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여행 - 울릉도.
여름휴가 울릉도 3박 4일을 계획했다가 처형에게 사정이 생겨 한번 연기했다가 결국 처형네를 빼고 부부 둘이서 가게 되었다. 가기 전부터 태풍 힌남노에 대해 들었지만 예약된 8월 마지막날 새벽 4시, 자가용을 끌고 강릉으로 출발했다. 강릉 안목항 8시 출발 쾌속선을 타고 엘리베이터가 내려갈 때 푹 꺼지는 느낌을 수없이 받으며 2시간 40분을 견뎠지만 결국 토하고 말았다. 아침을 거르고 옥수수와 찐 고구마 조금 먹은 것이 전부라 헛구역질 몇번하니 속이 괜찮아졌다. 내일 독도 관광이나 돌아갈 때는 꼭 멀미약을 먹어야지. 3시간 45분 걸려 정오 직전 저동항에 내려 렌트업체 승합차를 타고 도동 너머 사동 내리막길 대아리조트로 우회전하여 들어가 기아 셀토스 키를 받았다. 렌트카를 타고 점심을 먹으려고 맛집으로 찾은 올레펜션에서 홍따밥을 시켜 먹었는데 가격은 18,000원으로 육지의 두배이고 따개비는 서너개, 홍합살은 아예 보이지도 않고 참기름 섞은 찰밥의 양 또한 반쪽이라 입가심도 되지 않았다. 누가 맛집으로 댓글을 쓰는지 어용맛집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예약한 펜션이 바로 밑에 있었지만 체크인 하기엔 이른 시각이라 오른쪽으로 울릉도 순환도로 일주를 해보기로 했다. 삼선암 앞에서 전부 들어오지 않아 이선도만 찍고 천부의 해중전망대에 멈췄다. 입장료 4,000원이 비싼 느낌에 망설이다가 수면아래 6m로 내려가 유리벽면을 따라가며 우리를 구경하러온 복어와 돌돔, 자리돔, 벵에돔, 용치놀래기, 쥐치와 이름 모르는 작은 바다 물고기와 인사했다. 비록 한쪽에 먹이통을 매달아 놓은 것이 아쉬웠지만 수족관에 갇힌 물고기를 보는 것보단 자유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다시 순환로를 따라 가다 보니 현포를 지나 갑자기 산으로 올라가는 게 아닌가? 고개를 넘으니 북면에서 서면으로 바뀌고 태하, 학포, 남양, 사동, 도동을 거쳐 저동 내수전 씨에스타 펜션에 체크인 했다. 이틀째, 멀미약 먹고 8시 독도행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독도 부두에 첫발을 디디고 서도와 촛대바위, 닭바위를 감상하고, 살아오면서 가장 맑은 하늘을 이곳 동도에서 볼 줄이야! 40분간 부두와 동도 아래 언저리에서 사진을 찍으며 가슴 뿌듯한 시간을 보내고 독도에서 돌아와서 도동의 한식뷔페 '만원의 행복'에서 가성비 만점의 점심을 먹었다. 이어 대풍감 근처 태하등대를 찾아 떠났는데 모노레일이 있어도 안타고 황토구미 앞 5층 구조물 계단으로 올라가 해안길로 갔다. 가재울까지 화산 폭발 후 침식이 만든 바위 옆구리 데크길을 따라가다 산으로 꺾어 올라갔다. 소나무숲 아래 깔비 사이를 뚫고 나온 해국과 아이비, 개머루, 계요등이 지피식물이라는 것에 감탄했다. 산 꼭대기 모노레일에서 돌아나오는 길과 만나 왼쪽을 가니 인간극장에 나온 사람이 사는 집을 지나 태하등대 옆도 돌아 향목 전망대로 갔다. 세계 10대 절경이라는 대풍감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왼쪽 바위산에 작은 향나무들이 비늘처럼 붙어 자라고 앞 절벽 아래 해수욕장이 있고, 오른쪽으로 연이은 절벽에 향나무들이 자라고 저 멀리 바다엔 꼬끼리 바위가 보였다. 태하에 황토구미가 있고 남양에 통구미가 있는데 구미가 움푹 들어간 곳이라고 한다. 사흘째, 일출을 보려고 일찍 내수전 일출전망대로 갔다. 소형 주차장에 주차하고 작은 봉우리를 어슴프레한 동백나무 숲길 사이로 걸어올랐다. 해수면 위로 올라오는 붉은 해를 바랐으나 구름이 가려 보지 못했고, 그 대신 변화무쌍한 구름사이로 드러난 저동항과 뒷산들을 맘껏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아침 후 울릉도 외곽 일주 유람선을 계획했었지만 확인차 전화를 해보니 힘난노 때문에 다들 피항했다고 했다. 그래도 저동 옛길로 행남등대를 거쳐 도동 해안산책로로 도동 여객터미널에 가는 것은 가보기로 했다. 저동 해양경찰서 앞에 주차하고 저동어시장에서 산쪽 저동옛길로 들어가 지그재그로 올라 조릿대 숲에서 내려갔다. 털머위의 호위를 받으며 행남 등대 갈림길까지 가서 행남등대를 돌아보고 다시 돌아와 도동 해안산책로로 접어들었다. 방풍이 자갈 해수욕장까지 자라고 있고 침식된 해안산책로를 따라 도동 여객터미널까지 오면서 페스츄리 빵 뜯어먹은 자국처럼 생긴 암벽에 감탄사를 연발하고 터미널 2층의 카페 포즈에서 팥빙수와 아메리카노로 더위를 식혔다. 오후에 관음도 입장금지이지만 현수교에 올랐다가 나리분지로 가서 야영장에 주차하고 알봉둘레길을 걸었다. 추산 용출소는 2012년 8월부터 샘물사업한다고 출입금지가 되어 실망했지만 그 곳부터 왼쪽으로 난 오솔길에서 둥글레, 비비추, 만병초, 섬말나리 등 반가운 식물들과 조우했다. 신령수 안내표지가 없어 건너뛰고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나리분지에 나물과 약초를 많이 재배하는 줄 알았는데 온통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마가목 일색이었다. 오늘 너무 많이 걸어 좀 일찍인 오후 4시에 저동 천금 수산으로 가서 독도 새우회와 튀김, 게새탕으로 저녁을 먹었다. 꽃새우와 닭새우 합쳐 12마리였고 크기가 작은 도화새우는 없다고 한다. 나흘째, 8시에 예림원 들렀는데 굴을 지나 나타난 잘 꾸며진 연못 정원에 인공폭포, 전망대가 어우러져 무릉도원 느낌이었다. 꽃사슴 우리에서 오줌냄새가 나서 별로였다. 렌트카 반납하고 저동에 와서 봉래폭포길을 저동초등학교 위 LH 휴먼시아 다리까지 갔다가 되돌아 내려왔다. 돌아오는 배 타기전까지 힘난노 때문에 조마조마 했는데 오후 1시 저동항을 출발했다, 내일 배편 예약손님들이 서둘러 돌아오는 바람에 배가 만석이었다. 강릉으로 돌아와 안목물회 식당에서 가자미 물회와 꼬막비빔밥, 째복 해물전을 먹었는데 가성비 일품이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세시간여 졸음과 전쟁하며 가평 휴게소에 한번 쉬고 곧장 집으로 와 완전 탈진했다. 작년 백령도 2박3일 여행과 더불어 이번 울릉도 3박4일 여행은 해외 여행을 포함한 그 어느 여행보다 감흥이 오래갈 인생여행이었다. https://youtu.be/o3mi8Gv4vI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