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버번 업계에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알다시피 버번 업계는 대다수 대기업에 인수되어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증류소는 굉장히 드물다.
하지만 조상의 발자취를 뒤따르는 인물들도 존재한다.
그래서 몇 안되지만 조상을 따라 증류소 곁을 지키는 인물들을 소개하려 한다.

대기업에 인수되지 않고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은 대형 증류소는 단 두 곳이다.
바로 헤븐 힐(Heaven Hill)과 윌렛(Willett)이다.
헤븐 힐은 샤피라 패밀리(The Shapira Family)가 1935년부터 계속해서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창업주 에드 샤피라(Ed Shapira)의 아들 맥스(Max)가 운영 중이다.
초창기부터 짐 빔(Jim Beam)의 빔 가문 일원이 마스터 디스틸러로 활약했으나,
2019년 이후로 그 명맥이 끊겼다.
헤븐 힐 내 빔 가문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파커 빔(Parker Beam)으로 파커스 헤리티지(Parker’s Heritage)라는 연마다 한정판으로 출시하는
실험적인 위스키를 만들어내게 한 인물이다.

1936년에 설립한 윌렛 증류소는 1980년대에 경영 악화로 문을 닫는다.
석유 파동 이후 70년대 후반에는 가소홀(가솔린+알코올)을
자동차 연료로 만들어 팔기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1984년에 윌렛 가문인 마사(Martha Harriet Willett)와
그녀의 남편 에반 컬스빈(Even Kulsveen)이 켄터키 버번 디스틸러(KDB)로 이름을 바꾸고
증류소를 부활시킨다.
그들의 아들, 드류(Drew)는 2003년에 증류소에 합류한 뒤 마스터 디스틸러로 활약 중이며,
그들의 딸, 브릿(Britt)은 2005년부터 남편과 함께 운영을 맡고 있다.
이후 2008년에 ‘윌렛 패밀리 이스테이트’라는 싱글 배럴 버번을 출시하면서
윌렛의 성공은 이어져 오고 있다.

증류소가 대기업에 인수되었지만 그럼에도 가문 대대로
마스터 디스틸러를 역임하고 있는 증류소도 단 두 곳이다.
바로 짐 빔(Jim Beam)과 와일드 터키(Wild Turkey)다.
빔 가문은 제이콥 빔(Jacob Beam)이 1795년에 배럴을 판매했다는 기록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8세대가 짐 빔의 운영을 맡고 있다.
부커스(Booker’s)라는 전설적인 버번을 만들어낸 부커 노(Booker Noe)의 아들, 프레드(Fred)는 2007년부터 마스터 디스틸러가 되어 39년 간 제임스 B. 빔 증류소를 관리하고 있다.

그의 아들, 프레디(Freddie)는 2013년부터 활동하면서
리틀 북(Little Book) 위스키를 만드는 등, 나름대로 큰 활동을 이어갔다.
이후 2022년 5월에 프레드 B. 노 증류소가 설립되면서 마스터 디스틸러가 된다.
처음으로 짐 빔에서 빔 가문 두 명이 같이 마스터 디스틸러로 활동하게 된다.
리틀 북같이 실험적인 위스키를 만들어낸 프레디라서
새로운 증류소에서 새로운 위스키를 출시한다고 한다.
(여담으로 아들의 이름이 증조부와 같은 부커(Booker)다.)

내년이면 와일드 터키에서 70년 경력을 앞두고 있는 버번 업계의 대부,
지미 러셀(Jimmy Russell)은 현재 와일드 터키의 엠배서더다.
그의 45년 경력을 기념하기 위해 출시했던 버번 위스키,
러셀 리저브(Russell’s Reserve)가 무려 2000년에 출시했다.
그의 아들, 에디(Eddie)가 2021년에 40년 경력이 된 걸 기념하면서
러셀 리저브 13년이 출시된 걸 생각하면 엄청난 경력이다.
2015년이 되서야 에디 러셀이 마스터 디스틸러가 되면서
마스터스 킵(Master’s Keep), 러셀 리저브 1998 등 새로운 브랜드들을 런칭했고
와일드 터키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에디의 아들 브루스(Bruce)의 이름이 버번에 쓰여지기 시작한다.

브루스는 그의 할아버지처럼 와일드 터키 글로벌 엠버서더로 활동해
이미 13년의 경력을 지닌 인물이다.
21살 때부터 와일드 터키에서 일을 시작해서 이제는
그의 조부와 부친의 발자취를 따라가려고 한다.
그래서 2023년 와일드 터키는 한정판으로 제너레이션즈(Generations)를 출시할 예정이다.
9년, 12년, 14년 그리고 15년 숙성 버번을 각기 다른 세대의 3명이
한 팀으로 뭉쳐서 배럴을 골라 블렌딩했다.
이 버번을 통해 와일드 터키의 유산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메이커스 마크(Maker’s Mark) 창업주의 손자,
롭 사무엘(Rob Samuel)은 메이커스 마크의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다.
그리고 현대 버번 산업의 아버지라 불리는 E.H. 테일러(Taylor)의 자손이
E.H. 테일러 버번이 만들어지는 버팔로 트레이스의 Warehouse C를 관리하고 있다.

이렇게 글을 쓰지만 가족 경영 및 운영은 매우 드물다.
당연하게도 사업 상 문제나 이익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잘릴 수 있는 영업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히 주류업계는 대기업에 인수되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 가족을 통해서 꾸준하게 이어져 오고 있는
버번 위스키가 존재한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그 유산들이 앞으로도 이어져 오길 기대한다.
위스키갤러리 블랑톤님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