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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 달래드립니다. 7화

우리의 이별씬.
서윤이와 헤어지던 날.

애석하게도 나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꽃을 들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그녀의 매마른 가슴에 단비가 될 수 있을까 하고요.

결국, 등 뒤에 꽃을 숨긴 채 차마 건내주지 못했지만요.


그날은 유독 방 안에 서린 침묵이 두려웠습니다.

꽤나 오래 전부터 암묵적인 이별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그 마침표가 오늘이 될 것만 같았거든요.

눈치 없는 척 그녀를 맞이했고,

묘하게 지쳐보이는 서윤이의 눈동자는
자꾸만 우리의 끝을 앞당기는 것만 같아, 초조한 마음에
괜한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나지막이 나를 불렀어요.
마지막으로 나를 부르는 듯 애처롭게.

불안을 예기한 듯 매초마다 감기는 눈꺼풀로 서윤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쉽사리 말을 잇지 못하는 서윤이의 어깨 너머로
선반 위에 있는 투명한 꽃병이 보였어요.

그리고 그 안에 외로이 시들어 버린 꽃.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모양새.

너무 늦었구나, 내가.

......


처음 서윤이이게 저 꽃을 선물했던 날이 생생해요.

무뚝뚝 하기만 했던 나에게 받은 꽃이라며
조심스레 유리병에 옮겨 담고, 뭐가 그리 애중한지 웃음꽃이
만개 했었는데..

시들어 버린 꽃을 보고나서야 비로소 알게되었죠.
우리에게 남은 생기는 더 이상 없다는 것을.

때 늦은 후회가 밀물처럼 번져왔습니다.

더 시들기 전에 더 예쁜 꽃을 가져다 줄 걸.
그 꽃에 담긴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라고 속으로 삼키지 말 걸.

......

그렇게 둘은 아무런 말 없이 한참을 숨죽였습니다.

암담한 침묵이 우리를 집어 삼킬 때 쯤,

이슬진 눈을 뒤로 하고,
밝게 웃으며 서윤이에게 말을 건냈어요.

'이제 저 시든 꽃 좀 버려. 남은 향도 없겠다, 바보야.'

이 말에 담긴 의미를 아는지, 서윤이의 연민 섞인 눈에서
닦을 새도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그럼에도 난 웃어야 했습니다.
여전히 내 마음에 가득 차있는 서윤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였으니까요.

그간 우리의 추억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정말 어찌나 소중했는지, 어찌나 사랑했는지.

끝이구나, 정말로.

'그만 좀 울어, 자꾸 우니까 못 가겠잖아.
웃는 얼굴 좀 보자.. 마지막으로.'

그렇게 등 뒤에 숨긴 작은 꽃송이는
전달되지 못한 채, 주인을 잃어버렸습니다.

******

부디 그때의 나를, 그때의 우리를 그려주세요.

"시작하겠습니다."

큰 심호흡을 내뱉고,
곧이어 배우의 연기가 시작됩니다.

지정해준 대사엔 별다른 지문이 없기 때문에
배우 스스로의 분석이 필요했을 겁니다.

서서히 붉어지는 눈가와 코끝.
숨죽인 가운데 첫 음을 뗍니다.

"......"

숨죽여 속으로 삼키고 싶은 말을 억지로 토해내듯,
대사 마디마다 아픔이 느껴집니다.

슬픔을 딛고, 애써 침착하게 안녕을 고하는 듯 하지만
그 속에 애절한 포효가 들려옵니다.

끝끝내 터져버린 울음.
주체 없이 흐르는 눈물과 차오르는 감정 때문에
모든 대사가 뭉개집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대사는 중요치 않았습니다.
그의 감정이 모든 걸 대변했으니까요.

마치 그때의 내 심정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때의 나는 웃어야만 했죠.
속은 갈기 갈기 찢겨도, 그래야만 했어요.

배우의 연기가 끝나고,
여운이 살아있는 듯 홍감독과 캐스팅 디렉터는 한동안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


이후로 또 다시 속전속결로 배우들이 떨어져 나가고,
고작 서너 명의 '지정 연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읊조리듯 애써 덤덤하게 표현해 내는 배우.

시린 한기가 가슴을 도려낸 듯, 울부 짖으며 표현하는 배우.

온전한 눈물을 흘리며 진심을 전하듯 표현하는 배우.

정말이지 모든 배우가 감명깊은 연기를 선보였어요.

하지만 그 누구도 그때의 분위기, 그때의 우리를
고스란히 그려주진 못한 것 같습니다.

음...

그렇게 생각보다 긴 시간 끝에 오디션이 끝났습니다.
얼추 추린 듯, 해당 배우들의 프로필을 단상에 올려놓습니다.


홍감독: "이렇게 셋 정도."

캐스팅 디렉터: " 저는 얘 말고, 마지막으로 했던 얘로 해서 셋이요."

홍감독: "김작가는 어때."

나: "예 뭐, 워낙 연기가 다들 훌륭하셔서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는데, 어딘가 모르게 비어있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열띤 토론을 하는 홍감독과 캐스팅 디렉터.
저 불난 장에 내가 낄 틈은 없어 보이네요.

언제쯤 결정나려나, A4 용지 빈 곳에 의미없는 동그라미와
네모를 홀린 듯 그리고 있습니다.

두 분의 말씀이 웅얼웅얼
뭉개져서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도 않네요.

한 2,3여분 지난 거 같은데...

"......."


"저기, 김작가님?"

나도 모르게 깊은 생각에 잠겨버렸습니다.
잠시만 방금 날 부른 거 같은데.

홍감독: "김작가, 어이 김작가!!!"

나: "아, 네!"

홍감독: "장난하니? 뭔 생각을 그렇게 해."

나: "아, 죄송합니다."

홍감독: "어때, 김작가는. 느낌 오는 얘 있어?"

나: "......"


원래 내가 자격지심이 있었나..

이분들과 나의 격차를 알기에
작은 의견 하나 뱉는 것 조차 괜한 눈치가 보입니다.


홍감독: "괜찮아, 솔직하게 말해봐."

그래, 시원하게 뱉자.

나: "어, 같은 이별이라도 저마다의 사연과 저마다의 통증은
다 다르잖아요.
오로지 둘만 알 수 있는 특별한 뭔가가 있을텐데,
그 고유의 색이 너무 연하지 않나..

유심히 눈동자를 굴리며 되짚어 보는 두 감독.


"글쎄,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봐요."

나: "마지막 그 순간에도 웃지..않았을까요.
피눈물이 흐를 만큼 괴로움과 비통함이 솟구치지만,
제가 만약 극 중 남자라면 그 위에 밝게 덧칠한 웃음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홍감독: "이유는?"

나: "글쎄요.. 두렵다고 할까요. 만남의 끝이 눈물에 젖어있다면
그간 남녀가 쌓아온 추억과 이야기 마저 슬픈 기억으로 자리잡게 될 것 같아요. 실은 엄청나게 행복했으면서도요.


깊게 생각에 잠긴 듯한 홍감독과 캐스팅 디렉터.
멍하니 극 중 상황에 본인들을 대입하는 듯 합니다.

'피식'

홍감독의 입에서 공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홍감독: "그래, 슬픔 위에 웃음을 덧칠한다라.."

나: "자신의 가엾음은 뒤로 할만큼, 온전하게 좋아한 여자를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이기도 하고..
웃으면서 보내주는 게.."


유심히 듣고 있던 캐스팅 디렉터가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립니다.

'허허~'

홍감독: "너 왜 이제와서 이런 말하는 거야?
초장부터 말을 하던가, 사람 민망하게 말이야. 콱!"

나: "예? 아, 죄송합니다."

급작스레 성을 내시니 영문 모를 사과를 했지만, 곧 알게되었죠.
내 말이 비수가 되어, 그들이 미처 생각치 못했던 부분을 따끔하게 찔렀다는 걸.

히히 통쾌해라.

"......"

너무 크게 한방을 먹였나..?
갑자기 무거워진 오디션장.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기류.
머쓱함에 고개만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고 있습니다.

홍감독은 어떤 고뇌를 하는지 팬을 휘리릭 휘리릭 돌리기만
반복합니다.
그러다 나를 휙 보고, 다시 고뇌에 빠집니다.
또 다시 나를 휙 보고, 고개를 갸우뚱 거립니다.

뭐,뭐야? 왜 자꾸 날 쳐다보는 거지.



