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opppy
6 years ago1,000+ Views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본 이래 너무나도 존경하는 김기덕감독님의 영화입니다. 부산 국제 영화제의 허문영님의 말을 빌리자면 활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 후로 가장 추상적인 영화에 꼽힌다고 하는데, 맞는 말씀인 듯 합니다. 김기덕 감독님의 <활> 이라는 영화는 '스토리' 위주로 바라보는 영화가 아닌 영화 속의 상징을 찾아 의미를 파악해내는 그야말로 저에게는 '신나는' 영화입니다. 영화와 관련 없는 여담을 하나 꺼내봅니다. <야생동물 보호구역> 때 각 일간지와 문화지에 팩스 및 편지를 부치셨던 내용입니다. “스스로 수준을 낮춘 관객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싶어 감독이 되었고, 이미지 영화, 새로운 미장센, 풍부한 시퀀스로 박진감 넘치는 장면 변화, 자칫 어설퍼 보일지도 모르는 생략과 강조, 새로운 소재와 장르 개척 등, 새로운 영화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중략) 저는 약속합니다. <야생동물 보호구역>의 관객이 10만 명을 넘지 않으면, 어쩌면 저는 더 이상 영화감독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첫 번째는 관객이 없는 영화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제작자에게 제작비 회수를 책임지지 못하기 때문이며, 세 번째는 이런 영화들을 무시하고 유명 배우가 나오는 코미디나 멜로에 박수를 치는 관객들을 위해 제가 계속 창작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의 영화는 진정 멍청한 관객을 똑똑하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선생님'과 같은 느낌입니다. 눈이 즐거운 영화이기 보다는 마음과 머리 속이 따뜻해지고 열이 오르는 영화 입니다. 이 포스팅을 보시는 모든 분들이 제가 불교에 관련한 지식이 대한민국 의무 교육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감안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배우는 데에만 열중하는 그야말로 아직은 덜 배운 여대생임을 참고해주시고 읽어주셨으면 참 좋겠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와 비슷한 느낌의 오프닝씬 입니다. 쿠엔틴타란티노 감독은 이런 말을 했었지요. '오프닝씬은 아무것도 모르는 관객에게 보내는 백지의 초대장'. 쿠엔틴 타란티노의 말마따나 <활>의 오프닝씬 또한 백지의 초대장과 같은 느낌입니다. 우선 이번 영화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못지 않게 불교영화 임을 알려주는 부분이지요. 또한, 김기덕 감독님이 영화 전선에 뛰어들기 이 전 그림쟁이였음도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임을 알려줍니다. 3년의 파리 생활에서 많은 사색을 즐긴 그에게는 미술에 대한 멋드러진 재능 또한 있음을 상기하게 됩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스토리와 억지스러운 인과관계 등이 난무하는데도 불구하고, 김기덕 감독님의 영화는 그저 자연스럽고 눈에 쏙쏙 들어옵니다. <활>이 추상적인 이유도 앞서 말씀드렸듯이 스토리 위주가 아닌 상징 덩어리들의 융합체이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요? 보이는 대로 진행되는 것이 아닙니다. 보이고 느끼는 대로 진행되는 영화 입니다. 오프닝 장면 중 영화 속 소녀에게 점을 찍어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무슨 의미일까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결국, 저는 이 영화를 두 번이나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이 색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없었던지라 불교에 관해서 공부하다보니, 색 마다 의미가 따로따로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불교에서의 색의 의미 중 위의 색인 노랑, 빨강, 녹색의 각각의 의미를 설명해보면, 첫째로 노랑은 부처님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얼굴이 노랗다하여 선종에서는 황면노자, 황면구담이라고 부르기도하고, 부처님의 유골을 금골이라고 부른다고합니다. 빨강색은 벽사, 불성, 사자상승(스승에게서 제자(弟子)에게로 법이 이어져 전해 가는 것) 등을 의미합니다. 녹색은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영화 내내 소녀의 눈 주위에 있는 이 색깔들이 번지지 않다가(그렇기 때문에 분명 의미가 있으리라 봅니다) 영화의 후반부 즈음에 노인의 입으로 닦임을 받은 것을 보면, 얼추 뜻이 맞아 떨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노인을 떠나보내고, 세속으로 향하는 소녀에게 있어 이 세가지는 이제 제 기능을 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귀신을 쫓듯이 세상의 사람들을 쫓고, 부처님의 염화미소 같은 미소를 소유한 소녀. 그리고 생명력 가득한 그의 언행 하나하나. 모두 이 색깔들과 매치되는 부분들 아닐까 싶습니다. 보통 영화 감상평들을 보면 영화 속의 활을 두 가지로 분류합니다. 무기 역할의 활, 악기 역할의 활. 활점에서 쓰이는 활의 역할은 왜 깊이있게 언급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영화 속에서의 활점은 무섭게도 묘사됩니다. 소녀가 미소를 지으며 그네를 타고 있으면 노인은 사이사이로 화살을 보내 보살이 그려진 배의 벽면에 맞춥니다. 때때로 활은 눈 밑에 맞춰지기도 하고, 호랑이를 맞출 때도, 보살의 목을 맞출 때도 있습니다. 때 마다 소녀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네를 탑니다. (하지만 화살의 위치에 따른 해석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활점의 결과도 저는 제대로 유추해내기 어렵더군요.. 하지만 나무 보다는 숲을 봐야하기에 과감하게 머리 속으로 SKIP!) 과연 무슨 의미일까요? 저는 단순한 영상미를 위해 감독이 그네와 보살을 설치하며 활점을 표현했으리라 생각치는 않습니다. 노인은 영화 속에서 활점을 세 번 봅니다. 