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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보라고 말하지 말고 읽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23일은 ‘세계 책의 날’… 낭독회·책 드림 등 다양한 행사 "4월23일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그럼요,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이잖아요." 일반인에게 생소한 세계 책의 날을 모르는 게 이상하다는 듯 대답하는 가족이 있다. 정기석(47·회사원·서울 쌍문동), 최숙자(47·주부)씨 부부와 혜인(서울 백운초 5)·은서(백운초 2)양이다. 동네 도서관을 제집 드나들 듯 오가는 이 가족은 지난 연말 '책읽는 서울'의 우수시민 독서가족으로 뽑히기도 했다. 가족 모두에게 책읽는 즐거움을 전염시킨 '전도사'는 엄마 최숙자씨다.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특별히 책을 즐겨 읽는 편도 아니었던 최씨가 변한 이유는 아이 때문이었다. 늦게 결혼해 큰아이와 36년 띠동갑이 되다 보니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은근히 걱정됐다. '그래, 공부해서 아이의 눈높이에 다가가자'고 생각하곤 무작정 아이 책을 집어들고 섭렵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그림책 읽는 어른들의 모임(그림책 여행)'도 하게 됐다. 거의 날마다 집 근처 서울 도봉도서관에 가서 각종 자원봉사를 도맡는 최숙자씨(왼쪽에서 두번째)가 초등학생들의 독서 동아리 활동을 돌봐주고 있다. | 도봉도서관 제공 본격적인 활동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5년 전부터 시작됐다. 아이가 다니는 백운초등학교와 도봉도서관이 담을 같이 사용하다 보니,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최씨의 발걸음은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때부터 책읽는 엄마들의 동아리, 초등부 독서토론 지도, 복지관 공부방 아이들의 책읽기 지도, 도봉구청 북스타트 운동 참여까지 하나하나 책과 맞물린 활동을 추가했다. 함께 하는 도서관 아이들에게 좀 더 많은 것을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방송통신대학에서 문화교양학·교육학도 차례로 전공했다. 거의 날마다 도서관에 출근하다시피 하다 보니 도서관의 책 구매 회의에도 들어가고 각종 아이디어도 내놓고 있다. 도서관 직원들이 "동료 직원보다 더 자주 얼굴을 본다"고 농담할 정도다.  이런 엄마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도서관과 친해졌다. 큰아이는 3학년 때부터 도서관의 독서토론 동아리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고, 일주일에 두 시간씩 어린아이들에게 책도 읽어주는 어린이 명예사서로 활동하고 있다. 작은아이도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독서퀴즈대회나 한줄 메모 남기기, 북아트 체험 등 각종 행사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최씨의 남편도 주말엔 도서관 행사가 있을 때마다 아끼지 않고 일손을 보탠다. 그가 가는 곳은 벼룩시장이나 책시장, 각종 공연, 책 토론회까지 다양하다. "어렸을 때 놀아주지 않으면 두 딸과 공감대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며 최씨는 남편에게 '반협박'도 했다고 한다. 온 가족의 책사랑은 가족을 묶는 끈이기도 한 셈이다.  특별한 말이 없으면 두 딸은 방과후 도서관에서 엄마를 만난다. 주로 오전에 도서관에서 활동하는 최씨와 만나 두세 시간쯤 책을 함께 읽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게 습관이 됐다. 학원을 안 다니다 보니 책읽을 시간도 많다. 집에 와서도 저녁을 먹고 나서는 텔레비전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대신 온 가족이 책을 펴든다.  "애들이 책을 천천히 여러 번 읽는 편이어서 권수로 따지면 아주 많은 책을 읽은 건 아니에요. 그래도 자유롭게 상상을 하면서, 자기 생각을 정리하면서 책을 읽어나간 습관이 나중에는 인생을 살아나가는 데 참다운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씨는 아이들이 중·고교에 가더라도 교육방침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이요?" 최씨는 너무 식상한 말이지만 "열 번 책읽으라고 말하는 것보다 부모가 책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내가 읽어봤는데 이 책 재밌더라'고 권하면 아이들이 별 관심 없는 듯하면서도 읽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책을 같이 읽고 생각을 나누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했다. "현재 도서관이 수리 중이라 큰 타격"이라는 최씨는 가족 모두가 다음달 1일 도서관 재개관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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