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thong
6 years ago100,000+ Views
세상 모든 것들에는 이야기가 있지. 사람에게도 이야기가 있고, 하물며 말 못하는 동물들도 다 나름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 동물농장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익살스러운 성우님들이 동물의 마음을 다 아는 듯 마냥 동물을 대변하여 말을 해 주고, 우리는 그걸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아주 재미있어! 그래서 동물농장이 11년 넘게 방영이 되는 거겠지. 동물은 아니더라도 전세계의 신기한 소식들이나 미스터리들을 소개해주는 서프라이즈도 10년 넘게 방송이 되고 말이야. 왜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를 재미있어할까? 두 가지의 가설이 있지.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세상은 나, 나 자신을 통해서 돌아간다는 것. 이것이 첫 번째 이유야. 이 세상에서의 기준은 나야. 내가 만물의 척도라구. 모든 것은 나의 관점으로 풀어갈 수밖에 없어.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도 결국은 나의 뇌에서 처리되잖아. 그래서 우리는 투사를 한다. 투사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서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 나를 집어넣는 거야. 혹시 더 알고 싶으면 내가 쓴 ‘호문쿨루스는 너다’를 꼭 읽어보도록 ㅎㅎ 예를 들어서, 금붕어를 보자. 어항 속에 금붕어는 가끔 서로 주둥이를 부딪치지. 이렇게 말하면 감이 잘 안 오는데 키스를 한다구. 그래서 우리는 키스를 하는 금붕어를 보면 서로가 서로를 무척 사랑하고 애정표현을 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사실 그 둘은 싸우고 있는 거야. 주둥이를 이용해서. 하지만 인간은 주둥이로 싸우지는 않잖아. (만약 그렇다면 난 여자랑만 싸워야겠당) 세상 모든 것을 나의 관점으로 이해함을 보여주는 사례지. 뭐 굳이 어려운 이야기 할 필요 없이 우린 감정이입을 해. 공감이라고도 하고. 내 눈 밖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나의 관점을 도입해서 해석해서, 마치 나에게 일어난 일처럼 느껴. 그래서 남자로서 같은 남자가 그곳에 강렬한 충격을 받는 걸 보면 얼굴이 찡그려지는 것이지. 과학에서는 인간에게 (그리고 그 밖에 많은 동물에게) 거울 뉴런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더군. 그래서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유 하나. 내가 원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여러 가지 감정이 있겠지만 가장 큰 두 가지는 사랑하는 것과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겠지. 이러한 감정이 우리에게 기쁨을 전달하니까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이기기 위해서 노력하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옷을 사고, 화장을 하고, 운동을 하잖아. 이기기 위해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전략을 짜고 훈련을 하지.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항상 느낄 수 없어. 결과에 다다르기 위해서 노력, 노력을 해야 하잖아. 애를 쓰고 힘을 들여야 한다고.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내는 충만감은 단 하루, 길어야 2일? 하지만 그를 위해서 노력해야하는 시간은 일년이야. 올림픽은 4년이고. 사랑도 마찬가지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시장에서 물건 사듯이 살 수 없잖아. 생물학적인 삶의 목적은 이론의 여지없이 좋은 유전자를 가진 배우자를 만나 훌륭한 2세를 낳고 잘 기르는 것인데, 연애라는 것은 인간이란 동물의 궁극적 목적을 이루는 수단인 만큼 어렵게 보면 수능이나 올림픽 금메달만큼이나, 아니 더 어려운 거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이야기는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당장 서점에 나가 연애소설을 읽어보면 내가 이상적으로 원하는 그 사람과 연애를 바로 시작할 수 있어. 무협 소설이나 각종 환타지 소설을 읽어보면 어쩌다 보니 졸라 짱 센 내공을 얻고 어쩌다 보니 이쁜 여자친구를 만나고 그렇게 흘러가다가 무림 맹주니 군단장이니 해서 탑의 위치에 올라가지.(연애+성공) 감정이입을 높이기 위해 주 고객층인 고등학생들이 차원의 문을 타고 무림이나 환타지 세상으로 날아가는 설정도 추가해서. 항상 뻔한 스토리임에도 끊임없이 소비되는 것은 이야기의 특성 때문이야. 어떻게 보면 나름의 자위행위랄까. 노력을 빼고 노력의 끝에 돌아오는 감정만 느끼기 위한 수단이지. 어떻게 보면 야동이랑 다를 게 없을지도 몰라. 스토리라는 것은.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 한 일본의 만화가가 딴지를 걸었어. 동경대학 이야기라는 만환데, 고등학생 주인공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예쁜 동급생과 사랑을 하면서 대학진학을 위해 노력한다는 스토리야. 근 10년을 연재해서 1500만부를 판 초 대박 만화.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고 행복하게 잘 살지. 뻔한 스토리인데 엄청난 인기를 끌었어. 