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가는 길 / 박해옥
유난히 목이 긴 그대를
유난히 사랑한 죄
그 죄인의 모습으로
이제는 내가
한 마리 새 되여도 괜찮겠다
불씨는 아직도 따뜻하다
아니 때때로
불덩이가 되고 만다
길이 있는 걸 알면서도
나는 자꾸만 길을 잊었다 한다
아마도 강물이 되었을 거라 한다
기껏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자꾸만 강 건너 쪽을 넘겨다보며
단 한번도 본적 없는 물새들이 살고 있다며
이 밤에
어쩌자고 이 강변에서
눈감고 아옹하듯
이따위 거짓 마음 질인지....
달은 간간이 어깨를 들썩이며
강물을 첨벙첨벙 건너간다
그의 몸짓이 저러했었지
희부연 새벽빛에 쫓기는 어둠처럼
이제 알았다
그대에게 가는 길은 저 달만이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