 

2시쯤 됐나. 기타를 치고 있는데 합주실에서 진득한 저음이 울려퍼졌다.

둥, 두둥... 두두둥...

나는 이미 그때 문자 건은 완전히 잊어먹고 있었고(머리가 나쁘다), 별로 영감이 있거나 겁이 많은 편도 아니어서, 누가 자기 연주를 녹음한 카세트를 틀어놓고 갔나, 싶은 생각에 '에휴 시x' 하면서 합주실로 들어갔다.

카세트는 꺼져있었다.
베이스 엠프에서 희미하게 둥, 두둥 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물론 우리가 밴드 합주를 할 때의 베이스 소리와는 달랐다.

밴드 합주할 때의 베이스소리가 엠프를 뚫고 튕겨져 나오는 느낌이라면 이 소리는 엠피스피커를 간신히 두드리는 느낌... 

굉장히 희미하고 작고, 힘이 없었다.

한참동안 멍하니(약간은 쫄아서) 그 소리를 듣자니 어딘가 익숙했다.
그 진행이, 어설프게 귀로 들리는 그 코드가.
우리가 결성 초부터 쭉 연주해오던 어떤 카피곡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눈물이 줄줄 흘렀다.
그리고 나도 자리에 앉아서, 들고온 기타로 그 곡에 맞춰 연주를 시작했다.

사실 우리가 카피한 그 노래는 원곡과 좀 달랐다.
중후분쯤의 베이스 연주가 굉장히 어려운 곡이었는데, 사실 영재가 베이스를 그닥 잘 치는 애가 아니어서, 곡을 편곡했기 때문이었다.

 '야, 거기 어려우면 걍 루트음 위주로 찝어. 내가 솔로 한번 더 후릴게ㅋㅋ'

 '아 진짜? 땡큐ㅋㅋㅋㅋ'

 '시x 락커 가오가 있는데 못 쳐서 쪽팔 순 없잖냐ㅋㅋㅋ'

그 부분이 똑같다.
희미하게 들리는 저음 소리가.
현란하지 않고, 단촐하다.
루트음만 간간히 들린다.

그때부터는 정말 꺼이꺼이 울면서 기타를 치다 혼절하듯 합주실 바닥에서 잠들었다.

그날 꿈에 영재가 나왔다.
영재랑 나는 아침에 집 앞 공원에서 종종 운동을 하곤 했다.
락커는 체력이란 말과 함께. 뜀뛰기를 하거나 철봉을 하곤 했는데, 푸른 아침의 그 공원에서, 영재가 벤치에 앉은 채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나에게 뭐라 자꾸 말을 하는데, 주파수를 잘못 잡은 라디오처럼 잘 들리지가 않았다.

내가 몇번이나 뭐라고?! 뭐라고?! 하자 그제야 목소리가 살짝 들리기 시작했다.

같이 놀아줘서...고마워...
다음에 또... 같이... 밴드하자....

자고 일어나니 얼굴이 온통 눈물 투성이였다.
나는 그렇게 영재를 마음 속에서 떠나보냈다.

난 이제 밴드를 하지 않는다. 
그냥 평범한 직장인 아재일 뿐.

그래도 내 방 거실 뒷켠엔 아직도 영재와 밴드할때 쓰던 기타가 넥도 다 휘고, 줄도 다 녹슨 채로 세워져 있다. 영재가 또 같이 밴드를 하자고 하면 그거라도 들고 나갈 수 있도록...

역시 다 쓰고 다니 무섭진 않네...ㅎㅎ 그냥 신기한 경험이었어. 
아주 옛날의. 


