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연가 / 한병진(韓秉珍)
까닭없이
눈내리던 겨울밤이 그립다
쌓인 눈속에
얼어있던 입술도 잊었는데
심장 어딘가 부풀어 올랐나보다
이제
잊어야 할 계절이기로
벌써 쑥은 봄맛을 알렸다
작은 나라에 봄이 왔고
작은 땅 어디엔가 그사람도 있다
발자욱위로 눈이 쌓이듯
풀숲 어디에나 꽃향이 버무린다
통나무집 벽난로 불꽃처럼
봄이 스스로를 태우면
밤마다 사내하나 밤을 잊었다
눈녹듯이 사그러지련만
행여 잊혀질까
꿈마다 눈밭에서 겨울을 붙들고
날이새면
봄볕 쑥밭에 나뒹굴며 이름만 불렀다
볕자락에 앉아
사진얼굴에 코끝 시려서
몇번인가 혼잣말로 더듬거려도
봄볕 끄을린 사내마음 어딘가에
겨울은 여전히 눈만 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