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aub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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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말은 이러하다. 도간이라는 터키 여자(1970년생)가 독일에 있는 남편과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2011년, 앙카라에 있는 독일 대사관에 비자 신청을 했다가 거절 당했었다. 남편과 아이들은 독일 내 영주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터키 국적). 당시 독일은 가족이 가족을 만나러 독일에 입국할 때, EU가 아닌 국가 국민의 경우 간단한 독일어 테스트를 통과해야 비자를 내주는 입장이었다(2007년부터 제정됐으며, 아직 이 제한이 법적(?)으로 바뀌진 않았다). 이 독일어 테스트는 다름아닌 괴테 어학원에서 보는 독일어 시험 A1(Start Deutsch)을 의미한다. A1 패스 확인증을 제출하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판단은 담당 영사의 몫. 근데 도간의 서류를 검토한 대사관은 그녀에게 다시금 간단한 문제를 낸 후, 그녀가 독일어 문맹이라 판단하여 비자를 거절했다. 도간 스스로도 A1 시험을 보기 위해 기출문제를 암기해서 합격증을 받았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도간은 수개월 후, 비자신청을 다시 했으나 그때도 거절당했다. 도간은 가만히 있지 않고 이듬해 베를린의 행정재판소(Verwaltungsgericht)에 소를 청구했고, 행정재판소는 ECJ에게 해석을 요구하며 회부했다. EU와 터키 간의 조약상 혹시 봐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ECJ의 판결이 올해 나왔다. 간단한 답변은 "Ja." ECJ에 따르면 EU와 터키 간의 맺은 조약상 관계 제한을 맺는 새로운 요구조건을 만들 수 없었고, 가족 만남이라는 기본적인 권리가 중요하다는 이유였다. 멋진 이유라는 생각이 들 텐데, 다른 실질적인 이유도 있다. 일단 괴테 인스티투트 자체가 전국에 다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급 시험까지는 서울, 대구, 대전, 부산에서 볼 수 있지만 말이다.) 수도까지 올라오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물론 외국어 잘 하는 친구들은 A1 수준이 뭐 어려울까 싶기도 하겠지만, 30대가 외국어 기출문제를 달달 외어서 통과한 것도 잘 한 것 아닐까? 다만 독일이 2007년에 저 제도를 도입했던 이유가 없진 않았다. 보통 중동지역(혹은 무슬림 집안들) 출신들이 자행하는 "강제결혼"을 막기 위함과 무분별한 이민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을 가져야 할 사항이 있다. 행정재판소는 어째서 소를 ECJ에 회부했을까? 독일연방헌재는 2011년 별도의 재판에서 기본적인 독어 능력이 가족 결합에 요구된다는 판단을 내린 적(AZ: 2 BvR 1413/10)이 있었다. 독일 사회 통합에 기초적인 기여(ersten Beitrag)를 한다는 이유였다. 헌재와 ECJ가 충돌한다면, 연방정부는 누구의 장단에 맞춰야 할까? (이정도의 사안은 보통 ECJ를 따르게 마련이긴 하다. 판례로 ECJ 판결이 헌법을 포함한 각국 국내법보다 우위에 있다는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유로에 관련하여 교묘하게 권한을 행사하는 독일 연방헌재의 영악함도 염두에 둬야 하겠다.) 한 마디 첨언하자면, 위와 같은 사건은 독일만의 일도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는 혼인에 따른 국적취득이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괜찮을까? ---------- 참조링크: 해당 사건에 대한 ECJ 판결문: http://curia.europa.eu/juris/liste.jsf?num=C-1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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