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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정난정의 기세에 따른 옷차림 변화 (드라마 내용 有)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주인공이었던 정난정의 옷차림을
어린아이 시절부터 외명부 최고의 자리, 그리고 죽을 때 모습까지 정리해보았어

정난정이 문정왕후와 함께 신분의 굴레를 깨고 기세등등해지면서
옷이나 가체(加髢)가 얼마나 화려해지는지 보자!
먼저 어린 시절 모습이야
옷도 비단 옷이 아닌 일반 서민들의 옷이야
정난정은 서녀이자 천출이었으므로 처음에는 이런 복색을 하고 나와

성장한 후에도 결혼 전에는 이렇게 소박한 서민들의 복장으로 나와

정난정이 잠깐 기생이 되겠다고
기방에서 일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때는 기생답게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있어
기방에 있긴 했지만 정식 기녀가 되기 전이라서 머리는 댕기머리야 ㅎㅎ

이때부터는 드디어 정난정이 문정왕후와 결탁하게 돼
문정왕후에게 당당히 당의를 하사 받고 궐을 드나들게 되지
무늬가 있거나 하지는 않지만
비단옷에다가 색깔도 화려하고 댕기도 넘 이뻐 ㅎㅎ
그래도 이때까지만 해도 입궐 시에만 저런 비단 당의를 입고
일상 생활에서는 다시 소박하게 입고 생활해

이 때는 정난정과 윤원형의 혼례날이야
첩실이지만 문정왕후의 허락으로 혼례식까지 치름!!
첫날밤에 머리 내리기 전의 모습인데 가체 크기 좀 봐 ㅋㅋㅋㅋㄷㄷㄷ

이건 신방 차리고 신혼 생활 때의 모습이야
새색시답게 노란 저고리에 빨간 치마를 입었어
이때부터는 비록 후실이지만 명색이 중전 오라비의 아내이므로
평상복도 비단옷으로 차려입어 ㅎㅎ
문정왕후 오빠인 윤원형한테 엄청난 사랑을 받고
문정왕후에게도 신임을 얻으면서 기세가 점점 올라가는 시점이야
저 빨간 치마 풍성하게 동그란거 너무 이쁨 ㅠㅠ

결혼하고 3일 뒤에 처음으로 두 사람이 문정왕후를 찾아간 날인데
확실히 결혼 전에 처녀 적 입었던 당의보다 훨씬 화려해졌어
가체에는 작지만 소소한 장신구를 꽂았어
난 개인적으로 역대 우리나라 조선 사극 중 여인천하 가체가 젤 이쁨!!
이건 당의가 아닌 평상시에 입는 한복인데 이 복색도 엄청 화려해졌어!!
첫번째 사진에 보면 윤원형 정실부인(이혜숙 배우, 사진 왼쪽 편)도 같이 있는데
정실보다 훨씬 화려한 옷을 입었지?
이게 실제로 역사적으로도 후실이 정실보다 화려한 치장이 가능했는진 모르겠지만
드라마 상에서는 아마도 정난정의 높아지는 기세와 화려한 외모를
한복 차림이나 장신구 등으로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아
(드라마 상에서 정난정은 지나가던 임금도 띠용할 정도로 절대 미색으로 나옴)

이 당의도 너무 예뻐......

이 당의는 자수가 없어서 자칫 소소해보일 수 있긴 한데
가체 장신구 보면 크기가 조금 커졌어 ㅋㅋㅋ
비단 때깔도 아주 윤기가 좌르르르르

평상복도 역시 정난정과 문정왕후의 힘이 커질수록 점점 화려해지지
소매와 옷깃을 보면 무늬도 엄청 화려하고
노리개도 보면 짱 큼!!
캡쳐가 잘 안 돼서 노리게가 잘 안보임 ㅠㅠ

요거는 아마 드라마 150부 동안 입고 나온 평상복 중에 가장 화려한 저고리일 듯!!
짱 화려한데 근데 또 강수연 배우와 엄청 잘 어울려ㅠㅠ
참고로 저 장면에서 저렇게 화려한 옷을 입고
대감들 주루룩 앉아있는 방에 탁 들어가서 겁나 큰소리로 호통 빵빵 치고 나옴!!