첫번째는 양아치같은 낚시꾼에게 한 번, 두번째로는 대학생의 아버지의 부탁으로 한 번, 마지막으로 대학생에게 받은 활점 부탁으로 점을 칩니다. 앞서 말씀드린 두 번의 활점에서는 노인에게 어려움이 없습니다. 표정도 강인하게 느껴지며, 활점을 치는 순간순간이 매섭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지막 활점입니다. 소녀를 육지로 보냄에 대한 여부를 지음으로서 활점을 치는 노인의 표정과 손떨림에서는 그 강인함을 찾을 수 없습니다. 소녀가 있는듯 없는듯 느끼며 활점을 치던 노인의 처음 두 번 모습을 세번째 활점에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소녀에 대한 욕망을 사리고 보살과 활에 대한 믿음이 무너짐으로 활점을 가능케 하지 못한 것 이지요. 마지막 실수로 소녀는 죽을 뻔 합니다. 물에 빠져서 죽을 뻔 합니다. 저에게는 노인의 나중 복선으로 보였는데, 영화를 보신 다른 분들은 어떠셨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5월 12일에 대한 의견은 굉장히 분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화 개봉일 5월 12일을 노렸다는 이야기도 있다는데, 이에 대해서는 정확히 아는 바가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5월 12일 하면 god 김태우가 태어난 날이라는 것 밖에는..ㅋㅋ 아... <활>에서 소녀역할을 맡은 한여름양의 매력이 대단합니다! 대사가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표정과 손짓 하나하나로 관객을 감동케하는 그런 매력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내내 아이유와 소녀시대의 수영을 닮았다 라는 생각도 참 많이 했는데, 검색해보니 저랑 비슷하게 느끼신 분들도 많더군요. 어쨌든 영화 내에서 소녀역할을 맡은 한여름양은 매서운 추위에도 얇은 옷차림으로 멋진 연기를 해냈다는 것이 참 대단합니다. 소녀와 노인이라는 구성 덕분에 초반에 저는 소설 <롤리타>와 같은 착각에 빠질 뻔 했습니다. 그래서 활을 남자의 성기로 생각해 때론 남성의 무기로, 연주할 때 에는 일종의 자위행위로 연상을 할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님의 영화 속의 활이 남자의 성기로 치환되어 이렇게나 단순한 이야기로 풀어짐은 제작진의 노고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팽팽함에는 강인함과 아름다운 소리가 있다. 죽을 때 까지 활 처럼 살고 싶다." 영화 속의 활을 저는 김기덕 감독의 소망으로만 생각하고 싶고, 그에 그치고 싶습니다. '활'의 의미에 대해 해석하려고 하면 할수록 자꾸만 마지막 감독의 말 한 마디가 잊혀지질 않습니다. 때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세속의 사람들에 대한 강인한 마음, 때로는 자기 스스로를 위로하는 아름다운 음율. 그에 대한 이미지가 바로 '활'이며 이는 마지막 감독의 두 마디로 깨끗하게 정의 됩니다. 확실한 것은 남성의 성기로서 활을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 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처녀혈을 터뜨리는 화살의 모습이 나타내는 씬 하나로 남성의 성기를 묘사하시는 분들도 있으십니다. 확실히 소녀는 관계를 맺었으며, 영화에서는 확실하게 이를 묘사합니다. 하지만 이는 노인과 소녀의 첫날밤, 즉 결혼을 확실히 묘사해주는 부분일 뿐 '활은 곧 남성의 성기이다'라고 단언할 만한 대목은 아닌 듯 합니다. 만약 그렇게 묘사된다면 마지막 감독의 한 마디가 어색하게 느껴지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는 참으로도 영상미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이 나옵니다. 색감적인 부분에서도 그러하고, 구도의 부분에서도 그러합니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의 영화 대부분은 짧은 기일안에 완성됩니다. 이번 <활> 또한 17회만에 완성된 영화 입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영화는 너무 오래 걸렸다고 하는 제작진의 말을 들어보면 참 기분이 묘합니다. 한 겨울 바람에 매섭게 부는 을왕리 바닷가에서의 촬영은 분명히 매우 고된 촬영이었을 것 입니다. 망망대해로 나아오는 바람에 변소조차 제대로 해결할 수 없으며, 좁디 좁은 배였기에 김기덕 감독은 감독의자 없이 서서 촬영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추위는 역시 말할 것도 없구요. 리어왕의 위엄을 자랑하는 주인공 전성환 분은 5겹을 입었는데도 추위를 견디기 참 어려웠다고 합니다. 제작진, 홑 겹의 한여름양 또한 더욱이 힘들었겠지요! <활>이 나왔을 때 즈음 기사에서 본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제작진에게 기자(?)가 질문을 던졌는데, - 활을 쏘거나 다루는 부분은 어떻게 한 것 인가? 김기덕 감독이 연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감독이 따로 배운 것인가? - 감독님의 잡기는 하늘을 찌른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때로는 공장장, 때로는 총신대의 학생, 때로는 미술가 하지만 결국은 감독이신 김기덕 감독. 아직 그의 모든 작품을 보지는 못했지만, 하나하나 영화를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정도 작품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더불어 장훈 감독과의 이야기와 그에 대한 해명명까지 거듭해 안좋은 일이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서 그의 아름다운 작품이 나왔으면 참 좋겠습니다. 언제나 기대하고 있고, 영화를 바라봄으로 인해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즐겁습니다. 김기덕 감독님의 영화로 인해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한 일 입니다. 임권택 감독의 한 마디를 쓰고 포스팅을 마치려고 합니다. "세계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한국인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jhopppy
6 Likes
1 Share
0 comments
6
Comment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