____________________


무섭기보단 슬픈 이야기였지?
보고 또 봐도 계속 울컥하네 이건
음주운전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흉기라는 사실을 알까?
제발 자각하고 술 마시면 운전대 좀 잡지 말자... 그리고 제발 음주운전 뿐 아니라 음주로 일어나는 범죄들은 모두 가중처벌 하길.
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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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네요 친구랑 마지막연주가 하고싶었구나
죽은 뒤에도 자신을 기억해주고 슬퍼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영재란 친구도 맘편히 떠났을거라 생각드네요 가슴이 먹먹하네요
쉬운일부터 실천합시다~~~다들 메일함을 자주비워주세오!!!!!!메일함만 비워도 지구가 덜아파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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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더워도 더워도 너무 더워서 버티기 힘든 나날 오늘도 같이 시원하게 귀신썰이나 보자구! 시작시작한닷 _______________ 이 얘기는 아는 동생 이야기야. 이 친구는 밴드를 나랑 비슷한 시기에 하다가 그만 두고, 지금은 적성을 잘 살려서 스튜디오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어. 나름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친구지. 이 친구는 밴드를 하던 시기에 우리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 약간 천재 소리를 듣던 친구였어. 일단 음감이나 재능이나 도전정신 같은 게 장난 아니었거든.  이야기는 이 친구가 아직 밴드에서 활동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가 음악을 하던 당시에는 크로스오버, 특히 오리엔탈리즘이나 전통 국악과의 크로스오버가 언더그라운드의 대세였어. 요즘 클럽 음악이나 힙합, 버스킹이 친구들 사이에서 대세이듯이 말이야. 도전정신이 남 달랐던 이 동생은, 정말로 국악과 언더그라운드 록과의 크로스오버를 제대로 해보고 싶어했어.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자신이 직접 국악을 듣고, 경험하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국악쪽 인맥을 구하기 위해 수소문을 한 결과, 친구 -> 친구 과동기 -> 그의 지도교수 등의 루트를 타게 돼.  그 결과, 명창 같은 유명인들은 돈도 들고, 만나기도 힘들어서 알선해주기 힘들지만 충북쪽에 지금으로 치면 동호회 같은 판소리 장인들의 모임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돼.  마침 다음 달 무슨 날에 그들이 오래 전부터 모임 장소로 사용하던 곳에서 세미나 같은 걸 열게 되니, 그 친구가 정말 가고자 하는 열의가 있음 모임의 한 자리를 만들어주겠단 약속을 받게 되지. 친구는 말할 것도 없이 일터에 휴가를 내고, 레코더 같은 장비를 바리바리 싸들고 버스에 몸을 싣게 돼. 모임 장소는 굉장히 유서 깊어 보이는 한옥집이었고(지금 와서는 단순 리모델링이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런 거 치곤 굉장히 낡고 옛날 느낌이 많이 났다네), 나이 많은 할아버지와 아주머니, 그리고 꼬마애들 몇 명이 편육 같은 걸 먹고, 중간중간 노래를 부르고 했다고 해.  친구는 그 노래하는 순간마다 레코더를 틀어서 음악들을 녹음했고. 나중에 샘플링으로라도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네. 그 한옥집에서 회원들이랄까... 그 분들이 다 잠을 청하지는 않고 이 동생과 회원 몇 분만 숙박을 하게 됐대. 다른 분들은 주변에 사셔서 내일 아침에 온다고 하시거나 그냥 그대로 집에 가시거나.  내 동생도 방 하나를 배정받아 거기서 멀뚱멀뚱 누워있었대. 사실 음악하는 애들은 보통 아침에 자고 밤에 활동을 하거든. 얘도 마찬가지였지. 핸드폰을 꺼내서 게임을 하기도 하고, 레코더에 녹음된걸 듣기도 하면서 잠이 찾아오길 바라고 있는데 문 밖에서 노랫소리가 들리더래.  그 친구 말을 빌리면, 보통 판소리는 걸걸하거나 뻣뻣한 음색으로 들리는데, 그것과는 다른 청아하고 맑은 음색이, 자기 기준에선 완벽한 꺾기를 구사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대(ㅋㅋㅋ) 거기다가 그 날 모인 분들은 다들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거나 꼬마애들이었는데, 문밖의 목소리는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다는 거야. 처녀 귀신 아니야? 무섭지 않나? 하는 우리들의 물음에 그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어. 절대 그렇게 무섭고 음산한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돌발 디너쇼가 열려서 목소리가 죽이는 재즈가수의 노래를 듣는 듯한 그런 벅차고 신비로운 느낌이었다고 하네. 거기다가 지역과 한옥집의 운치가 더해져서 뭐라 말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고... 여튼 호기심이 동한 친구는, 사람들이 잘 시간이기도 하고 타지에서의 경계심도 완전히 풀지는 못했기에, 문을 아주 살짝 열어봤대. 그리고 거기에는... 문을 살짝 열자 그 집의 마당에 피부가 정말 하얀 여자가 고운 한복을 입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대.  근데 그게 정말이지 이 세상의 느낌이 아닌 것 같았다는 거야. 막 세상을 초월할 정도로 예뻐서 그런게 아니라... 그 당시에는 좀 진하고 강해보이는 인상의 화장이 유행이었는데, 그 여자는 화장을 정말 하나도 안 한 거 같은데 피부가 하얗다 못해 투명해 보이고 자태가 너무 고왔대. 노래를 부르면서 가끔 흥에 따라 어깨를 슬몃슬몃 튕기는데 그 모습도 너무 예쁘더라는 거야. 물론 얼굴은 자세히 안보였지만 그 선 자체가 정말 예쁘다는 느낌을 줬대. 그렇게 넋을 놓고 보던 중에 내 친구는 문득 그 여자도 자기가 있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대. 말이라도 걸고 연락처라도 교환하려고(ㅋㅋㅋ).  그래서 너무 크게 말하지는 않되 마당에 들릴 정도로 "우와!" / "잘한다...!" 같은 감탄사를 남발했대. 근데 반응이 없더래. 못 들은 척 하고, 무시하고 그러는게 아니라 마치 티비를 보는 것처럼. 왜 우리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티비 속의 사람들은 우리의 존재를 모르잖아. 그런것처럼, 완전히 무언가에 가로막혀 있는 느낌이었대. 미동도 없이 자기 할 일만 했다 하더라고. 동생도 애틋한 마음에 그걸 계속 보고 있는데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그래서 동생은 '아 몰라 ㅅㅂ... 내일 어르신들한테 고 여자애 누구냐고 물어보고 번호 따면 되지' 한 후에 잠이 들어버렸다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잠이 별로 없으신 어르신들은 다들 이미 일어나서 왁자하게 수다를 떨고 계시고 동생은 뒤늦게 일어나서 자리에 합류했대. 그리고 앉자마자 어제 그 여자애 얘기를 꺼냈다고 해. 으잉? 여자애? 여기는 우리 같은 늙은이들밖에 안 오는데... 에이, 무슨 말씀이세요. 어제 저보다 한 2-3살 많은 누나가 노래 부르더만. 노래를 불러? 가요 같은 거? 아아뇨~ 어르신들 부르던 판소리 기가 맥히게 부르던데요. 갸가 창을 했다고?  오히려 동생보다 어르신들이 더 그 애한테 관심이 많은 눈치였대(ㅋㅋㅋ) 근데 앞전에 말했지. 그 친구는 음감이 좋다고.  워낙 그날의 기억이 강렬했는지, 친구는 가사는 모르지만 그 노래의 싸비에 해당하는 것 같은 부분을 허밍으로 불러드렸대. 이런 노래 부르던데요~ 하면서.  처음에는 어르신들도 갸웃갸웃 하시다가, 친구가 멜로디를 한 3번쯤 반복하자 그 중에서 제일 대장 같아보이는, 갓 쓰고 수염 기른 어르신 표정이 정말 이상하게 변하면서 몸을 부들부들 떠시더래. 그러더니 동생 어깨를 콱 쥐어잡았다고 해. 동생은 이 경험담 중에 이때가 제일 무서웠다네 너무 무서웠다고.  좀비 영화 주인공 된 줄 알았대. 너 그거 참말이야!! 예? 참말로 그 여자애 그런 걸 불렀어! 어어...네 좀 다를 순 있는데 대충 형식은 이런 거... 그러자 그 할아버지가, 정말 애처럼 주저앉아서 통곡을 하더래.  아이고, 옥주가 아직도 구천에 있나보구나 가여운 것이... 상황파악이 안되던 동생은 그때까지만 해도 실실 웃으면서  옥주? 이름 되게 촌스럽다ㅎㅎ  구천을 떠돈다니 뭐 무당 같은 앤가 하고 있었다네.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그 시골에 있는 지붕없는 정자 뭐라고 하지... 거기 양반다리를 하고 딱 앉더니 막걸리를 들이키고는 동생을 향해 일갈을 하더래. 너 여기 앉아서 내 얘기 좀 들어보거라. 동생은 무슨 대단한 얘기를 하려고 막걸리를 원샷하시나 싶어서 흥미진진하게 자리에 앉았대. 어르신은 동생에게도 막걸리 1잔을 건넸고 동생 역시 호기롭게 원샷!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됐지.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래. 지금이야 다 늙은 어르신들 친목 모임 같지만, 그 당시에 이 모임은 지역 당대의 지식인들이 모인 나름의 민족의식 고양회 같은 곳이었대. 지금으로 치면 지역 대학생 총연합 같은 느낌. 일제, 6.25를 거쳐 폐허가 돼버린 대한민국에서 어떻게든 우리 민족 고유의 멋과 문화를 잃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전후에 모여서 발족한 단체였다는 거야.  그 중 이 사람들이 가장 흥미를 보인 것은 우리나라 특유의 한의 정서가 담긴 판소리와 창가 같은 거였구.  그때는 여기 원로분들도 다 대학생이나 고등학생, 혹은 지역 지식인들이었다고 해. 얘기를 꺼내신 어르신은 그야말로 여기의 발족 멤버라고 해야할까. 리더격인 사람이었대. 그 분을 따라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고. 그 중에 절대로 잊을 수가 없는, 정말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가 가입신청을 했다고 해. 그분이 바로 이야기의 주인공인 옥주라는 분이야. 사실 그 어르신은 옥주씨가 가입할 때 꺼림칙했다고 해. 좀 의아스럽기도 하고. 옥주씨는 건반 연주자였거든. 풍금이라고 했나 그 시대에는... 여튼 그런쪽의 연주자로 지역에서 소소하게 유명한 사람이었는데, 알다시피 건반은 양악 그러니까 서양음악이잖아? 서양음악을 하는 여자가 도대체 왜 귀한 자리 마다하고 여기에 오는지도 모르겠고, 도대체 전통 음악에 대해 뭘 안다고 가입을 하는 건지도 몰랐대. 헌데, 옥주씨의 노래 소리에 어르신은 그런 모든 생각을 접었다고 해. 노래를 부르는 방식은 분명히 가곡이나 양악을 부르는 것 같은데, 그 한이나 감정표현 같은건 완전히 판소리 그 자체였다는 거야.  그 당시엔 정말 파격적이었다고 하네. 요즘 우리가 전자 가야금이나 그런 걸 연주하는 사람들을 볼때의 느낌일까?  그래서 어디서 그런 걸 배워왔냐고 물었더니 노래는 풍금을 하면서 스승님께 배우고, 창가는 할머니께서 즐겨부르셔서 어려서부터 곧잘 따라했어요. 라고 했다고 해.  과연, 옥주씨네 할머니는 동네에서 소문난 구두쇠요, 터줏대감이었다네.  옥주씨에게는 나이 터울이 제법 있는 남동생이 있는데, 이 남매는 일제다 전쟁통이다를 거쳐서 조실부모 했다고 해. 옥주씨의 할머니는 남매 뒷바라지를 하고자 음식과 술을 팔며 돈을 악착같이 모았고, 모은 돈은 정말 때려죽여도 쓰질 않아서 동네 사람들이 혀를 내둘렀다고 하네. 오로지 옥주 남매를 위해서만 돈을 썼고, 그런 구두쇠 할머니의 유일한 여가는 아무도 없는 가게에 혼자 앉아서 창가를 흥얼거리는 일이었다고 해. 그래서 그런지 옥주씨는 자태 고운 아가씨가 돼서 지역 토박이임에도 불구하고 별명이 서울 아가씨였고, 남동생 역시 공부를 썩 잘 해서 개천의 용이 될거라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해. 할머니는 고생한만큼, 훌륭한 손자들을 두게 되신거지. 아니나 다를까, 옥주씨가 가입하고부터 협회는 미어터졌다고 해.  옥주씨에게 흑심을 품은 동네 청년부터 옥주씨를 동경하는 소학생들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고 하네. 협회 입장에선 허드렛일 시킬 사람이 하나라도 더 느니까 좋았다고 해.  비극은 멀지 않은 날 닥쳤다고 해. 옥주씨의 남동생이 정말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버린거야. 차라리 죽어서 시체라도 찾았으면 덜 답답할 것을, 귀신이 곡할 노릇처럼 사라져버렸다고 하네. 당시 전쟁이 끝날지 얼마 안된 시기였고 남북관계가 흉흉하던 때라, 동네 사람들은 그 당시 횡행했던 간첩들의 납북이 아닌가... 하고 조심스레 예상했다고 해. 하지만 차마 입밖에 내지는 못했다고 하네. 그 이후로 옥주씨네 집은 풍비박산이 났다고 하네. 가뜩이나 노쇠하던 할머니는 시름시름 앓다가 연이어 돌아가시고, 동생을 엄마처럼, 아니 엄마보다 더 아끼고 챙기던 옥주씨는 동생의 실종과 할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에 완전히 돌아버리고 말아. 서울 아가씨라 불리던 협회의 마스코트가 실성해서, 길바닥에서 부랑자마냥 머리를 산발을 하고 길바닥에서 울다가 웃다가... 제정신일 땐 입도 못대던 막걸리를 됫박으로 푸는 옥주씨를 보며 협회사람들은 가슴이 미어졌다고 하네.  당시 정신과 치료 같은게 발달한 것도 아니었고, 더욱이 시골에서 그런 치료는 꿈도 못 꾸었기에, 협회 사람들은 동생이 머물던 바로 그 한옥집에 옥주씨를 데려다 놓고 요양을 시킬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어느 정도 비극의 여파가 사라졌다고 생각한 어느 날. 마을 단위의 동원령이 내려져 다들 농작을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옥주씨는 결국 세상을 등지고 말아. 자살은 아니고, 동원이 끝난 후 협회 사람들이 돌아와보니, 옆에 피를 한말을 토해놓고 얼굴은 피와 눈물 뒤범벅이 됐는데, 살아생전 활기넘치던 때처럼 다소곳하게 두손을 모으고 하늘을 본 채 누워있었다고 해. 협회 사람들은 옥주씨를 양지 바른 곳에 묻고 그녀를 가슴에 묻었지. 그때부터였대.  그 한옥집에서 머무는 사람들이 옥주씨의 흐느끼는 소리를 듣거나, 꿈에서 우는 옥주씨를 보고 기겁해서 잠에서 깨는 일이.  옥주씨가 해코지를 끼치는 건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너무 불안해했기에 어르신은 당시 법력이 높으신 주지스님 한 분을 초빙했대. 집을 한바퀴 빙 둘러본 주지스님은 연신 혀를 차며 가여워라, 가여워라 하시더래. 그래서 당시 청년이던 어르신이 제령의식이나 위령굿 같은 걸 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묻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고 해. 해코지를 할 아이도 아니고, 세상사 억울해서 구천에 머무는 아이다. 현생이 미련 없는 것이라는 걸 알면 자연히 떠날 것이니 매일 제삿날마다 밥이나 잘 차려주거라. 그 말을 지키고 세월이 흘러 그때의 청년들이 중장년들이 되자, 서서히 그런 현상도 없어지고, 잊혀졌대. 그래서 드디어 옥주가 성불했구나 싶었는데 웬 처음보는 새파란 청년이 옥주를 봤다고 하니 그분들 입장에선 가슴이 미어터지겠지. 그리고 내 동생이 흥얼거린 그 노래는, 유서깊은 판소리가 아니라 협회 사람들이 옥주씨의 목소리에 맞춰만든 일종의 협회가, 단가 같은 거였다는거야. 그러니까 절대 외부인이나 요즘 사람은 알 리가 없는 거고. 어르신은 새사람이 오니 옥주가 반가워서 나타났나보다. 그러니 종종 놀러오며 창도 배우고 문안인사도 하고 하거라, 하면서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대. 그렇게 어르신의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동생의 이야기를 끝나지 않았어. 이 동생이 정말 터무니없게도, 귀신한테 홀딱 반해버린거야.  솔직히 말하면 진짜 어이 없는 일이잖아. 사람도 아니고 죽은 사람한테 그것도 사진도 아니고 착각일지도 모르는 모습을 보고 반한다는게, 쉬이 이해가 안 가잖아? 나도 술자리에서 그걸 좀 비웃었어. 너 미.친.놈 아니야? 그게 가능하냐?ㅋㅋ 하면서. 그랬더니 동생이 한 잔 들이키더니 말하더라고. 사실 그게 진짜 이상한 감정이었다고 하더라고. 막 일반적인 연애를 할 때의 반하는게 아니고 뭔가 되게 안타깝고 짜증나는... 갈증 같은 느낌이었대. 왜 이 여자는 이 세상에 없는걸까. 왜 나는 못만날까. 왜 하필 죽어가지고... 같은 생각이 정말 하루 종일 맴돌았대. 생활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뭔가 일 갔다오면 몸에 힘도 없고 밥은 먹기 싫고... 살이 쭉쭉 빠졌다네. 나도 돌이켜보면, 이 친구가 원래 마른 체형이긴 하지만 그 친구가 말한 시기 즈음에는 진짜 스켈레톤인지 사람인지... 헷갈릴 정도였어. 나중에 가서는 꿈도 꾸게 되었다고 해. 꿈 속에서 그 여자가 앞에 있고 내 동생은 막 화를 냈대. 자기 자신이 뭐라 하는지는 잘 안들리지만, 왜 안 만나주냐, 왜 난 안 되냐 같은 내용으로 엄청 화를 내고, 꿈 속에서 자기도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고 해. 그런 꿈이 며칠째 반복되고.. 드디어 동생은 결심을 하게 돼. 아, 내가 뭐에 씌었구나. 가봐야겠다. 해서, 수소문해서 용한 무당집을 찾았대.  워낙에 동생 엄마가 이쪽 무속신앙을 좋아하셔서 찾는 건 일도 아니었다네.  장비살 돈 얼마 떼서 복채로 준비하고 점집에 가니까, 가자마자 무당이 픽 하고 웃으면서 미.친.놈... 하던 게 기억에 남는다네. 제가 이러저러 해서 이런지라 찾아왔어요. 응 알어ㅎㅎㅎ 저 씌인 거 맞죠? 놀구 있네. 네? 네가 갖다 붙여놓은 거를 왜 엄한 영가탓으로 돌려?ㅋㅋ 무당 말에 따르면 사람이 나무, 영가가 쇠붙이인지라 가만히 있으면 아무런 일도 없었을 것이고, 심지어 그 여자는 거기의 터줏신 같은 영인지라 혼자 잘 지내고 있는데, 내 동생의 강한 욕망(ㅋㅋ)이 동생을 자석으로 만들어버려서 영가(옥주씨)를 자기 몸에 철썩 달라붙게 했다는 거야. 쓰잘데기 없는 짓 하지말고 얼른 집에 보내라고 부적 하나 써주고 당분간 먹지 말아야할 음식 같은 걸 알려줬다네. 무당이 알려준대로 며칠 지내고 마지막으로 꿈을 꿨는데, 옥주씨가 설에나 입는 색동 한복을 입고 정중하게 절을 하고 손을 흔들었대. 장소는 동생이 갔던 그 한옥집이었고. 꿈에서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동생은 자연스럽게 그 집을 나오고 꿈에서 깼다네. 그 이후로 동생은 무탈하게 잘 지냈고, 그 이후로 한국 고유의 전통에 눈을 떠버렸는지...ㅋㅋㅋ 동양무용하던 이쁜 여성분과 결혼해서 엔지니어 일 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 이 글의 교훈은 뭘까? 귀신에게 반하지 말자? 취향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생긴다? 쨌든... 이번 글은 이걸로 끝이야 ㅋㅋ  [출처] 한밤중의 노랫소리 ___________________ 역시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의 마음이지 정말 옥주씨는 겉도 속도 아름다운 사람이었나봐. 산 사람의 마음도 이렇게 흔들 수 있었으니. 한 없이 사람들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적어도 이걸 보는 사람들은 나중에 언젠가 세상을 떠나게 될 때 한 없이 훌훌 속 시원할 수 있기를. 곧 또 올게!
[퍼오는 귀신썰] 중국 유학중에 겪은 사건(실화)
날이 많이 덥다 그치! 다들 잘 지내고 있으려나 요즘같은 날씨야말로 귀신썰 보기 딱 좋은 날씨니까 말이야 선풍기 잔뜩 틀어놓고 귀신썰을 풀어보겠어 물론 내가 말고 ㅋㅋㅋㅋ 남이 풀어놓은 걸 펼쳐보겠어 같이 보쟈 ㅎ ___________ - 1 - 7년 쯤 전, 중국에서 유학을 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대부분의 중국 집들이 복도도 불이 거의 없고 지저분하고.. 혹시 중국 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집 문마다 복들어오라고 붙여놓은 새빨간 스티커라던가 약초 끈으로 둘둘 말아 무당집 금줄 마냥 문앞에 걸어놓은 집들이 많았어요. 제가 6개월간 임대한 아파트도 그랬답니다. 5층짜리 낮은 아파트인데 복도도 어두컴컴하고 퀘퀘한 냄새.. 엘리베이터는 꿈도 못꾸고 밤에 계단에 불조차 없어서 손전등 켜고 다니는 아파트였죠. 대부분의 아파트가 그런 식이었던 지라 특별히 불평도 없었고 무엇보다 집 내부가 다른 아파트와 다르게 깨끗해서 바로 계약해버렸지요. 거실에 방 2개, 해가 잘드는 남쪽 방은 제가 쓰고 북쪽 방은 회사 일로 한국과 중국 오가는 아빠때문에 방을 비워놓았죠. 이사 오기전부터 이 집에 있던 침대 하나도 그쪽 방으로 빼놓구요. 대충 이사를 끝내고 짐정리하고 청소를 하는데 유독 북쪽 방은 이상한 냄새가 심한거에요. 저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홀아비 냄새같다 싶어서 친구들이 놀러오면 " 저방에는 아저씨가 살어~" 이렇게 장난치곤 했죠. 숙사 나가서 사는게 저 혼자라 친구들이 자주 놀러왔었어요. 그날도 친구들은 방에서 컴퓨터 하고 책보고 놀고 있었고 살짝 졸리기 시작한 저는 조용한 곳에서 자기 위해 북쪽방으로 들어갔어요. 평소에도 북쪽방이 남쪽방보다 서늘하긴 한데, 빛이 잘 안드니 당연한 거 아닌가요 ㅜㅜ 어김없이 아저씨 냄새를 맡으며 이사간 이후 처음으로 그 방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잠결에 대단히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왜 있잖아요.. 교실이나 강당에서 넓게 울리는 여러 사람이 수군대는 소리요. 처음엔 애들이 참 시끄럽게도 떠드는 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몸을 움직일 수가 없더라구요. 어릴때부터 워낙 허약하다는 소리를 듣고 살았던 터라 가위 경험도 많았었기에 직감적으로 어휴.. 또 가위 눌리나보다 했습니다.  그동안  눌린 가위는 하나같이 몸만 잘 안움직여지고 누군가 보는 거 같다거나 혹은 겨우겨우 눈 떴는데 새하얀 안구 두개가 돌아가더니 가위가 풀렸다거나 같은 그저 흔하디 흔한 가위였습니다. 눌리는 시간도 그렇게 길지 않았구요. 그런데 이 날은 발가락과 손을 아무리 움직이려해도 잘 안풀리더라구요. 더군다나 더 소름이 돋았던 건,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거였어요. 소근소근소근소근소근소근소근소근 엄청나게 빠르게 중얼거리는 그 소리들이 점점 귓가로 다가옵니다. 소리뿐 아니라 확연히 무언가가 다가옴이 느껴지더라구요. 그리고는 얼굴 근처까지 와서는 가가가각 대는 배경 소리에 찢어질 듯한... 그 소리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신경이 곤두선다는 게 그 느낌일 거에요. 소리를 지르려 해도 말도 안나오고 생전 처음 겪는 상황에 너무 두려웠어요. 마음속으로 아무 생각도 안나고 그저 엄마 살려줘 이 생각만 들더라구요.. 갑자기 쥐죽은듯이 소리가 멎었습니다. 끝났구나. 살았다. 그러고 있는데  " 까아아아아아악 "  귓가에 대고 끊이지않는 소리를 질러댑니다. 눈물은 계속 나는데 언제까지 이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건지.. 분명 방 밖에서는 친구들이 수다떠는 소리가 들리는데 제발 낌새를 채고 누가 나와서 좀 나를 깨워달라고 계속 되뇌었죠. 조금 지나니 친구들 목소리까지 들리지 않을 정도로 귀에 바로 입을 대고 소리를 지르더군요. 얼마나 지났을까 친구가 몸을 흔들며 깨웁니다. 악몽 꿨냐고 왜그리 울면서 뻐끔거리냐고 물었습니다. 나 가위 눌렸는데 완전 무서웠다면서 소름돋은 팔뚝을 보여줬습니다. 이 방에서 도저히 혼자 못자겠다고 내 방 가서 잘란다 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친구를 따라갑니다. 친구가 나가기 전, 방을 다시 둘러보더니 한마디 하더군요. " 근데 이 방에 진짜 뭔가 썩는 냄새 심하다 " - 2 - 그 일이 있고나서 다시는 그 방에 들어가서 잘 일이 없었습니다. 또한 그 북쪽방은 매일같이 환기를 시켜도 그때뿐이지, 곧 특유의 그 아저씨 냄새가 가득가득 풍겨났지요. 처음 사건에서 며칠 지나지 않아서, 가장 아끼는 후배가 중국 운남지방을 여행하고 와서 제 방 벽에 걸어두면 좋을것 같다고 족자를 하나 사왔더라구요. 운남지방 토산품인지.. 중국 소수민족 의상을 입은 여자가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있는 그림이었어요. 검정색 천에 화려한 색상으로 칠해져있어서 눈에 잘 띄긴 한데.. 솔직히 저는 그 그림이 제 취향은 아닌것 같더라구요.. 예전에 공포특급에서 '검은폭포' 얘기도 생각나고 초상화 눈동자 움직인다는 둥 괴담도 많아서 꽃이나 과일같은 정물화면 몰라도 인물화나 풍경화는 좀 무서워서요. 근데 하필 벽에 걸라고 줬는데 남는 벽이라고는 책상과 벽장, 옷장, 창문에 가려서 침대에서 누우면 바로 보이는 맞은편 벽밖에 걸 곳이 없더라구요..   그래도.. 제일 친한 동생이 생각해서 사다준건데 그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놔야 다음에 놀러와서 보고 기분 좋겠구나 싶어서 침대 맞은편에 걸어두었습니다. 그날 밤, 한참 자고있는데 전화가 왔어요. 받아보니 엄마 전화였어요. 밤 늦게 미안한데 아빠랑 싸웠으니 좀 찾아가도 되겠냐고 하시더라구요. 알겠다고 얼른 오라고 말씀드리고 일어나서 엄마 기다리는데, 엄마가 전화하신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현관벨이 울렸습니다. 현관문을 여니 엄마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시더라구요. 그리고 뭘 물어도 별다른 대답없이 거실 쇼파에 앉으셨습니다. 전 엄마를 그대로 두고 커피포트 올려놓고 방으로 들어가 자기 전에 받아놓은 다운로드가 얼마나 되었는지 확인하려고 컴퓨터를 만지고 있었구요. 그때였습니다. 핸드폰으로 전화가 울렸는데, 국제전화번호인 발신자 제한 표시 번호 창이 뜨더라구요. 전화기 너머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립니다. 요며칠간 전화를 안한게 마음에 걸려 한번 걸어보셨다구요. " 딸, 별일 없지? " 하고 물어보시는데... 아... 맞다... 여긴 중국이지... 엄마는 한국에 계시고... 근데 그럼.. 마루에 있는 엄마는 누구지? 엄마는 뭐라 뭐라 하시는데 국제전화 특성상 제대로 말이 들리지 않고 자꾸 말이 끊깁니다. 무서워서 뒤를 돌아볼 수 없는데 모니터에 제 방 문이 비치고 보고싶지 않은데 두 눈이 모니터에 붙박힌 채... 문옆으로 사람 머리가 보입니다. 전화기에 도움을 청하고 싶은데 입이 붙어 말이 나오질 않고, 전화속의 엄마목소리는 자꾸 끊기면서 괴기스런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 치직... 딸... 치직.. 들...치지직..어.... " 엄마가.. 아니 엄마 모습을 한 그것이.. 목을 꺾어 어깨에 딱 붙인 채로 웃으며 이 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문 안으로 들어오면서요.... - 3 - 엄마 모습으로 목을 꺾어 문 너머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여자. 지지직 거리면서 더욱 더 사람을 미칠듯이 만드는 전화기 소리. 저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정말 몸이 굳은 채로 그것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잠시라도 눈을 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때문에요. 모습을 드러내며 점점 그것의 키가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엄마정도의 키였는데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자라더군요. 그리고 천장에 뒷머리를 붙인 채로 제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데 그 비릿한 웃음 하며.. 저는 순간 정신을 잃었습니다. 일어나니 아직 새벽이고 저는 침대에 누워 있더군요. 시간 확인하려고 머리맡에 있는 핸드폰을 열어보고 혹시나 싶어서 전날 밤 전화 목록을 확인하니 엄마에게서 온 전화는 없었습니다. 하긴 꿈이었으니 그렇게 아무 의심없이 한국에 있는 엄마가 찾아온다고 해도 동요하지 않고 맞아주었겠죠. 아, 다행이다. 정말 기분 더러운 꿈이었구나 싶어서. 불이라도 켜야지 싶었는데 북쪽방에서만 나던 그 냄새가 제방에서도 약하게 맡아지더군요. 방문을 닫지 않아서 냄새가 스며들었나보다.. 방향제든 뭐든 사서 방에 막 뿌려야겠다 생각하고 몸을 반쯤 침대에서 일으켰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창문을 보는데.. 진짜 다시 생각하면서도 욕나오는데.. 엄마 얼굴이.. 창문 밖으로 3분의 1 정도가 가려진채... 또 그림 그리면 시간이 길어질거 같아 말로 설명드리자면.. 왼쪽 뺨 광대뼈 부분부터 입술 반쪽가량이 가려진 채 저를 보고 있더라구요. 입을 열어 뻐끔뻐끔 거리는데 홀린 듯한 기분이 되어 그것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무섭고 소름끼치면서도 멍하니 까만 입 안을 바라보고 있었던 거 같아요. 그때, 다시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대단히 싫은 냄새와 함께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온갖 기도를 속으로 하며 다시 눈을 떴는데 또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라구요. 그 날은 불 켜고 날 밝을 때까지 계속 잠도 못자고 밤 샜습니다. 어느정도 날이 밝자마자 엄마랑 전화를 해서 무서워 죽겠다고 진짜 이 집 뭔가 무섭다고 혼자 못있겠다고 난리를 치니 니가 혼자 있어서 외로워서 그런가보다, 공부가 힘드니까지 흔한 반응이 나오더라구요. 성경도 옆에 놓고 자고 자기전에 기도도 꼭 하라고 그러시대요.. 아빠 며칠내로 가실테니 그동안 문단속 잘 하고 지내라고 하시구요. 하긴 당연하죠. 실질적으로 제가 멀쩡한 정신에 귀신을 본 것도 아니고, 밤중에 꿈인지 뭔지 모를 일에 혼자 헛것 보고 아침부터 설레발을 쳐대니.. 그렇다고 엄마가 " 얼른 이사가자. 안되겠다! " 하실 리도 없구요. 운남 동생한테 귀신 꿈 꿨다고 얘기하니 동생이 자기 집으로 오라고는 하는데 다음날이 일요일이었습니다. 제가 교회에서 유치부 아이들 봉사를 하고 있어서 준비할 것과 챙길 것이 많아 다 들고 동생집으로 가기가 좀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동생을 저희집으로 자러 오라고 했는데 저희집 인터넷은 VPN인가? 그게 안깔려있어서 한참 레벨업중인 카트라이더를 할수 없다고 거절당했습니다. 뭐 여자들 우정이 이런거죠. 대신 친절하게도 밤새서 게임할테니 자다가 무서운 일 생기면 새벽에라도 전화하랍니다. 응, 지금 생각해도 너 참 감사하다 ^^ 상콤한년. 낮동안 주변 사람들한테 얘기를 하다보니 이게 진짜 별거 아닌 꿈처럼 느껴지더라구요. 그거 아시죠? 이렇게 인터넷에 경험담을 끄적거려도 " 말도 안돼 귀신이 어딨어? ", " 자작나무타네, 소설쓰냐? " 하시는 정말 현실적인 분들 많은데.. 하물며 주변 사람들한테 진지하게 " 야, 나 어제 이래저래했는데 귀신본거 같아 " 이러면 약간 이상한 눈초리로 보게 된다니까요. 귀신 얘기는 " 이거 누가 겪은 건데.. "하고 남일처럼 얘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 (인터넷에서의 좋은 예는 [펌글] 입니다.) 어.. 딴얘기로 갔네요. 은근슬쩍 제가 답글에 상처받은 걸 털어냈지만, 신경쓰지 마세요. 이것은 소심한 에이형여자의 아주 사소한 뒷끝이니까요 그날, 그러니까 토요일 밤, 불까지 켜놓고 성경책도 옆에 두고, 방문도 꼭꼭 닫아놓고 그것도 무서워 방 앞을 무거운 쇼파로까지 막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아침까지 꿈도 꾸지 않고 푹 잤습니다. 해가 비쳐들어오고 살짝 정신이 들었습니다. 정신은 들었는데 일어나기는 싫고 아직 알람은 울리지 않았으니 조금 더 잘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불현듯 그 냄새가 또 맡아지더군요. 그때까지도 비몽사몽중에 아.. 방문 또 열렸나 이런 생각 뿐.. 그런데 옅었던 냄새가 순식간에 방 전체에 꽉찬듯이 심하게 났어요. 안되겠다 일어나야지, 차라리 빨리 준비하고 교회가서 준비나 해놔야지 이런 생각하는데 이불 밖으로 나와있는 왼쪽 팔이 꽉 잡히는 느낌이 났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가위에 눌렸습니다...... 제가 가위를 그동안 많이 겪었었다는 것은 이전 글을 통해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이 집에서 겪은 가위들은 그동안 겪은 가위들보다 참 풀기가 어려웠었어요. 특히나 제가 마지막으로 겪은 이 가위는 제가 겪은 가위와는 모든 것이 달랐습니다. 왼쪽 팔부터 저리더니 머릿속으로 ' 아, 또 가위인가... '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온 몸이 움직일 수도 없고 눈동자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누군가 왼쪽에서 내 팔을 붙잡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리고 요 며칠동안 겪은 일들때문에 너무도 무서워서, 미칠 것 같더군요. 20년동안 외워오던 주기도문, 사도신경, 그리고 흔한 찬송가까지 아무것도 생각이 안납니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정말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텅 비어버리더라구요. 제 왼쪽팔을 누르던 차가운 느낌의 손이 살짝 몸에서 떨어져 나갑니다. 그리고 손끝으로 제 손가락부터 훑고 꼬집기를 반복합니다. 소중한 것을 만지듯 쓰다듬다가 돌변하여 정말 너무 아플 정도로 꼬집더군요. 꼬집고 다시 쓰다듬고 다시 힘껏 꽉 잡습니다. 그렇게.. 손가락 끝에서부터 손등, 팔꿈치 아래를 지나 팔꿈치까지 왔습니다. 누가 귓가에서 말하지 않아도 머릿속으로 느껴지더라구요. 이 손이 목으로 올라가면 나는 죽는다. 그동안 머릿속으로는 온갖 기도들을 하고 있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이 손이 제게서 떨어지게 해주세요. 아 안돼 벌써 팔꿈치를 지났어요 하나님 도와주세요.. 그 손이 겨드랑이 바로 아래에 닿아 또다시 부드럽게 쓰다듬고 힘껏 살을 꼬집을 그 때에 알람이 울렸습니다. 거짓말처럼 숨이 크게 튀어나오면서 눈이 번쩍 떠졌습니다. 그리고 일어나 왼쪽 팔을 본 순간 저는 비명을 지르고 그대로 그 집에서 뛰쳐나오고 말았습니다. 선명하게 꼬집힌 자국들로 새빨개진 제 왼쪽 팔을 봤거든요. - 4 - 그 일이 있고나서 저는 바로 그 집에서 나와 며칠동안을 운남동생방에서 머물렀습니다. 아빠한테 무서워서 혼자 도저히 못있겠다고 하고 얼른 와달라고 난리를 쳤죠.. 동생집에 있을 때도 가끔씩 그 목 꺾인 엄마모습의 여자의 꿈을 꿨구요. 항상 빤히 문지방에서 쳐다보다가 슬금슬금 들어오려고 하는 그런 꿈이요. 아빠 오시기 전까지 그 삼사일동안은 그 집에 단 한번도 찾아가질 못했고, 아빠가 중국에서 선교하신다는 어떤 선교사님 모셔오셨을 때도 무서워서 집에 들어가지 못하겠다고 열쇠만 드리고 동생네서 기다렸어요. 조금 지나고 아빠가 집에 들어오라고 전화오셔서 갔는데, 놀랍게도 제 방에 있던 그림을 떼서 선교사님이 들고 계시더라구요. 그땐 그분께 꿈 얘기도 따로 말씀드린 적도 없고(그저 열쇠만 전해드리면서 집에 귀신이 있는 거 같다, 내 팔을 잡고 꼬집었다 이것이 전부였음) 근데 그 그림을 떼어내신게 이상해서 여쭤봤더니.. 대화 내용까진 세세하게 기억이 나지 않아서 간추리자면.. 중국은 원래 잡귀가 많다. 귀신이 있을 땐 시체의 역한 냄새가 난다. 특히 악한 귀신일 수록, 그리고 수가 많을수록, 그리고 힘이 강할 수록 냄새가 심하다. 가위눌렸던 북쪽 방은 악한 영으로 덮여있었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이 그림.. 사연은 모르겠지만 좋지 않은 느낌이 자꾸 들고, 무언가 머물게 될 수 있다고 하시면서 선교사님이 가져가시겠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집안 곳곳마다 대적기도를 하셨다고 합니다. 저 잡고도 기도를 계속 해주셨는데 그분 손이 닿았던 자리가 화상 입을거 같다 느낄정도로 뜨거웠던 기억이 나네요.   신기하게도 그 일이 있은 뒤로는 북쪽방에서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그 전까지 방향제도 뿌려보고 초도 태워보고 환기를 며칠 해도 안빠지던 냄새가요.. 저는 예전보다는 가위를 덜 눌리지만, 그래도 아직 피곤하거나 몸이 아플 때 가끔씩 눌리곤 합니다. 근데 항상 그럴때마다 왼쪽팔부터 심하게 저려와요. [출처] 중국 유학중에 겪은 사건 (실화) | 네이트판 _______________ 음 내 뇌피셜 그러니까 몬피셜이지만 ㅋㅋ 그 그림이 그 집에 가게 되면서 그 악취나던 악령이 그 그림에 머물게 되고, 그러면서 방에까지 세력을 넓힐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리고 그림을 떼가면서 케이스 클로즈드! 근데 진짜로 타지에서 저런 일 벌어지면 너무 무서웠겠다 게다가 엄마 얼굴까지 이용하다니 느아아아아쁜놈!
[퍼오는 귀신썰] 경북 영천 늪지에서 겪은 실화
뭐야 어젠 그렇게 춥더니 오늘 날씨 정말 좋다 그치? 다들 잘 지냈어? 보니까 이게 2달 만에 쓰는 글이네 아니 맘에 드는 귀신썰이 너무 없지 뭐야 워낙 세상이 흉흉해서 현실이 더 무서운 것 같기도 하고 그간 세상에 무서운 일들이 정말 많았잖아 이제 그런 일들 제발 그만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럼... 오랜만에 짧은 귀신썰 같이 볼래? 시작할게 ㅋㅋ ______________ 4년전으로 기억됨.. 당시는 총각이었고 교대근무하는 직업이라 주주야야비비 이 패턴으로 근무했었음 주말에 쉬는 일반 직장이 아닌 관계로 평일날 쉬는 날이 많다보니 만날 친구가 없는거임 그래서 당시 취미로 민물고기 잡아서 집 수족관에서 키우는데 열중하던 중이었음... 사는곳이 대구라 인근 중소도시로 민물고기 잡으러 밤이건 낮이건 여름이건 겨울이건 가슴장화 신고 물속을 헤집고 다니던중... 경북 영천이란 곳에 굉장히 특이한 민물고기가 자생한다는 사실을 알게됨 그 물고기가 바로 가시고기... 물고기도 수계마다 차이가 있으나 가시고기가 서식하는 수계는 한국에서 몇군데 되지않음... 묘한 호기심에 새벽 2시에 영천으로 혼자 가게됨 그런데 가시고기가 사는 환경이 천 주변의 정수역임... 즉 흐르는 물이 아니라 물흐름이 완만하고 깨끗핫 물에만 서식하는 물고기였음 영천 자호천 탐어 장소에 도착하니 새벽 3시가 다 돼 가고 있었음 지금 생각해보면 새벽 3시에 혼자서 늪같은데 혼자 들어갔다고 생각하니 그때 당시 보통 미친게 아닌것으로 생각됨 암튼 탐어의 기대감에 가슴장화를 신고 반두질을 하기 시작함  그때가 6월경이었으니 물도 차지않고 가시고기와 송사리를 잡을 생각에 피곤도 잊은채 탐어에 열중했음 그런데 한참 반두질 중 갑자기 물안개가 미친듯이 피어오르기 시작함 뭔가 이상하다 생각할 찰나, 누군가 귀에 속삭이는 말이 들림 하지만, 물안개가 미친듯 피어오르고 사람 소리가 정말 귀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들려도 별로 개의치 않았음 그땐 정말 탐어에 대한 열망이 엄청났기 때문에... 그렇지만 맘 한편으론 겁이 나기 시작했음 소리보단, 물안개가 더 겁이 났기 때문에.. 그러기를 20분, 어느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가슴 높이까지 물이 차는 곳에 다다르고 물안개에 한치 앞이 안보이는데 갑자기 발이 안움직이는거임... 짙은 안개에 렌턴을 입에 물고 족대를 들고 물밖으로 나갈수가 없었음... 마치 누군가 물속에서 내 발목을 잡고있는 것처럼.. 그때부터 정말 두려움이 몰려왔음 일단 살아야겠단 생각에 물고기건 뭐건 다 던져버리고 렌턴만 든 채 필사의 발걸음 옮기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었음 근데 그때 갑자기 귓속말이 들리는거임 "돌아가라고 했지" 정말 딱 이렇게 들리는거임 칠흙같이 어두운 새벽에 늪에서 주변엔 아무도 없는데 말이 들리던 순간 15살에서 18살 정도의 소녀 목소리였음 그냥 느낌이 그랬음 소녀의 목소리... 그러곤 기억이 안남... 다행스럽게도 동네에서 새벽에 다슬기 따던 또래 동네 주민이 물에서 허우적거리던 나를 발견하고 구해주었음 내가 정신차리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야심한 새벽에 물에 들어가는거 보곤 약간 걱정을 하면서 지켜보았다고함 별일 없길래 내가 있던 곳 하류 여울에서 다슬기를 채집하다가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려 내가 있는곳으로 오는데 안개가 짙어 볼 수 없었다고 함 그런데 하얀 안개 속에서 유난히 검은 안개가 보였다함 그래서 뭔가 이상하다싶어 렌턴을 비추는데 렌턴을 비추는 순간 검은 안개가 사라졌다 함 그제서야 내가 허우적거리는게 보였다함 그래서 날 구할수 있었다함... 그리고 들은 이야기...   그일이 있기 전 해에 여기서 물놀이하던 여고생이 익사했는데 시체를 발견 못했다 함 그렇게 못찾다가 큰 비가 오고 곳곳에 천 주변으로 늪지가 생겼다 함 물이 빠지고 늪지 물도 말라갈 즈음 내가 탐어하던 그 곳에서 발견되었다함 그래서 다음부턴 밤에 혼자 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걱정스럽게 이야기 해주었음 라이프가드에 구조를 업으로 하는 나도 뭔가 설명할수 없는 초자연적인 힘이 존재하구나 느꼈음  그 후론 좋아하던 탐어도 물고기도 기르지 않게됨 [출처] 경북 영천 늪지에서 겪은 실화 | 소녀의웃음 _________________ 아니 얼마나 물고기에 미쳐있었으면 새벽에 연고도 없는 곳에서 가슴까지 물이 차오르는 곳에 오냐구, 게다가 귓가에 말소리가 들리는데도 개의치 않을 수 있다니 뭐 하나에 미치면 정말 이길 수 있는 게 없나봐 그래도 저 소녀는 살려주겠다고 자기도 저기서 빠져 죽었으니까ㅠㅠㅠ 들어가지 말라고 계속 얘기했는데 이 사람이 듣는 척도 안하고 계속 깊은 곳으로 가고 결국엔 빠져 버리니까 일부러 구해주려고 검은 안개로 이 사람 위치를 알려줬던 거 아닐까? 너무 착한 소녀다ㅠㅠㅠㅠ 그치만 이런 일은 흔하게 일어나지 않으니까 밤에 물속에 들어가는 짓은 절대 하지 말자 내 몸은 내가 제일 챙겨야지! 다들 건강하자 곧 또 언젠가 ㅎㅎ 재밌는 썰 발견하면 가져올게!
