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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 면허증

이건 좀 놀라운데, 동독 정부가 발급한 서류 중 지금까지 유효한 것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운전면허증. 다만 올해 1월 19일까지 현재의 독일이 발급하는 운전면허증으로 교환해야 하는 연령층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출처 : Facebook

정확히는 1953-1958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이 소지하고 있는 동독 면허증이 1월 19일까지였고, 1959-1964년에 태어난 사람들은 2023년 1월 19일까지, 1965-1970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은 2024년, 1971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2025년 1월 19일까지 바꿔야 한다.

그렇다면 1953년 이전에 태어난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그냥 동독 면허증 갖고 운전해도 된다. 이 연령층은 대체로 70대 이상이니 자연적으로 운전하지 않게 되리라 추정하고 그냥 허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류 교환에 따르는 복잡한 절차도 그분들에게 안 맞을 테고 말이다.

다만 저 동독 면허증이 야기하는 흥미로운 문제가 있다. 핑크색인 면허증은 1987년 이후에 발급했다는 사실을 검색해서 알아냈는데(그 이전은 회색이다), 어째서 외국어로 프랑스어만 쓰여있는지에 대해서는 검색으로 나오지 않는다. 동독이라면 당연히 러시아어 정도가 쓰여야 하잖을까 싶은데 말이다. 그냥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관행이 지속된 듯? (같은 맥락으로 소련의 여권은 라틴알파벳 부분이 프랑스어로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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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은 역시 독서지. 이 책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소련이 저지른 베를린 집단 강간에 대한 건조한 보고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도 독일 여자가 쓴 이 일기가 독일어로 출판될 수는 없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을 텐데… 일기 원본은 그녀 스스로 마음 속의 검열 때문이었는지 약자나 암시하는 단어로 썼던 모양이다. 읽을 수 있는 글의 형태로는 1950년대 초에 그녀가 직접 옮겼던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출판하려 마음 먹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1950년대에 영어판이 먼저 나왔고, 독일어판이 잠시 나오기는 했다. 그러나 그녀의 책은 50년대 독일 내에서 숱한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독일 여자의 명예를 떨어뜨렸다면서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독일어판 재출판을 자기 살아 생전에는 못 하게 막았다고 한다. 그래서 독일어판은 그녀가 사망한 이후에서나 다시 나올 수 있었고, 영화(Eine Frau in Berlin)화도 그 이후에나 가능했다. 50년대 독일의 비뚤어진 심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2003년 이후 다시 나온 책에 대해서는 찬사가 이어졌고(하지만 저자는 사망했는 걸?), 역사 분석의 대상이 됐다. 자, 내용 이야기를 하자면 그녀는 1933-34년간 파리 소르본에서 역사/미술사를 공부했었고 그 후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약간의 노어를 익혔다고 한다. 당시 기준에서는 상당한 지식인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제3자인 양 건조하게 당시 상황을 쓸 수 있었을까? 상황 판단도 빨랐고, 결국 그녀는 생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은 뭐라도 알고 있어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얘기인데, 이 책이 드러낼 수밖에 없을 여성주의적 시각은 나보다 훨씬 잘 쓰는 분들이 많으니 검색해서 읽어 보시기 바란다. 물론 예상한 내용이 대다수일 테지만 말이다. 내가 눈여겨 본 부분은 역시 다양한 면모를 갖춘 러시아 군에 대한 묘사와 언어였다. 공산당이라고는 하지만 러시아 군을 구성하는 것도 인간들이었기 때문이다. 복수를 해야 했던 한편, 불쌍히 여기는 마음도 있었고, 착취하려는 마음도 있었다. 주인공이 잘 한 건, 그나마 장교들을 노렸다는 점이다. 여기서 그녀의 무기는 언어.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어눌하더라도, 어휘가 적더라도 자기 모국어를 말해주는 인물에게 마음이 열리게 되어 있다. 노어를 몰랐던 것보다는 아는 편이 생존에 훨씬 유리했다는 의미다. 게다가 제일 “서구적”인 잘 배운 러시아 장교는 그녀가 할 줄 아는 링구아 프랑카, 불어도 할 줄 알았었다. 물론 그가 큰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아 보이지만 말이다. -------------- 그리 많은 양은 아니지만 읽기 참 힘들었다. 번역이 안 좋아서도 아니고 책이 지루해서도 아니라 너무 먹먹해서다. 전쟁이 끝나고 남은 사람들은 전리품이 되어버렸으며, 껍데기나마 남은 조국은 남은 사람들을 버렸다. 되돌아온 남자친구가 뭘 의미하겠는가? 실제 저자는 결혼하면서 스위스로 이주했다고 한다. 차마 베를린에서, 혹은 독일 내에서 제 정신으로 살 수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