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terri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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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은 남자가 있었다. 어디에서 왔는지,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눈 앞에는 한 할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남자는 머리를 흔들면서 그 할아버지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할아버지는 덧니를 들어내며 말했다. "나는 소원을 들어주는 사람이요. 어떤 사람이든, 세 가지 소원만 들어주고, 자네가 나를 찾아왔었네."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가 무척이나 웃겼지만, 기억이 없는 그로서는 왜 웃긴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던 그는, 하소연이나 하자는 마음으로, 남자는 입을 열었다. "저에게는 기억이 없습니다. 기억을 되찾아 주세요." "알았네. 잠시만 눈을 감게." 할아버지는 남자의 이마를 어루만졌다. 눈을 감은 남자의 손에 힘이 주어졌다. 힘이 들어간 손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쥐어짰다. 그의 머릿속에 온갖 추악한 기억들이 찾아왔다. 그 기억 속에는, 온갖 폭력과 상실로 가득했다. 고통을 간신히 견뎌내며, 시간을 기다리던 그에게, 할아버지는 작게 말했다. "끝났소." 남자는 다시 눈을 떴다. 거친 숨을 내쉬며, 그는 다시 말했다. "제 기억을 지워줄 수 있겠습니까?" 할아버지는 웃으면서 말했다. "재미있구먼." "뭐가 재밌어요? 내가 어떤 일을 거쳤는지 알기나 해요? 그런 일 기억하고 살면 내가 더 못살 거같아요. 지금이라도 죽고 싶어요. 그러니까 빨리 지워줘요." 할아버지는 비웃으며 말했다. "자네의 이번 소원이 세번째야. 방금, 기억을 되찾아 달라는 소원이 두번째이고. 첫번째 소원이 무엇이었는지 기억 안나나? 모든 기억을 지워달라는 소원이었네."
kidterri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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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단편만화로 나와도 재밌을 것 같은 이야기네요
@paradis <플레인 스케이프 : 토멘트> 라는... 아주 오래된 RPG 컴터 게임이 있었어요 ㅠ 대사량만 몇 천 페이지되어서... 2010년인가 2011년인가 되어서야 번역이 되었다고 해서 해보는데... 이 이야기가 있어서 멘붕...ㅠㅠㅠㅠㅠㅠ
우와! 전 이렇게 끝나는게 더 좋은 거 같아요 유사한 내용의 게임은 뭔가요?
@lunaflair 뒷 이야기는 없는 걸로 했어요 ㅋ 단편영화로 생각하고 쓴 이야기라... 사람은, 고통스러운 기억도 어쩔 수 없이 끌고 가야만 한다는 메세지만 남기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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