겨울이니까 밖에 돌아다닐 때는 저렇게 손도 넣고 다니구

요건 그냥 슥 보면 읭 그냥 소박하네;; 하겠지만
자세히 보면 누벼져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
부내 난다 부내 나

분홍색 저고리 비단 때깔 좀 봐.....

이때는 정난정의 기세가 오르다 못해 하늘을 찌를 때야!!
문정왕후와 손을 잡고 조정을 호령하던 대감들 하나씩 다 찍어내고 난리남
가체 장식 보면 예전보다 더 화려해지고 두개로 늘어남
거의 이 정도면 드라마에서 내명부 정1품 빈들과 비슷한 수준의 장신구임

정난정이 외명부 정1품 정경부인 자리에 오르기 직전의 모습이야
문정왕후의 허락 하에 첩실 자리에서 정실 자리까지 꿰차고
거기에 모자라 정경부인 자리에까지 오르는 순간인데
가체 장식만 봐도 정난정의 파워를 알 수 있어

정경부인 직첩 받는 순간의 모습!!

정경부인 자리에 오른 후의 모습이야
평상복이지만 옷깃이 화려하고 가체 장식도 역대급으로 화려해
정난정의 신분과 힘을 보여주는 복장인 것 같아

반면, 이렇게 화려한 옷을 입고 자기를 태어나게 도와준 스님에게
저 드디어 정실부인 자리에 올랐어요~ 하고 자랑하자마자
니가 찍어내면서 죽인 조정 대신들 중에 네 친부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오열을 해...
옷과 장신구가 화려하고 신분이 높아졌지만 현실과 대비돼서 더 슬펐음..

문정왕후가 늙어 세상을 뜰 때쯤 정난정의 모습이야
정난정도 나이를 먹어서 머리가 하얗게 세었어
이때부터는 왜인지 가체를 안 쓰고 나왔는데
실제로 저 시대 (명종 대) 때 가체를 안 쓴 채로 궐 출입이 가능했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드라마에서는 세월 따라 늙고 기세도 점점 기우는 상황을 표현하려 한 것 아닐까 싶어
옷 색깔도 예전의 화려한 색보다는 은은한 색을 입었어

문정왕후가 죽자마자 윤원형은 탄핵을 받았어
그래서 정난정은 윤원형이랑 같이 도망을 가는데
도망 가서의 모습이야
옷도 다시 초라해지고 가체 같은 건 당연히 없어 ㅠㅠ
정난정의 초라한 말로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마지막으로 정난정이 죽기 직전의 모습이야
하얀 소복을 입고 바닷가에서 헤매다가 죽는데
한 때 문정왕후의 힘을 얻어 나라를 쥐고 흔들었던
젊은 시절 정난정의 화려한 모습과 크게 대비되는 장면이라고 생각해



여인천하 볼 때마다
정난정 뿐만 아니라 중전, 후궁들, 사대부 여인들의 가체 장식이나 한복이 너무 예쁘다고 느꼈어
캡쳐는 저게 다지만 150화 동안 진짜 다양한 한복을 입고 나와!!
궁금한 여시들은 정주행 하는 걸 추천해!!!



