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할 연정협상
월요일은 역시 독일이죠. 독일 총선 결과(참조 1)가 나오기는 했지만 이제 이 결과 갖고 연정협상이 있어야 한다. 지금 단계에서 제일 가능성 높은 것이 바로 신호등(SPD, 녹색당, FDP의 각 정당 색상이 신호등이다) 연정인데, 짤방을 담고 있는 슈피겔 기사(참조 2)는 그 협상이 잘 안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SPD 및 녹색당 내의 좌파그룹들 때문이다. 짤방의 인물들(참조 3)이 바로 SPD 청년조직(JUSOS) 수장인 로젠탈(왼쪽, Jessica Rosenthal, 1992년생)과 신호등을 들고 포즈를 취한 퀴네르트(오른쪽, Kevin Kühnert, 1989년생)다. 이들이 중요한 이유는 금번 총선에 대거 진출한 SPD 초선의원들 중 49명이나 차지하기 때문이다. SPD 당선자가 206명이니까 24%이다. 물론 JUSOS 출신이 죄다 SPD 좌파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절대 다수가 SPD 내에서의 좌파이고 이들이 SPD 좌파를 모두 대표하지도 않는다. 청년조직 말고도 SPD 내에서 이들에 친화적인 계파들(참조 4)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참조 5). 다 합치면 SPD 원내 의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애초에 이들이 올라프 숄츠를 밀었던 이유는? 그가 SPD 총재를 맡지는 않는 것으로 합의했기 때문. 그래서 중요한 점은 도대체 이들이 뭘 바라느냐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Hartz IV 시스템(참조 6) 혁파이다. 그 대신? 시민소득/Bürgergeld과 실업수당삭감반대/Sanktionsfrei를 주장(참조 7)하고 있다. 당연히 검은제로(참조 8 )도 반대한다. 녹색당 얘기를 잠깐 하자면 녹색당 또한 실용주의 노선의 Realo 그룹(지도부도 이쪽이다)이 있고, 근본주의자 노선의 Fundis 그룹이 있는데, 문제는 이번 총선 때 많이 등장한 젊은 초선의원들이 대체로 Fundis 그룹 친화적이라는 점이다. 아니, 기존 의원들까지 포함하면 Realo 그룹은 오히려 소수파가 되어버렸다. 이들의 주장 또한 SPD 내 좌파 그룹과 거의 유사하다. 문제는? FDP가 이 모든 사항을 빠짐없이 반대한다는 점에 있다. FDP가 세 정당 중 의석수가 제일 적지만 오히려 킹메이커가 되어버렸다는 점인데, 숄츠나 베이보크가 아닌, 크리스티안 린트너의 의중이 제일 중요해졌다. 게임은 지금부터이지. 현재 FDP는 남녀 동수 내각구성에 반대하는 것부터 출발하고 있다(참조 9). ---------- 참조 1. 2021년 독일 연방총선 결과(2021년 10월 13일): https://www.vingle.net/posts/4056438 그리고 앞서 얘기했지만 제1당의 총리후보가 총리에 못 오르는 경우가 발생할 수는 있다. 연정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베어보크 인터뷰(2021년 5월 17일): https://www.vingle.net/posts/3717918 2. 짤방 및 관련 기사, Wie lange halten die Linken still?(2021년 10월 15일): https://www.spiegel.de/politik/deutschland/spd-und-gruene-wie-lange-halten-die-parteilinken-still-a-2a347ca2-e24f-44be-b35d-911cfa4b69e0 3. 로젠탈은 지역구 당선자이며, 당원 경력 8년차이다. 퀴네르트는 바로 직전 JUSOS 의장이었으며 당원 경력은 16년, 이번 총선에서는 베를린 지역구 당선자이자 현재 SPD 부총재이기도 하다. 당원 경력을 적는 이유가 있다. 이들의 정치 경력은 결코 짧지 않으며 실제 나이와 무관하다. 이제는 별로 특이점이랄 수 없겠지만 퀴네르트는 게이이다. 4. SPD 내 계파로는 크게 네 곳이 있다. Forum Demokratische Linke 21 (DL21)과 Netzwerk Berlin(네트워크 베를린), Parlamentarische Linke (PL, 의회좌파), Seeheimer Kreis(제하이머 서클)인데, 이 중 제하이머와 네트워크베를린이 우파/중도 성향, 나머지는 좌파 성향이다. 5. 이미 이들은 2019년 하반기, SPD 내 반란의 주역이었다. 당시 SPD 관계자가 한숨쉬면서 말했던 것이 기억나는데, 이들의 반란이 당시 성공했다면 총선은 그때 있었을 것이다. 당시 SPD는 당리더십을 (JUSOS가 지지하는 후보들로) 교체하는 선에서 분란을 정리했다. 6. 하르츠 개혁은 실제로 어떤 결과를 냈을까?(2018년 12월 20일): https://www.vingle.net/posts/2544924 7. 시민소득(Bürgergeld)은 개념필수적으로 밀튼 프리드먼이 주장했던 "마이너스 소득세"에서 출발한 기본소득과 거의 유사한 개념으로서, 독일에서는 2005년 SPD-녹색당 연정에서 처음 등장했고, 2019년 JUSOS의 반란 때, 도입검토를 하기로 했었다. 기본소득과 다른 점은, 하르츠 IV 수당이 끊긴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정기간 지급하는 형태이다. 실업수당삭감반대(Sanktionsfrei)는 구직을 자의/타의로 못 했을 경우 실업수당을 줄여버리는 현재의 하르츠 IV 수당에서 징벌적인 삭감을 반대하자는 개념이다. 8. 검은 제로(Schwarze Null, 2014년 10월 23일): https://www.vingle.net/posts/549950 9. FDP wehrt sich gegen strikt paritätische Besetzung des Bundeskabinetts(2021년 10월 18일): https://www.spiegel.de/politik/deutschland/ampel-koalition-fdp-wehrt-sich-gegen-strikt-paritaetische-besetzung-des-bundeskabinetts-a-b178519c-71cb-42b2-ae4a-7c188c30ce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