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vs. 언론
https://www.vanityfair.fr/pouvoir/politique/story/emmanuel-macron-et-la-presse-histoire-dun-mepris/3519#1 전례 없는 수준으로 마크롱의 지지도가 급락하고 있다. 8.30-31 여론조사(1,015명 대상)에서 현재 31% 수준인데, 전임인 올랑드 때보다도 더 낮다고 한다(참조 1). 베날라 문제(참조 2)와 두 장관의 사임, 세금 원천징수제 도입(참조 3) 등이 모두 겹쳐있는 문제인데, 아무래도 언론 대다수가 마크롱에게 적대적인 것도 있잖을까? 전에 얘기했듯이(참조 4), 마크롱은 당선 이후로 언론과는 담을 쌓았다. 특히 시베뜨 은다예(Sibeth Ndiaye, 참조 5) 홍보보좌관이 완전히 언론을 통제하고 있으며, 말그대로 기자들과의 험악한 관계를 그녀가 떠맡고 있다. 그에 따른 일화가 이 기사에 자세히 나와있다. 이걸 읽어 보면 정말 언론이 마크롱에게 적개심을 가질 이유가 충분하다. 때는 2018년 7월 4일, Benjamin Griveaux 총리실 대변인(대통령실 대변인과는 다르다)은 배너티 페어 저널리스트에게 "당신은 뻐꾸기 둥지 위로 날라간 새(Vol au-dessus d’un nid de coucou/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1975))입니다."라는 말을 던진다. 현실과 완전히 유리된, 나라를 완전히 이해 못 하는 영화 속 정신병원 환자들과 같다는 의미였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베날라 사건을 처음 보도했던 르몽드를 갖고, 르몽드는 자기 "몽드(세상이라는 의미다)"에만 있다거나 지방지(Le Télégramme de Brest)보다 독자 수가 적다거나 하는 말도 한다. 대다수의 언론이 15일 후, 베날라 사건을 1면 머릿기사로 내민 것도 납득이 간다. 하지만 그도, 대통령도 마음을 바꾸지는 않았다. 7월 24일 마크롱은 "진실을 더 이상 좇지 않는 매체"라면서 르몽드를 비판했었다. 물론 베날라 사건은 말했다시피(참조 6) 거의 사그라들었다. 언론에 대한 결정적인 한 방은 따로 있었다. 엘리제 궁 내 기자실 폐쇄다. 1974년 이래 AFP와 Reuters, AP, Bloomberg가 상주하고, 그 외에도 총 8명의 기자가 상시출입증을 받는 구조다. 이 기자실을 2017년 7월 12일, 마크롱은 폐쇄시켜버린다. 명목은 기자실 이전이었다. 이전은 엘리제 궁 바깥으로 옮긴다는 의미였고, 즉, 어젠다에 없는 대통령실의 활동(이를테면 브리짓 마크롱 여사가 쇼핑백을 가득 안고 들어온다든지, 바레인 국왕이 예고 없이 찾아온다든지)을 관찰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은다예 홍보보좌관은 언론에게 권력을 쥐어줄 수 없다며 밀어붙였고, 언론은 은다예 보좌관에게 한 방 먹이기로 한다. 말실수이기는 했다. 시몬 베이유(참조 7)가 서거했던 당시, 은다예 보좌관은 사망 문의에 대해 "Yes, la meuf est dead.(참조 8)"라 답했다는 뉴스가 2017년 8월 2일 Le Canard enchaîné에 나온다. 누가 봐도 국가 위인인 베이유에 대한 버릇 없는 답변이었다. 은다예 보좌관은 완전히 날조라 주장했는데, meuf를 쓴 건 사실인 모양이었다. 문제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언론이 끄집어내서 비난일색으로 몰아붙인 것이다. 중앙의 흑인이 은다예 홍보보좌관이다. 오른쪽 남자가 그리보 총리실 대변인 ---------- 마크롱은 이미 2018년 1월 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권력과 언론 간에 "건전한 거리감(saine distance)"이 있어야 한다면서 선을 그었다. 너무 가까우면 정권에게나 언론에게나 안 좋다면서 말이다. 마크롱은 왜 그리 언론을 적대시할까... 그가 올랑드 대통령의 보좌관이었던 시절로 올라간다. 당시는 Closer라는 잡지가 올랑드 대통령과 쥘리 가예 간의 데이트 장면(그 유명한 오토바이!)을 폭로했던 때였다. 마크롱 보좌관 역시, 기자들이 대통령에게 사생활에 대한 질문을 삼가하도록 지도했었다. 그렇게 기자회견이 끝난 후, 갑자기 십 수 명의 저널리스트들에게 다과회가 있으니 참가하라는 연락이 간다. 이 다과회에 올랑드 대통령이 등장했다. 그는 직접 기자들과 해당 사건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었다. 그자리에 역시 있었던 마크롱 보좌관은 대통령이 저래서야 너무 가볍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할 필요가 없는 말을 한다고 본 것이다. 올랑드는 깜이 아니다(Hollande n’est pas au niveau). 이미 그때부터 올랑드에 대한 존경심이 사그라들었다고 봐야 할까? 2016년 8월, 대선 출마를 위해 장관직을 사임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부터 마크롱과 함께 언론을 다뤘던 은다예는 언론이 마크롱 편이 아니라면 극단주의자들 편이라는 식으로 언론을 통제했었다. (맞는 말이기는 하다. 