홍감독: "저기, 기,김작가.

저 단단한 사람이 왜 더듬으며 날 부르는 거지?
징조가 좋지않다.

나: "네?"

홍감독: "잠깐만 저 앞에 나가봐. 뭐, 의자랑 정리도 해야되니까..
올라간 김에 저기 기준선에 한 번 서봐."

갑자기 왜요? 정말 왜요?
캐스팅 디렉터 역시 물음표가 만개한 표정으로 홍감독을 봅니다.


나: "예? 저긴 왜..?"


더 이상 묻지 말라는 듯, 손짓으로 휙휙 무대를 가르키며
대신합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처럼 경직된 팔 다리로
벨런스를 잃은 채, 무대에 오릅니다.

무대에 선 나를 힐끔 힐끔 보더니 ,
홍감독과 캐스팅 디렉터는 귓속말로 대화를 나눕니다.

아니, 이 사람들 무슨 작당을 벌이려고.


홍감독: "저기 카메라 좀 한 번 봐봐."

나: "아니, 감독님 카메라는 또 왜..?"


'똑똑'
반대편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옵니다.

'끼이익'
고개를 빼꼼 들이밀고 이리저리 확인 후, 들어오는 조감독이 보입니다.

홍감독의 지시가 있었는 듯, 얇은 용지 몇장을 건내줍니다.
그리고 자리에 내가 없는 것을 보고, 이리저리 둘러보다
무대에 서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조감독: "엥 김작가님, 왜 거기 계세요?"

홍감독: "조용히 혀라."


눈치 없는 철부지 조감독은, 홍감독의 암묵적인 협박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억양을 보아 저 말은 곧 '입 닥치고 나가' 일텐데.

조감독: "아, 알겠다. 김작가님이 직접 보여주려는 거구나!
역시 작가님, 연극영화과 출신이라는 건가."

뭐야, 내가 연극영화과 전공인 걸 어떻게 알지?
대학 졸업하고 어디 말해본 적이 없는데.


나: "예? 보여주긴 뭘..."

차마 말을 다 하기 전에 불쑥 홍감독이 튀어나옵니다.


홍감독: "뭐? 김작가, 연기 전공이라고? 맞아?"

쩍쩍 갈라진 땅에 단비가 내리 듯,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뀐 듯한 홍감독의 다급함이 느껴집니다.

나: "아,네. 맞긴 한데.."

조감독: "나무 엔터에 아는 후배가 있는데, 김작가님 대학 동기라고 하더라고요. 소문이 자자하셨다는데, 중대에 햄릿이라고."


대학 동기들은 졸업 후에 담 쌓고 지냈는데, 누구지.
그나저나 저 눈치없는 조감독은 실실 웃고 있네요.
내 흑역사를 감히.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나: "감독님? 잘못된 정보인 것 같습니다. 절대 아니에요."

홍감독: "김작가, 머리 좀 까볼래?"

나: "머리는 또 왜.."

저 앞에 내 행동을 숨죽여 기다리는 조감독, 홍감독, 디렉터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빛.

하, 끝내 소심하게 살짝 앞머리를 들어 올립니다.


"....."

뭐야 저 알 수 없는 표정들은. 아, 집가고 싶다.

멍한 정적이 이어지다 눈칫밥 없는 조감독이 먼저 입을 엽니다.

조감독: "부럽다, 작가님."

캐스팅 디렉터: "잘 생겼네, 우리 작가님. 맑으면서도 울적한 묘한 분위기도 좋고"

조감독: "왜 연영과 졸업하고 배우 쪽으로 안가셨어요? 한자리는 꿰차셨을텐데.
아, 글재주가 더 좋았나?"

부끄럽다. 숨고싶다.
학창 시절에 아주 가끔 저런 말을 들으면, 호다닥 자리를 피하거나 주제를 돌리곤 했었는데.
여기서 도망갈 수도 없고 미치겠네.

나: "아닙니다.. 저 이제 내려가도 되죠..?"

할 말이 남은 듯이 연달아 헛기침으로 신호를 보내는 홍감독.


홍감독: "음, 보여줘."

나: "뭘요?"

홍감독: "보여달라고, 딱 한번만."

엄청난 결의를 다진 듯 한 홍감독의 눈빛이 날 쏘아붙입니다.

나: "아니, 감독님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홍감독: "그 이별 장면. 거두절미하고 딱 한 번만."

나: "아니요 감독님. 저 졸업하고 한 번도 연기를 해 본 적이 없어요. 감도 다 잃었고요.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홍감독: "김작가, 내가 지금 골이 막 흔들려.
어떤 배우가 와도 이 영화의 감성을 못 담을 거 같아."

나: "그럼.. 오디션 한 번 더 보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홍감독과 나의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집니다.

홍감독: "알겠어. 그럼 오디션 한 번 더 볼테니까, 참고 정도만 하게. 부탁 좀 하자.
혹시 또 모르지, 제작 참여 기회가 올 수도."

제법 달콤한 발언이지만.. 서윤이도 마음에 걸리고..
모두가 나를 기다리는 이 압박감. 여기서 그냥 내려가면 저들에게 사형 집행을 당한다.

나: "하.. 진짜 아닌데 이거."

홍감독: "30분 후에 보자고. 부담갖지 말고 준비 하고 있어."

자리를 비워주는 하이애나들.

어안이 벙벙한 채로 멍하니 상황 인지를 하고 있습니다.

