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의 안보전략대화 제안
https://www.nzz.ch/international/macron-ist-machtpolitiker-und-die-deutschen-sind-romantiker-ld.1540830 지난 뮌헨안보회의에서 마크롱이 프랑스 타격군(Force de frappe, 그러니까 핵군단)이 갖고 있는 핵 억지력에 관해서, “안보 대화”를 나누자고 EU(특히 독일) 국가들에게 제안했었다. 한국 언론에서는 이 제안을 NATO가 생깠다고 보도한 것으로 기억하지만 이게 그리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독일의 안보 딜레마가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다 말했다. 독일은 서구와 러시아 사이에서 어느 한쪽 편을 일방적으로 들기 힘든 나라다. 비슷한 맥락으로 화웨이 건도 독일은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 하고 있으며(물론 무려 Five Eyes 중 하나인 영국도 일부 화웨이를 쓰기로 했으니 미국 입장이 난처하긴 하다), 미국의 거듭되는 제재 위협에도 불구하고 nord stream 2 파이프라인 공사를 취소시키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독일은 자주외교를 할 수 있는 나라인가? 이 질문에 대해 독일도, 미국도, 러시아도 모두 NEIN이라 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딜레마가 생긴다는 얘기다. 바로 이 틈을 파고든 것이 마크롱의 안보대화 제안이었다. 어차피 영국도 EU를 떠나고, 독일이 미국 정부도 못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틈새를 프랑스가 헤집고 들어간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대해 독일이 NEIN이라 할 형편이 못 된다. 이미 독일은 마크롱에게 수많은 NEIN을 던져놓았다. 실제로 독일은 뮌헨 안보회의 후, 국방부장관(다름 아닌 AKK)을 파리로 보냈다. 그리고는 “이건 우리가 반드시 승락해야 할 초대입니다(„Das ist eine Einladung, die wir auf jeden Fall annehmen werden“)”라고까지 발언했다(참조 1). 그리고 짠돌이로 유명한 독일 의회마저, 2월 12일, 프랑스와의 공동 전투기 예산 7,700만 유로를 시원하게 승인했다. 괜히 전투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핵 탑재/투발이 가능한 전투기다. 독일에는 이미 미군의 핵이 배치되어 있으며(Rheinland-Pfalz) 유사시에는 독일 조종사들이 독일 공군의 토네이도를 끌고 투발시키도록 되어 있는데, 토네이도의 수명이 다해가고 있고, 러시아와 중국은 신형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그런데 프랑스가 자기들 핵무기를 과연 독일과 “어느 정도 수준”까지 공유할 수 있을까? 원래 프랑스가 핵 개발을 서독과 같이 하려 했던 건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이게 50년대 얘기다. 샤를 드 골이 제5공화국을 개시하면서 서독과의 협력을 없었던 일로 하고 독자 개발을 추진했기 때문이다(참조 2). 당시 서독은 그에 대한 반발로 프랑스 전투기를 사려던 계획을 철회한다. 그러나 이제는… ? 이 스위스 유력 신문이 얘기하고 있는 독일은, 미국에게 일방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애처로운 나라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은 독일을 때리기만 하고 있고, 때마침 마크롱은 유럽 내에서 미국의 힘을 교묘히 약화시키고 있다. 문제는 더 있다. 독일은 자주권이 없는 상태에 더 만족해 하며, 자기 스스로를 믿지 못 한다. 역사 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뭘 하자는 건지 프랑스 측이 얘기를 해야 할 일이다. 독일 내에서는, 혹시 프랑스와 독일이 지난번에 체결한 엑스라샤펠 조약(2019, 참조 3)에 비밀 추가합의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있다고 한다(참조 4). 여론조사를 보면(참조 2), 독일 국민의 40%는 영국이나 프랑스의 핵우산을 신뢰한다고 한다. 미국에 대한 신뢰도는? 22%에 불과하다. 이러는 와중에 러시아가 에스토니아라도 침공한다면(참조 5)? -------------- 참조 1. Berlin will mit Paris über Atomwaffen reden(2020년 2월 21일): https://zeitung.faz.net//faz/seite-eins/2020-02-21/0d7cb6dff13592591daeb387bff422ad/ 2. Macrons deutsche Abschreckung(2020년 2월 15일): https://www.dw.com/de/macrons-deutsche-abschreckung/a-52389670 3. 엑스라샤펠/아헨 조약(2019)(2019년 1월 23일): https://www.vingle.net/posts/2560971 4. Force de frappe française : Macron a signé des accords secrets avec l’Allemagne ?(2020년 2월 18일): https://www.agoravox.fr/tribune-libre/article/force-de-frappe-francaise-macron-a-221598 5. 러시아가 에스토니아를 침공한다면?(2016년 7월 28일): https://www.vingle.net/posts/1702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