단아함 그 자체. 화려해도 과하지않고 딱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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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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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장. 궁궐에 드리운 검은 구름.
“이렇게까지 하려는 연유가 무엇이냐.” 노인은 막 당도하여 장의를 벗는 윤화를 향해 물었다. 윤화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냥. 하고 싶어서.” “그래서 이 무화산을 고집한 것이냐.” “…….” “무녀로 살지 않겠다, 지난 날 그리도 발버둥 치더니. 무녀였던 니 할머니가 평생 지낸 이곳을 다신 발도 들이지 않겠다, 그리 호언장담하고 가출까지 마다하지 않던 니가.” “…….” “고작 그 분을 돕기 위해 그리 꼴도 보기 싫어하던 이 무화산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이냐.” “고작 이라니.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게 해주신 귀하신 분이야.” “…….” “그때, 마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난 어머니 마지막 가는 길, 배웅도 못 해드렸을 거야. 그리고 난 아마 그날 그 우상댁 부인에게 곤장만 맞고 내팽개쳐졌을 테지.” 윤화는 무덤덤하게 그 말을 내뱉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지체했더라면…엄마는…쓸쓸히 죽어갔을 거야. 저잣거리 왈짜패들에게 쫓겨 달아나고 있었으니…난 마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왈짜패들에게 잡혔거나, 우상댁 부인에게 잡혀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도 못해줬겠지….” “니 할머니도 그런 위험한 일은 마다하셨다. 니가 지금 하려는 그 일이 얼마나 위험한 지 알기는 아는 것이야?” 노인은 한숨을 쉬며 털썩, 마당에 주저앉았다. “할매가 그랬어.” “…….” “모든 것엔 다 연유가 있다고. 까닭 없는 것들은 없어.” “…….” “처음엔 무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너무 싫어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겠다, 몸부림 쳤었지. 그래서 운명을 거스르는 위험한 내 행동에 결국 엄마가…죽고 말았지.” “네 탓이 아니다, 연화야. 네 어미는 오래 앓던 병 때문에…” “그래. 그 오래 앓던 병 때문에 그 해, 갑자기 돌아가신 건. 나의 위험한 행동에 엄마의 명줄을 재촉한 것이겠지. 나에게 무녀가 되라고 하늘이 점지해주신 까닭은 분명 있을 거야.” “…….” “그리고 그 연유를 난 그 날 찾았을 뿐이고. 그 날 나는 무녀로 살아야겠다, 마음먹었어. 처음으로 내 스스로를 무녀라 칭한 날이야.” “…….” “내게 무녀라는 운을 헛되이 내려주시진 않았을 거라, 할매가 맨날 얘기했었어. 그리고 난 이제야 그 말을 알 것 같고.” “윤화야.” “그 운명을 거스르는 것. 내 눈에 보이는 그 분들의 운명을 바로잡아 주지 않고 외면하는 것.” “…….” “그것만큼 위험한 일이 어디 있겠어.” 윤화는 허탈해하는 노인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곤 괜찮다는 의미로 환하게 웃어 보였다. “열흘 뒤에 떠날 거야. 그때까지만. 그때까지만 무사히 있으면 돼.” 그 말을 남기고 윤화는 방으로 들어섰다. 노인은 그런 윤화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한숨만 내쉬었다. 그리고, 그런 부녀를 멀리서 바라보고 있던 이가 있었으니…. “열흘…뒤에 떠난다라.” * * * “세자가 이리 어린데 벌써 빈 얘기라니요, 대비마마.” 중전과 후궁 최씨가 대비 전에 나란히 앉아 다과를 들고 있었다. 