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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 달래드립니다. 1화

금요일 밤 11시50분 이태원.


친구놈과 가볍게 1차를 마치고 붉어진 얼굴로
이태원 라운지 바 '포레스트'의 긴 줄에 서있습니다.

친구: "야 오늘 느낌 좋아."

설레발치는 친구의 말에 속내를 감추고  무심한 척 했지만,

이미 내 머릿속엔 이름 모를 하얀 그녀와
은밀한 접촉을 하고있었죠.

입장할 순서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무심코 던진 시선엔, 창가쪽에 앉아있는 하얀 탑을 입고
좋은 향이 날것만 같은 여자가 앉아있었습니다.

제발 둘이어라.. 제발.. 둘..


이어서 반대쪽 빈 의자에 금발을 한 여성이 착석합니다.
할렐루야! 감사합니다.

이것이 우연일지라도 기필코 인연으로 만들겠나이다.

옆에 친구놈에게 독화술로 긴급한 내마음을 전합니다.

나: "오른쪽 위. 오른쪽 위. 아니 병신아. 반대쪽."

자연스레 스캔을 한 친구는, 츄르를 본 고양이의 눈처럼 동공이 확장되더군요.

우리는 어떤 대화도 필요치 않았습니다.
피차 목적은 다를 수 없으니까요.


드디어 입성!

합이 이루어지는 술집 특성상, 새로운 손님이 들어올 때 시선이 갈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여기서 그 시선들을 느껴버리곤 두리번 두리번
이 집, 저 집 테이블을 훑는 것은 나의 격을 추락시키죠.


누구에게도 시선을 주지않고 정해진 나의 길을,

다른 시공간에 있는 것처럼 빠르게와 느리게의
그 어딘가의 템포로 걸어갑니다.

제발.. 제발.. 나이스!

인연을 피어낼 여자의 뒷 대각선 테이블.

자연스레 눈이 마주칠수 밖에 없는.
서로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밖에 없는.

알바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술 다 먹고 테이블까지
정리해드리고 나갈게요. 꾸벅.

좁은 테이블에 메뉴판과 기본 안주가 세팅됩니다.

컵을 나누어 물을 따르고, 곧바로 컵을 집어듭니다.

네, 사실 목이 전혀 마르지 않습니다.

밍밍한 물을, 무슨 에스프레소를 마시 듯
컵을 얼굴에 바짝대고 입술만 적시며
술집 안을 스캔합니다.

우리의 레벨을, 우리의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해.
견적 끝. 뭘 해도 되는 날이다.



친구 : "뭐 먹을래?."

나 : "너 먹고 싶은거. "

주문한 안주와 술이 나옵니다.

아주 조용하고 예의 바른, 또 꾸며지지 않은 진심을
담아 알바생에게 건냅니다.

"고맙습니다."

이것의 서브텍스트는, 친구놈의 어깨 옆으로 보이는
그 여자에게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귀가 쩡쩡거리게 떠드는, 또 육두문자를 서슴없이 뱉는 예의없는 저 테이블의 미물들과는 달라.

난 기본 예의와 매너를 갖춘 남자야.

사실,  다 집어치우고 친구놈이 정말로 정말로
잘생겼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그 여자와 눈이 마주칩니다.

친구놈의 영양가 없는 얘기들을 흘려보내고,
횟수를 늘리며 그쪽을 응시하죠.

엇! 잠깐 그쪽 테이블에 등을 보이던 여자2도 갑자기
몸을 틀며, 둘이 함께 이쪽을 바라봅니다.

그러곤 또 다시 둘이 속닥입니다.

뭐지..?

저는 다급하게 친구를 툭툭 치고 고갯짓으로
여자 테이블을 가르킵니다.

자! 친구야! 어서 네가 가진 유일한 무기인 그 얼굴을
비추거라.
친구놈은 훈훈한 미소로 민들레 홀씨를 날려보냅니다.


1차전 종료.

다시 각자 테이블의 상대를 마주보며
무미건조한 담소를 이어갑니다.

모든 신경은 상대 테이블에 세운 채로요.
마치 스키점프 출발 직전의 마음으로.


친구놈은 본인의 상태를 정비하고 온다며
화장실로 향합니다.

볼 것도 없는 폰을 의미없이 만지작 거립니다.
하도 많이 봐서 같은 게시물만 올라오는 SNS.

아 이 친구놈 언제오지.

나올 기미가 없어보입니다.
다시 고개를 내려 만지작 만지작 폰을 보려는데,

두근거리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시선이 느껴진 곳은 역시나 그 여자 테이블.

이 날  이 시간에 여기서 눈을 맞추기로 한 것처럼,
부끄럽지만 흔들림 없이 직선으로 뻗은 서로의 눈맞춤.

이번엔 피하지 않고 지긋이 보겠습니다.

'피식'

어? 웃은 건가? 나보고 웃는 건가?
아 렌즈 끼고 올 걸..
근데 나는 왜 웃고있지?

그렇게 3분같은 3초 정도를, 30%정도의 미소만을
띤 채 서로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화장실에서 나온 친구가 봤는지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에 오기도 전에 여자 테이블로
향합니다.

잘은 안들리는데..

친구: "이제 같이 먹을 때 됐다. 이리로 오세요."

여자2: "네!?"

끝내 못이기는 척 이쪽 테이블로 넘어옵니다.

이 어색한 기류. 누군가 날려줘야 하는데..
이건 내 담당이 아니다.  친구야 도와줘.

간단하게 서로에 대해 소개를 이어갑니다.


여자: "그냥 필라테스 가르치고 있어요."


아 필라테스 강사였구나.

어쩐지 흰 탑 위로도 보이는 깊은 곡선들의 균형이
완벽하더라니.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불과 20센치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여자.

거침없이 휙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벙긋 물어봅니다.

여자: "뭐해요 오빤? 그냥 오빠라고 할게요."

오빠? 아직 나이도 공개안했는데 오빠라고?.

나: "아 네네."

그건 그렇고 나더러 뭐하냐고 물었지.
뭐라고 대답하지.

'시나리오 작가예요.' 아니야.
'어떤 거 썼어요?' 등의 꼬리 물기 질문으로 곤란에 쳐할 수도 있어.

나: "그냥 어, 글써요."


여자: "우와 근데 막 야설 같은 거 쓸 것 같아."

10명 중 9명에게 돌아오는 똑같은 대답.

그놈의 '야설'
정말 야설이라도 써야하나 후.

덕분에 풀린 분위기.

벽이 허물고 이젠 더 과감히 숨김없이 웃으며
술잔을 비웁니다.

슬슬 취끼가 올라오는 자리.

떨어져 있기엔 썰렁한 초가을 날씨가
남녀 한쌍을 더 가까이 밀어줍니다.

어느새 서로 손에 깍지를 끼고있는
친구놈과 여자2.

너넨 어렸을 때, 서유럽에서 자랐니?

****

새벽 3시, 술집을 나옵니다.

알콜에 새벽 이슬이 더해져 흐느적거리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친구놈은 이미 알콜 만땅이 되었습니다.

옆에 꼭 붙어있는 여자2도 더 이상 술집은 갈 수
없다는 듯이 친구놈에게 몸을 맡긴 채,
눈을 감고있습니다.

고요 속에 이미 형성된 분홍빛 무드.

하지만 빠질 수 없는 여자들의 우정이 빛을 바랍니다.

여자: "야 정신차려. 이리와."

친구놈은 여자2의 어깨를 부여 잡고선
다른 한 손으로 볼을 어루만집니다.

여자2는 친구놈의 부드러운 촉감에 최면이라도
걸린 듯 붉어진 얼굴로 베시시 아이의 웃음를 짓습니다.

저 멀리서 먹잇감을 포착한 맹수처럼
소리도 없이 낮은 포복으로
택시 한대가 스윽 다가옵니다.


아니 기사님? 저희 손도 흔들지 않았는데?

택시 기사님: "안 탈 거예요?"

이태원 바닥에서 십수년 이상의 짬을 먹은
베테랑 기사님의 눈칫밥이겠지요.


친구놈은 자연스레 여자2를 택시 안쪽에 태웁니다.

곧바로 이어서 탑승하는 친구놈.

택시 안으로 머리를 구겨 넣기 직전 저를 쳐다보네요.

국정원 요원이 작전에 투입되기 전
서로를 바라보고 비장한 고갯짓과 함께
작전을 개시하는 것처럼.

'끄덕' 하더니 문을 닫습니다.

문틈사이로 삐져나온 말이 들려옵니다.

'신촌으로 가주..'

잘가라 친구야. 네 몫의 우정은 다했으니
멀리 멀리 영영 떠나가라.


덩그러니 남겨진 여자와 나는
처음 합석할 때처럼 또 다시 어색한 기류가 흐릅니다.

손가락 마디 하나 움직이는 것 조차 어색한 게
내 자신에게도 느껴집니다.

어서 이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져 파동을 일으켜야
하는데.

머리야, 어서 이 풍파를 헤쳐나갈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단어를 생각해!

나: "카페 갈래?"

아, 이 병신아. 이 시간에 남녀 한쌍이 갈 수 있는
목적지는 단 하나 뿐이잖아.

난 그곳에서 오늘의 종지부를 찍고싶다고.

내가 뱉은 빵점짜리 질문에 여자의 얼굴에
잠시동안 물음표가 만개했습니다.

이어 4살 연하의 남자를 보는 듯한
모성애 담긴 눈빛을 하더군요.


여자: "오빠는 진짜 착한가보다. 난 착한 사람이 좋아."


멍청하다는 걸 돌려 말한건가?
아니야. 난 착하지 않다고.

내면엔 누구보다 진한 핑크빛 욕망이 있다고!

아 이게 아닌데..

카페로 향하는 걸음엔 후회와 자책이 가득 실려
벌어지는 보폭은 불과 20cm 남짓.

터벅 터벅.

잠깐 멈춰 세우고 싶은데, 도무지 어려운 한글은
아무런 단어도 던져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등 떠밀려 온 것처럼,
카페 건물 1층에 도착합니다.

먼저 올라가는 여자.

한걸음 올라갈 때마다 나풀거리는 흰 테니스 치마.

올라가는 리듬에 맞춰 살랑살랑 보이는 속살이
나를 간지럽힙니다.

아 두 계단만 아래서 갈까.

카페 자동문이 열립니다.

새벽 3시를 훌쩍 넘었지만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인지
빈자리가 많진 않습니다.

나: "뭐 마실래?"

여자: "난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라메리카노 2잔을 시킨 뒤, 착석합니다.

여자는 먹지도 않는 커피를 들고 괜한 빨대만
콕콕 씹어댑니다.

빨대를 문 채, 입을 씰룩거리는 게 분명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여자: "오빠 술 다 깼어?"


나: "응 갑자기 멀쩡해졌어."


저 질문의 의도는 무엇일까.

혹시 나와 같은 미래를 생각하고
우리의 남은 새벽을 야릇하게 이끌어줄 취기가
남아있냐는 뜻일까.

아니면 술도 다 깼으니 이제 그만 집에 가자는 걸까.

여자: "괜찮으면 우리집 가서 한 잔 더 먹을래?"

나: "어?"

순간 모든 신경다발이 멈췄습니다.

모든 신경물질들이 급속도로 하체의 한 곳으로
몰집합니다.

생각치도 못한 전개에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현관에 들어설 때 부터의 동선을 미리 생각합니다.

여기서 허리를 감싸안고..

여자의 목덜미 옆으로 내 얼굴을 닿을 듯 말 듯
아찔하게 포개고..


절제된 호흡으로 여자의 귓가에 야릇한 호르몬을
보내고..

갓난 아이를 보듬듯, 조심스레 옷 안으로 손을 넣어
마디마디 천천히 올라가 후크를..

뚝.


나: "좋아. 지금 갈까?"

여자: "남은 것만 마시고 가자."


여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심장박동수가 오르내립니다.

어서 당장 쪽쪽 다 빨아먹어.

술집부터 화장실을 한번도 안간 탓인지 급해집니다.
내 상태도 정비가 필요한 타이밍.

화장실로 향합니다.


정성스레 만든 반 깐 머리를 방해하는 잔머리를
정리하고, 옷 매무새를 다듬습니다.

마지막으로 내눈에만 보이는 잘생겨보이는 각도로 
거울에 비친 나를 체크합니다.

Ok.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갑니다.

어라? 맞은편 여화장실에서도 문이 열리네요?

시선을 낮춰서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어딘가 익숙한 실루엣의 바디라인.

그리고 특유의 향수와 샴푸냄새의 섞임.
에이 설마 아니겠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화장실에 나온 사람을 봅니다.

그 사람을 본 순간,

식물인간이 된 듯 모든 사고가 불가능했어요.

