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terrible
6 years ago1,000+ Views
"이제 알았어요." 빠른 목소리로 나는 말했다 "이 병에서는 안이 곧 밖이고 밖이 곧 안입니다. 안팎이 없기 때문에 내부를 막았다고 할 수 없고, 여기서는 갇힌다는 게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벽만 따라가면 밖으로 나갈 수 있죠. 따라서 이 세계에서는 갇혔다는 그 자체가 착각예요." 과학자는 나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대로야" -------------------------------------------------------------------------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한 에피소드 "클라인 씨의 병"의 부분입니다. 첫 부분인 "뫼비우스의 띠"와 굉장히 많이 연계되는 내용이죠. 통상적으로 사악한 자본가와 불쌍한 노동자로 나뉘어 인식되는 한국 사회의 모습과 달리, 그 이면은 '뫼비우스의 띠'나 '클라인 씨의 병'처럼 결국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인식하는 것은, 단지 보고 느끼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 실체와 본질에 다가가는 것은 보다 더 많은 고찰과 상상력이 필요하겠죠-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그런 면에서 불멸의 역작입니다. 사회 현상을 고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의 본질속으로 파고들기 위해, '난쟁이'라는 캐릭터를 상상하였죠. 그 상상이 어떤 고찰로 이어졌는지에 관해 말하자면... 주로 '도덕'에 관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끊임없이 '도덕'에 관해 묻는 책입니다. 새로운 아파트를 짓기 위해 주민을 내쫓는 자본가의 도덕심과, 그에 저항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철거민의 도덕심에 끊임없이 질문을 합니다. 확장을 해야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으니 어쩔 수 없는 자본가와, 그나마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이니 어쩔 수 없는 철거민들의 상황을 끊임없이 보여줍니다. 답 없는 이 질문의 연속에서, 결론은 이런 거 아닐까 싶습니다. '악행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도덕을 지키지 못한다면, 결국 모두가 악행을 저지르고, 모두가 행복할 수 없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는 결론이 도출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따라서,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갈등이란, '자본가' 혹은 '노동자' 계층의 벽에 의해 나누어져 벌어지는 것이 아닌, 한국 사회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에 의해 벌어지는 것이라는 걸, 소설은 끊임없이 이야기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정된 한국사회를 위해 갈등과 착취를 벌였던 1970년대 사회상과, 그 이후에 남겨진 끝없는 갈등속에서, 우리는 오늘날까지도, '누구의 잘못인가?'하고 소리치지만, 사실 누구의 잘못은 아닌 겁니다. 뫼비우스의 띠, 그리고 클라인씨의 병과 같이 겉과 안이 모순된, 그 한국사회 자체의 문제입니다. '이 가난하고 처참한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남을 밟고 사회 상층부로 올라가야 하는 잘못을 저지를 수 밖에 없습니다. 돈이 많아진다 하더라도, 도덕적인 악순환에서 벗어난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그게 개인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버린 사회의 문제일까요? 전자냐, 후자냐, 100% 말할 수 없지만, 70% 이상은 후자쪽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제가 생각한 이 책의 주제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각자 다른 해석을 내놓는 작품이고, 심지어 국문학과 교수님들도 각기 다른 해석을 하는 작품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해석하셨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p.s. 오늘날 알바하면서 돈 제대로 못 받는 분의 경우를 본다면... 요즘 대학생도 결국 난쟁이같은 존재가 된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올라온 카드(http://www.vingle.net/posts/45231)를 보니 그렇게 생각이 드네요.
kidterri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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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terrible 음.. ㅎㅎ
@easthong 저는 그 모든 현상이 다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ㅎㅎ 그 현상이 인정되어지는 이 사회를 고발한 소설이, 이 책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안정된 한국사회를 위해서라고 갈등과 착취를 정당화할 수 있는건가? 어떻게 '안정'하기 위해 '착취'하지? 확장을 해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자본가적 생각아닌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최저임금도 주지 않고 사람을 굴려 근로자들을 착취하고 그것을 묵인한 정부는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받는다고? 우리는 다 같은 사람일터인데 어떻게 사자가 사슴을 잡아먹는 것이라는 약육강식으로 사회를 정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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