[퍼오는 귀신썰] 그 남자 이야기
연휴 전날은 언제나 설레지 이제 음력 2020년도 진짜 이틀밖에 남지 않았구나 2020년이 완전히 가기 전에 귀신썰 하나 더 같이 보려고 가져왔어 @optimic 님은 왜때문에 다음편 안 가져오시지 기다리면서 (부담을 드리며) 내가 가져온 이야기 같이 보자 ㅋㅋㅋ 시작해볼까! _________________ 그 형은 정혼자가 있었습니다. 그 형보다 네살 어렸던, 물론 거대한 재벌간의 사전 정혼이나 그런건 아니고 그저 어릴때부터 친했던 집안 어른끼리 술자리에서 “야 니네 딸 크면 우리 아들이랑 결혼 시키자” 라는 둥의 농담이 시간이 흐르며 진담 비슷하게 분위기가 바뀌고, 결국 농반진반으로 응고되어 인연의 고리로 고착화 되어 버리는 그런 수준 이었죠. 어릴 때부터 자주 보지는 않았다고 하더군요. 가끔 일년에 한두번 정도 가족 끼리 같이 놀러 갈 때 마주 친다거나. 그나마 부모님들이 정혼자 라는 타이틀을 붙여 짖꿏게 놀려 대는 바람에 정작 마주치면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얼굴만 붉히게 되는 그런 정도의 데면한 사이 였지만, 그런 어린시절 부터의 인연 때문인지 형에게 그 여자는 ‘순수함’의 정표로 계속 가슴에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 본인의 방탕한 생활은…….. 그저 ‘다른 생활의 일부’로 치부 하더군요. ‘결혼은 꼭 그 여자와 할거다’ 라거나, ‘결혼하게 되면 그 여자에게만 충실 할거다’ 라는 말도 자주 했었지요. 저는 ‘개가 똥을 끊지’ 라는 말로 콧방귀도 안뀌었지만 그 형의 그때 그 말 자체에는 순수한 결기 같은 것이 제법 뚝뚝 베어 나왔습니다. 물론, 제 버릇 개 주겠냐 마는………….. 이 형이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오고, 취직을 하게 되자 본격적인 결혼 얘기가 나왔습니다. 싫지 않았던 두 사람은 적당히 수줍은 척 했고, 적당히 놀라는 척 하다가, 결국 본인들의 마뜩찮은 의견과는 부합하지 않으나 부모들의 굳은 의지 때문에 등 떠밀려 어쩔수 없이 ‘효도심’의 발로로 만난다는 요식 행위를 거친후, 태어나서 처음으로 단 둘이 데이트를 했다고 합니다. 일요일 오후 적당한 시간에 만나 첫 데이트, 첫 식사로 손색이 없는 어느 특급 호텔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먹은후 영화를 보기위해 극장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그 형의 일상적인 패턴이었다면 ‘밥’ 을 먹고 ‘술’ 로 취하고 ‘숙박’을 하고, 바로 그 한 건물에서 모든 걸 해결 할수 있었을 텐데…….. 각설하고, 일요일 오후 계획없이 영화를 보려니 당시 인기 있었던 영화들은 대부분 자리가 없었고 그냥 재미는 없지만 좌석이 남아 있던 영화를 끊어 들어 갔다고 하더군요. 그 형이 두번째 열에 그 여자와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바로 앞자리에 남자 때문에 계속 신경이 거슬 리더랍니다. 그 앞자리 남자는 분명 혼자 앉아 있는데 옆자리에다 대고 뭐라 뭐라 말을 하는 시늉을 하더래요. 처음에는 틱 장애 같은게 있으려나? 싶어 그냥 넘어 갔는데 나중에 너무 이상해서 혹시 앞자리에 쪼그만 애가 앉았나 싶어 고개를 빼서 앞자리를 들여다 보니 역시 아무도 없었다는군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남자는 계속 옆자리에 마치 사람한테 속삭이는 것마냥 귓속말 하듯 중얼 거리고 영화가 진행 되는 내내 그런 상황이 펼쳐지자 점점 오싹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옆자리 여자 에게 말하기도 좀 껄끄럽고 해서 그냥 재미 없는 영화를 보다가 어쩌다 문득 앞자리를 흘끔 봤는데……….. 그 형의 표현을 빌자면 진짜 너무 놀라서 “똥 쌀뻔 했다” 고 하더군요. 앞 좌석 등받이 공간 사이로 얼굴이 새하얀 여자가 웃으며 고개를 뒤로 돌려 자기를 쳐다보고 웃고 있더랍니다. 분명 조금 전까지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그 순간 자기 앞자리 남자도 자기에게 고개를 스윽 돌려서 쳐다 보더니 ‘피식’ 하고 웃더래요. 너무 섬찟한 기분에 극장에서 ‘어헉’ 하고 소리를 냈다는 군요. 그리곤 너무 불쾌해서 정혼자에게 나가자고 말 한후 극장을 빠져 나왔답니다. 정혼자는 영문도 모르고 끌려 나오고 말이죠. 극장을 나오고 나서도 놀란 가슴이 진정이 안되더랍니다. 자기가 혹 무슨 착각을 했나 싶어 되짚어 봐도 그 여자 얼굴이 너무 생생하게 떠올라 무슨 착각이나 착시를 보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말이죠. 그 날은 너무 어수선한 정신에 그 여자를 집에 보내고 그냥 들어 갔답니다. 그 얘기를 듣다 제가 그랬습니다. “그게 무서운 얘기야? 별거 아니네” 그러자 그 형이 그러더군요. “아니, 무서운 얘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지” 시작 부분에도 썼지만 이형이 굉장한 카사노바 였습니다. 이 여자, 저여자 정말 신기한게 저나 다른 사람들이 하면 옆집개 땡칠이도 웃지 않을 개드립이 이 형 입만 거치면 여자들이 빵빵 터져 준다는 것이죠. 응? 결국 농완얼인것인가? 암튼, 그 형을 보고 있노라면 여자 꼬시는것도 정말 타고 나는 거구나 라고 느끼게 해줬던 사람 이었습니다. 이 형은 그 정혼녀와 정식 만남 뒤 그때부터 꾸준히 연락도 하고 짬짬히 데이트도 그런 일상을 보내는 가운데, 그와는 별개로 여전히 다른 여자들과의 만남이나 원나잇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연애 따로, 결혼 따로의 사상을 가진지라………. 그런데 어느날 나이트 에서 한 여자를 만나 으레 그러하듯이 호텔로 향했는데 그런데 그 여자와 못잤다고 하더군요. “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안섰어?” 라고 물으니 그 형 말이. “아니 그게….내가 그 여자 몸에 들어 가는데 어떤 느낌이 드냐하면 그 여자 질 내부가 사포로 만들어진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통증이 확 밀려 오는거야” 라고 하더군요. 헐 듣는데 아주 소름이 끼칩니다. 너무 아파서 화들짝 빼내는데 마치 누군가 사포를 손에 꽉 쥔 상태에서 자기 물건을 잡고 있는듯한 통증이 느껴 졌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정말 피가 날 것 처럼 벌겋게 부풀어 오르 더랍니다. 그날은 그냥 뭔가 이상한가 보다 하고 지나 갔는데 다음번 여자를 만났을 때도, 또 그 다음 여자를 만났을 때도, 계속 그런 일이 생기니 그때 부터는 아주 심한 트라 우마가 생기기 시작 하더라는 거예요. 결국 여자와 관계가 불가능해져 버리는 고자 아닌 고자가 되어 버린거죠. 그래도 정혼녀와는 그저 순수하게 데이트만 하니까 그건 문제가 아닌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며 슬슬 결혼 얘기가 나오면서부터 걱정이 되더 랍니다. 병원을 가봐도 당연히 신체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고, 결혼 날자가 다가 올수록 슬슬 걱정은 되고. 어디 하소연 할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결혼 준비에 마음 고생에, 살이 쭉쭉 빠져가고 있던 그때쯤 어느날 가족 끼리 밥을 먹다가 형의 아버지가 그러셨다는 군요. “근데 길동아, 너 결혼 하기 전에 미리 얘기 해 놓을게 있는데 말이다. 혹시라도 니가 안좋게 생각 할까봐 말은 안했는데 그쪽 (여자쪽) 가족중에 한명이 조금 특이한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 나중에 그리 놀라지는 말아라” 라고 얘기를 하더 랍니다. 그 때 갑자기 이 형 머리에 뭔가 전광 석화 처럼 파파박 하고 스쳐 가는게 있더래요. 그래서 그 말이 나오자 마자 거의 반사적으로 물어 봤답니다. “이상한 직업이면 혹시 무당 같은거 아녜요?” “어? 허허…참…눈치는. 그래 내 친구 녀석 동생 녀석이 하나 있는데 그 녀석이 무속쪽 일을 하고 있다. 뭐 그냥 직업 이려니 생각하고 가볍게 생각해. 그냥 직업이 려니 생각하면 별거 아니니까. 아버지랑도 어렸을때는 같이 잘 놀았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런 직업을 가지게 됐다더라” 그말을 듣고 나니 이 형이 짚히는게 있어서 정혼녀를 만났을 때 바로 물어 봤다더군요. 혹시 삼촌이 우리 처음 만나서 영화 볼 때 따라 오지 않았냐고. 그렇게 추궁하니 정혼녀가 눈이 똥그래져서 어떻게 알았냐고 하더래요. 사실 처음부터 삼촌이 따라왔다. 밥먹을때도 있었고 영화 볼때도 있었다고 얘기하더랍니다. 혹시 영화 볼 때 앞자리에 앉지 않았냐고 물어 봤더니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반문 하더래요. 그러면서 하는말이. 처음 만나기 전에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거니까 자신이 직접 사주를 한번 봐야 겠다고 하더니 “음…..다 좋네. 얘 착하고, 성실하고, 살면서 **이한테도 잘할 것 같고. 한가지 문제가 있긴한데……결혼전에 버릇을 좀 고쳐 놓으면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아” 라고 말했 답니다. 그리고는 첫만남에 자기도 근처에 있을 테니 넌 모른척해라, 다 너를 위해서 그런거다 라고 정혼자에게 말했다는 군요., 그 말을 들은 그 형은 너무 황당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마치 자기 치부를 송두리째 들킨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누군가 앞에서 벌겨 벗겨져 있는듯한 기분도 들고 그랬답니다. 그 문제로 한참을 두문불출 고민을 하던 형은 그저 말없이 결혼을 감행했습니다. 그 때 제가 “그럼 결혼전에 그 삼촌을 한번 찾아가 보지 그랬어” 라고 말하자 그 형이 그러더군요. “야, 찾아가서 뭐라 그러냐? 당신이 나 고추 못쓰게 해놓지 않았냐며 멱살이라도 잡고 싸우랴?” 음………… 듣고 보니 그것도 참 애매한 문제 같았 습니다. 어찌됐건 그 형은 그 정혼자와 결혼을 했고 정말 사람이 바뀐건지 참고 사는건지 정말 자기 와이프 하나만 보고 잘 살았습니다. 결혼식장에서 처삼촌과 처음 마주쳤는데 자기를 보며 씩 웃던 모습에 가슴이 철렁 했었다는 말도 했었구요. 지금은 연락이 끊겼지만 연말이 되니 문득 그 형이 생각나서 한자 끄적여 봤습니다. [출처] 그 남자 이야기 | hyundc ___________________ 무당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하긴 막 저주인형 이런 것도 있으니까 비슷한 맥락일 수 있을까 암튼 정신차리고 잘 사니까 다행이로다 명절 전에는 해피엔딩이 좋으니까! 그럼 2021년에는 더 반갑게 보자 2020년 안녀엉
펌) 와 괴담 유튭에서 쓰나미 생존자 이야기 듣는데 존나 무서워;;
오늘은 괴담은 아니지만 괴담보다 더 무서운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이 글 보고 나서 원본 영상 보는데 어휴.....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은 정말 보잘 것 없는 존재군요.... 공포 소설 알림을 받고 싶은 빙글러는 댓글에 알림 신청을 해주십쇼. 그러면 앞으로 공포썰 카드에 닉넴 태그해드립니다. 즐감하시고 재밌게 읽으셨으면 댓글 아시죠? ^^ 댕주작 = 강아지, 펄럭 = 한국, 여창조주 = 엄마 1n년 전 쓰나미 직격으로 피해입은 쪽본 지역에 살고 계셨던 펄럭 분 사연인데 당시에 슈퍼에서 장 보고 있었는데 건물이 흔들렸다고 함 근데 이분은 지진을 못 느끼고 걍 서서 어 왜 갑자기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뛰쳐나가지? 이러고 있는데 점원들이 계속 얼른 가게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를 지름 그래서 일단 얼떨떨한 상태로 바깥에 나왔는데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눈이 펑펑 내리고 있더라는 거 그때가 3월이었는데 날씨가 존나 이상하게 급변한 거… 그래서 이상하다; 왜 이러지? 무슨 일이지? 이러면서 정신없이 주차해둔 차로 갔는데 차 근처에서 웬 여자 목소리가 들림 저 좀 구해주세요, 살려주세요, 제 손 좀 잡아주세요 누가 막 이렇게 애원하는데 주변에 사람은 없고 목소리만 들리더라는 거 두리번거리다가 사람이 보이질 않아서 일단 차에 타서 시동을 걸고 헤드라이트를 켜니까 앞이 보임 근데 앞으로 나갈 땅이 없는 거; 정신 차리고 보니 차 바로 앞에 씽크홀처럼 구멍이 푹 패여 꺼져 있었음 그래서 내려서 들여다보니까 그 틈에 웬 아주머니가 빠져서 살려달라고 소리 지르고 있음 아까 들었던 목소리가 이 아주머니 목소리였던 거.. 끌어 올려서 구해드리고 집으로 운전해서 돌아옴 집이 걍 2층짜리 주택이었는데 창문이 다 깨지고 현관문도 찌그러져서 반쯤 열려있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함 동네 주민들은 다 나와서 웅성거리고 있고.. 근데 문득 집에 댕주작을 혼자 두고 나왔던 게 생각나서 찌그러진 현관문을 비틀어서 열고 댕주작을 꺼내서 차에 넣으심 그리고 웅성거리는 동네 주민들 사이에 껴서 무슨 일인지 얘기하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ㅇㅇ엄마, ㅇㅇ이는 학교에서 왔어? 라고 묻더라는 거 그제서야 야, 나 아들이 있었지? 생각이 나더라고 함 그래서 정신없이 아들 다니는 학교로 가는데 차가 너무 막혀서 앞으로 나갈 수가 없음 그래서 일단 공터에 대충 주차를 해놓고 뛰어서 학교까지 가서 애를 만나고, 음식이랑 옷을 가지러 다시 집으로 돌아옴 근데 아까도 그러고 있었던 동네 주민들이 여전히 거기 서서 우왕좌왕하고 있더라는 거 그때 누가 뛰어오더니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고 쓰나미 오니까 ㅃㄹ 높은 지대로 피신하라고 소리소리를 지름 근데 그분들은 (노년층이었대) 어쩌지, 대피를 해야 하나? 이러고 머뭇대고 있는데 사연자는 쓰나미가 뭔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여기 있으면 안 되겠단 직감이 들더래 그래서 일단 차를 몰고 동네에 있는 큰 쇼핑센터로 가야겠다, 거기가 지대가 높으니까 거기 가야겠어 이러고 나감 그래서 운전을 해서 가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차들이 안 움직임 이분이 타고 있던 차가 suv처럼 높이가 좀 있는 차여가지고 창문을 열고 고개를 빼서 보니까 차들 앞으로 웬 새까만 벽이 밀려오고 있더라는 거 무슨 말도 안 되게 커다랗고 까만 구름처럼.. 근데 다시 보니까 그 벽 위에 차도 있고 집도 있고.. 뭐가 떠밀려 오는 모습이더래 그제서야 정신이 퍼뜩 들면서 저게 쓰나미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앞뒤에 있는 차들을 들이받아서 밀고 방향을 틀어서 길 반대편에 있던 오토바이 대리점으로 감 그게 좀 큰 대리점이라 주차장이 있어서 거기 차를 대고 내리는데 그 대리점 안에서 직원이 열쇠 꾸러미를 들고나오더니 비상구를 열어주면서 이 문 통해 나가면 논이 있는데 그대로 뛰어가면 학교니까 학교로 피신하라고 도와줌 그래서 거기를 지나려는데 논에 아무것도 없고.. ㄹㅇ 발이 푹푹 빠지는 뻘이었다는 거 댕주작은 복조리처럼 생겨서 끈 잡아당기면 입구를 조일 수 있는 가방에 넣어서 손에 들고, 아들이랑 손 붙잡고 그 뻘을 건너는데 애가 눈에 미끄러져서 넘어져서 무릎이 푹 꺾임 아들 손을 잡아끌면서 일어나, 일어나 이러고 있는데 그 순간 애가 뒤를 슥 돌아보고는 갑자기 엄마!!! 이렇게 비명을 지르더니 그때부터는 넋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만 있더라는 거 사연자는 너무 초조해가지고 일어나, 일어나, 가야지 이러는데 애가 멍한 목소리로 어, 어 이렇게 대꾸만 하고 몸이 딱딱하게 굳어서 움직이질 않더래 그래서 사연자도 뒤를 돌아봤더니 방금 지나온 큰길로 차들이 막 떠내려가는데 그 안에서 사람들이 창을 막 두드리면서 살려달라고 울부짖고 있더라고 함.. 애가 그걸 보고 넋이 나가서 몸이 굳어버린 거 그리고 쓰나미는 계속 몰려와서 논으로도 들어오려 하고.. 뭔가 더 할 수 있는 게 없었음 근데 그런 상황에 처라면 인간이 자기 목숨을 포기해버리는 게 말도 안 되고 어려울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더니 쉽게 포기가 되더라고 함 그래서 아들 앞에 같이 앉아서 아들 머리를 자기 무릎에 묻고 댕주작 넣어놓은 가방끈으로 아들이랑 자기 손을 묶은 다음에 (시신이라도 흩어지지 않고 같이 발견되길 바라서) ㅇㅇ아, 이제부터 몸이 엄청나게 아파지고 추워질 거 같아 근데 절대 고개 들지 마, 엄마랑 약속해 이렇게 얘기하는데도 아들은 넋이 나가서 그냥 어, 어 이렇게 기계적으로 대답만 하더라고 함 그래서 아들이랑 같이 앉았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는 게 사연자가 어릴 때부터 달리기를 ㅈㄴ 못했대 근데 아들도 이분 닮아서 달리기를 진짜 못하더라는 거 그게 생각나서 ㅇㅇ아, 생각해보니까 우리는 진짜 닮았어 엄마도 달리기를 너무 못해서 펄럭에 사시는 니네 할머니 소원이 운동회에서 엄마가 공책 타오는 거였어 이런 얘기를 해주는데 애가 갑자기 엄마, 그럼 뛰어! 이러더니 벌떡 일어나서 뛰더래 그래서 아까 묶은 끈을 어떻게 끊어서 아들 먼저 앞으로 보낸 다음에 쫓아가는데 이제는 이분이 힘이 다 풀려가지고 제대로 속도가 안 나더라는 거 발이 안 떨어지더래 근데 애는 계속 도망치게 해야겠으니까 ㅇㅇ아, 누가 먼저 학교 도착하는지 내기하자 근데 뒤돌아보면 반칙이야 이러면서 자기는 서 있고 애는 먼저 보내는데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니까 애가 뒤를 돌아보게 된 거 그러더니 엄마, 쓰나미가 오고 있어! 이러면서 다시 사연자 쪽으로 되돌아오더래; 그래서 어? 여기로 오면 안 돼! 이렇게 소리를 지르려는데 그 순간 자기도 모르게 아들 쪽으로 뛰고 있더라고 함 아까는 그렇게 발이 안 떨어지더니… 그래서 아슬아슬하게 학교로 대피를 했는데 이제 학교 운동장으로도 사람들이랑 차랑 막 범벅이 돼서 쓸려가더래 속수무책으로.. 근데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겠지만 당시에는 그걸 보면서 아무 감정이 안 들었다고 함 그냥 어, 사람들이 떠밀려가네 내일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이런 생각만 무상하게 들고.. 심지어 아까 아들 데리러 학교로 달려가던 중에 만나서 잠깐 대화 나눴던 아들 친구네 여창조주랑 아들 친구가 떠밀려서 실종? 사실상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서도 아 그랬구나.. 이런 생각밖에는 안 들었다고 함 그리고 그제서야 알게 된 건데 처음으로 쓰나미를 목격했을 때 까만 벽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고 했잖음 그게 막연히 쓰나미 하면 물이 떠밀려오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1차로는 물이 밀려들어 오고 2차로는 뻘이 밀려오는 거라 함; 사연자가 본 건 2차로 온 쓰나미였고 그래서 물이 아닌 그 흙이랑 뻘같은데 8, 물은 2 정도로 섞여서 뻘이 사람이며 차며 다 쓸고 내려갔던 거.. 이거 뒤로도 오싹한 얘기 많았는데 다 옮기진 못하겠고 걍 저 앞부분이 진짜 존나 현실 무서움이었음.. ㅠㅠ 그리고 저 사연자가 쓸려 죽어가는 사람들 보면서도 아무 감정이 안 들었다는 부분에서 생각난 게 저런 생사의 기로에 놓이면 뇌가 생존을 위해 전두엽의 활동을 멈춰버리는데 (공포 반응이라고 한다고 함) 그러면 당장 직면한 사건이랑 관계없는 일에 대한 생각은 전면차단된다고 함 그래서 저 사연자도 초반 부분에서 순간 자기한테 자식이 있었는지조차 잊었던 것 같음.. 그리고 그런 상황에 처하면 싸우거나 도망가야 생존 확률이 올라가니까 근육은 바짝 긴장되고 허기 같은 기본적인 감각도 잊혀진다는데 사연자도 그때 학교에서 일주일 동안 고립돼 있으면서 아무것도 못 먹었는데 배가 하나도 고프지 않았다고 함.. 근데 그러면서도 기이하게 느껴졌던 게 그 학교에 본인 아들 포함해서 어린애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 많은 애들 중에 한 명도 배고프다고 보채질 않더라는 거 심지어 댕주작까지도;.. 이 부분 들으면서 ㄹㅇ 생존본능이라는 게 진짜 동물적이고 본능에 새겨진 감각이구나 싶었음 새삼.. 출처 : 해연갤 + 영상으로 보시길 추천합니다 ㄷㄷ @kym0108584 @eunji0321 @thgus1475 @tomato7910 @mwlovehw728 @pep021212 @kunywj @edges2980 @fnfndia3355 @nanie1 @khm759584 @hibben @hhee82 @tnals9564 @jmljml73 @jjy3917 @blue7eun @alsgml7710 @reilyn @yeyoung1000 @du7030 @zxcvbnm0090 @ksypreety @ck3380 @eciju @youyous2 @AMYming @kimhj1804 @jungsebin123 @lsysy0917 @lzechae @whale125 @oooo5 @hj9516 @cndqnr1726 @hy77 @yws2315 @sonyesoer @hyunbbon @KangJina @sksskdi0505 @serlhe @mstmsj @sasunny @glasslake @evatony @mun4370 @lchman @gim070362 @leeyoungjin0212 @youmyoum @jkm84 @HyeonSeoLee @HyunjiKim3296 @226432 @chajiho1234 @jjinisuya @purplelemon @darai54 @vkflrhrhtld @babbu1229 @khkkhj1170 @choeul0829 @gimhanna07 @wjddl1386 @sadyy50 @jeongyeji @kmy8186 @hjoh427 @leeyr0927 @terin @yjn9612 @znlszk258 @ww3174 @oan522 @qaw0305 @darkwing27 @dkdlel2755 @mbmv0 @eyjj486 @Eolaha @chooam49 @gusaudsla @bullgul01 @molumolu @steven0902 @dodu66 @bydlekd @mandarin0713 @rareram3 @coroconavo @zlem777 @eggram @dhrl5258 @psycokim8989 @newt207 @sunmommy2
[퍼오는 귀신썰] 산에 들어갈 수 없게 된 이야기 -3화
다들 연휴는 잘 쉬었어? 정말 쏜살같은 게 연휴... 연휴만 계속 있으면 난 금방 할머니가 되겠지 ㅋㅋㅋ 안그래도 금방이지만 ㅠㅠ 암튼 오늘도 이야기 이어갈까? 심호흡하고 ㅋㅋ 시작! ________________ “알겠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간호사 사이토 씨는 방을 나갔다. 주위는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 커튼 틈새로 창문이 보여 눈을 돌렸다. 있는건가? 무언가가? 그 영상에 찍혔던 키자키 미카인가? 아니면 키자키 미카의 모습을 한 무엇인가? 모르겠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근데 뭔가 생각하지 않으면 무서워서 소리를 지를 것 같아. 눈이 마주쳐서일까. 디렉터한테 가지 않고 나한테 온 것은 편집 작업 중에 확대해가며 확인했기 때문이었나? 촬영한 회사는 이제 없어진 것 같다. 영매사인 이가노 토쿠코는 사망, 키자키 미카는 행방불명의 가능성이 있고, 그리고 아까 분명히 거기에 있었다. 몇 년 전 모습으로. 사람이 아니야. 그건 이제 확실해. 혹시 전부 몰래카메라로 금방이라도 디렉터가 ‘대성공!’이라고 쓰여진 플래카드를 가지고 들어오는 것은 아닐까. 연약한 하청기업의 편집자를 주눅들게 해 모두 웃고 대성공. 그런 바보 같은 기획이 아닌가. 그렇다면 얼마나 기쁠까. “……..” 그럴 리가 있나. 실제로 기절해 구급차에 실려 간 것이다. 듣기 좋은 우스갯소리가 될 리 없다.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자니 조금은 마음이 뒤틀렸다. 그때, 사이토씨가 들어왔다. “와준대요. 차로 30분 정도 걸린다고 하네요.” "아아...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30분이나 걸리나. 충분히 짧은 시간이지만 나는 조금 불만이었다. 현실도피도 30분은 안될 것 같다. 뭔가 안하면 공포에 미쳐버릴 것 같아. "저기... 뭔가 짚이는 건..." 사이토 씨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있습니다……네… 아마 그거라고 생각해요.” 30분 동안 여기 있어줄 생각일까. 큰 도움이 된다. “물어봐도 될까요?” "네. 저도 잘 몰라, 설명을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들어주세요." “네.” 그리고 나는 가능한 한 자세히 이야기했다. 영상 제작 하청을 받은 것. 흔한 심령 영상 DVD를 담당했던 일. 추가로 건네진 것이 몇년전에 촬영된 소장 영상에서 여자가 홀려 제령하는 씬이 있었던 것. 굉장히 리얼한 영상으로 제령중에 여자의 눈이 카메라를 보고, 눈이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 든 것. 적어도 영상 속에서는 제령은 성공한 것 같았던 것. 그 후, 영매사가 급사해 여자쪽도 행방불명이 된 것 같은 일. 그것을 깨달은 것이 어제이고, 그리고 왠지 이상한 일이 계속되고 있는 것. 그리고 조금 전에 침대와 방이 크게 흔들려, 행방불명되었다는 여자에게 팔을 잡힌 것. 모든 것을 차분히 이야기를 끝내자 사이토 씨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아무래도 30분이 지난 것 같다. 살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네...네...저어..." 사이토씨는 근무중이라 그런지, 커튼에 숨어 스마트폰을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주위에선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고 있는 것이었다. 내 코가 석자라 주변에서 사람들이 자고 있는 것을 잊었다. 사이토씨에게 설명할 때도 꽤 큰 목소리였던 것 같다. 클레임이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사이토 씨가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저... 드릴 말씀이 있으시다고..." 무슨 의미지? 핸드폰을 받아 귀에 갖다 댄다. “…..여보세요?” “……..” 전화 저쪽에서 후 하고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아, 처음 뵙겠습니다. 사이토 씨의 친구 카사네라고 합니다. 니시도쿄의 방명사라는 절 사람입니다.” “정말 신세를 지게 됐네요, 마에다라고 합니다.” "마에다 씨, 정말 죄송하지만 저는 그쪽에 갈 수가 없습니다." 카사네라고 밝힌 인물은 갑자기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올 수 없다니……무슨 말씀이세요? 왜……" “마에다 씨, 무서운 건 알지만 부디 침착하게 들어주세요. 이는 당신의 생명과 관련된 것입니다.” 카사네 씨는 천천히, 그러나 또박또박 말을 잇는다. “마에다 씨, 당신은 매우 위험한 상태에 있습니다. 그 창문에 붙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치고, 그건 어떻게든 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마에다 씨는 그 이상으로 뭔가 무서운 것이 씌어있어요.” 카사네 씨가 말하는 의미를 잘 모르겠다. 역시 창밖에 있단 말인가. "제가 보고 있는 걸 말씀드리는건데, 지금 제가 주차장에 있습니다만, 야간 출입문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들어갈 수가 없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카사네 씨가 말하는 바가 의미불명으로 느껴진다. "여우가 한마리...입구 앞에 앉아있어요... 조금...그냥 그것뿐입니다만...들어갈 수 없어요...무서워서......." 그게 뭐야... 여우? ...못 들어간다고? “마에다 씨.... 당신 뭔가 신을 노하게 하는 일.... 하지 않았나요?” 그런 일을 할 리가 없다고 말하려 했지만, 내 머리에는 그때의 광경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어린아이의……때입니다만…들어가면 안 될 산에…… 들어갔습니다." 다시 전화기 너머로 한숨소리가 들렸다. “그게 원인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창문에 들러붙어 당신을 넘보고 있는 것이 관계되어 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제가 다가가려고 하면 여우가 째려보는 거예요 그게. 매우 두렵습니다.” 카사네 씨는 장난치는 게 아닌 것 같다. 말투는 차분하지만 절박한 목소리가 섞인다. 거기에 있는 것을 자극하지 않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느꼈다. 일찍이 산에서 만난 미친 신, 그 여우 눈을 떠올리며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그 눈이 아직도 나를 보고 있는걸까? 손을 뻗어 다시 산으로 데리고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니 몸이 움츠러졌다. 카사네씨가 말한 ‘무섭다’라고 하는 말이 나를 삼키고 있었다. 온몸이 떨리고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어떻게……하면…” “마에다 씨, 진정하세요. 제가 그 쪽에 갈 수 없어서 그런데, 당신이 이쪽으로 와 주었으면 합니다. 움직일 수 있어요?” “네?” “아마 당신은 이쪽으로 내려오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주차장에 있을 테니 정면 현관에서 나와 주차장까지 오세요.” "네?……아...네…바로 가겠습니다." "추우니까 겉옷을 챙겨서 나오세요. 일단 끊을게요.” 그렇게 말하고 카사네씨는 전화를 끊었다. 사이토 씨에게 스마트폰을 돌려 주고 “잠깐 다녀 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이토 씨는 스마트폰을 받아들면서 "네..저기..저는 일이 있어서 갈 수 없습니다만..조심하세요" 그렇게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주차장에 가니 키 큰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늘씬하다고 할까, 깨깨마른 꺽다리. 곱슬곱슬한 검은 머리칼을 중간에서 가르마를 타고 깔끔한 남자, 나이는 마흔이 될까. 스님이라 해서 빡빡머리에 승복을 상상했는데, 그냥 티셔츠에 재킷 차림이었다. 전화통화에서 왠지 모르게 한심한 외모를 상상했지만 정반대의, 오히려 멋있다고까지 생각하는 상당한 미남 스님이었다. 주차장에는 그 남자밖에 없었으므로 망설이지 않고 다가간다. "마에다입니다,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고개를 숙이자 그 남자도 위에서 고개를 숙였다. "카사네입니다. 전화로는 실례했습니다." 카사네씨는 틈을 두지 않고 계속한다. “여기서 일단 떠납시다. 저기 야간 출입구 쪽에 있는 여우 보이세요?” 걸으면서 희미하게 빛이나는 작은 출입문을 가리킨다. 주뼛주뼛 그쪽을 봤지만 아무것도 없다. “아니요, 안 보여요, 어디예요?” “입구 정면입니다. 그냥 보기에 보이지 않는다면 역시 마에다 씨는 보이지 않는 거겠죠. 오히려 저에게 나타나서 위협을 할 수도 있겠군요. 그게 엄청난 놈이에요. 그리고-“ 조금 이동하여 병동 위쪽을 가리킨다. “저기가 마에다 씨가 계시던 병실 근처예요. 창밖에는 발판은 없어요. 거기에 찰싹 달라붙는 듯한 느낌으로 안을 들여다보고 있던 영혼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안 보여요.” 그러면서 카사네씨는 주차장에서 정문쪽으로 걸어간다. 나는 카사네씨를 쫓아 이동했다. 차를 대는 곳 끝까지 와서야 카사네 씨가 멈춰 섰다. 나는 카사네씨와 마주보는 형태로 멈춰선다. “다시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카사네라고 합니다. 니시도쿄의 방명사라는 절에서 스님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또 붕 하고 고개를 숙인다. 키가 큰 그가 허리를 따라 절을 하면 붕이라든가 퐁이라든가 하는 효과음이 들릴 것 같은 박력이 있다. “마에다입니다, 저어 갑작스런 전화에 응답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나도 다시 한번 인사한다. “우선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할게요. 저는 보통의 스님이며, 이런 일을 생업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승려로서 할 수 있는 범위의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이토 씨와는 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알게 된 사이입니다. 그녀는 이런 일로 고생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가끔 이렇게 도움을 주곤 하는 셈이죠.” 그렇게 단숨에 설명했다. 나도 아까 사이토 씨에게 했던 것과 같은 설명을 했다. 나 자신과 일련의 경위를 가능한 한 정중하게, 카사네씨로부터 질문이 있으면 보충해가며, 어릴 적부터의 일부터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시각은 2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카사네 씨는 팔짱을 풀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으로 하고 있던 분이 돌아가셨다면, 그것도 상당히 어려운 것이겠지요. 여우한테 너무 겁먹어서 잘못 봤을 수도 있어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내 눈을 보고, 어깨 주위나 등뒤로 시선을 움직인다. 찾고 있을 것이다. “뭔가 보이나요?” 상담할 수 있는 사람에게 두려움을 토로하고 다소 진정되었기 때문에 과감히 물어 보았다. "아뇨, 지금은 아무것도." 카사네씨는 담박하게 그렇게 말하며 품에 손을 넣는다. “오늘은 늦어서 퇴원할 수 없을 테니, 내일 가능한 한 빨리 퇴원 수속을 부탁드립니다. 마중 나올 테니 연락처를 주고받죠.” 스마트폰을 꺼낸 카사네 씨와 연락처를 주고받는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이것을 들고 계세요.” 그러면서 상자에서 염주를 꺼냈다. 검고 작은 구슬이 끈으로 묶인, 손목에 차고 다니는 크기의 염주였다. "저, 부적 같은 것은 전멸이었습니다만…" “괜찮을 거예요. 마에다 씨를 위해 지금부터 직접 기도를 드릴 테니, 그게 무슨 일이라도 하면 제게 먼저 오겠죠.” 내일까지 하룻밤만 참으면 됩니다 하고 카사네 씨는 염주를 향해 눈을 감고 염불 같은 것을 외웠다. 잠시 후 염주를 내게 건넨다. 손목에 낀 염주를 바라본다. 칠흑의 구슬이 희미한 조명의 빛을 반사하고 있다. 왠지 비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럼 오늘은 돌아가겠습니다. 내일 아침 다시 이곳에 올 테니 가능한 한 빨리 합류합시다.” 그렇게 말하고 주차장에 걷기 시작한 카사네씨를 뒤따른다. 카사네 씨가 야간 출입문 쪽을 보고 “여우님, 이제 없네”라고 말했다. 카사네씨와 헤어진 후, 나는 야간 출입구를 통해 병원내로 들어갔다. 병동까지 돌아오자 사이토 씨가 나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어땠어요?” 걱정스럽게 물어본다, 착한 사람이야 진짜. "덕분에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러자 그녀는 안심한 듯 한숨을 쉬며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반할 것 같았다. 병실로 돌아가는 것은 약간 두려웠지만, 카사네 씨의 말을 믿고 침대에 눕는다. 눈 깜짝할 사이에 피로가 엄습해 와서, 무엇을 생각할 사이도 없이 나는 의식을 놓았다. 아침까지 잠을 푹 잘 수 있었던 것은 염주 때문이었을까,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피로는 말끔히 가셔 있었다. 막 일어났는데도 사고는 명료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곧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아침에 검사와 식사를 마치고 퇴원한다는 뜻을 간호사에게 전한다. 의사의 판단을 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지만 반강제로 수속을 하고 나는 병원을 나왔다. 시각은 9시. 카사네 씨는 아직 도착하기 전일거야. "마에다 씨" 말을 걸어 돌아보니 마침 야간근무을 마치고 있던 사이토 씨가 병원에서 나온 참이었다. "잘 잤어요?" 아침햇살을 받으며 싱그럽게 미소짓는 사이토씨에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어젯밤 정말 고마웠어요.” “아뇨, 어제 진짜 저도 무서워서 간호사 호출 눌렸을 때, 아, 큰일 났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사이토 씨가 와줘서 다 좋아져서, 살았어요." “아뇨 아뇨, 제가 아니어도 괜찮았을 거에요. 그런 건 기본적으로 남의 눈을 피하거든요.” "지금은? 뭐가 보여요?" 사이토 씨는 어제의 카사네 씨처럼 내 주위를 살피며 “아뇨, 아무것도”라고 말했다. 카사네씨가 올때까지 같이 기다려준다고 해서 병원을 나서자 마자 카페로 들어갔다. 아침인데도 손님이 많은 가게 안은 북적거려 불안을 덜어준다. 어제는 두려움에 휘둘리듯 이곳저곳 절을 돌아다녔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카사네씨를 기다리고 있다. 심지어 사이토 씨랑 같이. 대단한 변화라고 생각했다. 한참 이야기하고 있는데 웅웅- 하고 폰이 울렸다. 액정에는 카사네씨의 이름이 표시되었다. 전화를 받자 카사네 씨의 목소리가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어젯밤은 괜찮았어요?” "네, 덕분에 아무 일 없이 무사했습니다." “천만다행입니다. 저 지금 주차장에 도착했는데요, 마에다 씨 어디 계세요?" “카페에 있어요. 금방 나갈테니 그냥 주차장에 있어 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일어선다. 사이토 씨도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두 사람 몫의 계산을 마치고 카페를 나왔다. 주차장에 가니 카사네 씨가 차에서 내려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와 같은 셔츠에 재킷이라는 가벼운 차림이다. “안녕하십니까. 사이토씨, 오랜만입니다.” 카사네 씨가 먼저 사이토 씨에게 말을 건넸다. “오랜만입니다. 카사네씨 어제는 고마웠습니다.” 사이토 씨가 공손히 인사하며 말한다. “아니예요, 어젯밤엔 얼굴도 안 보이고 미안해요. 사연은 들었나요?” "네에, 아까 카페에서." “그런 일이에요. 사이토씨에게 연락을 받고 요괴 종류인가 하고 와 봤더니 엄청 위험해 보여서 깜짝 놀랐어요. 부끄럽기 짝이 없네요.” 그러면서 뒷머리를 긁는다. "게다가 말씀을 듣기로는 그 귀신도 상당히 위험한 영인 것 같아서 섣불리 끼어들지 않길 잘했어요" 농담 같은 말투가 결국 진지한 말투로 바뀌었다. 사이토 씨도 처음에는 웃고 있었지만, 카사네 씨가 말을 마치며 진지한 표정으로 바뀐다. “사이토 씨, 당신의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더는 안 돼요.” "네, 저기, 매번 제가 연락드려서 죄송스럽습니다만, 저, 조심하세요." “무리하지는 않아요, 할 수도 없고요. 제가 감당하지 못하면 본산 쪽에 부탁할겁니다.” 그러면서 나를 힐끔 쳐다봤다. “알겠습니다. 마에다 씨도 건강하세요" 그렇게 말하며 나를 보는 사이토씨. 이렇게 헤어진다 생각하니 조금 섭섭하기도 하다. “네, 일이 정리되면 사례도 할겸 찾아뵙겠습니다. 그때는 식사라도.” 자신도 믿기지 않을 만큼 간단히 말이 나왔다. 이런 때에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나 자신도 자신의 경박함에 놀라고 있다. 어려운 때인데, 아니 어려운 때이기 때문인가. 두려움 속에서 희망에 매달리듯 나는 사이토 씨에게 호의를 가졌을 것이다. 사이토 씨는 순간 어안이 벙벙한 듯하더니 이내 웃음을 띠며 "네, … 그렇게 해주세요"라고 했다. "야아, 하는군요 요즘 젊은이들은." 차로 달리기 시작한 직후 카사네 씨가 말했다. "이런 상황에 그런 말을 하다니, 대단한 근성이네요. 마에다 씨는 혹시 그쪽인가요? 연애도사?” 어제의 모습과는 달리 카사네씨는 즐거운 듯이 말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아니에요. 스스로도 깜짝 놀랐어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쓱 나왔버렸어요.” “하하, 그렇군요. 알아요. 그런 거요. 저도 헤어진 부인과 만났을 때 그랬거든요.” 같은 실로 가벼운 어조로 이야기하면서 니시토쿄 방면으로 달린다. 이윽고 잠시 더 나아가 주택가로 진입했다. 도착한 곳은 특별한 것 없는 한적한 주택가 안에 외따로 서 있는 절이었다. "자, 이제부터 인상을 좀 쓰고 갑니다? 마에다 씨는 손님이지만, 우리 주지는 꽤 고지식한 사람이에요. 헤벌쭉하면 혼나니까 조심하세요." 그렇게 말하고 카사네씨는 말없이 차를 경내에 끌어들여 주차장에 세웠다. 