네가 왜 여기있어?
지금 여기서 만나면 안되는 거잖아.
7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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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빠져든다..
야설? 어디가요? 제가 이해력이 많이 떨어지나봐요 ...
야설작가 맞구먼 그래서....
이해가 ... 빠져서보다 마무리에서 이해가 설명좀..
@shank9933 2화 올려드릴까요?
@khs94 아.. 2화가 있군요 네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올려놨습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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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 달래드립니다. 2화
지금 눈 앞에 있는 이 여자는, 제가 쓴 시나리오 영화의 여자 주인공이자 전 애인입니다. 물론 제가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인줄은 모를 거예요. 근데 이상하다? 현재 쉴틈없이 촬영이 이어질텐데 왜 여기에 있지? 그나저나 이 향기..  정말 오랜만이다. 서윤: "안녕, 오빠.." 여전히 눈이 예쁘다. 많은 사연이 담겨있을 것만 같은 눈망울. 나: "안녕, 서윤아.." 서윤: "오랜만이다.. 잘지내?" 하얗다. 작은 생채기 하나라도 나면 안될 것 같은 연한 살결. 나: "나야 잘 지내지 뭐. 얘기 들었어 영화 들어갔다며?" 서윤: "응. 진짜 운이 좋았나봐. 아직도 안믿겨." 미소 짓는다. 나를 녹여냈던 수줍은 미소. 너는 모든 게 여전하구나. 나: "축하해 진심으로." 서윤: "고마워. 근데 있잖아.. 내가 들어간 영화 시나리오 말이야." 나: "어? 어어.." 서윤: "혹시..." 아 곤란한데.. '60초 후 공개됩니다!'  뭐 같은 타이밍으로 창가쪽 테이블에서 그녀를 부르며 손짓 합니다. 친구: "서윤아 뭐해? 이제 나가자." 서윤: "으응.." 뜸들이던 그녀의 몸은 나를 지나쳐가지만, 서로의 눈은 N극과 S극을 억지로 떼어놓는 것처럼 이끌렸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시나리오는, 서윤이와 저의 첫만남 부터 이별까지 사랑했던 순간, 행복했던 순간, 이별하는 순간 등 모든 순간을 어여쁘게 담은 우리의 소중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서윤이도 어렴풋이 알겠지요. 데자뷰와 같은 시나리오를요. 남자 주인공 배역이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화가 나던지. 나와 서윤이의 애틋한 이야기를 내가 아닌 다른 놈이 대신하다니... 생각하니 또 화가 치밀어 오르네요. 애써 덮어두었던 과거의 향기를 느끼던 찰나, 누군가 내 팔짱을 끼며 팔에 뭉클한 감촉을 전달해줍니다. 여자: "오빠 혼자 서서 뭐해? 나 커피 다먹었어.           이제 집으로 가자." 대답도 없는 나를 끌고 밖으로 나간 뒤, 얼떨결에 함께 택시에 탔습니다. 여자: "신림역으로 가주세요." ***** 추억에 잠기다 정신을 차리니 이미 택시에 내려, 함께 주택가 골목 안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들리는 것은 오직 우리 둘의 발걸음 소리뿐. 그리고 여자는 내 새끼손가락에 끝마디만 걸친 채, 묘한 분위기 속, 터벅 터벅 천천히 걸음을 뗍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서 느껴지는 이 여자의 시선. '여기까지 내가 했으니 이젠 뭐라도 좀 해봐 네가.' 라고 무언의 메세지를 보낸 것이겠죠? 알아 나도! 이쯤이면 남자된 도리로써 너의 몸과 마음을 적셔줘야겠지. 그치만 지금의 나는 너무 복잡하다고! 카페에서 예기치 못한 만남이 인간의 3대욕구중 하나를 자꾸만 잠재웁니다. 그렇게 고요 속에 도착한 여자의 집. 집 앞에 나를 멈춰세우고 십여분간의 침묵을 깨줍니다. 여자: "오빠, 오늘 나랑 같이 있기 싫으면 편하게 말 해도 돼. 나 상처 안받아." 띵!  그제서야 내가 얼마나 몹쓸짓을 했는지 깨달았습니다. 하루의 일탈쯤이야 괜찮아! 나: "아니, 오늘 너랑 같이 자고 싶어." "......"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허리와 목을 감싸쥡니다. 숙여진 나의 상체와 뒷쪽으로 휘어진 그녀의 허리는 야릇한 키스의 접점으로 가장 완벽한 요소였죠. 금방이라도 찬 물로 샤워한 것처럼 차갑고 부드러운 그녀의 속살은, 나를 혼미하게 만듭니다. 닭살이 돋아 있는 그녀의 은밀한 속살들이 몽환적인 그녀의 상태를 말해주고 있어요. 여자: "올라가자 빨리." '삐 삐 삐 삐'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100M 달리기 출발 직전의 소리처럼 짜릿한 자극을 줍니다. 낯선 아이의 마음으로 그녀의 집으로 들어섭니다. ...... 차분하면서도 매혹적인 냄새. 매일 밤, 그녀의 하루를 벗겨내는 포근한 침대. 그녀를 보듬어 주는 하얀 이불. 그곳을 향해 가는 길을 더 부드럽고 애태우게 만드는 러그. 마지막으로 우리의 본능을 더 낱낱이 아름답게 비춰줄 스탠드 조명. 조금 전과 너무도 다른 나지만, 어쩌겠어요 본능을. 그녀의 허벅지를 받쳐 들고 경직된 숨소리로 침대로 향했어요. 그녀는 다리로 나를 꽉 애워싸고, 내 뒷머리를 질끈 집어들어요. 이어 내 목덜미에 달콤한 시럽이라도 발린 듯 뜨겁고 아찔한 촉감이 느껴져요. 마침내 우리를 하나로 포개어 줄 곳에 도착하죠. '퍽..' 본능을 억누르지 못한 탓인지 다소 난폭하게 그녀를 침대에 퍽 내려놓았습니다. 충격 탓인지 품 아래서 나를 골똘히 바라보는 그녀. 어? 내가 너무 세게 내려놓았나? 잠시동안의 정적이 흐릅니다. ...... 여자: "만약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오면 어떨까?" 나: "그게 무슨 말이야?" 여자 : "내일이 와도 오빠가 내 옆에 있을까?" ......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또 해야하는지 잘 알고있습니다. 그치만 왜그랬을까요.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여자: "대답 안 해줄 거야?" ♬♪♬♪♬♪♬ 정적을 깨는 휴대폰 벨소리가 들려옵니다. 늦은 새벽에 오는,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의 전화. 사연깊은 누군가와의 뜻밖의 마주침. 가슴이 두근 거립니다. 이런게 직감이라는 것이겠죠. 아마도 서윤이의 전화일 것 같습니다. 여자: "전화 안받아?" 나 : "어어... 괜찮아." 머리까지 심장 박동수가 느껴집니다. 왜 전화가 왔을까. 그것도 2년만에. 서윤이는 여전히 내 본능마저 잠재울 정도로 깊게 박혀있는 것 같습니다. 나: "미안해. 대답 못하겠어." 사탕발린 말로 오늘 하루의 환심을 살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것이 이 여자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궁극적인 이유는, 내 스스로가 부끄러울 것 같았습니다. 자격은 없지만 서윤이에게도요. 한참의 정적이 흐릅니다. 자세를 고쳐 잡고싶지만, 여자는 내품 아래서 다리로 나를 애워싼 채, 풀어주질 않아요. 그리곤 별을 품은 듯한 눈을 하고 나를 지긋이 바라봅니다. 이어 내 목을 둘러잡고 상체를 일으키더니, 조심스레 고개를 틀어 입을 맞춥니다. 쪽. 응? 뭐지? 조금 전 내 대답을 못 들은건가? 나: "아니 저기.." 이번엔 포근한 미소를 동반해서 나를 바라봅니다. 아니 이 여자, 술 다 깼다면서 갑자기 술기운이 올라왔나? 또 다시 상체가 올라오고 고개가 틀어집니다. 쪽. 아니.. 이봐요..? 여자: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방금 그 표정은 꼭 껴안아 주고 싶었어." 나: "어? 무슨 소리 하는거야?" 여자: "몰라도 돼, 그런 게 있어! 조금 다른 거 같아 오빠는." 나: "저기.. 알아듣게 좀..." 여자: "그건 그렇고, 아까 카페 화장실 앞에서 마주친 여자, 전 여자친구지? 방금 전화 온 사람도 그 사람일 거고." 헉 어떻게 알았지? 다 보고있었구나. 나: "응.. 맞아." 여자: "표정보니까 아직도 못 잊은 모양이고, 헤어진지 얼마나 됐어?" 나: "2년 정도 됐나.. 잘 모르겠다." 나를 밀어 일으켜 세우더니, 덩그러니 마주보고 앉아있습니다. 여자: "좋아, 이제 집에서 나가 오빠. 그리고 휴대폰 좀 줘봐." 그래 이게 맞는 상황이지. 이렇게 박대당할 만 했어. 첫 만남에 전 애인을 잊지 못한 찌질한 과거까지 들켰으니. 나: "여기, 근데 휴대폰은 왜?" 열심히 내 휴대폰을 두들기더니, 자기 휴대폰에 온 전화를 확인합니다. 여자: "내 이름도 모르지? 신은비야. 저장해뒀어." 나: "어? 어 그래.." 여자: "내일도 연락할 거고 모레도 연락할 거야. 오늘은 머릿속에 전 애인만 빙빙 돌거니까 내보내는 거야. 연락 안받으면 두고봐 아주." 오늘은 정말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네요. 전 애인을 생각하는 표정에 동정을 느낀건가? 도라이? 내가 다르긴 뭐가 다르다고.. ****** 그렇게 '신은비' 라는 독특한 여자와 짧지만 강렬한 만남을 뒤로 집 밖을 나왔습니다. 저장된 신은비의 번호. 은비♡ 뒤에 하트를 붙여 놨네요. 참 당돌한 여자인 것 같죠. 분명 나에게 호감을 표한 거 같은데.. 왜 때문일까요? 도저히 납득이 되질 않습니다. 그건 그렇고. 그 아래 보이는 등록되지 않은 번호의 부재중 전화. 은비의 집에 있을 때만 해도 헐레벌떡 전화를 받고 싶었는데 집밖에 나오니, 수신 버튼 위에 손가락을 두고 수억번의 미세한 떨림이 일어납니다. 다시 걸어볼까, 무슨 말을 하려던 걸까, 혹시 아까 하려던 시나리오 얘기인가, 최종 임원 면접을 앞둔 것 처럼 긴장이 늦춰지질 않습니다. 굳게 결심하고 서윤이에게 전화를 걸어봅니다. 발신 버튼을 누르기 직전! 어? 어? 다시 걸려온 서윤이의 전화.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술이 깰 때쯤 오는 두통과 합해져 머리가 질끈 거리기 시작합니다. 스읍 하.. 나: [여보세요..?] 대답없는 수화기. 그녀도 나와 같을까요? 나: [서윤아.]
외로움을 달래드립니다. 7화
우리의 이별씬. 서윤이와 헤어지던 날. 애석하게도 나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꽃을 들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그녀의 매마른 가슴에 단비가 될 수 있을까 하고요. 결국, 등 뒤에 꽃을 숨긴 채 차마 건내주지 못했지만요. 그날은 유독 방 안에 서린 침묵이 두려웠습니다. 꽤나 오래 전부터 암묵적인 이별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그 마침표가 오늘이 될 것만 같았거든요. 눈치 없는 척 그녀를 맞이했고, 묘하게 지쳐보이는 서윤이의 눈동자는 자꾸만 우리의 끝을 앞당기는 것만 같아, 초조한 마음에 괜한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나지막이 나를 불렀어요. 마지막으로 나를 부르는 듯 애처롭게. 불안을 예기한 듯 매초마다 감기는 눈꺼풀로 서윤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쉽사리 말을 잇지 못하는 서윤이의 어깨 너머로 선반 위에 있는 투명한 꽃병이 보였어요. 그리고 그 안에 외로이 시들어 버린 꽃.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모양새. 너무 늦었구나, 내가. ...... 처음 서윤이이게 저 꽃을 선물했던 날이 생생해요. 무뚝뚝 하기만 했던 나에게 받은 꽃이라며 조심스레 유리병에 옮겨 담고, 뭐가 그리 애중한지 웃음꽃이 만개 했었는데.. 시들어 버린 꽃을 보고나서야 비로소 알게되었죠. 우리에게 남은 생기는 더 이상 없다는 것을. 때 늦은 후회가 밀물처럼 번져왔습니다. 더 시들기 전에 더 예쁜 꽃을 가져다 줄 걸. 그 꽃에 담긴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라고 속으로 삼키지 말 걸. ...... 그렇게 둘은 아무런 말 없이 한참을 숨죽였습니다. 암담한 침묵이 우리를 집어 삼킬 때 쯤, 이슬진 눈을 뒤로 하고, 밝게 웃으며 서윤이에게 말을 건냈어요. '이제 저 시든 꽃 좀 버려. 남은 향도 없겠다, 바보야.' 이 말에 담긴 의미를 아는지, 서윤이의 연민 섞인 눈에서 닦을 새도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그럼에도 난 웃어야 했습니다. 여전히 내 마음에 가득 차있는 서윤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였으니까요. 그간 우리의 추억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정말 어찌나 소중했는지, 어찌나 사랑했는지. 끝이구나, 정말로. '그만 좀 울어, 자꾸 우니까 못 가겠잖아. 웃는 얼굴 좀 보자.. 마지막으로.' 그렇게 등 뒤에 숨긴 작은 꽃송이는 전달되지 못한 채, 주인을 잃어버렸습니다. ****** 부디 그때의 나를, 그때의 우리를 그려주세요. "시작하겠습니다." 큰 심호흡을 내뱉고, 곧이어 배우의 연기가 시작됩니다. 지정해준 대사엔 별다른 지문이 없기 때문에 배우 스스로의 분석이 필요했을 겁니다. 서서히 붉어지는 눈가와 코끝. 숨죽인 가운데 첫 음을 뗍니다. "......" 숨죽여 속으로 삼키고 싶은 말을 억지로 토해내듯, 대사 마디마다 아픔이 느껴집니다. 슬픔을 딛고, 애써 침착하게 안녕을 고하는 듯 하지만 그 속에 애절한 포효가 들려옵니다. 끝끝내 터져버린 울음. 주체 없이 흐르는 눈물과 차오르는 감정 때문에 모든 대사가 뭉개집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대사는 중요치 않았습니다. 그의 감정이 모든 걸 대변했으니까요. 마치 그때의 내 심정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때의 나는 웃어야만 했죠. 속은 갈기 갈기 찢겨도, 그래야만 했어요. 배우의 연기가 끝나고, 여운이 살아있는 듯 홍감독과 캐스팅 디렉터는 한동안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 이후로 또 다시 속전속결로 배우들이 떨어져 나가고, 고작 서너 명의 '지정 연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읊조리듯 애써 덤덤하게 표현해 내는 배우. 시린 한기가 가슴을 도려낸 듯, 울부 짖으며 표현하는 배우. 온전한 눈물을 흘리며 진심을 전하듯 표현하는 배우. 정말이지 모든 배우가 감명깊은 연기를 선보였어요. 하지만 그 누구도 그때의 분위기, 그때의 우리를 고스란히 그려주진 못한 것 같습니다. 음... 그렇게 생각보다 긴 시간 끝에 오디션이 끝났습니다. 얼추 추린 듯, 해당 배우들의 프로필을 단상에 올려놓습니다. 홍감독: "이렇게 셋 정도." 캐스팅 디렉터: " 저는 얘 말고, 마지막으로 했던 얘로 해서 셋이요." 홍감독: "김작가는 어때." 나: "예 뭐, 워낙 연기가 다들 훌륭하셔서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는데, 어딘가 모르게 비어있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열띤 토론을 하는 홍감독과 캐스팅 디렉터. 저 불난 장에 내가 낄 틈은 없어 보이네요. 언제쯤 결정나려나, A4 용지 빈 곳에 의미없는 동그라미와 네모를 홀린 듯 그리고 있습니다. 두 분의 말씀이 웅얼웅얼 뭉개져서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도 않네요. 한 2,3여분 지난 거 같은데... "......." "저기, 김작가님?" 나도 모르게 깊은 생각에 잠겨버렸습니다. 잠시만 방금 날 부른 거 같은데. 홍감독: "김작가, 어이 김작가!!!" 나: "아, 네!" 홍감독: "장난하니? 뭔 생각을 그렇게 해." 나: "아, 죄송합니다." 홍감독: "어때, 김작가는. 느낌 오는 얘 있어?" 나: "......" 원래 내가 자격지심이 있었나.. 이분들과 나의 격차를 알기에 작은 의견 하나 뱉는 것 조차 괜한 눈치가 보입니다. 홍감독: "괜찮아, 솔직하게 말해봐." 그래, 시원하게 뱉자. 나: "어, 같은 이별이라도 저마다의 사연과 저마다의 통증은 다 다르잖아요. 오로지 둘만 알 수 있는 특별한 뭔가가 있을텐데, 그 고유의 색이 너무 연하지 않나.. 유심히 눈동자를 굴리며 되짚어 보는 두 감독. "글쎄,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봐요." 나: "마지막 그 순간에도 웃지..않았을까요. 피눈물이 흐를 만큼 괴로움과 비통함이 솟구치지만, 제가 만약 극 중 남자라면 그 위에 밝게 덧칠한 웃음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홍감독: "이유는?" 나: "글쎄요.. 두렵다고 할까요. 만남의 끝이 눈물에 젖어있다면 그간 남녀가 쌓아온 추억과 이야기 마저 슬픈 기억으로 자리잡게 될 것 같아요. 실은 엄청나게 행복했으면서도요. 깊게 생각에 잠긴 듯한 홍감독과 캐스팅 디렉터. 