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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구온난화…토종에 독이 되나?

작은 어류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수중 생태계의 무법자라 불리는 ‘큰입배스’,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단풍잎돼지풀’, 도심 주택까지 습격하는 ‘등검은말벌’,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라는 별명을 얻은 ‘가시박’, ,... 이들의 공통점은 토종이 아니라 외부에서 유입된 이른바 외래 침입종(invasive species)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국내에는 600여 종의 외래동물과 300여종의 외래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생태학자들은 21세기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두 가지 요소로 기후변화와 외래 침입종을 꼽는다. 특히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인간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범위가 넓어질수록 외래 침입종은 전 세계 각지로 급속하게 퍼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외래 침입종의 세계화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점점 올라갈 경우 경쟁에서 토종 생물이 유리할까? 아니면 외래 침입종이 유리할까? 일반적으로 기온이 올라갈수록 생물들이 현재의 서식지보다 좀 더 북쪽까지 올라가 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서식지를 옮겨온 생물들은 당초 그들이 살던 곳에서 늘 맞닥뜨렸던 병원균이나 기생충 그리고 천적의 위험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생존에 좀 더 유리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외래 침입종이든 토종이든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토종과 외래 침입종의 경쟁에 지구온난화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의 다트머스대와 위스콘신대 공동 연구팀이 어린 물고기(pumpkinseed fish)가 들어 있는 어항에 물고기의 먹이인 토종 동물성 플랑크톤과 외래 침입종 동물성 플랑크톤을 넣고 물의 온도를 서서히 높이면서 실험을 했다(Fey and Herren, 2014). 물 온도가 높아지자 따뜻한 곳에서 살다 옮겨온 외래 침입종 플랑크톤이 토종 플랑크톤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뜻하지 않은 일도 생겼다. 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포식자인 물고기의 식성이 크게 좋아진 것이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성장이 빨랐던 외래 침입종 플랑크톤은 포식자의 공격을 피해 도망가거나 잘 방어해서 살아남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성장 속도가 느렸던 토종 플랑크톤은 도망가거나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고 그대로 잡아먹히고 말았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지 않았다면 즉, 물의 온도가 높아지지 않았을 때는 토종과 외래 침입종의 생존능력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급속하게 진행되는 지구온난화가 두 종의 생사를 완전히 갈라놓은 것이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는 빠르게 성장한 외래 침입종을 노리는 또 다른 포식자나 경쟁자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고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어느 정도 상승하느냐에 따라 외래 침입종의 성장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지구온난화가 토종보다 외래 침입종의 생존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이 연구 결과는 보여준다. 식물의 경우도 지구온난화가 외래 침입종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독일과 미국, 호주 공동연구팀이 최근 토양 생태학 저널(Journal of Soil Ecology)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온대와 아한대 이행지역(ecotone, 두 생물군이 접하는 지역)에 뿌리내린 외래 침입종의 경우 토종보다 지구온난화로 토양이 따듯해질수록 성장을 더 빨리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Thakur et al, 2014). 토양이 따듯해지면 토양속의 미생물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식물이 흡수해 활용할 수 있는 영양분이 늘어나는데 외래 침입종은 토종보다 영양분을 더 많이 흡수하기 때문이다. 토종보다 외래 침입종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환경을 만나면 급격하게 성장하거나 번식력이 강해지는 이른 바 ‘기회종(opportunistic species)’이 되는 것이다. 밭에서 잡초가 작물보다 영양분을 더 많이 빨아먹고 더 무성하게 자라는 것과 같은 원리다(Suding et al, 2004).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한반도에 들어오는 외래 침입종은 만주나 시베리아에 살던 생물이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주로 아열대나 열대 지역에서 살던 생물들이 한반도 지역으로 올라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한반도에 들어온 외래 침입종에게 뜻하지 않은 행운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있다. 지금보다 외래 침입종이 생존하기에 더 좋은 환경이 만들어 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토종을 지구온난화에 적응시키고 개량하는 노력과 함께 좋은 외래 침입종은 토종 생태계를 교란시키거나 파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구온난화가 토종 생물에 독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참고문헌> * Fey, S.-B. and C._M. Herren, 2014 : Temperature-mediated biotic interaction influence enemy release of nonnative species in warming environment, Ecology 95(8), 2246-2256.* EurekAiert, 2014 : Climate warming may have unexpected impact on invasive species, Dartmouth study finds. 7 Aug. 2014* Suding, K.-N., K.-D. LeJeune and T.-R. Seastedt, 2004 : Competitive impacts and responses of an invasive weed: Dependencies on nitrogen and phosphorusavailability, Oecologia 141, 526-535.* Thakur, M.-P, P.-B. Reich, W._C. Eddy, A. Stefansky, R. Rich, S. Hohhie and N. Eisenhauer, 2014 : Some Plants like it warmer : Increased growth of three selected invasive plant species in soil with a history of experimental warming, J. Soil Ecology 57, 57-60. SBS&SBS콘텐츠허브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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