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d0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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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 네가 없고 양복은 원래 없어서


네가 없고 양복은 원래 없어서


*친구를 잊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누구나 친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만일 내가 그를 잊는다면, 나는 오로지 숫자에만 관심이 있는 어른처럼 될지도 모른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나는 물감 한 통과 연필 몇 자루를 샀다.

네가 없고 양복은 원래 없어서
너를 보내기 위해 나는 양복을 빌려야 했다
빌린 옷은 소매가 길어 자꾸만 흘러내렸다
음식은 일부러 조금 준비했지만
객은 생각보다 더 적었다
찬도 국도 별로라 객들은 그마저도 음식을 남겼다
오로지 술만 알맞게 차가웠다
찬 술을 마시며 새벽을 기다렸다
비용은 너의 삼촌이란 사람이 지불했다
그는 벌어서 갚으라고 했다
너를 보내는 일은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너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너를 구하지 못한 이유를 생각하다
대신 내가 이때까지 한 벌의 양복을 마련하지 못한 이유를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는 축복받은 세대라고 했다
너는 관짝 같은 집에 살다 집 같은 관으로 이사를 했다
집도 관도 자가는 아니었다
네 통장에는 십이만 육천팔백 원이 남아 있었다
관 같은 집과 관 그리고 십이만 육천팔백 원
그 어디에 축복이 있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


이름은 깨진 그릇이었다
우리는 담기지 못하고 새어나왔다
너의 동의 없이 네게 붙인 명찰을
거두어 너의 영정 앞에서 태웠다
틀린 이름이라도 없는 이름보다는 나을테니
아무래도 가져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네가 없으므로 나는 내게 말했다
내가 온 별은 너무 멀어 무거운 짐을 들고 갈 수는 없다고
모쪼록 잘 지내라는 너의 마지막 문자
채 두장도 채우지 못한 방명록 맨 뒷장에
양이 들어있는 상자를 그렸다
네게 양을 줬더라면 너는 여행을 조금은 미루지 않았을까
너는 인도에 가고 싶어 했다

그곳에서는 장작으로 고인을 보낸다고 했다
충분한 양의 장작을 구할 돈이 없어
화장이 끝났는데도 다 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재와 유해는 갠지스 강에 묻는다고 했다
너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상상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강가에
가늘고 긴 꼬리를 가진 누추한 개 한마리 어슬렁대고
재가 되지 못한 시체들이 이따금 강변으로 밀려드는 모습을
강가에 앉아 충분한 양의 장작을 구하지 못한 이유에 관하여 생각하는 사람이 하나 있다
양이 들어있는 상자 옆에 그 사람이 들어있는 상자를 그렸다 
네가 누운 상자가 퍽이나 맘에 드는지 너는 활짝 웃고있다

겨울의 공사장이 생각난다
불을 쬐던 인부들 사이에 우리가 있었다
통 속의 폐목재들이 타는 소리
포개어 버티던 것들이 끝내 하나 둘 주저앉는 소리
내가 아는한 너는 나무 타는 소리를 싫어하는 세상 유일한 사람이었다
평생 흔들리며 살아온 나무가 불속에서도
몸을 뒤척이고 있다고 너는 말했다
우리가 태어난 곳이 인도가 아닌 덕분에 너는
다 타지 않는 일도 다 타지 않은채로 강으로 가는 일도 없었다 
너는 성공했다

너의 화장에 대해 한 마디 덧붙이자면
화장터의 두꺼운 벽 덕분에
줄곧 흔들리며 버텨온 네가
불속에서 마지막으로 주저앉는 소리
듣지 못해 다행이었다
단촐한 너의 여행이 부디 즐겁기를

* = 생택쥐 페리 [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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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불편할지라도 누군가는 해야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생활고에 목숨을 잃은, 혹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청년들의 명복을 빕니다.
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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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는이유가...암,자살,사고...가 아닌 가난해서라고...병이 생겨도 치료받을 돈이 없어서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unyounmi 맞아요. 병원비는 무섭습니다. 가난할수록 건강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슬픈 현실이네요.
마음이 아프네요
@ccstar81 맞아요 안타까운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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