그날을 떠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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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은비: "다 입었다." 나: "마,마저 다 입어라.." 어제 입었던 끈나시와 허벅지가 훤히 들어나는 짧은 트레이닝 하의를 마저 입는 은비. 은비: "이제 뒤돌아도 돼." 여자와 한 공간에 있어본 적 없는 숫총각처럼 몸이 부자연스럽게 움직입니다. 나: "어,어. 분명 옷을 다 입고 있는데, 왜 시선을 못 맞추겠지. 괜찮아, 진정하자. 난 은비에게 어떠한 사심도 없잖아. 은비: "부끄러워하는 거봐, 귀엽게." 나: "부,부끄럽긴 뭘." 시선을 맞추지 못하는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조롱하듯 초밀착하여 희롱하는 은비. 손사래 치며, 외면할수록 더 바짝 붙어 이리저리 품속으로 들어옵니다. 은비: "왜 못봐? 왜애? 응?" 가릴 것 없이 모든 신체 부위가 맞닿습니다. 나: "뭐,뭐가. 아,아무렇지 않은데." 은비: "오, 진짜?" 물러터진 경계가 허물자, 뒤에서 껴안기도 하고 내 발위에 자신의 발을 올리며 대롱대롱 내 걸음을 따라합니다. 은비: "우와, 오빠 복근 장난없다!" 물기 덜마른 촉촉한 머리칼이 뜨거워진 내 몸을 살금살금 건드리며, 손으론 내 복부를 더듬습니다. 아,위험하다. 나: "아, 뭐해, 저리가." 그녀의 골반 근처와 내 하체의 어딘가가 선명하게 맞닿았습니다. 분명 서로가 자세히 느껴질만큼 생생한 촉감으로.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 더욱 내 몸에 꽉 붙어 이리저리 흔들며 장난치는 은비. 정말 이 이상은 안돼. 내 몸의 추태를 들킬 거 같다. 나: "아, 그만해. 너 진짜 위험한 줄도 모르고 자꾸 이럴래?" 은비를 뿌리치고, 성급하게 어디든 앉을 곳을 찾습니다. 동선 상 가장 가까운 곳인 침대에 앉아, 자연스레 양 허벅지 위에 베개를 올려놓습니다. 휴. 은비: "우리 사이에 위험할 일이 남았나?"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답이 정해진 듯한 질문을 날립니다. 나: "그,그게 무슨 말이야. 장난치면 혼난다." 은비: "어제 기억 안나? 오빠가 어제 침대에서 나한테 했던 거?" 머리가 지난 기억의 흔적을 짜내려 바쁘게 움직입니다. 아, 모함이다. 이성적인 내가 그럴 리 없어. 반사적으로 팬티 안의 감촉을 확인합니다. 일종의 습도라던지, 농축이라던지. ...... 까마득한 기억은, 거짓과 사실을 뒤바꿀 만큼, 사실도 거짓으로 혼돈할 만큼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으깨버립니다. ... 정말 내가? 나: "미,미안하다. 진짜 기억이 안나." 침대 옆에 나란히 앉은 은비가, 참다 못해 터진 듯 호탕하게 웃어버립니다. 은비: "아, 웃겨. 진짜 놀릴 맛 난다, 오빠. 너무 좋아." 쪼그만한 게 몇번씩이나 날 가지고 놀아? 나: "너 진짜 죽을래? 나 진짜 화났어. 빨리 나가 너." 은비: "어제 얼마나 힘들게 오빠 집까지 데려왔는데, 이렇게 매몰차게 내쫓는 거야?" 그렇긴 하지만.. 저 가녀린 몸으로 어떻게 여기까지 데려왔을라나. 내가 주사가 없어서 망정이지, 휴. 나: "대신 앞으로 그런 장난치지마. 그럼 별일 없던 거 맞지?" 은비는 골똘히 눈을 굴리며 지난 밤을 생각하네요. 은비: "아무 일이 없었던 건 아니지." 나: "뭐? 그럼?" 은비: "글쎄, 말해주기 싫은데. 내 소원 들어주면 말해주지롱." 내가 또 이런 허수에 당할 듯 싶으냐. 어림없지. 음... 나: "알겠으니까, 빨리 말해." 은비: "아싸! 안지키기만 해, 죽어 아주. 어제 잠들기 전까지 서윤인가 뭔가 하는 여자애만 종일 불렀어. 그리고 나한테 '서윤아' 하면서 막 안기고 보듬고 그랬어 오빠가. 나: "또 거짓말이지 너." 은비: "오빠, 너 마음대로 생각해라." 잔뜩 심통이 나있는 듯한 은비의 표정. 은비 표정을 보아하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네요. 다른 여자 이름을 부르며 본인에게 그랬다니, 은비의 기분은 어땠을까요. 미안해지네요. 나: "미안해. 그냥 잠꼬대 였을텐데. 너한테 함부로 행동해서 미안하다." 한동안 심드렁한 표정으로, 나에게 등을 돌린 채 앉아있습니다. 화를 풀어줘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 너무 어렵기만 해요. 뭐라도 해야 하는데, 아! 냉장고에 아이스크림 있구나! 나: "이거 먹고 화 풀어주라. 서윤... 아, 아니 은비야.." 젠장, 하필 이 타이밍에. 망했다. 숨도 쉬지 않는 듯, 미동없는 은비의 뒷모습에서 전쟁의 서막이 피부로 와닿습니다. 나를 휙 돌아보는 은비. 금방이라도 분노에 찬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눈망울. 아랫 입술을 잔뜩 모은 채,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합니다. 은비: "나 신은비라고! 서윤인가 뭔가 하는 애가 아니라고 나는! 진짜 자존심 상해." 분노와 서러움이 뒤섞인 은비의 표정. 나: "아, 미안하다. 내가 아직..." 은비: "왜 오빠 너는 서윤인가 뭔가 걔만 생각하고 걔만 부르냐고! 아, 울기 싫은데 진짜." 나: "......" 여기저기 놓인 짐을 휙휙 급하게 낚아채고, 현관으로 나서는 은비. 설움이 멈추지 않는지, 입고 왔던 가디건을 얼굴에 품고 훌쩍이며 집 밖으로 나갑니다. 다급하게 엉거주춤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고 뒤따라 갑니다. 얼마나 빨리 내려갔는지, 주택 계단을 벗어나 골목을 내려가고 있는 은비가 보입니다. 두손을 입가에 대고 힘차게 은비를 부르려다, 목에서 턱 하고 막혔습니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 이게 맞는 걸까. 괜한 행동으로 불을 지피는 건 아닐까. 곁에 둘수록 은비의 상실감은 더욱 커질테고, 그것에 비례하게 나 또한 미안함에 편치 못할텐데. 모았던 두손은 맥없이 툭 떨어지고, 깊은 한숨과 함께 복잡한 걸음으로 다시 집으로 올라갑니다. 왜 유독 은비를 향한 행동은 갖가지 이유와 근거가 필요할까요. 아직은 이 불편함을 정의할 수가 없네요. ****** 오디션 심사 2시간 전. 무거운 마음으로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집 밖을 나왔습니다. 원래라면 기대에 부풀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갈하게 채비했겠지만, 어제 하루 사이에 각기 다른 두 여자의 파동으로, 여파가 극심한 탓에 차마 겨를이 없었습니다. 기다리고 기대하던 오디션 당일인데, 컨디션도 의욕도 반토막입니다. 어제 공원에서 얼마나 울어 재꼈으면, 목이 칼칼한 게 쉰 목소리가 나오네요. 그래도 오늘이 영화에 일조하는 것도 마지막이고, 더이상... 서윤이를 볼 일도 없을 테고. 미련없이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 하는 게 일거양득이겠죠. 억지 화이팅을 가득 불어넣고 오디션장에 들어갑니다. 홍감독: "어, 김작가 왔네." 나: "안녕하십니까." 홍감독: "아직 캐스팅 디렉터랑 안왔으니까, 미리 배우 프로필 보고 참고해." 두터운 파일을 건내받고, 품에 꼭 쥔 채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생각보다 조촐합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스테이지를 생각했는데, 대학로 소극장 느낌에 가깝네요. 빈의자에 앉아 받은 프로필을 열어봅니다. 우와, 오늘 이 배우 실물 영접하는 거야?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에서 하드캐리한 배우잖아. 미쳤다, 미쳤어. 로코물의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는 배우도 있네요. 나이가 조금 있어서 걸맞진 않아보이는데.. 최근 핫하게 떠오르는 배우도 있어요. SNS에서 벨런스 게임에 항상 등장하던데, 빚이 30억이어도 다 갚아주고 만날 수 있다는 그 배우. 헛웃음이 나오네요. 내가 이런 배우들 앞에 앉아 심사를 하는 꼴이라니. 정작 월세 살이에 확연한 미래도 없는 나하고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일 텐데. '철컥' 문이 열리더니 홍감독과 함께 캐스팅 디렉터와 기타 관계자로 보이는 분들이 들어옵니다. 나: "안녕하십니까." "아이고 안녕하세요. 홍감독님께 말씀 들었어요." 