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eeckim
6 years ago1,000+ Views
"인간은 뇌가 있기 때문에, 오직 뇌가 있다는 그 사실 때문에 즐거움과 기쁨과 웃음과 익살을 비롯하여 슬픔과 고통과 고난과 비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히포크라테스 --------------------------------------------------------------------- 개인적으로 심리 테스트를 하는 것 만큼이나 심리학을 좋아하나 믿지는 않습니다. 사실 대개의 인문학이 그렇듯, 심리학도 참 답이 없는 학문입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서로 상반되는 주장들을 뒷바침하기 위해 난무하는 '심리'에 관한 학파별 해석들과 해설들은 증명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철회할 수도 없는 아슬아슬한 접경선들에 위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심리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개인적으로 매우매우 싫어하는;;) 시그먼드 프로이트가 인간의 모든 욕구만사를 주구장창 성욕으로 풀어냈던 것처럼, 심리학자들이 하는 얘기는 마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것 같았습니다. 심리학을 배우면서 '정말 위험하다!'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한답시고 심리학이 제공해준 단 하나의 '틀'을 통해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심리를 맘대로 재단하고 있음을 자각했을 때였습니다. "한 길 물속은 알아도 열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이 무색해질정도로 사람들이 처한 환경이나 다른 개인적인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사람들의 심리를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카던것 같더라"는 식의 심리학설에 대해 배우는 것 보다 심리학내에서 다뤄지는 신경과학을 훨씬 더 좋아합니다. 의학분야에선 가장 개척이 안된 미스테리 분야이긴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만 해도 이과 지망생이었던터라 "사람이 무엇으로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의식, 무의식, 반의식'을 껴놓는 것 보다 차라리 뉴런 시냅스로 설명하는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생각했으니까요. Incognito를 네이놈! 검색에서 찾아보면 사전적 의미를 "신분"정도로만 해석할 수 있는데, 이 책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차원인 '나를 조정하는 무의식'으로 끌어올립니다. 부제에서 나타나듯, 이 책은 "나라고 말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지극히 철학적인 질문에 인간의 '뇌'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통하여 데카르트가 주창한 cogito ergo sum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전통적인 '나'에 대한 인식에 도전장을 내밉니다. 더 단순하게 얘기하자면 "네가 '생각'하고 했다는 모든 것들이 뇌의 무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라는거죠. "나는, 그때, 대체, 왜 그랬을까???" 자려고 누운 침대 위에서 뜬 눈으로 지새게 만드는 오만가지 쪽팔린 실수들, 손발이 오그라드는 행동들, 다시 주워담고 싶은 취중 고백은 물론, '나'라고 말하는 내가 저지르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내가 아닌 나의 무의식에서 비롯됬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사실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ㅜ 신경 과학에 대한 fact들이 워낙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다보니 심리학에 어느정도 이해가 없으신 분들은 읽기 수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신경이 전달되는 과정이나 신경체계가 어떻게 외부자극에 반응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으시면 본인의 멘탈을 이해하고 싶어 읽으시다 도리어 멘탈붕괴가 될 위험이 다분합니다ㅜㅜ) 하지만 워낙 주장이 일관되고 그를 뒷바침하는 근거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 되어있어서 신경 과학을 통한 '나'에 대한 인식변화를 일깨우고 싶으신 분들께 좋은 책인 듯 싶습니다.
8 comments
Suggested
Recent
하지만 reneeckim님의 서평은 아주 매력적이네요 내일 당장 이 책을 읽어볼겁니다 ㅋㅋ
여담이지만 우리는 생각하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기에 생각합니다. 존재를 인식하기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요. 사고와 이성에 앞서 존재가 우선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인식하고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모두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됩니다. 미생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미생물이 없는 것이 아니듯이.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지요. 그렇게 본다면 신경정신학적인 인간 분석은 데카르트에 대한 반기라기 보다는 데카르트적인 방법론이 되지 않을까요. 심리학이 과학적인 증명은 부족함이 사실이나 존재함을 관찰하는 학문이니 조금 더 신뢰를 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말할 순 없지만 ㅠㅠ 과학적 접근에서 부족한 부분을 인간 관찰에서 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심리학이 중요한 것이구요. 서로 보완하여 발전해야합니다. 과학은 객관적이라는 측면이 있기에 많은 사람을 매료해왔으나 인간은 과학이라는 도구에 비해 충동적이고 제멋대로이니까요!
사실 프로이트는 심리학의 아버지라기 보다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물론 그가 정신분석에 썼던 방법론은 형편없어서 자신이 목격한 사례로 이론을 만들고 그 이론에 사례를 끼워 맞추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현대에 와서는 프로이트가 주장한 이론이 많이 무시되는 실정이지요. 그러나 프로이트가 발견한 무의식이라는 개념은 인간 이해에 있어서 큰 인사이트를 제공한 것은 사실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단 하나의 틀을 가지고 상대방을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합니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파악되고 인식되지 않으니까요. 그러한 면에서 과학적 방법론으로 구축되지 않은 심리학보다 신경정신의 바탕을 둔 인간 이해가 더 객관적이고 정확하다는 측면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장비가 발전했다고 해도 신경정신학만으로 인간의 심리와 욕망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reneeckim 사실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요 (Don't get me wrong!) 자유 의지나 사색할 수 있는 능력을 간과하는 게 아니라, 되려 경탄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은 헀지요. 각각의 뇌세포들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 뿐인데, 일련의 '화음'이 만들어지고, 그 '화음'이 바로 '의식'과 '무의식'이 된다는 건... 사실 기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낮은 확률의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놀랍고, 또 아름다운 일련의 과정이죠! 다만... 이 일련의 과정에서 단 하나의 뇌세포나 염색체가 단 1mm라도 삐끗해 버린다면... 우리가 늘 속되게 말하는 장애인 내지 두둔아가 되어버리죠. 오늘날 한 인간의 생존과 성공이 그 1mm에 달려있다는 점이, 흥미로우면서도 씁쓸하죠. ㅎ 그 1mm 밖에 있던 종류의 인류가 추려지고 추려지고 해서 남은 게 오늘날 현대 인류이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추려질 테니까요. (내가 제대로 썼는지 모르겠네요 ㅋㅋ)
View more comments
3
8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