멍하니 극 중 상황에 본인들을 대입하는 듯 합니다. '피식' 홍감독의 입에서 공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홍감독: "그래, 슬픔 위에 웃음을 덧칠한다라.." 나: "자신의 가엾음은 뒤로 할만큼, 온전하게 좋아한 여자를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이기도 하고.. 웃으면서 보내주는 게.." 유심히 듣고 있던 캐스팅 디렉터가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립니다. '허허~' 홍감독: "너 왜 이제와서 이런 말하는 거야? 초장부터 말을 하던가, 사람 민망하게 말이야. 콱!" 나: "예? 아, 죄송합니다." 급작스레 성을 내시니 영문 모를 사과를 했지만, 곧 알게되었죠. 내 말이 비수가 되어, 그들이 미처 생각치 못했던 부분을 따끔하게 찔렀다는 걸. 히히 통쾌해라. "......" 너무 크게 한방을 먹였나..? 갑자기 무거워진 오디션장.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기류. 머쓱함에 고개만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고 있습니다. 홍감독은 어떤 고뇌를 하는지 팬을 휘리릭 휘리릭 돌리기만 반복합니다. 그러다 나를 휙 보고, 다시 고뇌에 빠집니다. 또 다시 나를 휙 보고, 고개를 갸우뚱 거립니다. 뭐,뭐야? 왜 자꾸 날 쳐다보는 거지. 홍감독: "저기, 기,김작가. 저 단단한 사람이 왜 더듬으며 날 부르는 거지? 징조가 좋지않다. 나: "네?" 홍감독: "잠깐만 저 앞에 나가봐. 뭐, 의자랑 정리도 해야되니까.. 올라간 김에 저기 기준선에 한 번 서봐." 갑자기 왜요? 정말 왜요? 캐스팅 디렉터 역시 물음표가 만개한 표정으로 홍감독을 봅니다. 나: "예? 저긴 왜..?" 더 이상 묻지 말라는 듯, 손짓으로 휙휙 무대를 가르키며 대신합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처럼 경직된 팔 다리로 벨런스를 잃은 채, 무대에 오릅니다. 무대에 선 나를 힐끔 힐끔 보더니 , 홍감독과 캐스팅 디렉터는 귓속말로 대화를 나눕니다. 아니, 이 사람들 무슨 작당을 벌이려고. 홍감독: "저기 카메라 좀 한 번 봐봐." 나: "아니, 감독님 카메라는 또 왜..?" '똑똑' 반대편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옵니다. '끼이익' 고개를 빼꼼 들이밀고 이리저리 확인 후, 들어오는 조감독이 보입니다. 홍감독의 지시가 있었는 듯, 얇은 용지 몇장을 건내줍니다. 그리고 자리에 내가 없는 것을 보고, 이리저리 둘러보다 무대에 서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조감독: "엥 김작가님, 왜 거기 계세요?" 홍감독: "조용히 혀라." 눈치 없는 철부지 조감독은, 홍감독의 암묵적인 협박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억양을 보아 저 말은 곧 '입 닥치고 나가' 일텐데. 조감독: "아, 알겠다. 김작가님이 직접 보여주려는 거구나! 역시 작가님, 연극영화과 출신이라는 건가." 뭐야, 내가 연극영화과 전공인 걸 어떻게 알지? 대학 졸업하고 어디 말해본 적이 없는데. 나: "예? 보여주긴 뭘..." 차마 말을 다 하기 전에 불쑥 홍감독이 튀어나옵니다. 홍감독: "뭐? 김작가, 연기 전공이라고? 맞아?" 쩍쩍 갈라진 땅에 단비가 내리 듯,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뀐 듯한 홍감독의 다급함이 느껴집니다. 나: "아,네. 맞긴 한데.." 조감독: "나무 엔터에 아는 후배가 있는데, 김작가님 대학 동기라고 하더라고요. 소문이 자자하셨다는데, 중대에 햄릿이라고." 대학 동기들은 졸업 후에 담 쌓고 지냈는데, 누구지. 그나저나 저 눈치없는 조감독은 실실 웃고 있네요. 내 흑역사를 감히.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나: "감독님? 잘못된 정보인 것 같습니다. 절대 아니에요." 홍감독: "김작가, 머리 좀 까볼래?" 나: "머리는 또 왜.." 저 앞에 내 행동을 숨죽여 기다리는 조감독, 홍감독, 디렉터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빛. 하, 끝내 소심하게 살짝 앞머리를 들어 올립니다. "....." 뭐야 저 알 수 없는 표정들은. 아, 집가고 싶다. 멍한 정적이 이어지다 눈칫밥 없는 조감독이 먼저 입을 엽니다. 조감독: "부럽다, 작가님." 캐스팅 디렉터: "잘 생겼네, 우리 작가님. 맑으면서도 울적한 묘한 분위기도 좋고" 조감독: "왜 연영과 졸업하고 배우 쪽으로 안가셨어요? 한자리는 꿰차셨을텐데. 아, 글재주가 더 좋았나?" 부끄럽다. 숨고싶다. 학창 시절에 아주 가끔 저런 말을 들으면, 호다닥 자리를 피하거나 주제를 돌리곤 했었는데. 여기서 도망갈 수도 없고 미치겠네. 나: "아닙니다.. 저 이제 내려가도 되죠..?" 할 말이 남은 듯이 연달아 헛기침으로 신호를 보내는 홍감독. 홍감독: "음, 보여줘." 나: "뭘요?" 홍감독: "보여달라고, 딱 한번만." 엄청난 결의를 다진 듯 한 홍감독의 눈빛이 날 쏘아붙입니다. 나: "아니, 감독님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홍감독: "그 이별 장면. 거두절미하고 딱 한 번만." 나: "아니요 감독님. 저 졸업하고 한 번도 연기를 해 본 적이 없어요. 감도 다 잃었고요.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홍감독: "김작가, 내가 지금 골이 막 흔들려. 어떤 배우가 와도 이 영화의 감성을 못 담을 거 같아." 나: "그럼.. 오디션 한 번 더 보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홍감독과 나의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집니다. 홍감독: "알겠어. 그럼 오디션 한 번 더 볼테니까, 참고 정도만 하게. 부탁 좀 하자. 혹시 또 모르지, 제작 참여 기회가 올 수도." 제법 달콤한 발언이지만.. 서윤이도 마음에 걸리고.. 모두가 나를 기다리는 이 압박감. 여기서 그냥 내려가면 저들에게 사형 집행을 당한다. 나: "하.. 진짜 아닌데 이거." 홍감독: "30분 후에 보자고. 부담갖지 말고 준비 하고 있어." 자리를 비워주는 하이애나들. 어안이 벙벙한 채로 멍하니 상황 인지를 하고 있습니다. 그날을 떠올리자..
외로움을 달래드립니다. 6화
'툭' 물기를 가득 머금은 수건. 고작 수건 따위가 내는 소리일 뿐인데 그 짧은 순간, 샤워실 안의 정경이 멋대로 그려집니다. 따듯한 물에 몸을 내맡기고, 눈을 지긋이 감은 채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며 씻어내리는 모습부터, 샤워를 끝내고 상체가 훤히 비치는 거울을 마주한 채, 매혹적으로 물기를 닦는 모습까지. 야릇한 망상이 활개를 핍니다. 이 쓰레기 머리야, 그만좀 해. 정신이 채 들기도 전에, 속옷을 입는 듯 살갗과 란제리 원단이 스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스윽, 스윽'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현악기보다 아름답고도 위태로운 연주 소리로 들리네요. 은비: "옳지, 잘 참는다." 아, 몸의 모든 성근육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에 움찔거립니다. 나: "다,다 입었냐?" 은비: "아니, 아직 위에는 안입었어." '꿀꺽' 팬티를 입는 것 보다 다소 격한 움직임이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내 시야에 보이지 않던 은비의 그림자가 휙 지나갔다 사라지기를 반복해요. 소리없이 침을 삼키며, 시야를 왼쪽 아래로 조금 내려봅니다. ...... 노란빛 스탠드 조명을 배경으로, 속옷을 입는 은비의 그림자가 행위 예술을 하듯,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요염하게 움직입니다. 그 어떤 무용도 이토록 위태롭고 치명적인 선은 없을텐데. 애간장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해요. 고작 거뭇한 그림자지만, 상상만으로 이미 은비를 낱낱이 느낀 것 같습니다. 마저 속옷을 다 입은 듯, 손을 뒤로 하여 속옷을 채웁니다. '뚝' 은비: "다 입었다." 나: "마,마저 다 입어라.." 어제 입었던 끈나시와 허벅지가 훤히 들어나는 짧은 트레이닝 하의를 마저 입는 은비. 은비: "이제 뒤돌아도 돼." 여자와 한 공간에 있어본 적 없는 숫총각처럼 몸이 부자연스럽게 움직입니다. 나: "어,어. 분명 옷을 다 입고 있는데, 왜 시선을 못 맞추겠지. 괜찮아, 진정하자. 난 은비에게 어떠한 사심도 없잖아. 은비: "부끄러워하는 거봐, 귀엽게." 나: "부,부끄럽긴 뭘." 시선을 맞추지 못하는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조롱하듯 초밀착하여 희롱하는 은비. 손사래 치며, 외면할수록 더 바짝 붙어 이리저리 품속으로 들어옵니다. 은비: "왜 못봐? 왜애? 응?" 가릴 것 없이 모든 신체 부위가 맞닿습니다. 나: "뭐,뭐가. 아,아무렇지 않은데." 은비: "오, 진짜?" 물러터진 경계가 허물자, 뒤에서 껴안기도 하고 내 발위에 자신의 발을 올리며 대롱대롱 내 걸음을 따라합니다. 은비: "우와, 오빠 복근 장난없다!" 물기 덜마른 촉촉한 머리칼이 뜨거워진 내 몸을 살금살금 건드리며, 손으론 내 복부를 더듬습니다. 아,위험하다. 나: "아, 뭐해, 저리가." 그녀의 골반 근처와 내 하체의 어딘가가 선명하게 맞닿았습니다. 분명 서로가 자세히 느껴질만큼 생생한 촉감으로.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 더욱 내 몸에 꽉 붙어 이리저리 흔들며 장난치는 은비. 정말 이 이상은 안돼. 내 몸의 추태를 들킬 거 같다. 나: "아, 그만해. 너 진짜 위험한 줄도 모르고 자꾸 이럴래?" 은비를 뿌리치고, 성급하게 어디든 앉을 곳을 찾습니다. 동선 상 가장 가까운 곳인 침대에 앉아, 자연스레 양 허벅지 위에 베개를 올려놓습니다. 휴. 은비: "우리 사이에 위험할 일이 남았나?"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답이 정해진 듯한 질문을 날립니다. 나: "그,그게 무슨 말이야. 장난치면 혼난다." 은비: "어제 기억 안나? 오빠가 어제 침대에서 나한테 했던 거?" 머리가 지난 기억의 흔적을 짜내려 바쁘게 움직입니다. 아, 모함이다. 이성적인 내가 그럴 리 없어. 반사적으로 팬티 안의 감촉을 확인합니다. 일종의 습도라던지, 농축이라던지. ...... 까마득한 기억은, 거짓과 사실을 뒤바꿀 만큼, 사실도 거짓으로 혼돈할 만큼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으깨버립니다. ... 정말 내가? 나: "미,미안하다. 진짜 기억이 안나." 침대 옆에 나란히 앉은 은비가, 참다 못해 터진 듯 호탕하게 웃어버립니다. 은비: "아, 웃겨. 진짜 놀릴 맛 난다, 오빠. 너무 좋아." 쪼그만한 게 몇번씩이나 날 가지고 놀아? 나: "너 진짜 죽을래? 나 진짜 화났어. 빨리 나가 너." 은비: "어제 얼마나 힘들게 오빠 집까지 데려왔는데, 이렇게 매몰차게 내쫓는 거야?" 그렇긴 하지만.. 저 가녀린 몸으로 어떻게 여기까지 데려왔을라나. 내가 주사가 없어서 망정이지, 휴. 나: "대신 앞으로 그런 장난치지마. 그럼 별일 없던 거 맞지?" 은비는 골똘히 눈을 굴리며 지난 밤을 생각하네요. 은비: "아무 일이 없었던 건 아니지." 나: "뭐? 그럼?" 은비: "글쎄, 말해주기 싫은데. 내 소원 들어주면 말해주지롱." 내가 또 이런 허수에 당할 듯 싶으냐. 어림없지. 음... 나: "알겠으니까, 빨리 말해." 은비: "아싸! 안지키기만 해, 죽어 아주. 어제 잠들기 전까지 서윤인가 뭔가 하는 여자애만 종일 불렀어. 그리고 나한테 '서윤아' 하면서 막 안기고 보듬고 그랬어 오빠가. 나: "또 거짓말이지 너." 은비: "오빠, 너 마음대로 생각해라." 잔뜩 심통이 나있는 듯한 은비의 표정. 은비 표정을 보아하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네요. 다른 여자 이름을 부르며 본인에게 그랬다니, 은비의 기분은 어땠을까요. 미안해지네요. 나: "미안해. 그냥 잠꼬대 였을텐데. 너한테 함부로 행동해서 미안하다." 한동안 심드렁한 표정으로, 나에게 등을 돌린 채 앉아있습니다. 화를 풀어줘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 너무 어렵기만 해요. 뭐라도 해야 하는데, 아! 냉장고에 아이스크림 있구나! 나: "이거 먹고 화 풀어주라. 서윤... 아, 아니 은비야.." 젠장, 하필 이 타이밍에. 망했다. 숨도 쉬지 않는 듯, 미동없는 은비의 뒷모습에서 전쟁의 서막이 피부로 와닿습니다. 나를 휙 돌아보는 은비. 금방이라도 분노에 찬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눈망울. 아랫 입술을 잔뜩 모은 채,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합니다. 은비: "나 신은비라고! 서윤인가 뭔가 하는 애가 아니라고 나는! 진짜 자존심 상해." 분노와 서러움이 뒤섞인 은비의 표정. 나: "아, 미안하다. 내가 아직..." 은비: "왜 오빠 너는 서윤인가 뭔가 걔만 생각하고 걔만 부르냐고! 아, 울기 싫은데 진짜." 나: "......" 여기저기 놓인 짐을 휙휙 급하게 낚아채고, 현관으로 나서는 은비. 설움이 멈추지 않는지, 입고 왔던 가디건을 얼굴에 품고 훌쩍이며 집 밖으로 나갑니다. 다급하게 엉거주춤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고 뒤따라 갑니다. 얼마나 빨리 내려갔는지, 주택 계단을 벗어나 골목을 내려가고 있는 은비가 보입니다. 두손을 입가에 대고 힘차게 은비를 부르려다, 목에서 턱 하고 막혔습니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 이게 맞는 걸까. 괜한 행동으로 불을 지피는 건 아닐까. 곁에 둘수록 은비의 상실감은 더욱 커질테고, 그것에 비례하게 나 또한 미안함에 편치 못할텐데. 모았던 두손은 맥없이 툭 떨어지고, 깊은 한숨과 함께 복잡한 걸음으로 다시 집으로 올라갑니다. 왜 유독 은비를 향한 행동은 갖가지 이유와 근거가 필요할까요. 아직은 이 불편함을 정의할 수가 없네요. ****** 오디션 심사 2시간 전. 무거운 마음으로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집 밖을 나왔습니다. 원래라면 기대에 부풀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갈하게 채비했겠지만, 어제 하루 사이에 각기 다른 두 여자의 파동으로, 여파가 극심한 탓에 차마 겨를이 없었습니다. 기다리고 기대하던 오디션 당일인데, 컨디션도 의욕도 반토막입니다. 어제 공원에서 얼마나 울어 재꼈으면, 목이 칼칼한 게 쉰 목소리가 나오네요. 그래도 오늘이 영화에 일조하는 것도 마지막이고, 더이상... 서윤이를 볼 일도 없을 테고. 미련없이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 하는 게 일거양득이겠죠. 억지 화이팅을 가득 불어넣고 오디션장에 들어갑니다. 홍감독: "어, 김작가 왔네." 나: "안녕하십니까." 홍감독: "아직 캐스팅 디렉터랑 안왔으니까, 미리 배우 프로필 보고 참고해." 두터운 파일을 건내받고, 품에 꼭 쥔 채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생각보다 조촐합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스테이지를 생각했는데, 대학로 소극장 느낌에 가깝네요. 빈의자에 앉아 받은 프로필을 열어봅니다. 우와, 오늘 이 배우 실물 영접하는 거야?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에서 하드캐리한 배우잖아. 미쳤다, 미쳤어. 로코물의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는 배우도 있네요. 나이가 조금 있어서 걸맞진 않아보이는데.. 최근 핫하게 떠오르는 배우도 있어요. SNS에서 벨런스 게임에 항상 등장하던데, 빚이 30억이어도 다 갚아주고 만날 수 있다는 그 배우. 헛웃음이 나오네요. 내가 이런 배우들 앞에 앉아 심사를 하는 꼴이라니. 정작 월세 살이에 확연한 미래도 없는 나하고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일 텐데. '철컥' 문이 열리더니 홍감독과 함께 캐스팅 디렉터와 기타 관계자로 보이는 분들이 들어옵니다. 나: "안녕하십니까." "아이고 안녕하세요. 홍감독님께 말씀 들었어요." 홍감독: "자자, 슬슬 시작하지. 시간 다 됐지?" 스텝으로 보이는 분이, 심사 테이블 바로 옆에 두 대의 카메라를 거치해줍니다. 아마 영상을 통해 비춰지는 모습을 보려고 하는 거겠죠. 한마디로 카메라 빨. 우와 '알렉사 미니LF' 엄청 비싼 카메라로 아는데, 역시.. 홍감독의 손짓에 오디션이 시작되고, 첫번째 배우가 들어옵니다. 티끌도 놓치지 않기 위해 초집중 상태로 배우를 탐색합니다. 그런 나와는 달리, 역시 베테랑인 걸까요. 정돈 안된 거뭇한 수염 곳곳에 나있는 허연 수염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홍감독과 캐스팅 디렉터. 연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카메를 휙 보더니 가망이 없다는 듯 배우에게 시선을 끊고 다음 프로필을 봅니다. 다음으로 들어온 배우. 이번엔 두 분 다 유심히 보는 듯 했지만, 대사를 뱉기 전, 호흡에서 이미 아웃입니다. 모든 감정의 시작은 호흡이라고 하죠. 어느새 30명가량의 배우들이 속전속결로 나가떨어집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그 배우가 들어옵니다. 아까 잠깐 언급했던 '남자사용설명서'의 그 배우죠. 두 분 다 눈을 떼지 못하고, 배우의 연기에 빨려 들어가는 듯 보입니다. 배우의 연기가 끝나고, 흡족한 웃음을 짓는 두 감독. 홍감독: "잘 봤고요. 다음 거 해보시죠." 다음은 '지정 연기' 입니다. 한마디로 직접 지정해준 연기를 선보여야 하죠. 사실 '지정 연기'는 연극 영화과 대학 입시에서나 보는 것인데 이번엔 홍감독이 특별히 지시했다고 합니다. 홍감독의 애착이 들어가 있는 장면이죠. 바로 '스물아홉의 우린'에서 중요 장면 중 하나인 서윤이와 나의 이별 씬. ...... 눈을 지긋이 감으며 감정에 몰입하는 배우. 심호흡을 크게 내쉬더니, 준비가 끝난 듯 보입니다. "시작하겠습니다." 부디 그때의 나를, 그때의 우리를 그려주세요.
