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빛의 공존 (in 광명동굴)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광명동굴에 다녀왔습니다. 평일 오후에 가서 조용히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다 왔습니다. 1912년 일제가 자원수탈을 목적으로 개발을 시작한 광명동굴은 일제강점기 징용과 수탈의 현장이자 해방 후 근대화 산업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산업유산이다. (참조: 광명동굴 공식 홈페이지) 바람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갑니다. 바람이 통하는 길이라 꽤 추웠는데, 내부는 12도로 포근하다고 하니 마음이 놓입니다. 따뜻함이 느껴지면서 보이는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선물 같은 시간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공간입니다. 인공적 빛이 부자연스럽다고 느낄 수 있지만, 어둠의 동굴 속에서 빛을 발하는 것을 눈앞에서 보면 그 형연함에 웃음 짓게 됩니다. 빛의 공간입니다. 어둠을 밝히는 빛이 반짝이며 길을 안내합니다. 짧은 길이었지만, 걷는 내내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좋았습니다. 내부 공간 구성 및 관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동굴 아쿠아월드도 있습니다. 동굴속에 이런곳이?!라며 놀랐고, 다른 수족관에서 보지 못한 종도 있어 재밌었습니다. 광명동굴에서 제일 좋았었던 예술의 전당입니다. 동굴 안, 무대와 객석이 신선했고, 미디어 아트를 좋아하는 저에게 미디어 파사드 쇼는 발을 동동 구를 정도로 즐거웠습니다. 4분짜리 영상 중 제일 좋았던 부분을 1분씩 잘라 올렸습니다. 영상은 조금씩 바뀌는 것 같으며, 광명동굴 방문 시 영상 시간에 맞춰 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어둠을 배경으로 한 빛과 뉴미디어는 상상이상의 감동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소개글이 과장이 아님을 온전히 느꼈습니다. 광명동굴은 황금 광산으로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황금길을 지나 황금별과 풍요의 여신, 황금 나무와 벽면 가득 걸려있는 황금 소원지까지 온통 금 천지입니다. 동굴에 아직 많은 양의 황금이 남아있다는 게 더 대박입니다. 지하 세계를 제외한 곳은 길이 평평해서 휠체어나 유모차도 동굴 내부 관람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외 공간은 위 사진처럼 계단이 많고, 가파르니 발 편한 신발을 신고 오시는걸 추천드립니다. 내부 곳곳에 국내 최대의 용 '동굴의 제왕'을 비롯하여 골룸과 간달프 지팡이, 헐크 조형물도 있어 눈이 즐겁습니다. 63빌딩보다 더 깊게 팠다는 설명에 입이 떡 벌어집니다. 총 깊이는 275m, 갱도 길이는 7.8km라고 합니다. 그 중2km만 개방 중이라고 하니, 그 규모가 실로 어마합니다. 동굴 곳곳에 고여 있는 물위로 떨어지는 물소리와 황금폭포가 마음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동굴은 언제와도 좋습니다. 전시관 내부와 모형도를 보며, 지금까지 본 아름다움의 이면을 알게 됩니다. 징용과 생계를 위해 온 광부들이 온 힘을 다해 일했던 곳, 한국전쟁 때는 피난처가 되었던 곳. 어둠이 더 짙게 느껴집니다. 코로나 전에는 와인 시음도 했었지만, 현재는 따로 이벤트는 없습니다. 지역별로 유명한 술이 있으며, 구매도 가능합니다. 모든 관람을 마치고, 밝은 빛을 향해 걸어 나옵니다. 음지에 있어야만 했던 모든 이들의 안녕을 바라며 맑은 하늘을 바라봅니다. 슬픈 역사와 즐거움이 공존하는 광명동굴, 잘 다녀왔습니다.