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eeckim
5 years ago1,000+ Views
Don’t let appearances fool you. There’s always only one reality. ----------------------------------------------------------------------- 처음 미국에 유학갔을 때가 중 3이었는데, 그 때 머물렀던 집이 차를 타고 10분 정도 들어가야하는 숲길의 끝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미국 서부쪽은 private road라고 해서 전혀 사람이 살지 않을 것 같은 구석탱이에 짱박혀 있는 집들이 많아요ㅜㅜ) 그 때 제가 다녔던 학교 스쿨버스 정류장이 숲길을 헤쳐나와서 5분정도를 더 걸어야하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그나마 그 버스를 놓치면 학교까지 50분을 걸어가야했더랬죠. 숲길이라 옆에 나있는 수풀도 우거져서 비 내리면 길바닥에 물뱀이 튀어나오고, 몇몇 동네 주민들이 집채만한 대형견들을 풀어놔서 늘 장우산을 두 손에 꼭 쥔채 기도하는 맘으로 걸어다니곤 했더랬습니다. (오늘도 신의 가호가 깃들기를...흑흑) 그나마 해가 긴 여름은 괜찮았는데, 겨울은 정말 답이 없었어요. 현관문을 열면 확 밀려들어오는 새벽 바람에 언듯 묻어있는 한기 때문에 등골이 오싹해지기도 하고, 어렴풋이 떠오르는 새벽동을 등지고 걷다보면 눈 앞에 놓인 사물들의 윤곽이 그림자에 가려져서 신경이 더 날카롭게 곤두서곤 했습니다. 눈 앞에 보이지 않는 대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라고 해야하나. 그 두려움 때문에 길에서 만나는 모든 일상이 익숙하다기보다는 늘 낯설기만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키 문학을 두고 "읽고 나면 썰물 빠지듯 허무해지기만 하는 껍데기 뿐인 포스트 모더니즘이다" 비판하시는데, 사실 제가 주구장창 하루키를 읽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세상 한 가운데서 가끔씩 제가 걸었던 그날 새벽 숲길의 섬뜩함을 느끼곤 합니다. 불투명한 미래, 불확실한 진로같은 보이지 않는 대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가만히 멈춰 서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때면, 밀려드는 허무함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하루키는 오늘도 저에게 불편한 진실을 깨우쳐줍니다. 저 역시 없는데 있는 척하고, 모르는데 아는 척하고, 싫은데 좋은 척하는 껍데기 뿐인 현대인이니까요. 1Q84를 읽기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왔습니다.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허접한 서평을 제멋대로 휘갈겨봅니다. 껍데기 뿐이었던 저의 허세가 부끄러운 만큼 하루키의 불편한 진실이 그리웠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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