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oskdj
1,000+ Views

레이디 가가의 '하우스 오브 구찌'(2021)와 '스타 이즈 본'(2018)

<하우스 오브 구찌>(2021)에서 레이디 가가가 연기한 '파트리치아 레지아니'는 사랑과 탐욕과 집착 사이 어딘가에서 내내 줄타기한다. 실존 인물과 배역의 사이에서도 그는 캐릭터가 조금 더 입체적이고 양면적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줄타기를 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이 이탈리아인을 연기하는 동안, <하우스 오브 구찌>의 인물 관계는 파트리치아를 중심으로 다층적으로 구축된다. 이 이야기에서 파트리치아는 단연 극의 중심에 있고, 여러 상황과 선택지를 두고 그는 리액션보다는 적극적인 액션으로 일관한다. 심지어 마지막 어떤 장면에서까지도, "세뇨르 구찌라고 불러줄래요?"라며, 자신의 말을 통해 주변의 리액션을 이끌어내는 인물이다.


<스타 이즈 본>(2018)에서 레이디 가가가 연기한 '앨리 메인'은 작곡을 한다는 점 외에는 대부분 수동적 리액션의 대가다. '잭슨'(브래들리 쿠퍼)을 처음 대면한 상황에서의 표정 변화. 그의 손이 자신의 눈썹과 코에 닿을 때의 떨림. 마트 주차장에서 불렀던 노래를 '잭슨'이 편곡하고 그 무대에 자신을 끌어들였을 때 그 당황스러움 가득한 걸음. 함께 부른 곡 'Shallow'가 유명세를 타고 나아가 자작곡 'Always Remember Us This Way'가 유명 프로듀서의 눈에 들었을 때의 그 어리둥절함과 벅참. 그러니까 '앨리 메인'은 자신의 본래 성인 '캄파나' 대신 스스로를 '메인 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유일한 장면을 제외하면 언제나 직접 상황을 만드는 인물이기보다 만들어진 상황에 반응하는 인물이다.

팝스타이자 어떤 무대도 소화하는 정상의 퍼포머인 레이디 가가가 브래들리 쿠퍼의 감독 데뷔작에서 스타로 거듭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 그 자체로 유니크한 캐릭터를 남긴 <스타 이즈 본>에 이어, <하우스 오브 구찌>는 연출 장인 리들리 스콧과 다수의 아카데미 연기상 수상 배우들 가운데 레이디 가가라는 이름이 '배우'로서도 돋보일 수 있음을 능히 증명하는 작품이다.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극장 개봉 10주차를 맞아 <하우스 오브 구찌>는 이미 순 제작비의 두 배 이상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비슷한 시기 공개된 스콧 감독의 <라스트 듀얼>(2012)에 비하면 다섯 배의 흥행인데, 이걸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하우스 오브 구찌>는 레이디 가가를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리며 노래하지 않는 그의 연기로도 수긍할 만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고 보여주었다. 지금 기다리는 것은? '배우' 레이디 가가의 다음 작품이다.

파트리치아가 성호를 그으며 "성부와 성자와 구찌의 이름으로"를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건 각본이 아니라 레이디 가가의 애드리브다.


Comment
Suggested
Recent
Cards you may also be interested in
넷플유저들을 위한 2000년도 이후 개봉작 추천100선.jpg
현재 넷플릭스에 있는 2000년도 이후 개봉작 가운데 100편을 선정해봤습니다. (외국영화 80편 + 한국영화 20편) 당연히 모두 다 관람한 작품들이며, 아무래도 제 주관이 들어가다보니 오락성보단 예술성에 비중이 더 큰 리스트라는 점에 부정하진 못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관람하면서 서사 혹은 연출에 분명한 흠이 있다고 생각한 작품들은 남들 평점 좋은 거 상관 안 하고 소신껏 제외했습니다 이 리스트의 유이한 시리즈물, <무간도>와 <본 시리즈>는 각각 첫 편만 골라왔습니다. 특히 본 시리즈는 본 아이덴티티-본 슈프리머시-본 얼티메이텀까지 정주행하는 것을 강력 추천드립니다. (그 이후는 영..) <블레이드 러너 2049>의 경우 전편 82년도작 <블레이드 러너>를 미리 챙겨보는 것을 추천드리며, 울버린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로건>은 전작이 다 별로였어서.. 간략한 줄거리 정도 알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 리스트에서 꼭 보셨으면 하는 외국영화와 한국영화를 각각 3편만 꼽으라면 <밀리언 달러 베이비>, <팬텀 스레드>, <언컷 젬스> 그리고 <마더>, <북촌 방향>, <버닝> <로마>와 <아이리시맨>은 비하인드 영상도 넷플에 찾아보면 있으니 관람 후에 같이 챙겨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배열은 연도순입니다. 출처ㅣ에펨코리아
최근 갱신된 역대 디즈니 2번째로 높은 기록을 세운 애니메이션
엔칸토의 "We Don't Talk About Bruno" 1위: A Whole New World - (알라딘, 1992, 1위) 2위: We don't talk about Bruno - (엔칸토, 2021, 2위)←NEW 3위: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 (라이온 킹, 1994, 4위) 4위: Colors of the Wind - (포카혼타스, 1995, 4위) 5위 :Let It Go - (겨울왕국, 2013, 5위) 엔칸토의"We Don't Talk About Bruno(입에 담지마 브루노 or 브루노 언금송)"은 오늘 빌보드 핫 100 차트 2위에 올랐고 1993년 이후 디즈니 역사상 알라딘의 A Whole New World 이후로 가장 높은 차트를 기록한 노래가 되었음. 현재 빌보드의 Top Song Consumption, Top Audio Streams 및 Top Video Streams 차트에서 전부 1위를 하고있음. 