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 천재 작가 이야기.jpg
14세기 중반, 유럽은 기독교가 세상의 전부이던 중세시대 그러나 기독교의 우두머리인 교황이 프랑스왕과 갈등을 벌이던 시기 두 수도사가 산길을 올라가고 있다 이 둘은 바스커빌 출신의 '윌리엄'과 그를 보조하는 젊은이 '아드소'라고 불리는 수도사이다 윌리엄은 사실 교황파와 황제파의 회담에 중재인이라는 엄중한 임무를 맡아 그 회담장인 수도원으로 가는 길이다. 이 두 세력간의 갈등으로 교회가 분열을 거듭하고 어지러웠던 만큼 그의 임무는 막중했다 윌리엄은 수도사이지만 과학자의 자질을 가진 사람이다. 뛰어난 추리력으로 잃어버린 말을 발자국만을 보고 찾아주기도 하고 작은 글씨를 보게 해주는 동그란 유리로 된 물건을 사용하기도 하는 암흑의 시대 속에서 좀 '튀는' 수도사이다. 윌리엄은 본래 임무만으로도 바쁠터인데, 뛰어난 추리력으로 말을 찾아준 덕에 며칠전 한 수도사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으니 그것을 해결해달라는 부탁까지 받게 된다 젊은 수도사가 탑의 창문 밑에 떨어져 죽은 채로 발견된 것. 이 수도원은 엄격한 규율을 지키는 중세시대의 전형적인 수도원으로 떠올릴 법한 곳이다 수도사들이 산 속에서 종교적 수행만 할 것 같지만 사실은 산 밑 마을에서 충분한 십일조와 농작물을 받는 덕에 사실은 풍족한 곳이다. 이 수도원은 다른 수도원과 조금 다른 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엄청난 규모의 도서관이었다 인쇄술이 없는 시대에 책을 복제하고 보관하는 방법은 바로 '필사'다. 저 많은 책상들은 수도사들이 책을 손으로 필사하기 위한 것이다. 며칠 전 죽은 젊은 수도사도 바로 책들에 채색작업을 하던 수도사 중 한 사람이다 윌리엄은 귀한 책이 가득할 도서관에 당연히 호기심이 동했지만 맘대로 볼 수는 없었다 장서관에 들어가는 것이 가능한 극소수의 수도사에게 필요한 책을 말하고 허가를 받아야만 책을 대출하는 것이 가능할 뿐이다. 윌리엄은 장서관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한편 사망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 노력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어째서인지 시체가 한 구, 두 구 늘어가는데...... 라는 내용의 소설 <장미의 이름>을 쓴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 중세학자, 기호학자, 언어학자, 철학자, 교수. 9개국어 구사. 한평생 연구만 하다가 어려운 책 말고 소설도 한번 써보지 그래? 라는 말에 장미의 이름을 집필 그리고 전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됨ㅋㅋ(300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함) 작가로서의 데뷔작인 <장미의 이름>이 특히 고평가 받는 이유는,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던 시기의 시대상과 이 시대를 철학적 담론을 추리소설이라는 형식 속에 잘 녹여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이 책은 사실 연쇄살인사건, 교황파 vs 황제파의 권력싸움, 종교인들간의 교리싸움 이 모든 게 맞물려가며 진행됨 그런데 연쇄살인사건 외에는 나머지의 흐름이 정말 어렵고 현학적으로만 느껴지기 때문에 사실 읽고도 먼소린줄 모르겠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음 그러나 찬란했던 그리스시대의 학문적 연구들이 중세시대의 유럽에서는 이단으로 여겨져 거의 사라졌었다는 것, 소설의 배경은 바로 이러한 맹목적 기독교 세상에서 교회의 권위에 금이 가고 있던 시기라는 점, 그리고 이단 vs 정교와 기독교 내의 교리싸움을 구경하면서 진짜 믿음이란 뭘까,도 고민해보면, 뭐같이 어렵긴 해도 충분히 재미있음 연쇄살인사건도 책의 큰 주제에 맞닿아 있고, 사실 그냥 살인사건으로도 재밌는 책이야! 에코 본인은 이 소설을 창작이 아니라 기존 텍스트들의 짜집기라고 말했음 주인공인 윌리엄이 '바스커빌' 출신이고 큰 키에, 추리력이 뛰어난 인물이라는 점만 봐도 셜록 홈즈가 생각날텐데 이런 식으로 책의 세세한 설정과 에피소드들이 온갖 실존인물이나 역사적 사실, 다른 작품들, 문헌들에서 가져온 것들이 많기 때문이야 그러나 자기 전공 지식인 중세학과 기호학, 철학에서부터 보르헤스의 작품, 셜록홈즈까지 그 '짜집기'했다는 원문과 레퍼런스의 범위가 너무나 방대하고 전문적이라서 짜집기도 이 정도면 사람이 한 게 아니라 컴퓨터가 한 것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 물론 편하게 쓴 에세이집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방법> 같은 책을 보면 기본 글빨이 좋으신 분이야 편하게 보고 싶으면 장미의 이름은 영화도 있어 하지만 원작의 방대함의 반도 담기지 못한 느낌이라 장미의 이름이 왜 30년 세월동안 회자되는 작품인지 느끼기는 힘들거라고 생각함. 그래도 볼만하니까 추천! 최근엔 이탈리아에서 드라마판으로도 나왔다고 해! 암튼, 보고 아는 척하기 딱 좋은 책이니까 똑똑해 보이고 싶을 때 한 번 들여다보면 좋을 책임!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