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산업은 디트로이트에서 건설됐다.
먼저 아래 영상을 보시기 바란다. 드미트리 고든(Дмитрий Ильич Гордон) 쇼의 2019년 클립이며 인터뷰어는 우크라이나의 유명 방송인, 드미트리 고든이고 인터뷰하는 할아버지는 마크 솔로몬(Марк Семёнович Солонин, 1958-)으로서 러시아의 군사 역사학자였다가 우크라이나로 쫓겨나다시피했던 인물이다. 당연히 사실을 말해서였을 것이다(참조 1).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 러시아는 친구 없이는 큰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죠. 나폴레옹 전쟁 때에는 영국이 러시아를 도와줬고, 세계대전에서는 미국이 러시아를 도왔으며, 이게 단순히 “도와줬다”거나 혹은 그냥 화이팅 해줬다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T-34 탱크 자체를 미국이 설계했었고, 미국이 만들어준 공장에서 생산했거니와 모든 원자재, 항공유, 의약품까지 전쟁에 필요한 모든 것을 미국이 대줬기 때문이다. 바로 이 모든 것이 아메리칸스키였다는 증언이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미국 물자와 지원이 쏟아진 것이 아니었다. 이 모든 작업(?)은 1920년대 스탈린과 미국의 끈끈한 교류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래서 소련 산업은 디트로이트에서 건설됐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인데(소련 산업을 헨리 포드가 일으켰다는 말도 있다), 설명(참조 2)하자면 이렇다. 소련의 경제 설계자 칭호를 받는 미코얀(참조 3)에게는 심복이 한 명 있었으며, 그의 이름은 사울 브론(Саул Григорьевич Брон, 1887-1938), 소련대표로 직접 미국에 들어가서 지원을 얻어내는 장본인이다. 그는 뉴욕에 Amtorg 무역회사를, 런던에 All-Russian Co-operative Society를 세웠고, 그가 Albert Khan이라든가 헨리 포드라든가, 그 외에도 온갖 지원을 받아낸다. 이를 당시 미국 공화당 외교위 상원의원, Wiliam Borah(1865-1940)의 지지를 받았고 말이다. 그렇게 해서 1920년대 미국인 기술자들이 대거 소련으로 들어와서 소련 산업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특히나 디트로이트 엔지니어와 건축가들이 많이 동원됐으며, 트랙터와 자동차, 항공기, 발전소, 주조, 단조, 제강, 압연, 야금, 볼베어링, 알루미늄, 석면, 기계, 섬유, 식품가공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부류의 공장을 1920-30년대 미국인들이 만들었다. 스탈린의 치적으로 손꼽히는 ДнепроГЭС, 그러니까 드네프르 댐도 미국이 전체 과정을 감독했었다. 그래서 히틀러가 11941년 8월 소련의 공급망과 여러 공장들을 많이 파괴시키기는 했지만, 이거 원래 다 미국이 해준 겁니다. 사실 소련의 공급망은 미국이 제일 잘 이해하고 있었죠. 그래서 미국의 원조가 적재적소로 들어가고, 렌드리스로 몰아주기가 더욱 더 효과를 발휘한 것이었다. 전술적으로야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겠지만 전략적으로 히틀러의 가장 큰 실수는 미국 렌드리스의 효과를 얕잡아봤다는 점 아닐까? 그래서 이번 전쟁을 보고 제1차세계대전이네, 리보니아 전쟁이네, 한국전쟁이네 말이 많은데 어쩌면 제2차 세계대전의 성격도 어느 정도 갖고 있다는 말씀. 지금의 렌드리스가 어디로 향하는지 보시라. ---------- 참조 1. 영상 클립 자체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자문관, 안톤 게라슈첸코의 트윗에서 가져왔다. https://twitter.com/Gerashchenko_en/status/1620113612818767882 드미트리 고든 쇼의 2시간 정도 되는 인터뷰 영상은 여기: https://youtu.be/wrUq7QQOkZA 참고로 표정이 영 뚱하기는 하지만 드미트리 고든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인물이며, 마크 솔로몬은 러시아 내부에서는 “수정주의 역사학자”로 널리 비판받는 인물이다. 2. 이 부분은 이번 전쟁 때문에 유명해진 카밀 갈레예프 덕분에 알았었다. 그의 롱트윗(2022년 3월 19일)을 보자. 러시아가 친구 없이는 전쟁에서 못 이겼다는 말도 그의 트윗에서 가져온 발언이다. https://twitter.com/kamilkazani/status/1505247886908424195 3. 소련의 햄버거(2020년 9월 6일): https://www.vingle.net/posts/3099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