홍감독: "자자, 슬슬 시작하지. 시간 다 됐지?" 스텝으로 보이는 분이, 심사 테이블 바로 옆에 두 대의 카메라를 거치해줍니다. 아마 영상을 통해 비춰지는 모습을 보려고 하는 거겠죠. 한마디로 카메라 빨. 우와 '알렉사 미니LF' 엄청 비싼 카메라로 아는데, 역시.. 홍감독의 손짓에 오디션이 시작되고, 첫번째 배우가 들어옵니다. 티끌도 놓치지 않기 위해 초집중 상태로 배우를 탐색합니다. 그런 나와는 달리, 역시 베테랑인 걸까요. 정돈 안된 거뭇한 수염 곳곳에 나있는 허연 수염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홍감독과 캐스팅 디렉터. 연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카메를 휙 보더니 가망이 없다는 듯 배우에게 시선을 끊고 다음 프로필을 봅니다. 다음으로 들어온 배우. 이번엔 두 분 다 유심히 보는 듯 했지만, 대사를 뱉기 전, 호흡에서 이미 아웃입니다. 모든 감정의 시작은 호흡이라고 하죠. 어느새 30명가량의 배우들이 속전속결로 나가떨어집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그 배우가 들어옵니다. 아까 잠깐 언급했던 '남자사용설명서'의 그 배우죠. 두 분 다 눈을 떼지 못하고, 배우의 연기에 빨려 들어가는 듯 보입니다. 배우의 연기가 끝나고, 흡족한 웃음을 짓는 두 감독. 홍감독: "잘 봤고요. 다음 거 해보시죠." 다음은 '지정 연기' 입니다. 한마디로 직접 지정해준 연기를 선보여야 하죠. 사실 '지정 연기'는 연극 영화과 대학 입시에서나 보는 것인데 이번엔 홍감독이 특별히 지시했다고 합니다. 홍감독의 애착이 들어가 있는 장면이죠. 바로 '스물아홉의 우린'에서 중요 장면 중 하나인 서윤이와 나의 이별 씬. ...... 눈을 지긋이 감으며 감정에 몰입하는 배우. 심호흡을 크게 내쉬더니, 준비가 끝난 듯 보입니다. "시작하겠습니다." 부디 그때의 나를, 그때의 우리를 그려주세요.
Chapter 51. 그놈을 뺏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로라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눈물도 멈추질 않았다. “사랑…이라.” 사랑은 이렇게 헤플 수도, 아플 수도, 가벼울 수도, 별 것 아닐 수도 있었다.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사랑…한데?” 도헌이 담배를 비벼 끄고 옆에 섰다. 로라의 표정을 살폈다. 흔들린 것인 가, 흔들리고 있는 것인가. 도헌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사랑…한다는데.” 그렇게 말하는 로라의 목소리가 힘이 없었다. 아니, 힘이 있을 리가 없었다. 알면서도 도헌은 막막해져 왔다. 이제 선택은 로라의 몫이었다. 로라가 어떤 선택을 내리든 도헌은 존중해주기로 했다. “누나.” 로라는 더 말을 잇지 않았다.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곤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어가자. 모기 밥…되겠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해보지만. “누나.” 로라의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었다. 가냘픈 어깨도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도헌은 가까이 다가가 로라의 어깨를 감쌌다. “동정하지 마. 난 괜찮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로라의 목소리도 떨렸다. 도헌은 화가 치밀어 오르는 듯 했다. “동정이 아니라…” “내일…그 여자…만나서 물어보려고.” 로라는 뒤돌아선 채 엘리베이터 앞에 우두커니 섰다. 눈물이 자꾸만 흘러서 좀처럼 진정이 되질 않았다. “뭐라고…물어볼 건데.” “남자…친구랑…잘 되어 가고 있느냐고.” “두 사람이…사귄다는 건…확신하는 거냐.” "……" "그래서, 그 대답을 듣고나선 어쩔건데." 도헌의 물음에 로라는 스르륵, 주저앉았다. 두 다리에 힘이 탁 풀려 버렸다. “더 묻지…말아줄래….” “…아.” “나…도 지금 뭘.…어떻게 해야할지 하나도 모르겠거든." 그렇게 주저앉은 채, 로라는 하염없이 고개만 숙이고 눈물을 흘렀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문이 열렸지만 로라는 오르지 못했다. 도헌 역시, 그런 로라의 뒤에서 로라를 바라보고 서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몇 번이 문이 더 열렸고, 닫혔고를 반복했다. 몇몇의 사람들이 타고 내리고를 반복했지만 둘은, 움직일 수 없었다. 도헌은 자신의 셔츠를 벗어 로라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 “뭐…야…흐읍.” “콧물은…닦지 마요…” * * * “헐. 오로라, 눈 왜 저래.” 로준은 아침밥을 먹다 말고 방에서 나오는 로라를 바라보았다. 얻어맞은 듯, 두 눈이 퉁퉁 부어 있는 로라. 로준은 경악하며 도헌을 바라보았다. 도헌 역시, 묵묵부답인 채 로라의 밥을 펐다. “누나, 밥 안 먹어요?” “…….” 대답도 않은 채, 현관을 나서는 로라였다. 도헌은 한숨을 내쉬며 로라의 뒤를 쫓았다. “누나.” “안 먹어.” 그러곤 신발을 신고 그대로 집을 나서버렸다. “너희 싸웠냐?” 싸웠냔 로준의 말에도 도헌은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두 눈이 퉁퉁 부은 채 힘없이 현관문을 닫고 나가버린 로라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아른 거렸다. * * * 로라는 평소보다 한 시간 더 빨리 가게 문을 열었다. 불도 미처 켜지 못한 채, 로라는 어둑한 가게 안에 우두커니 섰다. “하…뭘 어디서부터…시작해야 할지를…모르겠다.” 얼이 빠진 얼굴로 로라는 카운터 앞에 앉았다. 밤새 얼마나 울었던 지, 퉁퉁 부은 눈은 떠지지가 않았다. 참담한 심정이었다. 마음 한 편엔, 그래도, 라는 끈질긴 미련이 남아 있긴 했다. 그런 자신이 미워졌다. “…….” 로라는 어둑한 매장 안에서 노트북을 켜, 제일 먼저 그 여자의 SNS를 켰다. 밤새, 그 여자의 SNS를 달달 외울 정도로 살피고 또 살폈다. 그녀의 친구 목록은 기태의 친구 목록의 사람들과 겹치기까지 했다. “비참…하다, 오로라.” 남자 친구의 바람 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첫 번 째 여자의 SNS나 뒤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 여자와 기태의 SNS를 뒤지면 뒤질수록 둘 사이가 연인 사이임이 확실해졌고, 또한 자신의 처지 역시 그의 ‘세컨드’임이 확실해졌다. 로라는 다시금 멈춘 듯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아…흡.” 믿음 때문이었을까, 그는 그렇지 않을 거란. 강한 믿음의 배신이라 그럴 까. 로라의 심장은 갈기갈기 찢기는 기분이었다. 원망해서도 안 되었지만, 그 여자가. 수정이란 그 여자가 너무도 밉고, 싫어졌다. “…아.” 그때. 그 여자의 SNS의 커버사진이 바뀌었다. “…….” 바뀐 여자의 커버 사진을 발견하곤 로라는 노트북을 그대로 덮어버렸다. 더는…그 여자에게…물어볼 필요조차 없어졌다. * * * “정리할 생각…없죠.” 바닷가에 나란히 선 기태와 수정. 어젯 밤의 사랑한단, 기태의 말을 수정은 더 캐묻지 않았다. “나는 그렇거든요.” “…….” “오빠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 “그렇다고 놓을 생각도 없어.” 수정은 단호했다. 나란히 바닷가에 서서 동트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직은 나, 오빨 정리할 마음도, 그럴 생각도, 그럴 준비도 되어 있지 않거든.” “…….” “그 여자를 정리하든, 아님 그 여자도 안고 가든.” 수정의 말에, 기태는 그제야 수정을 돌아보았다. “난 너에게. 헤어지자고 몇 번을 얘기했다.” “…….” “그런데, 싫다고 한 건…너다.” 그게 중요한 것이냐, 되묻고 싶었지만 수정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지금은 못 놓아요, 어쨌든. 그 여자…오빠 여자 친구 있다는 거, 알고 만나는 거예요?” 수정의 물음에 기태는 머리가 지끈거려 왔다.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나란 존재를 알고도…그 여자가 오빠 곁에 머물려고 할까요?” “머문다고 해서…그걸 사랑이라고 치부하는 너는…도대체, 무슨 꿍꿍이 인거냐.” “내가 말 할까요?” “나서지 마라. 