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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 <책은 도끼다> - 허허허 봄이 오고 있다오.

ㆍ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되는거야 - 1904년 1월, 카프카, <변신> 中 어떤 생명체도 살지 못하는 '감수성'이라는 이름의 얼어붙은 땅이 있다. 1년 내내 살인적인 추위가 지배하고 있는 이 땅에, 한 남자가 휘파람을 불며 뚜벅뚜벅 걸어온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닌 이 남자는 강추위에 어울리지 않는 얇은 셔츠를 입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가온다. 남자의 손에는 '책'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도끼가 들려 있다. "허허허허!!! 이거 제대로 꽝꽝 얼었구먼. 이러니 아무것도 살지 못하지!!!"라고 조용히 중얼거린 그 남자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내 도끼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린다. 그리고는 얼어붙은 땅 위로 가차 없이 도끼질을 해댄다. "쾅쾅쾅" , "쩍쩍쩍" 무식한 도끼질 소리와, 땅이 갈라지는 소리가 허공을 가른다. 남자는 "허허허 봄이 오고 있다오!!! 봄이 오고 있다오!!!"라고 혼잣말을 하며, 사정없이 도끼로 찍어버린다. 얼마나 도끼질을 했을까, 드디어 얼어붙은 땅 밑의 부드러운 흙이 나타났다. 남자는 주머니 속에서 씨앗 봉지를 꺼내더니, 부드러운 흙 위로 씨앗들을 경쾌하게 던져 넣는다. 그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휘파람을 불며 이 땅을 빠져나간다. 이 남자의 이름은 '박웅현'이다. 서평집이라고 해야 할까? 책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해야 할까? 하여튼 박웅현 님의 <책은 도끼다>는 '책에 대한 책'이다. 그는 고은의 <순간의 꽃>,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등의 책을 소개한다.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인 '울림'을 주는 문장을 찾아서 읽는 법을 말해주는데, 그 어조가 굉장히 부드럽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라는 말처럼, 그는 살랑살랑 다가와서, 얼어붙은 감성을 가차 없이 도끼로 찍어버린다. 읽는 내내 살 떨리는 충격과 감동의 도가니였다.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 님은 '다독 콤플렉스'를 벗어나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1년에 몇 권 이상 읽겠다.'라는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어서 책을 '효과적'으로 읽지 않고, '효율적'으로 읽는다. '효율적으로 읽는다는 말'은 말은 '빠르게 훑어보며, 머리로 읽는다.'라는 뜻이다. 그는 읽은 책의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많은 책을 읽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한 권을 읽더라도 효과적으로 읽으라고 말한다. 이 말은 '울림'을 주는 문장을 찾으라는 뜻이다. 그는 일 년에 다섯 권을 읽더라도 '울림'을 주는 문장이 있다면, 성공한 독서라고 말한다. 천천히 문장 하나하나를 음미하면서 꼭꼭 씹어서 삼켜야 울림을 주는 문장을 만날 수 있다. 나는 300쪽 내외의 책은 세 시간 이내에 읽는 속독 가이자, 1년에 200권 이상의 책을 읽는 다독가다. 문학을 읽을 때도 빠르게 머리로 읽는데, 주로 스토리에 집중하며 읽는다. 그 덕분에 가슴에는 남는 게 별로 없다. 박웅현 님은 "넌 틀렸어 인마!!!"라고 강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허허허허 그렇게 빠르게 읽기보다는, 문장 하나하나를 가슴으로 느끼면서 읽는 게 어떤가?"라고 부드럽게 타이른다. 차라리 강압적으로 말했으면, '당신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생각하며 반발했으련만, 부드럽게 말하니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런 젠장!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자에게 제대로 설득당해버렸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는 어떤 소설을 읽어도 가슴이 저릿저릿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수능을 준비하며 '빠르게 읽기' '분석하며 읽기'라는 독서법을 배운 후로는, 어떤 소설을 읽어도 큰 감동을 받지 못 했다. 어린 나는 가슴으로 읽었고, 고등학생 시절부터의 나는 머리로 읽었기 때문이다. 황순원 작가님의 <소나기>가 어린 시절에는 그렇게 감동적이었는데, 수능을 준비하며 공부할 때는 감동적이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로 '가슴으로 읽느냐', '머리로 읽느냐'의 차이. 도끼같은 책들을 읽다 보면 감수성이 예민해져서, 길가에 꽃들의 아름다움ㆍ겨울 나무의 쓸쓸함ㆍ잡초가 주는 감동ㆍ빗방울 소리의 리듬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모든 일을 머리로 계산하며 사는 사람이 아닌, 가슴 뛰는 삶을 사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인문학... 그래 맞다!!! 감성을 깨울 수 있는 건 인문학밖에 없다!!! 인문학을 '더욱더' '미친 듯이' '천천히' '꼼꼼하게' 읽어봐야겠다. 그러다 보면 내 얼어붙은 감성에도 봄은 찾아오겠지. 그가 뿌려 놓은 씨앗에서, 연두 빛깔 새싹이 돋기를 바란다. 마지막 장을 덮고 눈을 감으니... 아스라이 봄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밑줄 긋기 ㆍ내가 읽은 책들은 나의 도끼였다. 나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던 도끼. 도끼 자국들은 내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얼음이 깨진 곳에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촉수가 예민해진 것이다. 그것은 나의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했다. 신록에 몸을 떨었고, 빗방울의 연주에 흥이 났다. 남들의 행동에 좀 더 관대해졌고, 늘어나는 주름살이 편안해졌다. 머릿속 도끼질의 흔적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인간에게는 공유의 본능이 있다. 울림을 공유하고 싶다. - <책은 도끼다> 서문 中 ㆍ레이스가 된 삶은 피폐하기 이를 데 없죠. 왜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그래서 저는 순간순간 행복을 찾아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행복은 삶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p.47 ㆍ무시로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고, 매일 로열 캐리비언 크루즈를 탈 수 있고,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야 빨리 빨리 와, 찍어, 가자”하는 사람. 그리고 십 년 동안 돈을 모아 간 5박 6일간의 파리 여행에서 휘슬러의 <화가의 어머니>라는 그림 앞에서 얼어붙어서 사십 분간 발을 떼지 못한 채 소름이 돋은 사람. 이 두 사람 중 누가 더 풍요롭게 생을 마감할까요? - p. 11 ㆍ자세히보기 http://blog.naver.com/sniperhu/100205318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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