본당 옆의 사무실과 같은 방으로 통하게 된 응접실에 앉는다. 본당에는 복도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그리 큰 절이 아니라 사무실도 평범한 거실이다. 검은 가죽으로 된 소파의 아늑함을 즐길 정도로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그저 절에 오면 안심이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이윽고 카사네씨가 방에 들어왔다. 이어 주지스님처럼 보이는 노인이 들어온다. 나는 일어나서 인사한다. 노인은 응접실의 내 맞은편에 서서 가볍게 고개를 숙여 “주지 미야우치입니다”라고 말했다. 미야우치 주지스님의 재촉을 받아 앉아 자기소개를 한다. 그리고 나서 일련의 경위를 설명하려고 했지만, 주지스님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카사네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왠지 어려운 것에 씌여 있다고 하니 필시 힘드실 것 같습니다. 이해합니다.” 격식을 차린 웃음을 띄우며 막힘없이 말한다. 칠십 전정도의 연세일까. 대머리에 흰 콧수염을 가진 자못 스님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하아, 정말입니다. 아무래도 저 자신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큰일입니다. 부디 도와 주셨으면……" 거기까지 말했지만 얘기가 끊겼다. “여기에 머무르시는 것은 상관없습니다. 여기 있는 동안에는 당신도 안전할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불제나 제령 같은 것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카사네는 다소 소양이 있는 것 같지만, 원인을 찾아내 문제를 해결한다든지, 나쁜 영혼을 응징해 건강을 회복한다든지 하는 일은 그것을 광범위하게 하고 있는 절 등에 맡기고 있습니다." 재워주겠지만 해결은 약속하지 않겠다는 건가? 말 한 마디 한 마디라고 할까 주지스님이 자아내는 분위기에, 민폐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타났다. "상관없습니다. 안심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니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귀찮거나 말거나 나는 필사적이다. 주지가 직접적으로 거절해 오기 전에 결론을 내렸다. "뭐 며칠... 정도 걸릴 것 같아요." 아직 무언가 말하고 싶어하는 주지스님에게 카사네씨가 다그치듯 말을 잇는다. "제가 책임지고 잘 할게요, 그렇죠?" 끙 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주지는 말을 멈췄다. "뭐, 그러면 천천히 쉬시지요." 읏샤라며 미야우치 주지는 일어나 방을 나갔다. 주지스님과 위치를 바꾸듯이 몸집이 작은 승려가 들어왔다. "오, 타키, 이쪽이 예의 그 사람" 타키로 불리던 몸집이 작은 스님이 “안녕하세요”라며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나이 어린 승려에 빡빡 깎은 머리에 검은 뿔테 안경, 유난히 애교 있는 얼굴에 싫은 기색이 없는 웃는 모습이 좋은 인상이다. 타키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나도 가볍게 인사한다. “마에다 씨, 이사람은 내 후배 타키자와 군. 타키자와군이라 타키에요.” 그게 그거 잖아라고 마음속으로 생각 하면서 “마에다입니다”라고 말했다. "뭐, 타키에 관한 건 아무래도 상관없죠. 타키, 이가노 씨에 대해 뭔가 알아냈어?" “아무래도 상관없죠. 뭐, 알겠어요, 랄까. 공식 블로그에 써 있었어요. [이가노암자] 라고. 주소도 전화번호도 제대로 있어요. 우선 전화부터 해야겠죠?” “오, 했네 타키. 역시 전직 덕후” “지금도 덕후입니다만.” 하는 너무 솔직한 스님들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자니, "그럼 마에다 씨, 전화합시다" 라고 말했다. “네? 어디에?" "그러니까 이가노 씨의 절이죠" "아니... 그러니까... 돌아가신 거 아닌가요..." “따님 쪽은 살아 있지 않을까요. 올린 것도 따님이고, 아직 전화번호도 실려 있고요.” "도메인이 살아있다는 것은 누군가 돈을 지불한다는 것이니까요." 라고 타키가 말했다. 전혀 승려 같지 않다. “타키, 그런 전문 용어는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데. IT에 밝아도 스님은 의미가 없으니까.” “아니아니아니, 도메인 정도는 상식이라구요.” "자네의 상식을 절에 집어넣어도 곤란해." 어쩐지 승려 만담이 시작될 것 같아 끼어들었다. "알겠습니다. 전화부터 한번 해보겠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타키가 신이 나서요. 전화는 일단 제가 하겠습니다. 절에 전화하는 것이니까 아무래도." 그렇게 말하고 카사네씨는 스마트폰을 꺼내 전화번호를 입력한다. 04로 시작하는 번호였다. 곧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저, 처음 전화드립니다. 니시도쿄의 동명사라는 절의 카사네라고 합니다만, 혹시 이가노 씨는 계십니까. 네, 네, 네, 저는 승려입니다. 네, 네, 아아, 처음 뵙겠습니다, 네, 블로그군요, 보게 해 주셔서, 네, 정말 죄송합니다만, 그 건으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요, 네, 네, 그렇습니다, 그 촬영에 얽힌 것으로 여기에서 지금 현재 대응하고 있는 중입니다만, 네, 네, 아니요, 제가 아니라 여기에 계신 분으로, 네, 아 정말입니까? 큰 도움이 됩니다. 네, 주소요? 저기, 지금 적을 수 있습니까? 도쿄도 니시토쿄시 000, 000-0, 000종 동명사입니다. 예, 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예, 예,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실례하겠습니다.” 몇 분 주고 받으며 전화를 끊은 카사네씨는, "곧 와준대요, 상대방이 도착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세상에, 전화 한 통에 그렇게 말이 진행되다니. “서슬이 시퍼랬습니다. 목소리는 젊어 보이는 여자입니다만, 어머니의 원수일까요. 우선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합니다만, 저 기세로는 곧바로 제령한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타키, 라고 불렀다. “본당을 사용할지도 모르니 주지스님 양해 좀 받고 올래? 그리고 우리도 여러 가지를 준비해 두는 것이 좋겠다.” 알겠습니다, 하고 긴장한 표정으로 뛰어나가는 타키. 분위기가 일변하고 있었다. “마에다 씨, 어쩌면 바로 전투가 시작될지 몰라요. 배를 비워두세요.” 그러면서 등을 탁 쳤다. 바쁘게 준비하는 카사네씨와 타키를 보면서 나는 응접 소파에 몸을 맡기고 있다. 든든한 마음과 함께 불안감이 밀려온다. 바로 전투란, 곧바로 제령을 한다는 것이겠지. 그 영상처럼 이번엔 내가 본당 한가운데 정좌하고 고개를 숙이는 쪽이 되는 걸까. 그때의 키자키 미카는 축 늘어졌다고 할까, 몽롱했던 것 같았다. 나도 그렇게 될 것인가. 무섭다. 창밖을 보니 낮 햇살이 환하게 뜰을 비추고 있다. 모두 해결되면 좋을텐데. 아니, 해결해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손목에 찬 염주의 감촉을 확인하면서 멍하니 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가노 카즈미가 도착한 것은 오후 3시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시커먼 자동차들이 자갈 밟는 소리를 울리며 경내로 들어섰다. 안에서 다섯 명의 남녀가 내려왔다. 선두에 있는 것이 이가노 여사일 것이다. 한 사람만이 정장 차림이고 그 뒤에 검은 법의를 입은 승려들이 뒤따른다 카사네씨가 기다리고 있던 현관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리고 이어 여럿의 발소리가 복도를 걸어온다. 카사네 씨에 이어 방으로 들어온 것은 약간 화려한 화장을 한 여성이었다. 나이는 30대 중반, 타이트한 베이지색 바지 정장에 어깨까지 자란 검은 머리에는 살짝 웨이브가 들어가있다. 멋있다!라고 하는 풍모의 여성의 뒤에는 방금 본 것처럼 법의 군단이 딱딱한 표정으로 뒤를 잇고 있었다. 보기에도 찬란한 이가노 여사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내 얼굴을 노려보았다. 카사네씨가 소개해주길 기다리지 않고 다가온다. 잡을 듯 말 듯한 기세로 다가오는 이가노 여사에게 당황해 조금 뒷걸음질친다. 이가노 여사가 내 앞에 허리에 손을 짚고 다리를 양옆으로 벌린 형태로 멈춰 섰다. "당신이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이가노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어, 안녕하세요, 마에다라고 합니다." 위압감과 정중함의 갭으로 더욱 당황하면서 나도 고개를 숙인다. "아시겠지만 당신에게 들린 귀신에게는 저도 인연이 있으니 꼭 이야기를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괜찮죠?” “그럼요. 나… 저도 이 사태가 정리된다면 무슨일이든 할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앉아도 될까요?" 그러면서 카사네 씨에게 시선을 보냈다. 이 방에 들어온 지 불과 1분도 안 되었다. 시원스레 주도권을 쥔 이가노 여사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소파에 앉았다. 뭐야, 이 사람 무섭네. 카사네씨도 내 옆에 앉아 있고, 검은 법의 군단은 이가노 여사 뒤에 대기하듯 서있다. 타키가 부랴부랴 차를 나눠주며 도는 것을 개의치 않고 이가노씨가 입을 열었다. "그럼, 먼저 당신의 현재 상태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나는 수긍하면서, 카사네에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세히 설명했다. 어린 시절의 행방 불명의 건까지 모두 숨김없이 말했다. 거기까지 말하자 카사네 씨가 거들었다. "그래서 제가 어제 그 병원에 갔었는데, 그 영과는 다른 여우가 보였어요" “여우, 입니까.” "네. 병원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엄포를 놓아서, 그게 무서웠습니다." 이가노씨는 곰곰히 생각하듯이 팔짱을 끼고 이야기를 듣고 있다. 카사네 씨가 이어간다. “전 말이죠, 옛날 옛적 어릴 적에, 장난쳐서 지장보살상을 손상시킨 적이 있어요. 그 때 꽤 심한 벌을 받았죠. 이렇게 '빌어먹을 놈' 같은 감각이 계속 따라다니는 것 같은. 그게 아무래도 엄청 무서웠어요. 그때 그 감각에 가까웠죠, 그 여우가.” “마에다씨가 어릴적에 체험한 행방불명. 그것을 일으킨 신이 여우눈. 부합하지만 결론짓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을까요.” 이가노 씨가 생각하면서 말한다. 그리고 몇개의 질의응답 후, 이가노씨는 그녀 쪽의 사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당신의 일에 관련된 그 비디오는 5년 전 어머니가 하신 제령의 모습을 담은 것입니다.” 5년 전, 블로그 갱신이 끊겼을 때와 일치한다. “저도 그 자리에 있었어요. 처음에는 순조롭게 어머니의 유도대로 영혼이 나오고 어머니가 이름을 물었을 때에도 대답이 확실했습니다. 그대로 언제나처럼 제령이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요." 이가노씨는 일단 말을 끊었다. “그 영혼은 아주 교활해서 어머니에게도 거짓 이름을 꾸며 말했던 것 같습니다. 제령이 성공했다고 생각하게 하고, 기척을 숨겨, 어머니를 지나치게 하는 데 성공했어요.” 이가노 씨는 품에서 담배를 꺼내 카사네 씨에게 눈짓을 한다. "괜찮아요. 지금 재떨이를 가져올게요." 그렇게 말하고는 타키가 움직여 커다란 재떨이를 가져와 응접 책상 한가운데에 놓았다. 이가노 씨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훅 하고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그때를 회상하는지 미간에는 주름이 잡혀 있다. “제령이 끝나고 키자키씨의 모습도 괜찮아 보였으므로 그것으로 촬영은 끝. 우리는 아무 의심 없이 해산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분하지만 엄마도 나도 감쪽같이 당했어요.” 그러면서 다시 담배를 깊이 들이마셔 내뿜는다. 말투가 몇 번인가 뭉개졌던 것은, 담배를 피워 긴장이 풀렸기 때문인지, 또는…. “그로부터 며칠인가 지났는데, 돌연 키자키씨가 암자에 찾아왔어요. 암자는 어머니가 일으키신 절. 이가노암(伊賀野庵)이라는 절이에요. 지금은 제가 이어받고 있습니다.” 역시 딸 이가노 씨가 잇고 있었던 것인가. 그렇다면 블로그를 업데이트하지 않는 것은 왜인지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 수행하는 몸이라 공공연히 활동하지는 않지만 말이에요." 생각을 읽은걸까, 아냐, 누구나 생각하는 의문일 것이다. "찾아온 키자키 씨는 처음에는 평범한 모습이었는데, 점점 이상해졌어요. 하는 말도 엉망으로 변해갔고, 어머니가 이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어요. 그래서 다시 그 자리에서 제령을 하게 됐어요. 거기에는 저 말고도 제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모두 둘러앉아 불경도 외우고 호마(불을 피우며 그 불 속에 공양물을 던져 넣어 태우는 의식. 불을 하늘의 입이라 생각하여 불에 공양물을 던지면 하늘이 이를 먹고 사람에게 복을 준다는 생각에서 유래하였다.)도 피웠어요." 연기를 내뿜으면서 이야기하는 이가노씨는, 희미하게 초조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두려움이었는지도 모른다. “역시 처음에는 순조로웠어요, 키자키에게 씌인 혼이 몇명의 영혼을 포섭하고 있었기 때문에 1명씩 떼어내 갔어요. 부동명왕의 진언 같은 것도 사용해 억지로 떼어내기도 하고, 이렇게 순조로웠죠.” 후후 하고 살짝 웃는 것 같았다. “그래도 전의 상황과 같으니까, 제령이 성공했다고 가장하고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어머니는 신들린 원인인 혼령에게 이름을 대라고 다그쳤어요. 의표를 찌르거나 소리를 지르면 영혼도 깜짝 놀라고 빈틈이 생기니까.” 이가노 씨의 목소리가 어두운 울림을 띤 것 같았다. "제가 갖고 있던 염주가 갑자기 튕겨지더니, 깜짝 놀라서 주위를 둘러봤는데, 모두의 염주와 경이 어지럽게 흩날리고 있었어요. 키자키 씨는 이미 엉망진창이고 지독한 꼴이었어요." 희미하게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비디오 봤으면 알겠지만, 그 애, 어깨까지 밖에 머리가 안 닿았었죠? 그게 갑자기 길어져서, 정좌한 채 땅에 닿을 정도로 자랐어요. 저도 이미 겁에 질려 엄마를 보며 필사적으로 진언했지만, 분명 위험해 질것 같았어요." 또 담배에 불을 붙여 피워 오래도록 뱉어낸다. “주위에서 물건들이 확확 날아오고, 암자 전체가 흔들려 덜컹덜컹 거리고, 어머니는 코피를 쏟으며 진언을 하고, 이건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키자키 씨가 쓰러지더군요. 정신을 잃은 줄 알고 주뼛주뼛 다가가 확인했더니 죽어 있었어요.” 죽었다. 키자키 미카는 죽었는가. “뒤돌아보니 엄마도 돌아가셨어요. 정좌한 채 앞으로 앉아서.” 또 후우 하고 연기를 내뿜는다. 그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 없다. “아마 어머니는 당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영혼은 만족하여 키자키씨를 떠났어요. 믿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키자키 씨 말이죠, 썩기 시작한 거예요. 죽은 지 며칠 되는 느낌으로.” 하늘을 올려보며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때까지는 완전히 평범하게 살아 있는 것 같았는데. 피부도 너덜너덜해지고 냄새도 나고 분명히 썩기 시작한 시체였어요. 그 영혼이 키자키 씨에게 홀려 움직인거라면, 당치도 않은 놈이죠." 지긋지긋한 눈치였다. 난 아까부터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어머니를 죽인 영혼은 키자키 씨에게서 떠나 어디론가 가버렸어요. 우리는 신경 쓰지 않고요.” 담배연기를 마시고 내뿜으면서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다. “아마 당신한테 갔을 거에요. 예약이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말하며 눈을 치뜨고 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 그게 뭐야. 엉망진창이잖아. 그 영상으로 본 이가노 토쿠코는 보기에도 굉장한 솜씨였고, 조문 답글의 수로 보아도 상당히 신뢰받고 있던 것 같았다. 그런 사람이 맥없이 당했다는 거야? 지금 이렇게 눈앞에 있는 이가노 씨도 무슨 생각으로 온거야? 안된다는 선언인가? 난 어떻게 되는 거지? 시간의 흐름도 엉망 아닌가. 왜 촬영하다가 카메라 너머로 날 찾는거야. 모든 것이 엉망이다. “그래서 나는 필사적으로 수행했어요.” 이가노 씨의 목소리가 변했다. “부끄러움을 참고, 일본의 영매사에게 조언을 받거나 자원봉사로 제령의 의뢰를 받거나 해서요. 죽기 살기로 했으니까 힘도 붙었어. 암자 분들도 인정해주시고. 암자에 부동명왕을 모신 것은 재작년인가. 그리고는 진언이 재미있을 정도로 효과가 있는 거예요. 이제 즐거워졌어.”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눈에 이상한 빛이 켜지는 것 같았다. 괜찮은 것일까. 아무래도 도망갈 일은 없을 것 같고, 일단 그것으로 안심했다. 지금의 문제를 어떻게든 해 준다면 이전의 경위는 솔직히 아무래도 좋다. 어머니의 원수에 불타준다면 그건 안성맞춤일 거야. “당신의 상태와 경위는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할 테니 안심하세요.” 이가노씨는 허리를 펴고 그렇게 말했다. 의연한 표정으로 말투도 되돌아왔다. “카사네 씨, 마에다 씨를 우리 암자로 모시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그러면서 카사네 씨를 봤다. "네?……예에, 네에 상관없습니다. 이쪽에서도 할 수 있도록 준비는 해놨지만 그쪽에서 하는 게 여러 가지로 좋겠죠.” 카사네 씨는 약간 허탕을 친 듯한 표정이었다. 여기서 하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 직후, 와르르륵! 하는 큰 소리가 나며 사무소의 덧문이 닫혔다. 드르륵 드르륵 차례차례로 덧문이 닫혀 간다. “문을!” 이가노씨가 외치니 검은 법의의 한 명이 방을 뛰쳐나간다. 곧바로 돌아와 “열리지 않습니다……열리지 않습니다……문은 잠기지 않았습니다만…문이 열리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여기서 내보낼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 이가노 씨가 담배에 불을 붙인다. 후우 하고 길게 연기를 내뿜으며 "여기서 합시다."라고 했다. [출처] 출처 / 번역 사서A ____________________ 뭐야... 무서워... 어떻게 되는 걸까 아니 왜 정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편도 곧 가져올게!
[퍼오는 귀신썰] 산에 들어갈 수 없게 된 이야기 - 5화
자 오늘도 숨도 쉬기 힘든 이야기 이어서 같이 볼까? 이걸 보다 보면 세상에 나만 남은 기분이야 내 침 삼키는 소리도 크게 들리는 느낌 나만 그런가...ㅎ 나만 겁쟁인가...ㅎ ㅋㅋㅋ 암튼 시작할게! _______________ 저녁까지 목적도 없이 시부야 거리를 걸었다. 배가 고프면 패스트푸드를 사먹고, 식당에서 나오면 또 걸었다. 도중에 몇번이나 키자키 미카의 모습을 한 것이 집적거렸다. 등뒤에서 기분 나쁘게 웃는가 하면, 교차로의 건너편에서 이쪽을 보고 있거나, 패스트푸드 점내 책상아래에서 나를 올려다 보고 있거나, 화장실에서 손을 씻을 때에 거울속에서 나를 보고 있거나, 이미 온갖 타이밍으로 존재를 어필하고 있다. "빌어먹을" 키자키 미카가 방해할 때마다 욕설을 퍼부었지만, 키자키 미카는 기분나쁜 미소를 지으며 킥킥 웃을 뿐이었다. 빌어먹을. 아 빌어먹을 녀석이다. 익숙해짐에 따라 두려움은 사라져가고, 대신에 초조함이 더해간다. 죽어라 빌어먹을 자식 죽어죽어죽어죽어. 아아, 벌써 죽었구나. 그럼 한번 더 죽어라. 사고는 검은색으로 소용돌이치고 초조함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요요기 하치만 신사 옆에 와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요요기 하치만 신사로 향한다. 또 방해하러 올까. 그렇다면 그녀석은 신사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입구를 지나간다. 깨끗이 빠져나왔다. 이걸로 또 단서가 하나 사라졌다. 그렇다기보다 단서는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출입구를 빠져나와 신사 밖으로 나간다. 키자키 미카가 출구 밖에서 히죽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쿡쿡 웃는 그걸 무시하고 계단을 내려간다. "그걸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카사네씨의 말이 되살아난다. 적당한 말이나 막 해댔다. 그녀석도 망할 놈이다. 쫄아서 도망이나 가고 중이 돼서 어이가 없네. “불문에 들어가서 부처님 곁에서...” 뭐가 불문인가. 넌 아무것도 못하잖아? 불쌍한 남자를 버리기나 하고, 넌 지옥행이야. 바보 같은 놈이. 죽어라 빌어먹을 자식. 지옥에나 떨어져라. 그 남자도 그래. 카노 코우메이 돈에 미친놈. 너도 지옥에 떨어져라. 싸잡아서 지옥행이다. 이가노(伊賀野)도 제자들도 사이토 씨도 모두 죽으면 좋겠다. 쓸모없는 영능력자들 같으니. 나만 괴로워한다니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냐. 불공평하잖아.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쿡쿡거리는 웃음소리가 자신의 목구멍에서 나오는 것을 알고 걸음을 멈춘다. “…………” 지금 것은……내 본심인가? 모두 죽으라고? 아니다. 난 그렇게까지 밑바닥은 아니야 아니야! 내가 아니야! 안절부절못하여 머리를 벅벅 긁었다. 나때문에 그런 일을 당한 이가노씨에 사이토씨까지. 저주하는 상대가 틀렸잖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나는. 갑자기 머리 뒤에서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렸다. " 시끄러워!" 짜증이 폭발하여 뒤돌아보며 고함쳤다.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나를 보는 행인과 눈이 마주쳤다. 쇼핑 중인 중년 여성은 곧 눈을 돌려 종종걸음으로 떠났다. “크으으으…….” 눈을 감았다. 신음 소리가 새어 나온다. 이를 너무 악물어서 입안이 저린다. 짜증과 부끄러움과 비참함 때문에 혈관이 터질 것 같았다. 다시 요요기 하치만 신사에 가서 신주님께 불제를 부탁해 볼까. 아니 안된다. 카사네씨가 없으면 제령중의 동영상도 보여줄 수 없다. 보기에 아무 이상이 없는 내가 갑자기 들이닥쳐 보았자 머리가 이상한 남자라고 생각될 것이다. 그리고 믿을 수 있다고 해도, 만약 또 피해자가 나온다면, 그것은 이번이야말로 내 탓이다. 침대에 누워 있는 이가노 씨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타키의 상냥한 얼굴이, 성실해 보이는 제자들의 얼굴이, 분한 것 같은 이가노씨의 얼굴이 되살아난다. 한번 더 그런다면 그녀석 탓도 틀림없지만, 내 탓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일은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부모에게 의지하다니 당치도 않다. 그녀석을 데리고 본가에 갈 수는 없다. "제길!!" 자기도 모르게 하늘을 우러러 외친다. “도대체 어쩌라고!!” 정신 나간 남자의 울부짖는 소리가 허공으로 사라진다.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온다. 조바심과 초조함만 남는다. 쿡쿡 웃어대는 뒤에 있는 놈을 계속 무시하는 것도 지겨웠다. “………….” 빌딩 틈새로 보이는 석양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 속수무책인가. 정말 손쓸 방도가 없는건가. “………..” 빌딩 사이를 솨 하고 바람이 소용돌이치며 사라져 간다. 이것이 절망인가 하고 허탈하게 생각한다. 벌써 해가 저문다. 집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혼자있는 방으로 돌아가면 그녀석은 기다렸다는 듯 나를 죽일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호되게 당할 게 뻔했다. “…………안되나” 황혼의 하늘에 중얼거린다. “……어-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가 멀리 들린 것 같았다. 우선 역으로 향했다. 어디로 갈지 정하진 않았다. 그저 사람이 있는 곳, 전철 안에서라면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역까지 가는 도중에, 교차로에 꽃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작은 병에 꽃 몇 송이가 앙증맞게 꽂혀 있다. 그것을 보는 순간 가슴을 조이는 감정의 너울에 휩싸였다. 답답하고 슬프고 외롭고 초조해서 어찌할 수 없는 맹렬한 감정이 밀려온다. 눈에서 눈물이 흘러 땅으로 뚝뚝 떨어진다. 뭐야 이게. 격정에 농락당하는 머리로 필사적으로 말을 찾는다. 뭐야 이게. 이 상태는 뭐야. 갑자기 입에서 말이 새어 나왔다. "...마...마........" 그 말을 하는 순간 왈칵 쏟아지는 눈물이 두 배로 치솟았다. 오열을 참지 못하고 입을 꾹 누르고 울었다. 주위에도 들리겠지만 그래서는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마마…… 마마….. 마마아........으앵...." 마마? 내가 마마라고 하는 건가? 지금까지 엄마를 마마라고 부른 기억이 없어. 그렇다면 이건? 다른 사람의 감정? 그 꽃병이 있는 장소에서.... 죽은 아이.... 아마 여자아이일거야.... 소녀.... 아주 작은.... 멈추지 않는 오열로 답답함을 의식한다. 울음을 멈춰야지. 떨리는 어깨를 감싸안고 숨을 크게 쉰다. 격정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듯하다. 격렬한 슬픔은 아직도 가슴속에 소용돌이치고 있다. 하지만 이 자리를 떠날 수는 있을 것 같다. 교차로에서 멀찍이 떨어져 걷는다. 떨어질수록 감정의 동요는 잦아든다. 100m정도 떨어지자 겨우 진정됐다. 이건 분명 그건가 보다. 심령체험이다. 그 교차로에서 죽은 소녀의 영혼에 홀렸나? 일시적이나마 어쨌거나,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소녀의 생각을 느낀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쿡쿡 웃는 소리가 들린다. 목소리가 난 쪽을 향하니 키자키 미카가 서 있었다. 히죽히죽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있다. 이녀석. 이녀석이 했나.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이 녀석이 그 소녀의 영혼을 나에게 덮치게 한 거야. “죽어…….” 어떻게든 그렇게 중얼거리고 키자키 미카에게 등을 돌리고 걷기 시작한다. 저 교차로를 피하면 역까지 조금 우회하게 된다. 역시 그런 감정을 다시 느낀다는 건 싫어. 다른 길로 걸어가자. "빌어먹을 놈이." 욕설만은 위세 좋게 나온다. 그 기세를 타듯이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역에 도착하여 야마노테선을 탄다. 몇 정거장 지나서나 앉을 수 있었다. 좌석에 등을 기대고 앉자마자 졸음이 쏟아졌다. 잠에 빠지기 직전 어디선가 “어-이” 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 듯했다. 꿈을 꾸고 있었다. 어떤 꿈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몹시 무서운 꿈이었던 것 같다. 옆에 앉은 남자가 귀찮은 듯 헛기침을 했다. 아무래도 기대어 있었던 것 같다. 죄송합니다 하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꺼낸다. 시각은 19시가 지났다. 회사로부터의 연락이 몇건. 그 이외의 연락은 없었다. 전철은 그다지 붐비지 않지만 좌석은 모두 찼다. 차 안을 둘러보니 나와 반대편 좌석의 조금 떨어진 곳에 키자키 미카가 앉아 있었다. 망할 놈이 여기서도 나를 보고 있다. 창밖은 벌써 어두워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게 생각하니 콧물이 흘러내렸다. 닦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손으로 코를 누르니 축축한 감촉. 위화감을 느껴 손을 보니 검붉은 피가 끈적끈적 묻어 있었다. "우와…" 누가 중얼거린다. 뭐야 이거, 어떻게 된거야. 그러는 사이에도 코피는 계속 흘러내린다. 서둘러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지만 코피는 계속 흘러내리고 있다. 주위를 더럽히지 않도록 코를 들이마셨다. 대량의 걸쭉한 액체가 목구멍으로 흘러 들어온다. 역겨워서 토할 것 같지만 토하면 대형 참사가 된다. 어떻게든 마시고 마시는 것도 차례차례로 흘러 들어오는 코피로 이미 나도 가방도 새빨갛게 물들어 있다. 휴지를 뭉쳐서 코에 밀어넣었다. 순식간에 휴지가 피를 빨아들여서 그냥 붉은 덩어리가 된다. 술렁이기 시작하는 주위를 의식해 버려 공포와 수치감으로 머리가 폭발할 것 같다. "뭐야 저거"라며 욕을 하고 옆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반대편에 앉아 있던 여자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멈추지 않는 코피와 씨름하면서도 부끄러움과 비참함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뭐야, 뭐야 하고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필사적으로 코를 누른다. 힘껏 누른 코의 틈새로 피가 흘러나와 갈 곳을 잃은 대량의 혈액이 목구멍으로 흘러들어온다. 전철이 멈췄다. 가방을 움켜쥐고 전철에서 뛰쳐나와 그 자리에서 힘껏 내뱉었다. 플랫폼의 지면이 검붉게 물들어, 주위에서 비명인지 놀라움인지 모를 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계속되는 메스꺼움에 반항하지 못하고 피와 위에 있는 것을 토해낸다. 역무원이 달려와 말을 걸어온다. 괜찮을 리가 없잖아! 하고 마음속으로 욕지거리를 하면서도 손으로 괜찮다고 역무원을 제지한다. 이제는 구역질이 나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코피도 조금 멈추고 있었지만, 이미 내 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가쁜 숨을 고르려고 심호흡을 한다. 머릿속에서 깡깡 소리가 울려퍼진다. 키자키 미카의 모습이 없다. 하지만 틀림없이 그녀석의 소행이었다. “………….” 여기까진가. “………….” 통증이 어떻다기보다는 인간적으로 괴롭다. 지금도 어디선가 나를 보고 웃고 있겠지. “…..빌어먹을…….” 눈물이 흘러서 멈추지 않아. 한참을 계속 울고 있는데 역무원이 말을 걸어왔다. “아아, 괜찮아요. 약간... 코를 부딪힌 거 같아요. 폐를 끼쳤습니다.” 구급차를 부르겠느냐고 묻기에 거절하고 일어선다. 화장실에서 얼굴을 씻고 손에 묻은 피도 닦아낸다. 그러나 옷과 가방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역 밖으로 나오니 메지로 역이었다. 안개가 낀 듯한 사고 속에서, 하나의 결론이 형태를 맺었다. 카사네씨에게 전화한다. 바로 연결됐다. “마에다씨, 무슨일이에요? ……괜찮으세요?” “아아, 네, 괜찮…지는 않군요.”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뭐, 여러가지로.” 카사네 씨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린다. 걱정해 주고 있을 것이다. “부탁이 있어요.” 가만히 듣고 있는 카사네 씨에게 전한다. "차를 태워주실 수 있을까요?" “네? … 예에, 괜찮아요.” 생각해보면 조금 전 낮에 헤어졌을 뿐이다. 좀 싫어 하는 기색이지만 아무래도 태워줄 것 같아. "그래서, 어디로 가시려고요?" 그 장소가 맞는지조차 알 수 없었지만 간신히 이끌어낸 행선지를 알린다. “다카오 산으로.” 시각은 23시가 다 되어간다. 주위는 캄캄하고 인기척은 없다. 낮에는 북적거릴 기념품점도 모두 문을 닫았다. 다카오산 산길 초입까지 차를 몰고 올라가, 다카오산 약왕원이라는 비석이 서 있는 길을 자동차로 나아간다. 일반 차량 진입 금지 간판이 있었지만, 카사네씨가 강하게 말하자면 침입해 주었다. 차로 갈 수 있는 한계까지 가서, 차에서 내린다. 이제는 걸어서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다카오산으로 가는 도중 조사를 했는데, 다카오산에는 등산로가 몇 개 있어서 등산로에 따라 난이도가 전혀 다른 것 같다. 가장 가파른 길은 산길이고, 가장 편한 길은 어느 정도는 차로, 케이블카나 리프트 등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당연히 지금은 움직이지 않고, 산꼭대기에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므로 사용할 필요도 없다. 어느 정도만 올라갈 수 있으면 된다. 차에서 내려 산꼭대기 쪽으로 얼굴을 향했다. “마에다 씨, 산으로 정말 들어갈 거예요?” 카사네 씨가 묻는다. 사전에 뭘 할지에 대해 미리 얘기했다. 생각을 바꿀 이유도 없다. “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제 저 혼자 갈게요.” 카사네씨가 담배에 불을 붙여 후우- 하고 연기를 내뿜는다. "저도 가겠어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며 나를 똑바로 쳐다본다. 뭐야 또 겁먹은건가? "뒤에, 보이나요?" 그런 말을 하며 돌아본다. 키자키 미카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보이지…않네요. 뭔가 보이나요?” “그때와 똑같아요. 마에다 씨에게는 보이지 않는군요. 저는 잘 보여요. 병원에 있던 거랑 똑같은 여우가" 여우인가. 아무래도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카사네씨를 향해 돌아선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이제 뭐가 어떻게 되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가는 데까지 가봐야죠.” 그러면서 고개를 숙인다. 마음에는 두려움이 소용돌이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부드럽게 말이 나왔다. 카사네씨는 담배를 휴대용 재떨이에 밀어넣어 비벼 끄고 똑바로 내 눈을 바라보았다. "마에다 씨, 꼭 돌아와주세요." 그 눈은 슬픈 듯, 미안한 듯, 아무래도 견딜 수 없어하는 카사네 씨의 마음이 나타나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차의 헤드라이트가 켜졌다. 엔진을 끄고 있었으므로 헤드라이트도 물론 꺼져 있었을 것이다. 그 헤드라이트가 켜졌다가는 꺼지고 또 켜졌다가는 꺼진다. 불규칙하게 명멸을 반복하는 헤드 라이트의 모습에 나도 카사네씨도 한순간 말이 나오지 않는다. 몇 번인가 카사네씨가 소리를 지른다. “마에다 씨! 가세요. 아마 그게 뭔가 하려고 그러는 것 같아요. 이곳은 제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마에다 씨는 스스로 할 일을 하세요.” 그러면서 차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그 뒷모습은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카사네 씨가 양손을 앞으로 내밀고 인을 맺고 있다. “아비라오흠….남무대사편조금강….” 불경을 외며 차에 다가간다. 차가 쾅 하고 튀어 오른다. 수십 센치 뛰어오르더니 쿵 소리를 내며 착지한다. “마에다 씨! 가세요!” 카사네 씨가 다시 외친다. 그 소리에 고개를 숙이고 돌아보며 산속으로 내달린다. 산길을 벗어나 숲의 안 쪽으로. 갑자기 가파른 경사로 발이 엉켜 굴러 떨어져, 멈췄다가 곧 일어나서 다시 달린다. 이미 카사네 씨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주위에는 빛은 보이지 않고 완전히 어둠 속이다. 어느 방향이라도 상관없다. 마구잡이로 나뭇가지를 헤치고 나아간다. 얼마나 달렸을까. 저 멀리 뒤에서 나뭇가지들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이 쫓아오고 있는 것이다. 카사네 씨는 벌써 당하고 만 것일까. 무사하기를 바라면서 어쨌든 나아간다. 또 벼랑을 맞딱뜨려서, 굴러떨어진다. 온몸이 찰과상이니 찔린 상처투성이고 피도 나는 것 같다. 그래도 나아간다. 언젠가 끝이 나타나는 장소까지 멈추는 것만은 하지 않겠다. 지금 저것에 잡히면 이번에는 끝이야. 그것만은 알 수 있다. 자신의 숨소리, 나무를 헤치고 가지를 딛는 소리, 그것이 나무를 쓰러뜨리면서 다가오는 소리, 요란하게 주위에서 울리는 바람인지 뭔지 잘 모르는 소리, 그것들에 섞여 「……어-이…」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틀리지 않았다. 이대로 나아가면………. 갑자기 귓가에 “어이” 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몇 번째인지 모르는 가파른 언덕을 굴러 떨어져, 일어나려고 눈을 들어보니 주변 나무들의 모습이 뭔가 달라 보였다. 아니, 똑같이 산의 어둠 속이지만 뭔가 다르다. 나무들이 자란 방식이 지금까지 달려온 장소와 조금 다른 것 같다. 하아, 하아, 하고 스스로의 호흡밖에 안 들린다. 그게 다가오는 소리도 안 들려 정적이다. 캄캄한 정적 속에서 눈으로 응시한다. 탁 하고 나뭇가지 밟는 소리가 나서 뒤돌아보니 눈앞에 빨간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아…아….우으……” 어렸을 때 겪었던 악몽 트라우마가 되살아나서 온몸이 떨려. 땀투성이였는데 추워. 이때까지와는 다른 땀이 솟는다. 등이 함빡 젖어 옷이 들러붙는다. 역시 이번에는 소리지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공포에 질려 외치기 직전으로 경직돼 있었다. 쿡쿡쿡쿡 웃고 있다. 그때처럼 입가에 손을 대고 킥킥거린다. 여우눈은 나를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는다. “잡아먹을까” 쿡쿡 “부모 품으로 돌려보낼까” 쿡쿡쿡쿡 노래하듯 그렇게 말하며 웃는다. 쿡쿡쿡쿡 쿡쿡 쿡쿡쿡쿡 “더러운 아이가 울고 있어.” 쿡쿡 “오오, 가련가련.” 쿡쿡쿡쿡 “저… 저기…” 말이 나오지 않는다. 눈앞의 존재에 완전히 겁을 먹고 있었다. 들어가지 말라던 산에 스스로 들어간 것이다. 그때도, 지금도 산에 들어가니 이 신의 손이 닿고 말았다. 이번에야말로 잡아먹히겠지. “저기….저…저기….” 마치 입을 벌린 뱀을 앞에 둔 개구리다. 삼켜질 때까지 기다릴 뿐인 죽을 몸. “오오 더러워, 더러워더러워” 쿡쿡 얼굴을 돌리고 미간을 구기며 웃는다. 그 눈은 나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맛없을 것 같아.” 쿡쿡 쿡쿡쿡쿡 두근, 하고 몸 안에서 뭔가가 크게 맥박이 뛰는 것을 알았다. 동시에 심한 메스꺼움과 두통. 엄청난 구토감을 느끼고 참을 수 없이 토해낸다. 피다. 엄청난 양의 혈액이 입에서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술만 계속 마셨을 때처럼, 세차게 피가 목구멍에서 뿜어져 나왔다. “오오, 더러워더러워” 쿡쿡 “싫다싫다” 쿡쿡쿡쿡 입가의 손을 조금 끌어올려 몸을 꽉 누른다. 한참을 그렇게 나를 보다가 다시 “잡아 먹을까”라며 웃었다. 겨우 피를 다 토해낸 나는 무릎을 꿇고 손을 짚었다. “부모 품으로 돌려보낼까”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잡아먹을까” 쿡쿡 오늘은 자신의 의사로 만나러 온 것이다. “부모 품으로 돌려보낼까” 쿡쿡쿡쿡 “……드셔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조아린다. “잡아먹을까” “네. 부탁드립니다. 드셔주세요.” “부모품으로 돌려보낼까” “나쁜 귀신에 홀렸어요. 더는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잡아먹을까” "그렇다면 처음 만난 당신이 당신이 먹어주셨으면 합니다." “부모 품으로 돌려보낼까 ” "저런 빌어먹을 놈에게 죽임을 당할 바에는!" “잡아먹을까” “원하는 바야! 생각대로 먹어줘!!" “호오라, 잡았다.” ………… ………….어? 무슨 말을 한걸까. 머리가 따라가지 못한다. 그런데 이게 뭐야. 몸이, 괴로움이, 메스꺼움이, 없다. 쿡쿡 쿡쿡쿡쿡 얼굴을 들고 여자를 본다. 빨간 기모노의 여자는 여전히 입가에 손을 얹고 웃고 있다. “오오, 더러워더러워” 쿡쿡쿡쿡 오른손을 입가에 대고 왼손에 검은 무언가를 매달고 있다. 그 손에 쥐어진 무언가가 스멀스멀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 순간 그것이 크게 꿈틀거리듯 날뛰기 시작했다. 사람 같다. 그것은 검은 머리의 사람, 같은 것이다. 낯이 익었다. 카사네씨의 스마트폰으로 본 영상에 찍혀있던, 제령중의 나의 모습. 영혼이 전면에 나왔다고 말했기 때문에, 아마 그 긴 머리가 본래의 모습일 것이다 그것을, 붉은 기모노의 여자가 왼손에 잡고 있었다. 