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마약이 어째서 네덜란드에 집중됐는가?
월요일은 역시 마약 이야기죠. 작년 10월에 네덜란드가 유럽의 멕시코 혹은 콜럼비아가 됐다는 이야기(참조 1)를 한 적이 있는데, 비유가 어째서 멕시코/콜럼비아일지 그리고 하필이면 왜 네덜란드였는지의 설명이 좀 부족했었다. 네덜란드가 마약 산업의 중심지가 됐다는 현상만 서술했기 때문이다. 주된 원인은 바로 연성마약에 대한 관용 및 로테르담이라는 거대 무역항이다. (추가하자면, 오랜 긴축 예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보다 근본적으로, 어째서 마약이 유럽의 네덜란드로 흘러들어가는지부터도 궁금하다. 게다가 그 기원이 되는 멕시코와 콜럼비아는 또 무슨 이야기일까? 우리는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로 들어갈 수밖에 없겠습니다. 나르코스는 처음에 콜럼비아 카르텔, 후에는 멕시코 카르텔로 이야기가 바뀌는데,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활약했던 콜럼비아 카르텔 이야기의 경우 주된 수요처인 미국으로 마약을 비행기 혹은 배로 보내는 장면이 여럿 등장한다. 그리고 톰 크루즈가 나옵니다(참조 2). 그런데 당시(80년대) 미국이 어떠했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영화 속의 배리 실도 그렇고, 콜럼비아에 직접 마약단속국 요원을 파견하는 것도 그렇고 점차 콜럼비아-카리브-마이애미 루트는 꽤 어려워진다. 그래서 떠오른 다른 루트가 바로 멕시코-미국의 육로를 활용하는 루트였다. 그런데 제아무리 미국의 바로 밑이라 하더라도 미국이 멕시코 루트를 막아내지는 못한다. 1994년 체결된 NAFTA 때문이었다. 이쯤 되면, 드라마 나르코스 후반 시즌이 어째서 멕시코에 집중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430만 대의 트럭을 어떻게 일일이 다 조사하겠나(참조 3)? 그런데 여기서 콜럼비아 입장을 좀 들어 봅시다. 80년대에는 톰 크루즈를 통해서 시장에 직배를 했거늘 이제는 멕시코 카르텔들에게 수수료를 내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멕시코 카르텔들이 이제는 현금이 아니라 현물을 요구했다(참조 4). 그래서 콜럼비아 카르텔들 입장에서 유럽이 눈에 들어온 겁니다. 게다가 어지간한 남미 국가들하고 범죄인 인도협상이 체결되어 있는 미국과는 달리 유럽 국가들은 남미와 그런 조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마피아 하면 이탈리아 아니던가? 이탈리아 마피아부터 뚫어 보자(참조 5). 그러나 이탈리아 마피아에게 마약을 공급하던 콜럼비아 카르텔 두목이 또 미국으로 송환되는 바람에… (참조 5) 카르텔들은 네덜란드/벨기에(로테르담/안트워프) 루트를 개척한다. 그중에서도 해마다 4억 4천만 톤의 물류를 처리하는 로테르담이 마약을 숨기기에 제격, 현지 마약의 인수인계 및 배포는 네덜란드와 벨기에에 특히 많이 모여 있는 모로코 갱(현지에서는 ‘모크로 마피아’라 부른다, 동명의 네덜란드 드라마 시리즈도 있다)이 맡았고 말이다. 현지에 이미 존재했다는 이유 외에도, 이들이 특출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모로코 또한 대마 재배가 일상화된 지역이며(모로코에서 ‘하시시’ 하면 대체로 그걸 가리킨다), 이미 거기서 나온 마약을 그들이 맡고 있었기에 새로운 일이 아니었다. 바로 현재의 상황이다. 선진국 네덜란드가 이렇게 유럽의 멕시코/컬럼비아가 된 꼴인데(참조 6), 다만 네덜란드가 현금을 거의 쓰지 않는 선진국인 덕분에(?) 자금 세탁은 주로 UAE에서 이뤄지는 모양이다. 바로 모크로 마피아의 두목 중 하나가 두바이에서 잡혔기 때문인데, 마침 G7 산하의 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 UAE를 “회색 리스트”에 넣어둘 가능성이 높다. 이란과 북한 그 다음 레벨이다(참조 7). ---------- 참조 1. 치즈와 코카인 그리고 킬러(2021년 10월 19일): https://www.vingle.net/posts/4064796 2. 당시 콜럼비아에서 미국으로 마약을 수송하던 비행기 조종사 Barry Seal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American Made (2017)의 주인공이 톰 크루즈였다. 예고편은 여기, https://youtu.be/AEBIJRAkujM 3. How NAFTA helped create the modern drug trade(2019년 1월 5일): https://www.vice.com/en/article/yw77pg/how-nafta-helped-create-the-modern-drug-trade 4. 처음의 멕시코 카르텔들은 오로지 미국 내 수송에만 집중했었는데, 점차 미국 내 마약 배급과 유통에도 손을 대기 시작한다. 그러려면 역시 현물을 받아야 한다. 5. The Italian Mafia and the Move Upstream(2021년 2월 9일): https://insightcrime.org/investigations/italian-mafia-move-upstream/ 6. 심지어 14세 소년이 가담하는 경우도 있었다. 촉법(…)이기에 우후죽순 어린이들을 고용한다고 한다. Zelfs 14-jarigen smokkelen coke uit de haven: 'Beloning van 30.000 euro'(2021년 9월 19일): https://www.rtlnieuws.nl/nieuws/nederland/artikel/5255186/uithalers-haven-rotterdam-smokkel-drugs-cocaine-wet 7. UAE Faces Risk of Inclusion on Global Watchlist Over Dirty Money(2022년 1월 4일):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2-01-04/uae-faces-risk-of-inclusion-on-global-watchlist-over-dirty-money 8. 전체 이야기는 네덜란드의 Afonso 교수의 트윗을 따랐다. https://twitter.com/alexandreafonso/status/1486453613052370949 짤방은 여기 Käse, Koks und Killer(2021년 10월 15일): https://www.spiegel.de/panorama/justiz/wie-die-niederlande-mit-naiver-drogenpolitik-die-mafia-gross-machten-kaese-koks-und-killer-a-f124c1ca-f177-482c-a7e5-1ab165a98b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