상대라고 할 만한 인물들이 르펜과 멜랑숑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르몽드가 당시 "프로그램 없는 후보(참조 9)"라는 기획 기사를 냈을 때부터 르몽드를 계속 따돌렸었다(베날라 스캔들도 르몽드가 터뜨렸다). 아예 선거운동 본부에서 르몽드를 빼버렸다. 즉, 위의 르몽드 사례처럼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관리하고, 언론을 넣었다 뺐다 하기도 하는 등, "분리 통치" 전술을 계속 해왔다는 얘기다. 프랑수아 올랑드 시절처럼 언론에 쥐어살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말이다. 여론조사에 따른 지지도 약화가 그대로 야당에게 힘을 실어주지는 않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참조 10). 마크롱인 여론조사와 관계 없이, 언론 보도와 관계 없이 할 일을 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실제로도 그러하다. 어차피 프랑스 대선 구조상, 마크롱의 경우 1차만 통과하면 결선투표의 재선은 별 무리가 없을 것이며, 17년 대선 당시는 24%를 얻었었다(24%가 1등이었다). 적어도 당내 내분이 없고 단합되어 있으니 마크롱으로서는 지금의 지지도 하락이 딱히 나쁘지는 않다는 의미다. 결국은 프랑스 경제가 얼마나 나아지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며, 어쩌면 지금 상황이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럽 차원에서 보면 마크롱은 여전히 리버럴의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크롱에게 투표한 사람 절반 정도는 여전히 마크롱의 정책을 기대 중(참조 10)이다. 어차피 마크롱은 자신이 부드러운 분위기를 이끌 지도자가 아니며, 폭풍우를 이끌 사람이라 말했었다(참조 11). ---------- 참조 1. La popularité d'Emmanuel Macron en chute libre(2018년 9월 4일): https://www.lexpress.fr/actualite/politique/la-popularite-d-emmanuel-macron-en-chute-libre_2033681.html 2. 불신임 결의안(2018년 8월 1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6455662734831 3. Prélèvement à la source : qui sont les gagnants et les perdants ?(2018년 9월 5일): http://www.lefigaro.fr/conjoncture/2018/09/05/20002-20180905ARTFIG00197-prelevement-a-la-source-qui-sont-les-gagnants-et-les-perdants.php 4. 마크롱의 언론 다루는 방법(2017년 6월 8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5291403239831 5. 마크롱 1년(2018년 5월 9일): https://medium.com/@minbok/마크롱-1년-e768a8f15498 6. 베날라 사건과 유사한 스캔들?(2018년 7월 28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6444654894831 7. 시몬 베이유의 연설(2017년 7월 3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5372888154831 8. meuf는 femme을 대치하는, 일종의 파리 코크니이다. "예스, 그 언니 데드했죠"의 뉘앙스. 참조, 프랑스어로 들어온 아랍어(2015년 8월 18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3476136009831 9. Emmanuel Macron, l’homme sans programme(2016년 10월 3일): https://www.lemonde.fr/election-presidentielle-2017/article/2016/10/03/emmanuel-macron-l-homme-sans-programme_5007028_4854003.html 10. La popularité de Macron chancelle, les oppositions en profitent-elles?(2018년 8월 30일): http://www.slate.fr/story/166496/politique-rentree-macron-opposition 11. 에마뉘엘 까레르의 에마뉘엘 마크롱(2017년 10월 22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5700348799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