제목없음 5
안녕하세요 ^^ 제목미정 정식 제목을 제목없음으로 정하였습니다. 조금 모자란 부분이 있어도 잘 부탁드립니다 ^^ 좋아요와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ㅎㅎㅎ [ 제목없음 5] 맥주의 차가움이 그녀의 발에 닿자 지현은 조금의 정신이 들었다. 아침에는 분명히 없었떤 신발자국을 보아하니 누군가 낮에 자신의 방을 다녀간것이 분명했다. ' 도대체 누가 ? ' 불안함에 그녀는 112버튼을 누른채 잠시 고민에 빠졌다. 신고한다고 경찰이 무엇을 해줄수 있을까. 없어진 물건도 없고 순찰 강화하겠다는 의미없는 대답만 오갈텐데 말이다. 지현에게 이정도로 위협이 올 정도라면 본인에게 성추무사건 제보자 역시 신변에 위협이 생긴게 분명했다. 그녀는 재빠르게 노트북을 켜 메일이 온것이 있나 확인했다. 퇴근 직전에도 없었던 그녀의 메일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었다. [ 새 메일 1건 ] 보내는이 : rosepiglet@hanmail.net 제보자가 보낸 메일이었다. 제목이 없이 보내진 그 메일을 열어봐도 되는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래도 그녀가 sos메일을 보낸거라면, 지현에게 경고라도 주려고했던 거라면 ? 떨리는 손을 움켜쥔채 지현은 메일을 열었다. 제목 : [제목 없음] 내용: 도마여쳐요 =========================================== 급하게 오타로 적힌 그녀는 분명히 도망치라는 경고의 메시지 였다. 지현은 마음이 급해졌다. 제보자가 건네준 핸드폰번호로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제보자는 본인이 혹시나 신변의 위협이 생길수 있어 핸드폰을 잘 켜놓지 않을거라고 했었고 그 핸드폰 역시 해지 예정이라고 했었다. 그래서 윤기자에게도 최대한 전화 대신 메일로 주고받으라고 했었다. 그런데 그 핸드폰이 해지도 아니고 꺼짐 상태도 아닌 전화를 아예 받지를 않는다니. 더군다나 본인에게 온 섬뜩한 메일을 보고 지현은 안절부절 못했다. 어떻게든 이 위험한 공간을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집이 더 이상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고 느껴진 지현은 일단 닥치는 대로 가방에 우겨넣기 시작했다. 노트북, 핸드폰 지갑 등 생계에만 필요한 간단한 옷가지를 가방에 우겨넣고 일단 집을 나서야했다. 안전한 곳이 없다고 느껴졌다. 수연에게서 받은 핸드폰까지 챙긴후 에야 지현은 구겨진 신발에 발을 넣고서 집을 나섰다. . 당장 갈곳이 없어진 지현은 급한 마음에 뛰쳐나온 집의 베란다를 한참을 쳐다보았다. 어쩌다가 내가 도망자 신세가 된거냐. 며칠전 자기에게 도착했던 협박 문자가 맘에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제보자에게는 별다른 협박이 없다고 해서 괜찮은줄 알았다. 그때는 본인이 그 사건을 취재한답시고 한영기업 임원들을 하도 쑤시고 다녀서 오는 문자이겠거니 했다. 1차 취재를 지현이 해서 겁을 주려고 별짓을 다하나보다 무시했다. 그런데 제보자가 연락이 되질 않는다니. 그저 손놓고 당하기만 해야하는건가 지현은 도무지 감이 오질 않았다. 지현은 그럼에도 챙겨온 담배에 불을 붙이며 행선지를 고민해야만 했다. 백팩에 일단 뭔가 다 넣어오기는 했는데 출근은 어쩌고 자신은 또 어디로 가야하는가. - Rrrrrrr- - [고딩동창 수연] “ 어 수연아. “ ‘ 미안해. 지현아 . 재촉할 생각은 없는데 혹시 조금 단서가 잡혔나 해서 마음이 불안해서 전화부터 걸었네. ‘ “ 그거 아는 기자놈한테 영상 보여줬어. 그놈은 아마 나보다 더 잘알거야. 그건 그렇고 수연아. 나 부탁좀 하자. 너네집 어느쪽이야? “ ‘ 왜? 무슨일 있어? 너희 회사하고는 별로 안멀어. ‘ “ 그럼 나 며칠만 재워줄수 있냐. ? 나 지금 좀 곤란한 상황에 빠진거같다야…. “ ‘ 정말 ?? 우리집 좁긴 하지만 며칠지내는건 괜찮아. 근데 ….. 무슨일인데? ‘ “ 그건.. 일단 만나고 얘기해줄게. 주소 좀 나한테 보내줄래? 나 지금 당장 가야할거같아 “ ‘ 그래. 톡으로 넣어줄게. 혹시 못찾겠으면 전화해 내가 마중나갈게 ‘ 지현은 속으로 살았다고 생각했다. 수연의 집은 생각보다 회사와 훨씬 가까웠다. 물론 좀 더 올라가야하는 곳이긴 했으나 월세살이는 본인이랑 별반 다르지 않았기에 굳이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동창회때 수연의 직업을 물어봤었던가. 지현은 일단 수연이 보내준 주소가 좀 더 계단을 올라야 하는 윗동네 임을 알고 가방을 고쳐맸다. 다행히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에 가려져 길을 헤맬때쯤 마중나와 있는 수연을 발견했다. “ 지현아~~!! 여기야 “ “ 아 김수연! 나와있었구나. 진짜 고맙다. 이 동네 올라오니까 헷갈리네 “ “ 그렇지? 여기가 그래도 집값이 좀 싸고 괜찮아. 출퇴근이 좀 고되긴 하지만. 들어가자. 배고플까봐 일단 밥도 해놨어 “ 남의 집에 와서 민폐인줄 알지만 허기짐을 참지 못한 채 지현은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며칠동안 따뜻한 밥을 먹어보질 못해서 지현은 수연이 차려준 밥상의 온기에 눈이 돌아가버린 것이다. 놓을 줄 모르고 숟가락질을 하던 그녀를 한참 보던 수연은 빙긋이 웃으며 천천히 먹으라며 물을 따라 주었다. “ 야. 너 이렇게 요리 잘했냐 ? 진짜 너네집으로 오길 잘한거 같애 “ “ 천천히 먹어. 찌개 더 있어. 하여튼 옛날부터 느꼈지만 너 진짜 수정이 닮았다니까. 잘 덜렁대는것도 그렇고 활발한것도 그렇고 “ “………” “ 아 미안. 너 잘먹는 모습 보니까 수정이 생각이 나서… “ “ 하긴 수정이가 맨날 그러더라. 니가 맨날 나랑 수정이 닮았다 그런다고. 가끔 너무 붙어다녀서 질투하는거 같다고 … “ “ 사실 그랬지. 근데 그 때는 그런거 표현하고 할 여유도 마음도 없었어. 어떻게든 나는 돈을 벌고 학교도 마쳐야 했으니까. “ “ 좀만 기다려봐. 내친구가 영상 밤새 파본다고 했으니까 . 오늘 아니여도 조만간 연락올거야 “ “ 그러고보니 그걸 안물어봤네. 너 무슨일이야 대체. 내가 물으면 안되는거야? “ “ 흠…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해야하나? 주거침입은 처음인데 일단 도망쳤어. 취재하다보니 대기업 놈을 쑤셔놔서. 지금 그래서 복잡해. 어떻게 되려는건지. 집에 누가 침입한거 같은데 경찰도 못믿겠어서 일단 도망치긴했어. “ “ 위험한거 아니야 ? “ “ 모르겠어. 일단 무서워서 튀어나왔는데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할까봐 … “ 그순간, 그녀의 주머니에 익숙한 진동이 울려퍼졌다. [ 윤기자 ] 였다.
낙태 종용... 결국 김선호 입장문 떴네요
김종민 예언가 설.jpg 김선호입니다. 입장이 늦어지게 된 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얼마 전 제 이름이 거론된 기사가 나가고 처음으로 겪는 두려움에 이제야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분과 좋은 감정으로 만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의 불찰과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그분에게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 분과 직접 만나서 사과를 먼저 하고 싶었으나 지금은 제대로 된 사과를 전하지 못하고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우선 이 글을 통해서라도 그분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습니다. 저를 끝까지 믿고 응원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도 실망감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었기에 김선호라는 배우로 설 수 있었는데 그 점을 잊고 있었습니다. 부족한 저로 인해 작품에 함께 한 많은 분들과 모든 관계자분들께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두서없는 글이 많은 분들의 마음에 온전히 닿지 않을 걸 알지만, 이렇게나마 진심을 전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무슨 일인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김선호배우 전여친 분이 네이트판에 올린 폭로글도 함께 첨부합니다. 길어서 못 읽겠다 하시는 분들을 위해 밑에 요약본도 있어요.. 저는 그의 전 여자친구입니다. 그냥 그의 인성만 쓰레기라면, 시간 아깝게 이런 폭로도 하지 않을 거예요. 티비에선 너무 다르게 나오는 그 이미지에 제가 정신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기에. 어쩌면 여자로서 개인적인 제 얘기도 낱낱이 밝혀야 하는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고 이렇게 글을 올리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전 아직 이별의 후유증뿐 아니라, 소중한 아기를 지우게 하고, 혼인을 빙자해 작품 할 때 예민하다는 이유로, 스타가 되었다는 이유로 일 방적인 희생을 요구했던 그의 인간 이하의 행동들로,, 정신적, 신체적인 트라우마가 심한 상태입니다. 김용건 배우님의 사건이나, 몇 혼전임신의 사건들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도 김용건님조차 낙태강요미수, 그리고 다른 아이돌 그룹 멤버는 책임을 느껴서 책임지려고 결혼한다고 발표하는데,, 제가 사랑했던 이 남자는 사람들이 다 선한 줄 아는데 일말의 양심과 죄책감도 없는 쓰레기더군요. - 지키지 않을 약속을 미끼로 낙태 회유를 하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더군요.. - 생각보다 이런 쓰레기들이 많다는걸 알게 되었어요. 헤어진 지 4개월이 넘어가며, 그래도 한번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할 줄 알았습니다. 정말 연기를 사랑해서 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지만, 어려웠던 그의 유년 시절 때문에, 그의 돈에 대한 집착은 엄청나고 타인의 시선에 대한 스타병도, 매사가 성공에 대한 집착으로 주변 사람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저한테만은 다를 줄 알았는데, 역시나 헤어지고도 돈 벌고 광고 찍고 스타가 돼서 광고 찍기만 급급했지 단 한 번의 사과나 반성도 없더군요. 저희는 2020년 초부터 만났습니다. 저희가 처음 만났던 때부터 지금까지의 카톡도 많이 남겨두었습니다. 여러 번 말도 안 되는 핑계들로 카톡을 지울 것을 요구했지만, 그게너무 이상해 대화 내용을 따로 저장해두었습니다. 보통 다른 사람들 기사를 봐도 저는 왜 피임을 제대로 안 했을까 라는 생각도 하던 사람입니다. 저 또한 만나는 동안 피임을 했지만, 몸이 안 좋아서 잠시 한두 달 끊었어야 했고. 그래서 상대보고 피임하기를 부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안에 하고 싶다고 얘기했고, 저도 위험한 날짜가 아니기에, 그리고 딱 한 번 이였기에, 허락했습니다. 그 한 번에 전 작년 7월 k배우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겁이 너무 많이 났습니다. 연애도 이렇게 숨어서 밖에서 손도 못 잡고 떨어져서 걷는데, 아기는 어떻게 배가 불러서 어떻게 혼자 키우지 싶기도 하고 제가 혼자 몰래 키우겠다고, 나중에 낳고 나서 발표해도 되는 거 아니냐고 까지도 제가 희생하겠다고 얘기도 해봤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궁이 약하고 몸이 약해서 아기 갖기 어려운 몸이라고 얘기를 들어 왔던지라 (임신도 낙태도 처음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이번에도 ‘’이 아기 낳았으면 좋겠어요, 다신 임신 못 할지도 몰라요. 지우면’ 이라고까지 말씀하셔서 저도 갑작스러운 임신이 당황스럽고 무서웠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용기만 준다면 낳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K 배우에게 병원에서도, 지금 아기를 지우면 다시 갖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고 그 자리에서 연락을 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여자가 있을까요..? 대부분의 남자가 그렇듯, 혼란스러워도 낳자는 책임지겠다는 말을 듣고 싶었습니다. 거기에 대한 그의 쓰레기 답변은 카톡 캡처로 남아있습니다. 물론 카톡으로는 그래도 설득하고, 책임도 질 생각이 있는것처럼 얘기했지만, 만나서는 전혀 달랐어요.. 그떄 당시 촬영중이던 그가 촬영을 마치고 저희 집에 와서 몇 날 며칠을 제 입에서 낙태하겠단 얘기를 들을 때까지 거짓 회유를 했는데. 그때가 임신 6~7주라 배가 너무 뻐근하고 아팠거든요, 분명 얘기했는데 그와중에 오자마자, “지금은 안에다 해도 되지 않느냐 하면서, 관계를 요구하며 안에 하더군요, 그리고 이제 니가 진짜 내 것 같고 내 가족 같고 그렇다고. 그러면서 “아기를 지우면 다신 가질 수 없다는 이유로 아이를 낳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거다” 말로는 너의 의견에 따르겠다고 했지만. “지금 아이를 낳으면 9억이라는 손해배상을 해야 하고 자기는 지금 당장 9억이 없다”고, 심지어, 손해배상할 광고도 하나도 안 찍었을 때고 드라마도 안 하고 있을 때였는데. 부모님 얘기까지 하며, 이 아이 때문에 연기 못 하게 되어서 부모님까지 길바닥에 앉으면 어떻게 하냐며 사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기를 낳는 거로 9억이란 위약금을 낼 필요도 없었는데 거짓 사실로 낙태할 것을 회유했습니다. “지금 이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를 원망할 것 같다고, 네 맘대로 하는데, 자기는 아이를 사랑해줄 수 없다”라고 협박도 하고.. 눈물까지 보이며, 결혼, 부모님 소개, 거짓 연기로 믿을만하게 약속했습니다. 그리고는 자기가 ‘아이는 지금 태어나지 않겠지만 원래 4년 뒤를 생각했는데 정확히 2년 뒤에 너와 결혼을 할 것이고, 자신의 부모님께 소개를 해주겠다고 그리고 내년에 동거부터 하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전.. 그 순간 망설였습니다. 전 아직도, 제가 용기 있게 저 혼자서라도 애를 키우겠다고 주장하지 못했던 걸 후회합니다.. 그러면 제 아이가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을까요? 그때 당시 제가 나중에 만약 헤어지게 된다면, 나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인데, 네가 연애하고 결혼하고 그런 기사를 보게 된다면 나는 못살 거 같다, 그런 아기까지 했는데, 걱정하지 말라던 그였습니다. 그 당시에 부모님 발언을 해서 어쩔 수가 없었는데, 이별을 경험해보니, 부모 핑계는 그의 18번이었습니다. 그의 말에 떠밀려가듯이 제 아이를 보내기로 어렵게 마음을 먹었고. 방송에서도 몇 번 언급했던 유일한 친구이자 동생인 연극배우 xxx한테 얘기해 자신이 직접 병원에 동행하지 않고, 본인은 차 안에 있고 그의 지인을 아이의 아빠인 척 보냈습니다. 돌아보니, 그는 끝까지 치밀했습니다. 그 와중에. 그 당시에는 제가 할 수 있는 배려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참 바보 같았습니다. 그렇게 눈물을 삼키며 제 인생에 다신 오지 않을 아이를 보냈습니다. 