디즈니가 공식 채널에 올린 "We Don't Talk About Bruno" 영상은 유튜브의 음악, 뮤직비디오 부분에서 전부 1위를 기록했고 이 영상은 3주만에 1억 22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함. 세계최대 스트리밍 서비스인 미국 스포티파이에서는 20위째 1위를 하고있음. 코시국 극장가 타격으로 인해 한국을 포함한 미국 외 글로벌 반응은 다른 애니메이션에 비해 약해서 아쉽지만, 미국 말고도 이 노래에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나라가 있는데 바로 영국임. 는 영국 빌보드 1위에 가볍게 오르고 영국 스포티파이에서는 9주째 1위 기록중. UK Official Compilation 및 UK Official Soundtrack Charts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1952년 이후 처음으로 영국 차트 1위에 오른 최초의 디즈니 오리지널 노래로 기록됨. 상당히 드문일 이기에 수석 디즈니 EMEA 부사장의 축하를 받으며 미라벨의 성우인 스테파니 베아트리즈가 런던에서 대표로 1위상을 수상함. 빌보드 관련자들이 꼽는 이번 곡의 메가히트가 특이한 이유는 1. 여태 디즈니 애니메이션 뮤지컬의 흥행공식이었던 솔로듀엣 발라드곡이 아닌 "Prince Ali" 같은 포지션의 중독성 위주의 노래라는 점 2. 극장개봉 정주행이 아닌 OTT(디즈니플러스)와 입소문으로 시작한 역주행이라는 점 3. 작곡가와 디즈니조차도 아무도 이 곡의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 (작곡가인 린마미의 경우엔 초등학생인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와서는 "애들이 전부 이 노래를 불러요" 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사실 브루노언금송 말고도 엔칸토의 ost는 전부 인기가 많은 편이야.  특히 루이사의 넘버 Surface Pressure는 오늘 빌보드 핫 100 차트 10위에 진입 성공하고 영국 스포티파이에서는 브루노언금송에 이어 2위자리를 고정하고 있어. 그래서 실제로 '가장 많은 노래가 빌보드 순위에 진입성공한 영화'로 역대 디즈니신기록을 세우기도 하고 이런 인기에 힘입어 빌보드 200 차트에선 엔칸토 앨범이 2주 1위를 하고있어. 제목이 <입에 담지마 브루노>인데 누구보다 이름이 많이 불려지는 '브루노'의 성우인 존 레귀자모는 평소에도 라틴&히스패닉을 위해 활발히 목소리를 내고 관련 작품활동에도 열렬한 관심을 보이던 교주임. 본인이 브루노 역으로 출연한 엔칸토로 인해 라틴계 이민가정 출신 미국인들이 미국의 미디어에서 라틴문화와 음악이 섬세하게 담겨져있는 걸 볼 수 있는것에 매우 자랑스러워 하고 있음.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안타깝게 극장 흥행에 실패하고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엔칸토는 라틴계 이민자들의 문화와 심리적 문제, 가족 갈등과 분열의 형태를 은유적으로 잘 그려낸 상당히 섬세한 영화야. 가족들의 능력의 종류, 까시타, 촛불 등등 이민자들의 역사와 가정에 투영시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널려있어. 스토리라인은 평범한 디즈니 애니메이션같고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영화 곳곳에 숨겨진 떡밥과 의미를 파고드는걸 좋아하는 붕들이라면 추천함 (사실 나도 1회차땐 그냥 평범하게 봤는데 CNN이나 콜롬비아 저널의 분석기사들을 보고 뒤늦게 인생영화가 된 케이스임 ㅎ) 주변의 강하고 화려한 가족들과 달리 능력이 없는 미라벨은 '전쟁 트라우마와 정체성 혼동을 겪고 있는 콜롬비아와 라틴계 이민자들'의 입장을 상징하기도 하기때문에 라틴계 사람들에게 더 피부로 와닿았겠지만, 한국도 가까운 근대에 전쟁을 겪은 나라고 세대갈등에 전쟁이 어느정도 관여되어있어서 그런지 어느정도 공감되는 부분도 있더라 출처ㅣ해연갤 안 들어볼 수 없겠죠 ? *_*
봉준호의 우상,마틴 스콜세지의 영화들 추천
비열한거리(1973) 하비 케이틀과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가 아주좋았던 영화. 구제불능 양아치역할을 맡은 드니로가 매우 인상적 택시드라이버(1976) 사회적으로 버려진남자가 사회적영웅으로 거듭나는 이야기. 뉴욕의 더러운 밤거리를 아주 잘 나타내는 영화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성난황소(1980) 갠적으로 로버트 드니로 커리어 최고연기로 꼽는영화. 코미디의 왕(1982) 최고의 코미디언이 되고싶던 남자의 이야기. 순수한 열정이 광기로 바뀌는 과정이 재밌다. 드니로의 연기는 역시 최고. 특근(1985) 스콜세지 영화중에서 제일 웃긴 영화.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 밤중에 여자를 만나러 간 남자가 온갖 좆같은 일과 좆같은 사람들을 만나며 개고생하는 영화. 좋은친구들(1990) 대부와 더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고의 갱스터영화 꼽는영화. 조페시의 살벌한 연기가 매우 인상적. 갱스터 세계에 의리같은 건 없다라는 걸 잘보여주는 영화. 카지노(1995) 좋은 친구들에 비견될만한 갱스터영화. 샤론스톤 짱예쁨 갱스오브뉴욕(2002) 대혼란, 대혼돈 소방관도 지들끼리 조직만들어서 싸우는 영화. 다니엘데이루이스의 압도적인 연기에 디카프리오가 완전 묻힌다. 디파티드(2006) 무간도 리메이크. 기존의 무간도와는 달리 되게 차갑고 건조한 영화. 이 영화로 오스카 작품상 받았는데 솔직히 왜 받았는지 모르것다. 셔터아일랜드(2010)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남자의 이야기. 휴고(2011) 스콜세지의 영화사랑이 돋보이는 영화. 울프오브월스트리트(2013) 섹스랑 마약이랑 섹스가 넘치는영화. 일흔살이 넘은 영감님이 찍은 영화라는게 믿기지가 않는 영화. 사일런스(2016) 침묵과 흔들리는믿음에 관한 영화. 스파이더맨으로 유명한 앤드류가필드의 연기가 굉장히 돋보인다. 아이리시맨(2019) 노년의 감독과 노년의 배우들이 협심해만든 21세기 스콜세지의 최고작. 늙음과 죽음에 대한 것을 스콜세지가 잘 표현해낸것같다.