희끗희끗 머리가 센 대비가 찻잔을 조심히 내려놓으며 중전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나이가 지긋했지만 곧추 선 허리에서나, 힘 있는 목소리에서나, 날 선 눈빛에서나 권력의 힘이 그대로 묻어났다. “세자가 책봉된 지 꽤 되었습니다. 미리 세자빈을 물색해놓아야 합니다. 지금도 그리 이른 것은 아닙니다, 중전.” “하지만…” 최숙원은 중전과 대비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생각해두신 규수는 있으십니까, 대비마마?” “세자빈은.” “…….” “예로부터 하늘이 점지해준다 하였습니다. 이 뒷방 늙은이가 생각해둔다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대비는 무언가 속내를 감춘 듯한 얼굴로 찻잔을 다시금 쥐었다. 중전은 그런 대비의 속내를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최숙원도 이번 세자빈 간택 때 한 유세 펼치셔야지요?” “예, 예…대, 대비마마?” 대비의 갑작스런 말에 최숙원은 화들짝 놀라며 중전의 눈치를 살폈다. 중전은 애써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안 그렇소, 중전? 최숙원이 세자의 친모이니.” “…대, 대비마마.” “어찌 보면 모후 아니오? 그러니 아들 낳은 유세, 이럴 때 아님 언제 부려보겠습니까.” 도발이었다. 그것은 중전에 대한 대비의 도발이었다. 대비는 그 말을 그렇게 내뱉고 나선 농이라는 듯 허심탄회하게 웃어버렸다. 중전 역시, 대비의 말에 화를 낼 수도 없는 처지였기에 쓴 웃음을 지으며 최숙원을 돌아보았다. 대비와 중전의 기 싸움에서 최숙원만 안절부절 못하였다. “그렇지요. 최숙원이 세자의 친모이니…, 세자빈 간택 때는 중전인 나보다 더 발 벗고 나서야지요.” “황, 황공하옵니다…중, 중전마마.” “무얼 그리 떱니까, 최숙원. 가볍게 웃어넘기자 하는 소리들 아닙니까, 허허허.” 대비는 여전히 호탕하게 웃으며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중전은 치맛자락을 꾹 쥐었다. 대비는 애써 화를 억누르고 있는 중전의 표정을 살피며 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세자빈은 하늘이 정해준다고는 하지만.” “…….” “내 눈여겨 두고 있는 규수가 있기는 한데.” 이제야 속내를 드러내는 구나, 중전은 속으로 생각하며 덤덤하게 찻잔을 쥐었다. “대비마마께서 점해두신 규수가 있다면 아마 세자빈으로 꼭 맞는 아이일 테지요. 어느댁 규수를 눈여겨 두고 계시옵니까.” 중전의 물음에 대비는 묘한 웃음기마저 거두고 대비는 진지한 낯빛으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번에 좌상이 딸아이를 낳았다지요.” “좌상댁…여식말입니까?” “좌상의 성품이나 정경부인의 인품은 말해 무엇합니까. 입만 아프지. 안 그렇소?” “예. 그렇지요.” “가문도 가문이거니와 좌상과 정경부인 사이에서의 아이는 분명 세자빈으로 손색없을 아이일 겝니다. 세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에요.” 대비의 본심을 들은 중전은 다시금 치맛자락을 꾹 쥐었다. 최숙원은 좌상이라는 말에 가만히 차를 들이켰다. 남몰래 우상댁의 여식을 세자빈으로 점지해두고 있던 중전은 이렇게 또 한 번 대비와 맞서게 되었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런 중전의 마음을 읽은 듯 대비는 한 수 굽히고 들어갔다. “하지만 뭐 이건 어디까지나 이 늙은이의 생각인 게지요.” “…….” “중전이 며느리를 보는 것이니, 중전이 생각해두고 있던 규수가 있으시면 이 늙은이 말은 신경 쓰지 말고 중전 뜻대로 하세요.” 그러고 대비는 흐음, 헛기침을 하며 몸을 살짝 비틀어 앉았다. 중전은 미묘한 미소만 띤 채, 말없이 차만 들이켰다. 둘 사이에 낀 최숙원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가만히 찻잔만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세자빈은. 