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miere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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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동정과 이해의 관계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것을 견뎌야 한다. 카뮈 <결혼, 여름> 중에서 * 이해하려면 견뎌야 한다 내가 그 상황이 되어봐야 안다는 걸까 동정 과 배려 남을 위한다 흔히 '배려' 라 부르는 일 배려를 이야기 할 때 가장 많이 듣고 또 하는 말 역지사지 내가 너였더라면 내가 그 상황이었더라면 이해할 수 있는 배려 이해할 수 없는 배려 (여기서 이해는 불완전한 이해다. 서로에게 완전한 이해란 있을 수 없다 생각해서, 사실 이 생각에 따르면 상대방을 위한 모든 행동은 동정이고 나의 평온함을 위한 가식일 뿐인데, 하지만 그러면 너무 삭막하니까 라는 변명하나 인간이기때문에 라고 변명 둘) 내가 겪어본 불행에서 나오는 행동은 배려 내가 겪어본 행복에서 나오는 행동은 동정 이해의 유무 '내가 너였더라면' 상대방의 지금이 내가 지나왔던 시간이며 순간이었다면 같은 상황을 이미 경험했다면, 그 경험에서 나오는 남을 위한다는 행동은 배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대방의 지금이 내가 겪었던 그 어떤 상황도 아니며 그럴 가능성이 현재에 있을 확률 또한 적다면 그 상황에서 나오는 나의 행동은 동정이 아닐까 대부분의 흔한 불행 (내가 말한 불행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불행이 아닌 흔한 ... 길 가다 넘어지거나 무언갈 잃어버리는 것, 유리문에 부딪혀봤다거나 뜨거움에 데이거나, 친구와 싸우거나, 그냥 외로워졌다던가, 아프다거나 하는 등등 그것도 불행이라 친다면) 은 나도 겪어 봤고 알기에 이해할 수 있는 척이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전쟁 가난 살인 자살 고아 폭력 악이라 칭할 수 있는 모든 것 그런 불행을 가진 이들에게 나는 그 어떤 감정의 나눔도 있을 수 없다 이해는 물론 이해하는 척도 못한다 여기서 이해는 곧 동정이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매번 생각했다 그들을 보면서 나의 삶에 안도하는 내가 있다는 걸 나는 그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상황이 아닌 상황을 겪어보았다 그들이 그렇게 살지 않았더라면 누렸을 행복을 알고 있기에 안타깝고 슬프고 불쌍하다 생각한다 박노해 시인의 시에서 읽은 루피를 달라고 손을 내미는 인도의 아이들 불쌍함을 느껴 루피를 건넨 우리들에 의해 망가진 아이들이라고 그 중에 우릴 분노와 슬픔의 눈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루피를 달라는 아이들은 정말 우리의 행동에 의한 결과인걸까? 내가 그 아이들이었다면 나는 그 치들에게 손을 내밀지않았을까 아님 분노의 눈을 치켜들었을까 모른다 나한테 그냥 그들은 불쌍할뿐이다 나는 지금 동정하고 있다 그걸 부정하진 않겠다 매번 생각했고 앞으로 생각하겠지만 동정이 나쁘다라는 것은 아니다 동정 과 배려 다르다 라는 걸 알겠는데 그 기준이 무엇일까 이런 생각 쓸모는 없다 이것도 다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짓 나의 행동은 합리적이며 정당하다 라고, 나는 이래서 이랬다 정당방위를 주장하기 위한 포석, 밑밥 이랄까 어느날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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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종 물이 찬 것 같다고 했다 일단 mri 를 찍어봐야겠다고 의사의 말을 들으며 그는 자신의 무릎 속에 살고 있을 물고기에 대해 생각했다 ​ 커다란 통발 같은 기계 속에 꼼짝 없이 누워있는 남자의 모습은 영락 없는 물고기였다 귀마개로도 미처 막아지지 않는 총소리 같은 기계의 소음을 들으며 남자는 바닷속의 고요를 떠올렸다 ​ mri 사진으로 본 그의 무릎에 물고기는 없었다 의사는 지저분한 모니터의 한 부분을 펜으로 가리키며 이게 그 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그건 물이라기 보단 단지 얼룩처럼 보였다 ​ 의사는 검사비로 40만원을 청구했다 빈 어항을 구경한 것 치고 터무니 없이 비싼 값이군 어항의 외벽을 주무르며 그는 생각했다 ​ 의사의 처방대로 약사에게 진통 소염제를 받고 집으로 와서 그는 한 끼의 식사와 함께 일회분의 약을 먹었다 ​ 정말 물고기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다만 찾지 못한 것일까 그는 약이 혹시 제 무릎 속에 있을지도 모르는 물고기를 죽이지는 않을까를 걱정했다 ​ 뜯은 약봉지에 그는 내 몸은 한 번도 내 것이었던 적이 없다 라고 적었다가 이내 몇 줄을 긋고는 그 위에 다시 나는 생을 앓고 있을 뿐이다 라고 고쳐 적었다 ​ 그는 으레 그 둔중한 통증을 느꼈다 어항 벽에 부딪혀 오는 이름 모를 물고기의 굵은 등뼈와 단단한 꼬리 지느러미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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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그와 하룻밤을 보냈다 일찌감치 누운 안 방과 거실,  그 사이에 놓인 선풍기만이 번갈아 고개를 대며 서로의 온도를 섞었다 그리하여 그 밤은 끝내 표준시 아침을 안 먹으니 우유라도 마시라며 그는 부지런히 자전거를 타고 가 우유 두 갑을 사들고 왔다 난 속이 좋지 않다며 마시지 않았다 우리는 텅 빈 고깃집에서 점심부터 삼겹살을 먹었다 대부분은 중요하지 않은 얘기들이었다 새로 생긴 성당의 구조나 갈려나간 교구, 교무금을 3분 1이나 때어 준 통이 큰 주임 신부님 자세했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나는 된장을 기다리다 그만 배가 불러와 밥은 두 세 숟갈만 입에 덜었다 왜 이렇게 못 먹냐고 그는 어째 익숙한 음에 기대더니 어릴 때 내가 이유식을 세 되씩이나 먹었다고  자다가도 배가 고파 울고 엄마가 지친 밤 본인이 직접 타 준 이유식을 혼자 들고서 잘 먹었다고 남은 밥알을 긁으며 늦은 감상을 들려주었다 늦은 만큼 길게 웃었다 이쯤 하면 하고 시계를 보았다 미안하다 고맙다 잘해봐라 갈 거라면 일찍 가라며 남은 밥알을 입에다 다 털어 넣곤 그는 마스크를 꺼내 젖은 입을 가렸다 네하고는 나도 마스크로 덜 삼킨 입을 가렸다 더 가는 팔로 굳이 내 짐 가방을 들고 가는 그를 따라 노약자용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서 나는 지하철 개찰구로 내려갔다 카드는 미리 찍었는데 그의 입은 안즉 멈추질 않네 들썩이는 개찰구 멈칫하는 사람들 손을 들어 어여 가라고 손짓을 하여 나는 넘어왔다 충분했다고 이제 다시 가는 사람들의 공간으로 그가 개찰구 앞에서 한 이야기가 뭐였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주임신부님 얘기보단 더 민망한 얘기였던 거 같은데 참 W 레오 2020.07.02 시로 일기하기_오늘 날씨 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