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thong
6 years ago100,000+ Views
재미있는 스토리가 상대방의 집중을 이끌어내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말하기, 즉 설득에 있어서는 단순한 재미 이상의 것이 필요해.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NLP적으로 생각한다면 상대방이 인식하지 못한 채로 나의 목표를 스토리라는 가면을 통해서 전달 하는거야. 이렇게 하면 훨씬 쉽게 상대방이 나에게 수긍하지. NLP 테크닉의 본질은 상대방이 상대방 스스로 판단을 내린 것처럼 인식시키는 거야. 지금까지 내 글을 꾸준히 읽어왔다면 알겠지만, 그런 사람이 없을 것 같으니 다시 설명할게 ㅠㅠ 공부를 정말 싫어하는 학생이 있다고 하자. 그 때 내가 선생님으로서 ‘야 너 공부해! 공부 안하면 주옥된다!’ 라고 말하면 그 학생은 공부하기 더 싫어질거야. 일단 공부하기 싫은데 타인이 나를 조작하려고 시도하니까 더욱 반발 하고 싶지. 현대 사회에서 (뭐 꼭 현대사회라고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겠지만) 건강한 자의식을 가진 사람은 많이 없어. 타인에 의해서 쉽게 휘둘리고 타인의 평가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아. 건강한 자의식이 있어서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의 길을 꿋꿋이 가는 사람들이 한국에는 많이 없단 말야. 약한 자의식을 가졌기 때문에 오히려 더 과시하려고 하지. 세상에 내가 얼마나 뚝심있고 자주적인지 보여주고 싶어한단 말이야. 겁에 질린 개가 짖는 것처럼.(진짜 상대방을 공격하려는 의도를 가진 개는 짖지 않는다. 자세를 낮추고 상대를 노려보면서 재빨리 뛰쳐나갈 타이밍을 재지.) 한국 사회에서 공부를 못한다는 것은 큰 죄이므로 주위에서 계속 부정적인 피드백만 받았을거야. 그러니 약한 자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겠지. 그런데 약하니까 오히려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고, 그래서 공부하라는 지시에 분노와 일탈로 보복해서 내가 얼마나 혼자서 잘 사는지 삐뚤어진 방법으로 보여줘.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거지. 여기서 스토리텔링을 통하여 무의식에 접근해, 공부하고싶게 만드는거야. 내가 설득당하는 것조차 못 느끼게 만드는거지. 예를 들어보자. NLP의 원조는 밀턴 에릭슨이라고 설명했지? 에릭슨이 어린 야뇨증 환자를 맡게 되었어. 에릭슨은 일단 그 환자와 이야기부터 시작했어. 라포를 쌓아야 하니까. 이야기 하는 도중에 그 환자가 야구를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걸 알고, 즉석에서 스토리를 짰지. “야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협동이야. 특히 너는 지금 1루수를 보고 있는데, 어느 포지션보다도 팀플레이, 즉 협동이 중요한 포지션이야. 1루수를 잘 하려면 전체적인 팀 플레이에 주목하고 그에 맞춰 따라야지, 혼자서 튀면 경기 자체를 망치게 되지. 나는 동네 야구에서 그런 경기를 많이 봤어. 네 동료중에도 그런 식으로 경기를 망친 경우가 있니? (환자가 끄덕끄덕한다.) 그래, 그런데 야구에서 팀플레이를 잘 하려면 근육의 팀플레이부터 이뤄져야지. 내 몸부터 하나로 협동해나가야 하는 거야. 공을 던진다면 몸 전체가 공을 던질 자세로 이동하여 공을 던지기 위해 최대한 협력해야해. 어느 한 근육이라도 지시를 벗어나면 안 돼. 벗어나고 있다면 벗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훈련을 해야하고. 내 의지대로 근육이 움직이지 않으면 야구는 너무 힘들어. 어떻게 하면 몸의 근육을 잘 움직일 수 있을까?(환자가 생각하는 방법을 듣는다..)” 야뇨증 환자는 이렇게 야구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돌아갔어. 야뇨증 이야기는 한마디도 안 하고. 그런데 신기한 것은, 야뇨증이 고쳐졌다는 거! 그것은 에릭슨이 야구 이야기를 통해서 ‘근육조절을 잘 하라!’ 라고 돌려서 명령했고, 그것을 야뇨증 환자가 무의식적으로 수긍했기 때문이야. 그런데 에릭슨이 환자에게 ‘야뇨증은 방광 근육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서 그런 거야. 좀 신경써서 근육 조절을 잘 해봐라’ 라고 했으면 고쳐졌을까? 절대 아닐걸. 환자가 가진 ‘야구를 잘 하고 싶은 욕망’을 잘 이용해서 치료한 케이스야. 예를 하나 더 들어볼까. 이번엔 에릭슨이 불임 문제가 있는 부부를 맡았어. 둘 다 건강하고, 지적으로 우수한 부부였대. 둘 다 교수였거든. 근데 아이를 갖고 싶은데 임신은 안 되고, 막상 병원에 가 보면 둘 다 정상으로 나왔대. 혹시 심리적인 요인이 아닐까 해서 에릭슨을 찾아 온거야. 에릭슨은 두 부부와 이야기를 나눴지. 라포를 쌓을려구. 이야기하다 보니까 이 부부가 많이 공부하고 사회적 지위도 높은 만큼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란 걸 알았어. 그래서 성생활에 대해서 부끄럽게 생각했고, 그게 심리적 원인이 되어 불임이 된다고 에릭슨은 진단한거야. 