아이를 지운 후 k배우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수술비와 병원비 200만 원만 딱 보내줬고, 저도 더 바란 게 없습니다. 그걸로 협박도 투정도, 원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예민한 그와의 사이가 벌어질까 봐 무서워서요. 그래도, 병원 영수증 병원 통원한 것 정도는 제가 알려줘야 할 거 같아 어떻게 그 돈이 사용됐는지, 영수증을 첨부해서 병원 다녀오면서 자연스럽게 보통 때처럼 인증을 했는데, 그는 갑자기 버럭 이거 왜 보내는 거냐면서, 죄책감 느끼라는 거냐 뭐냐며 미친 듯 화를 냈지요. 오히려 정신적, 신체적 피해와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 건 저인데, 원인 모를 일의 스트레스로 인한 짜증, 감정 기복, ‘저보고 아이 지웠다고 유세를 떠냐는 식의 태도..’ 아이를 지우기 전에는 결혼을 하겠다, 같이 살겠다고 했던 남자가 아이를 지우자마자 작품을 핑계로 온갖 예민한 짜증에 감정 기복을 부렸고 그 당시에는 K 배우가 작품 때문에 힘든가 보다 하고 참으며 이해해주었습니다. 정말 사랑했으니까요.. 배우들은 다 이런 줄 알았어요. 저는 아이를 지운 후유증으로 몸도 많이 변화한 상태였고,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이 컸습니다. 너무 힘들었지만 K 배우의 작품만 끝나고 같이 살자는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힘든 그의 옆을 지켰습니다. k배우는 자기는 작품 들어가면 예민해져서 주변 사람들이 다 안다고, 조심해달라고 촬영 기간 내내 그렇게 저의 희생을, 본인이 짜증 내고 본인 맘대로 하는 걸 합리화했습니다. 만나는 동안의 8개월을 촬영했고, 그걸로 떠서 쉴새 없이, 저는 내조만 하고 그는 항상 예민했습니다. 작품 끝나면 해외여행 가자, 같이 살자, 자기가 잘하겠다. 작품만 끝나면,, 그렇게 연말까지만 해도 미안 해는 하던 사람이 연말부터는 자기가 이렇게 떠서 일들이 밀려올 줄 몰랐다며, 광고를 찍으면서 뻔뻔해졌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짜증이 잦아졌고, 저는 입에 미안하단 말을 달고 살았고, 이유도 모르고 그냥 맞춰줬습니다. 제가 알았다고 하면 상황 얘기도 안 듣고 알았다고 한다고 혼내고, 문자를 그냥 평범하게 보내면, 자기 기분 나쁘면 문자를 이렇게 보내냐고 갑자기 지적하고, 항상 짜증 내고 변화무쌍한 기분에 반응하면서 살았습니다. 오늘은 또 뭐에 트집을 잡을까 그러면서도 당연히 가족이라고 생각하니깐 그렇게 참고 맞추게 되더라고요. 그때도 지금도 든 생각인데, 항상 자기 주변 스타일리스트나 매니저 등등 수족처럼 기분, 태도, 모든 걸 다 맞춰주니깐 부모님과 몇 안 되는 친구들까지 그렇게 맞춰주는 게 당연한 줄 아는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을 만나고는 다시는 얼굴에 분칠하는 사람 만나지 말자는 마음이 확고하게 들었습니다. 그는 싸우면 항상 너랑 헤어질 거야 라고 한다던가, 그런 협박, 자기가 원하는 걸 쟁취하기 위해 상대에게 그런 말 하기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티비 이미지와 다르게, 욕도 꽤나 잘했습니다, 저는 단 한 번도 욕을 한 적이 없었는데, 그는 신발, 등등 제 앞에서 위협적인 욕을 한다든지 행동을 한다든지 그럴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단 한 번도 욕이나 헤어질거라는 말로 상대를 가스라이팅 한 적이 없습니다. 본인은 안 그러려고 노력했지만, 인기를 얻으니 갑자기 사람이 더 달라지기 시작했고. 말투나 행동에서 알지 못하는 새로운 모습들이 보였고 괴리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전 그를 사랑했기에 많이 이해해 해주고 기다려주었습니다. 그는 언론에서는 여자친구가 없다고 밝혔고 연예인들이 으레 하는 이미지 메이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뷰에서 거짓말해서 미안하다고 한 적도 있었지만, 그의 거짓말은 방송에서뿐 아니라 현실에서 연락 오는 여자 연예인들, 친한 연예인들한테까지 계속되는 걸 보고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그의 인기와 오직 그를 위해서 숨어서 그를 만났습니다. 마음고생 많이 했습니다. 주가가 올라가며 여자 연예인들이며 광고며 어디서든 인기가 많아졌고 실생활에도 이어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그의 숨겨진 여자친구였으니까요. 왜 그렇게 예민하게 못 믿냐고 구는지 왜 솔직하고 거짓말 안 하는 척 했는지 지나놓고 보니 이제 이유를 알 거 같아요. 그때 낙태한 후라, 정신적으로 저도 너무 약해지고 자존감도 낮아진 상태였고, 핸드폰으로 찍어둔 것도 있어요. 그 대화 내용. 그렇지만 문제가 될 거 같아 첨부는 하지 않겠습니다. 티비 속 이미지와 다르게 그는 냉혹하고 정이 없었습니다. 매일 같이 일하는 사람들 욕하기 일수였고, 왜 그가 그렇게 친구들도 얼마 없는지도 알것 같았스빈다. 티비에서 존경한다고 했던 선배 배우도 너무 별로라고 얘기했습니다. 물론 본인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해 준 그 작품도, 새로 들어갈 작품도  이름부터가 너무 별로라고 처음 시나리오 줬을때랑 제목이 바뀌었는데 이름 다시 안바뀌면 (본인이 주인공인게 티가나는 제목이였음) 안 한다고 할거라고 소속사에 그러던 그였습니다..  저 같으면 같이 일하는 동료들 욕은 제 얼굴에 먹칠하기라 안할거같은데 작가 욕, 감독 욕,,, 심지어 ‘감독이 예술을 하기 시작했다’며 같은 장면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이는걸 비아냥거렸고, ‘감독이 도른자같아’ 라는 말도 서슴없이 했습니다. 작년 드라마도 시작하기 전부터 찍고 방영 나가고서도,  그냥 드라마 안 한 셈 치겠다며 작품도 다 별로라고 하던 그였습니다. 촬영하면서도 어르고 달래고, 드라마 자체가 유치하고 별로라며,  자기 커리어에서 없는 거로 쳐야겠다며 캐릭터도 맘에 안 든다고 하던 그였습니다. 감독님뿐 아니라 같이 일하는 배우들 칭찬보다 욕을 더 들은 거 같고요. 잘되고 나선 감독님께 인생 캐릭터를 주셔서 감사하나는 둥의 역겨운 멘트를 하더라고요. 상대역들도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며 외모로 평가했고, 상대역이나 배우들 연기를 너무 못한다, 한물갔다고 평가했었죠. 지금은 인터뷰에서 보면 너무 달달하게 잘하던데 역겹네요. 드라마로 뜬 다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한 핑계를 대며 자기 핸드폰에서 제 사진을 다 지우고, 제 이름도 남자로 바꿔놓고 제 핸드폰 카톡도 계속 나가기 해서 지우라고 하고, 제 컴퓨터의 사진들도 자기 손으로 직접 선별하고 지웠습니다. 연말에 주가가 높아만 가고 있을 때. 소속사에서 디스패치의 우리 연애가 찍혔다고 말하면서 저와의 관계 때문에 소속사에서 힘들어한다. 저보고 조심하지 않았냐며 화를 내었고 연애 관계의 비밀이 새 나가고 있어서 자신이 힘들다, 버티기 힘들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혹시라도 기자들에게 세어 나갈까 봐 저에게 같이 찍은 사진을 지워 달라고 하고 카카오톡을 나가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제 컴퓨터에서 직접 본인 사진을 지우기도 했고요. 저도 순진해서 그때 저와의 관계가 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일을 그르칠까 봐 움츠러들었고 제가 죄인인 마냥 그렇게 해주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k배우는 제가 낙태를 한 이후부터 저와의 흔적들을 지워가고 있었습니다. 교묘하게요.. 증거를 없애고 있었습니다.. 그런 흔적을 지운 후에는 여러분이 예상했다시피 못 보는 횟수가 늘어가고... 생각할 시간이 1달이 추가되고.... 어느 날 갑자기 이별을 일방적으로 통보 받았습니다... 자기를 지금 자리에 있게 해준 드라마 동료들에 대해서도 좋은 소리를 한적이 거의 없습니다. 서브 여주는 너무 못생겼다. 촌스럽다. 다른 조연 남자는 싸가지가 없다 등등, 그리고 전에 같이 드라마 촬영했던 여자배우들은 대부분 먼저 자기보고 좋다고 했다며 유명한 모 배우를 얘기하며 못생겨서 자기한테 좋다고 고백했는데 거절했다며.. 남들 얘기 좋은 걸 하는걸 본적이 없습니다. 모든 연예인들이 그렇듯 그도 팬을 아끼는 연예인의 이미지였지만, 실상은 팬이 준 아이폰 고마워하는 게 아니라 도청 깔아 놨을까 봐 무섭다고 같이 프로그램 출연하는 형한테 한우 세트 받고 주고, 받은 꽃들이나 등등 그렇게 고마워하지도 않는 사람입니다. 편지는 읽지도 않고 다 버렸고, 별로 감동하는 법도 없었어요. 보면. 잘되면 본인이 잘돼서 그런 거, 못되면 남 탓한다고들 하죠,  이 배우도 말은 정말 니 덕분에 이거 선택해서 니 덕분에 정말 자기가 잘된 거다 라고 했던 사람이, 돈이 통장에 꽂히고 그 돈에 제가 위협이 될 거 같으니 바뀌었습니다. 열애설이 나고 어쩌면 위약금이 어쩌고 하면서 저를 덜 만나고,  저보고 벌을 받아야 한다며 한 달을 또 통화만 하고 안보는 걸로 벌을 주고 그동안에 본인은 광고 찍어서 들어오는 돈으로 쇼핑하고 이사할 생각만 하고. 정말 스타가 되면 허영심이 든다는 그 자체를 보고 느꼈습니다. 저는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항상 그가 잘되기만을 바랐습니다. 뜬 이후에 항상 그의 시간에 맞춰 언제 올지 몰라, 대기하고 친구들도 못 만나고 집에만 있고, 그가 올 때면 집안 창문 전체에 전지를 붙여놓고, 007 작전으로 항시 대기했습니다 그마저도 나중엔 이주에 한 번 겨우 보았어요. 그렇게라도 몇 달을 유지했던 건 미래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희생을 했던 거고요. 어떤 프로그램에서 소리를 질러 문제가 됐던 거 저는 속으로 웃었습니다. 그게 그의 진짜 모습중의 하나이기도 했으니까요. 자상하고 잘하는 모습도 물론 연인사이였으니 있었지만, 가까워지고 나서의 또다른 모습은 막말도하고, 남의 칭찬보다 험담을 즐겨하고, 철저하게 자기가 중심인 이기적인 사람이였습니다. 4월 말일부터 피 말리는 한 달의 희망 고문 시간 이후, 5월 말 새벽 3시 보통이면 잘 시간에 전화해서 다짜고짜 “너 녹음할 거 아니지? 나 협박할 거 아니지? 넌 내가 만났던 사람 중에 가장 선하고 착한 사람이야 니가 그 밝은 모습 지켰으면 좋겠어, 아주 나중에 오랜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볼수있음 좋겠다, 그렇지만 자길 기다리지 말아라. 자기는 새로운 여자 만날 거다 연애도 할 거고, 니가 날 기다리는 것처럼 보여서 정이 떨어졌다. 저한테 마음이 떠난 건, 제가 본인이 자주 쓰는, 저한테 쓰라고 직접 보내줬던 스마일 이모티콘을 시간 갖는 중에도 계속 써서 소름 끼쳤다” 그게 자기 것도 아닌데…. 자기랑 아직도 만나는 것처럼 사람들이 오해하게끔 했다나. 혼인빙자, 낙태 회유까지 했던 사람이, 제가 어떻게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이였는데, 이렇게 전화 한 통으로 헤어지자고 하냐고 우니깐. 반협박, 핑계 등등으로, 자기한테 파파라치들이 붙어있을 수도 있는데 마지막으로 만났다가 자기한테 금전적인, 인기 면에서 손해가 오면 어쩌냐고 신경질을 내더군요. 새벽에 전화 한 통으로 끝낸 게 그와의 마지막이었습니다. 하늘나라에 보낸 아기를 대신에 그가 원해서 입양했던 서로의 이름 한자씩을 딴 우리 강아지도, 이제 너 혼자 책임져야 해 라고 무심하게 한마디가. 끝이었고요. 저한테 잘못했던 낙태했던 얘기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나 언급 없이, 혹시라도 제가 그 얘기 꺼낼까 봐 머리 쓰면서, 협박과 회유로 헤어짐을 일방적으로 통고했습니다. 헤어진 지 얼마 안 돼 더 기겁을 했던 건 헤어지자고 저한테, 전화로 통고했던 날에도 그 날인지 다음날인지 친구랑 백화점에서 (쇼핑, 명품을 좋아해요, 인터뷰에도 옷을 좋아한다고 할 정도로) 팬에게 사인을 해줬더라고요. 나중에 디씨 팬분들 인증에 올라온거 보고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결혼을 생각하고, 혼인을 빙자해 아기까지 지우게 했다면, 그리고 그 여자가 다시는 아기를 가질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의사한테 들었던 걸 아는 남자가 헤어진 뒤에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애도? 예의는 아니지 않을까요? 저는 진심 담긴 우리의 지난 세월, 저의 희생, 마지막엔 기자들 때문에 예민한 그 때문에 사람들 몰래 부동산 비용까지 위약금까지 물어가며 이사하고, 자동차 번호판도 바꾸고 모든 걸 그에게 맞췄습니다. 본인 때문에 이사한 것도 알고 미안하다고 한 그 사람, 이사하자마자 와보지도 않고 와봐야 하는데 말만 하다, 결국 자기 광고 위약금 무서워서 저와 강아지를 무책임하게 버린 것에 대한 후회라도 하길 바랍니다. 이렇게 글이라도 쓰지않으면 제가 앞으로의 제 인생에 있어서 평생 그가 저에게 준 아픔의 그늘속에서 제대로 된 삶을 살수 없을것 같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추가 전 어떤 댓글도 썼다가 빛삭한적 없습니다. 포토샵을 하면서까지 제 댓글이라고 사칭하는 의도가 다분히 궁금하네요 이 정도 글만으로도 그분은 알겠죠. 글쓴이인 저는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런 댓글을 달았다 지운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사진을 올리라고 하시는데 그건 어렵지 않아요. 사진은 정말 많으니까요 ^^ 하지만 사진과 증거를 바로 올리지 않은 이유는 법적인 이유 때문에 올리지 않은것뿐 지금 고민중에 있습니다. 사진까지 올려야하는지...쉽지만 신중해야죠. 저는 일년넘게 죄책감과 고통속에 시달렸고, 쉽게 결정하고 욱해서 쓴글이 아닙니다. 저 k모 배우가 김선호가 아니냐는 추측이 돌았고, 김선호 소속사에서는 알아보고 입장 발표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폭로글이 올라오고 3일이 지난 오늘에야 김선호의 입장문이 나왔고, 결국에는 모두 진실이었네요ㅠㅠ 이렇게 오래 걸린 걸 보면 전여친분과 합의가 안된듯.. 요약 : 김선호 착하고 순한 이미지로 인기 얻었는데 이미지 망했네요 가스라이팅에 낙태종용을 위한 거짓말에 협박에.ㅜ 어느 김선호팬의 절규.jpg 그리고 1박 2일도 하차하기로 했다는군요,, https://entertain.v.daum.net/v/20211020112342074 1박2일 멤버복 너무 없다 여러모로 민폐 장난 아니네요ㅠㅠ 그나마 갯차는 막바지라 너무 다행이야
신화 속의 신비한 존재들 I