천재들을 주제로한 명작 영화 추천 8선
1. 샤인 (Shine, 1996)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전설적인 무대를 남겼던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빗 헬프갓’의 이야기 2. 굿 윌 헌팅 (Good Will Hunting, 1997) 수학, 법학, 역사학 등 모든 분야에 재능이 있는 ‘윌’(맷 데이먼)은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어린 시절 받은 상처로 인해  세상에 마음을 열지 못하는 불우한 반항아였지만 참스승을 만나면서 변화하는 이야기 3. 뷰티풀 마인드 (A Beautiful Mind, 2001) 정신병을 이겨내고 마침내 성공을 거둔 천재수학자의 이야기 4. 이미테이션 게임 (The Imitation Game, 2014) 24시간 마다 바뀌는 해독불가 암호 암호를 풀고 1,400 만 명의 목숨을 구한 천재 수학자 이야기 영화를 보면서 지루하지 않았고 베네딕트의 연기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5. 무한대를 본 남자 (The Man Who Knew Infinity, 2015) 하늘이 내린 수학 천재, 그를 알아준 단 한 사람 기적을 증명한 두 남자의 특별한 우정! 6. 미스 슬로운 (Miss Sloane, 2016) 승률 100%를 자랑하는 최고의 로비스트 ‘슬로운’(제시카 차스테인).  총기 규제 법안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자신의 신념에 따라 모두가 포기한 싸움에 뛰어들게 된다.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철함 7.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2016)  미국의 우주 경쟁을 승리로 이끈, 천재 흑인 여성 수학자 이야기 8. 어메이징 메리 (Gifted, 2017)  바닷가에서 뛰어놀기 보다 어려운 수학문제 풀기를 즐거워하는 메리 그리고,  그녀에게 세상이 필요로 하는 수학자의 길을 열어주고자 하는 할머니.  촉망받는 천재 수학자였지만 불행한 죽음을 맞은 여동생과 약속한 메리의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이를 반대하는 삼촌 프랭크. 이들의 바람은 결국 특별한 천재 소녀 메리를 둘러싼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데…  옆에서 지켜봐주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되는 영화 출처ㅣ도탁스
잔혹동화로 그려낸 스필버그의 '백 투더 시네마 클래식'
[영화리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현대사회의 차별과 혐오를 성찰한 느와르 멜로  스필버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어떤 영화일까?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코로나가 재확산되는 시기, 민족 최대의 명절 설 연휴에 만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1957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무대에 올려진 후 1961년에 영화화한 동명의 작품을 리메이크했다. 특히, 제3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등 총 10개 부문을 석권한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뮤지컬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역대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 가운데 '불후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어서 과연 할리우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원작이 '스포일러'이기도 한 이 작품을 어떤 방식으로 리메이크할지 관심이 모아졌다. 내달 2월 8일,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 발표를 앞두고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오스카의 전초전 격인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 코미디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3관왕을 차지해 '거장의 품격'을 재확인시켰다. 매년 이 시기가 되면 노미네이트 된 작품을 관람해왔는데, 코로나로 인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오는 3월 27일로 예정돼 늦춰지면서 더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됐다. 그 첫 작품으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 '시네마'에 천착한 영화적 문법, 스크린에 재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해 빅리그 클럽 축구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양 팀 선수들이 한쪽 무릎을 꿇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의식을 한다.  인종차별은 시대를 초월해 가장 예민하게 인류의 역사와 함께  진행되어 온 주제인 동시에  역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자주 다뤄왔던 담론이다.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미국 사회에 뿌리 깊이 내려온 인종차별을 시대를 초월해 현대 사회의 혐오로 변주한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 꾸는 이주민은 백인에게 혐오당하고, 또한 여성과 성 소수자는 차별받는다. 이 영화는 뉴욕 할렘 지역에서 피어난 청춘 남녀의 사랑을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에 빗대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서사의 참신함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을 만큼 클리셰도 이야기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감독은 뮤지컬이란 장르에 함몰되지 않고 '시네마'라는 가장 고전적인 문법을 재현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쉴 새 없이 댄스와 노래가 어우러지는 기존 뮤지컬 영화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다소 기대에 못 미칠지도 모르지만 비대면 시대에 OTT가 일상을 사로잡은 '시네마'의 위기를 노장 감독은 스크린에 아로새겨놓은 듯하다. 