내가 알아서 해.” “나란 존재를 알게 된다면 아마, 떠날 거야.” “…지금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너가 아니라 그 여자다.” 기태의 말에 수정은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휴대폰 카메라를 켜 나란히 서 있는 자신과 기태의 발 사진을 찍었다. “뭐해.” “여전히 우린.” “…….” “행복하다는 걸” “…뭐?”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려고.” 곧 다정한, 다정하게 보이는 두 사람의 발 사진을 수정은 자신의 SNS 커버 사진에 업로드 했다. 기태는 그런 수정의 SNS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나 그런 거 싫어 한다고 했다.” “오빠 얼굴 나온 것도 없고, 이름 한 글자도 언급된 것 없으니 안심해.” 기태는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 넣곤 돌아섰다. “어디가요!” “돌아가자, 이제.” * * * “누나…오호라 누나.” 도헌의 목소리가 들렸다. 노트북을 덮고서 두 시간이 지나도록 오픈도 하지 않은 채 엎드려만 있던 로라. “들어…가도 돼요?” 입구에서 도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 가도 되냔 도헌의 말에 로라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지끈지끈 거렸다. “…….” “헐…누나. 괜찮아?” 두 눈두덩이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눈도 뜨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열난다. 안 되겠다. 문 닫고 병원부터 가자.” 도헌은 싸온 죽을 카운터 앞에 놓곤 로라의 이마를 짚었다. 불 덩이었다. “언젠간…이렇게 앓고 지나가야 할…거니까. 놔둬, 그냥.” “…누나.” “병원 가서 약 먹고 주사 맞는 다고해서…나아질 것 아니잖아.” “그래도…너무 힘들어 보여요.” “응…힘들어…너무.” “…….” “내 살점들을 다 칼로 도려내는 것 같아.” “…누나.” “차라리…내 머릿 속을 다 도려내주었음 좋겠어. 이 마음도.” “…….” “그 사람에 대한…모든 기억을…다…도려내 주었음 좋겠어.” “…….” “그래 준다면…그럴 수만 있다면…어떤 고통도…감내 할 수 있을 것 같다.” 로라의 말에 도헌은 살며시 로라를 끌어안아 주었다. 너무도 아파하는 로라를 보니, 도헌의 마음도 아파오는 듯했다. “미안…해요, 누나…내가 끝까지…말렸어야 했는데.” 결국 우려했던 것이 현실이 되고 말았고, 역시나 로라는 너무도 아파했다. 모든 걸 예상했던 도헌이었기에 이렇게 아파하는 로라가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마음이 불편해졌다. “미안…은 무슨…. 왜 네가 미안하냐. 됐다.” 하고서 로라는 도헌을 밀어냈다. “그…여자한텐…물어보기로 했어요? 그래서…어떻게 할 건데요. 나도 알아야겠어. 알고 있어야겠어." “…….” “하…. 누나. 누나가 많이 힘들고 어려울 거라는 거 아는데.” “…구 여친이든 어쨌든 간에. 그 새끼는. 아니다, 누나" "알아. 아니라는 것, 너보다 내가 더 잘 알아. 그러니…" " ……" "보채지 마." 로라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꿈만 같고 믿기지않았다. 갑작스레 그에게 이별통보를 받는 것이, 차라리 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토록 사랑했던 그를 미워하고 저주하진 않아도 되는 것이니까. "우선 몸이 많이 상한 것 같으니, 문닫고 집으로 …" 그때였다. 로라의 휴대폰이 울렸다. 기태였다. "누나." 로라는 기태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지 못했다. 그대로 휴대폰을 엎어두곤 다시금 고개를 숙여버렸다. 곧, 벨소리는 끊겼다. 괴로워하는 로라를 바라보며 도헌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못할 것 같음, 내가 얘기해 줄게." " ……" "내가 대신 전화 받아서 다 알아버렸다고, 다 알게 되어버렸다고 …" 그때, 다시금 로라의 휴대폰이 울렸고 로라는 힘없이 전화를 받았다. 착, 가라앉은 로라의 목소리. "네, 선생님." "로라씨, 어디 아파요? 어제보다 목소리가 더 안좋아요." 이 순간에도, 기태가 자신을 걱정해주고 있는 이 순간에도 로라는 이 남자가 그 여자와 함께 있을거란 생각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당장이라도 전화로 따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네. 몸살이 걸린 것 같아서." "어떡해요 그럼. 나 지금 올라가고 있으니 병원이라도 가 있을래요?" 밤새, 그 여자와 뒹굴었을 그다. 로라는 자꾸만 이 남자가 그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져 마음이 미어져왔다. 자신을, 여전히, 농락하고 있는 그였다. 로라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달싹였다. "네, 그럼 그렇게 할테니 얼른 오세요, 선생님." "바로 병원으로 갈테니 병원 이름만 알려줘요." "네 … 기다리고 있을게요. 선생님." 그렇게 말하고서 로라는 전화를 끊었다. 그에게 따지기는 커녕, 기다리겠단 말을 한 로라에게 순간적으로 화가난 도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호라, 너 진짜! 그 자식이랑 갈때까지 가보겠다, 이거냐?" 그러자, 로라는 헝클어진 머리를 다시금 질끈 묶으며 파우치를 꺼냈다. "나라고 못할건 없잖아." "뭐?" "내 사랑을, 이 마음을 우습게 보고 짓밟은 대가." " …… " "나도 그냥은 못 넘어가겠다. 나 이렇게 아픈 거, 내 아픈 거에 반의 반만이라도 돌려줘야겠어." "누나. 내가 그 놈 만나지 말라고 했잖아!" "세컨드로 남을거야. 원하는게 그거라면." "누나." "뺏을 거다, 그리고 아프게 짓밟을 거야." 로라는 결심한듯 붉은색 립스틱을 꺼내 발랐다. "세상에서 애인있는 사람 건드리는 년, 놈들이 제일 쓰레기라는 거 알지만. 어쩔 수 없어. 이젠 내가 그 쓰레기가 되어야겠다." * * * 로라의 복수가 시작되는 것인가요.
숨에 섞지 못한 말들
13.09.21 그녀는 교수의 턱 앞에 앉아 쉴 새 없이 검은 뿌리가 드러난 파란 머리를 손으로 빗어댄다. 책상 위에는 핑크색 노트 옆으로 화장품처럼 볼펜들을 펼쳐놓았는데 무엇을 들어 뭔가를 쓰는 일은 거의 없다. 15.09.21 비을 맞으면서 대본을 외는 여자가 있다. 남자는 나무 곁에 붙어 비를 피하며 포도를 먹고 있다.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한 여자는 굵어지는 비에도 물러남 없이 잔디 위를 맴돌며 말을 뱉고 또 뱉는다. 태연한 듯 구는 얼굴과 달리 말 사이는 점점 사라지고 대사는 의미도 감정도 잃고 빗소리가 되고 만다. 버텨 버티는 게 우선이야 남자는 마지막 포도 두 알을 동시에 입에 넣고서 작게 속삭인다. 쪼그라들지 않는 정신을 가져야지. 단단한 그릇을 들고 있으면 뭐라도 그에 든다. 비, 바람에 뜬 모래알, 성팀, 드미 바게트, 대게는 말들, 뭉개진 말들. 그렇다고 바로 먹어선 안되지. 담겨 있다고 다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21.09.21 반쯤 마신 콜라, 30분째 핑크색 노트 위에 던져져 있는 고프레뜨 한 조각. 파란 머리카락을 잔뜩 구조한 검은색 민소매 티. 커다란 에코백에는 1.5리터 물 한 병과 500미리짜리 물 한병 과자 두 상자와 과자 한 봉지가 담겨 있는데 그 속에 책이나 노트가 숨겨져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특강을 온 강사는 마지막 단추까지 곱게 잠근 셔츠를 바지춤에 다 집어넣는 것을 온전히 감독하지 못하고 왼쪽 엉덩이 쪽에서 성격을 드러내고 말았다. 자기의 전문 분야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매 단어의 첫음절에 악센트를 주어 강요하고 있는데 목을 쬐여 발음한 소리는 힘만큼 공간을 채우진 못한다. 남자는 그녀의 에코백에서 감자칩 사이로 모서리를 내민 책 한 권을 발견한다. 그리곤 무겁겠다 뒤늦은 말을 뱉는다. 첫날 남자가 여자라고 확신을 했던 이는 강의실에서 머리카락이 가장 길다. 그가 손을 들어 자꾸 질문을 하는데 강사는 늘 에비다멍이라 하고 만다. 