늘 그래왔듯이.” “…….” “세자빈 간택령이 내려지고 금혼령이 떨어지는 것은 백성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관례일 뿐이지.” “…….” “다, 미리 점지해두고 간택령을 내립니다.” “…….” “잘, 아시지요 중전? 중전 역시 그리 간택되신 것이니.” “그렇지요, 대비마마.” “세자빈은 이미 정해져있습니다. 최숙원과 주상과 잘 논의하여 세자빈을 간택토록 하세요. 그것이 곧. 하늘의 뜻일 터이니.” * * * 대비 전을 나오며 중전은 붉은 치맛자락을 꾸욱 쥐었다. “이 번만큼은 내 대비전과 맞서고 싶지 않았거늘.” “…….” “어쩔 수 없지. 해보시자는 게지.” “중전마마.” 중전은 대비 전을 한껏 노려보았다. 사사건건 부딪히는 대비와 중전이었다. 슬하의 자식 하나 없는 중전이 왕가의 혈통을 중시 여기는 대비에겐 늘 눈엣가시였다. 결국 최숙원의 몸을 빌려 낳은 수안을 원자로 봉하였고 곧 수안은 세자로 책봉되었다. 자신의 배로 낳은 아들이 세자로 책봉되지 않은 중전에게 곧 남은 궁 생활은 시한부와도 같았다. 자신을 이 넓은 궁에서 지켜줄 이는 하나 없었다. 중전은 그래서 세자빈만큼은, 자신의 세력에서 간택하고자 했다. 그래도 자신을 지켜줄, 지금의 왕이 죽고 최숙원의 몸에서 나온 수안이 임금이 되었을 때 자신이 이 넓은 궁에서 쫓겨나지 않고 버틸 힘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임금의 모후가 아닌 자신이 대왕대비 전에 앉아 그래도 궁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후에 자신의 자리에 앉게 될 세자빈이 자신이 세운 사람이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중전은 입술을 지그시 깨문 채, 이상궁을 불렀다. “우의정을 들라하라.” 자신의 뒷배를 봐주는 세력이자, 폭주하는 야망과 검은 속내를 지닌 어쩌면 지금의 중전과 꼭 닮은 우의정, ‘조민환’을 중전은 늘 가까이 했으며 믿고 따랐다. 그리고 그의 여식인 ‘민선’을 중전은 꼭 세자빈으로 세워야만 했다. “대비마마와 결국 또 척을 지려 하십니까.” “나를. 이 넓은 대궐에서 나를 지켜줄 이는 그 누구도 없다. 지금의 전하가 승하하시고 나면 내 목숨 줄은 썩은 동아줄과 다름없겠지. 지금의 좌상은 그 세력이 대단하다고 하나, 언젠간 그 곧고 바른 성품 때문에 좌상의 날개가 꺾일 날이 있을 게야.” “…….” “지금의 전하는 좌상을 가까이 하시겠지만. 후에 세자가 임금의 자리에 앉게 되면.” “…….” “내가 그 세력을 바꾸어 놓아야지. 그때쯤이면 대비도…죽고 없어지겠지.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세자빈만큼은…우의정 여식이 되어야 해. 나도 지금부터 내 목숨 줄 하나는 부지하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중전마마…듣는 귀가 많사옵니다.” 중전은 붉은 치맛자락을 꾹 쥔 채, 성큼성큼 중궁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중전을 뒤에서 멀찌감치 바라보고 있던 최숙원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김상궁.” “예 숙원마마.” “궁궐에 검은 구름이 드리우려 하는 구나. 아무래도 중전마마께서는 우의정댁 규수를 세자빈으로 점지해 두셨나 보다. 은밀히 우의정의 뒤를 살피게.” “예. 분부 받잡겠사옵니다.” “나도…다음 보위에 오를 왕세자…내 아들을, 내 방식대로 지켜야 겠습니다, 중전마마.” 최숙원의 푸른 치맛자락이 봄바람에 사뿐 사뿐 흩날렸다. 분홍빛으로 옅게 물든 최숙원의 양 볼이 햇빛을 받아 복숭아처럼 탐스럽게 빛났다. * * *
제8장. 불량세자 수안과, 꽃 도령 민혁(2)