생동감 넘치는 군무 사이로 사회적 혐오 담아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뮤지컬'이란 새로운 장르 도전으로 화제가 된 이번 작품은 <라라랜드>에서 인상적이었던 시퀀스를 떠올리는 극 초반 부 아니타(아리아나 드보스 분)등 여성 캐릭터들의 군무와 함께 생동감이 넘치게 시작한다.  아니타와 여성들이 부르는 'America'는 고향 푸에르토리코의 가난하고 불안하면서 비루한 삶과 대조해 풍족하고 자유로운 아메리칸드림을 찬미하면서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하지만 베르나르도(데이비드 알바레즈)와 남성들이 전하는 댓구에서는 겉 보기와 달리 미국에서 피부 색깔에 의해 차별과 혐오를 견뎌야 하는 자신들은 한 방에 12명이 자야 하는 곳이라고 현실을 꼬집는다.  1950년대 미국 뉴욕 맨해튼 서부 외곽 지역 '링컨 스퀘어'를 배경으로 폴란드계 백인 갱단 제트파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푸에르토리코계 갱단 샤크파가 철거 지역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인다. 1961년 개봉된 원작에서 이들이 주도권을 다투는 곳이 단순히 놀이터에 국한되었다면, 스필버그 감독은 청년 갱단의 대립 무대를 터전을 잃게 생긴 철거 지역으로 연출해 참혹한 현실을 투영한다.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내러티브로 전개되는 느와르 멜로 특히, 전반부의 흥이 넘치는 뮤지컬 시퀀스가 지나면 후반부에는 두 주인공의 심리와 갈등을 섬세하게 연출하면서 몰입도를 높이고 156분 간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감독의 롤러코스터는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내러티브를 통해 전개되는 느와르 멜로처럼 다가왔다 청년 갱단의 대립은 지역 경찰도 혀를 내두르는 데, 이주 미국인 출신으로 잡화점을 운영하는 발렌티나(리타 모레노 분)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내 부모의 사랑도 제대로 받고 크지 못한 갱단 청년들을 따스하게 감싸 안고 화합과 공존의 여지를 두게 한다. 주인공 토니(안셀 엘고트 분) 역시 역시 우발적 살인 미수 혐의로 감옥에 갔다가 최근 가석방으로 풀려나 잡화점에서 일을 돕고 있다. 문제는 무도회장에서 토니가 샤크파 보스의 여동생 마리아(레이첼 지글러 분)를 만나며 할렘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플롯이 본격 시작된다. 영화의 백미는 'Tonight' 등 레전드 뮤지컬 특유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과 앞서 아니타와 40~50명의 청춘 남녀가 웨스트사이드 거리에서 군무를 추며 부르는 'America'가 흐르는 장면이다. 두 주인공 역의 안셀 엘고트와 레이첼 지글러의 노래도 어색하지 않게 조화를 이룬다. 인종 갈등과 계층별 혐오에 관한 묵직한 메시지 스필버그 감독은 관객들에게 실제 무대에 있는 듯한 체험을 전하는 '시네마'의 고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헌사를 하면서도 한 편의 잔혹 동화 같은 이야기를 통해 '스필버그 웨스턴'이란 장르를 개척한 듯 보였다. 청년들의 대립 기저에는 혐오와 불안이라는 정서가 자리 잡고 있는 듯 보였다. 스필버그 감독의 전작 <더 포스트>의 사회 고발성 짙은 작품과 1970년대 홍콩의 중국 반환을 두고 청년들의 불안을 조명해내며 쏟아져 나와 그 시절 우리가 열광했던 홍콩 느와르 액션의 서사도 떠올린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세트 촬영을 하지 않고 거장 감독답게 뉴욕의 실제 거리에서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7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형되지 않은 채 자리하고 있는 건물들에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인종 간의 갈등과 계층간 혐오가 시대를 초월해 스크린에 재현된다. 특히, 감독은 인종 차별에 더해 현대 사회의 여성 차별, 성 소수자 차별 등 혐오라는 담론을 극 중 제트파의 일원이 되려는 캐릭터 애니바디스 역에 실제 트랜스젠더 배우 아이리스 매나스를 캐스팅하고, 잡화점 주인 발렌티나가 푸에르토리코계 미국인이라는 캐릭터의 조율을 통해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원작을 관람하지 못했던 관계로, 말랑말랑한 뮤지컬 영화라는 생각 속에 영화관에 들어섰던 필자에게 마치 느와르를 보고 나온 듯한 깊은 충격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스필버그 감독 만의 '시네마'를 향한 집념 때문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잔혹동화로 그려낸 스필버그의 '백 투 더 시네마 클래식', 영화 <웨스트 사이트 스토리>였다. 별점 ★★★★☆ /소셜큐레이터 시크푸치 다음영화 뉴스 메인 장식했네요, 감사합니다
명확한 흑백대비가 매력적인 영화 <씬시티>
씬 시티 (Sin City, 2005) 부패와 범죄로 가득 찬 죄악의 도시 '씬 시티'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의를 지켜나가는 거침없는 아웃사이더들이 있다. 마지막 남은 양심적인 형사와 살인 누명을 쓴 거대한 스트리트 파이터, 고독한 사진작가와 주위를 맴도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바로 그들. 그들의 거침없는 복수 그리고 매혹적인 사랑이 각각 색다르게 엇갈리며 도시를 휘감는다.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영화 <씬 시티> *_* 극단적인 대비가 돋보이는 흑백 영상과, 강렬한 포인트 컬러의 인물 혹은 물체들은 원작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온 듯한 감상을 주죠 ! 원작의 세 가지 스토리 '하드 굿바이', '도살의 축제', '노란 녀석', '고객은 언제나 옳다'를 이어 붙인 형식으로 제작된 <씬 시티> 여담으로 원작자 프랭크 밀러는 영화화에 반대했지만, 감독 로드리게스가 찍어온 파트 '고객은 언제나 옳다'를 보고 영화화에 동의했다고 해요 - 초호화 캐스팅으로 각 파트마다 익숙한 배우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답니다 (브루스 윌리스, 제시카 알바, 클라이브 오웬, 베네치오 델 토로, 미키 루크, 조쉬 하트넷, 일라이저 우드 등등) 잔인하고 기괴한 장면이 좀 있어 호불호가 나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호 ! 호 ! 완전 극호 ! 인 작품입니다 헤헤 영화 자체가 아주 섹 - 시 - 하거든요 +_+ 왓챠에 아주 공감되는 관람평이 있는데 'C급 현실성 B급 스토리 A급 배우들 S급 영상미' 혹시 조금이라도 관심이 가신다면 주저말고 감상해보시길 !