그가 멈추지 않고 질문을 이어가자 하나 둘 핸드폰을 들기 시작했고 강사는 데리다를 읽었니?라고 묻는다. 그가 아니라고 답하자 강사는 웃고 따라 웃는 이들이 몇 있다. 습기가 사라진 바람이 분다. 남자는 우산이 든 가방을 오금으로 감아 당기며 무겁겠다 뒤늦은 말을 뱉는다. 22.09.21 두 개의 컴퓨터가 선생님의 말을 받아 적는다. 남자 쪽의 것은 자주 멈춘다. 여자는 남자에게 자신의 프로그램을 알려준다. 컴퓨터는 쉴 새 없는 선생님의 말을 받아적느라 쉴 새가 없고 컴퓨터 앞에 놓인 네 개의 눈은 쉬진 못하고 저마다로 헤맨다. 여자는 자주 한숨을 내쉰다. 남자는 그제야 창을 너머 현재를 넘어가는 시야의 목줄을 당긴다. 선생님과 눈을 자주 마주치면 낙제는 안 받을 거야. 닥코흐? 차마 위는 못 하고 고개를 흔든다. 더 세차게 고개를 흔드는 여자의 팔꿈치가 책상을 흔든다. 파리에 온 지 두 달이 된 여자는 상하이에서 살았다. 3년 전 성균관대학교를 다니던 친구를 만나러 서울에 가 봤다고 한다.  오흐부아 사람들은 층을 내려가고 남자는 층을 오른다. 남자가 앉아서 햇볕을 쬐는 곳은 엄연히 건물의 면적에 들어가 있는 외부 계단. 말을 잘할 수 없는 남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대개 말 뿐이었나 하고 웃는다. 검은색 재킷이라 등이 곧 뜨거워진다. 햇볕이 좋다. 이 말을 취소하진 않을 테다. W. P 레오 시로 일기하기
연애 하면 행복해야 하는데, 오히려 정신병 걸릴 것 같은 이유?
연애를 한다면 마음이 들떠 행복을 느껴야 하는 것이 순리일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연애를 하면 정서 불안에 빠지는 여성도 있답니다. 해외의 한 여성 미디어에서는 '연애를 하면 정신이 불안정해 지기 쉬운 여성의 특징'에 대해 소개했는데요. 연애 할 때 당신의 심리 상태는 과연 어떤가요? 특징 1. 자신에게 자신이 없다 가장 큰 특징은 '자신감이 없다'는 것입니다. 연애에 의한 정서 불안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다는데요. 가장 흔한 증상이 "그 가 내가 아니라 다른 여자를 좋아하면 어떻게 하지?" 라며 불안해 하는 것입니다. 혹시 버려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죠. 이러한 불안감은 자신감이 있는 사람에게는 나타나지 않는답니다. 특징 2. 꿈이나 목표가 없다 두 번째 특징은 꿈과 목표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삶의 보람도 없다는 뜻과 같습니다. 삶의 보람이 없기 때문에 연애가 삶의 전부가 되는 것이죠. 따라서 상대의 말과 행동에 좌지우지 되는 것입니다. 특징 3. 마음과 머리가 한가하다 꿈과 목표가 없다면 마음과 머리가 한가 할 수밖에 없습니다. 취미에 충실하거나 바쁜 일상을 보낸다면? 연애 이외에도 생각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자신의 상태가 연애에 몰입하는 힘이 저절로 줄어든다는 것이죠. 반대로,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연애에 있어 무의미한 것도 과도하게 생각하게 된답니다. 매우 바쁜 사람의 경우 정서 불안이 있을 여유가 없답니다. 특징 4. 소유욕이 강하다 자신이 있는 여성은 다른 사람을 독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독점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사랑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자신이 없는 여성은 독점욕이 강하답니다. 그가 떨어져 나가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징 5. 현재 보다는 과거나 미래를 걱정한다 정서 불안이 되는 큰 원인 중 하나는 과거나 미래를 걱정하는 것입니다. 현재 라는 순간에 눈을 돌리지 못하는 것이죠. 연인과 만나지 않을 때 "지금 뭘 하고 있을까? 혹시 바람을 피우고 있진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죠.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집중 하고 있을 경우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답니다. 또한 현재에 집중 해야만 연인과 만날 때, 상대를 괴롭히지 않고 함께하는 시간을 최대한 즐길 수 있답니다. #연애 #정서불안
[네이트판] 잘 때도 브라 벗지 말라는 예비신랑
모바일로 쓰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는 스물 중반이구요 제 예랑이는 30살입니다. 올 해 말 결혼 예정중이예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오늘 통화하던 도중 잘 때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자는 것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요. 저는 애초에 브래지어 착용할때 밖에 외출시나 손님이 왔을때만 착용하고 집에서 있을땐 벗고 있고 당연히 잘땐 벗고 자거든요. 그런데 그걸 알고 있는 예랑이가 저번부터 자꾸 하고 자라는 겁니다. 저는 소화능력이 안좋아서 브래지어를 착용하면 소화가 더 안되고 갑갑해서 왠만하면 집에 있을때 만이라도 벗고 있고 싶거든요. 그런데 예랑이는 그거 안 입으면 가슴 쳐진다, 그건 가슴 쳐지지 말라고 만든거 아니냐 이러면서 24시간 내내 입으라고 하네요. 그래서 예랑이한테 내 생각엔 브래지어를 만든 이유는 옷을 입을때 브래지어를 착용함으로 인해 옷태가 살아나기 때문이고 그런 미용 면이나 평소 생활때 충격을 좀 덜 받게 하려고 만든 것 같다 라고 말하면서 sbs에서 브래지어에 대한 다큐를 방영한적 있는데 그 내용을 정리해논 블로그를 찾아 읽어주기 까지 했습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그 생각이 잘못된거고 오히려 좋을게 하나도 없다라고 말해주면서요. 그랬더니 그렇게 안좋은걸 왜 다들 하고 다니냐 그럼 너도 평소에도 벗고 다녀라 이런 막말을 하는겁니다... 예랑이는 브래지어를 하고 있는게 좋다고 말하는 의사를 봤다면서요.... 그래서 제가 자긴 안해봐서 얼마나 불편한지 모르잖아? 이랬더니 자기는 할 수가 없답니다.. 그러면서 저보고 고집 세다고 그러고 여러분 정말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요? 그리고 예랑이 말로는 안하고 자는 사람보다 하고 자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하고 주무시나요..? 제가 이상하고 무지한 건가요? 아 참고로 그래, 하고 잘게라고 거짓말로 간단히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닌게 결혼하면 같이 자야 하잖아요 매일 밤... 절대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요...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ㅠㅠ 헉...댓이 이렇게 많이 달렸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네요... 댓글에서 다 저의 입장을 알아주시고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사실 저도 알고 있어요 예랑이가 고집이 세다는거.. 저런 경우가 몇개 있거든요. 예를 들어 본인이 싫어하는 음식을 제가 먹으면 싫어 한다던가(피자, 떡볶이) 자기가 sns 안한다고 저 하는것도 싫어 한다던가... 오래 만났고 또 아빠처럼 기댈 수 있다는 느낌에 헤어짐이 답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실천하지 못했네요. 한번 더 얘기해보고 저희 둘의 미래를 결정 해야 겠어요. 많은 조언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ㅠㅠ 뭔 아빠처럼 기댈수 있어;;;;;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네 지금이야 브라정도지 나중에 어디까지 간섭할 줄 알고 저런 사람하고도 한번 더 얘기해본다고 하는 게 신기함 ㅇㅇ 판펌
제주도 서귀포 가볼만한곳 외돌개 일대 올레길7코스