목을 뒤에서 움켜쥐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격렬하게 날뛰며, 여자의 손에서 도망치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르릉 하고 짐승 같은 신음 소리를 내면서 동시에 '아아아' '오오오' '끼끼끼!끼끼끼낏!이라고 불쾌한 소리로 외치고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그건 작고, 인간이라면 아이 정도의 크기였다. 반면에 여자는 어른인 나와 비교해도 약간 크다. 체격은 그야말로 어른과 아이였다. “잡았으니 먹을까” 쿡쿡 여자가 그것의 목을 쥔 채 왼손을 들어올린다. "맛이 없을 것 같아" 쿡쿡쿡쿡 여자가 오른손으로 격렬하게 날뛰는 그것의 한손을 잡고, 어깨를 깨물었다. 아삭하는 소리가 들렸다. “키이이잇오옷오오!!!!” 이어 그것의 절규가 울렸다. 이 세상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고함소리가 나무들의 어둠 속으로 삼켜져 간다. 여자는 입가를 붉히며 입을 우물우물 움직이고 있다. 이어 오른손에 들고 있던 그것의 한 손 나머지를 단숨에 입 안에 던져 넣었다. 입이 이상하게 크게 벌어져, 아이 사이즈의 한 팔이 쏙 입안에 들어갔다. 바삭바삭 뼈째 씹는 소리가 들린다. 왼손에 몸부림치는 그것을 잡은 채 천천히 음미를 끝내고 꿀꺽 삼켰다. 2m는 떨어져 있는데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듯이, 여자의 목이 쿡 하고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이어서 여자는 그것의 한쪽 다리를 잡고 뻗어, 허벅지 관절을 베어먹었다. 다시 으직우적우적우적! 하는 싫은 소리가 나고, 여자의 오른손에 잡힌 그것의 한쪽 다리가 축 늘어졌다. 다시 울리는 절규. 이어서 다리의 나머지를 다 먹은 여자는, 똑같이 남은 한 팔의 한 쪽을 차례로 물고, 두 다리를 잃고 간신히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는 상태인 그것을 양손으로 잡고, 이번에는 옆에서 배를 물고 있었다. 흠칫하고 크게 움직여 그것은 움직임을 멈췄다. 한참 실룩실룩거리고 있었지만, 이윽고 그것도 없어졌다. 절명한 것이다. 더이상 움직이지 않게 된 고깃덩어리를 여자가 천천히 시간을 들여 다 먹을 때까지,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눈을 돌릴 수도 없었다. 나를 지독하게 괴롭혀온 그것이 이렇게 잡아먹혀 죽었다. 나는 겨우 그것으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걸 다 먹으려고 하는 이 신은 다음에는 나를 잡아먹을까. 저렇게 먹는 방법으로, 죽음을 당하는 것일까. 그리고 일찍이 함께 산에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A와 B는 이렇게 산 채로 먹혔던 것일까. 두려움이 전신을 꿰뚫어 몸을 지면에 꿰매고 있었다. 이제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생각을 못하겠다. 무릎을 꿇던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는 여자를 올려다보며 조용히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입가를 닦은 여자는 나에게 눈을 돌리고 웃었다. “잡아먹을까” 쿡쿡 얼굴은 피를 닦고 깨끗해졌지만 히죽이 드러난 치아는 피로 새빨갛게 젖어 있었다. “부모품으로 돌려보낼까” 쿡쿡쿡쿡 그렇게 노래하듯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온다. “…………..” 먹으라고 했으니 먹으려는게 틀림없어. “잡아먹을까” 하지만 이 노래에는 선택지가 있다 “부모품으로 돌려보낼까” 만약 부탁한다면.... 그때처럼.... “잡아먹을까” 나는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땅에 비벼댔다. "부탁드립니다……" “부모품으로 돌려보낼까” "살려주세요" “잡아먹을까” “부탁합니다……돌려보내주세요…” “부모품으로 돌려보낼까” “제발요! 돌려보내주세요!!” 그 후로 여자는 노래 같은 말을 계속하지 않고 킥킥대기만 했다. “…………..”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날 돌려보낼지 말지. 생각을 한다고? 이 미친 신이? "어머나, 미쳤다니 의외인데." 쿡쿡쿡쿡 “읏! 실례했습니다!” 뭐지, 나도 모르게 입에서 생각이 새어나왔나. 아니다, 머릿속을 읽은거다. 그런데 이 신이 비로소 제대로 말을 했다. “뭐, 됐어” 쿡쿡 신은 여전히 즐거운 듯이 낄낄거리고 있다. "다시 만나러 와." 쿡쿡쿡쿡 "다음에 오면 신나게 먹을 거야." 쿡쿡쿡쿡 그렇게 말하며 신은 어둠에 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후아 하고 바람이 소용돌이치며 나무를 흔든다. 나무들의 흔들림이 진정됐을 때 다시 주위에 있는 나무의 종류가 변해 있었다. 조금 전까지의 원시림과는 다른 느낌의, 여기는……다카오산이다. 그렇다면 조금 전까지 있었던 것은……. 웅웅웅 하고 주머니 안에서 핸드폰이 진동했다 그렇게 굴러다녔는데도 깨지지 않았나 보다. 스마트폰을 꺼내니 자정이 넘었다. 카사네 씨와 헤어진 지 1시간도 안 됐다. 스마트폰에는 카사네씨로부터의 메세지가 표시되고 있다. 차가 있는 곳에서 기다릴게요 그 장소에 돌아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카사네씨에게 전화를 건다. 한번에 연결 됐다. “마에다씨? 무사하신가요?” 긴장한듯 조급하게 말하는 카사네씨의 목소리가 너무 좋다. “카사네씨……끝났어요… 전부… 그녀석은 이제 없습니다” 무심코 웃는 얼굴이 된다. 웃음소리가 이상하게 나올 것 같아. “빨리 얘기하고 싶은데 마중 나와 주시겠어요? 여기가 어딘지 몰라서요.” “마에다 씨!? 끝났다고요... 네?……지금...지금 어디예요? 어디 있어요?” "그러니까… 헤헤…. 끝났어요. 해결입니다. 그리고 여기가 어딘지 모르니 도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하아~ 하고 카사네 씨가 크게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린다. “마에다씨..마에다씨! 당신..살아있군요?” 울먹이는 목소리다. 카사네씨의 마음이 전해져와서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예에, 살아 있어요. 상처투성이여서 여기저기 아프고 여기가 어딘지 몰라 조난 중이지만 살아 있어요.” “아아…….” 훌쩍훌쩍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입을 다문 후, "다행입니다, 마에다 씨, 어쨌든 지금부터 마중 나갈 테니 스마트폰으로 현재 위치를 맵에 표시하여 그 정보를 보내 주시겠습니까?" 아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스마트폰은 편리하네. 여기는 다카오 산이다. 도쿄내다. 산속이라고 해도 전파는 제대로 들어와 있다. 그리고 나서 카사네 씨에게 현재 위치를 보내고, 나무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는다. 눈앞에는 어둠이 깔렸다. 하지만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공포가 끝난 것이다. 게다가 어릴 적 심어진 트라우마는 새로운 트라우마로 덮어씌워졌다. 만약 또 산에 들어가면 이번에야말로 그 신에게 먹힐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괜찮겠지. 놓아준 직후라면 또 잡혀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멀리 손전등 불빛이 보인다. 어릴 적 속았던 빛과는 달리 이곳을 향해 오느라 죽을만치 고생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카사네 씨를 부른다. “어-이! …..여기에요-!....” 그러면서 핸드폰을 빛내며 흔든다 “마에다 씨!……조금만 기다려요!…" 카사네씨가 다가올때마다 기쁨이 복받쳐 오른다. 사람 좋은 스님한테 다음에 뭘 좀 사드려야지. 타키와 제자들의 무덤에 감사를 전하러 가고, 이가노 씨의 병문안을 가고, 카노 코우메이에게 싫은 편지를 쓰자. 자력으로 해결했습니다요라고. 뭐 전혀 자력이 아니지만. “마에다씨!” 손전등으로 얼굴이 비추어져 시야가 하얗게 된다. 금세 빛이 치워지고, 카사네씨가 눈앞에 뛰어나왔다. “카사네씨, 오셨어요” 앉은 채로 손을 들어 대답한다. 일어서려고 했지만,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죄송해요.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힘이 다했어요.” 그러자 카사네 씨가 손을 내밀었다. 카사네씨의 부축을 받고 차로 돌아온다. 비틀비틀거리며 3시간 가까이 걸려서 차로 돌아왔을 무렵에는 카사네씨도 녹초가 되어 있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올라타 잠시 숨을 고른다. 여기까지 돌아오는 동안 카사네씨에게는 일의 전말을 모두 상세하게 이야기해 주었고, 우리들이 할 수 있는 한 고찰을 해 보았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았다. 그 영혼은 무엇이었을까. 왜 나에게 씌였을까. 그 신은 무엇이었을까. 날 왜 살렸을까. 생각해도 알 턱이 없는 의문은 제쳐두고 지금은 잠이나 자자. 날이 밝으면 병원에 가고, 회사에 사죄의 연락을 하고, 그 후의 일은 그 때 생각하자. 옷은 피투성이여서 기분 나빴지만, 그래도 피로에 몸을 맡기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나는 눈을 감았다. [출처] 출처 / 번역 사서A __________________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무서운 신 덕분에 주인공을 괴롭히던 귀신을 떼낼 수 있었구나 얼마나 무서웠을까 생각만 해도 내가 덜덜 떨리는데 도저히 모를 일이지만 모를 일이라 이렇게 귀신썰을 더 찾아보게 되는 것 같아 세상에는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 말야 우주도, 심해도, 다들 모르는 것 천지 난 그런 것들이 좋아 암튼 같이 봐줘서 고마워 내일은 후일담으로 돌아오겠어
[퍼오는 귀신썰] 산에 들어갈 수 없게 된 이야기 - 1화
안녕! 연휴 잘 보내고 있어? 몇십년간이나 독립운동을 해오신 우리 독립운동가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지 비록 우리 힘으로 이룬 광복은 아니지만 그래도 얼마나 행복했을까 일장기를 태극기로 꾸며서 들고 나와 거리에서 외치는 만세는 얼마나 복받쳤을까 그러므로 오늘은 한국어로 번역한 ㅋㅋㅋㅋ 일본 귀신썰을 보쟈 광복 전에는 많이들 일본말을 썼겠지만 ㅠㅠ 이제 우리는 마음껏 일본말을 한국말로 죄다 번역할 수 있는 걸. 흥! 암튼 오랜만에 같이 귀신썰, 볼까? _________________ 어릴적, 나 마에다 코우지는 산에서 조난당한 적이 있었다. 나의 고향은 꽤 시골이라 초등학교는 인원수가 적고, 같은 학년은 두세명밖에 없었다. 1~6학년 모두 합해도 20명이 조금 넘는 형편이고, 나름대로의 학교 건물은 있지만 모든 학생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다른 교실은 무용지물 취급이었다. 교실은 하나이고 선생님도 한 분. 뭐 보기좋게 과소한 마을이었던 셈이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그것이 보통으로 그 마을이 세계의 전부였다. 그날 나는 친구 A와 B를 데리고 산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평소에는 산에 들어가지 마라, 산에 들어가면 귀신에 잡아먹힌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셨고, 우리는 그것을 재미삼아 가끔 산에 들어가서는 나뭇가지를 주워 오거나 먹지 못하는 버섯을 따거나 하며 놀고 있었다. A와 B는 학년으로는 한 살 아래였지만 매일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절친한 친구였다. 나의 같은 학년은 여자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의 놀이친구는 필연적으로 A와 B였던 것이다. A는 나보다 태도가 더 대담한 놈으로, 나보다도 A쪽이 골목대장이었다. 그런 A가 산에 가자고 했다. 나도 B도 산은 어른에게 들키면 혼나는 놀이터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찬성했다. 그래서 우리는 방과후에 일단 집으로 돌아가고 자전거를 타고 다시 집합했다. 말을 꺼낸 것은 A지만, 일단 연장자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가겠다’며 먼저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둘은 따라나섰다. 페달을 밟아 자전거를 타고 30분이면 산에 도착한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잘도 30분이나 자전거를 계속 달릴 수 있었다. 산에서 지방도로에서 벗어난 포인트에 자전거를 세우고 짐승들이 다니는 길을 들어간다. 산에 들어간다는 것만으로 우리에게는 충분한 모험이었기 때문에 깊이 들어온 적은 없었다. 기껏해야 지방도로에서 몇 분 거리까지 들어가서 한참 노는 정도. 커다란 나뭇가지를 모아 비밀기지를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 주워온 야한 책을 보거나 집에서 빼내온 부모의 담배를 피우는 일이 늘 하는 놀이였다.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즐겁기만 했지 본격적인 산 탐색 같은 건 해본 적이 없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은 나무도 제각각이고 땅에는 굵은 뿌리가 넘실거린다. 나도 A도 어렸지만 여기서 무리한 짓을 하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날도 그걸로 끝날 터였다. 갑자기 B가 오옷 소리를 질렀다. "봐봐! 저거!!" B가 가리킨 방향을 봐도 아무것도 없다. "뭐야"라고 A가 되묻는다. “저기 저기! 오른쪽으로 구불구불 휜 나무 밑바닥에, 토끼!” 쳐다보니 뿌리부터 오른쪽으로 크게 젖혀진 분재 같은 형태의 나무가 나 있고, 그 뿌리로부터 수미터 위치에 토끼가 있었다. 토끼는 먹을 것을 찾듯 귀를 쫑긋거리며 땅을 뒤지고 있다. "쉿, 도망가지 않도록……" A가 작은 소리로 말하면서 나와 B를 손으로 누르고, 살금살금 나무 그늘에 숨으며 토끼에게 다가간다. 토끼까지는 20m 거리. 가지를 밟고 희미한 소리를 내니 토끼는 귀를 움찔하고 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우리는 나무 그늘에 숨어서 숨을 죽이고 잠시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잠시 후 얼굴을 내밀어 토끼를 확인해 보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아직 땅을 뒤지고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조심조심 10분 이상의 시간을 두고 다가갔다. 토끼까지는 이제 5m 남았다. 셋이서 뛰쳐나가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출발…” A가 속삭였다, 그리고 한 호흡을 두고 「가!」라고 하는 구호 와 함께 뛰쳐나왔다. 나랑 B도 뒤늦게 뛰쳐나간다. 토끼는 흠칫 놀라며 이쪽을 보고 눈에도 띄지 않는 속도로 물러섰다. 도망간 쪽으로 마침 A가 달려왔고 그대로 온 힘을 다해 토끼를 쫓고 있다. 토끼는 재빨라서 초등학생의 발로 잡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세 사람 모두 50m가량 정신없이 쫓아갔지만 토끼의 모습은커녕 도망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멈췄다. 세 사람 모두 땅 위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나무뿌리가 굽이치는 울퉁불퉁한 산길을 전력으로 달리는 것은 상당히 힘들었다. 넘어지지 않고 달리고 있던 것은 A뿐이고 나도 B도 넘어져 무릎이나 손이 까져 있었다. “없어졌네.” 하고 A가 중얼거리더니 ‘돌아갈까’하고 말했다. 일어서서 원래 왔던 쪽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방향을 알 수 없다. 토끼에게 온 신경을 집중해 정신없이 달리는 바람에 방향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어디를 봐도 보이는 것은 나무와 굽이치는 뿌리뿐. 우리들은 어이없이 조난당하고 말았다. 어찌할 바를 몰라 정처없이 걸었다. 토끼를 쫓아온 것은 기껏해야 50m 정도. 방향을 정해 50m 정도 걸어갔다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면 50m 되돌아와 다시 50m를 다른 방향으로 가는 방법을 시도했지만 이게 소용이 없었다. 산 속 풍경은 보는 곳이나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였다. 눈에 띄고 있던 큰 뿌리나 바위 등은, 조금 장소를 바꾸면 이미 안보이게 되었다.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나는 그 생각만 하면서 오로지 도로를 찾아 걷고 있었다. A도 B도 처음에는 긴장하고 있었지만, 점점 조용해졌고, 이윽고 우리는 말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나무뿌리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황을 타개할 방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시골 초등학생이 휴대폰 따위는 가지고 있을 리가 없고, 부모에게 연락할 수단도 없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통 모르겠다. 비밀 기지만 찾으면 돌아가는 방향은 알텐데. 정처없이 방황하는 바람에 원래 있던 자리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조난, 가출, 행방불명. 다양한 단어가 머리에 떴다가 사라진다. 불안에 짓눌린 우리를 비웃듯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여름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비 따위는 개의치 않았지만 젖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큰 나무 그늘에 들어가 비를 피했다. 지네 같은 여러가지 벌레가 있어서 기분나빴지만 젖는 것보단 나았다. 빗줄기는 점점 강해져 내리기 시작한 지 몇 분 후에는 폭우가 내렸다. 우리는 몸을 맞대고 떨고 있었다. 여름에 가까울텐데 놀랄 정도로 춥다. 젖은 옷이 체온을 앗아간 것이라고 지금이라면 알겠지만 당시의 나는 그저 무서워서 떨고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주위는 깜깜해졌다. 비는 여전히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우리들은 계속 말이 없었고, 정신상태도 정상이 아니었다. 불안이 너무 심해져서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B는 울고 있었지만, 나도 A도 B에게 말을 걸려고는 하지 않았다. 계속 나무를 때리는 빗소리에 섞여 느닷없이 ‘어-이’ 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얼굴을 마주보았다. 잘못 들은 것이 아니다. 모두에게 분명히 들렸던 것이다.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어-이…… 어-이….” 어른이다. "찾으러 왔구나!" 그러면서 A가 뛰쳐나갔다.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다. "어이~ 여기요~" 입에 두 손을 모아서 A가 큰 소리로 부른다. 나도 B도 마찬가지로 큰 소리로 거처를 전한다. “…..어-이…….” 목소리는 멀리서 들린다. 어느 방향에서 들리는지 모르겠어. 캄캄한 산중에서 빗소리가 주위를 덮고 있다. “…..어-이…..” 부르는 소리는 멀었고, 우리의 소리가 들렸는지도 모른다. 갑자기 나는 상상해버렸다. 캄캄한 산속에서 외치는 소리는 과연 인간의 것일까. “…..어-이…..” 목소리는 가까워지지도 않고 멀어지지도 않고, 일정한 거리에서 들린다. “봐봐!” B가 소리쳐 멀리 가리켰다. 그 방향을 응시하니 멀리서 작은 빛이 흔들리고 있다. 손전등 불빛이다. “가자! 어이! 어이! 어이!” 그렇게 외치며 A가 달려나왔다. 나와 B도 뒤따른다. 살았다는 생각과, 그 빛이 혹시 손전등이 아니라는 상상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우리는 빛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빛은 갑자기 흔들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가, 또 금방 나타났다. “…..어-이…..” 목소리도 변함없이 들려온다. 나는 두려움을 느끼며 오로지 달렸다. 이상해. 달려도 달려도 빛이 있는 곳에 다다를 수 없다. 벌써 상당한 거리를 달렸는데도 전혀 빛의 흔들림이 가까워지지 않는다. 외치는 소리도 여전히 멀다. 우리가 달리는 속도와 같은 속도로 빛과 목소리가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벌써 빛이 있는 곳에 다다랐을 것이다. "저기... 뭔가 이상하지 않아?" 나는 두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멈춰 서서 셋이서 마주보았다. 비는 조금 잦아들고 있었지만 아직 주변의 모든 공간을 빗소리가 채우고 있었다. “…..어-이…..”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팔랑팔랑 흔들리는 빛도 보이고 있다. “이쪽이에요! 여기 있어요!“ A가 또 큰소리로 외친다. “…..어-이…..” 목소리에 변화가 없다. "아까부터 말이야, 어-이 이 말밖에 안 해." 나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말을 계속했다. "이렇게까지 달렸는데 가까워지지 않는 건 엄청 이상해. 여우인가 뭔가에 홀려있는 거야……" 그렇게 말했을 때 갑자기 귀신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서 소름이 쫙 끼쳤다. 산에 들어가면 귀신에게 잡아먹힌다. 어른이 하던 말이 귓가에 되살아났다. 우리는 멍하니 서 있었다.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잠자코 있었다. “어이” 갑자기 가까이에서 부르는 소리를 듣고 우리는 뛰어올랐다. 목소리는 우리 바로 뒤에서 들렸다. 굵고 나지막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허둥지둥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비에 젖은 시커먼 나무들만 보일 뿐이다. 빗소리에 섞여 빠직빠직 가지를 밟는 소리가 들린다.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저기…누군가…있습니까…" 겨우 그렇게 말했다. 스스로도 놀랄 만큼 가늘고 가냘픈 목소리였다. 여자아이 같은 목소리에 부끄러워졌지만, A도 B도 아무 반응없이 눈앞의 어둠을 응시하고 있었다. "누군가…누군가 있습니까!" 용기를 쥐어짜서 그렇게 말했다. 정적 속에서 빗소리가 유난히 요란하다. 시커먼 나무들, 그 너머로 펼쳐진 어둠. 어디까지나 캄캄한 어둠 속에서, 문득 무엇인가가 움직인 기분이 들었다. 어디서 뭐가 움직였는지 모르겠어 가만히 응시하고 있자니 시야의 가장자리에서 또 무엇인가 움직였다. 이번에야말로 어디인지 알았다. 그것은 2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섰다. 시커먼 시야 속에서 붉디붉은 그것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며 B가 도망쳤다. B도 그걸 알아차린 것이다. 나도 A도 B를 쫓아 뛰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른일지도 모른다. 캄캄한 산중에서 불빛도 없이 다가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지만 만일 우리를 찾으러 온 어른이라면 도망쳐 버리면 우리는 다시 조난이다. 그래서 A와 B를 불러세워 나무 그늘로 숨었다. 캄캄한 시야 속에서 다시 그것을 찾는다. 빨간 무언가다. 빨간 무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응시한다. 여기다. 조금 전까지 우리들이 있던 근처를 걷고 있다. 불빛 없는 속에서 불그스름한 무엇인가가 움직이고 있다. 나무 그늘에 숨어서 그 모습을 눈으로 쫓는다. 추위와 공포로 이가 딱딱 마주쳤다. 그 소리에 눈치채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것은 우리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는 것도 아니고 엉뚱한 방향으로 걸어갔다. 사람인 것 같다. 적어도 겉보기는 괴물은 아니다. 우리는 천천히 다가갔다.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인 줄은 알았는데, 어떤 사람인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어른인가, 우리를 찾으러 온 것인가, 아니면 미친 사람인가.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곤경을 벗어 날 수 없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말을 걸어도 좋은 것일까. 좀더 다가가서 살펴봐야 알 것 같았다. 빨간 사람이 걸어간 쪽으로 발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10미터 정도까지 접근한 후에야 그것이 붉은 기모노의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 “어이.” 정말 갑자기 바로 뒤에서 소리가 나서 우리는 굳었다. 굵은 남자 목소리 목소리의 느낌으로 보아 바로 등뒤, 몇 걸음 떨어져 있지 않을 것이다. 빨간 사람이 멈춰 섰다. 천천히 이쪽을 돌아본다. 순간 뒤를 돌아보니 아니나다를까 아무도 없었다. 바로 얼굴을 앞으로 돌리자 붉은 여자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기모노 차림으로 긴 검은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다. 얼굴은 하얗다. 이쪽을 향하고 있지만 멀고 어둡기 때문에 어떤 표정인지 모른다. 비에 젖어 있어야 할 터인데 머리도 기모노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것이 기묘했다. 사람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내 귓가에서 "어이"하고 큰 소리가 났다. 나는 머리가 하얗게 되어 달아났다. A도 B도 돌아보지 않고 먼저 달리기 시작했다. 기다려! 라는 A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정신없이 달렸다. 계속 달려서 정신을 차려 보니 혼자가 되어 있었다. 비는 다시 강해져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달리다 지쳐 나는 주저앉았다. 비가 몸에 부딪쳐 아플 정도다. 호흡이 가빠서 머리가 돌지 않는다. 여기가 어디고 A와 B가 어떻게 됐는지도 모른다. 이건 분명 나쁜 꿈일거야. 눈을 뜨면 어머니가.......반드시 집에서.......눈을...뜨면............... 머리가 띵하고 눈물이 멎지 않는다. 요란하게 귀가 울리고 빗소리인지 이명인지도 알 수 없었다. 탁 하고 나뭇가지를 밟는 소리가 나며 고개를 들어보니 눈앞에 빨간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아... 으... 하고 입에서 입에서 입김이 새어나온다. 추위에 얼어버리는 와중에서 사타구니가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새빨간 옷에 긴 검은 머리 새하얀 얼굴에 부릅뜬 여우눈. 심상치 않은 모습으로 웃고 있다. 눈을 부릅뜨고 입을 딱 벌리고 하얀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입을 열어 "어이" 남자 목소리를 냈다. 난 미쳐버리는 것 같았다. 여자는 또 “어이” 하고 소리를 내더니 입가에 손을 대고 쿡쿡 웃었다. 여자의 목소리로 웃었다. 주저앉아 올려다보는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다시 남자 목소리로 “어이” 하고 다시 낄낄거리며 여자 목소리로 웃었다. 나는 잘 돌지 않는 머리로도 이해했다. 조금 전까지 부르고 있던 것도 이 여자였던 것이다. 우리를 불러 모아, 뛰어다니게 하고, 뿔뿔이 흩어지게 한 것도 이 녀석이야. 나는 도망가려고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피로때문인지, 허리가 빠졌는지, 무서운데도 나는 여자에게 눈을 뗄수가 없어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여자는 쿡쿡 웃으면서 나를 보고 있다. 여우 같은 눈을 부릅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살해당한다, 하고 생각했다. 제대로 된 이성이 느껴지지 않는 이상한 눈이었다. 몇 초 지났을까, 여자는 입꼬리를 손으로 가린 채 “잡아먹을까”라고 했다. 나는 무슨 말을 들었는지 이해할수 없었다. 여자는 또 “잡아 먹을까. 부모 품으로 돌려보낼까”라고 노래하듯 반복했다. 여자는 낄낄거리며 그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떨고 있었다. “잡아먹을까.” 여자는 계속 웃고 있다. “부모 품으로 돌려보낼까.” 비와 눈물로 시야가 뿌옇다. "부탁드립니다……" 나는 무릎을 꿇고 여자를 올려다보았다. “돌려보내주세요…..” 눈물이 왈칵 쏟아지면서 몇 번이나 간청했다. "부탁해요... 부탁해요!" 여자는 쿡쿡 웃으며 “잡아 먹을까”라고 되뇌이고 있다. 눈물 콧물로 뒤범벅이 된 채 여자를 올려다보자 그 얼굴이 천천히 다가왔다. 히죽 웃는 입이 크게 벌어진다. 잡아먹힌다, 그렇게 생각했다. 얼굴이 천천히 다가오고, 나의 의식은 어둠에 잠기다, 갑자기 빛속에서 눈을 떴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자택의 거실에 깔린 이불에 누워 있었다. 주변에는 부모님과 동네 어른들이 모여 있었다. “깨어났다!”라든지 “이런 멍청이가!”라든지 “운이 좋았네”라는 여러 가지 말을 하고 머리를 쓰다듬거나 때리거나 했다. 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질문을 받고, 나는 머리가 아픈 것을 참으면서 모든 것을 사실대로 설명했다. 잠시 감기로 시달리다가, 겨우 회복된 나는 그날의 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들었다. 그날 나는 산 입구에 쓰러져 있었던 것 같다. 밤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우리를 찾아 산에 온 어른들이 나를 발견해 주었던 것 같다. 다른 어른들이 산에 들어갔지만 A와 B는 찾을 수 없었다. 그 후로도 매일 수색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다음날 나는 어머니에게 이끌려 동네 절로 향했다. 주지스님에게 인사하고 간단한 설교를 들은 뒤 산에 있는 귀신에 대해 들었다. 산에 들어가면 귀신에게 잡아먹힌다는, 전설로 의지할 만한 것으로 전해져오는, 실제로 산에 있는 것은 옛부터 산에 모셔져 있는 신, 같은 것으로 귀신과는 다르다고 한다. 예로부터 오곡풍작을 가져다주는 고마운 신이자 사람을 잡아먹는 무서운 신이며, 함부로 산에 들어간 사람이 행방불명을 당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고. 더욱이 그 신을 모시고 있던 신사가 산사태로 소실되었다. 다시 신사를 지었지만 아무래도 신이 깃들지 않았다고 한다. 몇 번이나 의식이 거행되어도 전혀 신이 깃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의식을 하던 관계자들이 몇 명의 행방불명을 당해, 위험하다고 판단된 산은 거친 신이 계시는 신역으로서 봉쇄되었다. 그래서 어른들에게는 제대로 이해시켜 들어가는 것을 금하고, 아이들에게는 무서운 귀신이 산에 있다고 말해 왔다고. A와 B는 아마 신에게 잡아먹힌 거지, 어른들도 위험하니까 이제 수색도 중단될 거라고 주지스님은 말했다. 나는 2명을 버리고 도망간 것을 주지스님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후 나는 바로 그 신과 마주쳐서 왠지 산에서 내려왔다. 몇 명 중 한명만 돌아온다는 것은 과거에도 있었던 것 같고, 나는 우연히 운이 좋았던 것 뿐이며, 향후 두 번 다시 산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들었다. 마을도 떠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고장에 가더라도 가능한 한 산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어디에서나 산이란 신이 계시는 다른 공간이고, 이 근처의 산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행방불명을 당한 나는 어느 산에 들어가도, 저 산의 신의 손이 닿아 버린다고. 그 소식을 듣고 나는 어머니와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야기를 해서 우리 가족은 도쿄로 나가게 되었다. 주지스님의 말씀도 들었지만 A와 B의 부모는 나를 원망하는 것 같았고, 이대로 마을에 있어도 살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해 부모님은 선뜻 도쿄행을 결심했다. 어쩌면 작은 마을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것을 기뻐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6학년 여름, 졸업을 기다리지 않고 지방에서 온 나는, 새로운 학교의 학생들로부터 기이한 시선을 받았다. 사투리가 있었던 것도 바보로 여겨져 나는 있을 곳 없는 초등학교 생활을 졸업할 때까지 버텨야 했다. 다소 왕따 같은 것을 당하면서도 그 이외에 무서운 생각은 하지 않았고, 그 이후로도 나에게 신의 손길이 닿는 일은 없었다. 여기까지가 어린시절 이야기. [출처] 출처 / 번역 사서A ____________________ 여기서 끝이 나는 것 같지만 다음 이야기가 있고 내일 또 가져올게 ㅎㅎㅎㅎ 푹 쉬고 대한독립만세! 함께 외치자
[퍼오는 귀신썰] 산에 들어갈 수 없게 된 이야기 - 4화
와 오늘 정말 선선하다 그치 바람이 종일 불어서 정말 가을이 온 것 같은 기분이었어 이미 입추 지났으니까 가을이 맞긴 하지만 ㅎㅎㅎ 그래도 아직 선풍기는 필요하고 종일 밖에 있으면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도 하니 아직 귀신썰 보기 좋은 날이지? 이야기 마저 같이 보자! ___________________ 눈을 뜨니 나는 다시 병원에 있었다. 그때와 같은 병원인 것 같다. 병실에 들어온 사이토 씨가 내 의식이 있는 것을 보고 겁에 질린 표정을 한 뒤, 침대 옆에 와서 “다행이에요…… 지금, 선생님을 불러 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의사의 검진을 받고 잠시 멍하니 있는데 카사네 씨가 들어왔다. "맙소사, 마에다 씨. 정신이 드셨군요." 그렇게 말하고 카사네 씨는 침대 옆 의자에 걸터앉았다. “무사하다……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우선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에요.” 아까랑 복장이 다르다. 나는 바로 전까지 카사네씨의 절에 있었을 텐데, 설마 쓰러진걸까. "그때의 일, 기억나요?" 카사네씨가 곁눈질로 나를 보며 물었다. "아뇨, 전혀." 그때 일…… 어느 때일까. "어디까지 기억나요?" "어...조금 전까지 카사네씨 절에 있었는데, 이가노씨가 와서 어머니가 하신 일에 대해 말씀을 듣고..." 카사네 씨가 한숨을 쉬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이가노씨의 절로 이동하려고 했더니, 덧문이 닫혀…이가노씨가 여기서 하자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됐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기까지입니다." 라고 했다. 카사네 씨의 눈은 아래를 보고 있다. 미간을 찌푸리고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띄엄띄엄 말하기 시작했다. “그때 사무실 덧문이 닫혀져 우리가 절에서 나갈 수 없게 됐죠? 그리고나서 마에다 씨가 쓰러져 버려서, 소파에 말이예요, 흐물흐물 하고 있었어요." 이마에 촉촉히 땀이 밴다. 식은 땀이었다. “이가노씨와 있던 곳에서 본당으로 이동했고, 마에다 씨는 제자들이 짊어지고, 저와… 타키는 본당에 사람들을 모시고, 이가노 씨의 준비를 도왔습니다.” 목이 잠겼다. 카사네 씨는 무릎에 두 팔을 얹고 팔짱을 낀 자세가 됐다. “곧 제령이 시작되어, 이가노씨와 일행들이 마에다씨를 둘러싸고 반야심경이라든가 밀교계의 진언이라든가를 주창했습니다. 그랬더니 반쯤 의식이 없었던 마에다 씨가 서서히 트랜스 상태로 바뀌었고, 그것은 뭐 통상의 제령과 같겠지만, 잠시 독경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나의 뇌리에 그때의 키자키 미카의 모습이 떠올랐다. 정좌한 자세로 불안정하게 흔들리면서 몽롱했다. 그리고 얼굴을 빙글 돌리고, 눈이 카메라를--. "잠시 후 정신을 차려보니 마에다 씨의 머리가 쑥- 자랐고, 그야말로 이가노 씨가 말한 것처럼 말이죠. 영혼이 전면에 나왔어요." 보시겠어요? 하고 카사네씨가 핸드폰을 꺼냈다. 영상을 재생하고 있는 것 같았다. 주위를 배려해 소리를 줄이긴 했지만, 거기에 비춰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소리로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카사네 씨가 의자를 기대고 다가와 스마트폰을 내민다. 거기에 기록되어 있던 것은, 확실히 제령이 한창인 동영상이었다.어두컴컴한 절의 본당에서 이가노 씨들이 머리가 긴 인물을 둘러싸고 독경을 하고 있다. 이게 나일까. 부스스한 머리카락이 정좌하고 있는 머리 높이에서 땅까지 늘어져 있다. 머리카락 속에서 살짝 어깨 같은 것이 보이고 있다. 가부키 배우 같다고 생각했다. 스마트폰의 화면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긴 흑발의 인물의 것으로 보이는 그림자는 크게 흔들리면서 신음하고 있는 것 같다. “으---!!!” “우으으으으으으!!!” “으으---!!!” 언어가 아니다. 신음 소리. 주위에서는 독경 소리가 울리고 있다. 화면 전체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촬영하고 있는 카사네씨가 스마트폰을 쥔 손이 떨리고 있을 것이다. 흔들림이 심한 화면 속에서 불당 안에서 무언가가 날뛰고 있다. 때때로 화면의 앞쪽에서 안쪽을 향해 날아간 무엇인가가, 벽에 부딪혀 철커덕 소리를 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폴터가이스트 같다. 주위에서 물건이 확확 날아온다던가. 현실감이 희박한 머리로 그런 것을 문득 생각했다. ".......하세요.... 마에다 코지의 몸에 붙은 영이여 나가세요....... 용서하지 않습니다.......노우막산만다.......나가세요...........지금...." 제자들의 독경에 섞여 이가노 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사자일까 호랑이일까 대형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신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소리, 알겠습니까? 엄청나요, 짐승 같아요." 카사네 씨가 말하는 것은 이 짐승 같은 신음 소리일 것이다. "이거, 마에다 씨 목소리예요." 네? 하는 얼굴을 나는 지었을 것이다. "정말이에요. 마에다 씨, 낮은 목소리로 우으-우으하면서 동시에 이 짐승 같은 목소리로 으르렁 거렸어요. 그 외에도 히히히나 케케케 같은 기분 나쁜 웃음소리도 내더군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뭐야. 놀리는 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카사네는 진지하게 말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영상이 끝났다. "죄송합니다. 신변의 위협을 느껴서 피신했어요. 여기부터는 이제 촬영할 때가 아니라.” 그렇게 말하고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이가노씨도 대단했어요, 제자들도요. 저, 본산에서 몇 번인가 대대적인 제령도 입회했고, 저 자신도 제령을 한 경험이 있어요. 그 경험으로 보더라도 그 사람들은 대단했어요. 통솔, 협력, 틈을 읽는 법이나 영혼의 상태를 판별하는 힘 따위도 완벽했어요. 더할 나위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무사히 끝났다……는 건가요?" 무심결에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결론이 궁금했다. 카사네는 후우- 하고 숨을 내쉬며 몇 초간 침묵한 뒤 말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천천히 내뱉었다. “전멸, 입니다.” “…….”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사고가 완전히 멈췄다. 카사네 씨도 아무 말이 없다. "저기, 저기요!"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커튼이 젖혀졌다. 나타난 것은 50대 주부였다. 화가 난 모양이다. “무서운 얘기할 거면 밖에서 해줄래요? 