갱스터, 느와르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는 명작 3편
1. 스카페이스 (Scarface, 1983) 1980년 5월 쿠바가 마리엘 항을 개항하여 반카스트로 지지자들이 미국 플로리다에 입항한다. 토니 몬타나와 마니리베라도 그 망명자들 중에 하나였다. 꿈의 실현을 위해 미국에 온 그들이지만 입국 검사 결과 이민 수용소로 보내진다. 3개월 후 마니는 수용소에 있는 레벤가라는 자를 살해해 주면 신분증을 입수해 주겠다는 일을 받아 수용소에 폭동을 일으켜 레벤가를 암살한다. 한편 접시닦이로 근근히 살아가던 토니는, 다시 프랭크의 부하로부터 콜롬비아 마약상과의 거래일을 맡지만 위험천만한 일이 발생하고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다. 그 사건을 계기로 토니는 프랭크의 신임을 얻고 그의 부하가 되지만, 수개월 후 결국 자신을 없애려는 프랭크를 죽이고 조직을 장악한다. 마침내 토니는 콜롬비아의 마약왕 소니와 손을 잡아 마약 공급을 대대적으로 펼쳐 큰 부자가 된다. 그러나 화려한 그의 생활은 정신적으로 그를 점차 고립시켜 가고, 성격도 포악해져가는데… 2.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 1921년, 좀도둑질을 일삼던 누들스는 맥스를 비롯한 친구들과 함께 밀수품 운반 일을 하며 돈을 벌어 들인다. 누들스 무리에 위협을 느낀 벅시는 누들스의 친구를 죽이고, 이에 분노한 누들스는 벅시를 살해한 후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1932년, 출소한 누들스는 어린 시절 첫사랑 데보라와 밀주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맥스를 다시 만나지만, 금주법 철폐로 그들의 밀주 사업도 위기를 맞는다. 맥스는 누들스에게 연방준비은행을 털 것을 제안하지만 누들스는 거절한다.1968년, 베일리 재단 파티에 초대 받은 누들스는 재단 창립 기념 사진 속에서 데보라를 발견하고 그녀를 찾아가 자신을 초대한 베일리 장관에 대해 묻지만 그를 찾지 말라며 경고한다.그녀의 만류에도 누들스는 마침내 의문의 베일리 장관과 마주하게 되는데... 3. 좋은 친구들 (Goodfellas, 1990) 아일랜드계 이탈리아인 헨리 힐(레이 리오타)와 토미(조 페시)는 열 세살에 마피아에 입문해 갱인 지미(로버트 드 니로)와 함께 트럭이나 공항 화물을 훔치는 일을 한다. 결혼 후에도 마피아 생활을 계속하는 헨리는 이제 조직에서도 안정된 위치와 경제적 여유를 갖는다. 어느날 헨리는 지미와 함께 폴리의 마약 심부름을 하다 FBI의 추적을 받고 체포되지만 곧 풀려난다. 경찰서에서 나오자마자 헨리와 지미는 공항터미널 사건을 모의해 현금 6백만 달러라는 엄청한 돈을 훔친다. 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혈안이 된 지미는 모의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죽이고, 토미는 마피아 조직에 가담했다가 살해당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헨리마저 마약거래로 경찰서에 잡혀 들어가는데...
영화 <캡틴 마블> 리뷰: 세상에 영웅이 필요한 이유, 새 '어벤져스'를 앞두고
세상에 영웅이 필요한 이유, 새 '어벤져스'을 앞두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개봉 이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페이즈 3' 발표가 있던 2014년 당시, 케빈 파이기는 <캡틴 마블>의 제작 확정 소식을 전하며 '캡틴 마블'의 이름이 '캐럴 댄버스'임을 이미 밝혔다. <캡틴 마블>이 '페미니즘'이나 소위 '정치적 올바름'이 사회적 화두로 부상한 2019년 지금을 염두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라기보다 훨씬 더 일찍부터 준비된 프로젝트라는 뜻이다. 물론 디즈니와 마블의 동향을 주시해온 이라면 모두가 알 것이다. <캡틴 마블>은 어떤 영화인가. 먼저 '캡틴 마블/캐럴 댄버스'(브리 라슨)의 주변을 살펴보자. "너무 감정적이면 안 된다", "여자가 조종석에 앉는 건..." 같은 말을 들어야 했던 시기의 여성 파일럿과 과학자, 외계 종족(여기서는 단지 지구 밖을 의미할 뿐 아니라 지구에서의 '소수'임을 동시에 내포한다), 그리고 흑인. 그렇다면 <캡틴 마블>은 소위 '페미니즘 영화'인가? 그렇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여성영화의 계보로는 그렇다고 봐야만 하겠다. (한데, 불매 운운하던 이들 중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보다 덜 페미스럽다'는 식의 반응을 내보이는 이들은 대체 영화에서 무엇을 생각한 것일까.) 그러나 MCU의 첫 여성 히어로 단독 영화임을 지칭하는, 예고편에서의 헤드카피(HER - A HERO)만 가지고도 마치 이 영화가 영화의 만듦새보다 무조건적인 'PC'를 의식한 작품이라며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이들에게는 무엇인들 마음에 들겠는가.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2017), <블랙 팬서>(2018)에 대한 온라인 일부 반응 역시도 비슷한 맥락의 연장선으로 여겨진다.) 과연 'PC'가 영화를 망치기만 할까. '캡틴 마블'이 '캐럴 댄버스'였든 누구였든, <캡틴 마블>은 솔로 히어로 무비의 익숙하고도 친숙한 전형을 따른다. 과거의 숨은/잊힌 기억이 전개의 실마리가 되고 나아가 일종의 반전으로서 기능하는 것 역시 처음 보는 게 아니다. 크리 종족의 일원이면서 지구에서의 기억을 (자신도 모르는 새) 가지고 있다는 외면상의 설정도 후반에 이르면 이질감 없이 MCU의 치밀한 기획의 일환이었음에 수긍하게 된다. 젊은 '닉 퓨리'(사무엘 L. 잭슨)를 비롯해 '콜슨'(클락 그레그) 요원과, 무엇보다도 고양이 '구스' 등 <캡틴 마블> 속 '캡틴 마블'의 각성과 도약의 과정에는 매력 가득한 조연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유머가 함께한다. '캐럴 댄버스'의 성장은 타자가 정해놓거나 구획해놓은 '전사'(戰士, 前史)에서 벗어나 진짜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인 동시에, 자신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조차 모르던 인물이 스스로의 능력과 스스로의 의지를 확고히 하는, 승리의 서사이기도 하다. 단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의 보너스 영상에 등장해 '어벤져스'의 새 멤버가 되리라는 것 정도만 짐작했던 '캡틴 마블'이 실은 '어벤져스'라는 명칭의 기원을 제공할 뿐 아니라 '쉴드'가 또 다른 '히어로'들을 찾아 규합해나가는 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은 중요하다. <캡틴 마블> 자신이 단독 영화로서 세계관을 과도하게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세계관에 이물감 없이 녹아드는 결정적 요인은 다름 아닌 한 달 후의 개봉작인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캡틴 마블'이 등장한다는 점일 텐데, 실질적으로 <퍼스트 어벤저>(2011)와 <어벤져스>(2012)의 프리퀄로서의 역할까지 해낸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아는 순간, 그 누구로부터의 '증명'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 순간 그는 스스로가 가진 잠재력을 온전히 끌어모아, 세상과 타인을 능히 움직이고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된다. 크리 종족과 스크럴 종족의 갈등 역시 표면적으로 보이던 것과는 달리 '전쟁'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전쟁이 "Universal Language"라는 말을 '닉 퓨리'가 하는데, 이는 외계 종족이 어디에나 있으리라는 뜻인 동시에 지구든 어디든 전쟁이 없는 곳이 없으리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우주에서 '캡틴 마블'은 정말로 '어벤져스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대해 <캡틴 마블>은 힘 있게 "그렇다"라고 말하는 영화다. '캐럴'이 '마리아'(라샤나 린치)의 딸인 '모니카'(아키라 아크바)를 대하는 모습은 자연히 영화가 동시대의 관객, 특히 어린 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블랙 팬서>의 개봉 당시 옥타비아 스펜서는 한 인터뷰를 통해 이와 비슷한 시사점을 주는 말을 한 적 있다. 