* 골렘 (Golem) 흙으로 만든, 움직이는 인형. 골렘. 폭정을 일삼던 왕 때문에 괴로워하던 유태인들이 수호신으로서 진흙으로 인형을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신성한 의식을 치루고, 진흙을 반죽해 인형을 만든 다음, 생명의 주문을 외우고, 어떤 문자를 쓴 양피지를 입술에 붙이면 인형이 살아움직인다고 합니다. 혼이 없고 말도 못하지만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명령을 따른다고 해요. 또 집 밖에 나가선 안된다거나 낮에만 움직이라는 등의 제약을 걸어야만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골렘의 폭주가 시작되지요. 입술에 붙인 양피지를 떼어내면 골렘은 움직임을 멈추고 휴식을 취한다고도 해요. 생명의 창조. 신을 따라한 행동이기 때문에 골렘에 대한 이야기 대부분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최초의 골렘이 신이 만들어낸 아담이라는 말도 있답니다. * 살라만드라 (Salamander) 샐러맨더 혹은 화사(火蛇)로 번역되는 살라만드라는 불 속에 사는 작은 용을 말합니다. 불 속에 살면서 불을 끌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신비한 생물이지요. 처음 살라만드라에 대해 알려진 것은 12세기 중반 아비시니아의 프레스터 존 왕이 비잔틴 황제에게 보낸 편지에서였는데요. 이렇게 쓰여있었답니다. "우리들의 왕국에는 '살라만드라'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살라만드라는 불 속에서 살며 누에고치를 만드는데, 왕궁의 귀부인들은 이것으로 실을 자아서 천을 짜거나 옷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이 실을 깨끗이 빨기 위해서는 불 속에 던져야 한다." 반면, 살라만드라는 엄청난 독성을 가진 걸로도 유명합니다. 살라만드라가 한번 휘감은 나무의 열매는 모조리 독이 오르고, 우물 물에 빠지면 그 물 속에 독이 번지므로 그 과일이나 물을 먹고 마신 사람은 모두 죽는다고 하네요. 중세시대 사람들은 도롱뇽을 살라만드라라고 믿어서 그 가죽으로 방화복까지 만들었다고 해요. * 그렘린 (Gremlin) 그렘린은 고블린의 일종인데요, 높은 산에 살며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합니다. 그렘린은 기계에 관심이 많고 좋아해서 비행기 기관부에 몰래 숨어 들어간다고 해요. 해박한 지식으로 인간에게 발명 힌트를 주었지만 자신들의 협력을 인정하지 않았던 인간들에게 화가 나서 장난을 치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말썽꾸러기 이미지가 생겨났지요. 엔지니어들은 비행기 등의 기계가 고장난 것을 '그렘린 효과(GE)'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처음 이 효과를 확인한 사람들은 19세기 말, 영국의 프렘린이라는 양조장 기술자들이었고요, 도깨비를 뜻하는 '고블린'과 '프렘린'이라는 이름이 합쳐져 그렘린이 되었다고 해요. * 가고일 (Gagoille) 머리는 새, 몸은 인간, 날개를 달고 있는 몬스터, 가고일입니다. 가고일이라는 말은 고대 프랑스어로 '목'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신화 속의 가고일은 저승세계에 살면서 빗물을 모으는 풍요의 괴물이며, 보다 높은 지위의 영을 지키는 존재라고 해요. 가고일의 형상은 간혹 교회 지붕에서도 볼 수 있는데요, 믿음 없이 사원을 찾아오는 자들을 잡아먹는다는 위협과 동시에, 악령을 쫓아내는 부적의 역할도 한답니다. * 메두사 (Medusa) 얼굴만 마주쳐도 돌로 굳어버린다는 무시무시한 마녀 메두사. 우리에게 잘 알려진 메두사의 특징은 온통 뱀의 모양을 한 머리카락인데요. 사실 메두사는 머리카락이 아름다운 미소녀였다고 해요.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아테나 신전에서 사랑을 나누다 아테나 여신에게 걸려 무서운 괴물로 변하게 된 메두사는 훗날 페르세우스에게 목이 잘리게 되기도 합니다. 고르곤 세 자매 중 유일하게 불사의 능력이 없던 메두사는 이때 죽게 됩니다. 그녀의 피가 바다에 뿌려지고 그걸 가엽게 여긴 포세이돈은 그 피와 바다의 물거품으로 하늘을 나는 생명을 만들었고, 그게 바로 천마 페가수스입니다. 연휴 즐겁게 보내고 계신가요? 혹시 심심하시다면 스낵북에 들러주세요, 재미있는 소설들이 많이 있답니다~!
Chapter 63. 지켜줄게요.
"뭐하는 짓이야!" 가게 문이 활짝 열리곤 화난 음성이 들렸다. 로라도 수정도 모두 놀란 눈으로 입구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곳엔, "오빠!" 기태가 서 있었다. 기태의 등장에 수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로라는 그런 기태를 물끄러미 응시할 뿐이었다. 그녀의 표정엔 아무런 색깔도 없었다. "나와. 네가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와서 앉아 있어!" 하며 기태는 우악스럽게 수정을 잡아끌었다. 로라는 덤덤히 그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 여자였다며? 버젓이 옆에 두고, 날 바보 만들었더라?" 수정은 악을 쓰며 기태를 세차게 노려보았다. 기태는 그런 수정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상처받은 얼굴로 앉아있는 로라를 내려다보았다. 기태의 시선이 로라에게 향해 있다는 걸 깨달은 수정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와. 너 지금 실수하는 거다." "실수는 내가 아니라 오빠가 하고 있어요." "근데 그게 왜? 네가 뭔데. 이젠 아무것도 아니지 않냐?"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냉정한 그였다. 수정은 이번엔 로라를 세차게 바라보았다. "그쪽이 오빠 부른 건가요? 흑기사 노릇이라도 해달라고?" "뭐라…구요?" "아까는 잘도 얘기 하시더만요? 왜 지금은 입 꾹 다문 채 피해자 코스프레 하시나요?" "이봐요!" "사과 못 한다면서요! 어쨌든 당신, 복수니 뭐니 그깟 핑계 대가며 오빠 곁에 남으려 한 건 사실이잖아! 버젓이 내 존재 알아 놓고서도!" 수정의 말에 로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정 앞에 섰다. 수정은 지지 않고 로라를 응시했다. "복수니 뭐니 그깟 핑계는 댔지만." "……" "나 그것 마저도 더러워서 관두고 끝냈습니다. 당신 오빠랑." "……" "정 그렇게 궁금하시면 당신 오빠한테 직접 물어보시던가요."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로라였다. 기태는 그런 로라만 응시한 채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한 눈에 보기에도 안절부절 못하는 기태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던 수정은, 자신이 지금껏 알던 기태가 아닌 듯 낯설게 느껴졌다. "오빠…내가 알던 오빠…맞아?" "……" "대체 왜 이러는 건데…어? 왜 이러는 거냐구요!" 수정이 울부짖으며 기태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그런 수정을 여전히 거들떠도 보지 않고 기태는 연신 무표정의 수정을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로라씨." 수정이 울부짖을수록, 기태는 더욱 로라만 바라보았다. 그런 기태가 원망스러운 수정이었다. 그런 로라가 괘씸한 수정이었다. "왜 저 여자한테 사과를 해? 같이 즐겼잖아! 같이 행복했잖아!" "조용히 하지 못해?!' "사과는 나한테 해야 하는 것, 아냐?" "왜지? 난 너에게 충분히 내 마음 설명했고." "……" "이별까지 고했지만, 떠나지 못한 건 내가 아니라 너 아니냐." 로라는 싸늘한 눈빛으로 기태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의 앞에서 아웅다웅하는 둘의 모습이 이내 보기 싫어졌다. "사과 하려면 네가 해야지. 너 때문에 내가 로라씨를 잃게 된건데." "뭐…? 나 때문에 잃어…?" "그만들 하세요. 나가주세요." "이봐요, 오로라씨. 그렇게 당당할 입장 아니거든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못 당당할 이유는 뭐죠? 나, 그 쪽에게는 화내고 싶지 않습니다. 돌아가 주세요." "타이밍이 안 좋았던 겁니다, 로라씨." 돌아서는 로라를 향해 기태가 애원했다. "오빠!" "타이밍이 안 좋았을 뿐. 정말 로라씨에겐 티끌의 거짓 감정은 없었습니다." "타이밍이라…" 로라는 타이밍을 운운하는 기태를 싸늘한 시선으로 돌아보며 타이밍이란 세 글자를 낮게 읊조렸다. "그 개 같은 타이밍 때문에." "……!" "나는 내 사랑을 배신당해야 했고." "……." "그 개 같은 타이밍 때문에." "……" "사랑도 배신당했는데, 사과까지 해야 하네요." "…로라씨." "그만." 로라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한 걸음 다가오는 기태를 피해 한 걸음 물러났다. “그만 하세요.” “…….” “충분하잖아.” “…….” “내 꼴 우습게 만들었고, 나 아프게 만들었고.” “……” “그래서 그만하겠다고, 당신 손 놓은지 오래고.” “…….” “그런데 당신이야 말로, 이별을 고한 날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거잖아.” “……” “그래서 그런 당신 때문에.” “…….” “나는, 나와 당신을 헤어지게 만든 그 여자에게.” “……!” “미안하다, 사과까지 해야 하고.” “…….” “나도 억울해 죽겠는데! 욕까지 들어 먹고 있잖아. 비참하지 않아, 내 꼴이?” “…로라씨.” “그 이름도 더는, 부르지 마.” “…….” “그만해…제발…그만 해줘.” 애원하듯 그리 말하는 로라의 검은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울지 않기 위해 애썼다. 여기서 울고 싶진 않았다. 울어도, 이 둘이 없는 곳에서 울고 싶었다. 여기서 눈물까지 보인다는 건 로라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 일이었다. 기태는 그런 로라를 죄스런 마음으로 응시하다, 이내 눈물이 뿌옇게 차오르는 그녀를 애써 바라보지 않았다. 대신 수정의 손을 우악스럽게 잡아끌며, 그녀의 말대로 그녀를 혼자 두게 하려 했다. “가자.” “못 가.” “양수정!” “똑바로 말 해. 오빠도 여기서 똑바로 말하세요.” “뭐를 대체!” “이 여자랑 끝내겠다고!” “아니, 못 해.” “오빠!” “결혼도 하지 않겠다, 너희 아버지께 직접 말씀도 드렸고!” “…….” “내 마음도 확고한데! 대체 너는 왜!” “……” “왜…날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거냐.” 기태가 그렇게 수정에게 윽박을 지르고 있던 그 때, - 땡그랑. 굳게 닫혔던 가게 문이 열렸다. 로라는 황급히 떨어지는 눈물을 손등으로 문지르며 입구를 응시했다. 수정과 기태 역시, 서로를 응시하던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곤 땡글아, 소리가 나는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왜 자꾸 너희.” “……!” “내 여자 친구 괴롭히냐.” “…구도발.” “죽을래?” * * * “어머니…, 어떡하면 좋죠. 도헌이 마음…완전히 돌아선 것 같은데요.” 지혜는 입술을 악물며, 한숨을 내쉬었다. 도헌의 친모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저리 냉정할 땐, 지 애비를 똑 닮았다니까.” “…….” “그래도 걱정 마라, 지혜야. 시간이 지나면 저 녀석 다시 너한테 돌아갈 것이니까. 삼 년이란 시간이 얼마나 길고 큰 시간인데.” “…….” “지금이야 네가 괘씸해서 저리 냉정하게 대하는 거지만, 또 달라. 시간이 지나고 네 허전함을 느끼면 다시 연락 올 거니.” “…….” “걱정 말고 있어.” “예…어머니.” 지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연신 도헌이 사라진 문 쪽을 바라보며 로라의 얼굴을 떠올렸다. 자신 대신 이젠 도헌의 옆에 있는 그 여자의 얼굴. “그런데 집에선 뭐라고 하시니? 이 사실…아셔?” “아뇨. 아직 도헌이…귀국한 것도 몰라요.” “…다행이다. 사돈어른 아시면…괜히 걱정만 하시지.”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을. 사돈어른께서 우리를 신경 써 주신 게 얼만데. 앞으로도 모르시게 네가 알아서 잘 둘러대. 결혼은 어떻게든 할 수 있게 할 테니.” 지혜는 그런 도헌의 친모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도헌이 이번 달 유학 생활비…” “어?” “어제 집에서 주셨어요. 어머니 계좌로 입금해드릴게요.” 지혜의 말에 도헌의 친모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도헌의 유학 경비며, 매달 생활비를 지혜 집에서 꼬박꼬박 도헌의 모에게 주고 있었다. 도헌의 집안 사정이 어려운 것은 아니었으나, 그 돈을 도헌의 친모는 받아 챙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당연, 지혜 집안에선 도헌이 지혜와 결혼할 사이니 돈을 챙겨주는 것을 당연한 일이라 여기고 있었다. 자신의 딸이 그토록 좋아하는 남자니, 딸을 봐서라도 챙겨주는 것이었다. “미안하구나.” “…아니에요, 늘 그랬듯 도헌이는 절대…절대 모르게 해야 해요. 이번에 이런 일까지 터졌는데, 어머니가 그 돈 받으시는 거 알면…” “당연하지. 성질 머리 더러운 그 자식 알면 집 안이 발칵 뒤집어 질 건데.” “그런데…아버님께선…” 지혜는 조심스레, 도헌의 아버지를 물었다. 그러자 도헌의 친모는 흐음…,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찌해서 네 일을 알게는 되었다만…반응이 좋진 않으시지.” “…어떡해요, 어머니.” “그래도 그 양반은 내가 밀어 붙이면 되니까 걱정 마.” “…애써 주셔서…감사합니다. 죄송하구요.” 지혜는 한숨을 내쉬었다. 도헌의 친모가 아님 이젠 와장창 끝이 나 버릴 사이. 지혜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돈으로라도 도헌의 친모를 매수해야만 했다. 그것이 진정 사랑이 아닌 줄 알면서도…, 그것의 결말은 처참할 것 역시 알면서도. * * * “구도헌씨.” 도헌은 싸늘한 눈빛으로 저벅저벅 가게 안으로 들어서더니, 이내 눈물범벅이 된 로라 곁에 섰다. “하여튼. 나만 없으면 일이 생겨요.” “…….” “이러니 내가 우리 자기를 두고 일을 볼 수가 없지.” “…….” “이 아줌마는 뭐야. 아~. 차 선생, 퍼스트?” 무례할 수도 있는 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으며 도헌은 수정을 향해 고갯짓을 해버렸다. “이봐요! 퍼, 퍼스트라니요!” “왜. 세컨드인가? 아니잖아?” “이보세요!” “아. 영어가 맘에 안 들어서? 오케이. 첫 째 여자. 됐습니까?” “구도발. 그만 해.” 도헌의 말에 수정은 금세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곤 말끔한 모습의 도헌을 위 아래로 훑더니 기태를 올려다보는 수정이었다. “오로라씨 남자 친구 분 같은데. 오빠도 알고 있었어?” “알다마다. 님 남친이 나랑 오순도순 같이 먹으라고 저 김밥 싸준 건데?” 도헌은 피식 웃으며 기태가 준 도시락 통을 가리켜 보였다. 그러자 수정은 그런 도헌을 한 번 흘겨보더니 이내 기태가 한심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니 오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에 대한 궁금증 해소는 나가서 해주시겠습니까?” “뭐라구요?” “난 우리 자기랑 점심 먹어야 해서. 그럼.” 하며 도헌이 수정의 등을 떠밀었다. 그러자 기태는 그런 도헌을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더니 이내 발걸음을 옮기며 나지막이 로라를 향해 읊조렸다. “미안합니다. 로라씨.” 도헌은 그런 로라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로라는 무표정한 얼굴로 코끝이 빨개진 채 땅바닥만 응시하고 있었다. 도헌은 그런 로라의 손을 꼭 잡았다. “……?” “울지마요.” “…안 울거든?” “앞으론 쟤네가 못 괴롭히게.” “…….” “내가 옆에서 꼭 지키고 있을테니까.” * * *
빙글에 새로운 웹툰 & 웹소설이 찾아옵니다!
빙글러 여러분들! 최근 빙글에서 매주 일어나고 있는 연쇄폭발 사건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월요일] 센스 甲 애소 작가의 <피시 in 애소>로 소통폭발 [화요일] 무에서 유를 만드는 권권규 작가의 <만들며 사는 삶>으로 드립폭발 [수요일] 심장 폭격하는 빙글냥 말랑이와 집사 째리의 <말랑한 째리>로 귀염폭발 [목요일] 메밀&애소&째리작가의 덕심자극 만화 <어썸데이툰>의 매력폭발 '빵' 터지며 빙글러들의 일상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는 <빙글 웹툰> <빙글 웹툰>의 라인업에 새로운 작품이 추가되었습니다! [금요웹툰] 호룔로( 작가 <룸메이트> ▷ 컬렉션 바로가기 개강 이틀 전, 아슬아슬하게 룸메이트 구하기에 성공한 21살 공대녀 김솔안. 산뜻하게 새학기를 시작하는 그녀의 마음엔 기분좋은 설렘이 가득 차올랐다. 어렵게 구한 룸메이트가 남자... 그것도 너무나 잘생긴 남자라는 걸 알게 되기 전까지는! 21살 공대녀 '김솔안'과 두 남자의 청춘로맨스를 그려나가는 웹툰 <룸메이트>가 6월 23일 금요일부터 연재됩니다. 호룔로 작가님의 컬렉션 미리미리 팔로우 해두는 것 잊지 마세요! [수요/일요 웹소설] 치뉴 작가 <마지막 마녀의 심장> ▷ 컬렉션 바로가기 기억을 담은 심장과 그 심장을 잃어버린 마지막 마녀. 그런 그녀를 기억하는 두 남자. "당신이 원하는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 그녀는 더는 존재하지 않아요." "너는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난 너를 사랑해." 기억을 담은 심장을 잃어버린 마지막 마녀의 이야기. 흥미진진한 판타지 세계관 속 피어나는 로맨스가 매력적인 <마지막 마녀의 심장>이 6월 18일 일요일부터 연재됩니다. 치뉴 작가의 <마지막 마녀의 심장>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월요 웹소설] 신화그녀 작가 <그 '놈'을 뺏겠습니다.> ▷컬렉션 바로가기 모든 걸 다 갖춘, 그래서 ‘여자 친구’까지 이미 갖추고 있는 그 놈, 본격 내 걸로 만들기 프로젝트! 애인 있는 남자 건드는 x들은 극혐이라고 혀를 끌끌 차던 ‘오로라’ 그녀가, 멀쩡히 여친 있는 그 놈을 뺏고 말겠다고 선포한다?! But ! 사이다 같은 그녀에게도 그럴만한 ‘사정’은 있었으니… 사이다 美 폭발하는 여주인공 오로라의 그 '놈' 뺏기 프로젝트! 복잡한 그 '놈'과의 애정사에 잘-생긴 연하남까지 가세하는 흥미진진한 로맨스 스토리. 6월 19일 월요일부터 연재되는 <그 '놈'을 뺏겠습니다.>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Q.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A. 아래와 같이 빙글 홈피드의 ‘웹툰/웹소설 콘텐츠 그룹’을 통해 서비스됩니다. [Q. 제 만화/소설도 연재하고 싶어요!] A. 빙글러들에게 웹툰/웹소설을 선보이고 싶은 작가님들의 제휴요청을 기다립니다. 특히 빙글의 각 커뮤니티에 연재중이신 재야의 작가님들! 지금 빙글 웹툰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빙글 웹툰 콘텐츠그룹에 웹툰 제휴를 희망하시는 작가님은 아래의 링크를 통해 지원하실 수 있습니다. 지원하러 가기 (*작가/작품 발굴 및 연락에 많은 도움을 주신 @sousuke 님께 감사드립니다.)