그런 거 싫어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네?……아, 아아… 죄송합니다…" 카사네 씨가 그렇게 말하며 일어선다. 아주머니는 “흐음-…”라며 소리를 내고 옆 침대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옆자리 할아버지의 문병객인 것 같다. "마에다 씨 움직일 수 있어요?" 그러고 보니 나는 어딘가 다친 것일까. 몸에는 통증이 없고 붕대나 링거류도 붙어 있지 않다. "괜찮아요" 하며 침대에서 내려온다. 검사 때 입는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의식이 없을 때 검사를 한 것일까. “옥상이라도 갈래요?” 그러면서 카사네 씨가 걷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옥상에서 펜스에 기대듯 선다. 한낮의 햇살로 가득 찬 거리를 바라보면 지난 이야기가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그 영상도, 카사네씨의 이야기도, 모든 것이 거짓으로 실제로는 모두 문제없이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근거 없는 생각을 하니 이 일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모두, 무사하신가요?” 그러자 카사네 씨는 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여기는 병원입니다, 라고 따질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가노씨는 중환자실에 있습니다. 온몸의 혈관이 너덜너덜했다고 하니 조금만 더 구급차가 늦었더라면 큰일났을 겁니다.”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한다. “제자 2명과 타키가 죽었습니다. 다른 제자들은 무사합니다.” 죽었다. 죽었어? 타키가? 왜? “왜……”라고 신음했다. 카사네 씨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투로 계속한다. “그녀석… 엉망진창이었어요. 물건이 탕탕 튀는 것도 지진과 같이 되는 것도 포함해 끝났습니다만, 거기까지였습니다……” 후 하고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결국 본당이 반파됐어요. 타키는 무너진 기둥이나 무언가의 밑받침에. 제자들은 그 전에 코피를 쏟고 입에서 피를 토하고 쓰러져 있었으니, 아마 제령 중에 뭔가 당했을 것입니다. 어쨌거나 3명 모두 구급차가 도착한 시점에 이미 틀렸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문다. "그럼……나는…" 그 다음은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아쉽지만, 아직입니다." 카사네 씨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둘이서 낮의 거리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담배...끊고 있었습니다만....." 후우- 하고 길게 연기를 뿜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내가 눈을 뜬 것은 제령 다음날이었던 것 같다. 링거를 맞지 않은 것은 단지 잠만 잤기 때문이다. 이가노 토쿠코에 이어 딸 카즈미도 당했다. 이제 이가노암은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카사네 씨는 말했다. 그리고 '손을 떼고 싶다'고도. “솔직히 제가 할 수 있는 게 더는 아무것도 없어요. 아니, 본산에 연락하는 정도는 할 수 있지만, 그래도 해결할 수 있을지 어떨지 하는 느낌입니다. 그만큼 이가노 씨들은 대단했어요. 이 이상 뭔가를 해도 피해만 늘릴 것 같은… 아, 죄송합니다. 마에다 씨에게 할 말이 아니었네요. 미안합니다.” 카사네 씨와 바깥 커피숍으로 이동해 창가의 자리에 앉아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고 있을 때 그런 말을 들었다. "아…아니…" “압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다 하겠어요. 그건 약속할게요. 하지만 그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에다 씨 가까이에 있는 것은 그저 위험에 노출돼 있는 거나 다름없으니까요.” "아니……그래도…" 말이 나오지 않는다. 무슨 생각을 해야 될지 몰랐다. 머릿속이 하얗다. 동시에 새까맣다. 생각이 소용돌이치면서 형태를 갖추기 전에 다른 생각으로 밀려난다. 초조 공포 기대 절망이 머릿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그리고 뒤에 남는 것은 절망밖에 없다. 끝이다. 모든 게 다. 부적이나, 절에 스님에 영매사, 전부 소용이 없었다. 더 이상 무엇에 기대란 말인가. 신사인가? 그때 요요기 하치만 신사에는 갈 수조차 없었다. 그건 그 영혼이 신사를 싫어하기 때문일까? 싫어한다고 해도……. 종착점을 찾지 못한 채 사고가 겉돌았다. 카사네 씨에게 뭔가 말해야겠다고 얼굴을 든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창밖으로 눈을 돌리려 할 때 보고 말았다. 카사네 씨 뒤에 앉아있는 여자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지만 가로막는 것이 없어 어떤 사람인지 잘 알 수 있다. 이쪽을 향해 고개를 약간 숙이고 앉아 있는 그 모습을 보며 “히잇-” 소리를 질렀다. “마에다씨?” 키자키 미카다. 왜? 왜 키자키 씨가? 살아있는거야? 손님? 아니 아무것도 안 마셨어, 그럼 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마에다씨” 식은땀이 난다. 숨을 못 쉬겠어. 심장 소리가 들린다. 시끄러울 정도야. “마에다씨!” 갑자기 손목을 잡혀 놀랐다. “마에다 씨,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부디 침착하세요. 뭐가 보여요?” 카사네씨가 엄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다. 카사네씨 건너편에 있는 키자키 미카를 본다. 키자키 미카는 고개를 숙이고 움직이지 않는다. 나의 시선을 따라 카사네씨도 돌아본다. “아무것도 안 보여요. 아무도 없어요. 마에다 씨, 뭔가 보여요?" 거짓말이지? 그런, 키자키씨가 거기에 보이지 않아? 안 보여? 당신 눈이 보이긴 하지? 그럼 그건? 거기 있는 건? “마에다씨!” 카사네 씨가 손목을 세게 흔들었다. “저…저…저, 저기…” 말이 안 나와. 카사네씨를 보고 있어도, 아무래도 뒤의 키자키미카가 신경쓰인다. “마에다씨! 뭐가 보이는건가요?” “아…키..키자키…씨가…” 카사네 씨가 손을 오므린다. 뒤를 돌아보고 두리번거리다가 이쪽으로 돌아선다. "아무것도 안 보여요" 얼굴이 새파랗다. 입가에 담배를 들고있는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 “마에다 씨, 솔직히 말해서 이미 늦은 것 같아요.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왜,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이제 이렇게 되면 나중을 생각해야죠. 그걸 안고 살아갈 수밖에요. 언젠가 반드시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거에요. 그때까지 버티는 거에요. 할 수 있죠? 아니 무리예요. 죽는다 그전에. 아무 말이나 하지 말라고. “마에다 씨, 별로 권하는 듯한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불문에 들어가 부처님 곁에서 살아 보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어쩌면…..” “아아아아아!!!!”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머리를 감싸쥐고 책상에 엎드리며 소리쳤을 텐데 입에서 새어나온 것은 쉰 듯한 신음소리뿐이었다. 쉬익, 쉬익 규칙적으로 공기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삣......삣…...삣....같은 규칙적인 전자음이 울리고 있다. 이가노 씨는 얼굴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온몸에 링거를 맞고 있는 끔찍한 모습이었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이가노씨의 곁에 선다. 얼굴을 붕대로 칭칭 감겨서 안쓰럽다. “……..” 나의 제령을 하다가 이렇게 됐어. 그녀에게도 인연이나 동기가 있었던 것은 틀림없지만, 그래도 아무래도 꺼림칙한 기분이 되어 버린다. 퇴원하기 전에 꼭 만나보고 싶어 사이토 씨에게 부탁했다. 이가노 씨는 자고 있는 것 같았지만, 내가 들어온 것을 눈치채고 눈을 떴다. 쉿……쉿…하는 소리에 맞춰 산소마스크가 흐려진다. 살아 있다. 심한 꼴이지만, 그래도 이가노씨는 살아 있다. “죄송합니다.이 지경이 돼서.”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라, 간신히 그렇게 말을 마쳤다. “마…에다..씨” 이가노씨가 뭐라고 중얼거린다. 입가에 얼굴을 들이댄다. “마에다..씨….미안…해요…..내가…실수해서…미안…” 이가노 씨는 울지 않았다. 분한 듯 얼굴을 찡그리며 사죄의 말을 내뱉으면서도, 그래도 이가노 씨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강한 사람이다, 라고 생각했다. “괜찮아요. 어떻게든 해볼게요.” 그러면서 억지로 웃어보인다. 이가노씨가 눈을 가늘게 떴다. “카노…” 뭔가 말을 하고 있다. 다시 얼굴을 들이밀었다. “카노우… 코우메이.... 재수…. 없지만...힘은…강해요…저…이상으로…카노……뿐…" 카노우 코우메이 카노우 코우메이라고. 그사람을 찾으라는 말이지. “알겠습니다. 카노우씨라고요. 연락을 취해보겠습니다. 잊지 말아주세요. 반드시 원수를 갚고 말겠어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다. 이가노씨가 또 눈을 가늘게 떴다. 나는 중환자실을 나올 때까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가노씨가 안보이게 되었을 때 억지 웃음을 지운다. 씩씩한 말을 했지만, 나는 이미 체념을 하는 것에 가까웠다. 사이토씨의 소개로부터 시작되어, 카사네씨, 이가노씨와 함께 카노우 코우메이로 3명째다. 소개에서 소개로 사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의 위험함을 뼈저리게 알았을 뿐이다. 지금으로서는 나에게는 큰 부상은 없다. 어깨에 오물이 묻거나 부적이 없어지거나 자전거에 치여 팔이 꺾였을 정도이다. 그리고 지금도 키자키미카가 복도 끝에서 나를 보고 있는 정도다. 더 이상 사태가 악화되지 않는다면 포기할 만도 하다. 그렇게 생각해봐도, 사태가 악화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그것이 나를 노리고 온 것인 이상 방해자가 없어지면 이번에야말로 내 목숨을 빼앗으러 올 가능성이 더 높겠지. “……” 일단, 카노우 코우메이에게 연락해볼까. 안 되면 죽자. "죽음을 당할 바에는 스스로 죽을거야." 키자키 미카 옆을 지날 때 그렇게 중얼거려 보았다. 쿡쿡 키자키 미카의 모습을 한 그것이 웃었다. "카노 코우메이(嘉納康明)죠.이름은 들어봤습니다." 병원 밖에서 기다려 주고 있던 카사네 씨에게 카노우 코우메이를 물어보았다. 카사네씨는 잠자코 가버리지 않고 기다려 주었다. 카노 코우메이도 알고 있다고 한다. “이가노씨로부터 들었습니다. 아마 그한테 기대라는 거죠" 으음-하고 카사네씨는 신음했다. "솔직히 어디서 이름을 들었는지 잊어버렸을 정도여서, 자세한 건 하나도 모르겠는데요." 스마트폰을 꺼냈다. 카노 코우메이를 검색하자 공식 블로그가 나왔다. 이가노 토쿠코나, 카노 코우메이도, 영매사는 홈페이지보다 블로그인 것일까. 같은 쓸데없는 것을 생각하면서 목적한 것을 찾았다. 있다. 찾아낸 전화번호를 탭 하니, 전화를 걸지 어떨지의 확인창이 액정에 표시된다.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건다. 몇번의 벨이 울리고 깔끔하게 이어졌다. "네, 카노 심령연구소입니다." 전화를 받은 것은 젊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저기, 이가노 씨의 소개로 전화를 드렸는데 카노 선생님 계십니까?" “네. 오늘 사무실에 계시는데, 무슨 일이시죠?” "어... 저의...영문제로...저...이가노 씨로부터 소개받았습니다..." "네, 심령 문제 상담이시죠?" "네?...네, 그렇습니다. 네” "그러시면 말씀드릴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아, 네, 부탁드립니다" 당연하겠지만 굉장히 익숙한 듯하다. 카사네씨에게 “연결해 주는 것 같습니다”라고 전한다. 잠시 후 보류 음악이 멈추고 남자의 목소리가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왔다. “여보세요, 전화 바꿨습니다. 카노라고 합니다.” 낮은 목소리. 나이까지는 분명치 않지만 괜찮은 아저씨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 처음 뵙겠습니다. 전 마에다라고 하는데, 이가노 씨가 소개해 줘서 전화를 드렸어요." 아무래도 횡설수설하게 되어 버린다. 긴장하고 있는 것일까. "이가노 씨라는 것은 이가노암의 이가노 씨?" “네, 그렇습니다” “딸쪽을 말씀하시는거죠?” “그렇습니다” "흠. 어떤 일일까요?" 나는 간단하게 지금까지의 경위를 설명했다. 조금 전 이가노씨로부터 카노를 의지하라고 들은 곳까지 설명하자 “과연”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가노씨의 딸이 당했다면 저라도 위험합니다. 당신, 그런 성가신 귀신에 홀리다니 상당히 나쁜 짓이라도 했나요?" “아니요, 그냥 영상으로 봤을 뿐인데요. 정말이에요.” 으음, 하고 카노가 신음하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이쪽에서 어떻게 하라면 이가노 씨도 있고, 어떻게든 하겠지만요." 분명히 하고 싶지 않은 게 전해져 온다. "우선 상담하는 걸로 하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 오늘 이쪽으로 오세요.” “아아, 네, 감사합니다.” “물론 이건 업무적으로 상담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상담료는 규정대로 요금을 받게 됩니다. 괜찮죠?” “아, 네…. 저기, 얼마인가요?” “상담의 경우 일률적으로 20만엔입니다.” “네…에에?.....그건….” “당신, 이런 상담 처음인가요? 변호사라도 상담하는데 돈이 들 겁니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알…겠습니다. 20만인거죠.” "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편의점에서 돈을 찾아 카노의 심령연구소로 간다. 연구소라는 이름의 카노 저택은 시부야에서 조금 떨어진 고급 주택지 안에 있었다. “이야, 이거 굉장한데요.” 카노의 대저택을 본 카사네씨가 얼빠진 소리를 냈다. 카노심령연구소라고 쓰여진 바보같이 큰 문패 옆에 있는 초인종을 누른다. 인터폰 너머로 조금 전과 같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조금 전에 전화한 마에다입니다 라고 소개하자 찰칵 소리가 나며 대문이 열렸다. 대문을 들어서면 10미터 정도 되는 돌로 된 층계가 있고 그 끝에 저택이 있다. 저택 앞까지 가자 문이 열리고 안에서 젊은 여성이 나왔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죠.” 상냥하게 그렇게 말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너무나 전형적인 일본식 대호저택에 당황하면서 응접실로 안내되어 덩치가 큰 소파에 앉는다. 여성이 나가는 것과 동시에 몸집이 큰 일본옷을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이것이 카노 코우메이인가. 카사네 씨보다는 키가 작지만 뚱뚱하게 살이 쪄서 압박감이 대단하다. 어깨까지 기른 백발이 성성한 머리를 올백으로 넘겨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쪽을 쏘아보는 눈빛은 맹금류나 육식동물 같다. "카노입니다. 앉으세요." 위엄 있게 그렇게 말하며 카노는 우리들 맞은편에 앉았다. “마에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 이건 상담료예요.” 지불 시기를 잘 몰라서 가져온 20만엔을 봉투에 담아 카노 앞에 둔다. 카노는 봉투를 확인하지도 않고 "네,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몇번이나 한 설명을 하나부터 카노에게 반복했다. 카사네 씨의 스마트폰 동영상도 보여주면서 그것의 정체를 고찰한다. 지금까지와 같이 질의응답이 있고, 그리고 나서 카노의 소감을 듣는다. "우선 귀신 들린 것은 지극히 성가시고 위험한 귀신입니다. 이가노의 아가씨는 말괄량이이지만 솜씨는 확실하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저한테도 여러 번 찾아왔어요. 막일도 하고 지금이라면 무당의 힘은 일본에서도 손에 꼽겠지요." 카노는 커다란 눈을 더욱 부릅뜨고 말한다. “그 이가노 씨가 실패했다고 하면 보통 방식으로는 무엇도 할 수 없죠. 상당한 각오와 장비로 임해야 합니다. 당연히 보수도 높게 책정됩니다.” "저기, 전부 얼마에……" “착수금으로 1000만엔, 성공 보수로 1000만엔 더. 실비는 별도로 받겠습니다.” “하아?... 네…예에?....” “비싸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목숨을 걸고 불제해야 합니다. 그러니 비싸다고 생각되면 스스로 알아서 하셔도 좋습니다.” 그때부터 앞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한 금액이라 나는 일찍 포기했다. 부모에게 의지해도 그럴 돈이 있을 리 없고, 고향도 버리고 왔으니 의지할 친척도 없다. 설령 있다해도 그 가난한 마을에 재산이 얼마나 있단 말인가. 만약 의지할 상대가 있다고 해도, 무당에게 지불할 테니 2000만 빌려 달라고 하면, 코웃음치거나 설교당하기 십상이다. 오후에는 시부야역 방면으로 향했다. 카사네씨와 헤어진 나는, 등에 키자키 미카를 업고 걷고 있다. 정확하게는 업은 것은 아니다. 등에 느끼는 무게는 없고, 동년배의 여자를 업기 위해 손을 두르는 두근거림도 어디에 있을까. 애초에 손을 쓰지도 않았다. 양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고 있다. 오직 머리 뒤에서 낄낄거리는 기분 나쁜 이 여자를 가능한 한 무시하기 위해 주위 풍경을 일일이 눈에 담았을 뿐이다. 머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감정도 움직이지 않고 마음속은 놀랄 만큼 고요하다. 시부야 거리를 걸으며, 자신의 생명이 2000만엔에 사라질까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다. [출처] 출처 / 번역 사서A ____________________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센 귀신이 붙어버리면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냐구 일본 귀신들은 다 왜 이렇게 음습할까 너무해 정말...
[퍼오는 귀신썰] 목매다는 마을 3화
오늘 이것저것 많이 주워먹었더니 아직도 배가 너무 부르네 ㅋㅋㅋㅋ 귀신썰 보면서 배 좀 꺼뜨려야 겠다 무서운 거 보면 괜히 긴장하게 돼서 배 좀 꺼지는 기분 들지 않아? 공포 다이어트 같이 해보쟈 ________________ 5화 주지의 제안은 빈발하는 괴이함과 그 공포에 질린 주민에 대한 대응으로서, 지역의 각 종교지도자가 연명으로 성명을 내고, 주민들을 안심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합동으로 어떤 집회를 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확실히 이렇게까지 뚜렷이 괴이의 정체를 알고 있다면, 스님들이 구체적인 대책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신주가 말했습니다. “이것은 하겠다든가 하지 않겠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우리 신사의 생각으로는 악령을 물리친다는 적극적인 의식은 없거든요. 우리가 액막이하는 것은 재앙이나 더러운 것일뿐이니, 신사의 액막이라는 것은 절이하는 제령처럼 악령을 해치우는 것이 아니라, 장소를 깨끗이하고 올바르게 하는 것입니다. 신과 인간을 맺어주는 것이 우리의 몫이니까요.” 뭐, 시즈할머니 같은 분은 어느정도는 확 해치워 버릴지도 모릅니다만, 라고 웃으며 신주가 말은 계속됩니다. 저는 신사에는 제령이 없다는 것이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아서, 조금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어요.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야기가 빠릅니다.” 주지스님이 약간 앞으로 몸을 기울이며 계속 말했습니다. “이번에 저희쪽에서 악령퇴치의 대법회를 거행하겠습니다. 그 자리에 시노미야님도 가능하면 동석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주민들 모두는 우리가 일치단결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습니까?” “그 정도면 아무 문제 없어요.” “고맙습니다. 교회에도 말씀은 해보겠지만 저쪽분은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신주가 동의를 표한것으로, 그 후 대법회의 협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서부터의 대화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린 마음에 무언가 지루한 이야기가 오갔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기억에 없는 부분은 후에 조사한 내용입니다. 주지스님들이 신사를 찾은지 며칠이 지났습니다. 시노미야 신사 신주 시노미야 소우코 ◯◯종묘련사 주지 오오하사마 이치젠 성 안드레아 천주교회 교구 사제 토마스 야나기다 준토쿠 이 세명의 연명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이례적인 성명이 발표되었습니다. 공동성명의 내용은 신불을 믿고 마음을 단단히 가질것, 불안이 있으면 믿고 있는 종교의 지도자를 의지할 것, 괴이함에 대해서 지역에서 단결해 총력을 기울여 대응할 것이니, 부디 안심해주었으면 하는 등의 내용으로, 회람판이나 신문의 삽입 등으로 마을 전역에 배포되었습니다. 신불조화 등 일본인에게 친화성 있는 신도와 불교라면 몰라도, 뭣하면 타종교를 눈엣가시로 여길 것 같은 기독교의 신부가 연명에 참가한 것은 의외의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해야할 정도로 우리 마을은 이상현상을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점점 짙어지는 괴이의 그림자. 멎지 않는 목매닮. 불가해한 신음소리. 주민들의 불안감은 폭발 직전이었습니다. 가톨릭만 나몰라라 할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성명을 발표한 후 며칠 동안 신사의 전화는 쉴새없이 울렸습니다. 끊임없이 걸려오는 상담 전화. 때때로 걸어도 걸어도 통화중이라는 불만도 있었습니다. 전화만으로는 너무 효율이 나쁘다고 해서, 주민들을 불러 상담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신사 본당에 모두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초등학교 체육관을 빌려서 실시했습니다. 아침부터 비가내려 쌀쌀한 날이었습니다. 이 무렵에는 초등학교도 재개했기 때문에 토요일 낮에 상담회가 열렸습니다. 그날도 우리는 차심부름, 의자 준비 등으로 바빴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초등학교에 모여 신관들이나 휴일 출근을 하는 선생님들 틈에 끼어 저도 형도 사츠키도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신사의 도령 같은 형제였습니다. 뭐 형이나 물론 저도 사츠키가 목적이었으므로 당연한 이야기였습니다만. 서서히 거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여 체육관의 절반 정도가 차버리게 되었습니다. 주민 앞에 나란히 앉은 신주와 시즈 할머니. 긴 책상 위에 자료와 마이크가 놓여있었습니다. 예정된 시각이 되어 신주께서 마이크를 들고 인사를 하셨습니다. 상담회는 험악해지는 일 없이 담담하게 진행되어 갔습니다. 주민의 상담 내용은 신사를 방문한 사람들이 시즈할머니에게 하고 있던 것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부분 그것 뿐이었습니다. 그것들에 대해 신주가 대답해가는 형태였습니다. 일련의 괴이한 현상은 어떤 원령에 의한 것이라는 점. 그것은 강력하지만, 불제할 수밖에 없다는 것. 마을을 나가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등을 세심하게 설명하였습니다. 그자리에서 한 남자가 손을 들었습니다. 50대 중반의 날렵한 체격을 가진 남성으로, 소네자키씨라고 합니다. 소네자키씨는 책자 한권을 꺼냈습니다. 구마모토에 있는 그의 집에 오래된 곳간에서 오래 전 청소를 하다가 발견한 고문서라고 합니다. 오랫동안 책의 존재조차 잊고 있었지만, 일련의 괴이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마모토까지 가지러가서 그것을 오늘 가지고 온 것이었습니다. 사실은 진작에 누군가에게 말했으면 좋았겠지만, 내용이 내용인만큼 내키지 않아 방치했다고 합니다. ‘◯◯촌 기록’ 그건 우리 동네의 옛 이름이 적힌 고문서였어요. 아무도 그 존재를 모르는, 신주조차 처음보는 고문서였다고 합니다. 판독하기 힘들지만 제대로 내용을 읽을 수 있는 부분에는 우리 마을이 아직 아직 여기저기 흩어진 촌이었을 때의 생각지도 못한 처참한 역사가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 문헌에 따르면, 우리 선조들은 인근의 한 마을과 역사적인 갈등을 겪었고, 결과적으로 그 마을을 궤멸시켰다고 합니다. 오늘날 차별받는 부락(일본에서 차별받고 소외되어 있던 근세로부터의 천민신분으로 주로 천업에 종사하는 사람, 죄인들의 집단주거지를 일컫는 말), 당시는 좀더 모멸적인 호칭이었다고 하는데, 그 마을을 덮쳐 여자이에 이르기까지 몰살했다고 쓰여져 있다고 합니다. 후에 많이 소실되어 더 이상 그 고문서를 완벽하게 볼 수는 없으나, ‘말굽으로 배를 짓이기는 것’ ‘사지를 박살낸 후 아직 숨이 붙어있는 상태로 집에 보낸다 다음 불을 질러 타 죽게함’ ‘아이들의 다리를 잡아올려 땅에다 내려쳐서 죽이는 방법은 잔혹한 악귀 나찰이 하는 짓이다’ ‘우리들은 이미 사람이 아니다.’ 그런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략적인 내용을 소네자키 씨가 읽어 내려갔을 때, 모인 거주자 중 1명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럼 그것에 대한 저주라고? 그래서 지금와서 이렇게 사람이 죽었단 말이냐?” 남성은 소네자키씨에게 대들듯이 언성을 높였습니다. 소네자키씨는 남성을 제지하듯 양손을 들어올렸습니다. “모릅니다. 그래서 신주님께 부탁드리려고 가져왔어요.” “그 책이 확실한 것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어!” 남자는 꽤 열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런 것도 포함해 신주님께 맡기려고요.” 소네자키씨는 신주 앞의 긴 책상 위에 고문서를 탁 내던졌습니다. “드려야죠, 여기” 그렇게 말하며 고문서를 가리키고 나서 더이상 자신과 상관없다는 듯 두손을 앞으로 들어보이고는 그대로 자리에 돌아왔습니다. 남자가 일어서서 뭐라고 했지만, 신주가 마이크를 들고 일어섰기 때문에 다시 착석했습니다. “어쨌든 이 문서가 어떤 것인지는 차후 알아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질문을 계속 받고 싶습니다.” 신주의 말에 질의응답이 재개 되었습니다. 비슷한 상담회는 주지스님들의 절에서도 했다고 합니다.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시노미야 신사보다 많은 시주인을 거느린 주지스님들의 상담회는 분위기가 어느정도 난폭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12월을 코앞에 둔 화창한 토요일, 주지스님의 절인 묘련사에서 원령을 쫓기 위한 대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각지에서 응원을 온 힘있는 스님들이 묘련사에 모여 호마(불을 피우며 그 불 속에 공양물을 던져 넣어 태우는 의식. 불을 하늘의 입이라 생각하여 불에 공양물을 던지면 하늘이 이를 먹고 사람에게 복을 준다는 생각에서 유래하였다.)를 태우며 독경을 합니다. 참가한 시노미야 신사 일행은 독경에는 가담하지 않지만 묘련사 본당 한쪽에 앉아 있었습니다. 신주와 시즈할머니, 신관 몇 명과 사츠키, 사츠키와 언제나 함께인 우리 형제, 시노미야 일족 대표자 몇 명도 참가하고 있었습니다. 신사에서 행하는 기도와 달리, 호마를 모시고 하는 집단에서의 독경은 무너가 박력이 대단하여 압도되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천장까지 치솟는 불길의 열은 불당 구석에 있는 우리까지 열을 느낄 정도였죠. 불길 바로 앞에 있는 주지스님들에게는 얼마나 뜨거웠을까 아직까지도 생각합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좌선을 하고 앉아 있었는데, 무릎과 허리가 아파서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스님들은 바른 자세로 독경을 계속하고 있었죠. 역시 프로는 다르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더니, 그것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들의 독경 소리와 종 같은 것을 치는 기도소리에 이질적인 소리가 섞여 있는 것 같아요. 한동안은 단순한 위화감 밖에 느끼지 못했지만, 점차 크고 명확하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신음소리입니다. “으으….으….으어어…으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그…으… 기.. 기긱….” 아주 불쾌한, 고통을 참아내는 듯, 고통스러운 신음소리였습니다. 그것은 학교에서 들은 것보다 생생하게 들려서 어디서인지는 모르지만 당안에서 퍼지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우으으으으…우…아…아으으으….” 그 소리가 눈앞에서 들렸을때는 앉은 채로 뛰어올랐습니다. 저만이 아닙니다. 사츠키도 형도 신주조차도 갑작스런 신음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심장이 잡힌 것처럼 멈춘 기분이 들었어요. 땀이 솟구쳤습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눈앞의 신음소리는 기세를 더해갑니다. 고통의 신음이 아니라 분노의 신음으로도 들렸습니다. 비유가 아닌 정말 코앞에서 들렸습니다. 그와 동시에 냄새도 풍겨왔습니다. 당내를 감싸고 있는 향을 피운 냄새와는 다른, 썩은 물 과 같은 시궁창의 오물 같은 비린내입니다. 그리고 시선. 바로 근처에 있는것처럼 그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코앞에 얼굴이 있고 지근거리에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그만큼 강렬하게 느껴지는 또렷한 시선. 분명히 눈앞에 얼굴이 있는데 보이지 않아. 그런 불가해하고 불가사의한 무서운 압박감을 모두가 느끼고 있었습니다. 아마 보이지 않았을 뿐이고, 그자리에 그것이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히이~하고 소리를 지르며 시노미야 일족 중 한 명이 벌떡 일어나 도망쳤습니다. 엉키는 발로 쿵쿵거리며 당 밖으로 나가고자 활짝 열린 입구를 향해 나아갑니다. “나가지마!” 누군가의 노성이 들렸습니다만 그 사람은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안에서는 독경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스님 몇분이 그 사람을 따라나갔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의 신음소리는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강렬한 압박감도 사라졌습니다. 도망친 사람을 찾아봤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은 신주도 마찬가지여서, 일어나서 입구쪽으로 향했습니다. 좀 전의 “나오지마!”라는 소리가 신경 쓰였는지 입구를 통해 밖을 살피고 있었어요. 그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저희쪽에서 찾을 테니 앉으시죠.” 근처에 있던 스님이 신주께 말했어요. 재촉을 받아 우리 곁으로 돌아온 신주님은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화가 난 표정이었어요. 조금 뒤, 느닷없이 주지스님들이 경을 외는 속도가 느려져서 독경이 끝났습니다. 그러고는 모두 숨을 돌릴 때에 밖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밖을 내다보니 스님이 뛰쳐나가는 것이 보였어요. 우리도 일어서서 밖을 보니 시노미야 가문 사람이 바닥에 뒹굴며 날뛰고 있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아무도 없는 절의 경내는 넓고 한산했습니다. 그 경내의 한가운데, 우리로부터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그 사람이 몸부림치고 있는것처럼 보였습니다. 차근차근 살펴보니 그 사람 주위에 몇 개의 그림자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눈을 똑바로 뜨니 개인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들개에게 습격당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불당에서 뛰쳐나와 그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앞서 달려간 스님은 이제 쓰러져있는 곁까지 도착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달려갔을때, 그 사람은 피투성이가 되어 들개와 격투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기 보다 필사적으로 들개에게 저항하고 있는 것 뿐이었습니다. 달려온 스님이 열심히 들개를 걷어차고 있는데, 다섯마리의 들개는 그 사람만을 노리고 달려들더군요. 신주도 형도 들개떼에 뛰어들어 발로 찼어요. 저와 사츠키는 그 사람에게로 달려갔습니다. 그 사람은 양손이 피투성이인데다 몸에도 얼굴에도 상처를 입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을 감싸듯이 들개에게 얼굴을 향했습니다. 그리고 이쪽으로 오는 들개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때, 들개라고 생각했던 그것이 갑자기 여자 영의 모습으로 바뀌었어요. 그 여자는 엎드린 상태로 핏기 없는 얼굴에 긴 검은 머리가 휘감겨 미친 듯이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고, 그 무시무시한 신음소리를 내면서 우리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눈은 이미 저밖에 보지 않았고 저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여자를 마주보고 엉덩방아를 찧는 듯한 자세가 되었습니다. 뒤로 물러서려고 하는데 도망쳤던 그 사람이 방해가 되어 물러설 수가 없습니다. 이때 사츠키의 외침소리도, 형들이 들개를 헤집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거의 무음에 가까운 가운데 여자의 신음소리와 사각사각 모래를 문지르며 다가오는 소리만이 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엉덩방아를 찧은 채 여자의 얼굴을 짓밟듯이 발로 찼습니다. 꾸부덩 살을 찬 불쾌한 감촉을 신발 바닥에 느꼈습니다. 여자는 발로 차는 것을 무시하고 그대로 기어올라왔습니다. 여자가 손을 뻗어 제 발목을 잡았어요. 엄청난 힘으로 다리를 잡혀서 저는 으악 소리를 질렀어요. 그대로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옷을 잡고 나를 끌어당기듯 여자가 끌어당깁니다. “으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 여자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갔고 배 근처까지 여자의 얼굴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으와아아아아!!!!: 저는 필사적으로 악을쓰며 여자에게서 멀어지려고 몸부림쳤습니다. 그러나 여자의 힘은 강하게 제 허리를 꽉 껴안고 있었습니다. 저는 발을 동동 구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고, 완전히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아아아아!!!! 히이이아아아아아ㅏ!!!!” 무아지경으로 날뛰었습니다. 여자의 얼굴을 양손으로 후려쳤어요. “아아아…..아…아…우우우으으으으….” 여자는 개의치 않고 다가왔습니다. 눈앞에 다가온 여자의 새하얀 얼굴 중 유일하게 새빯갛게 핏발이 선 눈이 저를 응시하고 있었어요. 그때, 옆에서 신주가 여자를 걷어찼습니다. 끙하고 울며 들개가 옆으로 굴러갔습니다. 갑자기 주위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자의 존재감은 사라졌고 그 신음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들개들은 체념한듯 도망쳐갑니다. 뒤에서는 사츠키가 일족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간호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의식을 잃은 듯 축 늘어져있었습니다. 나중에 모두에게 들은 얘기로는 저는 시노미야 가문 사람에게 달려간 후 들개를 보고 기겁을 하며 멍해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 저는 땀을 흠뻑 흘리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그런 내 모습에 이상한 기색을 보였지만 곧 많은 사람들이 달려와, 시노미야 가문 사람이 본당으로 실려갔습니다. 우리도 걸어서 본당으로 돌아갈 때 저는 절뚝거리고 있었습니다. 잡힌 발목이 욱신거렸어요. 당내로 돌아와 앞자리에 앉아 바지를 걷고 발목을 보니 여자의 손자국이 남아있었습니다. 아아, 역시인가 싶어 신주님께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을 전했습니다. 모두가 제 다리를 보고 말을 잇지 못했어요. “홀렸군…” 하고 주지스님이 말했습니다. 곧 그자리에서 저를 위한 액막이가 진행됐어요. 방금처럼 독경을 하는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호마를 피우지 않고 대신 제 머리와 등이 쾅쾅 두드려졌습니다. 기도가 끝나도 발목에 묻은 손 모양의 멍은 사라지지 않았고 통증도 남아있는 채였습니다. 구급차가 와서 쓰러진 사람을 데려갈 때 저도 동승하도록 하라고 들었습니다. 다른 신사 사람들은 차로 병원까지 온다고 합니다. “이 사람은 들개 떼에게 습격 당했지?” 구급차 안에서 구급대원이 물었습니다. 네라고 대답했더니 “너도?”라고 물어서 제가 물지는 않았지만 다리를 삔 것 같다고 설명했어요. 병원에 도착해서 진찰을 받았습니다. 피투성이인 가문 사람은 응급의료로, 저는 토요일 오후 일반 진료로 돌려졌습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신관님들이 찾아왔습니다. 사츠키와 형도 같이였습니다. 시즈할머니와 신관님들은 대법회에 남은 것 같았습니다. 제 차례가 와서 진찰실로 보내졌습니다. 신주님과 함께였습니다. 바지를 걷어 올리자 의사는 “우와”했어요. 그리고 선명한 손 모양의 멍을 보고, “뭐야 이거?” 라고 말했습니다. 신주가 사정을 설명하고 있는 동안 그 의사 요네즈 선생님은 머리를 긁거나 팔짱을 끼거나 하면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꽤 생략된 설명으로, 하지만 그래도 꽤 긴 이야기를 대부분 다 들은 요네즈 선생님은, “귀신을 거슬린걸까요?” 하고 신주에게 물었습니다.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요네즈 선생님은 또 흠하고 신음했습니다. “확실히, 염증이라든가 내출혈인 것 같기도 한데 아무래도 그게 아니에요. 일반적인 타박상이나 염좌가 아닙니다.” 요네즈 선생님은 진료 기록 카드에 무슨 일인지 기입하고 나서 이쪽으로 돌아왔습니다. “뭐 우리로서는 일단 지켜보아야 할 것 같네요. 이런건 신주님이 더 잘 아실테니까. 일단 파스를 드릴게요.” 이것으로 저의 진찰은 끝났습니다. 6화 그 날, 대법회에 참석했던 여러 스님이 행방불명되었습니다. 최초에 뛰쳐나가는 사람이 발생했을 때, 뒤쫓아간 스님들이었어요. 다음날이 되어 주지스님이 신주님께 전화를 걸어와, 이 쪽도 주의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도망쳤던 분과 저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아요. 그 분은 며칠 후 퇴원했지만, 집에서 나올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때 아마 그 사람도 보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그 여자의 영을.