원문 일부를 그대로 싣는다. "I will buy out a theatre in an underserved community to ensure that all our brown children can see themselves as a superhero."([TIME], 2018년 2월 19일 'A Hero Rises' 호에서 재인용) 이는 인종이나 성별에 국한되지 않고 '수퍼히어로'라는 존재이자 명사 자체를 돌아보게 한다. 영화 속 영웅은 힘이 세거나 대단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지만, 동시에 스스로의 존재만으로 다른 이들의 마음속에 어떤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그렇지 못한 이들은 악당이 된다.) <캡틴 마블>이 이 점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영화는 아닐지라도, 요컨대 이런 것이다. "너도 영웅이 될 수 있어." <캡틴 마블>은 무난한 '솔로 무비 1편'으로서 충실할 뿐, 정치적 함의를 노골적으로 설파하는 영화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아니, 글라스 실링이나 가스라이팅과 같은 것들이 등장하지만 오히려 1990년대를 배경으로 여성 주인공을 다루는 영화에서 자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요소로 다가올 뿐, 작품에서 두드러지거나 영화의 톤 앤 매너와의 이질감을 느끼게 하지는 않는다. 한데, 메시지를 담는다고 한들 그게 조금이라도 문제 될 바가 있는가? 모든 건 관객의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사유에 달린 것이다. 같은 이야기와 같은 메시지라도 무수한 영화 언어의 교직에 따라 다양한 화법으로 저마다에게 달리 닿는 것이고. 여태껏 수퍼히어로가 대부분, 거의 모두 남성이었다는 건 다시 주지 시킬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DC 진영의 <원더우먼>(2017)의 등장이 그랬던 것처럼, 성별이 바뀐다고 하여 영화가 일순간 '정치적 올바름을 의식한' '페미니즘 사상 영화' 같은 것이 되지는 않는다. 더 정치적인 건 '캡틴 마블'과 브리 라슨에 대해 특정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이들의 반응이다. (덧: 브리 라슨은 정말로 스탠 리를 '모욕'했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그는 대중들이 '추모에 바람직하다고 허락한' 사진을 올려야 하고 대중이 '그럴 수 있다'라고 허락한 방식으로 악플에 대응해야 하는가?) 그것도 포털과 유튜브,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그간 보여왔던 아주 익숙하고도 전형적인 방식으로. 나는 오히려 <캡틴 마블>의 러닝타임이 지금보다 15분에서 20분가량은 더 길기를 바랐다. 그랬다면 <블랙 팬서>에서처럼 캐릭터를 넘어 문화를 세밀히 담아내거나, 혹은 '닉 퓨리'나 '마리아'와 '캐럴'과의 관계를 더 밀도 있게 그려낼 수 있었으리라. 지금의 '잘 만든 기획영화'이자 '세계관 내 다음 영화로 향하는 단단한 다리' 역할로도 충분하겠지만. 아, 지금껏 배우들의 연기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브리 라슨, 사무엘 L. 잭슨(그가 고양이 '구스'를 상대로 혀짧은 소리를 내며 대화하는 신은 정말 귀하다!), 주드 로, 벤 멘델슨, 아네트 베닝. 말해서 무엇하리. 사적으로는 <어벤져스> 시리즈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같은 소위 '떼샷' 영화보다는 단독 영화를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디즈니와 마블의 기획력과 그것을 실현하는 치밀함에 대해서는 의심하거나 회의할 여지가 없겠다. 이제는 익숙하고 예상 가능하다고만 생각할 때, 마블의 영화는 계속 변화를 시도하고 선보인다. 그리하여 동시대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원문 출처: https://brunch.co.kr/@cosmos-j/480
영화"위플래쉬"에서 종종 오해받는 인물
위플래쉬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플래쳐교수와는 반대로 주인공에게 광기를 요구하는  음악을 걱정하는 인물로 해석되곤 한다.  결론만 말하자면 이 인물도 플래쳐와 막상막하의 막장인물임.  앤드류는 종종 홀아버지와 영화를 보곤한다. 하지만 관람영화는 아버지 취향의 고전영화.  앤드류는 영화에 대한 관심이 없지만 주기적으로 반강제 영화를 관람한다. 아버지의 강압적인 면모와 아직 주인공을 성인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대표적인 씬.  영화를 관람하며 먹을 팝콘에서 아버지는 아들이 그닥 좋아하지 않는 것을 잔뜩주문하고선 먹어보라고 권한다.  여기까지는 거진 감독이 순한맛으로 넣어놓은 장면들이지만 아버지의 이런 성격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임. 당장에 테이블 좌석의 배치에 주목해보자.  화면을 마주하는 상석엔 삼촌이 앉아있고 집의 주인이자 식사의 호스트인 아버지는 화면 구석에 쳐박혀있다. 앤드류는 조명도 제대로 못받고 있으며 남성들무리 정 반대에 홀로 배치되어있는 인상을 준다.  대화의 내용도 가관인데 삼촌은 시종일관 앤드류의 음악을 무시하며 아버지는 그런 삼촌의 조롱을 오히려 맞장구치는 비굴함을 보인다.  (나중에 앤드류가 플래쳐에서 인정받기 시작하고 부성애의 대상을 플래쳐로 결정하고 나서는  동일한  장면에서 삼촌과 사촌들을 신랄하게 깐다.) 작중 내내 아버지의 역할은 주인공의 음악적인 자질과 능력,성공을 의심하고 과소평가하는데 치중되어있다.  본인의 실패한 소설가 인생을 아들에 투영해서 계속 잡아두려는 가스라이팅과 정서적인 학대를 가하는 인물이 바로 이 아버지인데 대체로 관객들은 예술계의 학대에 가까운 교육에 집중하느라 플래쳐의 반대에 있는것 "같은"아버지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듯. 플레쳐가 하도 강렬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아빠가 가려졌는데 지금 보니 아빠도 애 망치는데 한 몫 했던 것 같아서 가져와봄.. 가족 식사장면에서 친척들이 앤드류 깔보는데 뭐라고 하진 못할망정 가만히 입 닫고 있다가 앤드류가 반격하니까 친척들 편들고 앉았음ㅋㅋ 출처 : 루리웹 저도 영화 보는동안 아버지 캐릭터가 의아했습니다. 앤드류가 음악을 포기하길 바라는 눈치라.. 그것도 아들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실패하길 바라는 느낌? 감독이 말하길 주인공은 결국 약물중독으로 자살할 것이라 했었는데.. 이 글을 보니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어 그런 선택을 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네요
[덕질하면 돼지]: 좋아하는 영화를 계속해서 아끼고 거듭 다시 보기
영화를 좋아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누군가는 직접 영화를 만들고, 누군가는 같은 영화를 극장에서 'N차 관람' 하면서 계속해서 즐긴다. 누군가는 그 영화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글을 쓴다. 내 경우에는 '직접 영화를 만드는 것' 외의 모든 것이 포함되는데, 말하자면 특정한 영화나 특정 영화인(배우, 감독 등)을 '덕질'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라는 콘텐츠, 혹은 영화라는 무형의 매체 그 자체를 덕질 하는 것이겠다. 빙글에서 마련한 이벤트를 계기로 지난 한 해 동안, 그리고 지금까지, 스스로의 영화 덕질 라이프를 점검해보게 되었다. 덕질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방법은 물리적인 것을 모으는 일이다. 몇 년 전부터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티켓이 대부분 영수증을 겸한 종이표로 바뀌면서 영화표 하면 생각나던 특유의 이미지가 많이 사라진 것이 사실이다. 그 후 CGV에서 이런 아쉬움을 눈치챘는지 '포토티켓'이란 걸 만들었다. (최근에는 메가박스에서도 CGV의 포토티켓과 비슷한 서비스를 게시했다) 여느 책보다 두꺼울 만큼의 높이로 쌓인 저 포토티켓을 거슬러 올라가니 2014년 9월까지 흘러간다. 