그래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시작했어. “제 생각에는 이 문제가 하루 만에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러니 오늘은 그냥 두 분과 친해지는 시간을 갖도록 하죠. 성이라.. 이게 문화마다 다 다른 것 같아요. 두 분을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니까 여행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프리카로 갔는데, 거기서 어떤 부족을 만났습니다. 아주 친절한 부족이었기에 금방 친해졌죠. 거기 추장은 무척 키도 크고 잘생기고, 말도 남들보다 잘 하는 것 같았어요. 제가 방문하니 저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더군요. 지적 호기심이 큰 사람인 것 같았어요. 그 추장은 아이가 무척 많았어요. 낮에는 열심히 사냥을 하고, 밤에는 열심히 밤일을 한 대요. 부족원이 넌지시 말하길, 밤에 촌장집이 제일 시끄럽다나요? 밤이 됐는데, 아니나다를까 정말 시끄럽더군요! 제가 교수지만 체면불구하고 한번 그 집에 몰래 다가가서 슬쩍 봤습니다. 야.. 정말 신나게 떡을 치던데요. (원문은 fuck for fun 이었음 아무튼 상스러운 표현을 써서 부부가 이 대목에서 깜짝 놀랐다.) 저렇게 신나게 하니까 애도 많은건가.. 하하하” 교수 부부는 무척 불쾌해하며 자리를 피했대. 사람을 잘못 봤다고 하면서. 차를 타고 돌아가면서 에릭슨 교수 욕을 하는데, 뭔가 갑자기 삘을 받아서 차를 세웠대. 왜 그런진 모르겠는데.. 뭐 갑자기 할 생각이 났나보지. 그리고 얼마 안가서 임신을 했다고 하는구만. 하버드 의대를 나온 에릭슨이 떡을 친다는 상스러운 표현을 한 것이 교수 부부에게 충격을 주었지만 명성이 높은 에릭슨이 그런 말을 했으니 우리도 성에 대해서 개방적으로 생각하고, 또 즐기는 게 나쁘지 않다고 자연스럽게 설득당한거야. 이렇게 스토리텔링으로 말을 한다는 것은 (그리고 그를 통해 상대를 설득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야. 나의 목적과 상대방의 상황을 조합해서 그에 적합한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이지. 가능하다면 매력적인 스토리의 요소를 포함하면 좋고. 하지만 이야기의 상황적합성이 훨씬 더 중요해. 좋은 이야기를 암기하고 이야기해주는 것은 쉬운 일이야. 이걸 패턴, 루틴이라고 부르는데 이걸 많이 아는 것이 나쁘지는 않지. 하지만 암기된 이야기를 어떻게든 써 보려고 어거지로 상황에 맞지 않게 말을 하면 상대방은 서로 말이 안 통한다고 느낄 거야. 하지만 잘만 써지면 아주 위력적이지. 스토리텔링은 상대방의 저항을 회피하는 수단이면서도 특정 감정을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어.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이입한다고 전에 말했지.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일반적으로 등장인물이 있잖아? 사람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게 감정이입해. 이야기가 흥미로울수록 빨리, 강하게 감정이입하겠지.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행동을 따라하게 되어 있어. A라는 사람이 경제 대공황을 맞아 어쩔 줄을 모르는데 과감히 주식을 더 사는 결단을 내려서 크게 돈을 번 이야기를 B에게 들려줬다고 해 보자. B가 A에게 감정이입이 강하게 되었다면 (유사한 점이 많다거나 화자가 이야기를 재밌게 했다거나 B와 가까운 사람이었거나 등등..) B는 이야기를 듣자 마자 과감한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지. 만약에 자동차 판매원이 A이야기를 B에게 했다면 차를 팔기 훨씬 쉽게 될거야.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느냐에서 시작하는 거야. 스토리텔링은 정보를 통해서 상대방이 의식하지 못한 상태로 명령을 하는 수단이구. 잘 사용해서 부디 원하는 바 얻을 수 있길 바래! ^^
east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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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정리가 쏙쏙 되네요 !! 감사합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님 대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관련 내용들 약간이나마 담고 있는 책이나 텍스트 어디서 참고할 수 있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진짜 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숨겨진 진리를 구체화시켜서 보여주시다니 ㅠ.ㅠ
이런 재밌고 유익한 글을 보게되다니!! 전 정말 운이좋네요!!
와 짱이에요 넘 잘봤어요ㅠㅠ
빙글에 글쓰시는게 다인가요 ㅋㅋㅋ 더보고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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