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맛집]이름은 횟집인데 매운탕이 죽여줌
빙글에 글 쓰는 건 오랜만이다. 사실 딱히 쓸 생각도 없었고, 약간 맛집은 그런 거 있잖은가. 여긴 나만 알고 싶은데... 그런 집. 나만 알고, 나만 가서 먹고 싶은 그런 집이 다들 하나쯤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경우 그런 집이 많지 않다. 뭐 애시당초 뭐든 잘 먹고, 그래서 굳이 '나만의 맛집'을 놓고 살지를 않아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은 그냥 나만의 맛집으로 남겨 두고 싶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생각을 바꿨느냐. 오늘 내 친구가 입대를 했다. 솔직히 이제까지는 크게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당장 오늘 그 친구 어머니한테서 입대 잘 했다고 연락이 오자 슬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오는 3월에 입대하는 기술행정병에 지원한 상태고, 일단 1차 합격을 했다. 기행병의 경우 1차합격이면 거의 합격이나 마찬가지라고 들었는데, 그러면 내 군입대도 그다지 남지 않은 셈이다. 뭐 불합격이면 불합격인대로 7월 입대다. 고작 반년이면 어차피 똑같은 셈이다. 가는 김에 놔둬봤자 뭐 하겠나. 그리고 어차피 이 글 보는 사람들 중에서 실제로 찾아갈 사람 얼마나 있겠나. 다만, 원래가 친구들에게 자랑하려고 찍은 사진이지 이쁘고 맛깔나게 찍은 사진이 아니라서 사진으로는 거부감이 생길 수 있음을 미리 고지한다. 거기다 이거 먹다 말고 찍은 사진이니 주의. 거두절미하고, 일단 이 집 이름부터 밝히도록 하자. 네이버 플레이스로 보면 △이렇게 나온다. 저렇게 보니까 되게 멀끔하고 고급진 식당같은데, 사실 실제로 가 보면 이렇게 농촌 옆에다가 세워진 작은 횟집이다. 거기다 바닷가도 아니고 산 사이에 있으니 회는 그다지 맛이 뛰어나지는 않다. 횟집이면 으레 물고기가 신선함을 보여주기 위해 회를 식당 앞에다가 두기 마련일 것이다. 딱히 그렇지도 않다. 고로 회는 일단 패스. 분명히 이야기하는데 회가 맛이 나쁘지는 않다. 다만 굳이 찾아가서 먹을 만한 맛은 아니다. 그러면 여기서 뭐가 맛있느냐. 일단 추어탕도 크게 나쁘지는 않지만 내가 추어탕을 별로 안 먹어봐서 맛있냐면 잘 모르겠다. 사실상 추어탕과 장어국도 잘 구별 못할 정도로 많이 안 먹어봤다. 메기찜은 뭔지도 모른다. 저걸 시켜먹어 본 적도 시켜먹는 손님을 본 적도 없다. 그렇다면 내가 추천하는 이 집의 메인 픽이 뭐냐. 매운탕이다. 반찬 세팅이 상당히 정갈하다. 시골 식당이 으레 그렇듯 김치를 사서 쓰지는 않는 모양이다. 경상도 김치는 의외로 양념 맛이 강하기보다는 배추의 시원함이 더 부각된다고 생각한다. 평생 경상도 김치만 먹고 살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외의 반찬들은 주인의 요리 실력과 관계없다. 멸치볶음, 오이무침, 시금치무침, 샐러드, 하나 남은 건 사진을 잘 못 찍어서 판별이 힘든데 아마 톳무침일 것이다. 기본적인 맛은 있지만 중요한 건 저게 아니다. 가운데에 매운탕이 보이는가? 이미 한참을 먹은 상태라서 고기가 많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가서 먹어 보면 고기 양이 상당히 푸짐하다. 미리 오랫동안 고아 놓았는지 메가기 원래 그렇는지는 몰라도 고기가 엄청나게 부드럽다. 하지만 진짜배기는 저 국물이다. 먹다 남은 거라 죄송하다. 특히 그릇 옆에 툭 튀어나온 뼈다귀는 할 말이 없다. 그래도 고기의 자태와, 국물은 제대로 보이니 다행이다. 이 국물은 신기한 것이 조미료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데도 깊고 진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나는 것이다. 생선이든 뭐든 오래 고으면 진한 맛이 나는 것이야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이 국물은 맨 처음에 들어갈 때는 걸쭉하면서도 맵싹하게 들어가더니, 입 속에서는 마치 터지는 것처럼 퍼지고, 부드럽게 입 전체를 쓸어낸 뒤 목으로 시원하게 넘어간다. 마술 같은 일이다. 