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은 대체 뭘 가르치나? 나보다 월급 열 배 더 받으면서? 그리고 강사보다 월급 열 배 더 받으면 일 년에 십만 원 나오는 일을 자기들이 귀찮다고 강사한테 시키는 건 솔직히 양심이 있으면 하지 말아야 할 짓 아닌가? 그러나 교수는 강사한테 일 년에 십만 원 주고 이런 걸 시켜도 된다. 교수니까. 그러려고 교수 됐으니까.
대학의 위기가 어디서 왔냐면, 신자유주의에 온몸으로 동조하신 교수님들에게서 왔다. 달리 어디에서 왔겠는가? “강사노조”(아님, 한국비정규교수노조임)가 데모를 해서?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해서? 대학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집단은 교수다. 대학에서 월급 제일 많이 받는 사람도 교수다. 그러니까 위기에 대한 책임은 교수가 져야지 강사 탓을 하면서 해고를 해대면 위기가 해결되나? 그러나 교수는 강사 탓을 하고 학교는 강사를 해고한다. 강좌 수는 줄어들고 학생들의 선택지는 사라지고 교수가 담당해야 하는 강의 시수는 늘어나고 교수들은 힘들다고 불평하며 더욱 강사 탓을 하고 학교는 더욱 강사를 해고한다.
그러니까 대학의 위기는 해결되지 않는다. 학문후속세대를 계속 해고하면서 위기가 해결되길 바라는 건 비논리적이다. 그러나 한국의 대학은 그렇게 흘러간다. 해고할 강사가 남지 않을 때까지 다 짜를 예정인지, 다 짤라서 해고할 사람이 안 남으면 어쩔 생각인지 궁금해진다.
그러니까 나는 돌아가지 않는다. 학부부터 대학원까지, 멀쩡하게 박사학위 받고 연구하고 강의하며 교단이 내 자리이고 연구와 강의가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 믿었던, 지금도 조금은 믿고 있는 내 삶의 잃어버린 시간들을 애도한다. 그리고 나는 돌아가지 않는다. 남의 생계를 쥐고 흔드는 것으로 자기 권력 확인하는 데만 급급한 가해자 집단에 굴종하든가, 통보조차 없는 해고의 위기를 언제나 무릅써야 하는 피해자로 남든가, 그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구조에 다시 돌아가기에는 내가 이미 너무 많은 진실을 알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