#제주도가볼만한곳 #서귀포가볼만한곳 #제주여행 #제주외돌개 #황우지해안 #새연교 #경치좋은곳 #제주올레길7코스 #서귀포관광지 서귀포 어디 다녀오셨는지요? 안녕하세요. 호미숙 여행작가입니다. 추석연휴를 마치고 햇살이 눈부신 목요일 아침입니다. 연휴 끝이라 마치 월요일 같은 기분인데요. 오늘과 내일만 지나면 또 주말로 이어지네요. 가을이 깊어 가고 단풍소식이 전해오는 즘 늘 행복하세요. 제주도 가볼만한곳 서귀포 여행코스 외돌개 일대 관광지 1. 제주 외돌개 카페 까망 2. 솔빛바다 힐링 & 체험농장 카페 제향팜파크 3. 제주 풍란전시장(우리옷 갤러리) 4. 황우지해안(황우지선녀탕) 5. 황우지12동굴 6. 문섬과 새섬.새연교 7. 남주해금강 전망대 동너분덕 8. 제주 외돌개 * 댓글 링크를 누르면 외돌개 일대 관광지와 서귀포 여행지 소개했어요. * 제주 외돌개 올레길7코스 풀영상도 감상해요. 제주 외돌개 홀로 외롭게 바다에 서있다고 해서 붙여진 외돌개 남주의 해금강 서귀포 칠십리 해안가를 둘러싼 기암절벽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20m 높이의 기둥 바위인 외돌개입니다. 약 150만 년 전 화산이 폭발하여 용암이 섬의 모습을 바꿔놓을 때 생성되었다고 합니다. 꼭대기에는 몇 그루의 소나무들이 자생하고 있어 마치 모자를 쓴 거처럼 머털도사의 머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제주도서귀포가볼만한곳 #서귀포가볼만한곳 #제주가볼만한곳 #제주외돌개 #외돌개 #새연교 #황우지해안 #황우지선녀탕 #선녀탕 #제주도경치좋은곳 #제주경치좋은곳 #경치좋은곳 #까망카페 #제향팜파크 #바다풀장 #제주문섬 #제주새섬 #제주범섬 #제주올레7코스 #제주걷기좋은길 #올레길 #둘레길 #서귀포여행 #제주도서귀포 #서귀포시가볼만한곳 #서귀포바다
오징어 게임(두촌의 우리는 오징어 가이상이라 했다)
아침이면 나팔꽃 모양의 대형 스피커를 관용차 뒤에 묶은 차량이 새벽종이 울렸으니 너도 나도 일어 나라며 온 동네 사람들을 깨우고 다녔다. 그러면 어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지게를 지고 산에 올라가 퇴비를 베어 나르고 새마을 지도자 였던 아버지의 리드에 따라 삽이나 곡괭이를 들고 나와 신작로를 보수하고 홍수 때 휩쓸고 간 개천에 제방을 쌓았다. 일 요일 이면 눈을 비비며 빗자루를 들고 나온 아이들은 투덜거리며 애향 단장의 지시에 따라 마을 이곳저곳을 쓸고 길가에 풀을 뽑거나 코스모스를 심었다. 대충 마무리가 되면 근처 중학교 운동장에 모여 일부는 축구를 하거나 사다리 모양의 줄을 그어놓고 하는 사다리 타기나 오징어 모양의 '오징어 가이상'을 했다. 요즘 이 오징어 가이상이 '오징어 게임'이라는 이름의 넷플릭스 드라마로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20여 개국에서 1 위의 드라마로 올라섰다. Kㅡ문화는 이제 세계 일류다. 음악이 영화가 드라마 까지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오징어 게임’은 더는 물러날 곳이 없는 이들이 거대한 공간에 갇혀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생존 게임이다. 우리 때는 게임 대신 '가이상'이라 했기에 그 어원을 찾아보았더니 오징어처럼 눌러서 포를 뜬 모양을 일본어로 가이상이라 한단다. 그때만해도 이런 일본어 잔재가 어린이 놀이에도 많았다. 55년 전에 했던 놀이가 드라마를 통해 소환되면서 뒤늦게 한국어의 뜻을 알았고 그 시절의 분주한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땐 동네에 아이들도 많아 이렇게 편을 갈라 하는 놀이가 많았다. 요즘 같은 가을 철이면 떨어진 밤을 먼저 줍겠다고 새벽 동이 트기 전 부터 밤나무 아래 아이들이 몰려 들었다. 고무신 바닥에 밟히는 밤알의 촉감이 짜맀했고 두둑해진 주머니의 부피는 자존감의 상징이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라는 격언의 생생한 체험 이었다. 다시 오징어 게임으로 돌아가자. 나는 오징어 모양의 그림이 그려진 위에서 상대를 밀어 버리고 죽었니 살았니 다투던 기억은 있는데 룰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혹시 누군가 알고 있으면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다. 드라마에서는 마지막 게임으로 '오징어 게임'이 등장한다. 어릴 적 한 동네에서 오징어 가이상을 하며 자란 두 명의 선 후배가 최종적으로 남아 목숨을 건 오징어 게임을 한다. 더 이상 설명은 드라마를 보고자 하는 분들께 스포일러가 되기에 생략 한다. 어릴 적 놀이의 기억과 길가에 코스모스, 계절은 가을, 파란 하늘 위로 펼쳐지는 추억. 돌아갈 수 없기에 더욱 소중하고 아름다운 또 한편의 드라마... 이세상 모든 걸 사랑하고 싶다. 사진 출처 나무위키
제목없음 11
안녕하세요 빙글러님들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아(적ㅇㅓ보이지만 많은걸로.. ㅎㅎ) 다음편을 가져왔습니다. 곧 추석이라서 빠르게 업로드 해야겠습니다. 추석때 해야할 노동이 많으므로...또르르..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ㄴㅣ다. ====================================================== 제목없음 11 “ 일단 차를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 “ 지금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근처를 뒤지는건 무리에요 “ 그들의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방울은 점점 더 거세져갔다. 구름이 어느새 내려앉아 주변은 낮인데도 밤처럼 어두워졌고 이렇게 수풀이 우거진곳에서 차를 찾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였다. “ 이 주변 지리를 어느정도 파악하고 나서 차를 찾는게 쉬울거같아요. 저도 지금 네비로 여기를 처음와봐서 주변지리를 모르거든요. 사실 두분이 말씀하기 전까지 이쪽에 요양원이 있다는 사실도 잘 몰랐습니다. “ 그나마 제주도에 사는 권기자에게 기대를 걸어보려 했지만 주변 지리를 모르는것은 그 또한 마찬가지인듯 했다. “ 혹시 두분 아까 오다가 봤던 야영장에다가 한번 물어보는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 맞아. 그쪽밖에 들어오는 길이 없다면 그쪽에서 애들을 봤던 차를 봤던 하지 않았을까요? “ “ 맞아요. 야영장 주인을 한번 만나보는게 좋겠어요. “ “ 건물내부를 찾아보는건 비가 그치면 다시 오는걸로 하죠. 시야가 너무 어두워져서 밝을때 들어오는게 좋을거 같아요. “ 지현은 일단 잔뜩 젖어서 머리가 엉겨붙은 수연에게 우산을 씌워주었다. “ 수연아 일단 비도 너무 많이 오니까 야영장으로 가보자 . 거기 한번 물어보면 뭔가 얘기해주실지도 몰라. “ “ 그러자. “ 건물 한 귀퉁이에 놓여진 새마음요양원 표지판을 뒤로 한 채 그들은 다시 풀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차를 찾을수 있을 거 같진 않았지만 일단 수연의 마음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야영장 주인과 대화를 해보는것이 좋을 듯 했다. 주위가 어두워지고 랜턴 하나에 의지한채 길지 않은 길을 빠져나왔다. 벌써 세사람은 쓰고온 우산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잔뜩 젖었고 한여름의 장마라도 시작된 듯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 야영장 관리소 : 부재시 연락바람 010******** 정진규] 허술하게 세워진 표지판에 야영장이라고 적힌걸 보니 이곳이 맞는 듯 했다. 관리소는 간이로 만들어진 곳 같았고 그 뒤에는 좀 더 커다란 가정집이 있었다. “ 불이 꺼져있는거 같은데 전화를 해봐야 할까요? “ 지현은 우산을 잡은 손이 점점 차가워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렇다고 불이꺼진 곳의 문을 함부로 열수도 없었다. ‘똑똑똑’ “ 저기요 !!! 사람 없어요 ? “ 머뭇거리던 틈 사이로 수연은 관리소의 문을 두드렸다. ‘ 쾅쾅쾅 ‘ “ 저기요!!! 누구 없어요? !!!! “ 문안에서는 어떠한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주변의 힘차게 내리는 빗소리만 들려올뿐. 우산에 의지한채 셋은 갈피를 잡지 못해 그저 멍하게 서있었다. 대꾸도 없는 문안이 짜증이 났는지 기어이 지현은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발로 관리소 문을 차버렸다. ‘퍽 ! ‘ “ 사람 없냐구요 !!! “ “ 누구요 . 