채희는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 자를 바라보았다. 칼, 꿈속에서 보았던 그 금빛용이 그려져 있던 검. 순간 채희는 숨이 턱 막히는 것만 같았다. 수차례 꿈속에서 자신을 내려쳤던 그 검이, 지금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는 까닭에 금방이라도 이 검이 자신의 가슴을 베고 스칠 것 같단 생각에 숨통이 죄어 오는 듯했다. “흐읍….” “정체를 밝혀라!” 채희가 겁에 질려 어떠한 말도 내뱉지 못하고 가쁜 숨만 내뱉으며 벌벌 떨었다. 그리고 그때, 그런 사내 뒤로 휘적휘적 걸어 나오는 한 도령. “놔두거라.” “…하지만.” 부채를 활짝 펴, 얼굴을 가린 채 채희 앞에 우뚝 선 도령. 채희는 장옷을 꾹 쥔 채 갑작스레 등장한 도령을 올려다보았다. 훤칠한 키에 고운 비단 도포를 입은, 코와 입을 가린 채였지만 한 눈에 봐도 수려한 외모가 돋보이는 듯한, 사대부가의 자제인 듯 했다. 채희는 마른 침을 삼키며 붉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미…안하오. 내 잠시 그쪽에게 볼일이 있어.” 자신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사내에게 볼일이 있어, 본의 아니게 뒤를 따르게 된 채희였기에 채희는 정중히 도령의 호위무사 쯤으로 되어 보이는 사내에게 미안하다, 말을 건넸다. 그런데, “허허허허.” “……?” “그리 미안할 것은 없소. 한 두 번 겪는 일은 아니니.” 왜 그 옆의 도령이 대신 채희의 말에 대꾸를 하는 것인지, 채희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도령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도령은 펼쳤던 부채를 탁, 소리 나게 접더니 이내 차가운 미소를 머금고 채희를 응시했다. 억, 소리 나게 경탄스런 미공자였다. 뽀얀 피부며, 날카로운 턱선, 매섭지만 길고 시원스레 뻗은 눈. 게다가 사내인대도 풍성한 속눈썹까지. 사내이지만 요염한 색까지 지닌 듯 했다. 채희는 가만히 도령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도 저자에 내 외모를 두고 옥골선풍이라 칭하여 반가의 규수들이 그저 내게 말이라도 한 번 붙여볼까, 이리 졸졸 따라오는 것이.” “…….” “어디 어제 오늘 일이더냐.” 도령의 말에 채희는 꿀 먹은 벙어리 마냥 가만히 도령을 바라보았다. 자아도취 해, 자기 칭찬도 마다않고 하는 도령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그러자 도령은 가만히 채희를 바라보더니 이내 그 차가운 미소마저 거둔, 싸늘한 얼굴로 채희를 위아래로 훑었다. “어디서, 누구에게서 그런 소문을 듣고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 “내 성격은 불량스럽다,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한단, 그런 소문은 듣지 못하였소?” “네?” 채희는 갑작스런 도령의 질문에 흠칫 놀라며 입술을 달싹였다. 조금은 놀란 기색의 채희를 바라보던 도령은 피식, 차가운 그러나 속된 말로 ‘네 가지’없는 실소를 흘렸다. 채희의 기분이 조금, 언짢아졌다. “뭐 나와 어찌 해보려 내 뒤를 밟은 것이면. 헛짓을 한 것이지.” “헛…짓.” “그리고 대부분 그런 것들을 헛수작이라고들 하지.” “…….” “그래보았자 내 눈엔 다…돌덩이에 불과하거늘.” 그 말에 채희는 그만 자신도 모르게 피식, 헛웃음을 내뱉고 말았다. “풉….” “……?” “그러하군요. 예. 자기도취하실 만한 인물이십니다.” “뭐…라?” “그런데 송구하게도 제가 볼일이 있어 따라온 것은 도령이 아니라 이쪽 무사인데. 어쩌지요.” 채희는 딱딱한 어투로 그리 말하며 용의 검을 지닌 무사를 바라보았다. 도령은 뜻밖의 반응에 어안이 벙벙한 듯, 물끄러미 채희만 바라보고 섰다. 그때, 저 멀리서 휘영이 번개처럼 날아와 채희를 겨누고 있던 칼을 매섭게 처냈다. 덕분에 용의 검은 저 멀리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 “감히 뉘 안전이라고!”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아가씨란 말에 도령은 채희를 다시금 바라보았다. 허름한 무명 치마저고리에, 다 낡은 장옷을 뒤집어쓴 여인이, 이런 호위무사의 호위를 받을 만한 반가의 규수라니. 도령은 채희를 위아래 훑었다. 그런 도령의 시선을 느낀 채희는 더더욱 장옷을 여미며 무사와 도령을 바라보았다. “되었다, 휘영아. 미안하게 되었소. 