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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승변호사>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말이다. 독재권력은 항상 과거의 기억을 장악해서 불의를 은폐하여 현재의 권력을 유지하고 미래의 권력까지 독점하려고 한다. 대체로 비극적인 역사를 가진 국가가 미래를 준비하는 방식은 두 가지였다. 가해자가 진실을 고백하면 피해자가 용서하여 화해를 이루는 방식(남미, 남아프리카)과 과거의 비극을 망각속에 묻어 버리고 용서와 화해가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에스파냐)이 그것이다. 그러나 비극적인 역사를 망각속에 묻어버리면 그 비극은 언제든 되풀이되고 역사의 보복을 받는다는 자명한 진리때문에 에스파냐조차도 2007년에 "역사기억법"을 제정해서 프랑코 독재시절 자행되었던 반인도적 반인륜적 범죄들을 밝혀내고 그 시대의 기념물들을 철거하며 불의한 재판을 취소하는 등의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대한민국은 그 어떤 나라못지 않게 치욕스럽고 비극적인 역사를 가진 나라인데, 이러한 과거를 딛고 미래를 준비하기는 커녕 오히려 갈수록 퇴행하고 있다. 그것은 일제강점기에 민족과 국가를 배반하고 외세의 앞잡이가 되어 동족을 해치고, 해방 후에는 반공을 내세운 독재권력에 빌붙어 불의한 부와 권력을 누리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유린했던 친일반역자 독재잔당들에 대한 단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 중 과거의 잘못을 뉘우친 자들은 용서하고 그렇지 않은 자들은 처단함으로써 민족정기와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웠어야 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은 오히려 일본군 장교 출신 쿠데타 주모자인 독재자와 그의 딸이 대를 이어 대통령이 되었고, 독립군을 토벌하고 무고한 양민인 동족을 학살하던 자가 나라를 구한 전쟁영웅으로 평생 예우받다가 천수를 누리고 독립투사들이 영면하고 계신 국립묘지에 같이 묻히는 가당찮은 일들이 벌어지고,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은 대충 살았기 때문에 가난을 대물림하고 있다고 조롱하는 인두껍을 쓴 짐승까지 나타나 활개치고 있으니 역사상 그 어떤 무지몽매한 나라에서 이런 어처구니없고 부끄러운 역사전도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76년전 우리 선조들이 맞이했던 꿈에 그리던 광복이 그 후 불과 수년만에 수백만명의 한민족이 동족의 손에 학살당하는 대비극의 시작과 두 세대가 훨씬 넘도록 계속된 오욕의 역사의 첫걸음이 될 줄은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그 비극과 오욕의 역사를 만들어낸 자들이 역사, 즉 자신들의 죄악을 은폐하고 지우려 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조국의 광복을 위해 헌신하고 산화하셨던 순국선열께 감사드리고 명복을 빌어야 할 제76주년 광복절에 선조님들께 못난 후손으로서의 죄를 엎드려 사죄드립니다. https://www.facebook.com/100001291638267/posts/430215933317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