Chapter 56. 좋게 말할 때, 헤어져 주라.
“아 뭔 그런 이상한 요구를.” “……?” “뭘 믿고 그렇게 당당하게 한데?” “아 해줘! 해줘! 해줘야만 해. 나 정말 더는 못 만나겠어.” “…차 씨?” “아까 그 여자 막 우는데 나 왜 눈물 나냐? 나도 엄연히 피해자잖아! 씨-!” “피해자라….” “내 남자친구인 척 해줘. 차 씨 앞에서만. 그래야 순순히 헤어져 줄 것 같아.” 로라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야속했다. 자신도 위로받아야 마땅할 처지였다. 그런데, 세컨드 주제에 퍼스트를 걱정해주고 있다니. “피해자지만.” “……?” “뺑소니지?” “뭐…?” “꽝! 하고 사고를 냈음.” “…….” “자수를 해야지.” “…….” “누난 방금. 모른 척, 휙- 달려버린 거잖아.” “…야!” 도헌은 그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헌의 말에 로라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 어안이 벙벙해졌다. 멍한 표정으로 도헌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는데. “뭐해?” “어, 어?” “밥 먹으러 가야죠, 자기.” 자기, 자기! 자기란 말에 로라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기? 너 방금 자기랬지? 어?!” “그래. 자기요.” “예쓰! 너 내 자기 해주기로 했다? 난중에 딴 말 하면 안 돼! 알았지?!” 로라는 폴짝폴짝 뛰며 기뻐하다 이내 와락, 도헌을 끌어안았다. 도헌은 화들짝 놀라며 로라를 밀어 냈는데, 다시금 로라는 도헌을 세게 끌어안았다. “어허! 내외하나 자기!” “이거 왜이래요! 스킨십은 불가거든요?!” “야! 이게 뭔 스킨십이야!” “대신! 딱, 차 씨랑 헤어질 때 까지만 입니다! 알았어요?!” “당근이다! 더 연애 하자고 매달려도 내가 싫어, 임마.” * * * 둘은 모처럼 고기 집에서 포식을 하고 배를 두드리며 병원으로 향했다. “나 근데 퇴원해도 될 것 같지 않냐?” “그러니까. 애초부터 나일론 환자였어.” “그래도 그 날은 엄-청 아팠다니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둘은, 병원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내일, 퇴원해도 되겠다고 선생님께 말씀 드려야 겠다.” “열은 이제 안나요?” 하고 자연스럽게 도헌이 로라의 이마에 손을 짚었는데,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로라씨.” “아.” 기태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도헌과 로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다정해 보이는 둘. 로라는 입술을 질끈 깨물곤 자신의 이마를 짚고 있는 도헌의 손목을 쥐었다. “선생님.” “…기다리다 안 와서 이제 가려던 참이었는데.” 기태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곤 도헌을 올려다보았다. 도헌은 무표정한 얼굴로 기태를 바라보곤 이내 싸늘하게 시선을 거두었다. 곧, 자신의 옆에서 떨떠름한 표정으로 기태를 올려다보고 있는 로라를 응시했다. “할 말 있다 하지 않았어요?” “어? 아…어.” “먼저 올라가 있을게요.” 하고서 도헌은 로라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곤 엘리베이터에 올라섰다. 기태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자신의 옆에 성큼 다가와 선 도헌을 아니꼽다는 듯, 바라보았다. “안 내립니까?” “…….” “그럼 닫힘, 버튼 누르고.” 하고서 도헌이 닫힘 버튼을 누르기 위해 검지를 뻗자, “내가 대체 어디까지.” “…….” “당신의 건방을 받아주어야 할지, 도통 감이 안 잡혀서 그러는데.” “…….” “당신이 페이스를 조절할래요. 아님…나한테 그 적정선을 말 해줄래요.” 기태는 싸늘하게 도헌을 바라보았다. 도헌 역시 기태의 말에 차갑게 기태를 바라보곤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페이스도, 적정선도. 다 성가 시는 듯한데.” “…….” “내리기나 하시죠. 난 지금 그쪽이 엘리베이터에서 안 내리는 것부터가 성가시니까.” 도헌과 기태는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로라는 그런 기태를 빤히 보고 있다, 나지막이 기태를 불렀다. “선생님.” “…….” “드릴 말씀이…있습니다.” 기태는 고개를 돌려 로라를 바라보았다. 다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자신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하는 로라를 바라만 보았지만, 기태는 이미 그 말을 들은 것만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쓴 웃음을 지으며 기태는 고개를 숙였다. “그 말씀…” “…….” “안 드려도, 난 이미 받은 것 같은데.” * * * “죄송해요. 그만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로라는 그 말을 내뱉으며 기태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이유, 물어봐도 될까요.” 의외로 덤덤한 목소리의 기태였다. 때문에 로라는 오히려 당황하며 기태를 올려다보았다. 알고 있었다는 듯, 기태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로라를 내려다보았다. “더 이상 선생님을 만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 만나지 못할 것 같다에, 저 구도헌씨가 연관되어 있는 겁니까.” 그 말을 내뱉는 기태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로라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계약 아닌, 계약 비스무리한 가짜 연애를 도헌에게 제의한 것 역시 기태와 헤어지기 위해서였다. 로라는 마음을 굳게 먹고 기태를 올려다보았다. “예.” “…두 사람 연애라도 하는 겁니까?” “아직은 시작 안 했습니다. 곧 하려구요.” “…….” “선생님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만나려고 합니다. 양다리는 아니니, 노여워 마시구요.” 그 말에 뼈가 담긴 듯하였다. 기태는 한 쪽 눈썹을 찡그렸다, 폈다. ‘양다리’ 굳이 그 단어를 선택하여야 했을까. 기태는 입술을 깨물었다. 원래 똑똑하고, 자신의 주장이 뚜렷한 그녀였으니 다부진 목소리로 헤어짐을 고하는 이번 역시, 그녀의 진심일 것이고 바람일 것이었다. 기태는 가만히 로라를 내려다보았다. 아무런 대답도 않고, 자신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기태의 시선이 부담스러, 로라는 흠, 흠 헛기침을 하며 그의 대답을 재촉하였다. “양다리는 아니다.” “…….” “그렇다면 지금은 제가 로라씨의 남자 친구겠네요.” 어쩐지 그 말을 하는 기태의 어투가 많이 삐뚤어져 있는 듯하였다. ‘기분 탓이겠지…?’ 하며 기태를 빤히 올려다보았는데, ‘핏.’ 핏? 갑자기 그가 피식, 웃어 버린다. 웃어 버린다?! “저기…” “그럼 내가 못 헤어지겠다 하면.” “……?” “로라씨도 구도헌씨와 만나지 못하는 것 아닙니까? 양다리는 아니라고 했으니.” “이봐요, 차 선생님. 그게 무슨.” “로라씨에겐 이유가 생겼을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이유가 없습니다. 로라씨를 놓쳐야 할.” ‘아니 이 자식이…퍼스트까지 있는 주제에 뭐? 이유가 없어?!’ 당장이고 네 놈의 실체를 까발리고 싶지만!, 로라는 한 템포 참으며 침을 꼴깍 삼킨다. “놓치고, 안 놓치고 가 아니라요.” “…….” “헤어지자고 저는 지금 이별을 통보하고 있어요. 선생님께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우리의 관계를 대화로 풀고자 함이 아니라요.” “…네, 그래요. 나 역시도 통보하고 있는 겁니다.” “……?” “못 헤어지겠다구요.” 이 무슨 기가 막힌 상황인가! 로라는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끼며 기태를 세차게 올려다보았다. “헤어지자구요. 헤어져 주세요. 쫌.” 이별도 구걸해야 한다니. 로라는 자신의 사랑이 참으로 눈물겹다, 생각했다. 그래도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이였기에 이별만큼은 정중하게 하고 싶었다. 똥차가고 벤츠 왔다, 한 때는 너무도 행복했고 미래를 그리며 설레어 했던 사랑이었기에 이별만큼은 추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쪽의 양다리도, 나의 세컨드 신분도 모두 접어두고 사랑했고 좋았던 그 기억만 묻은 채 마무리 짓고 싶었다. 그런데, “나에겐 그럴 이유가 없어서요. 그럼.” 그 말을 내뱉고 휙, 돌아서는 기태. 끝까지 로라를 자극하는 그 ‘놈’이었다. 그때, 우지끈-, 로라의 이성의 끈이 부서져 버렸다. “이봐.” “……?” “좋게 말할 때 깔끔하게 끝냈음 좋잖아.” “…….” “왜 사람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로라는 악을 쓰며 기태에게 달려들었다. 기태는 무표정한 얼굴로 뒤를 돌아 로라를 바라보았는데, 로라는 야무지게 주먹을 쥐곤 있는 힘껏 그의 배를 내려쳤다. “윽!” 기태는 배를 쥐곤 털썩, 주저앉았다. “세컨드로도 모자라, 셋 째, 넷 째, 줄줄이 소시지처럼 몇 명을 더 달아놔야!” “……?” “그 때 놔 줄거냐? 니 퍼스트처럼?” “무슨…말을 하고 있는 겁니까,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겁니까, 지금?!” 기태는 벙찐 표정으로 로라를 올려다보았고, 로라는 기가 찬다는 듯 한껏 쳇! 하고 콧방귀를 뀌어주곤 있는 힘껏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네 놈 양다리의 실체를 내가 말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 * * 그어느연재사이트보다 빙글러분들이더편하고 가까운듯한느낌은,,,멀까효*^^* 장마시작인데ㅠ건강조심합시닷!
chapter1. 오늘 '이별' 하렵니다!
“왜 전화 안 받아, 이 호랑말코 같은 새끼가.” 밖엔 억수같은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아까보다 더 굵어진 빗방울을 쇼윈도를 통해 바라보던 로라는 주먹을 꾹 쥐었다. 조그마한 그녀의 주먹에 어마어마한 힘이 들어갔다. “이현우, 니가 이렇게 잠수를 탄다 이거지? 고백할 땐 하늘의 별도 따다준다더니. 그래도 별 하나는 따주고 가는 구나? 이별 말이다, 이 깜찍한 새끼야. 성은이 망극하다, 망극해!” 그녀는 혼자 중얼거리며 꾹 쥔 그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다 곧, 자신 뒤의 책상 위에 휴대폰이 요란스레 울렸고, 로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한걸음에 카운터로 향했다. 깜찍한 새끼라며, 호랑말코 같은 새끼라며 속으로 온갖 욕을 퍼부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내심 지금 울리고 있는 전화벨의 주인공이 이현우 그 호랑말코 같은 새끼길 바랐다. 하지만. “스팸…이네. 썩을.”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쇼윈도 앞에 디피 되어 있는 마네킹 손가락을 툭, 툭 건드렸다. 그녀의 까만 눈동자에 곧 빗물 가득 머금은 까만 하늘이 푹 담겼다. 그녀의 까만 눈동자에도 억수 같은 비가 내릴 것만 같았다. * * * “야, 오로라. 그 새끼 일방적으로 잠수 탔다며? 아주 미친 새끼네, 그거?!” 밤 열 시가 되기 오 분 전. 로라의 옷가게로 그녀의 친구로 추종되는 두 명의 여자가 우르르 들이 닥쳤다. 그녀는 손님용 탈의실 안에서 낑낑대며 어제 새로 지른 원피스를 갈아입고 있었다. “그러니까 말이다. 윽-. 야, 나 살쪘나봐. 지퍼가 안 올라가.” “그래 기지배야, 너 살 쪘다니까? 살 쪘다고 해도 죽어도 아니라고 부은 거라고 하더니.” “아, 조용히 하고 빨랑 와봐. 지퍼 좀 올려줘.” “그래서. 갈 거야? 찾아 갈 거야?” “당연한 거 아니니? 이 새끼가 지금 날 가지고 놀아도 유분수지. 내가 이대로 가만히, 헤어져 줄 오로라로 보이냐?” 탈의실 안에서 쩌렁쩌렁 로라의 목소리가 울러 퍼졌다. 그녀의 친구들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 딸랑 하는 가게 문앞의 종소리가 울렸고 여자들은 일제히 가게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로라는 탈의실 안에서 낑낑대며 겨우 지퍼를 올려 탈의실을 나섰다. “아, 지금…문…닫으시는 건가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에 쫄딱 맞은 한 여자가 어색한 미소를 띤 채, 여자들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로라는 아홉시 오십칠 분을 가리키는 시계를 한 번 바라보곤 애써 미소 지으며 그녀에게로 다가섰다. “아, 저희가 열시되면 마감을 하긴 하는데…” “저 급히 옷을 갈아입어야 해서…2분도 안 걸릴 거거든요? 어떻게…구매할 수 있을까요?” 여자가 말하지 않아도 그녀의 상태를 보아 급히 옷을 갈아입어야 할 것만 같기에 로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꺼두었던 마네킹 쪽의 불을 켰다. “천천히 고르세요. 저도 어차피 화장 다시 하고 나가려던 참이었거든요.” 로라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친구들을 향해 눈을 찡긋해 보였다. 그리곤 비에 홀딱 젖은 그녀에게서 한 걸음 물러서며 또각또각 카운터로 향했다. ‘비에 젖었지만 탐스런 갈색 빛 머리에 오똑 선 콧날. 저건 자연산이라기 보단 의느님에 의해 탄생된 듯한 비쥬얼의 코. 그리고 오렌지색이 잘 어울리는 도톰한 입술. 앞머리가 없는 긴 생머리에 속눈썹이 긴, 눈은 음…건드리지 않았군. 자연스런 쌍꺼풀이 매력적이네.’ 보통 미모의 여인이 아닌 듯 보였다. 로라는 안보는 척 하며 카운터에 서서 원피스 쪽을 기웃거리는 비에 젖은 그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폈다. “저, 요걸로 갈아입고 가도 될까요?” 삼십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피고 있던 로라는 갑작스레 자신을 돌아보는 탓에 흠칫 놀라며 헛기침을 했다. 자신이 몰래 훔쳐보고 있던 것을 눈치 챈 것은 아닐까, 로라는 아까보다 더 씩씩한 목소리로 탈의실 문을 활짝 열었다. “흠, 흠흠. 물론이죠. 여기서 갈아입으세요!” 탈의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자신의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겨 카운터 밑쪽에 휙 던지며 로라는 씩 웃었다. 여자 역시 로라를 따라 웃으며 탈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아, 나 갑자기 배 아프다. 너희 계산할 줄 알지? 마지막 손님이니까 뒷 단위 까주는 센스 알아서들 발휘하시고. 나 화장실 간닷!” “가게 문은? 바로 닫어?” “어! 내 가방 챙겨서 나와 있어! 가게 불만 좀 꺼주구!” 로라는 두루마기 휴지를 챙겨들곤 가게를 급히 나섰다. 그리곤 조심조심 비를 피해, 바로 옆 상가 복도로 향했다. 무슨 비가 이렇게 쏟아져. 태풍이라도 오려는 건가, 혼자서 중얼거리며 로라는 화장실로 향하기 위해 또각또각 걸었는데, 여간 으스스한 게 아니었다. 자신의 팔을 꾹 쥔 채 로라는 구두 굽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화장실로 들어섰다. 그때, 조용한 화장실 안을 가득 메우는 로라의 휴대폰 벨소리. 로라는 자신의 벨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보세요.” “누나! 나 오늘 좀 늦는다!” “좀 늦는 거냐, 아님 해 뜨고 들어오는 거냐? 똑바로 말해라 너.” “아-. 엄마 아빠 없을 때 자유를 만끽하는 거지. 어차피 너도 오늘 늦을 거 아니냐. 보아하니 불금에 비까지 내리니 술 퍼마시러 가겠구만.” “어이, 동생. 이 누님은 오늘 술을 마시러 가는 게 아니라 인생에서 제일 중대한…” “됐고. 