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여름이었습니다.
저는 어느 한 인디밴드의 뮤직 비디오를 편집하게 되었습니다.
아는 누님이 저에게 소개를 해준 알바였는데 -
'너 영화감독 하고 싶다 그랬지? 너 이런 경험도 필요한거야.' 하고
일을 부탁했습니다.
저는, '네! 대개 보니까 30만원 정도 받고 이 일 하더라고요!' 라고 말하자,
'알았어! 걱정하지 말고 일해!' 하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작업조건은 굉장히 열악했습니다.
기존의 공연영상 3개를 가지고, 완전히 다른 신곡 하나의 뮤직비디오를 만들라고 하더군요.
입모양, 손 동작 하나하나 간신히 찾아내서, 거의 억지로 만들었습니다.
그 밴드의 기획사 대표가 굉장히 좋아하더군요.
'제 페이는 어떻게 될까요?' '응! 1주일 내로 줄게' 했습니다.
하지만 1주일이 지나도 변한 건 돈은 안 들어왔습니다.
친구들은 저에게 그랬습니다. '제일 조심해야 하는 사람이 친한 누나인데, 네가 그걸 하지 않았다. 계약서를 먼저 쓰고 일을 했어야지!' 하고.
그 즈음, 그 누나에게 전화와 간신히 연락을 했는데,
저에게 되려 그러더군요.
'좋은 경험했는데, 꼭 돈이 필요하니?' 하고.
'너 영화감독 한다매? 그런 경험도 필요한거야. 돈 보고 사는 거 아니잖아.' 하고.
제가 떼쓰고 떼써서 결국 10만원만 받았지만, 그 누나랑은 더 연락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꿈이 있으면, 을의 역할도 당연히 해야 한다 -
꿈이 있으면, 돈 없어도 된다 - 이런 사회적인 통념을 거래의 한 조건으로 달다니...
저로서는 충격이었습니다.
저같은 일 당한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니더군요.
특히, 영화 만드는 사람들은 돈 못받는 경우가 한 둘이 아닙니다.
영화로 돈 벌려고 하면 '상업성에 물든 놈'이란 눈치를 주면서,
어떻게 한국에 좋은 영화가 나오기를 바라는지요.
일단 제대로 먹고 살아야 창조력이 발동되는 것인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