차마 수량을 세어볼 엄두가 나지 않아 대신 최근 티켓들을 몇 장 꺼냈다. 작년 연말의 <아쿠아맨>부터 최근 <메리 포핀스 리턴즈>, 그리고 CGV 아카데미 기획전을 통해 재관람(4차)한 <스타 이즈 본> 등이 눈에 띈다. 포토티켓 모으는 분들이 꽤 늘면서 CGV에서는 포토티켓 전용 앨범도 출시했지만 나는 그런 것 안 쓴다. 위쪽 사진에 쌓여있는 포토티켓 옆에 나온 틴케이스가 지금 내 포토티켓을 수납하는 공간인데, 저게 다 차서 더 이상 수용하지 못하면 이 티켓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물론 그런 건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2019년도 벌써 3월이 다가오고 있는데, 확실한 건 올해도 수십 장의 티켓들이 쌓이리라는 점이다. 한 가지 2018년의 가장 뿌듯한 일은, 영화 <쓰리 빌보드>를 보면서 그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소재(옥외광고판)에 쓰인 문구를 따라 그대로 포토티켓을 만든 것이다. 물론 구글링 따위 하지 않고 직접 디자인 해서 만들었다. 포토티켓에 사용하기에 최적화된 이미지 사이즈(가로x세로 px)는 구글을 검색해보긴 했다. 앞에서부터 각각 '죽어가면서 강간당했다', '그런데 아직도 못 잡았다고?', '어떻게 된 건가, 윌러비 서장?'이라는 내용으로, 영화 <쓰리 빌보드>에서 단지 소재를 넘어 극 중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적인 모티브다. 그러나 포토티켓은 기초 중의 기초(?)라고 할 만하다. 전단이나 포스터, 엽서 등 좀 더 물리적인 성질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이 영화 덕질계에는 많이 있다. 전단이야 개봉 몇 주 전에 각 영화들마다 전국 극장에 뿌리는 것이니 쉽게 구할 수 있고, 2절이나 대국전 크기의 포스터나 각종 엽서는 영화사에서 마련하는 여러 이벤트(IMAX 예매 이벤트, N차 관람, 리뷰 이벤트 등등)를 통해 얻을 수 있으며, 최근에는 주로 예술 영화를 중심으로 영화 홍보를 위해 제작한 굿즈를 관람 후 증정하는 '스페셜 패키지 상영'이 늘었다. 하나 더, 뒤에서 또 얘기하겠지만 DVD나 블루레이를 구입하면 예약 구매 혹은 초판 한정으로 포스터나 엽서 같은 증정품을 얹어주기도 한다. 앞선 사진과 포스터의 배치가 다소 다른 걸 볼 수 있다. 지금 거주하는 곳으로 이사온 후, 이 책상은 마치 삼면이 벽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답답했다. 엽서든 포스터든 뭐라도 붙여야겠단 생각이 들어 나만의 '영화의 벽'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여름맞이, 겨울맞이 등 일정한 주기를 두고 몇 개월마다 포스터 배치를 바꿔보기도 하고, 기존의 것을 떼고 다른 걸 붙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처음엔 스카치 테이프를 떼서 양면처럼 만들어 뒷면과 벽 사이에 붙이기도 했고, 지금은 마스킹 테이프를 써보고 있는데 이게 벌써 몇 개월이 지나서인지 어떤 건 괜찮은데 사진의 <라라랜드>처럼 조금 큰 포스터의 경우에는 테이프가 세월(?)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조금씩 떼어지기도 한다. 다시 스카치 테이프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이 영화의 벽은, 고스란히 자신의 취향이 담긴 것이다. 좋았던 영화, 블루레이를 소장하고 있는 영화, 너무 좋았던 영화, 아주 좋았던 영화, 진짜 좋았던 영화, 극장에서 일곱 번 본 영화 등. 앞서 영화의 물리적 성질을 이야기 한 건, 영화라는 게 사실 스크린 안에서 영상이 끝 모를 듯 펼쳐지고 나서, 그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설 땐 오로지 머리와 마음에만 영화가 남아 있을 뿐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티켓이나 포스터, 엽서 같은 것들은 그 영화를 좀 더 오래 기억하고, 나아가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성질의 것으로 만들어준다. 각종 뱃지들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물성을 체감하게 해주는 최고봉은 블루레이와 DVD다. 요즘에야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도 영화를 많이 볼 수 있고 IPTV나 VOD 매체가 발달했지만, 턴테이블에 LP를 돌리거나 CD플레이어에 CD를 넣듯 영화가 담긴 디스크를 넣고 영화를 재생하게 해주는 블루레이와 DVD는 내게는 최고의 매체다. 물론 이건 정말 비효율적인 일이다. 영화 티켓값보다 훨씬 비싼(블루레이 기준 보통 3만원이 넘는다.) 값을 주고 사야 하고, 책처럼 진열하거나 수납할 공간이 필요하며, 디스크를 컴퓨터나 전용 플레이어에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비효율적인 수집 행위의 모든 장점은 '만질 수 있는 영화' 하나로 귀결된다. 블루레이나 DVD에 담긴 각종, 제작진의 인터뷰나 촬영 현장의 스케치 영상, 주요 삭제 장면 등의 보너스 콘텐츠는 덤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일도 있었다. 2018년 2월 ~ 3월 당시 극장에서 본 영화 중, 북미에서는 이미 2017년에 개봉한 영화이다 보니 해외에는 블루레이가 이미 출시되어 있는 영화도 있었다. 집에서 그 영화들을 너무 다시 보고 싶은데 아직 극장 상영 중이라, 하루에도 몇 번씩 아마존 사이트를 드나들며 블루레이를 검색했다. 그 중 <쓰리 빌보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의 북미판 블루레이를 결국 구입했다. (DVD는 우리나라와 미국이 지역 코드가 달리 분류되지만, 블루레이는 어쩐 일인지 우리나라와 미국의 지역 코드가 같다. 그래서 문제없이 재생할 수 있다.) 물론 국내화된 자막 같은 걸 포기하고 영상을 택한 것이지만, 운 좋게도, 아주 드물게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쓰리 빌보드>의 경우 국내 극장에서 사용된 것과 동일한 번역 자막(황석희 번역가)이 삽입되어 있었다. 두 영화는 국내 개봉과 비슷한 시기에 북미에서 블루레이가 출시되었고 각각 소니와 폭스의 직배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아쉽게도 <셰이프 오브 워터>의 북미판 블루레이는 영어와 스페인어만 지원한다. 현재는 위 사진의 세 영화 모두 국내판 블루레이가 정식 출시되어 있다.) 영화를 함께 감상하고 이야기 나누는 모임을 한동안 진행하면서 참석자들에게도 나름의 비슷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해외 이미지들을 활용해 일종의 포토티켓과 같은 카드를 만들었다. 초기에 만든 것들은 별 다른 실용성이 없었는데, 나중에는 앞면에 영화 이미지를 담으면서도 뒷면에는 각자 메모를 하거나 감상을 적어볼 수 있는 여백을 만들었고 크기도 좀 더 크게 만들었다. 영화 덕질의 방법은 이렇게 다양하다. 아래 사진의 경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볼 당시 스필버그와 관련된 책이나 영화의 원작, 스필버그 감독의 다른 영화들 중 내가 갖고 있는 DVD, 스필버그 감독에 대한 글이 실린 영화잡지 등을 모두 꺼내며 본격 '레디 플레이어 원 덕질'을 시작했었다. 이건 절대로 내가 똑똑해서 할 수 있는 '통섭' 같은 게 아니다. 물론 똑똑해지고 싶다는 바람은 있다. 혼자서 하는 덕질도 소중하고 좋지만, 조금 더 삶의 질(?)이 높아지는 방법은 나와 취향이 비슷한 이들과 그 덕질을 함께하는 것이다. 내게는 만나면 음식 사진이나 서로의 사진이나 셀카 같은 건 단 한 장도 찍지 않으면서 오직 서로가 (자주 만나지는 못해서 대체로 다시 만나려면 몇 달이 걸리곤 한다) 그동안 쌓아온 각자의 덕력(?)을 뽐내며 서로 굿즈나 카드 같은 것들을 하나 둘 꺼내놓는, 그런 지인들이 있다. 커피 마시고 밥 먹고 다시 커피. 점심 때 만나서 저녁에 헤어지는 이 사람들과는 영화 이야기와 책(주로 시, 소설 등)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내게 있어 빙글은 사실상 혼자의 기록을 이따금 남겨두는 저장소 같은 곳인데, 2019년의 작은 목표 같은 것을 하나 더 만들어보자면, 이 소중한 공간을 주변 사람들과도 함께 나누는 것이다. 영화덕질 이야기는 2박 3일 정도 더 글로 늘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단은 내 몇 안 되는 지인에게 빙글 앱 설치를 권유하러 가야겠다. 이제 3월이 다가온다. 영화와 함께 내 봄날도 따뜻했으면 좋겠다.