누군데 남의 집 문을 발로 참수꽈 “ 빗소리에 시끄러워진 그 공기를 깨며 누군가 뒤에서 소리쳤다. 그는 매우 키가 컸고 커다란 덩치를 자랑했다. 까칠하게 올라온 수염은 며칠 씻지 않은것 처럼 꾀죄죄해 보였고 그의 손에는 비에 흠뻑하게 젖은 뗄깜이 묶여있었다. 머리는 빡빡하게 스포츠 머리를 했고 눈은 부리부리해서 첫인상 치고는 쎄다는 느낌을 받았다. 움푹 패인 눈에 위압감이 느껴진 그들은 누가 먼저 말을 건네야할지 각자 눈치를 보고 있었다. 결국 제일 다급했던 수연이 말을 걸었다. “ 저기요. 여기 관리소장님 되세요? “ “ 내가 여기 관리소장 이우다. 무슨 일이꽈 “ 사투리가 조금 섞인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곳에 관리소장이라고 하는 부분은 알아들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그의 표정을 보고 수연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 사람을 찾으러 왔습니다. 몇가지 질문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 “ “ 비가 쏟아졈시난 일단 들어오십서 “ 무뚝뚝한 말투로 들어오라며 거구의 남자는 문을 열쇠로 열어주었다. 내부는 좁을 거라 생각한것과 달리 그곳은 그 가정집으로 이어지는 입구 같은 곳이었다. 아마 사무실 겸 입구로 사용하시는것 같았다. 가정집 문까지 열자 그 안에서 넓직하고 커다란 내부가 펼쳐졌다. 값비싸 보이는 가죽 쇼파가 거실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고 영화에서나 보던 벽난로를 보고 지현은 신기해했다. “ 여기 앉으십서. “ “ 감사합니다. “ “ 딱보난 육지사람 닮은디. 무슨 일인지 … “ “ 아 안녕하세요. 제주 향기 권영민 기자입니다. “ 갑자기 말을 끊고 권영민이 끼어들어 대답했다. 의아한 표정으로 지현이 영민을 쳐다보자 영민은 눈을 찡긋하며 빠져있으라는 신호를 보내는 듯 했다. “ 아… 제주도 사람이구나. 육지사람인줄 알아신디 … “ “ 취재중에는 저희도 사투리 많이 안씁니다. 어르신 . “ “ 지역신문이면 도와줘사쥬. 무슨 일이꽈 “. “ 실종된 사람들을 찾고있는데요. 혹시 여기 차세워서 위로 올라가거나 뭐 돌아다니는 아이들 본적 있으세요? “ “ 아이들은 여기 오질 못하쥬게. “ “ 아니 그정도 어린애들 말고 대학생 또래 정도 되보이는 아이들 마씸 ….” “ 흠….. 애들은 못본거 닮은디…. …. “ “ 혹시 그러면 낯선 차를 보신 적은 없으세요 ? 아마 렌트카였을텐데 “ 내용을 바꿔서 질문을 하자 관리소장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뭔가 생각이 날듯 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 했다. “ 여기는 죄다 렌트카인디 내 차 찾는게 빨라지 아 그런데 예전에 우리 손님 차 아닌 차는 봤던거 닮은디…… “ “ 손님 차 아닌건 어떻게 아셨어요 ? “ “ 우리 야영장 쓰는 사람들은 다 들어올때 차남바를 적게 되있어요. 그래야 내가 주차장 관리하기가 편하니까. 그런데 가끔 야영장 주차장 옆이나 바깥에 세우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서 바깥까지 한번 돌아보는데 우리 주차장 입구옆에 누가 차를 세웠더라고. 내가 목록을 보면서 체크를 하는데 그 목록에는 그 차번호가 없었어요. 그래서 딴 놈이 우리 주차장 근처에 차를 세웠네 하면서 욕을 한번했지. 거기다가 세워버리면 우리 손님들이 차를 빼기가 힘들다고 “ “아,,, 혹시 번호는 기억하세요 ?” “ 내가 차 남바를 적긴 해신디.. 나중에 안 치우면 불법주차로 신고전화하잰 남바 적어놓긴 했수다. 잠깐 기다려봅서. “ 관리소장은 일어나 어딘가 서랍을 뒤지더니 주차목록 이라고 커다란 견출지가 붙은 철 한개를 가져와 앉았다. 목에 걸린 돋보기를 쓰며 여기저기 넘기던 관리소장은 표시해둔 곳을 찾아 그들에게 건네 보였다. “ 여기있네요. 6월 22일 토요일에 . 허. 4018 검정색 그랜저 차. 이때가 어린애들 데리고온 손님이 많아서 우리가 주차장이 꽉찼었거든요. 그래서 꼭 전화할라고 했었는데 너무 바빠서 나중에 있는지 확인을 못했어. “ “ 렌트카 어디 였는지는 모르시져? “ “ 나가 거기까지 어떵알아. 그냥 남바만 적어놔신디 “ 옆을 살짝 보자 지현은 몰래 대화내용을 녹음 중인걸로 보였고 수연은 수첩에다가 차 번호를 적어놓았다. 투덜거리던 관리소장은 바깥에 갑자기 쏟아지는 빗소리에 흠칫하며 창문을 열어 바깥을 확인하였다. “ 비가 영 하영 내리는데 다시 어떵 갈거라 . 좀 그치면 가던가. 여기 커피 이시난 알앙 타마시고. 난 건물에 물새는데 이신디 봐야하니까 뭐 물어볼거 이시믄 아까 거기 번호로 전화하던가 합서. “ 무뚝뚝하게 내뱉던 관리소장은 비가 새는 곳을 찾아야 한다며 고무 대야를 들고 사라졌다. 아마 알아서 가던가 말던가 하라는 뜻 같았다. “ 뭐라고 하시는거에요 ? “ 지현은 사투리가 연속적으로 나오는 말에 당황해했지만 이내 영민이 그 뜻을 설명해주었다 . “ 커피 마시고 비 그치면 가라하시네요. 소장님은 비새는데 있나 보러 가셔야한대요. 혹시 물어볼거 있으면 문에 붙어진 번호로 전화하라고 하셨어요 “ “ 혹시모르니 저장해놔야겠네요. 관리소장 이름이 정진규씨 맞죠? “ “아깐 말잘라서 미안해요. 제주도 분들이 육지 신문사에서 왔다고 하면 대답을 잘 안해주시거든요… 좀 폐쇄적인 곳이라… “ “ 이해해요. 다른 지역도 그러는걸요 . 영민씨 덕분에 그래도 수월하게 대화 했어요.“ 관리소장의 말을 듣고 나니 더 의문투성이가 되었다. 사라진 유심. 차로 이곳을 왔는데 지금은 어디있는지 알수가 없다. 아마 야영장 곁에 차를 세우고 요양원까지 올라간건 맞는거 같은데 그 뒤에 행방이 묘연하니… 어디에 있는거니 수정아… 12편 이어집ㄴ니다 https://vin.gl/p/2672350?asrc=copylink
각 월별 여행가기 좋은 우리나라의 도시들
1월 - 전라북도 무주/장수 눈꽃산으로 유명한 덕유산 일출 스팟으로도 유명하고 산이 눈에 쌓인걸 보고 있으면 평화로워짐 2월 - 경상남도 통영 굴 처돌이들 모이십시오,,,, 2월은 굴을 먹는 달입니다,,, 굴도 굴이지만 예술가가 많이 나온 지역답게 경관이 너무 이쁨 3월 - 전라북도 전주 전주는 언제 가도 괜찮은 지역이지만 3월에 가면 향교에 산수유 꽃이 피어서 한복입고 사진찍기 너무 좋음 ㅠㅠ 음식 흡입하는거 잊지 말기. 4월 - 경상남도 진해 군항제는 이미 너무 유명해서 4월만 되면 사람이 미어터지지만.. 그래도 벚꽃이 다발이다 느낄만한 곳은 아직 진해말고는 못봤넴.. + 대구 이월드나 제천, 김제 모악산 등 다른 벚꽃 지역도 있다고 함! 5월 -  전라남도 순천만 5월이 되면 순천에서는 봄꽃 축제가 열립니다,, 기사로 찾아봤을 때는 총 1억송이가 심어져 있다고 합니다,,, 6월 - 전라남도 담양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길은 꼭 6월에 느껴보도록 하십시오 더 늦게 가면 덥습니다. 더워 뒤집니다. 7월 - 전라남도 여수 제가 쳐먹는걸 좋아해서 그런지 쓰다보니 전라도 여행지가 많긴 하네요,, 크흠, 큼,,그래도 여수 밤바다 보기에는 여름이 최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8월 - 충청남도 태안 몇년 전부터 여름 여행지에 종종 언급되기 시작한 태안입니다,, 갯벌, 휴양림, 해수욕장, 빛 축제 등등 즐길거리가 무척이나 많아요 9월 - 경상북도 경주 9월 밤에 경주에서 본 밤하늘을 아직도 잊지못훼,,, 왜 수학여행때는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이쁜 관광지가 너무 많았음 경주월드는 덤임 10월 - 충청남도 아산 온천 ㅎㅇ 딱 날씨 쌀쌀해질때 온천가면 이것만큼이나 행복한게 없음 천안에서도 매우 가까워서 서울에서 가기 편함! 11월 - 전라북도 정읍 어르신들이 11월만 되면 내장산 가는 관광버스를 괜히 타는게 아녀유 정읍 내장산 단풍보면 압도당함 그냥 집에서 디즈니 보는게 좋은 시절에 엄빠 손잡고 끌려가서 봤던 단풍이 아직도 기억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음 12월 - 강원도 인제 인제라고 하면 그냥 군대 있는 곳 아냐? 했었지.. 근데 겨울만 되면 분위기 난리남 라임 좀 쩌는듯ㅋ 한가지 단점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교통이 마비될 수 있음 전남 장성 백양사도 이쁘대! - 맨날 가든/모텔 간판들만 잔뜩 붙은 여행지만 생각하지 말고 잘 돌아보면 좋은 여행지 넘넘 많은듯해서 써봄! 경험을 바탕으로 쓴 거니까 여긴 왜 없어 라는 댓보단 여기도 좋더라는 댓으로 달아줬으면 좋겠어 ㅠㅠ 출처ㅣ쭉빵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