왜냐하면 내용이 너무 야해서.. 전체 34권인데 5권 이후부터는 매일 그 짓이야. 근데 한국판에서는 다 짤려서 볼게 없드라.. 아.. 아무튼 이건 무난하게 잘 나가서 호평을 많이 받았는데 (+야한 것들) 결론이 정말 충격적이야. 아 쉬발 꿈. 사실은 주인공이 망상을 해 온거였지. 주인공이 그 동급생을 먼 발치에서 보자마자 시작한 망상이었던거야. (근데 그 망상을 10년동안 한거야..) 기나긴 망상을 끝마친 주인공은 동급생에게 다가가서 고백을 해. 그리고 둘은 사귀고 주인공은 자신이 망상한 내용을 이야기해. 그런데.. 이 또한 망상. 그 동급생 여자애가 생각한거야. 남자 주인공이 망상을 하고 그 망상을 자신에게 이야기한 것을 망상한거야. 더 충격은 이 동급생 여자애는 초등학교 4학년으로 고등학생 때의 자신과 그 상대를 망상한거야. 작가가 픽션의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여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은 공허한 환상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노리고 그린 만화래. 뭐 열심히 읽어오던 독자들에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을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만화가 팔리고 있다는 것은 이야기의 감정이입효과가 워낙 크다는 것이겠지. 이야기를 활용하고 싶다면 이 점을 이용해야 해. 이게 첫 번째.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유 두 번째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양한 상황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게 해주기 때문이야. 즉 이야기가 살아가는데 유리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진화해 왔다는 것. 그런데 진화론이라는 것이 많은 경우에 증거가 없이 끼워맞추는 경우가 많아서 일단 듣기에는 그럴듯 한데 근거는 없어. 나는 이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뭐 알아서 판단하시길. 삼국지 같은 경우가 예가 되려나? 주인공들이 다양한 고난을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이 즐거움을 주는 거지. 조조가 원소와 싸울 때 무척 불리했음에도 상대방의 군량고를 습격하여 역전한다든가, 제갈량이 오나라를 이용해서 형주지방을 차지하는 방법이라든가. 물론 여기에 더하여 첫 번째 이유인 승리감이란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도 삼국지가 재미있는 이유지. 대략 주인공으로 꼽는 사람이 유비, 조조인데 유비는 후반에 풀리고, 조조는 초반부터 풀리잖아. 유비 같은 경우는 능력이 없어서 젊은 시절에 기반도 없이 떠돌아 다니다가 인재들을 만나 꿈을 펼친다는 설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꿈을 줬지. 요즘 사회에서 어렵게 사는 젊은이들이 자신을 유비와 대치시키기 좋지. 젊을 때 고생하더라도 나이 먹어서 대업을 이루는 상상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니까. 사실 이야기나 스토리텔링, 플롯에 대해서 분석한 글들은 많고, 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결국 사랑, 그리고 승리 이 두 가지 감정을 강력하게 느끼게 하는 스토리가 매력적이고 빨려들게 해. 소설가로서의 스토리가 아니라 말하기에 있어서의 스토리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더 도움이 될 거야. 그럼 이 스토리들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east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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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이야기는 내가원하는감정을 느끼지못하고 감정이입이안되어서 이네요 상대방이 재미있어하도록 이야기하기위해서는 그들도공감할수있고 그들이원하는 감정을이끌어낼수있는 이야기가되어야한다는 깨달음 잘 얻고갑니다 좋은정보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 대상이 느끼는 것을 나의 관점으로 해석해서 그 대상이 그렇게 느낄 것이다라고 판단하고 그 느낌을 공감한다"가 맞습니다. 사람은 같은 사람이기에 나의 관점으로의 해석이 맞을 때도 있지만 틀릴 때도 있겠지요. 맞았을 때 진정한 공감이 일어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소중한 것을 잃은 슬픔을 이미 느껴보았다면 다른 사람이 같은 일을 당했을 때 상대방이 느낄 마음을 굉장히 유사하게 느낄 수 있고 그에 따라 진실한 반응이 나오겠지요. 공감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성별 차이, 가치관, 인생의 경험 등의 많은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개개인마다 공감 능력에 차이가 있는 것이지요. 결국 공감이라는 것도 말씀하신 대로 자기느낌입니다만 높은 확률로 다른 사람과 자기느낌을 공유하게 되어 공감이라 불립니다. 그러나 그렇게 못하는 사람은 공감하지 못하겠지요.
라포(2)올려주세뇨오
광고 관련 글로 읽어오다 쓰신 분의 글을 다 정독하기위해 들어왔네요. 정말 좋은 글입니다 ! 감사히 읽을게요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가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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