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jslee
4 years ago10,000+ Views
4일 월요일 아침 6시반. JR야마노테센 다카다노바바역은 출근길 직장인들로 혼잡하다. 홀로 묵직한 배낭을 메고 있는 머쓱함은 신주쿠역 중앙선 플랫폼에서 이르러서야 사라졌다. 배낭을 짊어지고 츄오혼센 다카오행 열차를 기다리는 동지들이 있었다. 신주쿠에서 다카오, 다카오에서 코부, 그리고 코부에서 마츠모토. 5시간이 지난 정오 무렵에야 경유지에 도착했다. 생각만큼 힘들진 않았다. 기차가 들어올 때 맞춰 잽싸게 들어가 구석자리를 차지했다. 목베게를 베고 꾸벅꾸벅 졸다가, 기차의 기적소리에 가끔씩 눈을 떴다. 창밖으로 보이는 녹음 가득한 경치는 완전히 도심을 벗어나 있었다. 기차는 때로는 철도원 하나 없는 무인역에 멈춰섰다. 정차시간이 있을 땐 플랫폼에 잠시 내려 흡연구역으로 뛰어갔다. 마츠모토역에 도착해 일본 국보인 마츠모토성으로 향했다. 마음이 급해 실수를 했다. 1년 만의 배낭여행에 코인락커의 존재를 잊었다. 배낭을 메고 천수각 꼭대기까지 오르는 데 숨이 차 올랐다. 이 성은 일본에서 몇 안 되는 원형 그대로의 성이다. 축성 시기는 1593년경. 전국시대 외곽 방어용으로 지어졌다. 천수각의 여신이 400여년 간 성이 소실되지 않도록 지켜주고 있다는 설명이 눈에 띄었다. 성 옆 시립박물관은 전쟁과 평화라는 테마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마츠모토는 '핵개발에 반대하는 평화도시'임을 강조하고 있다. 나가노는 신슈(信州)라고도 불린다. 일본 동서문화의 교류점으로 번영한 지역이다. 명물은 과일과 소바다. 물이 맑기로 유명한 곳이라 그렇다. 성 근처 소바집 야마토우에서 점심을 했다. 면이 거칠고 뚝뚝 끊어졌다. 메밀 순도가 높다는 뜻이다. 곱배기를 해치우고도 면을 찍어먹는 츠유에 소바유(면 삶은 물)를 부어 두 잔을 비웠다. 마츠모토성 후문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중요 문화재인 구 가이치 소학교가 있다. 유럽 건축양식의 영향을 받은 이 학교 건물은 1876년 완공됐다. 첫 수업은 1873년 시작해 1963년까지 90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천황제에 반발이 심했던 이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해 메이지 일왕도 이 학교를 찾았다. 학교 바로 옆에는 구 카톨릭 사제관이 있는데 입장이 무료다. 마츠모토는 아기자기한 도시다. 대부분의 주요 관광지를 걸어서 갈 수 있었다. 화려한 경치는 없지만 마음이 탁 놓인다. 목이 마르면 자판기를 찾지 않아도 된다. 거리 곳곳에 약수터가 있는데 효능도 맛도 모두 다르다. 메토바가와 강가를 따라 옛 정취가 남은 나카마치와 나와테 거리를 걸으면 얼추 시내관광은 마무리다. 마츠모토역으로 돌아와 역마다 비치된 기념스탬프를 찍은 뒤 다시 열차에 몸을 실었다. 오늘의 마지막 행선지인 시나노오오마치역까지 1시간. 차창 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북알프스산의 희끗한 능선만이 이어졌다. 욕탕이 딸린 료칸에 짐을 풀었다. 내일은 알펜루트를 횡단해 도야마현으로 향한다. 이날 하루 1만8천보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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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낭메고 떠나고픈 강충 느끼게 하는군요 멋지세요~!!
나가노 좋더라고요 +_+ 지브리스러운걸로는 센과 치히로의 모험 배경이 된 시코쿠의 도고온천에 가본 적이 있는데 여기도 추천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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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사람이 나가노에 신슈라는 동네가 있다더니, 나가노가 신슈였군요! 원령공주스럽다고 해서 언젠가 한번은 가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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