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 콜라를 사마시면서 이제까지 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았다. 코카콜라를 스위스에서 생산하여 판매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하이네켄과 마찬가지로 코카콜라 역시 어지간하면 현지 생산하는 나라/지역이 많기 때문에 그다지 신기할 것까지는 아닐 수 있겠지만, 왠지 생산비용이 높을 것 같은 나라에서 콜라같은 기초 음료수를 생산한다니 신비하다 할 수 있겠어요.
물론 속사정을 보면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일단 스위스의 인구당 설탕 섭취율이 생각보다 높다는 사실을 지적해야겠다(참조 1). 이 정도 되면 사탕무를 혹시 스위스에서 생산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을 텐데, 알고보니 그것도 사실입니다(참조 2). 설탕 자급률이 65%에 달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설탕산업이 GDP 비중은 높지 않다 하더라도 스위스의 주요 전통산업(1811년부터 시작됐다)이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스위스의 사탕무가 스위스에서 만드는 콜라에 들어가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생산비용을 맞출 수 있던 듯 하고, 그때문에 스위스에서 판매하는 코카콜라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코카콜라보다 더 맛있다는 의견(참조 3)도 있는 모양이다. 코카콜라 스위스 웹사이트에 따르면(참조 4), 스위스 콜라 성분의 95%는 스위스제이다.
자꾸 스위스와 콜라 얘기를 하는데, 이게 스위스의 한 자동차 판매업자 얘기부터 풀어나가야 합니다. 때는 1934년, 스위스의 자동차 리셀러인 Max Stooss가 자동차 신제품 수입을 위해 미국 디트로이트 출장을 다녀오면서 콜라의 맛에 빠진 것이다(참조 5). 타고난 사업가였던 그는 당장 코카콜라 본사와 직접 연락하여, 스위스에 코카콜라 공장을 세우겠노라고 나선다. 그래서 1936년 스위스 제네바와 보, 프리부르에서 코카콜라 생산이 시작된다. 지사는 취리히에 세운다.

스위스 코카콜라 광고, 메이드 인 스위스라고 독일어로 적혀 있음을 알 수 있다. 1959년작.
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는 취리히 주변, Eglisau의 한 사내가 한 명 있었으니… Otto Müller라는 한 연구원은 코카콜라를 보고는 카메룬에서 수입한 콜라너트와 사탕무를 섞어서 음료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을 먹는다. 이미 프랑스의 오랑지나(1935년에 나왔다)를 본따서 Eglisana라는 음료를 만들어 팔고 있었으니 콜라를 베끼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렇게 해서 1938년 탄생된 스위스 콜라가 바로 Vivi Kola. 아직 코카콜라가 완전히 자리잡지 않았던 스위스에서 비비 콜라도 치고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연도를 보세요, 세계대전이 곧 시작됩니다. 비비콜라는 국뽕 마케팅(Das Schweizer Tafelwasser!)과 함께, 스위스 군납을 통해 경영을 유지하고는 1949년부터는 투르 드 스위스 정식 스폰서가 된다(참조 7). 우승자가 콜라를 마시면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 촬영에 임하는, 앞광고의 대표적인 사진이 1949년에 나온다.
또 하나 획기적이었던 마케팅이 더 있다. 어린이들이 비비콜라 공장까지 견학을 오면, 아니 그냥 놀러 오더라도 공짜로 콜라를 줬던 것. 당시 청량음료가 그리 싼 제품은 아니었기에 어린이들은 취리히에서 자전거를 몰고 에글리자우까지 콜라 마시러 오고 그랬었다.
하지만 코카콜라 혹은 펩시콜라가 상징하는 미국식 라이프 스타일은 비비콜라의 입지를 결국 위태롭게 만들기 시작한다. 1970년대에 Kola를 Cola로 개명하기까지 했지만 비비콜라는 결국 1986년에 생산중단되고 시설은 펩시콜라 생산 공정으로 바뀐다(참조 8 ).

비비콜라 광고 포스터, 1962년작이다.
그랬던 비비콜라가 2010년 되살아난다! 에글리자우 출신의 Christian Forrer가 비비콜라 판권을 사들이고 다시 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레서피는? 에글리자우 마을 박물관 창고에서 찾아냈다고 한다. 제품 디자인은? 포러의 본업이 그래픽 디자이너입니다. 어차피 가격 경쟁이 안 될 것을 염두에 뒀던 그는 프리미엄 콜라로 비비콜라를 선전했고, 이 전략은 성공한다.
그래서 내가 비비콜라를 먹어보려고 스위스에 가지 않았겠습니까? 하지만 알아보니 스위스의 양대 수퍼마켓 체인망인 COOP과 MIGROS 모두 비비 콜라를 취급하지 않고 있었다. 이들이 아예 폴란드 산 코카콜라(참조 9)를 판매하거나 아예 자체 상품인 해피콜라를 생산하여 유통하는 등(참조 10), 가격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힙스터로 간다! 온라인 혹은 카페, 식당 등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광고는 좀 기괴하지만(참조 11), 맛은? 매우 좋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판매가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맛있지만 다른 나라에서 거의 구할 수가 없는 스위스 포도주와 마찬가지로 대량 생산력이 좀 안 되는 나라가 스위스이다. 이러니 콜라 하면 스위스 아니겠습니까? 주말 특집이었습니다.

비비콜라는 보시면 아실 테고, 사이에 Goba Cola를 보실 수 있다. 이 고바 콜라 또한 스위스 아펜첼의 가족기업(22년 3월 투자사인 F.G. Pfister에 인수됐다)이 만드는 고유의 콜라이다.
스위스는 콜라의 나라일까? 제품을 협조해준 김진경 선생님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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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Sugar Consumption Per Capita : https://www.helgilibrary.com/indicators/sugar-consumption-per-capita/
2. Why Switzerland props up its ailing sugar industry(2021년 12월 9일) : https://www.swissinfo.ch/eng/behind-switzerland-s-support-of-its-ailing-sugar-industry/47171084
3. Why does Coca-Cola taste better in Europe than in the United States? : https://www.reddit.com/r/AskReddit/comments/16lzpy/why_does_cocacola_taste_better_in_europe_than_in/
5. L’HISTOIRE DE COCA‑COLA EN SUISSE : https://fr.coca-cola.ch/stories/responsabilite/histoire-coca-cola-suisse
6. 80 Jahre «Schweizer Cola»(2018년 9월 28일): https://bellevue.nzz.ch/kochen-geniessen/vivi-kola-80-jahre-schweizer-cola-ld.1423748
7. DIE VIVI KOLA LEGENDE: https://vivikola.ch/geschichte/
8. Die Schweizer Cola sprudelt wieder(2016년 9월 20일): https://www.faz.net/-iay-8lj5w
9. 가령 Coop은 가격이 안 맞다는 이유로 스위스에서 만드는 코카콜라의 판매를 안 하고 있었다.
Coop setzt mit polnischem Coca-Cola Druck auf(2022년 1월 30일): https://www.schweizerbauer.ch/markt-preise/marktmeldungen/coop-setzt-mit-polnischem-coca-cola-druck-auf/
10. Jetzt bringt Coop seine eigene Cola(2019년 4월 12일): https://www.blick.ch/wirtschaft/reaktion-auf-schrumpf-flaschen-jetzt-bringt-coop-seine-eigene-cola-id15269007.html
11. 80 JAHRE JUNG, IMMER NOCH SPRITZIG! : https://youtu.be/TufyLfr-ql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