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그 들개의 수만큼 영혼이 있었다면, 그 사람은 5인의 악령에게 괴롭혀 죽임당할 뻔했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상상하고 나는 마음이 꺾여버렸습니다. 이제 두번 다시 그것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저항도 못하고 공포에 질려 울부짖다가 죽는, 그런 생각을 하면 떨렸습니다. 저는 부모님께 속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떨면서 펑펑 울고 있는 저를 본 어머니는 곧 신주에게 삼담해주셨습니다. 그결과 저는 잠시동안 신사에서 숙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주님이나 시즈할머니가 기도해 주기도 하고, 배운 축사를 스스로 외우며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일주일동안 사츠키나 가족과의 접촉도 끊고 오로지 기도와 수행입니다. 폭포수를 맞기 위해 산에 들어갈 때는 여러명의 신관들이 동행해 주었습니다. 어느 날 본당의 툇마루에 걸레질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때의 무서운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대법회 날, 절 경내에서 여자의 영혼에게 붙잡혀, 하마터면 살해당할 뻔한 광경이 떠올랐습니다. 이상하게도 몸이 떨려오는 일은 없었습니다. 무섭다고는 생각했습니다만, 그 두려움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의 두려움을 극복했었던 것 같습니다. 어렸었기 때문에 막연한 느낌이었지만, 안심하는 마음을 얻었다,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때 웬일인지 본당쪽에서 달콤한 냄새가 풍겨왔습니다. 아, 신께서 보고 계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신상에 엎드려 절을 했습니다. 그 후도 열심히 걸레질을 하고, 툇마루에 앉아 잠깐 있었더니, 맹렬한 졸음이 몰려왔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본당 한복판에 정좌해 있었습니다. 신상쪽을 향해 혼자 앉아 있는 것입니다. “케이타.” 뒤에서 말을 걸어 돌아보니 본당 입구에 사람의 그림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뒤에서 햇빛이 비치고 있어서 그 인물은 그림자가 되어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신주님처럼 생겼는데 군데군데 붉은 색이나 초록색 자수무늬가 장식되어 있어 신주님보다 멋있어 보였습니다. 그 실루엣을 보았을 때, 단발머리를 하고 있기에 여자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잘 보면 확실히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케이타.” 그 사람은 그 자리에 선 채 다시 제 이름을 불렀습니다. 목소리의 느낌으로 보아 형과 같은 나이대의 남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네.” 하고 대답했습니다. “내 뒷 수습을 너희에게 맡기겠다. 괜찮겠나?” 정신을 차려보니 그 사람은 내 앞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갸름한 얼굴의 남자로 역시 형과 동갑 정도의 청년이었습니다. 무표정하지만 이상하게도 무섭지 않은 그 인물에게 저는 다시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사츠키는 가엽단다. 네가 받쳐줘야해.” 그렇게 말하며 그 사람은 내 머리에 손을 얹고 무엇인가 속삭였습니다.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눈을 뜨니 저는 툇마루에 큰 대자로 누워 있었습니다. 그날 밤 신주님께 그 사실을 알렸더니 이제 집에 돌아가도 괜찮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여전히 다리에 멍은 가시지 않았지만, 통증은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신주님과 할머니께 인사하고, 학교에 등교하는 사츠키와 함께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집에 도착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가 기다려 주셨어요. 어머니는 그날 일을 쉬고 하루종일 조부모님과 함께 저와 이야기를 하며 보내셨습니다. 마을을 뒤덮은 괴이의 그림자는 희미해지지 않고 마을의 분위기를 어둡게 가라앉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이상하게도 맑은 마음으로 지냈습니다. 12월을 맞아 생활이 다소 바빠지기 시작했을 무렵, 시노미야 신사에서 액막이 의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시즈할머니께서 의식을 주관하여 저를 정화하는 기도를 드리는 겁니다. 다리의 멍은 사라지지 않았고, 대법회날 뛰쳐나갔던 분은 1주일 전에 목을 매어 사망했습니다. 신주가 아닌 시즈할머니가 주관하게 된 것은, 신주가 장례에서 일손이 부족했던 것과 자신이 실시하는 것보다, 영감이 있으신 할머니가 적임이라고 직접 그 자리를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묘련사의 주지와 승려들이 액막의 의식에 게스트로 참석하였습니다. 먼저 사츠키가 카구라를 추었습니다. 원래라면 굳이 카구라가 아니더라도 상관없지만, 사츠키가 신께 저를 부탁하고 싶다며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제구전이 아니라 본당에서 춤추는 사츠키의 모습을 저는 하얀 기모노를 입고 정좌한 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제는 무서워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오늘의 액막이로 결정적인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어쩌면 난 그 여자에게 끌려갈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거야. 그것이 무서워서 어젯밤은 엄마의 잠자리에서 엄마에게 매달려 울었습니다. 형도 조부모님도 한 방에서 같이 잤어요. 그리고 오늘 아침, 찬물로 몸을 깨끗이하고 흰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무녀복을 입은 사츠키를 따라 본전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츠키는 무녀의 춤이 끝난 후, 신상에 절하고 나서 제 곁에 앉았습니다. 그때부터 시즈할머니의 기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전에 설명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의 부정을 씻기 위한 기도를 한다. 원령이 무슨 수를 써서 들어온다면 그대로 원령 퇴치기도도 함께 한다. 신도적으로는 원령 퇴치 기도 등이 없기에 신주가 아닌 시즈할머니가 주관한다. 귀신을 봉하는 동안 나도 그 자리를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등등. 후에 들은 얘긴데, 시즈할머니는 현역때도 액막이를 했다고 합니다. 신도의 양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의식적으로는 완전히 시즈할머니 오리지널이었다고 합니다. 시즈할머니는 신의 힘을 조금 빌려 나쁜 것을 없애거나 소멸시켰다고 합니다. 이때도 저희 액막이와는 별도로 시즈할머니식 원령 퇴치기도도 계획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액막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시즈 할머니가 제례용 막대를 흔들며 축사를 외웁니다. 비록 생소한 말이지만 저를 위해 신께 여러가지 부탁을 드리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분좋게 울리는 축사의 선율에 두려움이 누그러져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기도가 시작된지 몇 분만에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여자에게 잡혔던 발목이 욱신거리기 시작했어요. 정좌하고 있을 수 없게 되어 다리를 무너뜨렸습니다. 발목을 보니 멍이 들어 군데군데 피부가 찢어지고 피가 났습니다. 백의가 더렵혀졌습니다. 사츠키가 저에게 다가오고 시즈할머니가 계속 기도를 합니다. 신관이 구급상자를 가지고 와주었고, 사츠키가 치료를 해주었습니다. 시즈할머니의 기도는 계속됩니다. 다리의 통증은 심해져, 이마에 구슬땀이 맺혀 통증에 신음하는 저를 어머니와 사츠키가 부축해주고 있었습니다. 등을 문질러주거나, 손을 잡아줍니다. 기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가만히 그렇게 해주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두려움이 일었지만 이제와서 되돌아갈수 없다는 점과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어차피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제 마음을 산란하게 하였습니다. 전에 이겨낸 두려움은, 그때가 되어서도 다시 저를 붙잡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신께서 날 보고 계셔. 무조건 지켜봐주신다. 어쨌든 여기는 본전, 신의 눈 앞에 있으니. 그렇게 강하게 마음을 먹고, 공포를 떨쳐버렸습니다. 다리의 통증은 상당했지만, 통증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저는 공포와의 싸움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두려움에 져버리는 것이 더 무섭다. 시즈 할머니의 기도가 열띤 느낌이 들었어요. 제례용 막대를 흔드는 탁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갑자기 크게 그 목소리가 울렸어요. 평소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아니라 분노를 주장하는 듯한 목소리였습니다. 본당안을 날아다니듯 소리의 원인이 움직이고 있었어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시선을 허공으로 돌리며 귀신이 어디 있는지 찾았습니다. 두리번거리다 찾지 못하여, 서로를 얼굴을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도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 본전 안을 둘러보았습니다. “이제부터 원령퇴치의 기도를 올리겠다.” 시즈할머니의 엄숙한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다시금 제례용 막대를 흔들고 축사를 외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조금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고어가 들렸습니다만, 그 자리에서는 닿지 않아 지금은 생각나지 않습니다. 시즈할머니가 본당 안을 돌아다니며 제례용 막대를 휘둘렀어요. 평소 다리가 약해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걷던 시즈할머니였는데, 이때는 놀라울 정도로 힘차게 걸음을 옮겼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이때 이미 반이상 신이 들려있엇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본당 한 구석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 막대를 크게 흔들며 무슨 말인가를 외쳤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모습을 드러내’인 것을 어려운 말로 했던 것 같습니다. “오루루루로에에에에…..!!!” 신음이라기보단 환성을 지르는듯한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모두가 뛰어오를 정도의 음량과 박력이었습니다. “당황할 것 없네. 여기까지 끌어냈으니 이제 한숨 돌리자.” 시즈 할머니가 부드러운 음색으로 우리를 진정시켰습니다. 자아, 하며 시즈할머니가 다시 제단 앞에 섰어요. 신상을 보고 나서 다시 축사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후로 우리에게 보이거나 들리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한동안 그 상태가 계속됐어요. 시즈할머니는 기도를 계속했고, 우리 역시 지칠줄 모르고 지켜봤습니다. 느닷없이 시즈할머니의 기도가 끝났어요. 주변은 정적에 휩싸였고 원령의 기색은 사라졌습니다. “끝났다..?” 누군가가 중얼거렸습니다. 신상을 보고 시즈할머니가 이쪽으로 돌아와서 의자를 가져다 달라고 말했습니다. 신관이 전광석화의 움직임으로 들고 온 의자에 맥없이 걸터앉은 시즈할머니는, “제령됐어.” 하고 말했습니다. “원념이 강하다느니 약하다느니 하는 말과는 다르다네. 그건 우리들의 업 그 자체지.” 한숨 섞인 듯 말하면서 천천히 고개를 흔듭니다. “신께서도 신이시다. 일이 이렇게 되어 가슴으로 깊게 후회하고 계시다.” 그리고 시즈할머니는 일련의 재앙의 그 모든 인과를 말해주었습니다. [출처] 목매다는 마을 | 번역 사서A ________________ 신체적으로 이렇게 힘들 정도라니 우리나라 귀신들과 정말 다르지 뭐가 맞고 틀릴까는 모를 일 그나저나 제령됐다고 맘 놓지 말어 어떻게 될 지는 내일 또 보쟈 ㅎㅎ
[퍼오는 귀신썰] 목 매다는 마을 5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는 어떻게 될까. 과연 신주가 해낼 수 있을까. 할 사람이 그밖에 없다는 판단이겠지만 마음은 알겠지만 여러모로 슬프고 불안하고... 얼른 보자. 어떻게 될지! __________________ 9화 할머니의 장례식이 거행되면서, 마을에는 다시 괴이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3년 전처럼 괴담 같은 현상이 마을 곳곳에서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목 매단 시체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것도 시간 문제처럼 느껴졌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다음 기도를 올릴 필요가 있다. 그 때문에 갑자기 신주가 모두를 모아 유언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생전에 작별 인사를 마친 뒤, 시즈할머니와 같은 기도를 드리며 원혼을 달래는 인간 제물이 되는 의식에 임하는 것이었습니다. 신사의 본당에 모여 신주로부터 그런 설명을 들은 것입니다. 모인 전원이 침울한 표정으로 신주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만, 신주 본인은 무리하며 평소보다 밝게 행동하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한 일부 사람들은 의아해하고 있었습니다. 신주님, 가능하실까…?같은 영감이 강한 시즈할머니이기에, 제 액막이에 맞춰 원령 퇴치 기도를 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원령과 대화가 가능했을 것입니다. 스스로 영감이 약하다고 말한 신주가 과연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큰맘 먹고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저기… 원령을 부르는 방법을…. 알고 계신가요?” 신주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시즈할머니 유품 중에 의식의 순서와 축사가 적힌 자료가 있었어. 축사를 안다면 나머지는 여느 기도와 같으니까 아마 괜찮을거야.” 아마인가………. 마음속의 추궁을 꾹꾹 눌러 참으며 저는 “알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송별회까지 열어놓고, 못하겠습니다 같은 모양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신주는 장난 없이 정말 성실했습니다. “일단 내 뒤의 역할이 필요할때를 위해, 나도 자료를 남겨 놓았으니 필요한 경우에는 그것을 참고하시오.” 그래서 여기는 그냥 되는대로 맡기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 고조된 긴장 속에서 신주의 유언을 듣고 나름대로 눈물을 흘리며 작별회는 끝났고, 다음날 기도가 거행되었습니다. 본당 안에서 전과 같이 사츠키가 무녀의 춤을 추었습니다. 신주에게 도움을 신께 부탁드린다는 이유였지만 사실은 달랐습니다. 3년간, 열심히 카구라를 배워온 사츠키의 춤은 너무나 눈에 익었을 우리들조차도 홀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신내림. 사츠키는 이때 바야흐로, 제신과 심신이 하나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춤 속에서 사츠키는 신과 마을을 나누어, 신의 뜻과 사츠키의 뜻이 일치하는데까지 자신을 신에게 의지했습니다. 그리고 사츠키 소망 또한 신께 빌었습니다. 조용히 춤을 춘 사츠키가 신상에 절하며 제 옆에 앉았습니다. 이어서 신주가 나서서 기도를 시작했어요. 언젠가 들었던 시즈할머니 직접 만든 축사를 외웠습니다. 그러자 지난 3년간 따끔거리지 않던 제 발목에 멍이 들기 시작했어요. “윽….!” 이렇게 쉽게 원령을 불러낼 수 있는 건가 하고 놀랐지만, 서서히 강해지는 통증으로 사고는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멍에 피가 배어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자세를 흐트린 저를 전과 같이 사츠키와 어머니가 보살펴 주었습니다. “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오오오오…..!!!!” 원령의 신음소리가 당안에 울려퍼지고, 신주의 기도가 열을 띠어갔습니다. 시즈할머니처럼 걷거나 하지 않은 채, 잠시 기도가 계속되다가 마침내 신주가 웅크리고 움직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신관이 신주의 기도를 이어받아 신상에 기도하고 기도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구급차를 불러 신주가 실려갔고, 의식은 끝이 났습니다. 의식의 성공에 따른 안도와 새로운 제물이 된 신주를 애도하는 마음으로 우리들은 한동안 당내에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사츠키가 어질어질하기 시작하여 이윽고 웅크리고 신음하기 시작했습니다. 깜짝 놀란 주위 사람들. 설마 원령인가 하고 모두가 생각하는 것을 알았으므로 “괜찮습니다”라고 손짓을 섞어 말했습니다. “사츠키는 무녀의 춤을 춘 뒤 자주 이래요. 시즈할머니가 말씀하시길 신이 들려 그렇다고 합니다.” 그렇게 설명하고, 사츠키의 어머니가 모시는 차에 사츠키를 태웠습니다. 가문 대표가 모두에게 해산을 말하고, 신관분들에게 인사하고 각각 귀로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3일 후, 신주가 깨어났습니다. 병원에서 수발을 들고 있던 사츠키가 깨어난 신주에 놀라 저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사츠키와 사츠키의 어머니, 그리고 침대에 걸터앉은 신주가 있었습니다. 인간 제물이 깨어나다니 무슨 일인가 하고 묻는 것도 은근히 꺼려졌기에 “무사해서 다행입니다”라는 이유 모를 인사를 했습니다. 신주는 미안한듯 어려운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신주가 말하길, 그날 확실히 원령을 불러내서, 신주가 마을로 변하여 원한을 받아들이는 취지의 축사를 외우고, 원령도 그것에 얽매여 신주의 영혼을 아프게 하거나 죽이거나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신주는 원령에게 여러 번 죽음을 당하는 체험을 했다고 합니다. 그대로 원령의 한이 풀리든지 신주의 육체가 어떤 사정으로 죽든지 간에 신주는 원령의 복수를 이뤄줄 생각이었다고. 그러나 웬일인지 눈을 떠버렸다. 눈을 뜬 이유는 불명. 의식이 잘못된 것인지, 영력이 부족한 것인지, 혹은 또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지금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제물이 된 신주가 깨어나 버리면, 다시 마을에 괴이가 나타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서둘러 대책을 생각해보자고 해서, 그날은 해산을 했습니다. 그날밤, 사츠키는 원귀에게 죽임을 당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아침이 되어 사츠키의 어머니로부터 연락을 받은 저는 아침식사도 하지 않고 사츠키의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사츠키의 집에 도착한 저는 초인종을 누르고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츠키! 아주머니! 들어가요!” 그렇게 말하며 신발을 벗고 거실로 서둘러 갑니다. 거기에는 어머니에게 매달려 잠든 사츠키와 그 어깨를 감싸안고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사츠키 어머니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사츠키의 어머니 사키에씨가 말하기를 새벽에 사츠키의 외침에 잠이 깨어 방으로 갔더니 사츠키가 침대 위에서 울부짖고 있었다고 합니다. 잠이 들었는지 눈을 감은채 몸을 비틀며 절규하는 사츠키를 억지로 깨우려고 어깨를 들썩이며 말을 걸었는데, 사츠키는 눈을 크게 뜨고 눈물을 흘렸다고 해요. 그리고 뒤로 젖혀지며 입을 크게 벌리고 턱을 쑥 내미는 듯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대로 “아….아…가…..”라고 신음하는 사츠키. 마치 누군가에게 목이 졸리는 것 같은 그 모습에 사키에씨는 사츠키를 두드려 깨우려고 한 것 같지만, 사츠키는 전혀 깨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갑자기 실이 끊긴 것처럼 사츠키가 침대에 가라앉았습니다. 사키에씨는 사츠키가 죽은 줄 알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과 몇초만에 사츠키는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사키에씨에게 매달려 통곡하고 거실로 옮겨도 계속 울다가 그대로 울다 지쳐 잠이 들었습니다. 사키에씨는 어찌할 바를 모른채, 입원중인 신주에게 연락을 취할 수 도 없어, 우선 저에게 연락을 한 것입니다. 사키에씨로부터 사정을 들은 저는 그대로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신주에게 오늘 아침 일어난 일을 전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것인가를 의논했지만, 깨어나지 않아야 하는데 깨어버린 신주에게 해결책 같은 것은 생각날리가 없어, 우선 사츠키가 눈을 뜨면 이야기를 듣는 것밖에 결론은 나지 않았습니다. 사츠키의 집으로 돌아오니 사츠키가 깨어있었습니다.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사키에 씨를 보면서 거실에서 멍하니 있는 중이었습니다. 학교는 쉰다고 했습니다. 저도 집에 전화해서 엄마에게 학교를 쉬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사츠키의 꿈에서 무슨일이 있었느냐고 물었어요. 사츠키는 꿈속에서 살해당했다고 말했습니다. 성급하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신주의 기도가 실패한 탓인지 어떤 원인으로 신주의 역할이 사츠키로 옮겨져 버린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의 사츠키의 모습은 정말 끔찍했습니다. 잠이들면 원령이 찾아와 사츠키를 괴롭히는 것입니다. 먼저 귀신은 자신이 어떻게 살해당했는지 사츠키에게 환시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고통을 사츠키에게 준 뒤 죽이겠다고 위협하여 실제로 사츠키를 괴롭힌 다음 죽이는 것입니다. “싫어어어!!! 아파… 아파…!!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싫다…고….” 잠들어있던 사츠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칩니다. 그 목소리는 결코 환각따위가 아닌, 강렬한 통증을 느껴서 울리는 절규였어요. 사키에씨만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어서, 저와 저희 어머니가 번갈아가며 사키에씨를 도왔습니다. 퇴원한 신주도 시간이 있을때마다 사츠키의 집으로 달려가곤 했습니다. 원령이 머물며 아프게 하는 동안, 사츠키는 우리의 부름을 듣지 못했습니다. 사실 그럴때가 아니었습니다. 필사적으로 부르며 사츠키를 껴안았는데, 아픔에 기절하는 사츠키는 누구의 손이라도 뿌리치고 몸부림치며 돌아다닙니다. 떄로는 머리채를 잡히고 휘둘리기라도 하듯 침대에서 몸을 던지기도 하고 머리를 벽에 부딪히기도 했죠. 우리는 그것이 무서웠고, 아픔과 공포에 울부짖는 사츠키를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츠키는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잠들면 원령이 온다. 그 두려움에 사츠키의 정신이 잠을 거부하였던 것입니다. 며칠간격으로 시즈할머니가 죽음을 당하는 꿈을 꾸던 사츠키였지만, 사츠키 자신이 꿈속에서 죽음을 당하는 빈도는 거의 매일이었습니다. 잠을 잘 수 없게 되자 깨어있는 동안에도 원령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평범하게 말하고 있던 사츠키가 돌연 소리지르는가 하면, 자고 있을 때처럼 몸부림치거나, 침대나 소파에 억눌릴 수 있도록 해서 목이 졸리기도 하는 것입니다. 창문으로 방안을 들여다보는 귀신을 발견한 것 같은 때에는 “이제 싫어-!!”하고 외치다 머리를 감싸안고 그대로 목을 쥐어짜는 일도 있었습니다. 사츠키가 보는 세계는 무섭고, 사츠키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가혹했습니다. 당연하지만 살해되고 있는 것은 사츠키의 혼이라고나 할까 정신이기 때문에 현실의 사츠키가 죽는 일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살해당하는 것 같은 체험을 몇번이고 반복하면서, 사츠키는 날이 갈수록 약해져갔습니다. 눈에 띄게 쇠약해지면서도, 반복해서 나타나는 원령에 소름이 끼치면서도, 사츠키는 자신을 단단히 지키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시즈할머니보다 더 쓰라린 경험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사키에씨가 이성을 잃고 신주에게 의식을 거행하도록 다그친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대신할 테니 사츠키를 벗어나게 해달라고. 신주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었지만 사츠키가 거부했습니다. “그때 말이예요, 카구라중에 신에게 부탁했어요. 제가 할머니의 역할을 이어받겠다고요.” “어떻게….” 신주가 말문이 막혔어요. “어떻게 그런 말을!” 사키에씨가 사츠키의 양 어깨를 잡았습니다. 사츠키는 곤란한 듯 작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할머니가 혼자 싸우는 모습을 계속 지켜봐서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으오오오….” 그런 소리를 내며 좀처럼 울지 않을 것 같은 신주가 울었습니다. “사츠키… 미안하다… 내가 제대로 할 수 있었다면…” “숙부, 미안해요. 마음대로 해서.” 사츠키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앞으로 흔들었습니다. 아까부터 몇번인가 불규칙한 타이밍에 앞뒤로 흔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설마. “사츠키… 지금 혹시 뭐하고 있는거야?” 저는 사츠키에게 그렇게 물었습니다. “응, 왠지 아까부터 등을 쿡쿡 찔려. 어린아이의 영혼인가봐.” 사츠키는 그렇게 말하며 조금 괴로운 듯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런! 사츠키! 역시 내가 대신해서 할 테니까…” 사키에씨가 사츠키를 감싸듯이 껴안았습니다. “으응. 아이라서 그런가 별로 아프지 않아. 그러니까 괜찮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츠키의 이마에는 진땀이 배어있었습니다. 아이의 힘이라고 해서 등을 찔려 아프지 않을 리 없다. 그래도 낫다고 할 정도의 고통을 거의 매일 그 몸에 받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사츠키가 처한 상황의 비참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저에게 있어 인연이 있는 영혼이 나타났습니다. 대법회의 그 날, 절 죽이려다 발목에 지워지지 않는 멍을 남긴 그 여자의 영혼입니다. 늘 그렇듯이 사츠키의 집에서 사츠키와 함께 지냈는데, 오늘은 원령의 습격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무렵 발목이 저릿저릿 아팠습니다. 그와 동시에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두려움이 안에서 끓어올랐습니다. 위 속에 쓰고 무거운 액체가 흘러들어간 느낌. 온몸의 피가 거품이 일고 귀 뒤에서 깡깡하고 이명이 울리는 듯한 절박감을 느끼며 저는 무언가가 왔다고 확신했습니다. 식은 땀이 순식간에 전신을 적시고, 물방울이 되어 목덜미를 통해 등으로 흘렀습니다. 어디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방안을 둘러보았습니다. 이미 해가 져서 밖은 어두컴컴하고 방의 불빛이 창문에 반사되고 있습니다. 방안이 희미하게 비치는 중에, 밖에서 이쪽을 응시하는 그 여자의 얼굴이 있었습니다. “으악!!” 저는 소리치며 일어나 방 반대편으로 물러섰습니다. 사츠키도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데 저만 여자의 영에 반응하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창밖에서 사츠키가 아닌 저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어요. 그때처럼 긴 검은 머리를 얼굴에 붙이고, 핏발 선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는 그 여자는 영락없이 그때의 영혼이었습니다. 여자에게서 거리를 두려는 듯 방 반대편 벽에 붙은 제 등 뒤, 그 벽 너머에서 쾅!하고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윽….!”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반사적으로 벽에서 몸을 떼고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쾅! 쾅! 쾅! 연달아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그 소리에 사츠키도 원령이 온 것을 알았습니다. 사츠키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좋다는 듯 소파에 걸터 앉아 두팔을 꼭 껴안고 있었습니다. 사키에씨가 사츠키의 옆으로 달려가 사츠키의 어깨를 껴안았습니다. 다시 창문으로 눈을 돌려보니 여자의 영은 여전히 창밖에서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쾅!하고 벽이 훨씬 더 크게 울렸어요. 발목이 쑤셔서 눈을 아래로 향했더니 발밑에서 여자 귀신이 저를 올려보았습니다. 이런! 지금까지 밖에 있었는데! 라고 생각했을 때에 여자의 영이 오른쪽 발목을 잡았습니다. 다음 순간, 저는 발목을 잡혀 넘어졌습니다. 넘어진 저를 바로 가까이에서 내려다보았어요. 그때와 똑같이. 그 때의 연속이라는듯이. “우오… 으오아아아아!!!” 정신을 차려보니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케이! 왜 그래!” 사츠키가 외쳤습니다. 여자의 영은 제 얼굴 가까이까지 얼굴을 들이댔습니다. “으아아아아…. 으아아앙으으으으으….” 그 목소리가 뭔가 유쾌함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아서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즐기고 있다. 이 새끼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두려움을 이기지 못했어요. 히이하는 얼빠진 목소리가 목구멍에서 흘러나올 뿐입니다. 귀신이 제 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볼 수 있었어요. 그 여자가 살해당할때의 자초지종을요. 10화 여자는 남편과 아이들 눈앞에서 범해져 살해당했습니다. 공포와 고통으로 절규하다가 목이 짓눌렸습니다 입에서 흘러나온 피로 숨이 막혀, 몇번이나 피가 섞인 구토를 하는 동안에, 여자를 범하고 있던 남자는 흥이 깨졌는지 여자를 떠나, 옆에 누워있는 소녀에게 올라탔습니다. 소녀는 부락의 아이로 여자와도 절친한 사이였습니다. 아직 경험이 없었을 거예요. 아픔과 증오로 여자의 사고가 빨갛게 덮였습니다. 죽여버리겠어! 그렇게 염원하며 남자에게 손을 뻗었습니다. “아아아…아아아….” 여자의 입에서 나온 것은 말도 안되는 신음이었습니다. 늘 우리가 듣던 소리는 이 여자 목소리 같았어요. 여자가 뒤에서 손을 뻗어 남자의 어깨를 잡았어요. 남자가 돌아서서 여자의 안면을 후려쳤어요. 여자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고 코에서 피가 튀었어요. 여자는 그래도 사내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오아악! 오르르에에윽윽윽…!!” 남자는 여자를 때리며 주위에 뭔가의 말을 외쳤어요. 퍽!소리가 나며 머리 뒤에 충격을 받았어요. 이어진 격통. 몸을 움직일 수 없어 앞으로 넘어졌어요. 얼굴을 땅에 푹 박은 여자의 시선 끝에 소녀를 범하는 남자의 엉덩이가 보였습니다. 끔찍한 움직임을 보이는 그것을 보면서 여자는 의식이 어둠에 잠겨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아이의 얼굴이 머리에 떠오른 것 같았어요. 그리고 여자는 죽었습니다. 퍼뜩 정신을 차려보니 현실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여자가 죽을때의 정경이 눈깜짝할 사이에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공포나 원망도 모두 따라 경험했습니다. 저는 당황스러웠지만 이것이 원령의 원한 그 자체라고 이해했어요. 여자의 영이 제 얼굴을 향해 손을 뻗어왔습니다. 안돼 죽는다. 그렇게 생각한 직후, 여자는 움직임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머뭇거리는 몸짓을 한 뒤 일어나 사츠키쪽으로 휘청거리며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공포에 일그러지는 사츠키의 얼굴 잡고 목을 비틀었습니다. 제 눈 앞에서 사츠키의 머리가 천천히 90도 이상 회전했고, 사츠키의 몸은 인형처럼 부서졌습니다. “으…아…사츠키” 저는 사츠키가 죽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평소에는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만 보이고, 사츠키가 죽어도 기절한 것처럼만 보였는데, 그때는 사츠키가 목이 비틀리는 것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 귀신도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았습니다. 그 귀신이 저를 보고 달려들었습니다. 그런데 끝내는 저를 죽이지 않고 사츠키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원령은 시즈 할머니의 축사에 묶여, 신주나 사츠키 이외의 영혼을 죽이지 못한다. 그렇게 깨달은 것은 조금 지나서부터의 일입니다. 원령의 일부인 여자의 영혼 또한 저를 죽일 수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를 알아보고 덤벼드는 것을 보아 저와 여자 영혼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원령의 존재를 인식하고, 실제로 만지기도 하였고, 사츠키가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때 저는 사츠키와 같은 세계에 있었습니다. “사츠키! 사츠키!” 사키에씨가 사츠키를 안고 말을 걸고 있었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상황에 사키에씨도 상당히 동요하고 있었던 것이겠지요. 평소같으면 쓰러져 버린 사츠키를 위로하듯 눕히는 사키에씨가 그때는 열심히 사츠키에게 말을 걸고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여자의 영혼은 사라져있었습니다. 사츠키에게 달려가보니 사츠키는 자고 있었습니다. 비틀렸던 고개는 앞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조금 전의 광경은 사츠키만 보고 있던 영혼의 세계에서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으윽…쿠…쿠으으으….!” 저는 매우 오열했습니다. 자신에게 닥친 것 보다도, 그런 공포를 매번 맛보고 있는 사츠키의 현실에 마음이 찢어져 울었습니다. 이 얼마나 무섭고,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하는 생각에 너무나도 끔찍한 과거와 현재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신에 대한 분노가 솟아났습니다. 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사츠키가 이 지경인데 왜 신은 도와주지 않는가 시즈할머니는 돌아가셨어! 사츠키도 이대로 죽게할 생각인가! 나에게 사츠키를 지키라고 한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사츠키는 가엽단다. 네가 받쳐줘야해.” 갑자기 그 소리가 다시 들린 것 같았어요. 신이라 생각되는 누군가는 저에게 버티라고 했어요. 신이 아니라, 내가 사츠키를 받쳐주고, 돕는다. 어떻게하란 말인가. 사츠키를 대신해 소임을 맡으라는, 그런 말인가. 저는 눈물을 닦고 사츠키의 머리에 손을 얹었습니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었습니다. 받치라니, 대신해서 하라는 것인가. 아닌 것 같아. 그런 말이었다면 대신하라거나 지키라고 했을 거야. 이런 일을 당하고 있는 사츠키를 받쳐주려면 무엇을 해야할까. 고통을 나누었으면 좋겠는데. 이런 생각을 하며 사츠키의 머리를 쓰다듬는데, 사츠키가 눈을 떴습니다. “케이.” 사츠키가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까, 보였어?” “응” “왜 그런걸까.” “그 여자 귀신, 내 다리에 멍을 만든 놈이야.” 그 말을 듣고 사츠키는 잠시 생각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가. 케이와 영적으로 연결되어있나봐.” “아마도. 하지만 축사의 힘 때문에 나를 공격할수 없어, 대신 사츠키가 표적이 된 것 같아.” “맞아. 저 사람에 관해서는 케이에게도 보이네.” 저는 머릿속에 움튼 생각을 그대로 꺼냈습니다. “아마 더 많은 경험을 쌓으면, 어쩌면 다른 영혼도 보이게 될지도 몰라.” “응?” “나도 사츠키와 같은 것을 보고 싶어. 저놈들로부터 사츠키를 보호하고 싶어.” “안돼… 그 사람들의 원한이 가시지 않으면 저주는 끝나지 않아. 방해하면 끝나지 않을거야.” “그래도… 음… 그래도 사츠키 옆에서 사츠키와 같은 생각을 하고…” 더는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해 저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고마워.” 사츠키는 말했습니다. 그후 저는 신주의 지도 아래 한층 더 격한 수행을 시작했습니다. 밤낮으로 목욕재계와 기도를 올리고, 신상에 배례하고, 신과의 관계를 강하게 가질 수 있도록 기원했습니다. 신이 말했습니다. 사츠키를 받쳐주라고. 제발 부탁드려요. 사츠키의 고통을 저에게도 나누어주세요. 설령 죽임당해도 불만은 없습니다. 사츠키가 살해당하는 횟수가 조금이라도 줄어들도록, 저를 제물 역에 보태주세요. 제발입니다. 제발요. 부탁드려요. 며칠이고 며칠이고 기도하고 있었어요. 계절은 흘러 이듬해 봄, 사츠키가 깨어나지 않게 된 것과 거의 동시에 저는 사츠키가 살해당하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저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사츠키나 형과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형은 고등학교 3학년, 사츠키는 유급해서 2학년이었습니다. 자나깨나 원령에게 계속 시달린 사츠키는 점점 감정이 없어진 것 처럼 보였습니다. 조용하게 소파나 침대에 앉아, 저와 이야기 하고 있을때도 건성으로 되는 일이 많아, 마음이 여기에 있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원령에게 당하고 있다는 것을 제가 깨닫지 못하는 중에도, 갑자기 실에 끊긴 것처럼 기절하기도 했어요. 사츠키는 원령과의 접촉을 정신만으로 행하며,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세계에서는 숨겨버리는 방법을 터득해나갔습니다. 