딱 보기에도 그렇고 실제로도 기름지고 걸쭉한 저 국물이 입속에만 넣으면 맑은탕 못지않게 시원-하게 목을 축여 주는 것이다. 거기에 밥 한 숫가락이면 말 다했지. 나름 이상한 버릇이라면 버릇인데. 나는 밥을 국물에 바로 말기보다는 국물을 한 숫가락 떠넣고 밥을 바로 넣는 방법을 선호한다. 물론 그렇다고 그렇게만 먹는 건 아니다. 밥 한 술 떠서 국물에다 넣어 먹기도 하고, 아예 부어서 말아먹기도 하지 당연히.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선호하는 게 이 방법이라는 얘기다. 맛이라는 건 참 신기하단 말이지. 밥+국물인 건 다 똑같은데 이렇게 먹는 방법 조금 비튼 것마다 맛이 다 달라진다. 먹다 보면 요리사란 신묘한 직업이라는 생각도 든다. 먹는 방법을 결정하는 고작 1~2초의 시간에도 맛이 이렇게 달라지는데, 조리란 또 얼마나 정교한 작업이겠는가. 그런데 국물이 화룡점정이냐? 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백 퍼센트 "No." 이 집의 특색이자 걸쭉한 국물의 주범이 나오시는데, 수제비다. 사진을 다시 보면 오른쪽 끝에 허여멀건한 뭔가가 국물에 떡칠이 돼서 그릇 벽에 붙어 있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놈이 수제비다.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집이 많은가는 모르겠는데 내가 창원에서 먹어 본 메기매운탕 집에서 수제비 들어있는 건 본 적이 없다. 뭐 이제 스물하나가 많이 먹어 봤자겠지만. 이 수제비는 항상 가족들끼리 쟁탈전이 일어난다. 어느 정도냐면 고기를 양보하고 수제비를 가져가는 고도의 전략까지 등장하는 수준. 메기도 맛있지만 저 쫄깃~한 수제비를 입에서 씹으면 그 식감은... 이영자씨 표현을 빌리자. "크으으으~" 아까도 추측한 거지만 탕을 꽤 오래 끓이는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수제비는 항상 저 점성을 유지하면서 나온다. 나는 사람들이 표현하는 '쫄깃~한' 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이 말하는 그 쫄깃함이라는 게 나한테는 질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 수제비는 씹을 때까지는 그 탱글탱글함이 남아 있는데 비해 잘리는 건 또 쉽게 잘린다. 이러니 질리거나 싫어할 수 있겠냐고. 계속해서 수제비만 찾게 되는 셈이다. 학교 급식으로 수제비가 나왔을 때는 친구들이랑 같이 욕하면서 편의점 갔는데, 여기 와서 편의점 생각이 난다면 그 그릇 속 메기 뼈로 내 손바닥을 찔러라. 많은 가족들처럼 우리 가족도 외가보다는 친가에 자주 간다. 우리 가족이야 어머니께서 장녀인 관계로 외갓집에도 많이 가지만, 당연히 친가의 비중이 그보다는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는 이 매운탕도 그 횟수에 꽤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할머니댁에 가는 것이 할머니를 뵈는 이유 하나랑 매운탕 먹으러 가는 이유 하나가 같이 있으니까. 애초에 어머니 입장에서는 시어머니를 뵙고 싶다는 마음보다 매운탕 먹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클 것 같기도 하다. 원래부터 메기매운탕을 좋아하시는 데다, 할머니는 요새 귀가 거의 안 들리시니 몸이 편찮으신 우리 어머니께서 소통하는 데 힘겨움을 느끼시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매운탕 한 그릇으로 우리 일가는 다시금 하나가 된다. +추신. 실컷 다 쓰고 생각한 건데 우거지에 대해서 아무 이야기를 안 했다. 우거지는 아마 시래기? 비슷한 거에다가 콩나물, 파로 이뤄지는 걸로 기억하는데, 나는 감자탕도 그렇고 우거지를 상당히 좋아하므로 일단 맛있다. 그리고 말했듯 국물이 예술인데, 우거지는 그 국물 맛과 함께 식감을 내는 용도이므로, 우거지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일 것이다. 먹고 나서 한 번쯤은 그 맛에 감탄해서 이 집을 알려준 내게 아멘을 외쳐도 예수님께서 한 번쯤은 봐 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