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아니었지만 요새들어 특히 신뢰하지 않는 언론사 중 하나가 폴리티코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1-2 시절이 폴리티코의 전성기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주말에도 사고를 한 건 일으킨다. 폴리티코 런던플레이북의 편집자, Alex Wickham이었다.
그는 특종이라면서, 프랑스의 카스텍스 총리가 폰데어라이엔(VdL) EC 위원장에게 보내는 편지 사본을 올린다(참조 1). 그리고는 EU를 떠난 영국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점을 EU가 보여줘야 한다고 해석했다.
위컴은 프랑스어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오역을 하여 영국 내 여론을 반프로 끌어올렸고, 그의 의도는 성공했다. 실제 번역은 이렇다. "공식적으로 한 약속은 협상가능의 영역이 아니며, EU 탈퇴가 EU 잔존보다 더 불이익이 많다는 사실을 유럽 여론에 보여주는 것이 본질적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폴리티코는 위컴의 트윗을 그대로 기사화 시켰고, 영국과 프랑스 여론은 상대방을 향해 극도로 악화된다. 그렇다면 이 건이 무엇인지 봅시다. 사실 이건 정상급 어젠다로 다루기에도 참 뭐한, 사소한 이슈랄 수 있다.
바로 영국해에서의 어선 조업 라이선스 문제인데, 브렉시트 협상에서 양측은 역사적으로 조업을 해 온 것이 증명될 경우 라이선스를 주기로 했었다. 그리고 이 세상의 어지간한 문제는 어디를 찍으면 된다? 영국입니다.

이미 영국은 국제법 관련이라면 신뢰성이 없는(... 참조 2) 국가이기 때문에 역시나 그러려니 싶은 것이다. 일부러라고 봐도 좋을 만큼 영국은 현재 유독 프랑스 어선에게만 라이선스를 안 주고 있었다. (1) 프랑스 어선들이 증거를 덜(...) 제출했거나 (2) 영국이 프랑스 어선들 제출 서류만(...) 인정 안 해서, 둘 중 하나일 텐데, 이게 또 어떻게 끝날련지는 모르겠다.
그에 대한 해답은? 국제법에서의 "보복조치" 개념은 두 가지로 나뉜다. Rétorsion과 Countermeasure(혹은 Contre-mesure)인데, 조약상 누군가 뭔가를 어기면 발생하는 보복조치가 바로 Rétorsion이며, 그 외의 보복조치(어긴 후가 아니라 어기기 전에도 해당하며, rétorsion의 개념도 포함된다)가 바로 countermeasure이다. 그 중... 제일 오래 된 라이벌답게 양측이 일단은 rétorsion를 따지고 있다.
바로 북아일랜드(참조 3)를 가리키고 있는데, 결국 핵심은 영국이 브렉시트 조약을 지키고싶지 않다는 점에 있기 때문이다. 지키고싶지 않다는 의미는? 그렇게 계속 브렉시트를 이슈화시켜야 보수당에게 유리한 상황을 지속시킬 수 있다. 내년에 재선을 앞둔 마크롱도 물러설 수는 없을 테고 말이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보면 브렉시트 협상조약의 "세이프가드(제16조)"를 발동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 다음에는 결국 CJEU로 갈 테고 말이다.
물론 대응조치(countermeasure) 논의도 없지 않다. 저지 섬 등 영국해협의 영국령 섬들에 대한 전력 차단(이들은 전력을 90% 이상 프랑스에 의존한다)을 포함하여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모양인데, 오늘의 주제는 그게 아닙니다. 언론이 보통은 갈등 조장과 심화에 꽤 전문성이 있다는 얘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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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여담이지만 높은 가능성으로 그가 브레이트바트 필자이잖을까 싶었는데... 그게 맞았다. https://twitter.com/alexwickham/status/1454180320169930753
2. 국내시장법안과 보리스 존슨(2020년 9월 18일): https://www.vingle.net/posts/3112756
3.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에서 검역을 발동시킨 브렉시트 협상 내용을 언제든 깨뜨리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의미다. 그걸 영국이 세이프가드를 통해 강제하면? 자연스럽게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이 닫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일랜드가 다시 GFA 이전 상태가 되면? 노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