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eeckim
6 years ago1,000+ Views
저는 고민 많은 대학생입니다. 불확실한 진로와 미래, 어긋나기만 하는 관계들에 힘들어하는 서투른 청춘입니다. 살과 살을 부대끼고 눈과 눈을 맞추며 소통하기 보다는 모니터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며 소통을 하는 데 더 익숙해져 있는 피곤한 현대 사회를 살면서, 가끔씩 누군가의 진심 어린 충고가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지난 달 30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혜민스님 특강을 다녀왔습니다. 혜민 스님의 첫 인상은 “맑음”이었습니다. 본인께서 쓰신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인용구를 담담하게 읽어내려가시면서, 시종일관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시는 모습이 어찌 그리도 맑으시던지요. 10대서부터 50대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청중들을 직접 대면하시면서 혹은 이메일들을 통해서 받으시는 질문들 중 가장 자주 받는 것들을 중심으로 스님께서 생각하시는 삶에 대한 해답들을 풀어놔 주셨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 공감이 갔던건, (아무래도 제 나이가 나이이다보니) 20대가 가장 자주 묻는 질문들이었습니다. 20대의 고민의 대다수가 연애 관련된 질문이라시며, “왜 스님인 저한테 이런 질문을 하시는 지 모르겠어요”하고 머리를 긁적이시는 모습에 저를 비롯한 청중은 실소를 금치 못했어요. (스님께서 이렇게 귀여우셔도 되는 겁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만큼 나를 사랑해주지 않아요.” 어떤 사람이 나를 사랑하고,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굳이 확률로 계산하지 않더라도 기적같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기적이 일어나는 와중에도, 한 사람의 마음과 다른 사람의 마음이 직접 맞닿아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의도치 않게 생채기를 내는 경우가 있죠. “연애는 뭐다?”라는 질문에 단박에 “밀당이다”라는 다분히 이론적이면서도 세속적(?) 대답을 스님 특유의 맑음과 논리에 근거하여 조리있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처음 연애의 감정을 틔워나가는 과정은 서로의 감정의 수위를 조절하는 과정이고, 사랑은 단순히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넘어선 배려가 함께 해야한다. 내가 15만큼의 사랑을 가지고 있지만 상대방이 6이라면, 15를 다 줘버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부담스럽지 않게 7만큼의 사랑만 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배려하는 사랑이 아닐까? 퍼뜩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사칙연산처럼 제 마음도 딱딱 풀어나갈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ㅜ 그런데 그게 안되요ㅜㅠ” 이런 제 마음을 읽으셨는지 스님께서 기상천외한 답변을 내놓으셨습니다. “두 명을 동시에 사랑하세요.” (세상에, 스님!) 장내가 술렁이자 스님께선 특유의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시면서 얼른 덧붙이십니다. “물론! 관계가 깊어지지 않았을 때만! 깊어지면 꼭 한 사람만 사랑하시구요.” 강의도 참 좋았지만, 제일 좋았던 건 강의 끝에 15분동안 눈을 감고 명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내 바로 양 옆에 앉은 사람들의 손을 잡고 그동안 너무도 고생해준 내 몸과 마음에게 고맙다, 미안하다라고 진심을 담아 나지막히 속삭여주고 나서, 짧았던 2시간 반동안의 혜민 스님과의 만남이 모두 끝났습니다. 강연회를 나서는데 생전 법정스님께서 모든 사람에게서 향기가 난다고 하신 말이 떠올랐습니다. 일상에 지치고 관계에 치이는 형대인들에게 혜민스님의 “맑음”은 싱그러운 초봄의 물향기처럼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을 제공해주기보다는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강연회였던 것 같습니다.
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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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새로운 것을 느끼게 해주는 분인 것 같아 새롭고 신기합니다.
페이스북 스타 혜민스님이시네요
아 그런건가요? 전 재학생은 아닌데 친구 따라갔어요ㅋㅋㅋ
헐 이거 재학생만 갈 수 있는 걸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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