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덜렁대는 아들과 엄마
강인숙 전문강사
(부산지역사회교육협의회)
제 아들은 6살인데 덜렁대고 천방지축 이예요. 툭하면 넘어져 다치고 꿰매고 상처투성이예요. 온몸에 상처 없는 곳이 없을 정도예요. 저는 아이가 다칠 때 마다 화가 치밀어서 야단치고 때렸어요. 아프다고 우는 주원(가명)이에게 이렇게 윽박질렀어요.
“왜 덜렁 대냐? 덜렁대긴, 그러니까 자꾸 다치잖아! 이리와 약 발라 줄게.” 약 발라 줄 때 아프다고 떼를 쓰면 “왜 그래. 왜? 좀 참아 약 바르면 괜찮다니까. 엄살 떨지마! 뚝 그쳐, 뚝!” 어느 날 제가 넘어져서 눈물이 날 정도로 아팠어요. 아프다고 투덜대는데 아들이 달려와 말하더라고요.
“엄마 조심하지. 왜 덜렁댔어요? 이 정도는 괜찮아요. 나는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이 다친 적도 많았는데.”
전 어이가 없어 대답도 못 하고 아픔을 참느라고 얼굴을 찡그리고 가까스로 괴로움을 참는데 아들이 또 말하는 거예요.
“엄살떨지 말고 가만 계세요. 약 발라 줄게요. 좀 참으면 괜찮아요.”
전 아들의 말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소리를 질렀어요.
“야! 괜찮긴 뭐가 괜찮냐? 네가 늦어서 쫓아가다 그랬잖아.”
“엄마는 괜히 야단이야. 약 발라 준다는데.”
소리 지르고 나서 아차 했어요. 맞아, 아들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인 것을. 정신이 번쩍 들자 창피하고 미안해서 아들을 똑바로 쳐다 볼 수 없더라고요. 그런데 얼마 전에 아들이 또 넘어져서 다쳤어요. 전 공부한 대로 아파하는 아들의 마음을 읽어 주었어요.
“주원아. 많이 아프지. 우리 주원이가 아파서 어떡하나. 엄마가 약 발라 줄게. 아프지?”
다른 때 같으면 울음을 그치라고 아무리 달래도 악을 쓰며 울던 아이가 그 날은 울음을 참으면서 말했어요.
“괜찮아, 엄마. 약 바르면 나을 거야. 엄마, 다음부턴 조심할게요.”
“야아! 우리 주원이 아주 용감하고 멋지네. 그리고 앞으로 조심하겠다니까 엄마도 기분 좋은데…….”
주원이는 약간 어리둥절해 하다가 묻더라고요.
“그런데 엄마, 엄마가 왜 이렇게 착해졌어요?”
“으응, 엄마가 요즘 좋은 엄마가 되려고 공부하고 있거든.”
“아아. 그랬구나. 어쩐지…….”
아들은 계속 고개를 끄덕거리며 어쩐지라고 중얼거리더라고요. 전 어색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지만 기분은 괜찮더라고요. 그리고 참! 요즘 우리 주원이가 좀 덜 넘어지고 또 침착해진 것 같아요.
아마도 주원이는 앞으로 엄마가 넘어져 다치면
“엄마 조심하지. 왜 덜렁댔어요.” 대신에 ‘엄마, 많이 아프죠. 정말 많이 아프겠네. 엄마가 많이 아파서 어떡해. 제가 약 발라 드릴게요.’ 라고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주원이 엄마의 대답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괜찮아, 주원아, 참을 만해. 주원이가 정성껏 아프지 않게 약 발라줘서 금방 나을 거야.
이렇게 엄마를 걱정해 주는 아들이 있어서 엄만 정말 행복해.
이런 말을 듣는 주원이는 틀림없이 어머니를, 아니 모든 이웃을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