내 경솔한 행동거지에 일이 시끄럽게 되었습니다.” “…….” “내 이 무사가 든 검이 낯이 익어, 출처를 묻고자 이리 뒤를 쫓게 되었습니다. 무례하였다면 사과하겠소이다.” 한없이 차갑고 딱딱한 어투였다. 다정함이라곤 티끌도 찾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 도령은 정말 채희가 자신에게 말을 붙이고자 뒤쫓아 왔음이 아니란 것을 알고 그제야 헛기침을 하며 다시금 부채로 얼굴을 가렸다. “무, 무…례까지야. 흠, 흠.” “그런데. 무례는 그쪽 도련님도 만만찮으신 것 같은데.” “무엇…이라?” 한 ‘네가지’없기로 소문난 도령이었다면 채희 역시 소문만 나지 않았다 뿐이지 만만찮은 성깔을 지닌 인물이었으니. 채희는 지지 않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도령을 향해 입술을 달싹였다. “미색이 뛰어난 것은 알겠사오나.” “…….” “그렇다고…아무 여인네에게나…그리 오해를 하시고…섣불리 언행을 행하신다니요.” “…….” “그런 소문은 내 듣지 못했으나, 소문이 틀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미색은 뛰어나나 성격이 불량스럽다.” “뭐라?!” “도련님의 미색만 보고 뒤쫓은 여인네들의 행실이 참으로 헛수고이겠습니다. 한양의 규수들은 사내보는 눈이 그리 없다니, 자처해서 돌덩이들이 된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군요.” “……?” “그럼, 이만. 가자, 휘영아.” “예. 아가씨.” “저…저!” 그러곤 도령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여보이곤 여지도 두지 않고 홱, 돌아서서 가버리는 채희였다. “저렇게…보내도…되겠습니까, 저하. 저하를 헤아려는 무리에서 보낸 자일 수도 있습니다.” 도령은, 아니 세자 ‘수안’은 민망함에 얼굴마저 발그레 해진 채, 멀어져가는 채희의 뒷모습을 보았다. “허참! 어느 댁 규수이기에…나를 보고도 저리 쌀쌀맞게 구는 것일까.” “…….” “나를 노린 것이 아니고 참으로 너의 검 때문에 뒤를 따른 것 같으니. 그냥 두어도 되지 싶다만 이것 참…웃을 수도…울 수도 없는 상황이구나.” 그리고 그런 모퉁이에서 세자 ‘수안’과 채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다른 도령은 자신의 곁을 스쳐 지나는 채희를 말없이 응시했다. 곁눈도 주지 않고 곧장 앞만 보고 걷는 채희. 그런 채희를 바라며 또 다른 도령은 자신의 옷깃을 만지작였다. 여전히 자신의 옷깃에서 채희의 온기가 묻어 있는 듯했다. “저…” 무슨 말이라도 걸어보려 했지만 너무도 재빠르게 지나치는 탓에 도령은 채희를 미처 잡지 못했다. 도령은 가만히 멀어지는 채희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좀 전의 상황을 다시금 상기하며 도령은 팔짱을 꼈다. ‘정말…꿈이 아니었던 것일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웬 여인이 자신의 도포자락을 쥐었다. 도령, 민혁은 화들짝 놀라며 옆을 바라보았는데 웬 허름한 차림의 여인이 자신의 도포자락을 쥐고 있었다. 민혁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여인의 손을 빼내기 위해 팔을 올렸는데, 하도 도포를 당기는 힘이 세, 민혁은 이리저리 여인에게 끌려 다니고 말았다. ‘보통 무사들이 쓰는 검은 아닌 듯 보였다. 몇 번이고…내 꿈에 나와 나를 베는 것이…우연한 꿈은 아니라 생각했는데.’ “…….” ‘어찌…이리도 똑같은 검이 나타날 수가…’ 여인이 왜 검에 관심을 가지나, 민혁은 까치발을 들고 서서는 이리저리 살피는 여인을 따라 앞을 바라보았다. 무엇을 그리 보고 있는 것인지…. “…….” 민혁은 가만히 장옷 사이로 보이는 여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장옷에 절반 넘게 가려져 그 얼굴이 확실히 보이는 것은 아니었으나, 언뜻언뜻 보이는 여인의 외모는 보통 미모는 아닌 듯하였다. 봉긋 솟은 이마와 오똑선 콧날, 그리고 굳게 다문 앵두 같은 입술이 장옷에 채 가려지지 않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민혁은 넋을 놓고 여인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어! 