아무쪼록 시내에서 마주치지는 말자. 쪽팔리니까.” “야! 야 이 눔의 자식아! 너 죽을래애-?!” 쩌렁쩌렁 울리는 로라의 목소리. 하지만 돌아오는 건, 무참히 끊겨 버린 휴대폰 너머의 정적 뿐. 로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얘는 참 누굴 닮아서 이렇게 개 썅 마이웨이일까, 하며 손을 씻기 위해 세면대로 향했다. “울지만 말자. 어떤 대답을 들어도. 어떤 말을 들어도. 구질구질하게 울지나 말자, 오로라.” 로라는 손을 씻으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눈물이 툭,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남자 친구란 자식이…어째 사귀는 1년 동안 한 달 빼곤 매일을 이리도 울리니. 로라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처음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 해놓고선. 그 마음 영원히 변치 않을 거라고 해놓고선. 나만 사랑한다고, 영원히 그럴 거라고, 그러니 자신과 결혼하자고 해놓고선. 로라는 빨갛게 상기된 볼을 물 묻은 손으로 만지작이다 이내 휴지로 물기를 닦으며 화장실을 나섰다. 그러다 화장실 입구에 세워져 있는 커다란 전신 거울 앞에 우두커니 섰다. 구겨진 원피스를 매만졌다. “야, 이현우. 이젠 내가 빠빠이야. 내가 이제 세이굿바이 하는 거라구.” 그렇게 중얼거리며 로라가 웨이브 진 머리를 손으로 만지작이고 있는데, 갑자기 또각또각 텅 빈 복도에서 남자 구두 굽 소리가 들려왔다. ‘이 시간에 누구지…’ 그녀는 그대로 굳은 채 전신 거울을 통해 뒤를 봤다. 그때, 웬 정장을 입은 훤칠한 키의 한 남자가…로라의 시야에 들어섰다. 무심한 듯 양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잠시 화장실 앞에 서 로라를 바라보더니 이내 또각또각 바른 걸음 걸이로 로라 옆에 섰다. 로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주춤주춤 옆으로 물러났다. ‘잘…생겼다. 스타일…도 괜찮구….’ 머리를 만지던 그 손 그대로 굳은 채, 로라는 자신도 모르게 남자를 빤히 바라봤다. 로라의 말대로 잘생긴 남자였다. 한 쪽만 속 쌍꺼풀이 진 짝 눈이 매력적이었다. 옆에서 바라봐도 우뚝 선 콧날은 작은 얼굴을 더 갸름하게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키도 크고 어깨도 넓고 비율도 괜찮은 것이, 모델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저 정장에 코트를 입은 채였지만, 스타일도 좋아보였다. 올해 스물여섯이 되는 자신보다는 나이가 조금 더 많은 것 같이 보였지만. 삼십 대 초반? 중반? 넋을 놓고 남자를 바라보던 그녀. 이내 로라의 부담스런 시선을 느꼈는지, 남자가 홱 로라를 내려다보았다. ‘어머, 깜짝이야.’ 로라는 티가 날 정도로 화들짝 놀라며 남자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곤 다시금 만지작이던 머리를 정리하며 빙그르르 뒤돌아섰다. 그런데, ‘가만. 여긴…여자 화장실인데?’ 그 생각이 들자, 로라는 다시금 남자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남자 역시 뒤돌아서있던 로라를 거울을 통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두 사람의 눈동자가 부딪혔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여기 여자 화장실이라, 일러주기 위해 붉은 입술을 조심스레 떼었는데. “여기 남자 화장실인데요.” “예, 예?” 지금 내가 해야 할 말을 왜 저 분이, 저렇게 얘기하고 있는 거지? 그녀는 눈을 끔뻑이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여기 남자 화장실이라구요.” 로라가 잘 못 알아들었나 싶어 아까보다 목소리에 더 힘을 주어 또박또박 말하는 남자. 남자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마치 로라가 큰 잘 못이라도 저질렀다는 것처럼. 하지만 그녀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라,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다 아차 싶어 다시 입술을 앙다물곤 “아…네. 죄송합니다.” 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조심조심 화장실을 나섰다. “내가 너무 급해서 남자 화장실을 들어 왔나 보네…” 그럴 리가 없는데, 싶으면서도 뭐 남자 화장실이라고 저렇게 힘주어 얘기하니 자신이 착각했나 보다, 하고 중얼거리며 로라가 화장실을 나서 입구를 돌아보았는데. “뭐야. 여자 화장실이잖아.” 여자 화장실이란 표시가 화장실 앞에 붙어 있었다. ‘뭐야, 여자 화장실인데 왜 나보고 눈치 줘.’ 로라는 입술을 삐죽이며 화장실 쪽으로 눈을 흘겨보았다. 어깨를 으쓱하며 그녀가 다시금 매장으로 향하기 위해 한 걸음 내딛었는데. “……?” 또각또각 다시금 남자의 구두 굽 소리가 들렸다. 이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남자가 휘적휘적 여자 화장실에서 나와 바로 옆 남자 화장실로 쏙 들어섰다. 이 무슨 황당한…. 로라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다시 남자 화장실로 들어서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생긴 건 멀쩡한데 순…허당이네. 황당하게, 정말.” * * * 선뜻 들어서지 못했다. 로라와 그녀의 친구들은 비가와도 여전히 휘향찬란한 시내 한 가운데에서, 그녀의 현 남친인지 구 남친인지 모를 ‘이현우’란 남자가 일하고 있는 술집 앞에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로라는 원피스 자락을 꾹 쥐었다. “야, 뭐해 오로라. 안 들어가?” “저 새끼, 뭐가 좋은 지 싱글벙글 서빙하고 있네.” 그래도 사랑했었다. 쓰레기 새끼인 걸 알면서도 그 놈과 사귀었었다. 소문난 바람둥이란 걸 알면서도 로라는 자신을 믿어 달란 그 놈의 말을 한 번 믿어보기로 했었다. 그녀라면, 오로라 그녀 자신이라면 바람둥이에 쓰레기에 나쁜 놈이라 소문 난 저 놈을 자신만 바라보는 순한 양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을 거라 믿었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지금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되어 되레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찔러 버렸다. “됐어. 가자, 그냥.” 로라는 돌아섰다.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서는 로라를 이해할 수 없단 표정으로 친구들은 바라봤다. 등지고 돌아선 로라의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평소완 다르게 다운 된 목소리와 축 처진 어깨가 지금 그녀는 무지 슬프고 아프단 걸 말해주고 있었다. “들어가서 왜 전화 안 받냐고…실컷 따지고 나서 끝이라고…통보하고 나오면 뭐하겠니.” “…….” “이미 저 자식은 나와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텐데. 뒤늦게 이러는 내 꼴만 우스워지지…안 그래?” 로라의 왼쪽 어깨가 비에 젖었다. 로라의 젖은 어깨를 바라보던 친구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로라의 성격대로라면 당장이고 저 술집으로 처 들어가 사장 새끼 나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을 것이었다. 그러곤 로라를 보며 당황하는 그 남자의 뺨을 시원하게 후려치며 ‘꺼져, 이 쓰레기 새끼야!’ 멋있게 말해주고 나왔을 것이었다. 하지만. “못 하겠다. 가자, 그냥.” “…오로라.” “에휴, 오로라 성격 많-이 죽었네. 하하. 가자, 제군들! 언니가 오늘 이별주 쏜다!” “야. 오로라. 정말 괜찮냐?” 그녀의 친구들은 더욱 오바스럽게 웃으며 어깨동무를 하는 로라를 걱정스런 눈길로 바라보았다. 괜찮냔 친구의 말에 로라는 피식, 바람 빠진 웃음을 내뱉었다. “누굴 욕하겠니.” “…….” “쓰레기 차 인 거 알면서도 좋다고 잡아 탄 건 난데.” “…….” “야…로라야.” “바꿀 수 있을 거라 믿었던, 널 사랑한다, 그러니 한 번만 믿어달란 저 새끼의 말을 믿었던…내 탓이지. 누굴 탓 해. 안 그래?” 로라는 그 말을 내뱉곤 노란 우산을 다시금 추켜들었다. 그러곤 방금 헤어진 전 남친의 가게를 쿨 하게 지나치려 한 발 내딛었다. 그때, “여기가 너희 오빠가 하는 가게야?” “응. 멋있지? 우리 오빠 가게 여기 말고도 또 있어. 저 밑에 고기 집도 우리 오빠 꺼야.” 로라는 걷던 걸음을 멈추었다. ‘우리…오빠 가게…?’ 그녀는 자신의 옆을 지나치는 짧은 단발의 여자를 돌아보았다. 우리 오빠 가게란, 앙증맞은 목소리에 고개가 저절로 돌아갔다. 멈칫하는 로라를 뒤에서 지켜보던 그녀의 친구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야, 근데 저 오빠랑 사귄다고? 저 오빠 저번에 여자 친구 있다고 하지 않았어?” “아…응. 근데 그 여자가 질척대는 거래. 헤어지자고 그렇게 눈치를 줘도 뭐…안 떨어진다나? 그래서 오빠가 그냥 차단해버렸데. 그럼 뭐 알아서 떨어지겠지?” “아, 헐! 대박. 그 여자 불쌍해.” “나두 이제 신경 안 쓰려고. 오빠가 한 달 전부터 나 좋다고 매일 밤 우리 집 앞에 찾아오는데…그 마음 어떻게 안 받아 주니? 어젠 이 목걸이까지 선물해줬다니까. 제발 자기 마음 좀 받아 달라구.” 방금 저…질척댄다는, 헤어지자고 눈치를 줘도 안 떨어진다는, 그래서 차단을 당했다는 여자는…나를…말하는 거지? 로라는 들고 있던 우산을 자신도 모르게 툭, 떨어뜨리고 말았다. 목걸이라니…한 달 전부터라니. 그녀의 억장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어머. 로라야 왜 그래?” “손에 쥐났어?” 그녀의 친구들이 황급히 떨어진 로라의 우산을 주워 로라의 손에 쥐어주었지만 로라의 손은 힘이 풀려버린 지 오래. 그러곤 그런 그들의 호들갑에 가게 문 손잡이를 쥐고 안으로 들어서려던 아마도 로라의 ‘전 남친’의 ‘현 여친’인 듯한 여자가 로라를 돌아보았다. 예쁘장하게 생겼네. 남의 남자 친구 홀라당 뺏아 갈 만큼. 로라는 멍한 표정으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야, 오로라. 왜 그래.” “쓰레기차를 잡아 탄 건 내 탓이라, 그냥 날 원망하고…지나치려 했는데.” “…어?” 로라는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이현우의 ‘현 여친’인 듯한 그 예쁘장한 여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지지 않고 로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당장 어디로 튈지 모르는 로라의 주먹은 연신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열을 삭이고 있는 듯 했다. “그 쓰레기차. 다신 내 주위에서 냄새 못 풍기게. 폐차를 시켜버려야겠다.” “…뭐?” “이 동네에서 냄새 풍기면서 더는 못 돌아다니게, 아주 개 박살을…내버려야겠어.” “……?!” “ 이, 이현우 재활용도 안 되는 씹 쓰레기 인간아! 니가 그러고도 남자 새끼냐?!” 순간이었다. 말릴 틈도 없이 그녀가 가게 문을 박차고 안으로 돌진해버린 것은. “어머, 어머! 오로라! 로라야!” “어머, 누구세요! 누구신데 우리 오빠를!” 순식간에 가게 안은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분에 못 이겨 가게 안으로 돌진해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서빙을 하고 있던 현우의 머리채를 휘어잡은 로라. 그리고 그런 로라에게 머리채를 잡혀 들고 있던 안주를 바닥에 내동댕이친 채 ‘으악!’ 외마디 비명만 내지르고 있는 현우. 가게 안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손님은 물론이거니와 술 집 앞을 지나치던 시민들은 고성과 비명이 오가는 범상치 않은 모습의 로라와 현우에게 시선 집중 했다. “으악! 뭐야! 오로라, 이거 안 놔?! 죽고 싶어?!” “못 놔! 안 놔! 오냐 그래,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어?!” “으악! 이거 놓으라고! 왜 이래! 말로 하라고!” “니 사랑은 이래?! 뒤에서 뒤통수 치고, 하염없이 기다리게 하고, 사람 바보 만들고, 그러다 지쳐 떨어져 나갈 때까지 사람 울리는 게. 니 사랑이야?! 그게 니가 내게 해주겠다던 사랑이냐고!” “어머, 누구신데 우리 오빠 머리채를 잡는 거냐구요-! 이거 못 놔요?!” “악-! 야! 야! 이거 안 놔?! 이 기집애가 죽고 싶나!” 현우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이리저리 흔들고 있는 로라의 긴 머리칼을 잡아 챈 현우의 현 여친인 듯한 가게 앞에서의 그 여자. 로라는 으악-! 소리를 지르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꼬맹이 너는 빠져라, 어?! 이거 못 놓아?!” “그 쪽부터 우리 오빠 놔요! 아님 절대 못 놔요!” “상황 파악 안 되니?! 니가 방금 지껄였던 너희 오빠한테 질척대는 여자가 난데?!” “뭐? 뭐…뭐라구요?” “여친 있는 멀쩡한 남자 꼬신 것도 모자라, 니가 내 머리채 까지 휘어잡아? 어?! 니년 손모가지도 이 놈 모가지랑 같이 분질러줘?!” 로라가 악을 쓰고 여자에게 덤비자, 여자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 하지만 휘어잡은 로라의 긴 머리칼은 놓지 않았다. 가게 안의 사람들 역시 술렁이며 모두 휴대폰을 꺼내 처참하다 못해 충격적인 삼각관계 스캔들의 현장을 담기 시작했다. 얼굴 팔리는 줄도 모르고 바락바락 로라가 악을 쓰자, 친구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발만 동동 굴렀다. 로라가 현우의 머리칼을 오른손에 꾹 쥔 채 여자의 머리채를 휘어잡으려 나머지 한 손을 뻗었는데. 그런데. “이런다고 바람 난 그쪽 전 남친이.” “뭐야!” “정신 번쩍 차리고 그쪽 현 남친으로 컴백하진, 않을 것 같은데요?” 웬 잘-생긴, 그러나 한 눈에도 장난기 많고 어려보이는 듯한 남자 한 명이 로라의 왼 손을 저지했다. 남자의 손엔 어마어마한 힘이 들어 있었고, 산발이 된 로라를 내려다보는 남자의 눈빛은 귀여운 눈매와 어울리게 장난기가 가득했다. 로라는 엥? 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왼 손목을 꾹 쥐고 있는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로라는 왠지 싸-한 느낌이 들었다. “뭐라…구요?” “보는 눈도 많고. 그 눈으로 그쪽 지켜보고 있는 그 사람들은 영상까지 찍어대고 있는데.” “……?” “SNS 스타 되는 게 꿈이세요? 혹시, 관종?” “뭐라구요?! 지금 놀려?! 이거 안 놔요?!” “흥분하는 걸 보니 그건 아닌 것 같고.” 하며 남자는 피식 웃었다. 피식, 웃어?! 로라는 어이없는 대사를 날리며 어이없게도 자신을 바라보며 피식, 웃는 남자를 어이없다는 듯이 올려다보았다. “그럼 마무리는 이렇게 지읍시다.” “……?” “이 손목 잡힌 채로 나랑 같이 여길 나가죠.” “…….” “쿨과 찌질은 한 끗 차이인데. 여기서 나한테 이 손목 잡힌 채로 나간다면 쿨 해질 수 있을 텐데?” “…뭐래는 거야. 놔라, 이거?” “그쪽의 이 비극적인 사랑의 엔딩은 그래도 해피 해야지. 안 그래?” 하고 마지막 그 말을 내뱉는 남자의 표정은 아까완 달리 진지했다. 로라는 사뭇 진지해져버린 그 녀석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이 남자는 누구일까, 누구기에 이 어마어마한 스캔들의 현장에 불쑥 끼어들어 자신의 손목을 꾹 쥔 채, 곤경에 처한 공주를 구해주는 젠틀한 왕자님스런 멘트를 날리고 있는 걸까. 로라의 눈동자가 빠르게 굴렀다. 남자의 얼굴을 재빠르게 스캔했다. 하지만, 로라는 이 남자가 초면이었다. 로라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도대체 이 남자…정체가…뭐지?’ 그리고 순간 느껴졌다, 로라는. 이것은…보통…인연은 아니라고. 자신의 26년, 살벌한 연애 경험으로 비추어 보았을 때 지금 이 순간은 아름다운 연인이 될 불타오를 썸의 발화점이던가. 아님…상상조차 하기 싫은 악연이 될 잘못된 만남의 시초이던가, 라고. * * * 반갑습니다, 신화그녀입니다! 빙글에서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너무도 반갑고, 설렙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_^ 그럼, 열심히 달려볼까요?! 함께 해주실거죠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