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아지자
작아지자. 작아지자.
아주 작아지자.
작아지고 작아져서
마침내는 아무 것도 없어지게 하자.
자신을 지키려는 수고도
작아지면 아주 작아지면 텅 비어 여유로우니
나의 사랑의 시작은 작아지는 것이요.
나의 성숙은 더욱 작아지는 것이며
나의 완성은 아무 것도 없어지는 것,
작아지자. 아주 작아지자.
작아져 순결한 내 영혼에 세상을 담고
세상의 슬픔과 희망을 담고
작아지고 작아져서
마침내는 아무 것도 없어진 나...
조국의 들꽃이 되자.
눈물 젖은 노동의 숨결이 되자.
아무 것도 아닌 이 땅의 민중이
그 모오든 것이 되도록 하자.
(박노해·시인, 1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