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eeckim
6 years ago1,000+ Views
집은 경기도인데 학교 때문에 신촌지역에 살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학기가 시작하고 오늘이 3번째로 기숙사에 가지고 갈 짐을 옮기는 날이었는데, 배낭 하나와 캐리어 하나에 옷과 책, 그 밖에 필요한 것들을 잔뜩 채워넣은 후 전철에 올랐습니다. 첫번째, 두번째 때에도 느꼈던 거지만, 오늘도 역시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온 탑승객에게 서울의 대중 교통은 가까이 하기 너무 먼 당신이었습니다. 그나마 생긴지 얼마 안된 전철 라인들은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바로 환승구와 연결되어 있어 비교적 편하게 올 수 있었지만, 1호선으로 갈아타는 환승역에서부터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의 존재조차 확인되지 않아 덩그러니 떨궈진 짐 두 짝과 함께 총체적 멘붕 상태를 경험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여러 역들을 거쳐서 왔지만 플랫폼에서 매표소 있는 층으로 올라올 때만 해도 있던 엘리베이터가 지상 출구로 나가야 할 때는 갑자기 없어지질 않나, 에스컬레이터는 물론, 장애인 전용 리프트가 설치안된 계단들도 생각보다 너무 많았습니다. 지상에 올라와서도 장애인 분들이 타시기 힘든 구형 모델의 버스들이 많았고, 길과 보도블럭의 경계에 있는 턱들은 왜 이렇게 하늘 높은지 모르고 도도한지요ㅜㅜ 1호선에서 출구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를 찾지 못하고 결국 천국으로 올라가는 계단처럼 뻗어있는 종각역 4번 출구의 위용 앞에 망연자실해 있던 저를 안타까이 여기신 아주머니 한 분께서 "학생, 저기 앞으로 쭉 걸어가다가 왼쪽으로 꺾으면 엘리베이터 하나 나와요"라고 말씀해주시지 않았더라면! 저는 저의 8번 척추가 6번이 되도록 허리를 켭켭히 접어대고, 그 아비규환 속에서 삐그덕거리는 연골들의 아우성을 애써 외면한 채 무식하게 힘자랑을 했어야 했겠죠. 사실 남는 건 힘뿐인 이팔 청춘인지라 스크류바처럼 베베꼬인 조동아리로 "나 요 캐리어 들다가 아얏! 했쩌요" 따위의 엄살 부릴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이까짓 캐리어, 호랑이 기운 장전하고 으랏찻차 들어올려 한 42시간동안 온돌 방바닥에서 골골거리면 그만이니까요. (저 뒤끝 정말 없습니다... 진짜에요..) 하지만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나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이 이런 불편을 매일 겪으실꺼라 생각하니 맘이 무거웠습니다. 저는 꼴랑 짐 몇쪼가리때문에 나 죽네 엄살 부리지만, 휠체어를 타신 분들은 외출 한번 하기가 너무 두려우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엘레베이터를 더 많이 설치하자! 에스컬레이터의 수를 늘리자! 리프트를 설치하자! 버스 싹 다 교체해버리자! 가 지극히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상적인 솔루션이겠으나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은 불가능함을 알고 있기에, 쉽게 실천해나갈 수 있는 실행 방안부터 제안하려 합니다. 제발 이미 설치되어 있는 엘리베이터만이라도 필요하신 분들이 유용하게 쓰실 수 있게 여기 저기에 안내판을 크~게 크으게! 많~이 많~이! 좀 붙여주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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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eeckim 앞으로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모를진대, 남을 배려하지 않은 시스템으로 인해 더이상 상처받는 사람들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chosungirl 저도 완전 서러웠다는ㅜㅜ 꺼이꺼이...
같은 내용의 글을 서울메트로 고객의 소리에 올렸더니 답변도 달아주셨는데 글이 안열려서 확인이 안되네요ㅜㅜ흑흑 확인되면 다시 댓글달겠습니다~
저도 절실히 느꼈습니다. 서울역을 환승해서 집에 가야하는데, 짐이 무거워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싶었으나, 환승 엘리베이터는 없더라구요.ㅠㅠ 그렇다고 에스컬레이터가 전역에 다 설치된 것도 아니구요.ㅠ 그저 좀 무거운 캐리어 끄는 것 뿐인데도 서럽더라고요.ㅠㅠ
오 맞아요! 캐리어 끌고 대중교통 이용하려고할 때 엘리베이터 없으면 진짜 서러움 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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