나 잠시만, 저 검을 어디서 구했는 지 만 물어보고 올게!’ 그러더니 곧, 여인은 자신의 도포자락을 휙 놓더니 빠른 걸음으로 멀어져갔다. 민혁은 바람처럼 자신에게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그 여인이 못내 궁금했다. 누구와 착각을 해, 자신을 이리 끌고 온 것인지, 정신을 놓을 만한 해이한 여인은 아닌 듯 했는데. 민혁은 몇 번이고 머뭇거리다 이내 자신도 모르게…여인이 사라진 곳으로 따라가고 말았다. 그런데 그 곳엔! “하…” 세자 수안과 그 여인이 맞닥뜨리고 있었다! 민혁은 흠칫 놀라며 수안의 호위무사에게 위협을 받고 있는 그 여인을 곤경에서 도와주기 위해 한 걸음 내딛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그 여인의 호위 무사쯤으로 보이는 사내가 나타나 여인을 감쌌다. 도대체…정체가 무엇일까, 민혁은 허름한 차림이었지만 목소리에서나 자태에서나 뿜어져 나오는 당당한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느꼈다. “그런데. 무례는 그쪽 도련님도 만만찮으신 것 같은데.” 한 성질 한다는 세자에게도 지지 않고 할 말을 다 내뱉고서야 돌아서는 여인의 모습에, 괜히 민혁은 피식 웃음이 났다. 세자에게 한바탕 면을 주고 매몰차게 돌아서서 지나치는 여인이 연신 궁금한 민혁이었다. 달려가 여인을 붙잡고 이름이나 물어볼까 했지만, “…어, 민혁. 자네가 여긴 어쩐 일인가.” 수안이 어느덧 민혁 곁에 와 섰다. 민혁은 멀어져가는 여인의 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수안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잠깐 길을 잃어서…그러는 저하께선 잠행 중이십니까.” “나야 뭐, 늘 그런 것 아니겠나. 그런데 길을…잃어?” 수안과 민혁은 어릴 때부터 절친하던 벗이었다. 동갑내기이자 함께 무예와 도술, 그리고 학문을 익히며 자라온 학술의 동반자이기도 했다. 수안도 수안이었지만 민혁 역시 수려하고 훤칠한 풍채였기에 도성의 반가 규수들은 죄다 수안과 민혁의 얼굴 한 번 보고자 줄을 섰더랬다. 민혁의 가문 역시, 세자에 견줄 것은 못되었지만 그 기상은 대단하였다. 민혁의 친부는 한양 최고 실세인 우의정이었고 그의 누이는 세자빈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최고의 가문이었기에. 두 도령이 나란히 서서 한양을 걷는 날엔, 혼기 찬 규수들은 물론이거니와 규수들을 모시는 여종들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둘의 자태를 감상하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수안은 길을 잃었단 민혁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곤 민혁의 눈길이 머무는 곳을 바라보았다. “네.” “……?” “무언가에 홀린 듯, 예까지 왔습니다.” “…홀리다니? 자네가 무엇에 홀려?”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것이 꼭 바람과도 같이 나타났다 사라졌기에.” “…….” “온기조차 남지 않았는데.” “…….” “마음 한편이 연신 울렁입니다.” “허허, 자네. 연심을 품은 여인네라도 있는 것인가?” 연심이란 세자의 말에 민혁은 피식 웃으며 고갤 절레절레 저었다. “연심이라뇨. 한양에서 눈 높기로 소문난 제가 연심은…가당치 않습니다.” “그러니 하는 말 아닌가. 마음 한편인 연신 울렁이고, 홀리듯 예까지 당도했다는 것이 꼭 연심을 품은 여인네 뒤를 쫓다 길을 잃은 모습과 다를 것 없지 않은가.” 세자의 말에 민혁은 어느덧 흔적조차 없어진 채희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곤 입술을 깨물었다. “그저 봄 날에, 스쳐지나간 바람이라 일러두지요. 훗, 다시 내 곁을 스친다 해도 알아보지도 못할 바람이니.”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