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몰랐던 뉴욕 5 - 라과디아 공항
인천국제공항이 뉴욕에 있는 존 F. 케네디 국제공항과 비슷하다면 우리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역시 뉴욕에 위치한 라과디아 공항은 김포공항과 유사한 국내선 전용 공항이다. 김포공항 이전 이슈도 있었던 요즘 <김재열의 서방견문록> -뉴욕 편-에 수록된 라과디아 공항의 흥미로운 유래에 대해서 한 번 살펴보자. ---------------------------------------------------- 라과디아는, 뉴욕 맨해튼 태생이지만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후손으로서 이탈리아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뉴욕시의 공명정대한 판사로 명성을 떨치던 라과디아는 1933년에 뉴욕시장에 당선되자마자 대대적인 마피아 소탕 작전을 벌인다. 미국 마피아 사상 최대의 거물로 불렸던 시칠리아 출신 마피아 두목 럭키 루치아노는 자신이 라과디아와 같은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라는 이유를 들어 추악한 뇌물 공여를 시도했다. 언터처블 라과디아는 단호히 거절했다. 면죄부를 획책하기 위하여 동원된 지연, 아니 국연이라는 알량한 유대는 라과디아를 연루시킬 매수라는 낯익은 악의 고리를 형성하지 못했다. 동시대를 배경으로 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느와르 영화제목 ‘언터처블 ’은, 미국 경찰이 마피아를 소탕하기 위하여 결성한 특수조직의 이름으로 ‘돈으로도 매수할 수 없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불의의 크로스카운터를 얻어맞은 럭키 루치아노는 심지 깊은 시장에게 치졸하고 야비한 협박으로 공작을 전환한다. 당시에 마피아의 협박은 악마적 기습테러를 통한 끔찍한 피살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1890년에 이미 마피아는 뉴올리언스의 경찰국장을 살해할 정도로 대담하고 노골적인 범죄행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작은 거인 라과디아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채 앞뒤 사정 가리지 않고 루치아노와 그 일당들을 일망타진 검거하는 통쾌한 개가를 올리며 미국 마피아의 약진에 쐐기를 박았고, 이후 범죄집단 마피아의 전성시대는 급격히 하향곡선을 그리며 바야흐로 쇠퇴기를 맞게 된다. 이 걸출한 정치가의 별명은 ‘작은 꽃 ’이었다. 작다는 것은 라과디아의 단신에 붙인 애칭이고, 꽃은 아름다운 성정에 보낸 오마주이다. 판사 시절 라과디아가 내린 명 판결은 아름다운 한편의 동화처럼 전승된다. 상점에서 빵 한 덩어리를 훔친 죄목으로 한 노인이 라과디아의 법정에 선다. 허기를 이기지 못한 생계형 범죄인데다 초범이었던 노인은 1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반전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 노인이 굶주림에 빵 한 덩어리를 훔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저를 포함하여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판사인 나에게도 1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하며, 이 재판을 참관하는 여러분에게도 각각 50센트의 벌금형을 선고합니다.” 그렇게 해서 거두어진 돈은 모두 57달러 50센트였고, 법정에서 노인에게 전달되었다. 피고가 10달러의 벌금을 내고도 남을 충분한 모금이었다. 이 대목에서 놓쳐서는 안 될 또 다른 반전의 주인공은, 이 이례적 판결을 기꺼이 수긍하고 자신들에게 부과된 벌금을 흔쾌히 수용한, 바로 당시 재판을 참관한 훈훈한 방청객들이다. 재판정에서 펼쳐진 소설 같은 감동적 판결은 따뜻한 정의를 실현한 판사와 다정한 방청객의 아름다운 합작으로 완성되어 뉴욕시의 사회적 연대책임 정신을 기리는 전설적 미담으로 전해 내려온다. 1941년까지 뉴욕시장 3선을 이어 간 라과디아는 뉴욕 역사상 가장 사랑받은 정치인으로 기억되며 전설적 테너 카루소 이후, 가장 감동적으로 뉴욕을 강타한 이탈리아발 충격의 주인공이 되었다. 뉴욕시 퀸즈구에 있는 라과디아 공항은 악인에게는 추상같이 엄격했지만 소외된 시민에게는 너무도 따뜻했던 이 의로운 정치인의 이름을 기리는 공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