영화 '트루 시크릿' 리뷰 : 새로운 자아로부터 시작된, 여러 개의 이야기들
어떤 영화는 그 이야기 안에 이야기가 하나 이상 더 있다. 영화 전체의 줄거리가 어떤 인물이 다른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든지 하는 액자식의 구성을 갖춘 경우가 주로 그 예가 될 텐데, 지금 다룰 영화 <트루 시크릿>(2018) 역시 그렇다. 줄리엣 비노쉬가 연기한 '클레르 미요'는 불문학을 가르치는 대학 교수다. 아들이 둘 있지만 이혼을 했고 가벼운 관계로 만나는 남자 친구 '뤼도'(귀욤 고익스)가 있다. '클레르'는 최근 '뤼도'가 자신에게 소홀해졌다 느끼고 그의 근황을 살필 목적으로 페이스북 계정을 만든다. 그런데 관건은 이 계정이 '클레르' 자신이 아니라 조카 '카티아'(마리-앙주 카스타)의 사진이 도용된 채로 만들어졌다는 것. 자신을 숨긴 채 '클라라'라는 이름으로 '뤼도'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주변인을 살피던 중 '뤼도'가 잠깐 언급한 사진작가 '알렉스'(프랑수아 시빌)의 계정에 들어간 '클레르'는, 사진들을 보다가 '좋아요'를 남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그리고 이 이야기 안에 포함된 몇 개의 이야기들은, 그렇게 시작된다. 단지 '뤼도'와 그 주변인을 염탐하기 위해 가공의 자아 '클라라'를 만들었던 '클레르'는, 우연한 페이스북 메시지로 시작된 '알렉스'와의 대화에서 점점 그에게 이끌린다. '알렉스' 역시 '클레르'가 만들어낸 '클라라'에게 이끌린다.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던 두 사람은 마침내 전화 통화를 하기 시작하고, 연인이나 다름없는 관계로 발전한다. 프랑스 영화인 <트루 시크릿>의 원제는 'Celle que vous croyez'인데, 대략 '당신이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지'(Who you think I am) 정도의 뜻이다. (실제로 영미권에서는 이 제목으로 개봉했다) 국내 개봉용 제목인 '트루 시크릿'과 원제를 모두 살핀다면 영화가 남기는 질문에 대해 답을 어렴풋이 찾아나갈 수 있겠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클레르'가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점. 이 영화는 소셜미디어라는 매체를 통해 맺는 인간관계의 허상을 들춰내기 위한 작품인가. 그렇다면 줄리엣 비노쉬의 출연작 중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논-픽션>(2018)이 크게는 종이책과 전자책을 소재로 현대인의 문화적 취향을 다룬 것처럼 <트루 시크릿> 역시 소셜미디어를 통한 겉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인간의 비밀스러운 혹은 본연의 특성에 대한 통찰을 담은 영화로도 볼 수 있다. <트루 시크릿>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앞서 소개한 '클레르'의 이야기는 '클레르'가 심리학 박사인 '캐서린'(니콜 가르시아)을 찾아가 들려주는 이야기기 때문이다. '클레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선 '클라라'와 '알렉스' 사이에 일어난 일에 관한 것이다. 여기엔 '클레르' 본인의 삶과 내면의 고백이 포함돼 있는 한편 '알렉스'와 '뤼도' 등 '클레르' 주변인의 이야기가 있다. 중간자의 입장에 있는 '캐서린'이 '클레르'가 들려주는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서도 살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이 이야기는 당연하게도, '클라라'와 '알렉스'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교류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래서 두 사람은 실제로 만나는가? 이 관계는 사랑으로 맺어지는가? 이런 건 빙산의 일각이다. 소셜미디어 밖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클레르'는, '클라라'와 '알렉스', 그리고 본인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소설 형태로 가공해 하나 더 만든다. <트루 시크릿>의 결말은 어쩌면 모호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클라라'와 '알렉스'가 주고받은 대화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되어버린다. '클레르'가 만들어낸 새 자아 '클라라'는 과연 '클레르'와 동일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클레르'가 '클라라'를 통해 '알렉스'에게 이끌리게 된 건 단지 내면의 욕망 때문이기만 할까.  모든 이야기를 들려준 '클레르'는 '캐서린' 박사와 헤어지기 전 이렇게 말한다. "다시 무엇이든 가능하게 되었다는 게 안심이 되네요. 결말이 하나가 아니라는 게." 이제 이야기가 어디로 향하게 될지는 관객 자신에게 달렸다. 이야기의 주체는 이제 당신이다. 10월 3일 국내 개봉, 102분, 청소년 관람불가. (★ 8/10점.)
인생이 이보다 더 기구할 순 없다는 배우
폼 클레멘티에프 1986년생 호랑이띠 프랑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한국계 배우 전 세계적으로 마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맨티스'로 유명 배우의 이름이 '폼'인 이유는 한국인인 그녀의 어머니가  86년 호랑이띠로 봄에 태어난 그녀에게  '봄'과 '범'을 모두 의미하는 뜻으로 지어준 이름이라고 어머니가 한국인인만큼 인터뷰 등에서 한국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드러내는 배우 중 한 명 그런데 이 배우의 삶의 굴곡이.................... - 5살 때 친아버지가 암 투병 중 사망 - 이후 어머니는 조현병 발현 - 오빠와 함께 친척집을 전전하며 성장 - 그 중에서 제2의 아버지로 여겼던 삼촌이 있는데, 폼이 18세 되던 생일날 사망 - 7년 뒤, 폼이 25살 되던 해 생일, 친오빠 '나무' 역시 자살로 사망 (가장 행복해야 할 생일때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는 아이러니..) - 이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연기에 관심을 가지고 단역부터 커리어를 쌓기 시작하다가 - 올드보이의 미국판 리메이크작에서 보디가드 역할을 따냈고, 캐릭터 배역을 한국어인 '행복'으로 스스로 작명 (행복하고 싶었다고...) - 이후 가오갤에 멘티스로 배역을 맡으며,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스타로 성장 출처ㅣ네이트판 부디 앞으로는 꽃길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T_T
[1인분 영화] ‘올드 가드’ – 죽지 않을 수 있는 삶 (하) (2020.07.27.)
(...) <올드 가드>의 맨 처음 장면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반부에 벌어지는 ‘함정’의 상황이 몽타주처럼 짧게 들어가 있는데, 여기에는 ‘앤디’의 내레이션이 추가되어 있죠. 누군가의 공격을 받고 쓰러진 상황. ‘이게 끝인가?’라며 수없이 반복해왔을 그 질문을 거듭 던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중얼거립니다. ‘그리고 매번 같은 답이다. 너무 지긋지긋해.’ 그러니까 <올드 가드>의 ‘올드’는 곧 ‘외로움’과 멀지 않은 말이겠고. 이 대목을 언급한 건 ‘앤디’가 ‘나일’의 존재를 안 순간 “왜 하필 지금…”이라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 ‘지금’이라는 건 수백 년을 은둔하고 감춰온 자신들의 불사의 능력이 누군가에게 발각되어 쫓기게 되는 시점을 말하며 이때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일’의 존재 역시 그 자체로 자신들은 물론 ‘나일’에게까지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올드 가드>의 매력이 이런 것들에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아주 외롭고 고독하고 ‘일’을 할 때를 제외하면 거의 혼자서만 은밀하게 지내는 ‘앤디’와 인물들이 사실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몇 안 되는 동료들의 안전과 안녕을 아주 염려하고 챙기고 있다는 점에서요. 결국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냉혹한 카리스마와 따뜻한 유대감을 동시에 지닌 이 매력적인 인물들의 이야기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있나요. (...) 이 '수 천 년의 고독'에는 당할 재간이 없었다. 존재만으로 서로의 좌우가 되는 이들의 지치고 확고한 얼굴에도 계속해서 이끌려야 했다. [1인분 영화] 7월호 열두 번째 글을 조금 전 구독자 이메일로 보냈다. 한 편의 영화에 대해 글을 세 번 나누어 쓰는 건 꽤 쉽지 않은 일이다. 세 글을 합치면 대략 7,500자 분량이 나오는데 일단 내 성격상 영화를 세 번 봐야 하고 그 분량에 맞는 주제를 생각해 상/중/하 내지는 서/본/결에 해당하는 호흡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그 영화가 내게 왜 인상적이었는지를 3일 동안 고백하는 내용일 수도, 이 영화 꼭 보라고 보채는 내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글은 길어질수록 구체적이게 된다고 생각하는 한에서 [1인분 영화]의 7월부터 시작한 이번 시도는 내게도 꽤 도움이 되었다. 읽는 이들은 어떻게 읽었을지 모르겠지만. 넷플릭스 영화를 다루는 7월호는 세 편의 글이 남았고, 8월호는 그레타 거윅의 출연/연출작을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