사츠키의 마음은 서서히 영적인 세계만을 향하게 되어, 현실의 세계로부터 흥미를 잃어간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인형처럼 그냥 앉아만 있던 사츠키는 어느날 갑자기 눈을 뜨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깨우려고 해도 사츠키는 깨어나지 않고, 요네즈선생님에게 진찰받은 결과 시즈할머니와 같은 상태라는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육체적으로는 건강한데 정신적인 문제로 잠을 깨지 않게된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사키에씨는 이성을 잃었습니다. 신주도 머리를 감싸쥐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성을 잃었지만, 어떤 예감에 이끌려 신사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항상하고 있는것처럼 본당에서 기도하고 명상하고 있었더니, 갑자기 부자연스러울 정도의 강한 졸음이 느껴졌습니다. 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잠에 드니, 사츠키가 눈앞에 있었습니다. 제 바로 근처에 사츠키가 버티고 있습니다. 사츠키는 겁에 질려 떨고 있었습니다.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사츠키는 바로 가까이에 있는 저를 볼 수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사츠키에게 달려가려고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고개는 움직이는데 손도 발도 가위에 눌린 듯 미동도 하지 않아, 그자리에 계속 서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이윽고 사츠키가 히익하는 숨을 삼켰습니다. 사츠키가 보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노인이 서있었습니다. 노인은 저를 한번 흘끗 보더니 사츠키쪽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손에 든 낫을 사츠키의 어깨에 꽂았습니다. “아아아아아!!!!” 사츠키가 고통으로 절규했어요. 찔린 어깨를 누르고 웅크리고 있습니다. 노인은 다시 사츠키의 등에 낫을 내려쳤습니다. “싫어! ……아파! …아파… 으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사츠키는 잠꼬대를 하는것처럼 사죄의 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노인은 주저하지 않고 몇번이나 낫을 내리쳤습니다. 이게 원령을 마주한다는 것인가. 원령의 한을 풀기 위해 그들에게 괴롭힘당하고 살해당해야한다. 그들의 원통함을 풀때까지, 그들의 직성이 풀릴때까지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것. “사츠키!” 저는 사츠키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우…케이……?” 목소리가 들렸을까요? 사츠키는 제 이름을 희미하게 불렀습니다. “아파! …..아파! …..케이! ……도와줘…..” 집요하게 내리쳐지는 낫을 맞으며 사츠키는 절규했습니다. 그리고 노인은 사츠키의 목에 낫을 꽂아 사츠키를 절명시켰습니다. 그동안의 광란이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정적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남아 절규했습니다. 뭐야 이게! 이런 지독한 일이! 이럴수가! 저는 계속 소리쳤습니다. 숨이 차서 저는 씩씩거리며 호흡을 가다듬으려고 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노인이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피투성이로 쓰러지는 사츠키 곁에 선채 얼굴만 저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히죽 웃었어요.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떨렸어요. 노인이 지닌 끝없는 악의가 보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일리 없는 악의는 왠지 검은 안개처럼 보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악의. 그 노인에게서는 악의밖에 느낄 수 없었어요. 사츠키에게, 나에게, 그리고 이 마을의 모든 것에 대한 적대심. 고통스럽게 찢어버린다는 의사가 노인의 미소에서 전해졌습니다. 저는 공포에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다음 순간 신사 본당에서 깨어났습니다. 온몸에 흠뻑 땀이 흘렀고, 차가워진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어요. 너무 심한 악몽에 구역질이 나서 본당 안임에도 불구하고 뱃속에 있는 것을 토해냈습니다. 진정이 되자 신에게 용서를 빌며 뿜어낸 토사물을 말끔히 닦아냈습니다. 물걸레질을 하고 마른걸레질을 하고, 다른 더러운데가 있는지 보고, 괜찮은지 확인하고 나서, 다시 세수를 하고 코를 풀어 구토를 했던 여운을 몸에서 지웠습니다. 세면실에서 본당으로 돌아와, 본당 안에 언젠가 맡았던 향기가 감돌고 있는 것을 느꼈을 때, 아아, 내가 이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사츠키는 시즈할머니처럼 잠이 들었고, 저는 사츠키를 대신 지켜보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만약, 사츠키가 죽는다며 다음에 소임을 이을 사람은 저라고 확신하게되었습니다. 저는 신상을 행해 배례하여 기도했습니다. 소원을 이루어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그리고 나서 병원으로 달렸습니다. 병원으로 향한 것이 오후였고, 그때는 서쪽 하늘이 노을로 물들고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직 사키에씨도 신주도 병원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신주에게 조금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위로 보아도 다음 차례는 저라고 확신하고 설명하자, 신주는 고개를 푹 떨구었습니다. “그런… 그럼 사츠키는 이대로…” 사키에씨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제물이 정해졌다는 것이, 사츠키가 이렇게 죽을때까지 잠에 들어있는거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무리도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는게 당연합니다. “모르겠어요. 그냥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해요.” 저는 왠지 느꼈던 예감 같은 걸 말하려 했습니다. 다만 말을 잘 할 수 없어, 횡설수설하고 있었습니다. “상황은 점점 변하고 있어요, 시즈할머니는 수명을 다하셔서 돌아가신 거라면, 사츠키는 이대로 수명까지 계속 잠들어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까지 원령의 마음이 풀리지 않을 리 없을 거예요.” 만약 다른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수십년이나 계속되는 제물이 될지도 모른다. 몇 명의 제물이 더 필요할까. 역시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았어요. “맞아. 사츠키는 지친거야. 일어나서 우리를 상대하면서, 우리가 귀신의 기미를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견디는 것을.” 신주의 말에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츠키는 줄곧 현실과 영의 세계를 같이 보았어. 거기에 사츠키의 영혼은 고통 받고 있었고. 그것을 현실의 우리에게 계속 숨기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었을거야.” 신은 저에게 사츠키를 받쳐주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사츠키가 자신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가 관측자가 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가뜩이나 힘이 든 일인데, 우리 걱정까지 해야 하는 것은 사츠키에게 상당히 부담이 되었던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사츠키가 집중할 수 있도록 제가 그것을 보는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합니다. 시즈할머니때의 사츠키의 역할. 제물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전부 보는 역할. 그리고 만약 제물의 대체가 일어날 경우 다음의 제물이 되는 것. 그게 저에게 주어진 역할이었어요. 사츠키를 받쳐주라고 한 신의 뜻은, 저로 하여금 그것을 눈으로 보게 하는 것. 사츠키가 다치는 것을 줄이고 싶다는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유감스러웠지만, 그래도 사츠키의 정신적인 피로를 줄일 수 있다면, 제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무엇보다, 할머니를 지켜봤던 사츠키가 스스로 제물이 되는 것을 자청했다는 것. 그 용기에 저는 경외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정도의 괴로움에 스스로 뛰어든 사츠키. 그것은 오로지 다른 사람들이 제물이 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헌신이었던 것입니다.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츠키….” 사키에씨가 사츠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울고 있었습니다. “반드시 끝이 온다. 그때까지 힘내렴.” 신주도 사츠키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11화 최종화 그 뒤로는 저도 사츠키도 힘들었습니다. 물론 사츠키가 몇백배는 더 고통스럽겠지만, 저도 잘 때마다 사츠키가 귀신에게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보기 때문에 전혀 몸을 쉬게 하지 못하고, 수면으로 피로회복 등을 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가 지나갔습니다. 사츠키는 시즈할머니를 꿈에서 보고 있을때 며칠에 한번 씩이었지만, 저와 사츠키는 매일 원령을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사츠키의 몸은 여전히 잠든 채 병원의 도움으로 보양되는 상태라 별 변화가 없었지만, 저는 눈에 띄게 말라 반년쯤 지났을 무렵에는, 스스로도 귀신이 아닌가 할 정도로 심각한 얼굴이 되었습니다. 눈가에 다크서클이 생기고, 뺨은 야위고, 몸무게는 20kg이상 빠지며 까칠까칠해졌습니다. 거리에서 친구를 만나면 친구들이 정색하며 걱정을 했습니다. 그래도 희망이 보였습니다. 맹렬한 폭력에 노출되는 사츠키를 보고 당황하기만 하던 초기와 달리, 어느 정도 침착하게 사츠키가 죽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된 덕분에 귀신의 모습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츠키가 살해당하는데 익숙해졌다니, 자신이 참 냉정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눈앞에 일어나는 사태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었으니 싫든 좋든 순응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은 사츠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겁에 질려 떨면서 원령에게 당하고 있던 사츠키는, 언젠가부터는 정좌하여 원령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원령이 나타나면 손을 짚고 머리를 숙여 말합니다. “노여워 하시는게 당연합니다. 부디… 부디 용서해주세요.” 원령은 사츠키의 사죄따위는 개의치 않고 사츠키를 괴롭히지만, 그래도 사츠키는 원령에게 계속 사죄했습니다. 아픔에 부르짖으며, 고통에 떨면서, 그래도 원령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용서를 빌었고, 사츠키는 원령의 폭력을 참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런 사츠키를 보면서 필사적으로 원령에게 용서를 빌었습니다. 사츠키가 살해된 후에도, 원령에게 사죄를 거듭했습니다. 원령들 중 일부는 저를 한번 쳐다보고 사라지는 원령들도 있었습니다. 개중에는 그 노인처럼 히죽히죽 웃으며 떠나는 귀신도 있었어요. 그리고 반년이 지났을 무렵, 사츠키를 죽이러 오는 원령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얼굴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귀신들이 매일 사츠키를 죽이러 오는데, 점차 어? 또 이 사람이야? 하는 식으로 익숙한 얼굴들이 많아진거죠. 그런 얼굴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다른 원혼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저는 그것을 신주와 사키에 씨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사츠키…..” 사키에씨는 사츠키의 손을 어루만지면서, “힘내고 있구나. 훌륭해. 고맙다, 고마워.” 라며 울었습니다. 신주도 눈물을 흘리며, 사츠키의 머리를 쓰다듬고, 제 어깨에 손을 얹었습니다. “케이타, 너도 힘들텐데, 고마워.” 그러면서 제 어깨를 어루만지며 위로의 말을 건넸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면 끝이 보여. 그런 희망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 집에서 형과 마주치면, 형이 어색해하며 저를 피했습니다. 원래 자신이 도와줘야하는데 스스로 거기서 도망쳤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침에 형에게 좋은 아침이라 말해도, 형은’어.. 좋은 아침’하고 얼굴도 보지 않고 대답할 뿐입니다. 저로서는 사츠키에 대한 마음은 형도 저와 같았을 거고, 대법회때 제가 여자 귀신에게 붙잡혔던 것이 원인이기 때문에 형이 도망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형의 마음은 착잡했던 것 같았습니다. 다음에 형하고 제대로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러저러한 몇 달이 지났고, 계절은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에는 사츠키를 죽이러 오는 원령이 10명 정도로 줄어들어있었습니다. 나머지 100명 이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원령 중에는 겸연쩍게 웃으며 딱 한 번 사츠키를 찬 후, 부끄럽다는 듯 사라진 아이도 있었습니다. 마을을 엄습하는 가공할 만한 원령의 안에는 다양한 인격이 모여있었습니다. 그 인격에 따라 원망의 강도가 다르다는 것이 구원의 단서가 된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고, 겨울 문턱에 다다랐을 무렵에 사츠키의 주위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예전에 나타났다가 부끄럽다는 듯 사라졌던 아이의 영혼이, 조금 떨어진 곳에 쭈그리고 앉아 사츠키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영혼은 여자아이로, 누더기 같은 기모노를 입은 5살 정도의 소녀였습니다. 머지않아 늘 사츠키를 죽이러 오는 그 노인의 영혼이 나타나 사츠키를 낫으로 찔렀습니다. 사츠키는 말없이 손을 짚고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낫을 꽂을 때마다 괴로운 소리를 내뱉는 사츠키를, 그 소녀는 잠자코 보고 있었어요. 그때부터 소녀는 쭉 사츠키를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꿈속에서 사츠키를 마주칠때마다 그 소녀도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소녀의 위치가 서서히 사츠키에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앞으로 몇미터 남지 않은 곳까지 와서 더 이상은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어느날, 저는 소녀에게 호소했습니다. 부디 용서해줬으면 좋겠어. 누나가 괴롭힘 당하는 것은 고통스러워. 내가 대신 사과할게 모두에게 전해줘. 무슨 일이든 할 테니 사츠키를 용서해달라고 전해줘. 소녀는 제 말이 들리지 않는 듯 사츠키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 뒤에서 손이 휘감아졌습니다. 목을 감아온 것은 잊을 수 없는 그 손이었어요. 새하얀 피부에 여럿 상처가 난 피투성이의 팔뚝. 머리 바로 뒤에 나타난 기척에 몸이 얼었습니다. 천천히 고개만 돌려보니 거기에 그 여자의 얼굴이 있었어요. “오오오오루오옷우우우우우우우에에아에으으으으….!” 귓가에 쿵쿵 울리는 그 소리에 온몸의 털이 곤두섰어요. 온몸의 혈관에서 피가 사라진 느낌. 여자의 영혼이 저를 사로잡고 으르렁거리고 있었습니다. 쓸데없는 짓 하지마.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았어요. 그 여자는 사츠키의 품으로 비틀비틀 걸어가 손을 짚고 머리를 숙이는 사츠키의 머리를 짓밟았습니다. 사츠키를 죽인 여자는 제를 다시 돌아보고, 뭔가 그르렁 그리며 사라졌습니다. “용서해주세요! …….. 용서해주세요! ……… 부탁드립니다!” 저는 두려움에 떨면서 계속 소리쳤어요. 딱딱 이가 부딪혀 말을 잘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필사적으로 용서를 구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는 발목을 찌르는 심한 통증으로 깨어난 참이었습니다. 잠옷을 벗으니 발목에 멍이 들었습니다. 경고,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날 밤, 사츠키를 바라보는 소녀 곁에 남자가 있었어요. 그리고 또 한명의 성인이 떨어진 곳에 서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성인 남자 같은데 얼굴은 안보여요. 멀리서 팔짱을 끼고 사츠키를 보고 있었습니다. 소녀는 여전히 쪼그리고 앉아 사츠키를 보고 있습니다. 그날 사츠키를 죽이러 온 것은 또 그 여자였습니다. 여자는 무릎을 꿇고 있는 사츠키의 머리를 잡아 얼굴을 들게 하고는 그대로 목을 비틀었습니다. 그리고나서 한동안 그 여자가 나타날 확률이 점점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자주 나타나는 것은 그 여자와 노인 두 사람. 사츠키가 살해되는 것을 지켜보는 인영도 나날이 늘어갔고,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안개 같은 사람의 그림자는 수십개가 있었습니다. 언젠가, 안개 같은 사람의 그림자 무리에서 염불이 들려왔습니다. 나무아미타나무아미타….라는 염불을 누군가 외우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염불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저는 그것 또한 구원의 조짐이라고 느꼈습니다. 그것을 주지스님에게 전하기 위해, 신주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주지스님이 연락을 받고 사츠키의 병실에 와주었습니다. 그떄까지 주지스님은 몇번인가 사츠키의 병문안을 와주었지만, 저와 마주친 적은 없었기에, 이 반년 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변한 것을 보고 놀라고 있었습니다. “케이타 너 괜찮니? 네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시노미야님으로부터 들었지만, 이대로는 네가 대신하는것과 뭐가 다른지.” 저는 괜찮다고 대답하고 최근 원령의 변화를 주지스님에게 설명했습니다. 염불에 대한 것까지 이야기를 마치자 주지스님은 으음하고 소리를 내며 깨끗하게 면도한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어려워… 어렵구나… 사츠키.” 그러면서 사츠키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어요. “그리고 케이타, 자네도 대단히 수고가 많네. 힘들겠지만, 귀한 임무를 하는 자네들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지네.” 제 눈을 똑바로 보고 그렇게 말해주더군요. 저는 겸연쩍어서 고개를 살짝 숙였습니다. “그건 그렇고… 말도 안 되는 괴물인줄 알았는데, 그 안에 연민을 느끼는 자가 있다니. 원령이 되었지만 다시 사츠키를 위해 부처님의 구제를 비는가.” 주지스님은 신주에게 돌아서서 말했습니다. “시노미야님, 저기… 괜찮다면 경을 올릴 수 있을까요.” 주지 스님은 사복을 입고 있었는데, 품에서 염주를 꺼냈습니다. “사츠키를 위해 염불을 외는 그 영혼을 위해 저도 경을 올리고 싶습니다.” 신주가 흔쾌히 응하자 주지스님은 두손을 모아 조용히 경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대법회에서처럼 격한 인상이 아니라, 조용히 가슴에 와닿는 듯한 상냥함을 느낀 불경이었어요. 그날 밤, 그 여자가 사츠키를 죽이러 왔을 때도 염불이 들렸습니다. 그 목소리가 낮의 주지스님과 같은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것을 깨닫고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여자는 약간 어리둥절하며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았고, 짜증을 내며 거칠게 사츠키의 목을 비틀었습니다. 노인의 영혼과 번갈아 가며 나타난 그 여자의 영혼은 이윽고 사츠키를 죽이는 일을 어딘지 담담하게 행하게 되었습니다. 도망치지도 않고 저항하지도 않고 그저 버티는 사츠키를 괴롭히는데 싫증이 난 것처럼 보였어요. 맹렬히 사츠키를 괴롭히는 노인과 달리, 나타나서는 별 흥미도 없다는 듯 사츠키의 목을 비틀고 사라졌습니다. 한 번은, 잠시 사츠키를 내려보더니 손을 짚고 엎드리는 사츠키의 머리를 들어올리고 사츠키와 눈을 마주쳤습니다. 그리고는 사츠키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더니 그대로 사츠키의 목을 비틀었습니다. 그 후로, 여자의 영혼은 나타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남은 1인. 끝까지 사츠키를 괴롭히는 것을 멈추지 않는 노인의 영혼은, 자신 혼자 남은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듯이, 지금까지보더 더 사츠키를 괴롭혔습니다. 그래도 사츠키는 견디며 계속 사과했습니다. 저도 똑같이 사과를 계속했습니다. 그래도 사츠키를 죽이고 웃는 노인에게서 악의가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사츠키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점점 가혹해져, 사츠키가 절명한 후에도 시신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괴롭히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언제나처럼 노인이 낫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사츠키는 엎드려 사죄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사츠키와 노인 사이에 끼어들듯이, 늘 사츠키를 관찰하던 소녀의 혼령이 섰습니다. 말없이 노인을 바라고 있습니다. 노인은 당황하며 그 자리에서 낫을 치켜들었어요. “으씨…. 고 말야! .... 게도….해서…!!” 노인이 무슨 말인가 고함을 지르고 있었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소녀의 옆에서 사츠키를 보고 있던 남자 아이의 영혼도 소녀의 곁에 섰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보던 안개 같은 무리 중에서 한 사람, 또 한사람과 성인의 혼령이 걸어나와 소녀의 편에 섰습니다. 걸어나온 영혼의 얼굴은 또렷이 보였습니다. 그 안에 할머니의 혼령이 있어 손을 모으고 염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인가….! 복받치는 생각에 온몸이 뜨거워졌어요. “이제 됐나.” 누군가 그랬어요. 명료한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됐지.” “이제 됐지.” “이제 됐지.” “충분하다 싶다.” “이제 됐지.” “용서해버려.” “우리도 나빴다.” “가엾게도.” 연달아 그런 소리가 들렸어요. 목소리도 안개 너머로 들려오는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노인은 기가 눌린 듯 뒷걸음질 치더니 낫을 휘두르며 악을 썼어요. “….라고! …아아!?....” 노인은 격하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제 됐지.” “이제 됐지.” “이제 됐지.” 안개의 소리도 멎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 였다는게…!! ….이라고!!” 노인은 절규를 남기고 사라졌어요. 그리고 저는 눈을 떴습니다. 역할이 생긴 후 처음으로, 사츠키가 죽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눈을 떴다. 그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서히 실감이 나며 기쁨이 복받쳐 올랐습니다. 귀신들은 제각기 “이제 됐다”고 말했어요. 사츠키는 마침내 용서를 받았습니다. 그게 꿈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남은 1인. 그 노인의 영혼은 사츠키를 용서해줄까.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 같은 예감은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제 그 노인만 남았으니까. 혹시 지금 그만둬도 더 이상 괴이는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었어요. 그 다음은 사츠키가 언제 깨어나느냐에 맡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노인의 혼이 나타났습니다. 노인 뒤에 여럿의 영혼이 뒤따르고 있었습니다. 검은 안개 같은 그 집단을 바라보니 옛날 옷이 아닌 현대 의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아는 얼굴도 있었어요. 저건 사냥회 사람이다. 죽은 일가 사람도 있다. 교정에서 움직이는 시체가 된 ◯◯선생님도. 노인이 데려온 것은 일련의 괴이함으로 숨진 수십명의 마을 사람들의 영이었습니다. 노인의 영혼은 사츠키 앞에 주민들의 영혼을 늘어놓고 히죽히죽 웃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사츠키를 사이에 둔듯 양옆에 소녀와 소년의 영혼이 서있었습니다. 어른들의 영혼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현대의 사람들의 영혼은 사츠키를 원망하는 듯한 얼굴로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원령에게 살해당한 그들 또한 원령이 된 것 같았습니다. 주민들의 영혼은 무엇인가 중얼중얼거리며 사츠키쪽으로 걸어옵니다. 사츠키는 정좌한 채 손을 짚고 말했습니다. “돌아가신 여러분, 부디 편히… 편히 잠드십시오… 부디…” 사츠키의 간청에 화답하듯 주민 집단에서 몸집이 작은 사람이 걸어나왔습니다. “할머니.” 사츠키가 그 사람의 모습을 보고 말을 흘렸습니다. 집단에서 나온 것은 시즈할머니의 영혼이었습니다. 주민들의 영혼은 멈춰섰습니다. 변함없이 원망스러운 얼굴로 사츠키를 보고 있습니다. 사츠키와 주민들 사이에 선 시즈할머니의 영이 주민들을 향해 조용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두 손을 잡고 90도 가까이 허리를 굽히는 큰 절이었습니다. 주민들은 주춤하며 몸부림쳤습니다. “할머니…!” 사츠키는 입에 손을 대며 오열을 터트렸습니다. 제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시즈할머니는 죽어서도 사츠키를 지켜주고 있다. 그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이 넘쳤습니다. 시즈할머니는 고개를 숙인채 움직이지 않았어요. 주민들의 영혼은 하나 또 하나 흔들거리며 사라져갔습니다. 이윽고 모두 사라지자 시즈할머니의 영혼은 고개를 들어 사츠키를 돌아보고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사라졌습니다. “할머니! 할머니! 가지마…! 할머니…” 사츠키가 흐느끼는 가운데, 홀로 남은 노인의 영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습니다. 과거의 피해자인 원령들도, 그 원령에게 죽임을 당한 현대의 주민들도 모두 사츠키를 용서했습니다. 노인 한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더 이상 집합체로서의 원망은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습니다. 노인은 고개를 숙인 채 낫을 움켜쥐고 떨고 있었습니다. 사츠키를 죽일까하는 생각에, 저는 노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이윽고 노인은 힘없이 낫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 사츠키에게 아까 시즈할머니와 같이 깊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 자세 그대로 노인의 영혼은 사라졌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사츠키를 지켜보던 영들도 사라져 있었어요. 옆에 서있던 소녀의 혼령이 사츠키의 머리를 쓰다듬고 사라졌습니다. 남자아이도 소녀를 쫓듯 사라졌어요. "........" 정적이 주변을 감싸고 있는 가운데, 사츠키는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오와아아아아아아아!!!!” 소리내어 울었어요. 엄청난 눈물 때문에 눈에서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누구에게 거리낄 것도 없는 큰 소리로 아이처럼 흐느끼는 사츠키를 보면서 저도 큰소리로 울었습니다. 계속 해왔던 일이 끝났어. 용서를 받았다고. 깊은 기쁨과 안도,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이 폭발했습니다. 우리는 그저 엉엉 울었어요. 얼마나 울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울다지쳐 사츠키가 잠에 빠졌을 때 저는 눈을 떴습니다. 잠에서 깬 저는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사츠키가 깨어있을지도 모릅니다. 병원에 도착한 것은 이른 아침이었지만, 병원의 현관이 열려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병동으로 들어갔습니다. 병실의 사츠키는 아직 잠든 채였습니다. 감긴 눈동자에서 눈물이 한줄기 흘러 선을 긋고 있었어요. 저는 그 자는 얼굴을 보고 후 하고 숨을 내쉬고는 의자를 끌어당겨 사츠키 곁에 앉았습니다. 그때, 병실에 달콤한 향기가 감돌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눈을 감고 신에게 감사를 드리며 사츠키가 깨어나기를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사츠키가 눈을 뜬 것은 오후가 되어서였습니다. 아침에 문병 온 사키에씨에게 어젯밤의 일을 전하자 사키에씨도 울며 기뻐했습니다. 신주에게 연락해 모두가 병실에서 사츠키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어젯밤의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자 신주도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엄마.” 무엇보다도 시즈할머니가 사츠키를 지켜주신 것이 기뻤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겨울의 햇살이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사츠키가 눈을 떴습니다. “엄마….” 잠든 사츠키가 중얼 거렸습니다. 모두 사츠키의 곁으로 달려가 사츠키의 얼굴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닫혀있는 사츠키의 눈꺼풀이 가늘게 떨리더니 천천히 열렸습니다. “사츠키!” 사키에씨가 사츠키를 감싸듯 이름을 불렀습니다. “엄마… 끝났어…” 사츠키는 쉰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사츠키…아아… 사츠키…. 어서와… 사츠키….” 사키에씨는 눈물로 흐느끼면서 사츠키의 이마와 뺨을 어루만지고 있었습니다. “사츠키.” 신주가 사츠키 곁에 허리를 굽혀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습니다. “고맙다. 사츠키. 잘 해냈구나.” “숙부… 할머니가…” “아아, 알고 있다. 케이타한테 들었어. 할머니가 지켜주셨구나.” “케이…..” 사츠키에게 불려 저도 사츠키가 볼 수 있도록 다가왔습니다. 후후, 하고 사츠키는 희미하게 웃었습니다. “너덜너덜…해졌네….” 완전히 변해버린 제 모습에 사츠키는 놀란 것 같았습니다. “계속… 봐줬네…” “응….”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 저는 울어버렸습니다. “후후….” 사츠키는 다시 조금 웃었습니다. “케이… 고마워.” 그리고, 사츠키는 수일의 재활을 거쳐 퇴원했습니다. 온 몸의 근육이 쇠약해져 휠체어를 타고 퇴원한 사츠키는 그로부터 천천히 1년에 걸쳐 건강한 몸을 되찾아갔습니다. 저 역시 귀신 같은 상태에서 사람다운 외모로 돌아갔습니다. 여기부터는 사족이 되기 때문에 대충 적습니다만, 원령이 사라진 마을은 이전보다 더욱 활기를 띠어, 형은 카나모리 선배와 함께 도쿄에 가서 밴드로 성공하는 꿈을 쫓았고, 저는 사츠키와 결혼해 5명의 아이를 가졌습니다. 쇼와시대 말엽(1980년대 말), 이 마을을 덮친 괴이는 지금은 전래동화처럼 이야기될 뿐입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무섭게 하기 위해서 말합니다. “착하게 굴지 않으면 목매달아 죽은 귀신이 온다.”라고 [출처] 목매다는 마을 | 번역 사서A ___________________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지만 이렇게 따뜻하게 끝나서 너무 다행이야 ㅠㅠㅠ 이런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일본에서 말하는 원령이든 우리가 말하는 귀신이든 다 뭔가 이전에는 다양했던 감정들이 단순해져버린다는 거 비슷한 이야기인 것 같네 그치만 결국에는 이전의 감정을 갖고 있긴 하다는 거 ㅠㅠㅠ 슬프다 내일 외전으로 다시 올게 ㅎㅎㅎ
[퍼오는 귀신썰] 산에 들어갈 수 없게 된 이야기 - 후일담
드디어 이 이야기도 마무리가 됐구나 도저히 영문 모를 이야기들을 이 후일담에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럼 시작할까? ___________________ 돌이켜보면 일련의 괴현상에 시달린 것은 단 나흘간의 일이었다. 그 비디오 편집의 일을 한 날로부터 세면 상당한 일수가 되지만, 이가노 토쿠코의 죽음을 알고, 절을 둘러싸고 부적이나 호부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바로 6일전의 일이다. “……….” 처절한 나흘간이었다. 그 영혼에게 농락당한 나흘간. 특히 마지막 이틀은 힘들었다. 키자키 미카의 모습을 한 그것에게 쫓기느라, 최악으로 사망자까지 나와버렸다. “……….” 타키와 이가노 씨의 제자들. 돌이킬 수 없는 희생을 생각하면 괴롭다. 그러나 조심성 없게도, 미안한 마음에 가득차 있지만, 그래도 나는 헤벌쭉 느슨해지는 볼을 조이는 일은 하지 않았다. 개방감. 그것에 시달리는 일은 이제 없어졌다. 해방된 것이다. 다카오산에서 돌아온 다음날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다음날 오랜만에 출근한 회사 책상에 앉아 책상 위에 잔뜩 붙은 포스트잇을 하나하나 떼어가며 하품을 참는다. 포스트잇에 적혀 있는 것은 모두 거래처의 아무개로부터 연락이 왔다, 와 같은 간단한 업무보고였다. 오전 중에 모든 상대에게 사과 전화를 건다. 계절에 맞지 않은 독감이었다고 하면 대개의 경우는 이해해 주었다. 부재 중 밀린 잡무를 모두 정리하고 오후에는 통원이라는 명목으로 반차를 받았다. 사실 갈비뼈에 몇 개의 금이 간 것 같다. 그다지 통증을 느끼지 않으니 큰 영향은 없지만 운동은 삼가라는 것이었다. 병원에 도착해 이가노씨가 있는 중환자실로 향한다. 사이토 씨가 보이지 않아서 누군가에게 쫓겨나가지 않게 슬쩍 중환자실로 침입한다. 들켜서 혼나기 전에 얼른 보고를 끝내 버리자. 이가노씨는 일어나 있었다. 내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엊그제처럼 링거와 튜브가 연결된 붕대를 감은 모습이 애처롭다. 그래도 눈에 들어오는 힘은 그제보다 더 강해진 것 같았다. 그 눈이 나를 보고 놀란 듯이 커졌다. 이가노씨 곁에 선다. “끝났어요. 그건 이제 없어요.” 이가노 씨의 눈이 나의 등뒤와 주위를 살핀다. 그리고 다시 내 눈을 보고 내 말을 사실이라고 확신한 것 같다. "원수를 갚았어요." 어머니의, 제자들의, 타키의 그리고 이가노씨의 원수를 갚았다. 이가노씨가 천천히 손을 뻗는다. 그 손을 받아 악수하듯이 잡는다. 가슴 앞에서 손을 잡는 남성적인 악수 형태다. “몸이 회복되면 자세히 말씀드리겠지만 지금은 간단히 설명할게요. 그것은 이제 소멸했어요. 신에게 잡아 먹혔어요.” 이가노 씨의 눈이 놀란 표정으로 변하고, 이어서 당황한다. “옛날, 내가 어렸을 때, 산에서 행방불명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나요? 그 후로 산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하던 일." 이가노 씨가 고개를 끄덕인다. "카노 코우메이에게 상담하러 갔더니 2000만을 달라고 하기에, 그에게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산에 올랐죠.” 카노의 이야기에 이가노씨가 눈썹을 찌푸린다. "그랬더니 어렸을 때 만난 신이 나타나서 아니, 내가 그 신에게 불려가서 다시 만났어요. 다카오산에 들어가 엉망으로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새 고향의 산속으로 옮겨진 느낌일까요.” 이가노 씨의 눈이 흥미롭다는 듯이 나를 보고 있다. 눈이 입만큼 말을 한다는 것은 좋은 법이다. “처음에는 전 죽을 생각이었어요. 그것에게 살해당할 정도라면 적어도 스스로 죽고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신을 만나러 갔어요.” 이가노 씨는 나를 바라본 채 표정을 바꾸지 않는다. 내가 죽을 작정이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결과적으로, 신은 내가 홀려 있던 그것을 잡아먹어주었어요” 이가노 씨가 약간 턱을 든다. “딱히 날 돕거나 그런 느낌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날 잡아먹기 전에 그것을 먹었습니다. 산채로......라고 해도 괜찮을까요…. 영혼인데 살아있다는 말투는 이상합니다만.... 뭐 어쨌든, 산채로 마구 잡아먹히는 그것의 고함소리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엄청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그것은 조각도 남지 않고 깨끗하게 먹혔어요. 이젠 어디에도 없어요.” 이가노씨가 손에 힘을 주었다. 꾹꾹... 하고 힘차게 내 손을 잡는다. 눈에 반짝이는 것이 보였기 때문에, 끝에 한 마디를 보탠다. “모두의 원수를 갚았어요.” 이가노씨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억울할 땐 울지 않았는데, 스스로의 손이 아니라도 모두의 원수를 갚을 수 있어 눈물을 흘린다. 상냥한 사람이네, 그렇게 생각했다. “자세한 건 몸이 좋아진 뒤 차근차근 설명할 테니 오늘은 결과만으로 만족해주세요. 저는 이제 괜찮으니까 안심하고 쉬세요.” 그렇게 말하고 조금 망설였지만 이가노 씨의 눈물을 휴지로 닦아주고 나는 일어섰다. 이가노 씨는 멋쩍어하며 손을 흔들고 고맙다고 말했다. 인사하고 중환자실을 나왔다. 타키와 이가노씨의 제자들의 무덤에 방문하려고 했지만, 죽은지 아직 이틀밖에 되지 않았다. 시신은 절이나 병원이나 집에 있을 것이다. 이따가 카사네 씨한테 물어봐야겠다 그렇게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분하게도 그 영상이 수록된 DVD의 순위는 엿새째도 큰 변화가 없었다. 진짜 중의 진짜라고. 다들 정말 안목이 없다. 뭐 영상에 비친 영 자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므로, 새로운 문제는 일어날 수도 없는 것이며,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